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 그너머 <363> 안강 무릉산

 
  무릉산 정상은 다른 산과 달리 정상이 꽤 넓은 억새밭이다. 산 정상에서의 예상치 못한 억새밭은 이번 산행의 백미였다.
산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애를 먹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묘지가 가장 빈번한 사례다. 산 속 깊숙이 있을 경우엔 이따금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산기슭, 특히 산행 초입에서 만날 땐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어쩌면 산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들머리 찾기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덤까지 반듯하게 난 길을 아무 생각없이 섣불리 따라가다간 결국 산행 코스를 잃고 낭패를 보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 산행로가 잘 정비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경우 이같은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국제신문 산행팀이 시도하는 개척산행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철조망도 마찬가지. 순조롭게 능선까지 다다랐다 예상치 못한 키 높은 철조망에 가로 막혀 발길을 돌려야 할 때의 허탈감이란….

 무릉도원(武陵挑源)과 이름이 같아 산행 도중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를 품게 했던 무릉산 산행은 초입부터 무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여기에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찾았다 싶은 산행로가 주능선에 거의 도달했을 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철조망에 가로막혀 결국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산행팀이 이번 주 찾은 경주 안강읍의 무릉산(武陵山)은 묘지와 철조망으로 인해 들머리 찾는데 유의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전 10시40분께 시작한 산행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제대로 된 산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안강은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봉향하는 옥산서원을 중심으로 자옥산(남서) 어래산(북동) 도덕산(서북) 무릉산(남) 등 4개의 명산이 에워싸고 있다.

안강의 이들 4개 산 가운데 자옥산만 회재 선생 낙향 전부터 이름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회재 선생이 명명했다 한다. 당시엔 무릉산이 무학산으로, 어래산이 화개산으로 불렸지만 이후 명칭의 변경과정은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다.

자옥산 어래산 도덕산은 옥산서원과 비교적 가깝지만 남쪽의 무릉산은 나머지 3개 산과의 거리가 제법돼 정상에서 서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행은 안강읍 근계리 가마실~경주 김씨묘~주능선~무릉산 정상(산불초소, 무릉산 중계소)~은진 송씨묘~검단리 달성곡 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종점인 가마실에서 내리면 Y자 두 갈래길. 산죽이 반겨주는 왼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소 축사와 수확이 끝난 들녘, 그리고 감나무 배나무 대추나무가 보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름은 가마실. 정면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오를 무릉산. 파란 물탱크를 지나 무릉농원 팻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은 후 도랑 다리를 지난다. 첫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 한쪽 편엔 한국전쟁때 이 곳 안강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짐작케 해주는 순국군경위령비가 쓸쓸히 서 있고 그 앞으로 양봉함들이 보인다.

지난 추석 무렵 태풍 ‘매미’때 쓰러진 듯한 큰 소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그 밑으로 통과한다. 경주 김씨묘가 보이면 오른쪽 산길을 버리고 묘를 지나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계단모양의 작은 계곡이 나오면 계곡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들머리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보송보송한 낙엽이 융단길을 깔아 놓아 포근하다.
 

파평 윤씨묘 2기를 지나면서 지그재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전체적인 전망은 좋지 않지만 묘지 덕에 확 트인 전망을 가끔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40분쯤 뒤 주능선에 닿는다. 능선 위로 초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다. 이어 네갈래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135도 정도로 크게 돌아 오른다. 가시가 많은 두릅나무와 산딸기나무가 길을 막는다.

싸리나무도 가세해 마치 겨울 속 정글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다. 뚜렷한 길이 안보여 거의 만들다시피 전진한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늦가을 찬 바람에 아랑곳 않고 아직 춤을 추는 억새군을 지나면 곧 무릉산 정상(459m). 정상석은 오간데 없고 산불초소와 그 옆에 홍수예보시설물이 서 있다.

제법 너른 정상이지만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진행방향 오른쪽엔 안강읍내와 그 뒤로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이 잇따라 보이고 반대편인 왼쪽엔 경주시와 운주산 시루봉 토함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불초소와 홍수예보시설물에 노란리본을 묶고 직진하면서 하산길을 잡는다. 갈참나무 등 참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다. 널브러진 잔가지와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각각 ‘뿌지직’ ‘사그락’하며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렇게 1시간20분 정도 걸으면 은진 송씨묘. 여기서 왼쪽으로 난 능선으로 본격 하산한다. 길은 비교적 잘 나 있다. 산행 시작부터 보이던 무덤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줄곧 이어진다. 산을 완전히 벗어날 지점에선 온통 무덤 천지다. 이 곳을 벗어나면 거대 축사가 나오고 이 마을이 검단리 달성골이다.

산행시간이 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은진 송씨묘를 지나 30분 정도 직진하면 덕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길을 택해 덕곡지와 덕고개 마을을 지나 50여분 걸으면 검단1리 마을회관에서 결국 만난다.



# 교통편 - 노포동~경주행 버스 15분 간격 배차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근계행 212번 시내버스는 오전 9시, 11시10분에 있다. 1천원. 날머리인 검단리에서 경주행 216번 시내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30분, 6시20분에 출발하고 요금은 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시외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경주IC~포항 방면~갈림길서 왼쪽길인 안강 현곡 방면으로 가지말고 오른쪽 포항 방면~포항 안강 방면(이상 이정표 기준)~안강으로 가는 고가도로~철길 지나~근계교 지나 좌회전 2번~근계1교~우회전~강변타운 지나 직진~근계리 버스종점 순으로 간다.



# 떠나기전에 - 검단 '탄산 약수터' 둘러볼만


무릉산은 작은 산이다. 안강읍과 경주시를 품에 안은 알려지지 않은 전형적인 근교산이다. 조용한 산, 한적한 산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산행 시간이 다소 짧은 것이 흠이지만 장거리 산행을 원하는 꾼은 덕고개에서 능선을 이어타고 현곡면의 남사리나 안태봉으로 산길을 잡으면 된다.

들머리인 근계는 마을 앞을 흐르는 칠평천의 근원이며 가마실은 마을의 위치가 가마와 같이 산으로 둘러 싸여 붙여진 이름이다. 날머리인 검단리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가마솥과 같다하여 금당으로 불리다가 검단으로 바뀌었다. 검단에는 탄산성분의 약수탕이 있다. 100여년전 가뭄이 심해 우물을 팠더니 청석에서 거품이 섞인 물이 솟는 것을 발견했다 한다. 떫은 맛이 나며 위장병에 좋다 하여 주변 백숙집 등이 덩달아 유명해졌다. 산행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덕고개마을에는 경주 ‘단고사 강단’이 있다. 문화재자료 329호로 병자호란때 의병을 일으켜 경기도 이천 쌍령(雙嶺)전투에서 순절한 낙선당 손종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입력: 2003.11.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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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1> 부산 백양산
 
  백양산 정상을 넘어 금정산으로 향하는 능선길 좌우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내고장 부산의 도심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사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을 한 눈에 조망해본 사람들은 예상 외로 적다. 가까운 도심의 산에 오르면 되는 데도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산에 오르면 부산의 도심을 가장 잘 볼 수 있을까. 산꾼들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백양산 황령산 금정산 승학산 등을 내세우지만 대체로 백양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도상으로 백양산은 부산진구와 북구, 사상구의 경계를 이루는 부산의 심장부.

혹자들은 북쪽 끄트머리인 금정구 일부와 엄광산에 가려 중·서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백양산이 차고 앉은 터를 고려한다면 이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백양산은 북으로 금정산과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실낱같은 능선이 주례에서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으로 맥을 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한 걸음에 모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부산서 조망이 뛰어나다는 백양산을 찾았다. 그동안 산꾼들에게 백양산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등한시 돼왔다. 그러나 부산진구 북구 사상구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코스도 다양해 한나절만 투자한다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백양산 줄기를 지나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밟아 본 사람이라면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멋진 산길을 감상할 수 있어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코스는 부산진구 당감동 선암사~임도~애진봉~백양산 정상~불태령(낙타봉)~만남의 숲~안부~금정봉(金頂峰) 갈림길~자연학습쉼터~만덕고개~샘터~케이블카 타는 곳~금강공원 순.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심의 산이라 군데군데 하산길이 많아 힘에 부치면 언제 어디서건 하산해도 상관없다.

들머리인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창건 당시엔 낙동강이 보여 견강사(見江寺)로 불렸지만 경내에 화랑들이 수도를 했던 바위인 신선암이 널리 알려지면서 선암사(仙庵寺)로 명명됐다 한다. 대웅전 왼쪽으로 범종각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공양간과 찻집인 휴휴정이 나온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솔밭길. 정면에 ‘산불조심’ 팻말이 보이면 본격 산길로 올라선다.

20여분 오르면 첫번째 임도. 길 양쪽에 산불진화용 파란색 저수조가 서있다. 정면 가파른 돌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좌우로 부산시내 전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10여분 뒤 또 다른 임도가 나오면 역시 길을 가로 질러 오른다. 오른쪽 1시 방향에 돌탑 위 백양산 정상석이 조그맣게 보인다.

7, 8분 뒤에 애진봉(愛鎭峰)에 닿는다. 부산진구청이 지난 98년 세운 향토 사랑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옆에 헬기장도 있고 벤치와 꽃을 심어 놓아 소풍장소로 많이 애용된다. 왼쪽으로 가면 삼각봉을 지나 주례 방향.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애진봉에서 백양산(白楊山) 정상까지는 10여분. 장쾌한 조망에 일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 이토록 보석같은 장소를 왜 몰랐지 하는 아쉬움과 뒤늦게나마 알게 된 고마움이 교차된다.

왼쪽엔 낙동강 물줄기와 황금빛 김해평야가, 오른쪽엔 서면시가지와 북항 등 부산전경이 한 눈에 잡힌다. 오른쪽 발밑엔 성지곡수원지와 하얀 사직주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자꾸 도심보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자만의 편견일까.

