근교산&그너머 <386> 동대산~바데산
떠나는 봄 아쉬웠더니 계곡엔 여름 벌써 와있네

 
  동대산의 대표적인 청정계곡인 경방골의 호박소 앞에 선 취재팀. 소 상단부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와폭과 수정같이 맑은 물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계곡산행을 떠나보자. 혹자들은 아직은 이르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 산속엔 벌써 여름이 와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해지고 김이 안경에 껴 오히려 산행에 방해가 될 정도이다. 기암괴석과 수정같이 맑은 물은 계곡이 당연히 갖춰야 할 충분조건. 여기에다 '인간공해'가 거의 없는 인적 드문 청정계곡이라면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곳이다. 또 한가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는 그런 계곡이면 금상첨화. 국립공원 등의 수려한 계곡은 원칙적으로 대부분 휴식년제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물한방울 손에 묻힐 수 없다. 그저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만 해야 하는 '그림의 떡'과 같은 계곡이다.


취재팀은 때이른 여름, 경북 영덕의 청정계곡이 숨어있는 동대산(791m)과 바데산(646m) 계곡으로 떠났다.

남으로는 포항의 내연산 향로봉과 삼지봉으로 연결되고 북으로 바데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동대산은 동서로 여러 갈래의 숨은 계곡과 골짜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북서쪽의 경방골 물침이골과 서쪽의 마실골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자연의 신비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계곡산행으로 제격이다.

전망 또한 빼어나 바데산과 함께 동해바다의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맘껏 감상하며 땀을 식힐 수 있다.

이번 산행은 경방골과 물침이골을 거쳐 동대산 정상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바데산으로 향하는 코스를 잡았다.
 옥계식당~옥계교~(옥계)신교~경방골~호박소~물침이골~너덜~주능선~동대산 정상(헬기장)
~바데산 갈림길~십자로 안부~잇단 전망대~학성바위(쌍바위)~묘지~바데산 정상~잇단 묘지
~옥녀교~신교 순. 6시간 정도 걸린다. 인적이 드문데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국제신문 산행안내 리본'을
참조하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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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옥계 방면 69번 지방도를 타면 팔각산을 지나 옥계유원지에 닿는다. 도로변에 큰 간판의 옥계식당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당 건너편엔 옥연암 이정표가, 그 옆에 화장실이 있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 비포장로를 달리다 (옥계)신교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경북문화재이기도 한
그 유명한 침수정은 다리를 지나면서 오른편 언덕바지에 살포시 터를 잡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

산행은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로 진입하면서 시작된다.

곧 자연 그대로의 청정한 경방골 비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독특한 자태와 색상을 뽐내는 암반과 기암절벽
위에 걸린 푸른 소나무는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소리, 새소리는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텐트 치고 물놀이나 하고 가자는 동행한 산꾼의 엉뚱한 제안에 내심 정말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계곡을 따라 달리다 작은 소가 나타나면 물을 건너고, 그것마저 불가능해지면 절벽 아래를 타고 가기를 수차례.
 어느새 경방골의 명물인 호박소 앞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35분 거리.

50평쯤 될까. 첫 인상은 숲속의 작은 연못. 어른 허리 정도 깊이로 보이는 호박소 앞에서 산꾼들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쏟아낸다. 호박소 상단부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약 5m의 와폭 또한 그림같다.

호박소에서 5분 정도 가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정면으로 난 골은 경방골의 주계곡으로 동대산 정상 동쪽
바로 아래까지 물길이 이어지고, 오른쪽길은 협곡성 골짜기인 물침이골을 지나 주능선을 타고 동대산으로
오른다. 물침이골로 간다. 초입부를 제외하면 계곡을 기준으로 지그재그로 사면을 따르게 된다.

 
경방골에선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새로운 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5분 후 제법 긴 너덜구간을 지나면 발아래 비탈진
계곡에 쌍둥이 모양의 두 줄기 실폭포가 시선을
당긴다. 계곡은 상류로 올라올수록 점차 그 양태가
달라진다. 폭이 좁아지면서 수량이 줄어들고 바위에
푸른 이끼가 많이 보인다. 규모만 작을 뿐 한라산의
탐라계곡이 연상될 정도로 비경이다.

이젠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가파른 사면을
따라 능선으로 치고 오를 차례. 이 지점은 물침이골에서
 약 35분 정도 거리로 아주 긴 나무가 쓰러져 이끼가
낀 점이 특징이다. 이 길이 이번 산행에 중요한 지점.

지금까지 비교적 여유로웠던 계곡길과는 달리 아주
가파른 된비알이다. 이렇게 20분 헉헉거리면 주능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평탄한 산길을 10여분 걸으면
좌측에 동해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20분 후면 마침내 동대산 정상(791m) 겸 헬기장.
 일망무제의 조망. 동해바다가 일자로 시원하게 열려
있고 남으로 천령산 매봉 내연산 향로봉 삼지봉이
선명하고 저멀리 대구 팔공산이 아련하다. 북으로는
팔각산과 주왕산을 확인할 수 있다.

바데산 방향은 진행방향 기준으로 직진이다. 초소를
지나면 바데산 갈림길. 직진하면 내연산 삼지봉이니
 버리고 왼쪽 바데산, 정암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동해바다, 왼쪽엔 우리가 온 능선이 보인다.

길찾기에 유의해할 지점이 한곳 나온다. 바데산 갈림길에서 25분쯤 뒤 무명봉에 오르면 왼쪽에 확트인 능선이
보인다. 바데산 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면 맞다. 직진하면 포항 청하 방면.

15분 뒤 십자로 안부에선 직진한다. 왼쪽길은 경방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니 유의할 것. 왼쪽 멀리 동대산
 정상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다시 20분 정도 진행하면 비로소 정면에 바데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데산 정상 밑 학성바위, 일명 쌍바위를 왼쪽으로 에돌아 전망대와 묘지를 지나면 바데산 정상(646m). 정상석
 대신 초라한 나무 표지판이 외로이 서있다. 주변 나무에 가려 전망은 좋지 않지만 나무 사이로 그 나마
동해바다를 한번 더 볼 수 있다.

하산은 정상목을 보고 왼쪽길로 내려선다. 길이 가파르니 유의해야 한다. 30분뒤 우측에 마을이 보이고
다시 25분뒤 비포장도로인 옥녀교 옆 간이 화장실로 산길을 벗어난다. 여기서 들머리 신교까지는 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옥계37경 손때 덜묻은 청정산
동대산은 낙동정맥에서 곁가지를 친 괘령산~샘재~매봉~향로봉~삼지봉으로 그 능선이 이어져 낙동정맥과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경북 포항시 죽장면과 청하면, 영덕군 달산면에 걸쳐 있는 동대산은 각종 동식물의 보고로 한때 학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학술조사가 이뤄진 '청정의 산'이다. 아직 '한국의 산하' 등 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을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바데산도 마찬가지. 기온이 부쩍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무더위가 한창인 8월까지 찾을 수 있는 산으로 추천한다.

산행 들머리인 (옥계)신교에서 바데산~동대산~삼지봉을 잇는 종주코스는 건각을 위한 코스로 적극 추천하며,
경방골~동대산~폭포를 거치는 4시간 정도의 가족 산행코스는 원점회귀 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상옥리에서 옥계로 이어지며 동대산을 둘러싸고 있는 대서천은 하늘만 빠끔히 열리는 오지의 골짜기.
지금은 개발의 미명아래 비포장도로가 열렸다. 이 때문에 토사가 계곡 곳곳을 오염시키며 또 하나의 절경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과거 많은 시인묵객이 대서천과 옥계천의 합수점 인근에 '옥계37경'을 정해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잊었다.
일월봉(日月峰) 팔각봉(八角峰) 복룡담(伏龍潭) 천연대(天淵臺) 부벽대(俯碧臺) 삼층대(三層臺)
세심대(洗心臺) 탁영담(濯纓潭) 학소대(鶴巢臺) 병풍대(屛風臺) 구정담(臼井潭) 존심대(存心臺)
선인굴(仙人窟) 강선대(降仙臺) 풍호대(風乎臺) 등이 그것으로 산행후 가족과 함께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씻어보자./ 이창우 산행대장

◇ 교통편 - 부산~영덕 시외버스 30분간격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북 영덕시외버스터미널(054-732-7673)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5시56분, 6시9분, 6시22분, 7시5분, 7시52분, 7시59분, 8시36분, 9시9분, 9시41분 등 30여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2시간30분~3시간 걸린다.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머리 입구인
옥계상회(옥계계곡 또는 원담)까지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오전 6시45분, 8시10분, 9시50분. 2630원.

옥계상회에서 영덕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4시35분, 6시35분, 7시45분(막차)에 있다.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32분, 6시4분, 7시4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포항 우회도로)~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옥계 주왕산 방면으로 다시 한번 좌회전하면 옥계상회에 닿는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입력: 2004.05.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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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벌써 화신(花信)을 전해주고 떠났지만 아직까지 눈구경을 제대로 못했다면 이번 주말 소백산(小白山·1439.5m)으로 눈꽃산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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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가 많은데 유독 소백산을 택한 것은 한겨울 눈꽃산행의 진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눈이 많은 데다 산행중 만나게 되는 혹독한 칼바람은 당시엔 견디기 힘들 만큼 고달프지만 그에 비례해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사실 눈꽃산행의 대명사인 한라산은 코스가 너무 길어 다소 지루한데다 경비가 많이 들고, 설악산은 당일치기로는 벅차다.

소백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는 최근까지 눈이 많이 내려 이달말까지는 눈꽃산행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부산서도 주말이면 소백산으로 떠나는 가이드 산악회가 아직 많아 입맛대로 고를 수 있으며, 승용차로도 4시간이면 들머리까지 충분해 산꾼들의 소백산행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백두대간 줄기가 남하하다가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꺾은 후 우뚝 솟은 소백산은 흔히 ‘한국의 히말라야’라고 불린다. 겨울 북서풍의 입김이 매몰차고 주변에 필적할 만한 높은 봉우리가 없는데다 주봉인 비로봉 인근에는 바람을 막아줄 만한 수목 또한 없어 심할 경우 몸이 휘날릴 정도.

