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34> 부산 달음산~아홉산

지척에 名山이 숨어있었구나!

울창한 숲…살아있는 생태계
보석같은 산길…탁트인 조망
초보 · 전문 산꾼 누구나 매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장1경으로 손꼽히는 달음산의 근육질의 암릉(왼쪽)과 달음산 정상.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올초 설연휴 가족산행지로 회동수원지를 끼고 있는 아홉산을 소개한 후 예상치 못한 독자들의 호응에 적잖이 놀랐다. 문의전화는 기본이고 최근까지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에 이에 대한 의견개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산이다", “금정산 등 도심의 산 대신에 이참에 기장 지역의 산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으면 좋겠다", “웅천 아홉산과 회동 아홉산의 이름이 같아 헷갈리니 둘 중 하나를 이참에 구봉산으로 불렀으면 한다" 등등. 한 애독자는 아예 “치마산(함박산) 천마산 아홉산을 잇는 종주코스를 한 번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취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우선 멀지 않으면서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고, 무엇보다 능선을 내달리며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웬만한 산에선 보기 힘든 명장면이라 어쩌면 당연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전에 소개한 거문산~철마산 코스에서 약간 더 바닷가 쪽으로 옮겨봤다. 바로 ‘기장 1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새벽빛을 받는다는 달음산에서 출발, 천마 치마산을 거쳐 ‘회동 아홉산’과 이름이 같은 ‘웅천 아홉산’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 아래에서 보면 솔개 축 자를 서 축봉산 원효대라고 적힌 암자(왼쪽)와 아홉산 아래 위치한 연합목장.


부산에도 숲이 울창하면서 보석 같은 호젓한 산길이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불식시켜줄 정도로 깔끔한 데다 조망마저 환상적이다. 산행 내내 들리는 새소리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숲이 좀 깊다 싶으면 으레 꿩이 푸드덕 날갯짓을 한다.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무당개구리가 길섶으로 나와 춤을 춘다.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다. 누구나 만족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산행은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원효대~원효사~도선사 입구~소각장~달음산 이정표~달음산 정상 이정표~달음산·천마산 갈림길~달음산(587m)~달음산·천마산 갈림길~체육공원~삼각점봉(383m)~천마산(417m)~전망대~치마산(삼각점·458m)~임도~차단기~임도 갈림길~아홉산 등산로 입구~아홉산(360m)~차단기~테마임도(웅천 방향)~철마 이곡 방향~황이농장~철마면 이곡리 이곡회관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5시간이고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곡마을 영천이씨 땅 소유 알림판이 서 있는 공터에서 버스를 내린 뒤 시멘트길을 따라 오른다. 마을은 전체적으로 농가라기 보다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어 깔끔한 인상이다. 정면에 달음산이 보이며, 지도 상으론 천마 치마 아홉산이 왼쪽으로 이어진다. 결국 마을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마을 뒤 산 기슭엔 이곳이 명당인지 온통 사찰이다. ‘대도사'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간다. 7분 뒤 축봉산 원효대 입구. 다리를 건너지 말고 우측 원효사 방면으로 향한다. 축봉산은 달음산의 또 다른 이름. 이곳에서 만난 한 스님은 “달음산 정상부 암봉을 산 아래에서 보면 솔개를 빼닮아 ‘솔개 축(鷲)'자를 썼다"고 말했다.
도선사와 대도사 갈림길에서 비로소 ‘달음산 정상 1.1㎞'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도선사 입구와 조그만 소각장을 잇따라 지나면 이내 달음산 등산로가 열려 있다. 마을 입구에서 30분.

10분 뒤 실계곡을 지나면서 된비알이 시작된다.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오르면 주능선 갈림길. 들머리에서 25분. 이정표 말뚝만 있을 뿐 정작 필요한 팻말은 없다. 왼쪽은 천마산 치마산, 오른쪽은 달음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달음산에 오른 뒤 이곳으로 돌아와 천마산 방향으로 향한다. 운치있는 송림과 체육공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철탑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정상은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오른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15분.
취봉 또는 무제바위라 불리는 거대한 암봉인 이곳은 예상과 달리 아주 넓다. 일광 임랑 송정 등 탁 트인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주변 봉우리가 생생하게 확인된다. 북으로 석은덤 대운산 시명산, 남서쪽으로 장산, 북서쪽으로 천성산과 영남알프스 산군, 서쪽엔 천마산 치마산 문래봉 철마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능선 갈림길로 돌아와 이번엔 천마산으로 향한다. 외길이라 길 찾기는 문제없다. 10분 뒤 우측에 전망대. 공사중인 정관면 뒤로 백운산 망월산 철마산 용천산 석은덤이 확인된다. 침목 내리막길로 15분쯤 걸으면 숲을 벗어나며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청소년수련원 가는 길, 산행팀은 돌길로 직진한다. 달음산 줄기가 종지부를 찢고 천마산자락으로 진입한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20분 뒤 너른터를 만난다. 천마산(417m)으로 추정되며 정상석은 없다. 참고하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음산은 시원한 조망 이외에도 숲 또한 울창해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얼마 안가 우측 전망대를 지나면 고개. 우측은 정관읍 달산리, 좌측은 일광면 대리이다. 여기서부터 치마산 줄기가 이어진다. 길섶엔 둥굴레 옥녀꽃대 큰으아리꽃 족도리풀이 눈에 띈다.
두 번의 갈림길에선 모두 우측으로 간다. 제법 고된 된비알을 오르면 또 갈림길. 우측 삼각점 봉우리가 치마산 정상(458m)이다. 이 길로 직진하면 곰내재를 거쳐 문래봉 철마산 거문산 종주가 가능하다. 산행팀은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아홉산으로 향한다. 발 아랜 하얀 은방울꽃이 웃고 있다. 치마산 갈림길에서 10분이면 또 갈림길. 쭉쭉 뻗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직진하면 곰내재, 산행팀은 왼쪽 아홉산 가는 내리막길로 향한다. 10분 뒤 임도. 왼쪽으로 20분 정도 가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8분쯤 가면 마침내 아홉산 등산로 입구 이정표.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압도당할 정도로 송림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안타까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시나브로 숲이 망가지고 있다. 정상(360m)까지는 27분. 북쪽을 제외하곤 조망권이 확보됐으나 불행히도 안개가 짙어 도무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하산은 테마임도 방향. 7, 8분이면 내려온다. 이곳은 재선충 피해가 극심해 숲이 온통 죽은 소나무 일색이다. 곳곳에는 나무를 베어내 훈증처리 중이다.
우측 차단기 쪽 테마임도로 가서 다시 우측 웅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5분 뒤 왼쪽의 철마 이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황이농장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12분 뒤 이곡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아홉산 숲 '소나무 에이즈'로 신음

달음산은 흔히 동해남부선을 타고 좌천역에서 내려 광산마을과 옥정사를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스의 들머리는 달음산을 기준으로 옥천사 반대편이어서 산행팀은 달음산 외에 천마 치마 아홉산을 연결하는 또 다른 원점회귀 코스를 계획했다.

하지만 하산길에 예기치 못한 많은 비가 내린데다, 목장으로 인한 개설된 인위적 임도 때문에 초행길이라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테마임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산길에 만난 아홉산 숲을 보면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더이상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 산꾼들은 현재 훈증처리중인 것을 절대 손대지 말자.

일광산에서 이어지는 아홉산 능선은 테마임도와 목장 조성 때문에 산행의 운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있는 그대로의 산길을 갈망하는 근교산 동호인에게는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달음산~아홉산 종주코스는 아직은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어서 독자들에겐 흡족한 산행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교통편-버스 이용 가장 권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기장읍 기장시장 아람마트 앞에서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 가는 '기장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7시10, 8시20, 10시30분, 낮 12시50분에 출발한다. 700원. 20분 정도 걸린다.

기장시장 가는 방법은 두 가지. 해운대 송정을 거쳐 가는 길과 석대 반송을 경유하는 길이다.