부산 도심과 주변의 산들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북쪽 금정산 고당봉을 정점으로 왼쪽에 평평한 봉우리인 신불산과 영축산이 겹쳐져 보이고 그 왼쪽으로 토곡산과 오봉산이, 낙동강 건너엔 신어산 무척산이 눈 앞에 다가온다.
 

서쪽으론 김해 용지봉과 불모산 팔판산 보배산 봉화산이, 북동쪽으론 천성산 계명봉 대운산 철마산 함박산 달음산 일광산이, 정동에 장산이 보인다. 우측 도심쪽으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남쪽으론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 그리고 영도의 봉래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산은 본격 능선길. 조망이 워낙 좋아 곳곳에 땀을 식히며 상념에 잠긴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길 양편에 억새가 눈에 띄지만 공익요원들이 산불방지를 위해 억새를 베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돌탑이 서있다. 일명 낙타봉. 초읍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불태령(佛態領·611m)이라 부른다. 구만덕 뒤 저 멀리 상계봉이 보인다.

하산길은 아주 가파르다. 20여분 뒤면 만남의 숲(광장). 직진하면 만덕고개 혹은 남문방향이고 왼쪽은 만덕, 오른쪽은 어린이대공원과 당감동 방향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족산행이라면 여기서 대공원쪽으로 내려가도 무난하다.

만덕고개 쪽으로 향한다. 20분 뒤 금정산 주능선을 오르기 위한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금정봉 방향. 자연학습쉼터 또는 구민의 숲을 지나면 무선기지국과 철탑이 있는 전망대. 백양산에서 안보이던 동래 금정지역이 훤히 보인다. 5분 후엔 만덕고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금정산과 백양산의 줄기가 끊어져 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 산길로 오르면 금정산 남문 방향. 주의할 것 한 가지. 20분 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 갈림길에서 반드시 오른쪽 쓰러진 나무쪽으로 길을 택한다. 이후 오르막 산길. 왼쪽 한 편에 샘터가 있다. 다시 억새가 양옆에 펼쳐져 있는 산길을 올라 20분 정도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 가족과 함께라면 케이블카로 내려가도 좋고, 걸어서 가려면 케이블카 타는 곳을 정점으로 오른쪽 길로 하산한다. 40분 뒤 금강공원 입구가 나온다.

## 떠나기 전에

백양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조선시대에는 선암산으로 불렸다. 남쪽은 당감동 뒷산의 천년고찰 선암사에 의해 선암산으로 불렸고, 그 반대편 서쪽에서는 모라 운수사의 이름을 본따 운수산(雲水山)으로 명명됐다. 조선시대 좌수영지(左水營誌) ‘병고조’(兵庫條)에는 운수산을 봉산(封山)으로 정해 놓고 수군의 병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무를 반출하였다. 그 만큼 당시 백양산은 울창했다 한다.

지금의 백양산은 초읍쪽에 신라시대 백양사란 사찰에 의해 불려진 이름이 지금까지 남게 됐다.

백양산은 구포의 주산인 주지봉(蛛蜘峰)과 이어진다. 산 정상에 마치 거미가 웅크린 모습의 암봉이 연이어 솟아 있어 낙타봉으로도 불리며 이 길은 백양산에서는 가장 옹골찬 산길로 시랑골과 음정골이 흘러 내린다. 시랑골 골짜기에는 차디찬 금샘터가 있어 찾는 이가 많이 있다.

초읍의 성지곡 수원지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있으며 이는 1909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수원지이다. 주변에는 일제시대때부터 조림한 편백나무가 장관으로 삼림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백양산에서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인 철학로와 만덕고개를 지나 케이블카 종점까지 올라서는 산길을 이 가을에 찾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다양한 산행 들머리 장점

부산의 심장부에 위치한 백양산은 부산진·북·사상·동래구 등지에서 올라가는 길이 많아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산행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우선 북구 구포 삼경장미아파트와 덕천동 영천초등학교, 만덕주공아파트에서 불태령으로 올라 백양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사상구에선 모라 운수사에서 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모라 용문사에서 삼각봉~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지하철 2호선 구남역 근처의 용운암에선 510m봉을 거쳐 백양산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또 신라대와 보훈병원에선 갓봉~삼각봉~애진봉을 거쳐 백양산으로 오를 수 있다.

부산진구에선 어린이대공원~사명대사 동상~삼림욕장~만남의 숲으로, 초읍 시립도서관 뒷길에선 대진아파트~금정봉~만남의 광장 순으로, 금용산~금용암~금정봉~만남의 숲으로도 등산이 가능하다. 사직동 한신아파트 뒷길로도 오를 수 있다.

역으로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산에 오른 뒤 백양산으로 향할 수 있고, 고당봉 쪽에서 백양산 방향으로 종주산행도 좋은 방법. 가족과 함께라면 짧은 코스를, 산꾼들과 같이 오를 경우엔 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을 권하고 싶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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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0> 한라산

 
  한라산 정상에서 북쪽인 관음사 방 향으로 하산하다 만나는 왕관릉. 암 봉이 이름처럼 왕관을 쏙 빼닮았다.
한라산(漢拏山·1,950m)이란 이름은 ‘은하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다’(雲漢可拏引也)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 그만큼 산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은 그 높이에 비해 오르내리는 일이 의외로 수월하다. 산행 기점이 대부분 해발 620~1,280m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같이 쾌적한 날씨에는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한라산 등반 길에 나서다 보면 평상복에 운동화를 신은 산꾼 아닌 산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 산꾼들에게 한라산은 겨울 산행지.

국립공원한라산관리사무소는 그동안 겨울철 적설기간(통상 11월부터 다음해 2월)만 한시적으로 백록담 정상을 개방해왔고 나머지 기간에는 7, 8부 능선까지로 산행을 제한해 산꾼들은 겨울에만 한라산을 찾았다. 이른바 눈꽃산행이란 이름으로.

하지만 오랜 기간 실시해온 자연휴식년제와 등산로 복구작업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올 3월부터 성판악 및 관음사 코스에 한해 정상까지 개방, 이젠 한라산의 사계절을 볼 수 있게 됐다.

동행한 한 산꾼은 “눈덮인 한라산만 두 번 올라 산세를 정확히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산행으로 그 궁금증이 해소됐다”며 “용진각대피소 주변 산세와 울긋불긋한 단풍, 이끼 낀 탐라계곡의 수려함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팀은 길이 평탄한 성판악으로 올라 한라산 북면의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는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현재로선 두 코스를 연계해 백록담에 오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산행은 성판악매표소~사라악약수터~사라대피소~진달래밭대피소~한라산 동능 정상~왕관릉~용진각대피소~삼각봉~개미등~탐라계곡대피소~숯가마터~구린굴~관음사주차장 순. 흔히 9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잡는데 이는 눈꽃산행 때 아이젠을 찬 경우가 고려된 것 같다. 보통 산꾼이라면 빨리 걷지 않더라도 8시간대면 가능하다.
 

산행은 해발 750m인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된다. 매표소를 지나면 한 눈에 숲이 깊음을 알 수 있다.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아 마치 밀림지대를 걷는 기분이다.

처음엔 한라산이라는 상징성과 꽝꽝나무 노가리나무 등 평소 못보던 수종이 눈에 띄어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가지만 길의 단조로움과 같은 수종의 반복, 그리고 꽉 막힌 조망 등으로 이내 지루함을 느낀다.

1시간30분 정도 뒤면 사라악약수터. 물이 나오는 파이프를 쓰러진 고목 안으로 넣어 제법 운치있게 만들어 놨다.

1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앞이 확 트인다. 바로 진달래밭대피소다. 해발 1,500m. 과거 산행통제땐 여기까지가 허용구간이었다. 건물 옆에 매점이 있어 대부분의 산꾼들이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컵라면과 음료수, 커피 등이 다른 국립공원보다 엄청 싸다.

이제 정상까지는 2.3㎞. 시간상으로 1시간 안팎. 해발 고도가 높아 키 큰 관목은 점차 줄어들고 구상나무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살아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죽어서는 오히려 신비스런 자태로 산꾼들을 맞는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제주도 동쪽의 조망이 훤히 트이면서 동시에 섬 특유의 매서운 바람도 거세진다. 서귀포시가 저 멀리 보이고, 성산 일출봉과 중산간지대 사이의 수많은 오름들이 실루엣으로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침내 정상. 정확히 말하면 한라산 동능 정상.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토록 고대하던 백록담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영주산(瀛州山)이란 별칭이 붙었던가.

바람이 너무 거세 이내 입이 얼고 손이 소매 속으로 들어간다. 구름걷힌 백록담은 보고 싶은데 도무지 가을바람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차고 세다. 일순간 ‘와아’소리가 들린다. 백록담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내 구름이 시야를 가로 막는다. 물은 조금 뿐이었고 구름 사이로 까마귀 여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진 바람 때문에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북쪽인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조금 내려서니 주목과 구상나무 고사목이 많이 서 있다. 장관이다. 30분쯤 뒤엔 왕관릉 이정표가 서 있지만 실제론 볼 수가 없다. 좀 더 내려가야 한다.

곧 용진각대피소. 주변 봉우리 전체가 울긋불긋한데다 기암괴석마저 돌출돼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대피소 뒤편 봉우리는 젊은 산악인들의 설상훈련 장소로도 유명하다.

솥뚜껑처럼 생긴 붕괴위험건물을 지나 탐라계곡 최상부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제서야 왕관릉이 보인다. 이름처럼 암봉이 마치 왕관을 쏙 빼닮았다. 평소 건천인 탐라계곡은 국내 3대 계곡에 들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비가 오면 순식간에 폭포수처럼 계류가 쏟아지는 탐라계곡의 이끼 낀 초록의 자태는 과히 인상적이다.