하지만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에 걸쳐 있는 소백산은 무엇보다 거칠 것 없는 일망무제의 장쾌한 조망과 각양각색의 새하얀 눈꽃 및 상고대가 이러한 악조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산행은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초암사~석륜사터(봉두암)~국망봉 갈림길~국망봉~국망봉 갈림길~어의곡 갈림길~비로봉~추모비~양반바위~사거리(달밭재)~민가~초암사 순.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소백산 눈꽃산행의 진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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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점인 배점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면 3.4㎞의 밋밋한 시멘트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초암매표소를 지나 초암사에 주차해야 산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배점리에서 초암사까지 이어지는 계곡은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 군수로 부임했을 때 아홉 곳의 소(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산굽이를 돌 때마다 절경을 이뤄 죽계구곡(竹溪九谷)이라 명명한 곳. 이 곳은 또 고려때 안축이 지은 경기체가 ‘죽계별곡’(竹溪別曲)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죽계구곡은 개발로 인해 옛 명성만큼 그리 빼어난 절경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다.

산행은 초암사 대적광전 왼쪽으로 난 산길로 오르며 시작된다. 1차 목적지인 국망봉까지는 4.4㎞. 곧 ‘국망봉 4.1㎞’ ‘초암사 0.3㎞’ 팻말이 서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왼쪽길은 비로봉을 거쳐 하산하는 길.

눈이 녹았다 얼어 일부 지점에선 빙판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쌓인 눈의 양이 점차 많아진다. 등산로 좌우에는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순백색의 깨끗함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 거기에 푸른 하늘과 앙상한 가지를 화폭에 함께 담으면 영락없는 멋진 ‘소백산 설경’.

경사가 적당한 한 지점에선 벌써 하산하는 반백의 산꾼들이 배낭을 안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환한 표정으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다. 부러웠다. 그러면서 하산길에 우리도 저렇게 해보자고 약속했다.

이렇게 1시간50분 정도 눈길을 오르면 석륜사터. 제법 넓다. 정면에 봉두암(鳳頭岩)이 보인다. 봉황이 머리를 치켜든 형상을 한 암봉으로 백두대간 종주산행 산꾼들의 단골 비박지. 샘이 있지만 지금은 얼었다.
지금까지는 숲길만을 걸어 조망이 없었는데 이 곳부터는 눈이불을 덮고 있는 주변 봉우리를 맘껏 볼 수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길고 긴 계단과 전망대를 지나면 국망봉(1420.8m) 갈림길. 백두대간 주능선길이다. 왼쪽 저 멀리 눈덮인 비로봉과 연화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 악명높은 칼바람이 숨을 멈추게 한다. 오른쪽 300m 거리엔 국망봉. 잠시 다녀오자. 20분 정도 걸린다.

이제 주봉인 비로봉을 향한다. 1시간40분 정도 걸리는 이 능선길이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눈꽃산행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울 북서풍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섭다. 웬만큼 겨울장비를 갖춰도 어림없다. 능선길 전체가 확 트인 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숲속에서 만나는 눈꽃과 상고대는 최고의 미를 자랑한다는 덕유산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 고통과 환희의 연속이다.

어의곡 갈림길을 지나면 곧 비로봉까지 연결되는 길고 긴 나무다리길.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바람이 워낙 세 몸이 휘청거릴 정도. 정상에 서면 대화는 물론 아예 서 있기가 힘들 지경이다. 잔인하기까지 하다. 기쁨을 만끽할 단 1분의 여유조차 없이 열이면 열 모두 곧바로 비로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죽령 희방사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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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륜사터 정면의 봉두암(鳳頭岩).
 


추모비와 샘터 그리고 양반바위를 잇따라 지나면 갈림길. 하산길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원점회귀를 위해선 초암사로 내려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비로사로 내려가기 십상이다. 정면에 소나무가 보이고 왼쪽에 약간의 오르막길을 넘으면 사거리가 나온다. 지도상의 달밭재다. 쇠전봇대가 보이는 왼쪽길을 택한다. 이 길만 찾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민가를 잇따라 지나 나무로 깎은 초암사 이정표를 확인하면 초암사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작은 히말라야' 겨울장비 필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경북 영주 땅에 들어서면 저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소백능선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아주 정답다. 그 만큼 소백산은 영주의 진산이다.


소백산은 지난 1987년 열여덟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322㎢로 육상 국립공원 중 지리산 472㎢, 설악산 399㎢에 이어 세번째로 넓다.


‘작은 흰산’ 또는 ‘작은 백두’라고 불리는 소백산(小白山)은 ‘한국의 히말라야’로 산꾼들에게 통한다. 비로봉으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이 히말라야의 혹풍에 견줄만하다는 의미일까. 부산지역 산꾼들 사이에선 ‘소백산 똥(?)바람’이란 말로 회자된다. 그 만큼 괴로움을 안겨다 준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오르는 소백산은 명실상부한 작은 히말라야이다.


희방사에서 오르는 산길, 죽령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천동리 코스가 소백산을 대표하는 주요 등산로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붐빈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을 거쳐 구인사로 빠지는 소백종주길과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은 산악인의 극기 훈련장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비로봉 인근의 천연기념물 주목 군락지가 볼거리다.


천동리에서 비로봉을 거쳐 어의곡으로 빠지는 등산로를 단양군에서는 ‘허영호 등산로’라고 명명해 비석을 세워 놓았다. 단양 인근 제천 출신인 산악인 허영호씨가 이 코스에서 산악 훈련을 했다는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소백산 눈꽃산행을 위해서는 기본 장비를 충실히 챙겨야 한다. 눈만 나오는 모자(목출모·目出帽) 아이젠 방한장갑 스팻츠 방한복 등 어느 하나 소홀히 여길 것이 없다. 웬만한 장비를 모두 갖춘 취재팀도 소백산 산행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밤기차 이용하면 무박2일 산행 가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당일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승용차는 가능하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영주시외버스터미널(054-631-5844)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8시10분, 9시, 11시20분 등 하루 8차례 있다. 1만4300원. 터미널 앞에서 들머리 배점리행 버스는 오전 6시20분, 8시10분에 출발한다. 880원.


배점리에서 영주시외버스터미널행 영주여객(054-633-0011)버스는 오후 2시5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40분, 5시40분, 6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기차를 이용해도 가능하다. 부전역에서 밤 10시12분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새벽 3시10분에 풍기역(054-636-7788)에 닿는다. 해운대역에선 밤 10시27분 출발한다. 풍기역 인근 여관(성신장, 한국장)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풍기역 앞에서 풍기택시(054-636-2828)를 타고 배점리까지 가면 된다. 2만원. 풍기역 앞에서 들머리 배점리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화원IC~중앙고속도로 서대구IC~풍기IC~영주 방향 931 지방도~영주방향 5번 국도~부석사 소수서원 방향~봉화 부석 방향~소백산(초암사) 순.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2.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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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222호 마애불입상

근교산&그너머 <369> 가야산

 
석화성(石火星). 굳이 우리 말로 바꾸자면 돌불꽃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웬만한 산을 섭렵한 산꾼이라면 ‘아!, 가야산’하고 곧바로 맞장구를 칠 것이다.

이 말은 예부터 가야산의 크고 작은 뾰족한 기암봉을 비유한 것으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 것. 출처는 알고 보니 조선 후기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 이 책에는 ‘합천 가야산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고 적혀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어쩜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썼는지. 뛰어난 관찰력이 없는 범부일지라도 이중환의 표현을 실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야산 전체를 총칭해 석화성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 기암봉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곳은 주봉인 상왕봉의 남동쪽 일대 공룡능선과 만물상능선으로 흔히 석화성의 백미라고 불린다.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그것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가야산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대한 설악의 공룡능선 암봉은 막상 가까이 가면 그저 밋밋한 벽으로 다가오지만 가야산의 암봉 앞에 서면 암봉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근처 암봉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주봉은 상왕봉(象王峰·1430m) 또는 우두봉(牛頭峰). 상왕(象王)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의미하며 우두봉은 정상의 바위가 소의 머리를 닮아 붙여졌다.

산행은 성주군 백운동 매표소~백운1-4교~옛 백운동대피소(가야산 등산안내도)~백운암지~서성재~가야산성터~전망대~칠불봉~안부~상왕봉~석조여래입상~헬기장~옛 가야산대피소~토신골갈림길~마애불입상~용탑선원~해인사 순. 5시간30분~6시간 정도 걸린다. 현 시점에서 가야산에서 열린 유일한 등산로다.

매표소를 지나면 계곡으로 들머리가 열린다. 용기골이다. 계곡을 따라 백운교 4개를 잇따라 지난다.

백운1교에서 30분쯤 뒤 쉼터가 나온다. 옛 백운동대피소다. 정면에 ‘영남의 영산 가야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다. 그 옆에 ‘칠불봉 2.5㎞’ ‘상왕봉 2.7㎞’ 팻말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길이 약간 얼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5분 정도 가면 백운암지. 통일신라때 이 곳 용기골에는 해인사에 버금가는 금당사라는 절과 이에 딸린 100여개의 암자가 있었는데 백운암도 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20분쯤 더 가면 서생재. 제법 너른 평지로 네갈래길이 나있다. 왼쪽은 만물상능선 및 공룡능선 가는 길이고 정면은 마애불입상으로 가는 방향이다. 하지만 폐쇄돼 있다. 칠불봉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곧 너덜길. 안내판을 보니 이는 가야산성터다. 이제 상왕봉까지는 1㎞.