좌석버스 142번(서면~양정~시청~수영~해운대역~송정) 239번(부산역~진시장~수영~〃), 183번(부산대~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동래역~안락로터리~석대~반송) 좌석버스가 있다. 1400원.

날머리 이곡에선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입구 팔송(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앞)행 버스가 낮 12시30분, 오후 4시50, 5시35, 6시20분(막차)에 있다. 노포동지하철역에도 선다.






근교산&그너머 <432> 산청 석대산

분재같은 홍송·기암괴석 산꾼 화가 영감에 빠지다


본지 근교산 애독자인 진주 조규한 화백 동행
하늘 찌르는 상투바위·가파른 암릉, 숨은 명산
상봉 내려오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 살짝 반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투바위에 오른 산꾼화가 조규한씨. 발밑에는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번 산행에는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꾼화가 조규한(54) 씨가 동행했다. 근교산 시리즈의 애독자이자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산행팀과 꼭 한 번 산행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30여 년 동안 산에서 작품을 구상해온 ‘지독한’ 산꾼화가였다. 지리산 종주 23회, 천왕봉 등정 120여 회 등 그가 섭렵한 봉우리만 500여 곳. 지금도 한달에 대여섯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산행은 그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평생 산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가로서의 고된 작업에서 오는 고독감과 쓸쓸함을 산을 오르면서 털어버립니다. 산이 제 그림의 원천이자 고향인 셈이죠."
그는 지난해 합천 황매산 산골에 위치한 `바람흔적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주제도 산을 통한 자신의 삶의 궤적을 그린 `나의 삶·나의 산=산울림'. 산꾼화가다운 발상이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괜찮은 반응에 한층 고무된 그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 속 전시회가 바로 그것. 시기는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철쭉이 들불처럼 타오르는 내년 이맘때쯤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열 계획이다.
그날 그는 스케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끊임없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반추상이다. 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받은 심성과 느낌을 체화해 화폭에 담는다.
선배 산꾼답게 그는 오랜 세월 산행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자주 산행을 하다보니까 산의 높낮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 자신이 지금 산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미협회원인 조 화백과 함께 오른 산은 산청의 석대산(石岱山·534m). 이웃한 진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베테랑 산꾼 조 화백도 금시초문이란다.
웅석봉 가는 길목, 다시말해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으로 가는 길과 나란히 달리는 나즈막한 산이다. 도심에 있었다면 적당히 대접받았을 법한 괜찮은 산인데 지리산 자락에서, 그것도 한 귀퉁이에 숨어 있으니 웬만한 산꾼도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한마디로 작지만 위엄있는 산이다.
`돌 석(石), 태산 대(岱)' 자에서 알 수 있듯 능선 상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상투바위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조 화백도 한마디 거들었다. “기암괴석과 홍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암릉길의 풍광은 이른바 명산에 필적할 만큼 아름다운데요."
산행은 윗진자마을 경로당~개울 건너 낮은 절개지 올라~40여분 암릉길~헬기장~석대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밤나무밭~철탑~권씨가족묘~석대산 남가람봉~삼각점~상투바위~도로~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들머리 부분만 잘 찾으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규한씨가 산행후 그린 산행팀에 보내온 '석대산=산울림'. (10호).


윗진자마을 경로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계단식 논밭을 따라 산으로 향한다. 7분 뒤 갈림길. 우측 계곡물이 열목어가 보일 만큼 맑다.
좌측 너른 밤나무길로 간다. 10분 뒤 실계곡을 건너 낮은 절개지로 오른다. 길이 묵어 희미하지만 그런 대로 갈 만하다.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안부. 석대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치고 오른다. 150m쯤 뒤 `석대산 가는 길'이라 적힌 빨간 리본이 보이면서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이내 암릉길. 기암괴석과 어울리는 홍송 서너 그루가 인위적으로 만든 분재처럼 독특한 자태로 눈길을 붙잡는다. 고개를 돌리면 옥산 백운산 금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점차 경사가 심해져 두 세 차례 밧줄을 잡고 오른다. 15분 뒤 우측 전망대에 서면 좌측으로 진양호와 집현산, 그 뒤로 의령 자굴산 한우산 산성산이, 정면엔 경호강과 월아산 방어산이 확인된다. 명당인 진양 강씨묘를 지나면 사실상 암릉길은 끝. 숲길로 들어선다. 곧 길 왼편에 작은 전망대. 지리산 남부능선과 중봉이 보인다. 오른쪽 임도가 보이는 산은 웅석봉. 그 앞 낮은 봉우리가 석대산 정상이다.
헬기장을 지나 10분 뒤 다시 암릉길. 여기서 5분 뒤면 석대산 상봉.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 돌탑을 쌓아놨다. 곧 길 왼쪽에 전망대. 지리산 천왕봉이 초승달만큼 보이고, 그 우측에 중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삼각점 봉우리.
하산길은 억새길. 꿩과 노루 두 마리가 연이어 정적을 깬다. 20여 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청계저수지와 웅석봉이 가까이 와 있다. 주변은 밤나무밭. 왼쪽 발밑에는 고산습지가 눈에 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 도중 바라본 경호강과 대전통영 고속도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가 조규한 씨와 이창우 산행대장(오른쪽).

이 즈음 길이 보이지 않아 능선을 타기 위해 위로 치고 오른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일순간 시야가 다시 트이며 근처 암봉에 선다. 둔철산과 철탑 뒤로 정수산, 대성산이 펼쳐지고 우측에는 경호강 물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송림을 헤치고 암봉 넘기를 수 차례.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다. 계속 직진하면 철탑과 권씨가족묘를 지난다. 왼쪽 숲길로 가지만 뚜렷한 길은 없다.
100m 정도 치고 오르면 다시 마을에서 올라오는 좁은 길과 만난다. 직진하면 곧 남가람봉. 정상석 뒤에는 해발 700m라 적혀 있지만 산행팀이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568m임을 밝혀둔다. 정상석 옆 삼각점 봉우리에 서면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3번 국도, 그리고 경호강이 나란히 달린다.
다시 암릉길. 경호강을 중심으로 저 멀리 `좌 웅석봉, 우 둔철산'이, 왼쪽 발아래는 청계저수지가 펼쳐진다.
곧 눈앞에 아슬아슬한 암봉이 나타난다. 이번 산행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고 스릴있는 지점으로 반드시 이를 통과해야 한다. 산행 후 만난 어르신은 상투바위라고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봐왔던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상투바위를 넘어서면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후 암릉을 벗어나 산길로 20여 분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걸린다. (2005. 5)


# 떠나기전에 -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단속사지·겁외사 등 이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석대산은 진달래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도열해 산꾼들을 반겨준다.


무명의 석대산은 정보가 거의 없어 산행팀은 무작정 떠났다.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비슬산이나 비음산마냥 능선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4시간 이상 걸리는 산행 내내 진달래가 산꾼들을 줄곧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온라인 상에 자료가 없었기에 산행팀만 예상치 못한 호사를 누린 셈이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석대산 능선을 배경으로 한 단속사지 동·서 3층 석탑.


승용차를 갖고 온 경우 단성IC로 가기 전에 짧은 코스지만 문화유산답사를 할 수 있다.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는 청계약수가 사시사철 솟는다. 부근에선 꽤 이름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길 우측, 다시말해 석대산 서쪽에 보물 제72, 73호인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을 볼 수 있다. 절은 간데 없고 두 탑만이 남아 절터를 지키고 있다. 높이가 5.3m인 이 두 석탑은 신라계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소의 생략을 보이는 9세기 석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균형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 석탑에서 30~40m 떨어진 지점에는 당간지주가 동강난 채 서 있다.

남사고가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밀양 박씨, 성주 이씨, 진양 하씨 등의 수 백년에 걸쳐 내려온 전통가옥들을 구경할 수 있다.