산사면을 비스듬히 트래버스하면 이번엔 개미등. 생긴 모습이 비슷해 붙여진 이름. 길이 좁은데다 길 왼쪽에 바위절벽으로 철조망을 쳐놓았다. 폭설이 내리면 산사태가 가장 빈발하는 곳이다.

조금만 더 가면 이번엔 등뒤로 삼각봉. 봉우리를 인위적으로 깎은 듯 삼각형처럼 생겨 신기할 정도다. 잘록한 개미목을 지나면 발밑 등산로에는 나무를 깔아 놓아 관광탐방로를 걷는 기분이다.

이후 탐라계곡을 두차례 정도 가로지르면 숯가마터와 구린굴 낭떠러지를 차례로 만난다. 여기서 날머리인 관음사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 전에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제주도에서 차지하는 한라산의 비중이 크다.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는 한라산은 제주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안개가 낀 백록담에 꽃사슴이 내려와 물을 먹고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동화같은 산으로 여겨지는 한라산은 신비감이 감도는 산이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 영실 코스, 어리목 코스 등 네가닥으로 단촐하게 이어진다. 이 중 현재로선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만 정상 등정이 허용되고 있다.

어리목 코스는 1100번 도로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올라 서북벽을 구경하고 영실로 하산하는 것이 좋으며 오백나한의 기암과 건폭이 장관을 연출한다.

한라산은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봄의 한라산은 각종 야생화와 철쭉으로 산상의 화원을 연출하고 여름엔 푸른 신록으로, 속살까지 볼 수 있는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과 억새가, 겨울엔 흰눈을 이고 있는 매력 넘치는 산이다.

당일치기로 한라산만 오르는 것은 너무 아쉽다. 1박2일로 느긋하게 산행후 제주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기분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한라산은 산행시간이 길어 출발시간을 계절에 따라 세가지로 나눠 제한한다.

△춘추절기(3~4, 9~10월) 오전 9시30분 △동절기(11~12월, 이듬해 1~2월) 오전 9시 △춘하절기(5~8월) 오전 10시. 이달에는 오전 9시30분까지는 매표소를 통과해야 한다. 국립공원한라산관리사무소 (064)713-9950.

부산서 한라산 등반을 하루만에 하려면 첫 비행기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대한항공(1588-2001) 부산발 제주행 오전 7시10분 비행기를 타면 된다. 월~목 5만9천4백원, 금~일요일 6만3천원(이상 공항세 포함).

돌아올 땐 아시아나(1588-8000) 비행기도 가능하다. 제주발 부산행 마지막 비행기는 오후 8시10분. 그 앞은 오후 7시20분, 6시20분에 있다. 월~수 5만8천8백원, 금~일요일 6만2천9백원(〃). 대한항공의 부산행 마지막 비행기는 목~토 오후 7시30분, 월~수 오후 8시40분, 일요일 오후 8시5분.

공항에서 들머리인 성판악휴게소까지 택시요금은 1만5천원, 날머리인 관음사에서 공항까지는 1만2천원 정도 나온다. 유의할 점 한 가지. 공항에서 등산용 스틱과 맥가이버칼은 위험물로 취급돼 수하물로 맡겨야 한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10.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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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58> 승학산 억새 능선
 
  승학산 억새평원은 부산시민의 자랑이다. 정상을 앞두고 평원의 억새꽃이 산들바람에 휘날린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부산의 산은 없을까.

그럼 두 말 말고 승학산(乘鶴山)으로 떠나보자.

사실 억새라면 해운대 장산이나 백양산 등지에서도 못보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나 장쾌한 조망면에서 승학산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상 인근 사면의 화려하면서도 광활하게 불꽃을 태우는 억새밭이 주메뉴라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풍경과 영남의 젖줄인 칠백리 낙동강물의 도도한 흐름은 전채요리나 후식에 비견될 만하다.



사하구 당리동과 사상구 엄궁동에 걸쳐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그리 높지 않아 가족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인근 주민들에겐 기껏해야 ‘마을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이어지는 능선 산행을 하다보면 전혀 새로운 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 산행은 지하철 1호선 괴정역~괴정성당 옆 동산빌라 입구~한샘약수터~헬기장~부산기상레이더관측소(시약산)~시약정~부산항공무선표지소(구덕산)~산불감시초소~잇단 헬기장~승학산 정상~동아대 하단캠퍼스 순으로 이어진다. 3시간 정도 걸린다.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잔 뒤 ‘아점’을 먹고 여유있게 가을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코스다.

지하철 괴정역 1번 출구로 나와 곧바로 보이는 나산부인과를 끼고 오른쪽길을 택한다. 150m쯤 걸으면 한우아파트. 여기서 왼쪽 괴정성당으로 가는 일방통행길로 가다보면 정면에 동산빌라가 보인다. 길을 건너 왼쪽으로 가면 ‘어린이보호’ 파란색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난 계단으로 오른다. 괴정성당이 담너머 보이고 이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 철문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태풍 매미 탓인지 나뭇잎이 이미 바래 올해는 제대로 된 단풍을 보기 힘들 것 같다.

평일 오전인데도 마을 뒷산이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부분 아줌마들이다.


목장승이 서있는 한샘돌탑을 지나면 곧 한샘약수터. 목을 축인 뒤 계속 오르면 첫 헬기장. 쑥부쟁이와 억새가 가을이 이미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곳에서 앞으로 우리가 오를 세 개의 봉우리가 차례대로 보인다. 정면 오른쪽부터 시약산 정상인 기상레이더관측소,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 저멀리 왼쪽 봉우리가 승학산이다. 송도 앞바다와 영도다리 오륙도 등 부산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대티고개~천마산~봉화산~아미산~몰운대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젓한 송림길을 지나 산불진화용 저수조쪽으로 직진해 35분 쯤 가면 또 다른 헬기장. 승학산 오른쪽 뒤로 보배산과 불모산 화산 장유봉이 보이고, 김해시가지와 그 뒤로 신어산 토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 및 근교를 이처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헬기장을 지나면 곧 시약산 정상인 기상레이더관측소.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다. 이 곳을 지나면 오른쪽에 정자인 시약정이 바위 위에 서있다. 태풍 매미 때문에 지붕이 약간 날아갔지만 신기하리만큼 멀쩡하다. 정자 옆 절벽 바위 위에 서면 왼쪽에 백양산, 그 뒤로 금정산 상계봉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엄광산 황령산 장산 철마산이 차례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발밑에는 꽃마을과 내원정사가 누워있다.
 


시약정에서 나와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를 거쳐 승학산 정상으로 가는 안부까지는 시멘트길. 하지만 정면에 낙동강과 가을색 짙은 김해평야가 보여 지루하지 않다.

서대신동 꽃마을에서 승학산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이 곳에서 만난다. 여기서 승학산 정상까지는 2.35㎞. 숲길로 들어선다. 헬기장을 지나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안부. 산불초소가 있고 승학산 억새보호안내 팻말이 서있다. 이 때부터 억새밭이 본격 펼쳐진다는 의미다. 정상까지 1.45㎞. 억새군락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며 물결치는 아름다운 장관은 가던 걸음을 수차례나 멈추게 만든다. 하얗게 핀 억새를 만져보니 솜털처럼 부드럽다.

억새밭 옆에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밑은 어김없이 등산객들의 차지. 이곳저곳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치기가 안타까웠던지 빙 둘러앉아 점심이나 간식을 들며 웃음꽃을 피운다. 화왕산이나 재약산 사자평에 비해 방대하지는 않지만 이 가을, 억새산행지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낙동강과 김해평야가 점점 다가온다. 온통 가을색이다.

마침내 정상. ‘학이 하늘에서 우니 온 세상에 다 퍼진다’라고 새겨진 비석과 돌탑 정상석이 차례로 서있다. 가덕도 연대봉과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 백양산, 금정산 고당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조망이다. 하산은 서쪽인 동아대 하단캠퍼스쪽으로 내려선다. 가파르지만 40~50분 정도면 캠퍼스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가을철 부산 사람들이 억새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반드시 회자되는 산이 승학산이다.

승학산은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승학산으로 불렀다 한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승학산 자락에는 삼한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많다. 괴정동의 패총, 각종 무문토기, 고분 그리고 대티고개에서 당리동 뒷산으로 이어지는 석성은 목마성으로, 군마를 양성했던 장소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산행 들머리의 지하철 1호선 괴정역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316호인 괴정동의 회화나무가 있다. 괴목(槐木)이라고도 불리는 이 회화나무는 지금의 괴정동명과 무관하지 않다.



승학산은 사방팔방으로 산길이 뚫려 있다. 이에 비례하여 그 산길로 오가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 특히 지금은 억새의 은빛 물결로 치장을 해 온 산이 화려한 장관을 이뤄 뭇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억새뿐만 아니라 승학산은 쑥부쟁이 여뀌 이질풀 등 온갖 야생화가 계절을 바꿔가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이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산행기점 어디서나 선택 장점

도심에 위치한 승학산은 무엇보다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의 사파이어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올라 승학산 정상~억새평원으로 갈 수 있고 서구에선 서대신동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중구에선 대청공원에서 출발 구봉산~엄광산(고원견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갈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성지에서 올라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른바 종주 산행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멀리 산행을 하고 싶으면 부산진구 가야1동 현대아파트 건너편으로 올라 가야봉에서 출발해 하단까지 산행을 할 수 있다. 사상구 학장동에서 출발하면 본격 억새평원이 시작되는 산불초소와 만난다.



산행코스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 혹은 그날의 개인 몸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택할 수 있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9 18:57 / 수정: 2008.03.13 오후 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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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7> 전남 영암 월출산

영암벌에 홀로 솟아 달맞이 가자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높이가 120곒로 국내 최고인 구름다리를 걷노라면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흔들림이 심하다.
전라도 영암에 가면 이구동성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로 ‘달뜨는 산’ 월출산(月出山)이 한 순간 병풍처럼 눈 앞에 불쑥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수석 덩어리같다고나 할까.