가야산성터를 지나면 왼쪽에 탁 트인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정면 산 정상에 조그만 정상석이 튀어나온 오도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비슬산 앞산 황매산이, 오른쪽으로 비계산 별유산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급경사의 연속. 이 때문에 철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철계단이 없으면 산행을 못할 정도로 주변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두 개의 철계단과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오르면 석화성의 진면목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 만물상능선, 오른쪽 공룡능선. 잔설이 희긋희긋한 석화성에 넋을 잃는다. 정말 돌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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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의 한 지점에 다다르면 정면 칠불봉, 뒤쪽 만물상 및 공룡능선, 오른쪽에 해인사가 모두 보인다. 곧 칠불봉(1433m)에 닿는다.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3년간 수도 후 생불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서성재에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장쾌한 조망이 인상적이다.

서쪽으로 향적봉~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과 그 밑으로 금원산 기백산 능선과 덕유산을 잇는 삼봉산 대덕산 초점산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북쪽 코앞에는 성주 독용산이, 저 멀리 민주지산과 황악산이 하얗게 변해있다. 동쪽엔 팔공산도 보인다.
                                                                                    
주봉인 상왕봉(1430m)까지는 10분 거리. 그 사이가 도경계. 칠불봉은 경북 성주, 상왕봉은 경남 합천에 있다.

하산은 정상석 밑으로 내려선다. 워낙 급경사인데다 눈 덮인 바위가 살짝 얼어 있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길 옆 큰 바위에도 두꺼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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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칠불봉 정상.

30분 뒤 보물 264호 석조여래입상을 지나면 헬기장과 옛 가야산대피소가 잇따라 나온다. 대피소 자리에는 구상나무를 심어 쉼터를 조성했다. 가야산의 또하나의 명물인 산죽밭도 지난다. 눈덮인 평탄한 산길 사이로 초록 댓잎에 하얀 눈이 얹힌 산죽이 인상적이다.

곧 갈림길. 토신골은 휴식년제로 막혀있어 직진한다. 계곡을 한 번 건너면 주변에 곧게 뻗은 홍송이 보이고 그 왼쪽에 보물 222호인 마애불입상이 서있다. 높이가 5.8m인 마애불과 주변 아름드리 홍송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제부턴 본격 하산길. 계곡을 건넌 뒤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용탑선원까지는 40분 정도 걸리고 해인사 일주문은 10분 후에 닿는다.

- 합천 가야산? 성주 가야산? 주봉 자리 놓고 두지역 신경전

백운동 매표소에서 해인사 쪽으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산행을 하면서 등산안내도와 정상석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한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익히 알려진대로 가야산의 최고봉은 상왕봉으로 해발 1430m. 하지만 경북 성주군 백운동 쪽에서 올라오다 보면 하나같이 칠불봉이 1433m로 가장 높다고 적혀 있다. 칠불봉 정상석 아래 적힌 ‘가야산(칠불봉) 전설’이나 옛 백운동 대피소 앞의 ‘영남의 영산 가야산’ 등산안내도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이라는 수식어가 칠불봉 앞에 따라 다닌다.

상왕봉은 경남 합천군에, 칠불봉은 경북 성주군에 위치해 있다. 두 봉우리 간격인 200m 사이에 도 경계선이 지나간다.


성주군의 이같은 노력은 바로 합천 가야산이 아니라 성주 가야산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가야산 면적의 61% 정도가 성주군에 포함돼 있어 칠불봉이 상왕봉보다 높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확실하게 성주 가야산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산의 면적이 얼마나 포함돼 있느냐 보다는 주봉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산 앞에 그 지방의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성주군의 노력은 몇 가지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성주군의 주장대로 해발고도가 3m나 낮다는 상왕봉 정상의 정상석은 답사자들은 잘 알겠지만 상왕봉의 최고점이 아니라 최고점 아래 평평한 곳에 설치돼 있다. 실제 최고점과 정상석이 놓인 두 지점간의 간격이 3m 이상이라는 것이 목격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 한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의 유권해석. 이에 따르면 성주군이 주장하는 칠불봉의 높이인 1433m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때문에 현재로선 가야산 주봉은 상왕봉이라는 것.

한 관계자는 “경상도의 지형도 수정작업이 실시되는 내년에 반드시 재측량을 해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산꾼들은 성주군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있다. 성주쪽의 등산로가 합천쪽의 그것보다 훨씬 잘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탄 후 고령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 출발. 8600원. 1시간50분 정도 걸린다. 고령시외버스터미널(054-954-4455)에서 산행 들머리인 백운동행 버스는 오전 9시40분(1850원), 9시45분(2000원), 11시40분(1850원)에 있다.
날머리인 해인사 입구에는 부산행 버스가 없어 고령까지 와서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오후 7시50분이 막차. 2700원. 고령에서 서부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4시40분, 5시20분, 5시55분, 6시45분, 7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칠원분기점~구마고속도로~현풍IC~좌회전~국도5번~위천삼거리 좌회전~88고속도로 성산IC~해인사IC~백운동 순으로 가면된다.

가야산으로 가기 위해 이용되던 옥포분기점이 폐쇄됐기 때문에 현풍IC에서 나와야 된다. 날머리 해인사에서 들머리 백운동까지는 택시(055-932-7321, 011-512-7325)로 이동해야 한다. 20여분 걸리며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4.01.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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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5> 경주 토함산

 
  해돋이 명소답게 토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천년고도 경주는 전통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관광지이자 휴양도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경주는 수학여행의 옛 추억이 서려 있어 언제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의 현실은 어떤가. 경주를 방문해도 보문단지 안 콘도나 호텔에 머물면서 온천이나 놀이공원은 자주 찾지만 석굴암 등 문화 유적지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이번 주는 산행도 하고 문화유산도 구경할 수 있는 경주 토함산(745m)으로 떠났다. 그리고 하산 지점을 아예 석굴암 쪽으로 잡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 번쯤 발걸음이 옮겨지니까.

코흘리개 시절 무심코 넘겨 봤던 석굴암의 모습과 현재의 눈에 비친 석굴암의 차이를 느끼며 새삼 변해버린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려 보자.

토함산은 신라인의 얼이 깃든 영산으로,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였다. 오악은 신라때 하늘이나 산신에게 제를 지낸 5개 영산. 토함산을 흔히 동악(東岳)이라 부르는 것은 오악 중 동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 나머지 산은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 팔공산(중악). 참고로 태백산 천제단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당시 제를 지내던 제단.

토함산은 그리 험하지 않은 전형적인 육산이며, 해맞이의 명소답게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가히 환상적이다. 그 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산행의 절반 이상이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려는 만추를 붙잡을 수 있는 초겨울의 낙엽산행이라는 점.

산행은 대산장작가마~잇따른 무덤(6개)~갈림길~헬기장~창녕 조씨묘~월성 김씨묘~등산로 이정표~정상~헬기장~석굴암 입구~불국사 입구~불국사 주차장 순. 4시간 30분~5시간 정도 걸린다.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에서 하차해 버스 진행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

정면에 ‘대산장작가마’ ‘전통 도자기학습’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간판 뒤 논밭 사이로 50m 정도 가면 본격 산길. 들머리다.

호젓한 산길엔 낙엽이 융단처럼 쌓여 있어 정감이 간다. 15분쯤 뒤 능선길로 올라선다. 왼쪽에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가 보인다. 산길엔 거미줄이 쳐져 있고 낙엽이 떨어진 채 그대로 쌓여 있어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15분 뒤 이번엔 오른쪽으로 보문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누군가 나무를 베어 조망을 틔워놓은 것 같다.

‘좌 덕동, 우 보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산행 중 좌우 양측으로 호수를 감상할 줄이야.

사실 토함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고 있는 산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산 자체는 별로 조명되지 않았다. 동행한 산꾼들은 한결같이 토함산 자체만으로도 독립 산행지로 충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섯 번째 무덤이 있는 319m 봉을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이 지점에서 특히 유의하자.

잠시 사라졌던 덕동호가 또 다시 나타난다. 이전에는 호수만 보였던데 이번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감포 가는 4번 국도까지 한 눈에 보인다.

재밌는 산길도 만난다. 마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수차례 빙글빙글 돌며 올라간다. 이렇게 20분 정도 오른 후 뒤돌아 보면 덕동호와 보문호가 동시에 훤히 보인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헬기장과 창녕 조씨묘를 지나면 산길이 푸근해진다. 초겨울이라 음지는 얼음이 얼어있고 양지는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웬만한 고분만큼 큰 월성 김씨묘를 지나면 정면에 토함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지독한 오르막을 힘겹게 지나면 주변은 온통 잣나무.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오래 전에 인공조림을 한 듯 싶다. 잣잎은 낙엽과는 달리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하다.

잣나무숲을 지나면 갑자기 정면에 확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왼쪽 저멀리 본지 지면에 소개됐던 동대봉산과 함월산이 보인다.

오른쪽길을 택한다. 왼쪽에는 아직도 억새가 지지 않고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춤을 추고 있다.

20분쯤 뒤 이정표를 만난다. 우물식수지점으로 정상까지는 0.5㎞. 오른쪽으로 3㎞ 정도 내려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직진한다. 낙엽길이 너무 좋아 다음에 누군가를 데려와야겠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진다. 오른쪽에 불국사 주차장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좌 보문, 우 덕동’ 사이에 방금 우리가 올라온 조그만 봉우리가 보인다.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 정상석과 돌탑 쪽으로 가기 전 불국사를 기준으로 왼쪽에 치술령, 그 뒤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고헌산 문복산 등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주의 산들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불국사 오른쪽으로 남산 고위산 마석산 벽도산 단석산 용림산 구미산 오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엔 삼태봉.

다시 정상석이 있는 돌탑에 다다르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작은 봉우리가 가까이 있어 마치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의 입체감을 보는 듯 하다.

하산은 헬기장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선다. 석굴암 입구까지는 20분이면 닿고 여기서 불국사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아직도 울긋불긋 단풍이 볼 만하다.