목화시배유지 못가 우측으로 2㎞ 정도 떨어진 곳에선 한국 근대불교의 대표 선승인 성철 스님 생가터에 위치한 기념관과 겁외사를 만난다. 스님의 유품전시관인 포영당에선 스님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성IC 입구의 문익점 선생이 최초로 면화를 재배한 목화시배유지도 놓치지 말자.


# 교통편 - 진주서 청계행 버스 윗진자마을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700원. 1시간30분 소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청계행 버스를 타고 윗진자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서 진주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6시10분에 있다. 진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서부터미널행 버스의 막차는 밤 9시10분. 6700원. 노포동종합터미널행은 막차 오후 8시. 7700원. 이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앞에서 한번 정차한다. 69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단성IC서 지리산 방향 우회전~목화시배유지 지나~소남리 버리고 지리산 방향~남사고가마을 지나~청계 입석 1001번 지방도 우회전(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호암교 다리 건너~산청 청계 3번 직진~윗진자마을(경로당) 순으로 가면 된다.



 



낮다고 비웃지 마세요 조망은 고봉준령급

넓은 들판에 나홀로 해발 140m 살짝 솟아
산중턱 사자바위 정기는 큰 인물 배출하고
정상 관음개발성상 미소는 자비를 베푸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5년 4월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본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5월 같은 장소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전경.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껴보자.


 김해의 내로라하는 산을 꼽으라면 대개 은하사를 병풍처럼 감싼 신어산과 낙동강을 양쪽으로 굽어보는 무척산, 그리고 장유대청계곡을 품고 있는 용지봉이 별 고민없이 선택된다.
 근자에 와서 세인의 관심을 부쩍 끄는 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뒷산인 봉화산이다. 겉모습으론 산이라 불리기엔 약간 쑥스런 야트막한 야산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 했던가. 겉모습으로 보면 봉화산은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일지 모르나 주변 지형과의 어울림이나 그 속내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 불쑥 홀로 솟아 겨우 해발 140m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고봉준령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망이 기가 막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솟아오른 곳은 이곳 봉화산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도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 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봉화산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옛날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사자바위는 고대인들이 고등종교가 들어오기 전 제사를 올린 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정성이 축적된 곳이기에 정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바위 곳곳에는 움푹 팬 곳이 몇 곳 있어 이곳이 재물을 담은 감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다녀간 많은 지관들의 설명을 종합해 "봉화산이 앉은 터, 사자바위의 정기, 명당인 대통령 선친의 묘와 함께 마을 정중앙에 골이 패이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대나무를 심은 주민들의 비보(裨補) 노력 등이 큰 인물 탄생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산행은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에서 시작했다. 산행 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서다.
 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학교 후문~단감나무 과수원~체육공원~쉼터(벤치)~영강사 갈림길~잇단 물탱크~정상(호미든 관음개발성상)~사색의 숲~봉화대~사자바위~봉화산~마애불~부엉이바위(토굴)~대통령 생가~봉하마을 주차장 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마실'이다. 산길은 반듯하지만 마사토라 미끄러우니 등산화는 꼭 신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림면사무소에 주차했다면 면사무소를 나와 좌측으로 약간 간 후 다시 면사무소를 끼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면에 '삼각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다시 3m 뒤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림초등교 후문을 지나면 오름길이 시작되며 이내 갈림길. 우측 아름드리 소나무 쪽 대신 좌측으로 간다. 길 옆에는 마늘밭과 머구가 자라고 있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르막인 우측으로 향한다. 곧 등산로 입구. '호미든 관음성상 2.2㎞'.라 적힌 이정표가 들머리임을 알려준다. 하얀 꽃이 만개한 탱자나무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면 단감나무 과수원.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한림면 한 주민은 "근자에 단감 시세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핸 절반 이상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부의 무거운 맘에 아랑곳 않고 길 옆에는 애기똥풀 벼룩나물 별꽃 제비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침목을 댄 수많은 계단이 기다린다.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면 잠시 쉬어가라고 6~7개의 벤치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솔밭길이다. 도중 좌우로 열린 길을 만난다. 우측은 장방 본부락 진말, 좌측은 영강사나 이 절 근처 한림낚시터로 가는 길이다. 약수암 자광사 영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예부터 도둑이 많아 도둑골이라 불린다. 오래 전 김해에서 이 도둑골을 거쳐 창녕의 영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갔다고 전해온다.
이후 물탱크를 만난다. 주변이 모두 단감나무밭이라 물을 대기 위한 것이리라.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곧 갈림길.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니은 이 봉화산에는 특히 고사리와 뱀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산행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이정표 기준으로 '호미든 관음개발상' 방향, 이정표가 없으면 그냥 직전하면 정상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탱크를 또 지나 왼쪽 너른 길을 만난다. 봉하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우회하는 길, 오른쪽은 지름길. 정상 입구에서 결국 만난다. 5분 뒤 정상. 뜻밖에도 왼손은 연꽃, 오른손은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우측 사진)이다. 비로소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변 사방의 조망을 살펴보자. 관음상 뒤 동쪽의 높은 산 무척산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경운산 팔판산 불모산 장유봉 신정산 대암산 정병산 천주산 용지봉 농바위 구월산 작대산 무령산 백월산 천마산 마금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영취산 화왕산 산성산 청룡산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 등 김해 창원 창녕 밀양 등지의 웬만한 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산은 봉화산 정토원(옛 봉화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사색의 숲. 왼쪽 봉화대 방향으로 간다. 산죽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봉화대이고 그 바로 밑이 전망이 빼어난 사자바위. 바위 곳곳에는 세수대야 크기의 구멍이 여럿 뚫려 있다. 봉하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노 전 대통령 사저와 생가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어지는 동선은 왔던 길 대신 사자바위 아래로 열린 곳으로 내려선다. 사명대사 상(像)과 봉화산 정토
                                                                           
원을 지나면 곧 봉화산 마애불.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 왼쪽 끝 바위틈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암벽이 떨어져나가 누워있지만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높이 2.48m. 조금 더 내려가면 등로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하나 보인다. 진입하면 너른 터로, 이 터 우측 바위 사이로 굴이 하나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깊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이 토굴이 모 방송에 방영되면서 한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굴의 기(氣)를 받기 위해 몰려든 곳이기도 하다.
 토굴 옆에는 물줄기는 가늘지만 3단쯤 돼 보이는 실폭포가 있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 또한 흔한 광경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지어지기 전 봉하마을에서 본 사자바위(오른쪽)과 부엉이바위. 왼쪽 봉우리가 봉화산 정상이며, 자세히 보면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확인된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하산을 해도 되지만 잠시 왔던 길로 조금 올라 실폭포 상류 물길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목교를 건너자. 부엉이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2분 정도면 도달한다. 사자바위 못지 않은 멋진 전망대다. 봉하마을에서 보면 우측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듯한 큰 바위가 사자바위이고, 이 바위 좌측 바위가 바로 이곳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이다. 예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즉, 마을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으로 사자바위가 사자 머리, 부엉이바위가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부엉이바위에서 버섯재배장을 거쳐 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6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화산(熢火山)에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봉화대가 있다. 기록만 남아있을 뿐 봉화대는 복원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母恩庵), 삼랑진 천태산 부은암(父恩庵)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그 터에 이 고장 출신인 선진규(75) 법사가 지난 1950년대 중반부터 봉화산 정토원을 세워 불심을 전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초창기 봉하마을에는 평일 100명, 주말 500명 정도 찾았고, 당선 후 맞은 첫 새해 일출 땐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봉화산을 찾았다.
 5년이 지나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후 101일째인 지난 6월 4일까지 총 방문객은 무려 41만3400명에 달한다. 평일 평균 4100명, 주말이면 2만 명을 상회한다. 탐방객이 깨 많다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연 탐방객이 50~6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마 국내 관광지 중 49가구에 거주 인구가 130여 명에 불과한 김해 봉하마을이 가장 인기가 높다가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1월부터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근무하던 문화관광해설사는 이후 3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이곳 터줏대감 격인 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말이면 밀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김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선 동부교통(055-325-3530) 56, 5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56번은 오전 6시30, 8시10, 9시10, 11시, 낮 12시, 오후 1시50분, 58-1번은 오전 6시, 8시30, 10시40, 오후 1시에 있다. 900원.
 날머리 봉하마을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20분, 오후 2시40, 4시40, 7시(막차)에 출발한다. 김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 4시, 5시, 5시30, 6시40, 7시20, 8시40분(막차)에 있다. 1500원.
 기차도 있다. 부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김해 한림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부전역 기준 오전 5시, 6시57분, 오후 1시10분. 3000원. 사상 구포 화명역에서도 탈 수 있다. 한림정역에서 한림면사무소까지는 걸어서 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례IC~진영 방향 우회전~신용삼거리서 김해 부산 방향 우회전~고개 넘어 빙그레 공장 지나~명동삼거리서 좌회전(명동주유소)~한림면사무소 순으로 가면 된다. 봉하마을에서 한림면까지는 택시(055-342-7878, 6929)를 이용하면 된다. 8000원 내외. 남포동에서 출발하는 좌석버스 309번도 김해터미널 앞에 정차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집사람 글이다.
정확히 지난 5월 29일 글 하나 썼다며 일하다 머리 아플 때 읽어보라고 메일로 보내왔다.