전남 유일의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사방 100리에 높은 산이 없어 누런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돌봉우리들, 하늘로 솟구쳐오른 기암괴석 때문에 예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왔다.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에 제일 가는 그림같은 산 있으니 청천에 솟아 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라고 읊었고, 고산 윤선도도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월출산의 신령스러움을 노래했다.

산꾼들이 봐도 월출산은 그야말로 완벽한 산행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도(812.7m)에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계절이나 날씨 그리고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과 아름다움이 확연히 달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또 명물 구름다리와 천황봉 구정봉 마애여래좌상 베틀굴 통천문 도갑사 등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설이요 문화재다.

특히 미왕재의 광활한 억새밭의 황홀한 장관은 가을 산행의 덤이다.

파른 오르막인 천황사쪽으로 올라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서는 도갑사쪽으로 하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종주코스를 택했다. 월출산 주차장~천황사~구름다리~통천문~정상(천황봉)~바람재~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미왕재(억새밭)~도갑사 순으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바위길이 많아 무릎 보호 밴드 착용을 권하고 싶다.

주차장에서 산길로 오르면 곧 갈림길. 왼쪽은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오른쪽은 바람폭포~광암터를 거쳐 천황봉으로 가는 길이다. 초행이면 열에 열 모두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 못가 작은 암자에 닿는다. 천황사(天皇寺)다. 오래전부터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작은 전각이 하나 있었지만 2년전 초파일을 얼마 앞두고 불이나 지금은 천막을 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이 곳에서 식수를 준비하자.

산죽터널과 가파른 철계단을 지나 40분 정도 오르면 구름다리. 천길 낭떠러지에 쇠줄로 엮어 놓은 다리가 절묘하다. 길이 52m, 높이 120m의 현수교로 거센 바람이 불 땐 흔들림이 심하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로 힐끗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뒤따라 오던 한 부부는 부인이 아예 남편 허리를 끌어 안고 걷는다. 다리에서 2시 방향 저멀리 바람폭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내려서면 이제부터 월출산 특유의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린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 철계단 혹은 철사다리를 기어 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이내 거친 숨을 토해내고 팔뚝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 이르지만 구절초 쑥부쟁이 등 가을 야생화와 만개한 억새꽃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산들거린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까지는 대략 2시간. 이번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절벽에 가까운 돌길을 지나면 바위틈인 통천문(通天門). 천황봉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 곳을 통하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바위틈인 해탈문과 흡사하다.

5분 후 드디어 천황봉. 호흡이 절로 멎는다. 어른 100여명이 앉아도 될만큼 펑퍼짐한 바위 봉우리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그 어디에 비길까.

서쪽 건너편에 향로봉 구정봉 주지봉이 마주보고 서 있고, 그 양 옆으로 저 멀리 영산강 물줄기와 이어지는 서해안 목포 앞바다와 강진만의 아름다운 남도경관이 보인다. 북으로는 누런 영암벌판 뒤로 무등산과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아련하다. 연신 탄성이 터지는 것은 당연지사.

산은 서쪽으로 내려선다. 꼬불꼬불 급경사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바람재에 이르고 여기서 10여분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은 억새밭으로 곧장 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을 거쳐 억새밭으로 간다. 후자를 택한다.
 

베틀굴은 옛날 전쟁을 피해 여성들이 베틀을 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나 그 모습이 여성의 국부와 흡사해 음굴(陰窟) 혹은 음혈(陰穴)로도 불린다. 굴속에는 항상 물(음수·陰水)이 고여 있고 천황봉 쪽의 남근석을 향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베틀굴에서 100m 정도를 오르면 구정봉.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9개의 웅덩이가 주변에 패어 있는 구정봉은 천황봉 못지 않게 전망이 빼어나다. 여기서 20분 가량 급경사길로 내려가면 국보 144호 마애여래좌상. 높이 8m의 거불로 고려의 석불양식을 보여주는 당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애여래좌상을 둘러본 후 다시 되돌아와 억새밭인 미왕재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앞이 탁 트인 능선길로, 은빛 물결이 춤추는 억새밭까지 대략 35분 걸린다. 역광에 반사되어 찬란히 빛나는 억새는 가을철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이제 미왕재는 구름다리, 바위봉과 함께 월출산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억새밭에서 직진하면 무위사로 향하지만 올해부터 자연휴식년제로 폐쇄됐다. 도갑사는 오른쪽 방향인 홍계골로 하산한다. 오를 때와는 달리 하산길은 전형적인 산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도갑사에 다다르면 이 곳이 산간습지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도갑사 절집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떠나기전에

월출산은 강진군과 영암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강진 월출산보다는 영암의 종산으로 영암 월출산이라고 불린다. 일본에 문물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학의 대가 도선국사가 태어난 곳이 바로 월출산 아래 구림이다.

월출산은 삼국사기에는 월나악(月奈岳)이라 불렸고 고려초에는 월생산(月生山)으로 바뀌었으며 이후에는 월산(月山) 보월산(寶月山) 화개산(華蓋山) 소금강산 등으로 각각 지칭되다 현재는 월출산으로 불린다. 월출산은 능선과 골짜기마다 기암과 문화재 그리고 전설이 가득한 산이다. 여유를 가지고 월출산을 음미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땐 광주를 거쳐 영암으로 가야 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광주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부터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천7백원. 서부터미널에서 광주행 직행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 그 이후는 매시 40분 간격. 1만4천2백원. 광주터미널에서 영암터미널까지는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천4백원. 영암터미널에서 월출산국립공원(천황사)까지는 오전 6시40분, 9시10분, 10시10분에 있다. 730원. 택시를 이용하면 5천원 안팎. 날머리인 도갑사에서 영암터미널행 막차는 오후 4시25분. 900원.

승용차를 이용하면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벌교 낙안읍성 민속마을 2번 국도~보성~장흥~강진~광주 영암방향~풀치터널~월출산 천황사쪽으로 빠진다. 날머리 도갑사에서 들머리 천황사 입구까지 택시(011-608-1733, 018-364-6666)를 타면 1만3천여원.


 
  통일신라때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 경내.

## 주변볼거리

전설에 의하면 영암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가 세개나 있었다. 그 바위의 기운으로 산 아래 고을에서 큰 인물이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중국인들이 몰래 이 곳으로 와 바위들을 밀어 떨어뜨렸는데 그 중 하나가 다시 기어올라갔다고 한다. 스스로 옛 자리로 올라간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고을이 바로 영암(靈巖) 땅이다. 신령스런 바위 때문이었을까. 월출산 주변에선 큰 인물이 많이 났다.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와 백제 최고의 유학자 왕인이 바로 그들. 월출산 주변에는 이들과 관련된 유적지가 있다.

월출산 종주 날머리에 위치한 도갑사는 통일신라때 도선국사가 창건했고 조선 세조때 왕사였던 수미대사가 중창했다. 경내에는 독특한 건축양식의 국보 50호인 해탈문과 성보박물관이 유명하다. 대웅전 뒤 1천여평의 빈터에 박혀 있는 주춧돌과 승려들의 마실 물을 담아 두는 앞뜰의 대형 석조는 과거 도갑사가 대사찰이었음을 말해준다.

일본에 논어 등을 전수해 아스카문화의 원조가 된 왕인박사 유적지도 한번 둘러보자.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과 그 옆에 유허비가 있다.

월출산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무위사. 신라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국보 13호인 극락보전과 그 내부의 벽화도 반드시 감상하자. 극락보전은 단아함과 장엄함이 두드러지는 건물로 배흘림 기둥을 가진 주심포 양식의 맞배집이다.

월출산파크관광호텔(옛 월출산온천관광호텔) 온천욕도 빠뜨리지 말자. 도갑사에서 차로 20여분 걸린다.


## 맛집

영암의 대표적 먹을거리는 짱뚱어탕과 갈낙탕.

짱뚱어는 갯벌에만 서식하는 특이한 물고기로 현재까지 양식이 불가능하다. 이 바닷물고기는 고단백 영양식으로 고소하고 담백해 이 곳 영암사람들은 민물장어보다 한 수 위로 분류한다.

소금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뼈를 추려낸 후 체로 걸러낸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 된장 들깨 마늘 생강과 부추 시래기 쑥갓 미나리 등 그때그때 나오는 싱싱한 야채를 곁들인다. 얼큰하고 텁텁한 맛이 일품이며 비리지 않고 구수하다. 탕 7천원, 전골(1인분) 1만2천원.

갈낙탕은 갈비와 이 곳 명물인 세발낙지와의 만남. 한우갈비를 우려낸 국물을 뚝배기에 넣고 세발낙지 밤 대추 등을 끓여낸 것으로 짱뚱어탕에 버금가는 건강식이다. 1만2천원. 영암군청 근처 중원회관(061-473-6700) 동락식당(061-472-2892)이 특히 유명하다. 두 식당 모두 반찬으로 남도 특유의 전어창젓과 토하젓을 내놓아 입맛을 돋운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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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6> 고성 연화산

蓮華 팔경 병풍두른 '벗님'같은 산세


 
  연화산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 본 주변 산세. 서북산 여항산 오봉산 괘방산 자굴산 황매산 지리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중앙 하단에 산행 들머리 옥천사가 보인다.
고성 연화산(蓮華山·528m)은 밀양의 가지산(迦智山·1,240m)과 함께 경남의 유이한 도립공원이다. ‘가지산을 밟지 않고선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웅장한 가지산과는 달리 연화산은 도립공원이지만 산세가 장엄하지도 넉넉하지도 않다. 오히려 아기자기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산이다.