# 떠나기 전에 - "온천으로 산행 피로 날리세요"

흔히 사람들은 경주를 두고 노천박물관이라 부른다. 경주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유적지여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호국 진산으로 여겨지는 토함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고 있다. 석굴암은 생전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는 현세의 부모를 위해 완성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석굴암(국보 24호)은 통일신라 경덕왕 10년(751년) 재상 김대성에 의해 기공되어 혜공왕 10년(774년) 창건됐으며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22년(535년)에 창건된 이후 수 차례 중수됐다. 불국사 경내에는 다보탑(국보 20호)과 불국사 삼층석탑(일명 석가탑·국보 21호), 청운교 백운교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지난 1995년 12월 해인사 팔만대장경, 종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

토함산(吐含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 하나는 동해바다와 가까이 있어 자주 발생하는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하는 산이라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신라 4대왕인 탈해왕의 이름에서 연유됐다는 설이다.

 

지금까지의 토함산은 사실 하루 산행지로는 짧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되는 산길은 이런 단점을 조금은 해소해줄 것으로 믿는다. 문화엑스포공원에서 산길을 잡아 오르는 코스로 근교산 마니아에게는 안성맞춤의 산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산행 후 피로를 풀려면 불국사 근처의 경주온천을 찾아보자. 목욕료 5천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경주 버스 15분 간격 배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들머리에 가기 위해서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불국사행 좌석버스 10번을 타고 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1천1백50원.
 

날머리인 불국사 주차장에서도 역시 좌석버스 10번을 타고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 시간은 오후 9시50분. 역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주시외버스터미널 맞은 편 둔치에 주차를 해놓고 불국사행 좌석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차비 무료. 또는 버스 하차지점인 문화엑스포공원 부근에 차를 주차시키고 하산 후 11번 좌석버스를 이용, 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으로 되돌아 가면 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서는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시외버스터미널’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고수부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약간 지나 U턴해야 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2.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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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3> 안강 무릉산

 
  무릉산 정상은 다른 산과 달리 정상이 꽤 넓은 억새밭이다. 산 정상에서의 예상치 못한 억새밭은 이번 산행의 백미였다.
산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애를 먹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묘지가 가장 빈번한 사례다. 산 속 깊숙이 있을 경우엔 이따금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산기슭, 특히 산행 초입에서 만날 땐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어쩌면 산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들머리 찾기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덤까지 반듯하게 난 길을 아무 생각없이 섣불리 따라가다간 결국 산행 코스를 잃고 낭패를 보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 산행로가 잘 정비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경우 이같은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국제신문 산행팀이 시도하는 개척산행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철조망도 마찬가지. 순조롭게 능선까지 다다랐다 예상치 못한 키 높은 철조망에 가로 막혀 발길을 돌려야 할 때의 허탈감이란….

 무릉도원(武陵挑源)과 이름이 같아 산행 도중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를 품게 했던 무릉산 산행은 초입부터 무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여기에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찾았다 싶은 산행로가 주능선에 거의 도달했을 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철조망에 가로막혀 결국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산행팀이 이번 주 찾은 경주 안강읍의 무릉산(武陵山)은 묘지와 철조망으로 인해 들머리 찾는데 유의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전 10시40분께 시작한 산행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제대로 된 산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안강은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봉향하는 옥산서원을 중심으로 자옥산(남서) 어래산(북동) 도덕산(서북) 무릉산(남) 등 4개의 명산이 에워싸고 있다.

안강의 이들 4개 산 가운데 자옥산만 회재 선생 낙향 전부터 이름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회재 선생이 명명했다 한다. 당시엔 무릉산이 무학산으로, 어래산이 화개산으로 불렸지만 이후 명칭의 변경과정은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다.

자옥산 어래산 도덕산은 옥산서원과 비교적 가깝지만 남쪽의 무릉산은 나머지 3개 산과의 거리가 제법돼 정상에서 서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행은 안강읍 근계리 가마실~경주 김씨묘~주능선~무릉산 정상(산불초소, 무릉산 중계소)~은진 송씨묘~검단리 달성곡 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종점인 가마실에서 내리면 Y자 두 갈래길. 산죽이 반겨주는 왼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소 축사와 수확이 끝난 들녘, 그리고 감나무 배나무 대추나무가 보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름은 가마실. 정면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오를 무릉산. 파란 물탱크를 지나 무릉농원 팻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은 후 도랑 다리를 지난다. 첫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 한쪽 편엔 한국전쟁때 이 곳 안강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짐작케 해주는 순국군경위령비가 쓸쓸히 서 있고 그 앞으로 양봉함들이 보인다.

지난 추석 무렵 태풍 ‘매미’때 쓰러진 듯한 큰 소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그 밑으로 통과한다. 경주 김씨묘가 보이면 오른쪽 산길을 버리고 묘를 지나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계단모양의 작은 계곡이 나오면 계곡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들머리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보송보송한 낙엽이 융단길을 깔아 놓아 포근하다.
 

파평 윤씨묘 2기를 지나면서 지그재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전체적인 전망은 좋지 않지만 묘지 덕에 확 트인 전망을 가끔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40분쯤 뒤 주능선에 닿는다. 능선 위로 초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다. 이어 네갈래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135도 정도로 크게 돌아 오른다. 가시가 많은 두릅나무와 산딸기나무가 길을 막는다.

싸리나무도 가세해 마치 겨울 속 정글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다. 뚜렷한 길이 안보여 거의 만들다시피 전진한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늦가을 찬 바람에 아랑곳 않고 아직 춤을 추는 억새군을 지나면 곧 무릉산 정상(459m). 정상석은 오간데 없고 산불초소와 그 옆에 홍수예보시설물이 서 있다.

제법 너른 정상이지만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진행방향 오른쪽엔 안강읍내와 그 뒤로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이 잇따라 보이고 반대편인 왼쪽엔 경주시와 운주산 시루봉 토함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불초소와 홍수예보시설물에 노란리본을 묶고 직진하면서 하산길을 잡는다. 갈참나무 등 참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다. 널브러진 잔가지와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각각 ‘뿌지직’ ‘사그락’하며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렇게 1시간20분 정도 걸으면 은진 송씨묘. 여기서 왼쪽으로 난 능선으로 본격 하산한다. 길은 비교적 잘 나 있다. 산행 시작부터 보이던 무덤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줄곧 이어진다. 산을 완전히 벗어날 지점에선 온통 무덤 천지다. 이 곳을 벗어나면 거대 축사가 나오고 이 마을이 검단리 달성골이다.

산행시간이 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은진 송씨묘를 지나 30분 정도 직진하면 덕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길을 택해 덕곡지와 덕고개 마을을 지나 50여분 걸으면 검단1리 마을회관에서 결국 만난다.



# 교통편 - 노포동~경주행 버스 15분 간격 배차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근계행 212번 시내버스는 오전 9시, 11시10분에 있다. 1천원. 날머리인 검단리에서 경주행 216번 시내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30분, 6시20분에 출발하고 요금은 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시외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경주IC~포항 방면~갈림길서 왼쪽길인 안강 현곡 방면으로 가지말고 오른쪽 포항 방면~포항 안강 방면(이상 이정표 기준)~안강으로 가는 고가도로~철길 지나~근계교 지나 좌회전 2번~근계1교~우회전~강변타운 지나 직진~근계리 버스종점 순으로 간다.



# 떠나기전에 - 검단 '탄산 약수터' 둘러볼만


무릉산은 작은 산이다. 안강읍과 경주시를 품에 안은 알려지지 않은 전형적인 근교산이다. 조용한 산, 한적한 산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산행 시간이 다소 짧은 것이 흠이지만 장거리 산행을 원하는 꾼은 덕고개에서 능선을 이어타고 현곡면의 남사리나 안태봉으로 산길을 잡으면 된다.

들머리인 근계는 마을 앞을 흐르는 칠평천의 근원이며 가마실은 마을의 위치가 가마와 같이 산으로 둘러 싸여 붙여진 이름이다. 날머리인 검단리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가마솥과 같다하여 금당으로 불리다가 검단으로 바뀌었다. 검단에는 탄산성분의 약수탕이 있다. 100여년전 가뭄이 심해 우물을 팠더니 청석에서 거품이 섞인 물이 솟는 것을 발견했다 한다. 떫은 맛이 나며 위장병에 좋다 하여 주변 백숙집 등이 덩달아 유명해졌다. 산행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덕고개마을에는 경주 ‘단고사 강단’이 있다. 문화재자료 329호로 병자호란때 의병을 일으켜 경기도 이천 쌍령(雙嶺)전투에서 순절한 낙선당 손종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입력: 2003.11.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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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3> 상주 백화산 한성봉

 
  한성봉 정상을 눈앞에 두고 야생화가 지천에 널린 가운데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우뚝 솟은 암릉길을 걷고 있는 취재팀.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경계에 위치한 백화산은 떠날 때와 하산할 때의 감흥이 정반대인 산이다. 뛰어난 경관에 비해 부산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백화산은 국립지리원 5만분의 1 지형도엔 백화산맥이라고 표기될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날카롭다. 특히 주봉인 한성봉(933m) 부근 암릉길은 이번 산행의 백미이다. 좌우 양쪽이 모두 낭떠러지인 이 곳은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조망으로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단 번에 날리기에 제격이다.



지형적으로 이 곳은 낙동강과 금강이 백화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흐르고 있어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손꼽혔다. 삼국시대에는 이 곳의 득실에 따라 신라 백제 양국의 국운이 좌우됐고, 고려시대에는 몽고의 침입을 물리쳤으며 임진왜란때는 왜구의 침입에 맞선 의병들의 은신처로 사용된 호국의 성지였다.



주능선에 위치한 금돌성은 이 모든 역사의 수레바퀴를 간직한 채 쓸쓸히 백화산을 지키고 있다.

산행은 백화산 주차장~감시초소~보현사~보문골(계곡)~대궐터~보문사터~금돌성~922m봉~한성봉 정상~헬기장~기암(전망대)~이씨 묘~백화정사~반야슈퍼~침수교 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원래 백화산은 주봉인 한성봉을 거쳐 주행봉까지가 종주코스지만 취재팀의 이번 산행은 한성봉에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 또한 매력이 있다. 오를 때는 늦더위를 완전히 잊게하는 계곡산행이고 이후에는 장쾌한 조망으로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지금 시기에 적합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보현사 입구부터 산 정상을 거쳐 하산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야생화 또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상주군 모동면 수봉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길 건너 벽돌집 왼쪽길로 발길을 잡는다. 포도 사과 복숭아밭을 차례로 지나면 정면에 ‘백화산 보현사’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한옥들은 황희 정승의 신위와 영정을 모신 옥동서원이고, 서원 뒤편 작은 봉우리의 정자는 황희가 풍류를 즐겼던 백옥정.