혼자 보기는 아까워 비난받을 각오를 하며 감히 옮긴다.
 
재미도 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있다.

그냥 우리 주변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각을 담은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또는 어떤 집단)를 폄훼할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얼마전 초등학교 동기모임에서다. 친구들과 서면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23년 되던 해에 우연히 모이기 시작하여 가끔씩 만나 수다도 떨고 사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꽤나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날 버스에서 내려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서 어수선하길래 물어보니 촛불집회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전경들과 닭장차(?)가 있구나 싶었다. 젊음이 기울어가는 내 또래에겐 가끔은 아픔과 아련한 추억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다.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다. 모임에 오다 보니 쇠고기 문제로 집회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더라는 이야기에서 재협상 이야기로 다시 대통령의 대국민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곧이어 우리는 삼겹살을 주문했다. 1인분에 6천원이었다. 사료수입상을 운영하는 친구는 환율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친구는 오늘 기름을12만원어치를 넣었다고 한다. 불과 얼마전 1700원대였던 것이 오늘 1800원대인데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이 한창이다. 등유를 파는 친구도 기름값이 올라서 벌이가 시원찮다고 걱정이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는 거였다.

 

그때 친구 C가 처음으로 우리 모임에 등장했다. 회사에서 늦게 마쳤다고 했다. 걸어오는 태(態)를 보니 배 모양새가 동글동글하다. 직장인 아저씨 모습이다. 얼굴 가득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친구들을 만나 반색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릴 적 모습 그대로다. 마침 테이블마다 삼겹살이 한 접시씩 나왔다. 한 친구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게 1인분인가요?" 대답은 4인분이라고 했다. 다들 놀라서 고기접시와 종업원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비싼 고기니까 아껴먹으라는 둥, 상추 두 장 깔고 고기 한 점 놓으라는 둥 느스레를 한참 동안 떨었다.

 

친구 C가 조목 조목 설명한다. "우리들은 대통령 욕하지만 대통령은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 쇠고기든 뭐든 수입개방 안 하니까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안티국가들이 생겨서 한국 제품 수입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거든. 우리가 수입개방 안 하니까 우리도 수출 못하는 거지. 그러니까 자동차나 반도체 제품의 수출이 막히고 그러니까 달러를 못 벌어들이는 거야. 그게 악순환되어 국내에 돈이 없으니까 자꾸 기름값도 올라가고, 삼겹살값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고 수출 안 되고 그러는 거야.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결단을 한거야." 듣고 보니 그렇다. 대통령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구나.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린 대통령을 중상모략했었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맨날 축구만 하던 녀석이 배가 동글동글 인격을 갖추더니 점점 경제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지성도 갖추었구나. 내 친구 C는 멋져 보였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뭐가 찜찜한 건지 모르겠다. 물가도 비싸고 고기값도 비싼게 현실이니 상추 두 장깔고 삼겹살 한 점을 올려놓고 먹었다. 그렇다고 상추 두 장깔고 먹는다고 몇 명은 내게 핀잔을 준다. 친구 C에 따르면 요즘 핸드폰 국제 수출이 현격하게 줄고 있단다. 마음속으로 걱정이 점점 늘어난다. 상추를 두 장이 아니라 세 장이라도 깔고 싶어졌다. 노무현대통령이었다면 정면돌파하면서 국민들에게 조목조목 알렸을 것이다. 우리 귀에 곱지 않은 언사(言事)이었을지언정 국민들에게 소고기 사태에 대해 알렸을 것이다. 현 정부는 국민들 몰래 스리슬쩍 그러나 급속도로 일을 진행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고난의 가시 면류관을 쓴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우린 정말 핸드폰을 팔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미친소(너그럽게 말해서 미쳤을 지도 모르는 소)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친구 C는 소위 '삼성맨'이었다.

 

 

근교산&그너머 <429> 경주 삼성산~도덕산

가파른 상봉 오르면 동해바다 '넘실'

융단같은 낙엽길따라 진달래·생강나무꽃 만발
경주·영천 경계…"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
하산은 완만한 능선, 영남알프스 등 조망 일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삼성산 정상으로 오르기 직전 만나는 급경사 된비알을 오른 후 무덤 앞 낮은 바위에 서서 주위를 관망하는 부산지역 산꾼들.


 
이따금 사석에서 산꾼들을 만나면 서로 약속이나 한듯 첫 인사로 "매주 전국의 산을 찾아 오르니 산타는 수준이 거의 전문 산악인급에 도달했겠네요"라고 묻는다.

정말 부담스런 질문임에 틀림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기자는 매주 산에 다니지만 그것은 업무의 일부인 '취재산행'이다.

다시말해 산에 오르면서 기사작성을 위해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산세도 꼼꼼히 챙기고 불쑥 내민 야생화를 만나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산길에서 조우하는 산꾼들과의 대화도 잊지 않는다. 혹 길을 찾지 못할 경우 산행대장은 기자를 대기시켜 놓고 길을 찾으러 다녀 본의아니게 휴식시간(?)도 갖는다.

장쾌한 조망을 자랑하는 전망대를 만나면 잠시 짐보따리를 풀고 쉬어간다. 모처럼 동행한 아줌마 산꾼이 간식을 많이 내놓을 땐 지체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단체행동을 해야만 하는 가이드 산악회의 시각을 다투는 산행도 아니고, 정상까지 단시간 내 주파를 목적으로 하는 건각들의 빠른 발걸음은 더욱 더 아니다.

그래서 간혹 이렇게 자문해 본다. "산행 담당기자인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산을 잘 타는 축에 속할까."

기실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 예로 간혹 가이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설 경우 후미에 겨우 따라붙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산행 후 다음날 활동하는데 있어 다리에 아무 이상이 없을 만큼 적응해 있다는 것. 물론 눈 속을 헤쳐나가는 러셀산행이나 폭우 속 산행은 예외이긴 하지만.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경주의 삼성산~도덕산은 체력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다고 해서 산행 내내 '악!'소리가 나는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가 꽃대궐을 이루고, 양지바른 중턱에는 소리소문없이 적잖은 야생화가 고개를 쏙 내밀고 있다. 낙엽깔린 융단길에선 감동하고, 동해바다가 넘실대는 모습을 확인할 땐 기쁨이 배로 다가오다.

문제는 두 산 모두 상봉으로 가는 30분 정도의 된비알이 가히 살인적이라 불릴 만큼 경사가 심하다는 것. 둘러가는 길도 없는 이 구간은 겨우내 움추렸던 산꾼들의 체력을 테스트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이다. 참고로 기자는 이번 산행 후 러셀산행을 다녀왔을 때 나타나는 징후를 느꼈다.