하지만 연화산 산행의 묘미는 산행범위를 옥천사를 비롯한 주변 암자와 문화재 순례를 포함한다면 전국의 어느 명산 못지 않게 볼거리가 많아 그 재미가 쏠쏠하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옥천사는 하동 쌍계사의 말사이면서도 특이하게 경내에 유물전시관인 보장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근대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봉암사 결사의 주역인 청담스님 사리탑도 있다. 대웅전 뒤에는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는 옥수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예부터 산사 주위 32필지가 연화팔경으로 불리어 경남도에서 이를 지방기념물로 지정할 정도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결국 이 모든 요소가 산세의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로 여겨진다.

산행은 옥천사~극락교~주능선~393m봉~오거리 안부~남산 정상~황새고개~연화산 정상~전망대~시루봉 안부~도로~후문 매표소~연화봉~백련암~옥천사 보장각 순. 3시간 정도 걸린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주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재미있는 코스다.

산행은 일주문을 지나 청련암으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시작한다. 옥천사와 보장각을 먼저 둘러봤다면 극락교를 지나 왼쪽으로 10m쯤 가면 만난다. 입구에 신도대표공덕비와 ‘청련암 가는길’이라고 적힌 고색창연한 나무팻말이 서있다.

시멘트길을 따라 20m 정도 오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바로 왼쪽에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천년고찰 주변이라 아름드리 노송과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15분쯤 뒤면 주능선. 오른쪽 길로 오른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호젓한 길이라 삼림욕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낮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오거리 안부에 닿는다. 그늘도 적당히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쉼터로 제격이다. 왼쪽은 원동마을, 오른쪽은 청련암 방향. ‘남산 정상 400m’ 팻말이 안내하는 직진길로 간다. 점토질 흙길에다 솔잎과 나뭇잎이 널브러져 걷기에 편안하다. 맨발로 걸어도 되겠다.
 

안부에서 15분 정도면 남산 정상. 정상석 대신 돌탑 사이에 나무팻말이 꽂혀 있다. 편평한 돌이 삼삼오오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잘 배열돼 있다.

하산길은 내리막에 바위나 돌이 너무 많아 주의를 요한다. 아니 위험할 정도다. 정신없이 한참 내려오다 땀을 닦으려 고개를 드는 순간 우리가 오를 연화산이 나무 사이로 코앞에 우뚝 서있다. 마치 산과 산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안부를 지나면 곧 황새고개.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연화산 정상까지는 720m 남았다. 10여분 후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 때부터 국립진주산업대가 정성스레 나무에 달아놓은 나무이름 팻말이 보인다. 국수나무 쪽동백나무 생각나무….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황새고개에서 연화산 정상까지는 30여분. 정상석은 없고 성의없이 쌓여진 돌탑만 있을 뿐, “실망스럽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한결같이 도립공원답지 않다는 말이다. 당황포 앞바다도, 시발점인 옥천사도 나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바위를 지나면 곧 돌탑이 서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발밑에 옥천사가 연꽃무늬처럼 배열돼 있고 오른쪽엔 서북산 여항산 미산령 오봉산 괘방산이, 정면에는 의령 자굴산, 왼쪽에는 비슬산 황매산 웅석봉 정수산 둔철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왼쪽 저 멀리 진주시가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시루봉 안봉. 오른쪽에 임도가 보이고 그 길을 건너면 시루봉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저 멀리 시루봉도 보인다.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여분 후면 지방도로와 만난다. 지도상의 황새고개이다. 오른쪽으로 가 후문매표소를 지나 다시 산길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옥천사와 만난다. 연화봉까지 350m가 남았다는 팻말을 지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정상석엔 ‘연화봉 489m’라고 적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화1봉인 셈.

백련암은 오른쪽 방향. 내리막길인데다 나무가 이곳저곳에 쓰러져 있다. 곧 네갈래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번엔 경사진 돌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는 옥천수.

연화봉에서 20분 후면 백련암에 닿는다. 암자 앞의 ‘한 뿌리 두 나무’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옥천사의 옥천수도 좋지만 백련암의 물도 버금가니 한 잔 마시고 내려가자. 옥천사까지는 겨우 200m 남았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245-7005





[떠나기전에]

연화산은 선유, 옥녀, 탄금이라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 산의 형세가 선유봉이 거문고를 타고 옥녀봉이 비파를 뜯는 모습과 흡사해 비슬산이라고 불렸다 한다. 조선 인조때 학명대사에 의해 연화산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예부터 도립공원 연화산은 주변에 연화팔경(蓮華八景)을 정해 두어 그 산의 가치를 높여 놓았다.

절 뒤 높은 봉우리에 아침햇살이 제일 먼저 들고 온산이 거울처럼 보인다 하여 제1경으로 응봉초경(鷹峰初景)이라 했고, 연화산 남쪽 봉우리인 물무덤재의 낙조가 천하일품이라 2경으로 수등낙조(水嶝落照)라고 불렀다. 북쪽으로 뻗은 봉우리인 장군봉 혹은 사자봉의 거석이 장관을 이룬다 해 3경으로 장군거석(將軍巨石), 기암괴석중 크기와 모양이 특출한 일곱바위를 칠성기암(七星奇岩)으로 4경, 산속 외딴 암자에서 피어오르는 취사연기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아서 5경 연대취연(蓮擡翠煙)으로 지칭됐다.

이밖에 골짜기 안개가 마치 춤을 춘다해 운암낙하(雲庵落霞·6경), 봄꽃이 지천에 늘려 중춘앵화(仲春櫻花·7경), 늦가을 단풍이 절경이라 모추풍엽(暮秋楓葉·8경)이라 했다.

옥천사 경내에 달고 맛있는 물이 솟는 샘이 있어 옥천으로 더욱 유명하다. 장복하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하여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 495호인 임자명 반자와 지방문화재 1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백연암 청연암 연대암도의 부속암자도 한 번 둘러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를 타고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5시40분을 첫차로 10~20분 간격으로 자주 출발한다. 6천원.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옥천사 입구까지 가는 버스노선은 두 가지. 마암~개천~옥천사 입구행 버스는 오전 8시, 8시20분, 10시30분, 10시50분, 11시10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천5백원. 구만~개천~옥천사 입구행 버스는 오전 7시15분, 9시5분, 10시10분, 11시15분, 낮 12시20분에 있다. 1천9백원. 옥천사 입장료 어른 1천원.

돌아올 때 옥천사 입구에서 배둔행 버스는 오후 2시25분, 3시25분, 4시, 4시20분, 5시20분, 5시50분, 6시30분, 6시50분에 출발한다.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마산IC~서마산IC~통영 방면 이정표~14번 국도~고성군 배둔~화산삼거리~연화산 도립공원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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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5> 곡성 동악산

'첩첩암봉 넘어 신선바위… 仙界가 열리네'


 
  전남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은 도기념물인 도림사 계곡도 절경이지만 장쾌한 조망 또한 일품이다. 산행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발 아래 방금 올라온 들머리도 보인다.
동악산(動樂山)은 우선 이름이 재밌다. ‘즐거울 락’이 아니라 ‘풍류 악’으로 읽어 음악이 울려 퍼진다는 산이다.

마을 입구에서 빨간 고추를 말리는 한 촌로는 예부터 이 곳 출신이 장원급제를 하면 동악산에서 노래가 울려 퍼졌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흉조보다는 길조를 알리는 산이라 우선 발걸음이 가볍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우뚝 솟아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735m)은 도립, 군립공원은 아니지만 국내 여느 산 못지 않게 산세나 주변 경관이 뛰어나 호남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동악산 기슭에는 신라 무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창한 도림사(道林寺)가 천년고찰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 산의 남쪽 골짜기를 흐르는 도림사계곡은 전남도기념물답게 주변의 노송과 폭포, 담 소 등과 함께 절경을 뽐내고 있다.

동악산 산행은 도림사를 기점으로 동악산~배넘어재~대장봉~형제봉 코스가 풀코스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당일치기가 힘겨워 도림사~신선바위~동악산 정상~암릉길~삼각점 봉우리~배넘어재~도림사계곡~잇단 철다리~도림사 순으로 잡았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림사 입구 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해 발걸음이 시작된다. 항일독립지사 윤정구 의사 묘를 지나면 오른쪽에 도림사계곡. 널찍하고 편편한 반석 위로 맑은 물줄기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흘러 가히 절경이다. 반석에는 조선시대 이래 시인 묵객들이 노닐던 흔적들이 음각돼 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도림사계곡을 소개하는 팻말과 큰 고목을 지나 왼쪽에 간이화장실이 보이면 길 오른편에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이 있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 절개지의 희미한 산길로 올라서자.

만일 유량이 많아 계곡을 건너지 못하면 도림사까지 올라간다. 도림사 앞 계곡의 폭이 좁아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들머리와 만난다. 도림사 구경은 하산할 때 이 곳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몇시간 뒤로 미루자.

유의할 점 한가지. ‘동악산 2.7㎞’ 팻말이 안내하는 길로 가지말 것. 취재팀이 이 길을 따라 가 본 결과 길이 막혀 되돌아왔기 때문. 결국 취재팀이 택한 길은 차선의 선택이었음을 밝혀둔다.

처음엔 뚜렷한 길이 없었다. 방향만 맞춰 주능선을 향해 무작정 올라갈 뿐이었다.
 

나무 사이로 오르며 길 만들기를 25분. 왼쪽의 계곡물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지면서 전형적인 산길이 나타난다. 동시에 그렇게 멀어보이던 정상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가야토기와 엇비슷한 모양의 하얀 독버섯이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능선까지는 대략 40분. 숨을 한 번 돌리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잠시후 왼쪽에 전망대. 도림사와 방금 올라왔던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5~6분 후에는 오른쪽에 또 다른 전망대. 곡성읍내와 푸른 곡성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왼쪽으로 크게 고개를 돌리면 작은 암봉 뒤에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하지만 웬걸. 작은 암봉을 하나 넘었더니 또 하나가 나타나고 이후엔 큰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에돌아가면 또 다른 암봉이…. 이렇게 오르길 대여섯번. 소름이 끼칠 정도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2.7㎞ 정도라 적혀 있어 가볍게 봤건만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정말 ‘곡소리 나는 2.7㎞’인 것 같다.