석천(石川)의 범람으로 공사중인 다리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백화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감시초소를 지나 5분이면 보현사. 주변에는 야생화 천지. 덩달아 나비 천국이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갈림길. 작은 팻말이 서있다. ‘직진 용초폭포’ ‘왼쪽 보문사터 2.5㎞’. 왼쪽 좁은 길을 따라 가다 계곡을 건너면 본격 산길. 너덜을 지나면 또 한 번 계곡을 건넌다. 유량이 많을 땐 등산화를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간 힘들더라도 우측 이끼 낀 바위길을 넘어 에돌면 계곡을 지날 수 있다.



계곡이 점차 멀어지면서 두번째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길은 대궐터를 거쳐 보문사터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곧바로 보문사터로 가는 지름길로, 어느 길을 택하든 결국 만난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심한 오르막길이다. 또 갈림길이 나오면 다시 오른쪽 길로 간다. 경사가 점차 심해진다. 곧 대궐터에 닿는다. 신라의 태종무열왕이 머물렀던 곳. 이름과는 달리 터가 좁다. 10여m 떨어진 곳에 평지를 떠받치는 석축 말고는 별다른 유적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돌을 덮고 있는 찢어진 천막. 그 옆으로 샘터가 있다. 보랏빛의 물봉선 등 야생화가 옛 영화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계곡에 물이불어나면 본격산행을 위해이같은 계곡류를 7번이나 건너야 한다.


7분 정도 뒤엔 보문사터. 역시 절 흔적은 오간데 없다. 돌로 쌓은 제단과 돌탑이 보이고 그 옆에 아름드리 당나무가 두그루 서있다. 10m쯤 떨어진 또 하나의 제단을 지나면 모처럼 호젓한 산길. 왼쪽 저 멀리 물소리가 들린다.



쓰러진 지 얼마 안되는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에돌아 가니 주변엔 크고 작은 쓰러진 나무가 많이 보인다. 25분 정도 걸으면 금돌성. ‘포성봉 정상 1.7㎞’ 팻말이 서있다. 금돌성은 신라때 김흠이 쌓은 포곡식 석성으로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격전을 벌였으며 무열왕(김춘추)도 친히 이 성을 찾아 신라군을 독려했다. 지금은 80m만 복원돼 있다.



산성벽을 따라 숲속을 5분 정도 걷자 곧 전망이 트인 암부가 나온다. 왼쪽에는 들머리였던 석천 다리공사 현장이 보인다. 20분 걸으면 광대한 조망이 펼쳐지는 무명봉. 사방에 거칠 것이 하나도 없다. 왼쪽은 경북 상주, 오른쪽은 충북 영동. 오른쪽 뒤로 멀리서부터 속리산 구병산 팔음산 등 명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왼쪽 코 앞에는 922m봉이 손짓한다. 한성봉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이 솟은 암릉길은 기어가야할 정도로 오금을 저리게 한다.

 
  금돌성. 신라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지금은80m만 복원돼 있다.


922m봉을 지나 15분쯤 후면 마침내 정상. 널따란 공간이 있지만 잡목으로 시야가 가려져 있다. 그래도 잡목 사이로 정남 방향에 황악산이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2개의 정상석에 각각 ‘백화산’ ‘포성봉’이라고 적혀있지만 정확한 표기는 한성봉(漢城峰).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백화산의 주봉은 한성봉. 고려때 몽고군이 침입, 백화산 저승골에서 대패해 한탄한 데서 한성봉(恨城峰)으로 부르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성봉(漢城峰)으로 변했으며, 포성봉(捕城峰)은 일제때 우리나라의 국운을 꺾을 목적으로 금돌성을 포획한다는 뜻에서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때문에 하루빨리 정상석을 한성봉(漢城峰)으로 고쳐야겠다.

직진하면 주행봉 방향이므로 하산은 반야사 방향인 왼쪽으로 내려선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을 택하고 두번째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 길로 내려선다. 왼쪽 길 정면 큰 바위에 붉은색 페인트로 ‘반야사’라고 적힌 곳을 택하면 계곡을 거쳐 반야사로 가는 길이므로 피하자. 40분 뒤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 반야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기암인 전망대를 지나면 ‘하산길 큰길 100m’ 안내판이 나무에 꽂혀 있다.
반야사 스님의 수도처인 백화정사를 지나 오른쪽 무선기지국 방향으로 내려서면 시멘트 다리와 반야슈퍼, 잠수교가 잇따라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15분 거리 1시간에 '맨발 산행'도 묘미 ]

근교산 취재팀이 맨발로 산행을 한 까닭은?

백화산 한성봉을 찾은 날은 지난 21일 오전.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이 곳에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다가 오전 7시께 그쳤다.



들머리인 보현사 입구에서 만난 백화산 관리인 곽모씨는 취재팀을 보자마자 “비가 많이 와 본격 산행을 하기 위해선 물이 무릎까지 닿는 계곡을 6개나 건너야 한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산행을 만류했다.



그래도 올라가야하는 것이 취재팀의 업무 아닌가.



보현사를 지나자 곧 듣던대로 계곡과 만났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최대한 올린 후 계곡을 겨우 건넜다. 물살이 예상보다 셌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고 150여m를 걸으니 또 계곡이 나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계곡을 건넜다. 그리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었다.



한 번 더 이 일이 반복되자 취재팀은 곧 계곡이 다시 나올 것을 예상하며 맨발로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음 계곡까지 거리가 제법 멀었다. 발바닥이 매우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다시 등산화를 신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손바닥 크기의 돌을 밟을 때는 오히려 지압효과로 시원함도 느꼈고 물에 잠긴 점토질 토양에 발을 얹었을 땐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흙의 순수함에 마냥 편안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기고 속도도 점차 빨리지는 등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기에다 계곡까지 닿으니 신이 났다.



그러나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등산화를 신은 채 계곡 속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두사람의 맨발산행은 계속됐다. 마지막 계곡은 물살이 너무 세 위쪽으로 20m 전진한 후 건넜더니 다시 작은 계곡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취재팀은 본격 산행을 위해 7개의 계곡을 건넜다. 15분 걸릴 거리를 1시간에 걸쳐 닿았다.

 
  백화산 한성봉에 오르는 길은 뭐니뭐니해도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조망이 압권이다. 922m봉에서 본 충북 영동지역의 전경. 산 밑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인상적이다.


27일 오전 백화산 관리인과 다시 통화를 했다. 비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에 맨발산행은 어떨까. 자신이 없을 경우 실내화 같은 얇은 운동화를 준비하면 계곡을 건너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 이흥곤기자







[교통편]



이번 산행은 열차로 충북 영동군 황간역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로 도경계인 오도재를 지나 들머리인 경북 상주시 모동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황간역에 정차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15분, 10시45분, 낮 12시45분, 오후 2시12분 등 하루 4차례. 9천5백원(주말요금 1만1천2백원). 황간버스정류장에서 화령방면 버스를 타고 들머리 입구인 수봉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7시30분, 8시35분, 9시30분, 11시, 낮 12시20분. 750원. 황간버스정류장은 황간역에서 왼쪽으로 나와 큰 도로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7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황간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들머리인 보현사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다. 1만1천원 안팎.



날머리인 반야사 입구에서 우매리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0여분 걸린다. 이 곳에서 황간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40분, 7시30분에 있다. 750원. 황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막차는 오후 5시57분이다. 오후 5시40분 버스를 타면 황간역까지 5~6분 걸리므로 오후 5시57분 무궁화호 열차시간에 댈 수 있다. 오후 7시30분 버스를 탈 경우에는 황간역에서 내리지 말고 김천(2천5백원)에서 내려 식사 후 밤 9시18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이럴 경우 부산역에서 마지막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반야사 입구에서 시간 절약을 위해 택시(043-742-4242, 4267)를 부르면 편리하다. 황간역까지 1만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황간IC에서 빠져나와 좌회전 직후 곧바로 우회전 한 후 ‘상주 모동’ 방면의 49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된다. 25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 보현사 입구에서 날머리 반야사 입구까지는 10여분 걸린다. 우매리버스정류장에서 오후 4시5분, 5시45분께 들머리인 수봉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 떠나기전에 ]



백화산은 한성봉과 주행봉으로 나눌 수 있다. 영동 황간과 상주 모동면을 가르는 경계로 속리산 구병산과 함께 상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산 전체가 티없이 맑고 밝다’는 뜻의 백화산은 석천을 끼고 세심석 명경대 병풍바위 저승골 전투갱변 난가벽 부처굴 등의 절경과 고려조 음악가인 임천석이 불사이군의 충절로 투신했다는 임천석대가 있다. 황희 정승의 옥동서원과 백옥정 용초 용수폭포 보현사 반야사 등 이야기로 가득한 전설의 산이다. 반야사는 세조가 문수동자의 인도로 반야사 뒤 명경대 아래 영천(靈泉)에서 목욕후 피부병이 나았다는 설화가 전하는 곳이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산으로 강력 추천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8.27 20:39 / 수정: 2007.08.21 오후 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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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9> 내연산 매봉~향로봉

 
  내연산 산행 날머리에서 만나는 하옥계곡.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옥교(옛 향로교)에서 바라본 비취색 물빛과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비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여름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계곡산행. 등줄기를 따라 연신 흘러내리는 땀이 이내 속옷까지 적신다. 연신 물을 들이켜 보지만 해갈의 순간도 잠시. 비라도 세차게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 때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배낭을 팽개치고 한걸음에 뛰어가 머리를 물속에 푸욱 처박는다. 잠시후 발이라도 담글 양이면 온 몸에 짜릿하게 흐르는 전율,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가 아니런가.