산행은 안강읍 하곡버스정류장~고개삼거리~서산 유씨묘~'악! 30분 된비알'~바위군(群)~무덤1기~삼성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길과 만남~삼각점 봉우리~미룡고개 도로(미룡마을)~산불초소~월성 최씨묘~'악! 30분 된비알'~배티재~삼각점 봉우리~도덕산 정상~안부사거리(자옥산 갈림길)~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앞 주차장 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교산 시리즈 애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1시간30분 정도 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걷는 안성맞춤 산행이다.

하곡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진행방향과 반대로 200m쯤 간다. 하곡낚시터 간판이 보이면 왼쪽길로 40m쯤 간다. 곡각지점의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농업용수 수로인 시멘트 교각을 지난다. 의외로 산길이 반듯해 길찾기는 문제없다. 잊을라치면 진달래가 한 그루씩 객을 맞는다. 길 왼쪽 능선은 낙동정맥.

30분쯤 뒤 무덤 2기를 조금 못가 오른쪽길로 향한다. 곧 고개삼거리. 직진하지 않고 길이 희미한 우측으로 가면 능선. 정면 2개의 봉우리가 삼성산. 우측으로 3m쯤 가다 좌측 내리막길 유씨묘를 지나간다. 10분 뒤 사거리. 직진한다. 이때부터 완만한 산길. 10분 뒤 다시 사거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곧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길을 택한다. 처음엔 길이 보이다 이내 사라지고 '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난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지만 곳곳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발해 그나마 위안을 준다.

30분쯤 뒤 바위군이 보이면 오르막길은 사실상 끝. 바위군 바로 위가 무덤이니 여기서 쉬어가자. 이후로 호젓한 능선길. 우측에 도덕산과 자옥산, 발밑에 미룡마을이 보인다. 10여분 뒤 삼성산(591m) 상봉. 바위 위에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석 반대편 쪽에 영천 고경면청년회에서 '삼성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꽂혀있다. 그러고보니 이곳이 경주와 영천의 경계인 듯.

하산길은 호젓한 산길. 8분뒤 삼각점 봉우리. 주변의 나무를 베 조망이 뛰어나다. 정면 천장산, 그 왼쪽 뒤 운주산,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면 도덕산 자옥산, 그 사이 어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도덕산과 자옥산이 만나는 푹 꺼진 V자 모양의 안부에서 뒤로 넘어간다.

10여분 뒤 안강휴게소가 위치한 시티재에서 올라오는 낙동정맥길과 만나면 우측 미룡마을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턴 정맥종주 리본이 많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미룡마을이 위치한 도로까지는 40분. 도로를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산길로 간다. 산불초소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묘지와 밭, 그리고 마른 억새길을 지나 10분 뒤 산길로 접어든다.

삼성산 능선으로 향하는 급경사 된비알과 마찬가지로 코가 땅에 닿일 만큼 살인적이다. 차이라면 도덕산 된비알은 길이 선명하다는 점. 30분 뒤 능선에 오른다. 도덕산은 오른쪽 방향. 왼쪽은 낙동정맥길. 이 길은 봉좌 운주산으로 이어지며, 여기서 한 갈래가 나와 천장산으로도 연결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덕산을 배경으로 우뚝 선 정혜사지 13층석탑.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면 완만한 능선길을 내달린다. 이렇게 10분, 이내 도덕산(702m) 상봉이다. 정상석 맞은편인 동쪽엔 너른 전망대가 경주와 포항을 굽어본다. 우측 발밑 안강읍, 왼쪽 포항쪽엔 비학산 천령산 향로봉이, 그 우측으로 어래 운주 동대봉 무릉 금곡 어림 인내 구미 단석 오봉 사룡 구룡산과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20여분 후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자옥산(0.7㎞), 산행팀은 왼쪽 정혜사지 13층석탑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딸기밭과 야생화가 만발한 산길을 내려서면 갈림길. 왼쪽 임도길로 10분쯤 가면 우측 자옥사 방향 산길인 지름길. 여기서 탑까지는 6분 거리. 회재 이언적 선생이 머무른 사랑채인 독락당 주차장까지는 8분 걸린다.


#교통편-경주서 안강 하곡행 205번 버스 타야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 앞에서 들머리인 안강읍 하곡 종점 가는 버스는 제일교통 205번으로 오전 8시20분, 10시45분에 있다. 2400원.

독락당 앞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35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1300원. 경주터미널에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막차는 오후 9시5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위덕대(울진) 7번 국도~포항 안강~7번 포항~영천 안강 28번 국도~28번 안강 방면 우회전~대구 영천 28번 국도~안강읍~(안강 방면 왼쪽길 버리고)대구 영천 28번 우회전~하곡버스 종점(솔밭 오리진흙구이 빨간색 큰 간판 또는 통나무 종합학교 한울 직전) 순. 날머리 독락당에서 들머리 하곡종점까지 택시(054-761-6200, 3405) 요금 1만2000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계곡쪽에서 바라본 독락당 사랑채.


 
#떠나기전에-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유적답사도

이번 산행은 오가는 길에 문화유적답사도 가능하다.

우선 정혜사지 13층석탑(국보 제40호).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5.9m 높이로 13층의 몸돌을 올린 모습은 불국사 다보탑과 화엄사 사(四)사자삼층석탑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큼 조형미가 빼어나다. 도덕산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독락당(獨樂堂·보물 제413호)은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사랑채. 이곳의 진가는 작은 돌담길을 지나 계곡에서 감상해야 알 수 있다. 사랑대청에서 집 옆을 흐르는 계곡물을 볼 수 있도록 담에 살창을 뚫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세상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건너 오라는 뜻에서 외나무다리를 통해 들어가는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 세운 서원. 대원군의 서원철폐때도 무사히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서원 옆을 흐르는 계곡은 이름난 계곡 못지 않게 경관이 빼어나다.

독락당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동마을은 신라권역인데도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내 최대규모의 양반마을. 관가정 향단 무첨당 서백당 등 보물과 민속자료가 즐비해 지난 1984년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든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5.04.14 14:43 / 수정: 2007.02.28 오후 7:23:57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 <427> 창원 비음산~김해 용지봉

사뿐히 즈려 밟기엔 너무 고운 자태
비음산 상봉 진달래 군락 '한폭의 그림'
20일께 만개…탁트인 바다 등 조망 탁월
봄날 진달래 산행
4km 산성 진달래 천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설명:고산고개에서 비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두 갈래 길 중 왼쪽이 등산로, 오른쪽은 진례산성이 허물어진 너덜길. 창원시청 제공 >
 
봄소식을 전하는 꽃은 많다. 매화를 필두로 벚꽃 산수유 목련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다. 선비의 꽃 매화는 광양 등 남도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화려한 벚꽃의 군무는 익히 알려진 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물론 한 두 그루야 어디든 볼 수 있긴 하지만.

산수유와 엇비슷한 노란 생강나무꽃도 있지만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장삼이사는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없을까. 참꽃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불처럼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덮는 진달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으로 불린다. 오죽 했으면 소설가 이태준이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진달래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까.

이번 주 산행은 진달래 산행.

그리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는 진달래는 산꾼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영취산 비슬산 화왕산 민주지산 대금산 무학산 천주산 천관산 등 진달래가 산상화원을 이루는 명산이 적지 않지만 산행팀은 이중 부산서 가장 근접한 비음산을 택했다.

진달래 산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가 확 트이는 조망과 암릉길 산행도 양념으로 넣었다. 비음산(519m)~대암산(669m)~신정산(707m)~용지봉(723m) 코스. 약간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주의할 점 하나. 올해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용심을 많이 부려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늦다. 실제로 산행팀도 꽃망울을 터뜨린 진달래를 약간 봤을 뿐 만족스런 진달래 산행을 못했다.