삼거리 안부를 지나면 곧 갈림길. 직진하면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전망이 좋아 신선이 쉬어 간다는 신선바위를 거쳐 동악산으로 간다. 신선바위까지는 6~7분. ‘신선바위’라는 팻말이 바위 앞 나무에 걸려 있다. 신선바위에 서면 방금 지나왔던 대여섯개의 암봉이 공룡능선처럼 일렬로, 그 뒤로 형제봉이 나란히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상으로 곧바로 향하는 길과는 15분 뒤 만난다. 그리고 7분 뒤엔 정상. 북쪽은 나무로 가려져 있고 남쪽방향으로 장쾌한 조망이 열려 있다.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다음 목적지인 배넘어재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암릉길이다. 좌우에 펼쳐지는 조망을 감상하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랴 바쁘다 바빠.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모처럼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왼쪽에 방금 지나온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결국 하산길은 정상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셈.

집채만한 바위를 연이어 지나면 암릉 오르막길. 하산길이라 만만히 봐선 큰 코 다친다.
 
  66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 도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하여 도림사라고 이름지어졌다.

정상에서 배넘어재까지는 대략 1시간. 배넘어재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도림사계곡과 만난다. 계곡 하류에 비해 상류쪽은 굽이굽이 경사가 심해 곳곳에 폭포 및 용소, 와류폭포 돌탑이 자주 눈에 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세개의 철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형제봉과 동악산으로 갈라지는 지점을 만난다. ‘형제봉 2.1㎞, 동악산 3㎞’, ‘효녀 심청의 고장 곡성’ 팻말이 함께 서있다.

다시 두개의 철다리를 지나면 10여분 후 도림사에 닿는다. 이곳에서 처음 버스를 내렸던 도림사 입구 정류장까지는 3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도림사는 서산대사 사명대사 도선국사 등 고승이 무리를 지어 모여 들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방문화재 자료 22호인 도림사의 입구에는 허백련 화백이 쓴 오도문이란 현판이 눈길을 끈다. 지방기념물 101호인 도림사계곡은 청류동계곡 혹은 청류구곡으로 불린다.

‘2곡’(二曲) ‘4곡’(四曲), ‘5곡’(五曲) 등 곡이름과 ‘청류동’(淸流洞) ‘낙락대’(樂樂臺) ‘단심대’(丹心臺) 등 지명, ‘요산완초 음풍농월’(樂山玩草 吟風弄月) 등 시구가 바위면에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삼남의 명산으로 시인묵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동악산은 곡성읍의 진산이다. 서쪽으로 웅장한 무등산이 솟아 있고 화순의 백아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남원의 고리봉~삿갓봉~문덕봉 능선이 공룡의 등처럼 보이는, 전망이 뛰어난 전남의 암산이다.

곡성군은 다음달 2~5일 섬진강 자연생태공원(곡성읍 장선리)에서 ‘효와 환경이 미래를 연다’는 주제로 ‘효녀심청’ 축제를 개최한다. 자녀를 동반해 산행도 즐기고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1만2천2백원. 구례터미널에서 곡성공용터미널까지 직행버스는 오전 9시55분, 10시7분, 10시25분, 10시45분, 10시57분, 11시5분에 있다. 2천2백원. 곡성공용터미널에서 도림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석곡·옥과 방면 버스는 오전 10시10분, 10시20분, 10시40분, 11시, 11시10분, 11시50분, 낮 12시에 출발한다. 730원.

돌아올 땐, 도림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곡성공용터미널행 군내버스를 탄다. 오후 5시, 5시20분, 5시40분, 6시20분, 6시30분, 6시45분, 7시20분, 7시30분…8시45분(막차). 곡성에서 구례행 직행버스는 오후 5시30분, 6시25분, 6시55분, 7시30분에 있다. 구례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10분이 막차. 만일 놓쳤다면 오후 6시50분에 출발하는 하동행 시외버스를 타자. 하동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7시50분(막차)에 있다. 9천5백원.

만약 구례에서 부산행과 하동행 버스를 모두 놓칠 경우 순천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구례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후 7시20분, 8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2천7백원. 순천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30분(막차)에 있다. 1만1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순천~호남고속도로~곡성IC~도림사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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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4> 의령 만지산

'난코스 잡목숲 너머 미답의 바윗길'


 
의령에는 국사봉(國師峰·688m)이란 제법 덩치 큰 산이 있다. 흔들바위로 불리는 꺼떡바구와 까막새미 등 정상의 바위숲은 산꾼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산 정상이 바위만으로 이뤄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서암마을에서 보면 국사봉과 마주보고 서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만지산(萬芝山·606.5m)이다. 마을 촌로들은 망조산(望朝山) 혹은 한자 표기는 모른채 그냥 명근산이라고도 부른다. 두 봉우리 사이에는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봉우리 두 곳에는 의령군에서 힘깨나 쓰는 장수가 각각 살았다. 이들은 걸핏하면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서로 던지며 힘자랑을 했다. 이 마을 전통 한지전시장 옆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다. 한 장수가 잘못 조준해 떨어진 낙석이라 전해온다. 이 마을 이름이 서암(西岩)인 것은 낙석이 마을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만지산에 올라보면 정상에는 바위가 많지 않지만 정상 주변에는 집채만한 바위에서부터 다양한 덩치의 바위들이 상당수 흩어져 있어 마을 촌로의 전언이 허구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산행은 서암마을~서암회관~무덤1기~전망대~주능선~정상~(하산길 잡목구간 유의)~소 방목구간~잇딴 무덤~소(小) 계곡~담배밭~대현마을 순으로 이어지며 5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고 하산길은 심한 내리막에다 아주 매서운 잡목구간으로, 2시간30분 정도는 시달려야 하는 개척산행이다. 웬만한 봉우리는 성에 안차거나 미답의 산길을 오랫동안 걷기를 좋아하는 산꾼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서암이발관 앞에서 하차,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서암교를 건넌다. 마늘건조장이 눈에 띈다. 경노당을 30m 지나 왼쪽에 전봇대 2개와 가로등이 나란히 서있는 제법 큰 골목이 보이면 진입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본격 산길이다.

숲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100m쯤 걷다 왼쪽길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을 15분쯤 오르면 첫 지형지물인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이 나온다. 무덤 앞이 그렇듯 주변 나무를 베어놔 나무 사이로 국사봉 정상이 환히 보인다. 길 중간중간에 야생동물이 파놓은 흔적과 배설물이 자주 눈에 띈다. 짐승이 파헤쳐놓은 무덤이 보이면 그 오른쪽이 첫번째 전망대. 시원하고도 장쾌하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대암산과 무월봉 태백산이 이어지고, 그 우측으로 국사봉 미타산 봉산이 서있다. 대암산을 기준으로 저멀리 왼쪽으로 황매산 금성산 허굴산 월여산 감암산이, 그 뒤로 오도산과 합천읍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심한 오르막. 일부 평지 구간도 나오지만 전체 맥락은 오르막의 연속. 15분 후 주능선에 닿는다. 솔바람이 시원하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상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바위가 많다. 산행전 만난 촌로의 말이 실감난다. 주능선에서 정상까지는 17분 정도. 잡풀에 가려진 삼각점을 발견 못했다면 이곳이 정상인지 알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쓰러진 나무는 아마도 측량편의를 위해 베어졌으리라. 조망도 없고 잡풀이 무성하고 그 사이로 바위만 몇 개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마주보는 동쪽의 국사봉도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취재팀은 삼각점 옆 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매직으로 ‘만지산 정상 606.5m’라는 흔적만 남기고 서쪽으로 하산했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었지만 길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산길은 청미래덩굴 싸리나무 산딸기나무 등이 심하게 엉켜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체력소모 또한 심하다. 길 자체가 묵은데다 집채만한 바위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에둘러가면 또 넝쿨이 길을 숨기고 있다. 길마저 경사가 급해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겹쳐서 온다).

이 구간은 국제신문 노란색 리본을 반드시 참조하자. 이렇게 1시간 정도를 헤매면 전망대. 왼쪽 옆으로 내려가면 또 다시 나무와 넝쿨 그리고 바위까지 길을 막고 있다. 이렇게 또 1시간 정도 길을 뚫으면 넝쿨 구간은 종료. 이후에도 길은 만만치가 않다. 새 울음소리와 흰색나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나리꽃이 그나마 위안을 주고 꿩의 날개짓과 풀섶의 멧돼지 소리는 무료함을 달래줬다.

송림 사이로 찬찬히 내려가면 이번엔 군데군데 쇠똥이 보인다. 철조망이 발견된 지 10여분 후 엄청난 덩치의 황소 3마리가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방목하는 소로, 모두 10여마리나 된단다. 쇠똥이 여기저기 있고 소가 온 산에 길을 내놔 길 찾기가 헷갈릴 정도. 여전히 길이 안보여 개척산행이다. 쇠똥의 흔적으로 볼 때 방목된 소의 행동반경은 사람걸음으로 1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쇠똥을 피해가며 1시간 정도 걸으면 ‘길다운 길’을 비로소 만난다. 이어지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면 작은 계곡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25분 정도 걸으면 담배밭이 나온다. 대현마을 앞 포구나무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만지산은 의령군 궁류면과 봉수면을 경계로 숨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

황매산에서 맥을 따라 자굴산까지 치닫던 지맥은 북으로 틀어 만지산을 솟구치고 그 여력으로 국사봉 미타산 대암산 등의 산군을 이루었다.