경북 포항의 내연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보경사와 12폭포.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은 아니지만 쌍생폭을 시작으로 삼보폭 관음폭 연산폭에 이르는 폭포들의 장쾌한 도열은 계곡산행의 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코스를 2년전 소개한 취재팀은 내연산의 또 다른 비경을 찾아 포항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산행 도중 폭포를 만날 수 없다. 그러나 날머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하옥계곡은 비취색의 물빛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이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특히 기암괴석을 덮고 있는 두터운 초록이끼와 낭떠러지에 도도히 서있는 소나무는 왜 이곳 지명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사는 곳’이라는 뜻의 둔세동(遁世洞)인지 절로 실감나게 한다.

내연산은 울진 통고산, 영덕 백암산, 청송 왕거암으로 내려오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동해 바닷가 쪽으로 벗어나 또아리를 튼 산. 평균 해발 500m 이상인 고산지대인데다 희귀수종 보존을 위해 지난 2001년 9월 수목원을 조성해 더욱 유명해졌다. 내연산은 매봉(응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산 천령산(우척봉) 삿갓봉으로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행은 내연산수목원~삿갓봉~샘재~매봉~향로봉~하옥교(옛 향로교)로 이어지는 11㎞ 정도의 코스이고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비교적 잘 나 있어 길 찾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들머리는 샘재인 내연산수목원. 68번 지방도를 타고 오다 ‘청하면’(뒷면엔 죽장면) ‘낙석위험지역’ 안내판이 연이어 나타나면 멈춘다. ‘낙석…’ 안내판 길 건너편으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 수로를 따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불초소와 잇단 그루터기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10여분 걸으면 ‘삿갓봉’(716m) 이정표가 보이고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이다. 올라온 길에서 정면에 천령산이, 왼쪽으로 향로봉 매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저 멀리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하산한다. 갈림길의 봉우리에서 오른쪽 능선의 내리막길을 타고 간다. 월성김씨 묘를 지나면 수목원. 길 왼쪽에는 벤치가 쉬었다 가라고 유혹하고, 그 뒤로 ‘꾸지나무’ ‘섬쑥부쟁이’ 등 각종 나무와 풀 이름이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그 사이로 보도블록이 쌓여있는 등 수목원은 한창 공사중이다. 고산식물원 안내판도 보인다.

우측 ‘등산로’ 팻말이 적힌 길로 오른다. 팻말에 따르면 이곳은 샘재이고 매봉과 향로봉은 각각 0.9㎞, 6.9㎞ 남았다. 주황색의 하늘나리꽃이 자주 보인다. 겉모양은 닮았지만 참나리와는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있어 하늘나리다. 산행내내 잊을라 하면 나타나 무료함을 달래준다.

보도블록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내연산 매봉(816m). 정상석이 없으면 누가 정상이라 하리요. 계속 직진한다. 왼쪽에는 괘령산과 비학산이 보인다.

이제부터 전형적인 호젓한 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지그재그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길이다. 능선 자체가 크게 우측으로 휘어져 있는 점도 참조하자.

하늘나리와 함께 노란 원추리꽃과 흰 까치수염꽃도 산꾼들의 친구. 산철쭉과 진달래도 도열하고 있어 봄에 오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꽃밭등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시명리로 가는 갈림길에서 200m 올라서면 향로봉(930m) 정상. 매봉에서 2시간 정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이처럼 편안한 산길도 없다. 헬기장인 정상에는 어른 덩치보다 훨씬 큰 정상석이 서 있다. 그 오른쪽에는 뜻밖에도 무덤이 있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거칠 게 없다. 월포리 바닷가의 하얀 포말이 선명하고 코 앞에 천련산이 내려다 보인다. 그 오른편으로 삿갓봉 매봉이 이어져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울창한 내연산 숲속을 거닐고 있는 부산의 산꾼들.

하산은 반대방향. ‘죽장하옥 4.5㎞’라고 적힌 이정표 방향으로 향한다. 15분 후 갈림길. 날머리인 향로교까지 3㎞라고 적힌 왼쪽 내리막길을 택한다. 흰색의 까치수염 군락지와 밧줄이 놓인 구간을 지나 1시간20분 정도 내려오면 비포장 923번 지방도를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하옥교(옛 향로교)~상옥을 지나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 오른쪽으로 가면 하옥 방향. 하옥교 일대의 하옥계곡은 산행후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니 쉬어가자.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솔숲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떠나기전에'

포항시 최북단인 죽장면과 청하면 송라면, 영덕군 남정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은 주능선의 길이가 24㎞일 정도로 방대하다. 보경사 계곡의 12폭포와 내연산 일원은 근교산에서도 여러번 다루었다. 향로봉을 중심으로 천령산~삿갓봉, 향로봉~삼지봉~문수봉~보경사, 괘령산~비학산 코스 등이 바로 그것으로 지금도 산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샘재는 고갯마루에 샘이 있다. 이 샘은 상옥에서 청하를 넘는 민초들에게 휴식처가 되었으며 영덕군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능선은 짙은 수림의 바다로 이어지고 하옥계곡으로 내려서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계곡은 솔밭과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는 적격이다. 하지만 비포장인데다 휴가기간에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시내버스가 하옥리 종점까지 운행하지 못하고 상옥리까지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하옥교에서 상옥리까지 3.6㎞를 걷는 수고를 해야 한다. 향로교의 다리는 새로 놓아 하옥교로 바뀌었으므로 혼동이 없기를.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천8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 건물인 포항시내버스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까지는 오전 10시15분 하옥행 시내버스를 탄다. 2천6백원. 산행 날머리인 하옥교에서 포항시내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3천1백원.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포항 영덕 방면으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좌회전, 925번 지방도로로 바꿔 탄다. 이어 내연산수목원 방향으로 우회전, 6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면 내연산수목원과 청하면·죽장면 경계가 잇따라 나온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7.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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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5> 김천 황악산

 
황악산(1,111m)은 백두대간 줄기가 추풍령에 이르러 잠시 주춤하다가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의 경계에서 다시 솟구친 전형적인 육산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남한 땅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황악산 하면 직지사가 연상될 만큼 불가분의 관계인 이곳은 강화도 마니산, 태백산 문수봉, 오대산 적멸보궁과 함께 ‘기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생기처(生氣處)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황악산은 ‘다친 산짐승들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곳’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황악산은 유달리 새가 많았다. 아니 새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친 새들이 날아와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인지 아니면 고통을 이겨낸 환희의 합창인지 하여간 산행 도중 숲은 물론 계곡 주변까지 그들의 천국인양 다양한 울림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서인지 직접 마주치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바위 틈인지 뻥뚫린 고목나무인지 그들만의 요새나 보금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행은 직지사에서 출발해 능여계곡~주능선~백운봉~전망대~헬기장(2개)~황악산 정상 비로봉~형제봉~신선봉~부도비~능여계곡을 거쳐 직지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대략 6시간쯤 걸린다.

산세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마을 뒷산 오르듯 두루뭉술하지만 막상 걸어보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워낙 유명한 산이라 등산안내도가 잘 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 직지사 산문에 걸린 현판 내용이다. 진한 마한 변한의 삼한에서 가장 큰 고을로 한때 삼한대처(三韓大處)라 불렸던 김천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만세교를 지나면 왼쪽은 등산로, 오른쪽은 절로 가는 길. 등산로 방향으로 발걸음을 정한다. 황악교를 지나면서 계곡의 물소리가 거세진다. 오른편 잣나무 숲엔 열매가 가득하고 한창인 밤꽃내음이 코에 강하게 와닿는다.

 

직지사가 자랑하는 국제불교회관인 만덕전을 지나면 황악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4.4㎞. 보궁명적암, 중암, 백련암 입구를 지나면 다시 갈림길. 오른쪽이 운수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등산로.

포근하고 울창한 숲길이다. 경사가 심해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 주변엔 산죽이 푸르다. 좀 이른 느낌이 들지만 매미소리가 저멀리 들린다. 반가웠다.

등줄기엔 땀이 흥건히 젖었지만 새소리 매미소리와 산세를 즐기다보니 어언 30여분. 주능선이다. 네개의 벤치가 있으니 호흡을 가다듬자. 정상까지 약 2.3㎞. 여기서부터 백두대간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궤방령을 지나 추풍령이고 왼쪽으로 가면 황악산~삼도봉~덕유산을 거쳐 백두대간의 종점인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편안한 능선길. 연신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백운봉을 지나 20여분후엔 오른쪽 1시 방향으로 비로봉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펑퍼짐한 육산인줄 알았지만 바윗길이 보이고 이어 전망대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나타난다. 곧이어 작은 돌탑이 나오고 두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곧바로 정상. 썩 좋은 조망이 아닌데다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주변 경관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지만 서쪽으로 민주지산, 남쪽으로 수도산 가야산, 동으로 금오산, 북으로는 포성봉이 포진해 있다.

하산은 오던 길에서 직진한다. 5분후 왼쪽에 전망대. 정면에 저멀리 직지사가, 발아래 능여계곡이 보인다. 주변엔 홀아비솟대나물과 떡치나물이 널려있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직지사와 능여계곡으로 가는 길. 직진한다. 15분 후 형제봉에 다다른다. 딱히 알리는 표시는 없지만 오른편 저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충북 영동 땅이다. 이 능선이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셈.

6, 7분 더 땀을 내면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면 바람재.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면 이곳으로 가야한다. 이번 산행에선 왼쪽 신선봉을 향한다. 10분 정도 걷다보면 나무 사이로 바람재가 자세히 보인다. 200m 뒤에 또 갈림길. 계속 직진한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20분쯤 후 또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 길은 잘린 소나무가 길을 막고 누워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10여분 정도는 급경사 구간이니 조심하자. 동시에 나비들의 집단 서식지인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단의 나비들이 날갯짓을 한다. 또 한번의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주변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여분간의 이 구간은 삼림욕장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

 
  동국제일가람인 직지사를 품고 있는 황악산은 예로부터 다친 산짐승들의 생기처로 알려져있어 유난히 새가 많다. 정상인 비로봉 앞100m 지점 산꾼들의 표정이밝다. 사진 아래쪽은 직지사 산문.