창원에서 출발해 김해 장유면으로 내려왔다.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산불초소~주능선(삼거리봉)~고산고개(첫 이정표)~비음산 정상~대암산 정병(봉림)산 갈림길~비음산 청라봉~남산재 사거리~암릉길~대암산 정상~신정산 정상(큰 돌탑)~철탑~용지봉 정상~장유사 갈림길~(장유)폭포 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로 만만찮다. 능선에만 오르면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머리는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 너른 주차장 가장자리에 정병산 안내도가 서있는 길로 간다. 왼쪽 저멀리 정병산이 보인다. 정병산과 비음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들머리로 애용한다. 또 다른 등산 안내판과 용추농원을 지나면 산불초소. 500m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정병산, 우측 산길로 오르면 비음산. 비음산으로 향한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오르막.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돋고 새소리와 길상사 목탁소리가 어울려 활기차다. 완연한 봄을 느낀다.

하지만 약간 고달프다. 거의 코를 땅에 박고 가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 50분쯤 뒤 한숨 돌릴 무렵 우측에 시야가 확 트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선다. 도청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려 있어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주능선에 오른 셈. 왼쪽 제일 끝에 금정산이 확인된다. 10분 뒤 예비군 참호 앞에서 갈림길. 왼쪽 희미한 산길은 용추계곡, 산행팀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이때부터 비음산 상봉으로 하는 진달래길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이정표. 고산고개다. 우측에 진례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성벽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너덜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완경사 오르막으로 향한다.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곧 침목계단. 비음산 상봉까지 진달래가 도열해 있다.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만개하면 전국의 어느 진달래산에 못잖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상봉은 고산고개에서 25분 거리. 조망이 빼어나다. 창원시가지는 물론 진해 장복산, 마산 무학산과 마산항, 그 오른쪽 팔용산 천주산 용지봉 작대산 무룡산 구룡산 정병산 백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진례산성' '대암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 진례저수지와 그 뒤로 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신어산 금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10분 뒤 진례산성 안내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크게 돌면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용지봉 정상까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참고하길.

5분 뒤 비음산 청라봉을 내려서면 헬기장. 3분 뒤 남산재 사거리. 왼쪽 진례 평리마을, 오른쪽 창원 사파정동. 직진한다. 오르막길. 이때부터 대암산까지는 사실상 암릉길.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도열해 있고 '좌 김해, 우 창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해와 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땐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암산 상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둥그런 구조물 위에 정상석이 서있기 때문이다. 남산재에서 50분 거리. 정면 화산을 정점으로 오른쪽 불모산, 저 멀리 왼쪽이 용지봉이다.

움푹 파인 너른터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창원 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 방향, 산행팀은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는 왼쪽으로 간다. 소나무터널과 능선 삼각점고개를 지나 오르막인 억새와 진달래길을 통과하면 돌탑 6기. 여기서 5분만 더 가면 큰 돌탑이 기다린다. 정상석은 없지만 신정산 상봉. 우측 거제 앞바다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준다. 이제 용지봉까지는 1.4㎞.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향한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이렇게 10여분 고행길을 넘으면 용지봉에 선다. 저 멀리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과 화명신시가지, 백양산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다대포 몰운대 등등.

하산은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진달래길. 왼쪽은 낙남정맥길로 냉정고개를 지나 신어산으로 이어진다. 10분 뒤 장유사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왼쪽 장유사를 거쳐 장유폭포를 지나 대청계곡 입구로 내려올 수도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직진해서 장유계곡 입구로 하산해도 된다. 어쨌거나 두 길은 결국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산행 날머리인 (장유)폭포휴게소는 용지봉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비교적 길어 힘겹다.

# 떠나기 전에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을 동서로 가르는 낙남정맥의 산길인 정병(봉림)산과 용지봉. 그 중간에 용추계곡을 끼고 비음산이 솟구쳐 있다. 높지는 않지만 가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城)이 장장 4㎞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선분홍의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창원시는 매년 4월 10일께 비음산과 천주산에서 진달래 축제를 열지만 올해는 꽃샘추위로 20일께로 연기된 상태.

진달래 산행 코스는 용추저수지에서 고산고개~비음산 정상~정병(봉림)산 대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정병산 방향~용지벌거숭이공원~용추고개~용추저수지로 내려서는 3시간 정도의 원점회귀 코스와 비음산~청라봉~남산재~대암산~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로 내려서는 중거리 코스를 가족산행지로 권한다. 대암산에서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풀코스는 걷는 재미는 물론 암릉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산행의 참맛을 알려준다.


# 교통편
경남도청·창원대 앞 하차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창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100원. 40분 소요.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도청 또는 창원대 앞에서 내린다. 들머리인 용추저수지 앞 주차장에서 걸어서 각각 10분 걸린다. 23번(도청), 61 71(도청 경유 창원대), 71-1(창원대). 900원.


좌석버스는 312(도청), 316(창원대). 1400원. 창원대 앞에선 교내로 들어가 용추저수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날머리 폭포휴게소 앞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걸어서 35분 걸린다. 우측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간격 30분, 1300원.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5.03.31 15:10 / 수정: 2007.02.28 오후 7:26:49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 <424> 고성 학남산~무량산

들판 가운데 우뚝…홀로 봄을 맞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축
융단처럼 푹신한 낙엽 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흔히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고성의 산은 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량산.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앉은 터는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의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며 하동 사천 고성 마산 창원을 거쳐 김해 동신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할 수 있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도로~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무량산을 보고 산행을 하려면 진행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곧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도 역시 봉산마을.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여느 산과 다름없다. 함안 이씨묘가 양지바른 터에 있고, 실개천과 대숲도 지난다. 흑염소를 방목하고, 그 옆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맡은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길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씨묘 2기를 지나면서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낸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

고민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닿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올랐다. 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간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된다. 20분 뒤 길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올라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 학남산 상봉(549m)이다. 에돌아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기다린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역시 새겨져 있다.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희미하다. 역시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리본이 갑자기 대거 달려있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분 뒤 큰재.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상당히 심하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닿는다. 578m봉으로 학남산 암봉과 닮았다. 왼쪽에 구절 거류 철마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오른쪽은 무량산 상봉으로 가는 길이다.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전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적혀 있다. 고성의 진산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하산은 정상석 오른쪽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길이 안보였지만 만들어 내려갔다. 사실상 개척산행.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있는데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생기처인듯 이름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있다. 가을에 온다면 무주의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지나 잇단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를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거리.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산행 들머리에 닿는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고성의 산! 봄소식을 먼저 전해주는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3.10 16:50 / 수정: 2007.02.28 오후 7:31:15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 <419> 거제도 국사봉~옥녀봉

산세 평범하지만 조망 끝내줘요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군소 암봉·10대 명산 파노라마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 다도해 황홀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주 5일제 근무시대를 맞아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 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나 지리산의 능선 마냥 웅장한 맛도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그래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오른쪽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지는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후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등산로는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에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상봉은 전망대에서 15분 뒤 닿는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 상봉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밑 낮은 암봉이 작은 국사봉, 그 왼쪽 옆 2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의 집합체와 유난스레 시원한 소나무를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 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 국사봉에서 작은 국사봉까지는 25분 정도.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후 옛 수월농장. 폐 축사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 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 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내려오는 길.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능선길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모를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상의 문동폭포 갈림길. 직진한다.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리.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3~4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금방 표정을 밝게 해준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설명:옥녀봉 정상에 서면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사진 왼쪽 뒤 두 개의 섬이 내도와 외도, 오른쪽 맨 끝 섬이 해금강이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배 시외버스 승용차 등 교통편이 다양하다.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리고 1만7500원.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리고 1만1300원.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1.27 14:39 / 수정: 2007.02.28 오후 7:44:49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 <418> 안동 학가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늘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인 학가산 정상은 거대 암봉으로 조망이 빼어나다. 흠이라면 능선상에 이동통신 중계탑과 방송사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릇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이 돼 왔다. 배고플 땐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수단으로 허기를 면케 해주었고 긴긴 겨울밤에는 아랫목을 덥히는 땔감으로 이용됐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농기구와 식생활 용구도 그랬고 초가삼간이든 솟을대문 세도가의 대저택이든, 심지어 구중심처 궁궐도 모두 소나무의 차지였다. 거북선 등 왜적을 방어하던 크고 작은 선박재도 모두 소나무여서 어쩌면 국가 존립의 한 틀을 형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처럼 수 천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더불어 함께 해 온 소나무가 시나브로 '우리의' 나무로 인식된 것은 당연지사.