자굴산~한우산~산성산~동이봉~대현을 거치는 산길은 근교산 취재팀에서 이미 여러번 소개했다. 그 위의 만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마디로 ‘악’소리가 나는 고행의 능선이다. 봉수면의 서암에서 만지산 정상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참 웃자란 잡풀과 넝쿨 산딸기 등이 뒤덮고 있어 전진하기가 매우 힘들다. 반드시 긴팔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장갑도 챙겨 떠나자.

하산할 때는 첩첩산중의 골짜기답게 물소리 바람소리 짐승의 흔적 뿐이며, 대현으로 향하는 에돌아가는 산길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난다.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서 미지의 산으로 떠나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령·합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합천군 대양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한다. 2시간20분 정도 걸린다. 8천원. 대양면 덕정리 버스정류장에서 의령군 봉수면 신반행 군내버스는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한다. 서암리에서 내린다. 25분 소요. 900원.

부산행은 날머리인 의령군 궁류면 대현마을에서 궁류~의령을 거쳐 부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인근 합천군 쌍백으로 가면 더 편리하다. 쌍백면의 동성택시를 부르면 6천원. (055)932-3518

쌍백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5분, 오후 6시, 6시35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7천2백원.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를 타고 의령 군북IC에서 빠져나와 의령으로 향한다. 의령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합천 방향으로 달린다. 대의삼거리에는 33번 국도가 지나간다. 오른쪽으로 틀어 삼가, 쌍백면을 차례로 지나면 대양면. 이곳에서 덕정 방향인 오른쪽 1011번 도로를 이용, 신반방향으로 진행한다. 봉수면에 들어서면 서암리로 산행 출발지이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너무 멀어 대중교통편을 권하고 싶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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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3> 상주 백화산 한성봉

 
  한성봉 정상을 눈앞에 두고 야생화가 지천에 널린 가운데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우뚝 솟은 암릉길을 걷고 있는 취재팀.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경계에 위치한 백화산은 떠날 때와 하산할 때의 감흥이 정반대인 산이다. 뛰어난 경관에 비해 부산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백화산은 국립지리원 5만분의 1 지형도엔 백화산맥이라고 표기될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날카롭다. 특히 주봉인 한성봉(933m) 부근 암릉길은 이번 산행의 백미이다. 좌우 양쪽이 모두 낭떠러지인 이 곳은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조망으로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단 번에 날리기에 제격이다.



지형적으로 이 곳은 낙동강과 금강이 백화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흐르고 있어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손꼽혔다. 삼국시대에는 이 곳의 득실에 따라 신라 백제 양국의 국운이 좌우됐고, 고려시대에는 몽고의 침입을 물리쳤으며 임진왜란때는 왜구의 침입에 맞선 의병들의 은신처로 사용된 호국의 성지였다.



주능선에 위치한 금돌성은 이 모든 역사의 수레바퀴를 간직한 채 쓸쓸히 백화산을 지키고 있다.

산행은 백화산 주차장~감시초소~보현사~보문골(계곡)~대궐터~보문사터~금돌성~922m봉~한성봉 정상~헬기장~기암(전망대)~이씨 묘~백화정사~반야슈퍼~침수교 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원래 백화산은 주봉인 한성봉을 거쳐 주행봉까지가 종주코스지만 취재팀의 이번 산행은 한성봉에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 또한 매력이 있다. 오를 때는 늦더위를 완전히 잊게하는 계곡산행이고 이후에는 장쾌한 조망으로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지금 시기에 적합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보현사 입구부터 산 정상을 거쳐 하산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야생화 또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상주군 모동면 수봉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길 건너 벽돌집 왼쪽길로 발길을 잡는다. 포도 사과 복숭아밭을 차례로 지나면 정면에 ‘백화산 보현사’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한옥들은 황희 정승의 신위와 영정을 모신 옥동서원이고, 서원 뒤편 작은 봉우리의 정자는 황희가 풍류를 즐겼던 백옥정.



석천(石川)의 범람으로 공사중인 다리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백화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감시초소를 지나 5분이면 보현사. 주변에는 야생화 천지. 덩달아 나비 천국이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갈림길. 작은 팻말이 서있다. ‘직진 용초폭포’ ‘왼쪽 보문사터 2.5㎞’. 왼쪽 좁은 길을 따라 가다 계곡을 건너면 본격 산길. 너덜을 지나면 또 한 번 계곡을 건넌다. 유량이 많을 땐 등산화를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간 힘들더라도 우측 이끼 낀 바위길을 넘어 에돌면 계곡을 지날 수 있다.



계곡이 점차 멀어지면서 두번째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길은 대궐터를 거쳐 보문사터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곧바로 보문사터로 가는 지름길로, 어느 길을 택하든 결국 만난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심한 오르막길이다. 또 갈림길이 나오면 다시 오른쪽 길로 간다. 경사가 점차 심해진다. 곧 대궐터에 닿는다. 신라의 태종무열왕이 머물렀던 곳. 이름과는 달리 터가 좁다. 10여m 떨어진 곳에 평지를 떠받치는 석축 말고는 별다른 유적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돌을 덮고 있는 찢어진 천막. 그 옆으로 샘터가 있다. 보랏빛의 물봉선 등 야생화가 옛 영화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계곡에 물이불어나면 본격산행을 위해이같은 계곡류를 7번이나 건너야 한다.


7분 정도 뒤엔 보문사터. 역시 절 흔적은 오간데 없다. 돌로 쌓은 제단과 돌탑이 보이고 그 옆에 아름드리 당나무가 두그루 서있다. 10m쯤 떨어진 또 하나의 제단을 지나면 모처럼 호젓한 산길. 왼쪽 저 멀리 물소리가 들린다.



쓰러진 지 얼마 안되는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에돌아 가니 주변엔 크고 작은 쓰러진 나무가 많이 보인다. 25분 정도 걸으면 금돌성. ‘포성봉 정상 1.7㎞’ 팻말이 서있다. 금돌성은 신라때 김흠이 쌓은 포곡식 석성으로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격전을 벌였으며 무열왕(김춘추)도 친히 이 성을 찾아 신라군을 독려했다. 지금은 80m만 복원돼 있다.



산성벽을 따라 숲속을 5분 정도 걷자 곧 전망이 트인 암부가 나온다. 왼쪽에는 들머리였던 석천 다리공사 현장이 보인다. 20분 걸으면 광대한 조망이 펼쳐지는 무명봉. 사방에 거칠 것이 하나도 없다. 왼쪽은 경북 상주, 오른쪽은 충북 영동. 오른쪽 뒤로 멀리서부터 속리산 구병산 팔음산 등 명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왼쪽 코 앞에는 922m봉이 손짓한다. 한성봉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이 솟은 암릉길은 기어가야할 정도로 오금을 저리게 한다.

 
  금돌성. 신라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지금은80m만 복원돼 있다.


922m봉을 지나 15분쯤 후면 마침내 정상. 널따란 공간이 있지만 잡목으로 시야가 가려져 있다. 그래도 잡목 사이로 정남 방향에 황악산이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2개의 정상석에 각각 ‘백화산’ ‘포성봉’이라고 적혀있지만 정확한 표기는 한성봉(漢城峰).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백화산의 주봉은 한성봉. 고려때 몽고군이 침입, 백화산 저승골에서 대패해 한탄한 데서 한성봉(恨城峰)으로 부르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성봉(漢城峰)으로 변했으며, 포성봉(捕城峰)은 일제때 우리나라의 국운을 꺾을 목적으로 금돌성을 포획한다는 뜻에서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때문에 하루빨리 정상석을 한성봉(漢城峰)으로 고쳐야겠다.

직진하면 주행봉 방향이므로 하산은 반야사 방향인 왼쪽으로 내려선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을 택하고 두번째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 길로 내려선다. 왼쪽 길 정면 큰 바위에 붉은색 페인트로 ‘반야사’라고 적힌 곳을 택하면 계곡을 거쳐 반야사로 가는 길이므로 피하자. 40분 뒤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 반야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기암인 전망대를 지나면 ‘하산길 큰길 100m’ 안내판이 나무에 꽂혀 있다.
반야사 스님의 수도처인 백화정사를 지나 오른쪽 무선기지국 방향으로 내려서면 시멘트 다리와 반야슈퍼, 잠수교가 잇따라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15분 거리 1시간에 '맨발 산행'도 묘미 ]

근교산 취재팀이 맨발로 산행을 한 까닭은?

백화산 한성봉을 찾은 날은 지난 21일 오전.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이 곳에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다가 오전 7시께 그쳤다.



들머리인 보현사 입구에서 만난 백화산 관리인 곽모씨는 취재팀을 보자마자 “비가 많이 와 본격 산행을 하기 위해선 물이 무릎까지 닿는 계곡을 6개나 건너야 한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산행을 만류했다.



그래도 올라가야하는 것이 취재팀의 업무 아닌가.



보현사를 지나자 곧 듣던대로 계곡과 만났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최대한 올린 후 계곡을 겨우 건넜다. 물살이 예상보다 셌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고 150여m를 걸으니 또 계곡이 나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계곡을 건넜다. 그리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었다.



한 번 더 이 일이 반복되자 취재팀은 곧 계곡이 다시 나올 것을 예상하며 맨발로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음 계곡까지 거리가 제법 멀었다. 발바닥이 매우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다시 등산화를 신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손바닥 크기의 돌을 밟을 때는 오히려 지압효과로 시원함도 느꼈고 물에 잠긴 점토질 토양에 발을 얹었을 땐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흙의 순수함에 마냥 편안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기고 속도도 점차 빨리지는 등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기에다 계곡까지 닿으니 신이 났다.



그러나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등산화를 신은 채 계곡 속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두사람의 맨발산행은 계속됐다. 마지막 계곡은 물살이 너무 세 위쪽으로 20m 전진한 후 건넜더니 다시 작은 계곡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취재팀은 본격 산행을 위해 7개의 계곡을 건넜다. 15분 걸릴 거리를 1시간에 걸쳐 닿았다.