조금 더 내려오면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과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오른쪽에 부도 3기가 나란히 서 있다. 이곳을 지나면 물소리가 점차 커지며 삼거리길. 우측으로 150m 내려가면 또 부도 2기. 왼쪽엔 능여계곡.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가 늘어서 탄성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물에 발을 담가 시원함을 느끼고 싶겠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므로 유의할 것. 7, 8분 후엔 본격 산행을 위해 지났던 시멘트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직지사 입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떠나기전에'

황악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김천의 진산이다. 김천의 산을 논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명산으로 그 유명한 직지사를 품고 있다. 직지사라는 절 이름은 능여스님이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량한 데서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온다. 조선시대에 학조(學祖)가 주지로 있었고 사명당 유정(惟政)이 여기서 승려가 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구려의 아도(阿道)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며, 신라 눌지왕 2년 418년에 묵호자(墨胡子)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도리사(桃李寺)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한다. 경내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319호) 대웅전 앞 3층석탑(보물 606호) 비로전 앞 3층석탑(보물 607호) 대웅전 삼존불 탱화 3폭(보물 670호) 청풍료(淸風寮)앞 3층석탑(보물 1186호)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황악산의 황(黃)은 중앙, 중심이란 뜻이며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三道)에 걸쳐 있다. 학이 많아 황학산(黃鶴山)이라고도 불렸지만 옛 문헌에는 이상하게도 황악산이라고 표기돼 있다. 산행 들머리인 매표소를 지나면 만세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전 왼쪽에 있는 직지사 약수정은 한국의 5대 명수로 물맛이 담백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꼭 들러 물맛을 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경부선 새마을 호나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새마을호의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6시, 11시에 있고 돌아올 땐 김천역에서 오후 4시5분, 8시33분에 출발한다. 1만4천4백원(주말요금 기준).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부터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막차는 밤 9시37분. 주말 9천8백원.

김천역에서 직지사로 가는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보통 25분 걸린다. 111, 11번으로 요금은 시내버스 800원, 좌석버스 1천1백50원. 부산에서 김천으로 가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우회전하면 영동 대전간 국도를 따라간다. 덕천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굴다리를 지나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6.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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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3> 경북 고령 만대산

 
경북 고령의 만대산(688.1m)은 전인미답의 땅이다.

산꾼들조차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 국내 산하를 소개하는 이름깨나 있는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이름인 강원도 원주와 횡성군 그리고 전남 해남의 만대산은 산꾼들의 땀이 밴 족적이 역력하지만 고령의 만대산은 그 흔한 산행기조차 하나 없다. 혹 뭔가 있다면 고령 신(申)씨의 세덕비와 재실(齋室)이 만대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뿐.

맑고 푸른 기운이 가득한 전형적인 우리의 산하지만 마을사람들 말고는 산행다운 산행이 이뤄지지 않은 만대산.

마을 촌로가 전하는 만대산은 이랬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멧돼지와 청설모 등 야생동물의 천국. 20, 30년전에는 산 전체가 진달래 천지였는데 근래에는 나무들이 많이 자라 예전만은 못하며 멧돼지와 청설모는 애써 가꾼 농작물을 마구 파헤쳐 마을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

근교산팀의 만대산에 대한 첫 인상은 ‘두 얼굴을 가진 산’이었다. 올라갈 땐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길 찾기가 어렵고 잡목과 풀 넝쿨이 산길을 가로막고 있는 원시 그대로의 산이지만 하산할 땐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한 가운데 수십 수백년된 전나무 느티나무 등이 뻗어있어 산행의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준다.

산행은 보상사~장흥 고씨 묘 등 공동묘지~안부~헬기장~만대산 정상~매화재~산속 웅덩이~고령 신씨 세덕비를 거쳐 다시 보상사 앞에 이르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쌍림면 산주리 산골마을은 한 눈에 이곳이 옛 고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500년생 은행나무가 마을 수호신으로 떡하니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길 왼편엔 산기슭 마을이지만 계단식논인 다랑논이 친근감을 더해준다.

시멘트길을 계속 오르면 보상사 입구 팻말이 나온다. 이곳으로 직진. 주차장을 지나 경내에 들어간다. 산행 들머리이기도 하지만 볼거리가 하나 있기 때문. 경내 한가운데 향나무도 그렇지만 대웅전 앞의 용왕당이 우선 시선을 모은다. 거북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놓고 그곳에 단을 만들어 오가는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게 마련했다. 돌 끄트머리에 인위적으로 굵게 덧칠을 해놓은 것처럼 아주 신기하다.

산문에서 향나무를 지나 요사채의 부엌 왼쪽에 장독대가 있다. 이곳을 들머리로 산길로 직진한다. 물마른 도랑을 지나 오른쪽으로 향한다. 20m쯤 올라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넓은 임도인데 묘지로 가는 길이다. 또 갈림길. 왼쪽 임도를 택해 올라가면 8기의 공동묘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장흥 고씨 묘를 지나 본격 산길로 오른다.
 


이제부터 안부에 도달하기까지 1시간30여분 동안은 길 찾기가 매우 어렵다. 길이 아예 안보이는데다 잡목과 넝쿨이 산행을 어렵게 해 체력소모가 매우 심하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지만 옻나무가 많아 긴 옷은 필수다. 날파리는 왜 이리도 눈 앞에서 윙윙거리는지 하여튼 최악의 산행조건이다.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 7, 8분 후에는 갈림길. 제법 큰 산벚나무가 있으니 참고하자. 왼쪽 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대략 40여분간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 마치 산속에서 미로찾기 게임을 하듯 숲을 헤치고 전진한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없기에 근교산팀 노란 리본을 확인하며 능선을 탄다는 생각으로 오르자.

급한 오르막으로 미끄러짐과 보이지 않는 발 밑의 지형에 조심하자. 주변 큰 나무에 가려 말라죽은 진달래가 아예 길을 막고 있다. 이를 지나면 갈색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15분 정도 모처럼 편안한 산길을 걸으면 안부에 닿는다. 이제서야 파란하늘이 보이면서 숨통이 트인다. 다시 오르막길. 오르막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길이 넓다. 6, 7분 후엔 길에 바위가 보이고 다시 7분 뒤면 헬기장.

직진한다. 헬기장부터는 산행 초입과는 달리 바람도 잘 통하고 걷기가 편하다. 이렇게 20분 정도 걸으면 눈앞에 정상이 보이고 길 오른쪽엔 오도산 두무산 비계산 별유산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15분 후 쯤엔 정상. 팻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한쪽 편에는 태양광을 사용한 용도가 불확실한 안테나가 서 있다.

 
  산행 들머리인 보상사 경내 대웅전 앞의 용왕당. 거북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놓고 단을 만들어 오가는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게 마련했다.

나무에 가려 조망은 약간 가려져 있다. 그래도 남서쪽엔 황매산과 그 앞쪽 금성산 악견산 허굴산 논덕산이, 남쪽엔 대암산에서 미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져 있고 북쪽엔 미숭산, 북서쪽엔 가야산이 보인다.

하산은 안테나 옆으로 내려선다. 길가엔 망개나무 열매도 맺혀있다. 인상적인 싸리나무 숲길을 오랫동안 걸으면 갈림길. 토곡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왼쪽길을 택한다. 계속되는 길의 이어짐.


또 한번의 갈림길이 나오면 직진. 왼쪽으로 가면 합천 방향. 주변에 산딸기가 많이 널려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체하지 말자. 앞으로 40, 50분 정도는 길 양편에 산딸기나무의 연속이니까. 뒷사람을 위해 맛만 보고 남겨두자.

직진능선을 타면 뚜렷한 산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오른편에 웅덩이가 보이면 그쪽으로 내려서자. 이때부터 길 오른편엔 냇물이 흐르고 산딸기가 지천이다. 하지만 길에는 돌부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으니 조심하자. 확 트인 조망에 오른편 산쪽에는 20m가 족히 될 전나무가 솟아있다. 어쩜, 같은 산이지만 오를 때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산길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딸기.

 종착지는 고령 신씨 시조 세덕비(世德碑). 곧바로 보상사 쪽으로 내려가도 좋고, 10분 거리인 고령 신씨 재실을 구경해도 좋다.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보상사를 지나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 이흥곤기자


'교통편'

고령에 가려면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50분. 8천6백원. 1시간50분 걸린다. 현풍에서 한번 정차하니 유의할 것.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산주리 산골마을까지 군내버스(300번)는 오전 8시, 9시30분, 11시30분에 있다. 종점에서 하차. 1천2백원. 9시30분 버스를 놓치면 신촌행 오전 10시30분 버스를 탄 후 신촌교에서 내려 1㎞ 정도 걸으면 된다. 반드시 오전 7시 버스를 타야 9시30분 버스와 연결된다. 산주리 산골마을에서 고령시외버스정류장까지 버스는 오후 4시, 6시, 7시40분에 있다.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55분, 6시45분, 7시1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달리다 구마고속도로로 들어선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고령IC에서 빠져나온다. 26번 도로를 따라 합천 거창 방면 이정표를 보고 달린다. 쌍림면 면소재지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26번 거창 묘산 야로 방향을 택한다. 백산리 하차리를 지나면 경남 경북 경계점인 안내도가 나온다. 이내 왼쪽으로 산주리 고령 신씨 시조를 알리는 커다란 돌비석이 서 있다. 그 길로 들어선다. 산주교를 지나면 산골마을이다. 보상사앞에 주차장이 있다.

/ 이흥곤기자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산골마을의 500년생은행나무.