이런 소나무가 근래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50년 전 우리 산의 60%를 덮고 있던 소나무 숲이 25년 전에는 40%, 현재는 25% 정도로 급속히 줄었다. 이 추세라면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유는 뜻밖에도 이농(離農)현상 때문이란다.                                                                      기암괴석과 소나무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소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맨땅에 떨어져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겨울에 떨어진 활엽수의 낙엽이 땅 위에 쌓여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낙엽을 농민들이 긁어내 땔감이나 퇴비로 사용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농 현상으로 인간이 포함되는 대자연의 섭리가 끊겨 낙엽은 쌓여만 가고, 이로 인해 소나무가 점차 우리 산하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안동과 예천의 경계에 위치한 학가산(鶴14山·882m)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하지만 품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산 또한 오래지 않아 아름드리 소나무가 활엽수로 대체될 듯하다. 아무도 밟지 않아 수북이 쌓인 낙엽이 이를 말해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안동 서후면 천주마을 입구 산행 들머리.>
 
멀리서 바라보는 학가산은 너른 벌판 위에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다. 그래서 조망 또한 기가 막히다. 한 일(一)자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능선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동양화를 연이어 펼쳐놓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산행은 천주마을~마당바위~석축~무덤~철조망 통과~KT중계소~KBS 송신소~MBC 송신소~(안동)학가산 정상~산불보호용 무선중계 시설물~(예천)학가산 정상~암벽바위~너덜~마을 정자~느르치~타조농장~천주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가 제법 까다로워 산행팀의 노란색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머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천주마을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산행 날머리 예천 보문면 느르치마을.>
 
한 눈에 봐도 하늘을 향해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10여 그루가 객을 맞는다. 150m 정도 시멘트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조금 올라와 마을을 바라보니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여러 채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서 낙엽길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럽기까지 하다. 좌우의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우측에 30명이 앉아도 남음직한 반석이 기다린다. 마당바위라 명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산행 중 만나는 일명 마당바위.>
 
 
길을 못찾을 정도로 낙엽이 점점 많아진다. 고로쇠 채취 흔적이 남은 지점을 지나면 석축. 들머리에서 30분. 석축 위로 올라서면 너른 터에 나무가 심겨져 있다. 왼쪽 건너편 지능선 위 기암괴석 주변의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니 놓치지 말자. 너른 터에서 오른쪽 송림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왼쪽길로 가면 취수펌프가 있는 시멘트 건물. 여기서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간다. 소나무가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빼어나다. 산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V자 모양의 소나무가 눈앞에 서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느르치 인근 타조농장.>
 
직진한다. 약간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길은 점차 급해진다. 무덤을 지나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어 통과가 가능하다. 시멘트길로 이동통신 및 방송사 송신소를 잇따라 5분 정도 지나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두 차례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산이 기다린다. 이번엔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늘 그렇듯 소나무가 걸려있는 기암괴석은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상봉은 이중 가장 높고 험한 암봉. 물론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석 앞에는 이곳이 오는 5월 안동서 열리는 경북도민체육대회 성화 채화지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상석 뒤 예천 너머에는 장엄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달리고 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상의 송신탑은 옥에 티로 간주될 만큼 흉물스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옆에서 본 학가산 정상 암봉.>
 

이제부터 수월한 능선길. 산불보호용 무선중계시설을 지나면 뜻밖에 학가산 정상석. 예천군에서 세운 것이다. 상봉이 안동쪽에 있다보니 예천군에서 행정구역상 예천군 관내에 정상석을 세운 것 같다.

곧 이정표. 암벽바위 방향으로 간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또 이정표. 왼쪽 느리티(느르치)로 간다. 거대 암벽과 낙엽이 쌓여 이때부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기단 위로 돌을 쌓은 작은 돌탑이 보이면 그 왼쪽 옆 열린 길로 내려선다. 산 밑에서 안보이던 엄청난 바위가 곳곳에서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기다린다. 워낙 암봉이 많아 길이 이따금 헷갈린다. 길을 찾다보면 학가산성으로 추정되는 산성의 일부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뾰족바위를 지나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와 밤송이 껍질이 널부러진 곳을 지나 너덜을 통과하면 예천 보문면 느르치 마을. 여기서 들머리 안동 천주마을은 왼쪽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도중에 타조농장도 구경할 수 있다.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또는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대구 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청송 영덕 방향~34번 안동 우회전(도산서원 봉정사)~영덕 안동 직진~서후(명리) 안동과학대학 오른쪽으로 빠져 좌회전~자품 이개 서후 우회전~광흥사 직진 8㎞, 석천사~광흥사 좌회전~광흥사 자품리 방향~천주 창풍 광흥사 2.2㎞(학가산 천주 창풍 애련사 광흥사)~창풍 버스종점~천주마을 순.

대중교통편은 이어지는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부산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떠나기전에

학이 유유자적 자태를 뽐내며 노는 모습과 닮았다는 안동의 학가산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안동의 진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일품인 학가산 하산길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蒙塵)하였을 때에 쌓은 것이라고 전해 오는 학가산성을 볼 수 있다.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유의하자.

이번 산행기에는 산행 시간을 4시간 정도로 기입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걸렸다.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서 무작정 능선 방향으로 올랐다가 철조망에 막혀 되돌아 오기도 하는 등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 것만 수 차례에 달했다. 보기보다 길 찾기가 어려웠다.

학가산 산행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천주마을에서 5분쯤 뒤 만나는 애련암 갈림길로 올라가거나, 예천군 북후면에서 차를 타고 방송국 송신소까지 간 다음 학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이럴 경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산행팀은 최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사실상 개척산행을 택했다. 그 만큼 산길은 깨끗하며 수북이 쌓인 낙엽이 운치있는 소나무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장비와 보온의류는 반드시 챙겨 떠나자.

 
  입력: 2005.01.20 16:23 / 수정: 2007.02.28 오후 7:48:05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416〉 경주 사룡산~구룡산

새해 첫 산행길 '설레는 눈꽃자태'
낙동정맥 살짝 벗어난 육산…6시간30분 코스
푹신하게 펼쳐진 긴 낙엽능선 겨울 산꾼 유혹
촘촘한 솔잎 새 눈 머금은 소나무 상고대 연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 산행팀은 올 첫 산행에서 예기치 않게 눈을 만났다. 비록 펑펑 내리는 함박눈은 아니어서 산길은 낙엽길 그대로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활짝 펴 은빛 세상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어둠을 가르고 집을 나설 땐 추위와의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들머리에 도착하자 부슬비도 내렸다. 잿빛 하늘을 보니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올 첫 산행인데 여기서 발길을 돌릴 수는 없잖아."

모처럼 동행한 용감무쌍한 전문 여성 산꾼의 단오한 한마디에 주저없이 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래도 내심 우려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어깻죽지에 땀이 흥건히 배일 무렵 보슬비는 시나브로 싸락눈으로 변했다. 우려가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록 함박눈은 아니었지만 올 첫 산행에서 첫눈을 만나다니. 예기치 못한 행운이었다.

점심 무렵 잠시 그친 눈발은 해발이 높아질수록 점차 굵어졌다. 분분히 날리는 황홀한 낙화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이끼가 수북한 바위 위에 눈꽃이 어느새 돋기 시작했고 삭풍에 몸을 움츠리던 나목(裸木)은 뜻밖에 하얀 정장을 선물받고 춤을 추는 듯했다. 촘촘한 솔잎에 눈을 가득 머금은 소나무의 고개 숙인 모습은 선비의 절개에 겸손함까지 갖췄다.