'떠나기 전에'

만대산은 합천군과 고령군의 경계에 위치한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이다. 잡목과 수풀에 가려 흔적만을 더듬고 오르는 깨끗한 산이다. 전국 8대 명당으로 꼽히는 이곳 만대산 품안에는 고령 신(申)씨 시조의 묘가 있으며 한창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고령 신씨의 재실이 있는 곳은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등잔설. 바로 밑은 어둡지만 멀리 불을 밝히기 때문에 고령 신씨 후손들은 외지에 살고 있고 고령, 특히 산주리에는 한사람도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들머리인 산주리 산골마을은 산곡(山谷) 산주(山州), 만대산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이라하여 산골 또는 산곡이라고도 불린다. 고령군내에서는 유일하게 동, 리를 사용하지 않고 고을 주(州)자를 사용하여 산주리라 부른다. 이는 옛날 적화현이 야로면 중심으로 되어 있었는데 신라와 백제의 전쟁으로 잠시 산주로 적화현이 옮겨져 산주로 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산주리 밑 마을인 객기마는 옛날 난리를 피하기 위하여 객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객기(客基)마을 혹은 객기마로 됐다. 산골마을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어 아랫마을, 아랫마가 되었다 한다. 고령IC를 빠져나오면 쌍림면 안림리. 이곳은 딸기로 유명하다. 그 맛을 인정받아 일본에 수출까지 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식수는 보상사에서 미리 준비하자. 옻나무가 많기 때문에 긴팔과 긴바지는 필수.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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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주시 산내면에 걸쳐있는 옹강산(831.8m)은 산꾼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게 닿은 산이다. 산깨나 탄다고 차저하는 산꾼들도 이름만 겨우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이다. 부산 경남 산꾼들이 주말이면 가장 즐겨찾는 영남알프스를 언급할 때면 거기에 묻혀 이따금씩 언급될 정도로 산꾼들의 관심 밖이었다.

옹강산은 해발 1천m급 영남알프스 산군의 북쪽에 이웃하고 있다. 북적되는 남녘의 영남알프스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던 옹강산은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때묻지 않아 원시의 깨끗함과 풋풋함을 그대로 간직한 미답의 산이다.

옹강산의 언론 데뷔는 5, 6년 전 국제신문 근교산팀에 의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마을 촌로의 한마디.

“10여년 전만 해도 산이 험하고 길이 없어 우리들도 잘 안올라갔제. 근데 부산의 무슨 신문사에서 와서 노란 리본을 달고 간 이후부터는 도시의 등산객들이 가끔 보이고 사람들이 자주 다녀 이제는 길이 나 있제.”

운문호를 조망해보는 옹강산 서남쪽 산행이 그 전의 코스라면 이번 코스는 ‘불고기 마을’로 유명한 경주 산내면을 지나 옹강산의 북동쪽에서 출발해 옹강산으로 치고 올라오는 코스를 택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개척산행이다.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마당에 활짝 핀 모란과 수국이 산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오르내릴 때 산길이 비교적 험한데다 능선길마저도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만만찮다. 군데군데 길도 끊어져 있어 체력소모 또한 대단하다.

산행은 경주 산내면 일부리 심원사에서 출발해 전망대~산내읍으로 향하는 삼거리길~도수골만디~까끌바위봉~삼계리재~옹강산 정상~삼거리 갈림길을 거쳐 심원소류지(저수지) 북쪽 도로까지. 대략 6시간30분 걸린다. 날머리에서 들머리 심원사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걸려 원점회귀 산행으로 봐도 무방하다.

산행은 심원사앞 다리를 지나 산문 오른쪽으로 난 길에서 출발한다. 산문 옆에 수국이 만개해 있다. 오른쪽엔 고추 모종을 심은 밭이다. 50m쯤 걸었을까. 왼쪽에는 나중에 사용할 고추대가 2m 간격으로 두 뭉치로 나눠져 있다. 그 사이로 오른다. 본격 산길이다. 곧 추어탕의 재료인 지피나무 잎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비가 그친 직후라 오른쪽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은 비갠 후 시골길의 풍경을 묘사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도입부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5분 후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이 더 넓어 일반적인 산행로 같지만 직진한다. 산길의 상태로 보아 최근 사람이 다니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능선까지의 오르막길은 길이라고 자신있게 확신할만한 구간이 거의 없다. 뻗어나온 나뭇가지와 잡목은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다. 체력소모가 여간 크지 않다. 결과론적이지만 정글에서 넝쿨을 헤칠 때 사용하는 칼이 있었으면 큰 도움이 될 법했다.

30분 정도 이같은 고행(?)을 반복하다 보면 숯을 구웠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마터가 나온다. 주변 바닥엔 작은 숯 조각이 널려있다. 낙엽 또한 발목 깊이 이상으로 푹푹 빠진다.

5분 후엔 너덜지대. 길 옆에는 산철쭉이 반긴다. 15분 쯤 후에도 또 너덜지대. 이 곳을 지나면 봄나물 천지. 우산나물 취나물 고사리와 일부 두릅나무. 채식주의자는 반드시 나물주머니를 별도로 준비하자.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마당에 활짝 핀 모란과 수국이 산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두번째 너덜지대를 지나면 길 찾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지형지물도 없기에 국제신문 노란리본을 반드시 확인하자.

이렇게 1시간40분 정도 땀을 내고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 올라도 조망은 주변 나무에 가려 좋지 못하다. 능선길도 평탄한 길이 못된다. 길만 나 있을 뿐 나뭇가지를 치고 전진해야 한다.

10여분 후 이번 산행의 첫 전망대가 나온다. 건너편 가까이에 방매산이 보이고 고개돌려 남서쪽으로 향하면 우리가 오를 옹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25분, 방매산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난다. 이후 헬기장인지 묘지터인지 알 수 없는 넉넉한 평지가 모처럼 나온다. 이제부터 내리막길과 평길 오르막의 연속.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이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

두번째 전망대는 15분쯤 뒤에 나온다. 왼쪽 뒤엔 문복산이, 정면에는 까끌바위봉이, 그 뒤에는 청도 귀바위가 시야에 잡히고 중앙 제일 뒤쪽엔 영남알프스 운문산과 그 옆으로 범봉 억산 사자봉 구만산쪽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제일 오른쪽에 옹강산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옹강산은 여름에 오면 좋으리라. 하늘과 맞닿은 능선길이 아니라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기에.

전망대에서 30분쯤 뒤에 방금 왔던 능선과 다른 새 능선으로 갈아탄다. 이때 왼쪽으로 가면 산내면이니 유의하자. 정면엔 백운산이, 그 우측으로 고헌산이 이어진다.

오른쪽 능선을 탄다. 유의해야할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온다. 남쪽인 왼쪽으로 난 문복산 길을 조심하자. 삼계리 혹은 옹강산 방면인 오른쪽길을 택한다. 지금 산꾼들은 운문령에서 차를 내려 문복산~옹강산 코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면 까끌바위봉을 지난다. 봉우리를 알리는 입석은 없지만 이곳을 지나면서 능선이 왼쪽으로 크게 꺾여 내려간다. 2, 3분 지났을까 무심코 왼쪽을 쳐다보니 문복산이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성큼 다가와 있다.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새 볼거리가 이쯤에서 등장한다. 바로 홍송이다. 처음엔 나홀로 멋진 자태를 뽐내더니 이후 2~3그루가 연달아 줄지어 나오면서 1시간 가량 띄엄띄엄 홍송이 산행길 왼쪽에서 반긴다. 홍송의 자태를 보는 재미로 걷다보면 안부인 삼계리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왼쪽은 삼계리 방향이다. 이곳에서 옹강산 정상까지는 50분 정도. 정상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다. 오히려 정상에 앞서 만나는 전망대에서 풍광을 만끽하자.

하산은 정상에서 왔던 길로 6분 정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을 택하자. 오른쪽 길은 방금 왔던 길.

하산길도 그리 쉽지가 않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헤쳐나오기가 만만찮다. 도로로 나오려면 족히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여기서 심원소류지를 지나 심원사 주차장까지는 14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교통편 >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을 첫차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1시간10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내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 9시45분, 11시45분에 있다. 산내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까지 개인택시를 이용하면 1만5천원. (054)751-4140

경주에서 산내까지 좌석버스는 오전 7시30분, 8시23분, 9시5분, 9시41분, 10시53분, 11시05, 11시50분에 출발한다. 1천9백원. 경주에서 산행 초입 마을인 일부리까지는 낮 12시24분, 오후 4시24분에 있다. 일부리에서 산내 경주쪽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지금은 마을 다리 공사 때문에 원래 종점인 일부리 마을회관이 아니라 당산나무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빠져나와 석남사 방향 24번 국도를 탄다. 경주와 갈라지는 둥근정삼거리에서 경주방향으로 길을 택한다. 산내 불고기 단지를 지나 산내네거리에서 청도 운문 방향 20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외칠리 입구(큰 간판은 일부양어장 낚시터가든)에서 좌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좌회전, 심원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진입하면 외칠2리 새마을회관을 지나며 이후부터 심원사까지는 외길이다. 비포장도로가 나오므로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떠나기전에 >

경주시 산내면의 옹강산은 일부리를 에워싸고 있다. ‘아부터’ 또는 ‘일부’라 불렀는데 심천리(深川里)를 통합하여 부르고 있다. 약 300년전 밀양 박씨의 문용(文溶)이라는 사람이 마을을 개척하였다 하며 하루에 한집씩 부자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해서 일부(日富), 일비라 부르게 되었다.

들머리인 심천동은 옹강산에서 신원리에 이르는 골짜기가 길다는 뜻이다. 인근 마을 중에서 해가 제일 늦게 지고 마치 해를 공중에 매달아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부르는 ‘괘일’, 골짜기가 자처럼 길다랗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장척’(長尺) 등 긴 골짜기를 두고 지어진 이름이다. 외칠리에서 심원사까지는 10km의 먼길로 지금 골짜기 안에는 수해로 인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오지로 교통이 매우 불편하지만 심원지에 비쳐지는 옹강산, 도수골만디, 심원사의 그림 같은 풍경이 충분히 보상을 해 줄것이다.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며 심원사 뒤 산길에 유의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5.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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