능선길은 예상보다 길어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걸었다. 쌓여가는 흰눈은 호롱불을 밝혀놓은 듯 어둠을 밝혔고, 흩날리는 눈발은 한여름밤 반딧불이 마냥 산길을 운치있게 해주었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 없었다면 설야(雪夜)에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렇게 올 첫 산행은 시작됐다.

산행팀이 찾은 산은 경주 영천 청도를 넘나드는 사룡산~구룡산. 정확히 말하자면 경주와 영천의 경계가 사룡산 능선길이고, 상봉은 영천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웃한 구룡산은 영천과 청도를 가로지르다 정상은 영천으로 약간 올라 서 있다.

낙동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사룡산(四龍山·685m)과 구룡산(九龍山·675m) 산행은 이 겨울 원없이 낙엽깔린 능선길을 내달릴 수 있는 코스다. 전형적인 육산인 이 산들은 적당한 오르내림과 고요함으로 겨울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구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미륵바위. 돌부처바위라고도 한다.>
 
산행은 경주시 서면 아화리~형제농장~잇단 철탑~첫 전망대~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 갈림길(삼면봉)~작은 철탑 및 전봇대~산불초소~생식촌 갈림길~헬기장~사룡산 정상~도로(오재)~구룡산 등산로 입구~수암재~미륵바위~무지터 갈림길~구룡산 정상~무지터~무지터 갈림길~구룡산 등산로 입구~민가~상리버스정류장 순.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아화버스정류소에서 하차해 직진, 아화농협을 끼고 왼쪽으로 접어든다. 정면의 높은 산인 사룡산을 중심으로 오른쪽 뒤가 구룡산, 왼쪽이 오봉산이다. 오른쪽의 낮은 능선이 낙동정맥.

이후 경부고속도로 밑 굴다리~갈림길서 '산내' '천촌' '우라리' 방향~금정사 이정표~서면 서오·천촌리 경노당~상부교 순으로 40분 정도 걷는다. 상부교를 건너 포도밭을 따라 100m쯤 가다 오른쪽 시멘트길로 가면 형제농장 뒤로 산길이 이어진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오른다. 오른쪽 길은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길. 지금부터 사룡산 정상 턱밑까지 100분 정도는 낙동정맥 구간.

잇단 철탑을 지나면 소나무 터널.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인데다 이따금 고개를 숙이고 가야할 정도로 나뭇가지가 삐죽 나왔다. 오르막길은 갈 지(之)자가 아니라 거의 직선형이어서 체력소모는 배 가량 더 든다. 30분 정도 이렇게 오르면 어느새 낙엽길. 삭풍은 얼굴을 할퀴고 산짐승은 오간데없어 적막하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통과하면 첫 전망대. 짙은 안개 탓으로 왼쪽 저 멀리 구룡산만 희미하게 보일 뿐 뚜렷한 형체는 볼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비록 싸락눈이지만 오랫동안 내리다보니 눈꽃세계가 조금씩 펼쳐진다. 비로소 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온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거대한 바위절벽을 에돌면 갈림길. 왼쪽은 낙동정맥길로, 여기서 숙재~부산성~당고개를 거쳐 영남알프스 고헌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삼각점 봉우리서 10분 거리.

곧 낮은 무명봉. 작은 철탑과 전봇대 그리고 우측 길 옆 산불초소가 모여있다. 이곳은 경주의 서면 산내면, 영천 북안면 등 3개 면(面)이 만나는 지점으로 산행팀은 삼면봉(三面峯)이라 명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구룡산 전설을 간직한 무지터.>
 

 
삼면봉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넓어진다. 길 왼쪽, 다시말해 사룡산 정상 인근 평원지대에 위치한 생식촌과 연결되는 길이다. 곧 만나는 첫 이정표도 왼쪽이 생식촌임을 알려준다. 오재 소공원과 구룡산(무지터)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억새군락지 우측으로 가면 정상. 신기하게도 정상 너른 터에 무덤이 있다. 과거 낙동정맥 종주자들은 갈림길에서 400m 정도 떨어진 사룡산을 그냥 지나쳤지만 최근에는 20분 거리의 이곳을 들르는 것이 추세.

하산은 정상 갈림길서 우측으로 간다. 이른바 비슬기맥길이다. 기맥은 정맥에서 갈려져나온 지맥으로, 비슬기맥은 대구·창녕 방향으로 향하는 산길. 즉 사룡산에서 출발, 구룡산~발백산~비슬산~열왕산을 거쳐 창녕 종암산으로 이어져 낙동강에서 끝을 맺는다.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 곳곳에는 최근 나무를 베어 산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길 좌측에는 청도 운문댐 가는 길이 보인다. 집채만한 바위인 시루봉을 에돌아 급경사길로 내려서면 도로. 오재다. 영천 북안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 도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재 소공원, 왼쪽으로 30m 정도 가면 구룡산 등산로.

역시 소나무터널로 시작되며 낙엽길이 반복된다. 두세 개의 무명봉을 50분 정도 오르내리면 다시 도로. 수암재다. 여기서 길건너 '구룡산' '무지터'라고 적힌 방향으로 150m 시멘트길로 오르면 산길 입구를 만난다.

15분쯤 뒤 돌부처를 닮은 미륵바위를 지나면 곧 무지터 갈림길. 왼쪽 정상으로 갔다가 오른쪽 무지터를 거쳐 내려온다.

정상은 갈림길에서 5분 뒤. 사룡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역시 억새밭이다. 하산은 삼각점을 보고 북동쪽인 우측으로 내려온다. 5분 후 사거리. 왼쪽은 구룡마을, 우측으로 가면 무지터. 연중 마르지 않는 조그만 샘이 있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한 곳. 옛날에는 무지터 바로 옆 너럭바위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너럭바위에서 무지터 갈림길까지는 12분, 여기서 구룡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17분이 소요된다. 다시 여기서 안산휴게소 앞 상리 버스정류장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교통편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멀리 떨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들머리는 경주 서면 아화리, 날머리는 영천 북안면 상리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 이후 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아화행 시내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과 이웃한 고속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탄다. 한일교통 300번, 20분마다 출발한다. 1400원. 25분 걸린다.

하산 후 부산행 버스는 영천시외버스터미널보다 영천 북안면 임포공용버스터미널(054-333-6816)에서 경주를 거쳐 부산으로 오는 것이 버스편도 훨씬 많고 시간도 절약된다.

안산휴게소 앞 상리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50분, 7시20분(막차)에 있다. 1150원. 임포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10분. 2000원. 경주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


#떠나기전에

영천과 경주를 가로지르는 사룡산은 이웃한 경주 오봉산의 부산성과 연결되는 군사적 요충지. 신라시대 병사들이 이 산을 거점으로 삼아 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때문에 영천 사람들은 사룡산을 전방산(쫜防山)이라고도 부른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사룡산을 가리켜 '전배이'라고 부르는 것도 전방산에서 연유한 것이다.

군사적 요충지가 사룡산이라면 구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또한 그럴싸하다.

열마리의 용이 구룡산 무지터에서 승천, 그 중 아홉마리만 승천하고 막내인 한마리는 떨어져 구룡산 일대에서 방황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경산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한 반룡산이다. 그후 용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병들어 죽었는데 그 장소가 이웃한 경산의 용산이라는 것이다.

영천 사람들은 연중 마르지 않는 무지터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무덤을 쓰지 않는 등 산 자체를 신성시했다. 무지터는 또한 영천 북안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무지터 근처에서는 신기하게도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포획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룡산 아랫마을인 윗수암마을 인근에는 과거 엄청난 규모의 옛 절터도 발견돼 과거 구룡산의 위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룡산 정상 인근 생식촌 갈림길에서 구룡산까지는 등산로가 말끔히 정비돼 있다. 지난해 영천 북안면 상리 청·장년회(054-337-9158) 소속 10여명의 자발적인 노력 덕택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1.06 15:15 / 수정: 2007.02.28 오후 7:51:33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