 
  백화산 한성봉에 오르는 길은 뭐니뭐니해도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조망이 압권이다. 922m봉에서 본 충북 영동지역의 전경. 산 밑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인상적이다.


27일 오전 백화산 관리인과 다시 통화를 했다. 비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에 맨발산행은 어떨까. 자신이 없을 경우 실내화 같은 얇은 운동화를 준비하면 계곡을 건너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 이흥곤기자







[교통편]



이번 산행은 열차로 충북 영동군 황간역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로 도경계인 오도재를 지나 들머리인 경북 상주시 모동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황간역에 정차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15분, 10시45분, 낮 12시45분, 오후 2시12분 등 하루 4차례. 9천5백원(주말요금 1만1천2백원). 황간버스정류장에서 화령방면 버스를 타고 들머리 입구인 수봉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7시30분, 8시35분, 9시30분, 11시, 낮 12시20분. 750원. 황간버스정류장은 황간역에서 왼쪽으로 나와 큰 도로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7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황간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들머리인 보현사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다. 1만1천원 안팎.



날머리인 반야사 입구에서 우매리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0여분 걸린다. 이 곳에서 황간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40분, 7시30분에 있다. 750원. 황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막차는 오후 5시57분이다. 오후 5시40분 버스를 타면 황간역까지 5~6분 걸리므로 오후 5시57분 무궁화호 열차시간에 댈 수 있다. 오후 7시30분 버스를 탈 경우에는 황간역에서 내리지 말고 김천(2천5백원)에서 내려 식사 후 밤 9시18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이럴 경우 부산역에서 마지막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반야사 입구에서 시간 절약을 위해 택시(043-742-4242, 4267)를 부르면 편리하다. 황간역까지 1만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황간IC에서 빠져나와 좌회전 직후 곧바로 우회전 한 후 ‘상주 모동’ 방면의 49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된다. 25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 보현사 입구에서 날머리 반야사 입구까지는 10여분 걸린다. 우매리버스정류장에서 오후 4시5분, 5시45분께 들머리인 수봉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 떠나기전에 ]



백화산은 한성봉과 주행봉으로 나눌 수 있다. 영동 황간과 상주 모동면을 가르는 경계로 속리산 구병산과 함께 상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산 전체가 티없이 맑고 밝다’는 뜻의 백화산은 석천을 끼고 세심석 명경대 병풍바위 저승골 전투갱변 난가벽 부처굴 등의 절경과 고려조 음악가인 임천석이 불사이군의 충절로 투신했다는 임천석대가 있다. 황희 정승의 옥동서원과 백옥정 용초 용수폭포 보현사 반야사 등 이야기로 가득한 전설의 산이다. 반야사는 세조가 문수동자의 인도로 반야사 뒤 명경대 아래 영천(靈泉)에서 목욕후 피부병이 나았다는 설화가 전하는 곳이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산으로 강력 추천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8.27 20:39 / 수정: 2007.08.21 오후 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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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2> 김해 용지봉

'들꽃 향기따라 취한 듯 걷는다네'


 
  김해와 창원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지만 하산할 때 만나는 대청계곡의 장유폭포는 늦더위를 잊게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이따금 동행하는 한 산꾼은 산행 도중 항상 제일 뒤로 처진다. 철마다 피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혹 희귀종이라도 보이면 산행은 뒷전이다. 아예 자리를 잡고 여러 각도에서 앵글을 맞춘다. 바람이 불면 동료에게 줄기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점심을 먹고 나서도 좀처럼 그는 일행과 어울리지 않는다. 식사 후엔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렇다고 지독한 야생화 마니아는 결코 아니다.

그는 산행 후 참고자료를 뒤져 정리, 회원들의 온라인 전용공간에 간략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올린다. 배경음악도 빠뜨리지 않는다. 덕분에 이 모임의 회원들은 어느새 야생화에 대해 약간씩은 풍월을 읊는 정도가 됐다. 한 마니아의 작은 노력이 이룬 의미있는 성과이다.

이번 주 산행은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 장유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龍池峯·723m).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낙남정맥(지리산 영신봉~김해 신어산)의 한 구간이다.

부산 근교의 전형적인 야트막한 산인 용지봉의 여름 야생화는 일품이다. 산행 도중 만나는 사방이 확 트인 민둥봉과 꽤 넓은 정상 등 곳곳에 20종 이상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산 후 버스를 타러 가는 도중에는 야생화농장(055-338-0862)까지 있어 그야말로 ‘야생화 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하산 때 만나는 대청계곡과 장유폭포는 늦더위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산세 또한 험하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해도 전혀 부담이 없다.

 

산행은 냉정고개~전투경찰대 정문~잇딴 대형 송전탑~전망대~임도~522m봉(민둥봉)~전망대~용지봉 정상~안부(삼거리)~장유사~대청계곡~장유폭포~대청계곡 매표소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김해 장유면과 진례면의 경계인 냉정고개. 윗냉정 버스정류장에 내려 100m 가량 걸어 올라가면 ‘진례면’ ‘2502 전투경찰대’ 팻말이 서있다. 부대 쪽으로 오른다. 부대 정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300여m 오르면 왼쪽에 ‘등산로’ 팻말이 보인다. 길은 전형적인 오르막 오솔길. 한걸음 한걸음 옮길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간간이 내리는 비는 초록빛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고 길가의 돌이나 나무 밑둥에 낀 이끼는 인적이 드물었음을 짐작케 한다. 비교적 큰 노란색의 원추리꽃도 눈에 띈다.

이렇게 35분 정도 바짝 땀을 내면 주능선에 닿는다. 숨을 한 번 돌리고 우측길을 택한다. 호젓하지만 오르막이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대형 송전탑을 지난다. 왼쪽으로 김해평야와 김해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저 멀리 낙남정맥의 종착지인 신어산, 그 왼쪽에 무척산, 그 앞으로 분성산 황새봉이 보인다. 신어산 뒤로 금정산이 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오른쪽 오르막길을 오르면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고 우측 큰바위 사이에 첫 전망대가 나온다.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우측 발밑으로 방금 올라온 들머리가 보인다.
 
  까마중.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산길을 오르면 입구에 ‘용지봉 2.4㎞’ 팻말이 서있다. 200여m 오른 후 뒤돌아 보면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그 뒤로 저 멀리 사람얼굴 모양의 봉우리군 옆 봉우리가 옥녀봉이고 그 우측 중턱 부분의 깎여진 산이 보개산이다.

25분 정도 뒤엔 522m봉. 우선 멋진 소나무가 눈에 띈다. 정상은 꽤 넓은 평지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소나무 묘목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확 트인 민둥봉이어서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왼쪽 산 중턱의 장유사를 보며 걷다보면 사거리. 왼쪽은 장유사, 오른쪽은 용전마을 방향이고 용지봉 정상까지는 1.3㎞ 남았다. 직진한다.

두번째 전망대는 이곳에서 25분 정도 뒤. 좌측으로 남해고속도로, 우측으로 날머리인 대청유원지, 정면으로 장유신도시가 시야에 들어오고 저 멀리 금병산 팔판산 화산 불모산이 보인다.

10분 후엔 마침내 정상. 정상석엔 ‘룡제봉’(龍蹄峯)이라 적혀 있다. 국립지리원 5만분의 1 지형도엔 용지봉으로 표기돼 있다. 참고하길. 막힘 없는 조망에 가슴이 트이고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야생화에 정신이 없다.

정상석을 지나 직진, 대암산 쪽 하산길 입구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수지 방향이 창원, 그 왼쪽으로 정병산 대암산도 보인다.

정상에 닿기 전 왼쪽에 난 길인 장유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길따라 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패랭이꽃.

10여분이면 삼거리인 안부에 닿고 역시 10여분 후면 장유사에 도착한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곳. 산문을 나와 화장실 옆으로 난 산길로 다시 하산한다.

25분 정도 후 절로 오르는 아스팔트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대청계곡 매표소까지는 25분 정도. 중간에 장유폭포가 있으니 들러보자. 매표소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35분. 오른쪽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야생화 사진=김병권(김병권 외과의원 원장)




[ 용지봉 야생화 ]
 
  백리향, 고추나물, 금불초(위에서 아래로).

용지봉에서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를 가득 담아왔다.

산행 도중이라 자세히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20종을 넘을 듯하다. 부산 근교에서 여름에 피는 야생화는 거의 머리를 내밀고 있다.

뜻밖에 희귀종도 발견됐다. 백리향이 그것. 향을 백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 꽃은 울릉도에서만 피는 섬백리향으로 추정된다.

용지봉의 야생화를 크게 △오를 때 △522m봉인 민둥봉 부근 △정상 부근 △하산 때 등 4개 구간으로 분류했다.

오를 때는 꽃은 이쁘지만 닭오줌 냄새가 나는 계요등, 열매가 까맣게 익었을 때 중의 머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까마중과 도깨비가지, 망초와 개망초, 가지가 꿩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자주꿩의다리 등이 발견됐다.

민둥봉 부근은 산 정상과 함께 야생화 천지. 열매가 고추를 닮았다는 고추나물, 줄기나 잎을 비비면 오이냄새가 난다는 오이풀, 당나라 시인 두보가 꽃이 피는 대나무라 칭한 일명 달개비꽃인 남빛의 닭의장풀, 잎 모양이 쥐 앞발과 비슷해 붙여진 쥐손이풀, 노란색꽃이 황홀한데 반해 뿌리에서 된장 썩는 냄새가 난다는 마타리(패장근), 싸리나무꽃, 골등골나물, 꼬리풀 등이 있다. 구절초와 함께 가을야생국화의 대표격인 쑥부쟁이는 뭐가 그리 바쁜 지 벌써 고개를 내밀었다.

용지봉 정상에선 조선시대 역졸들이 썼던 패랭이와 모양이 닮은 패랭이꽃과 촛대승마, 꼬리풀과 골등골나물 등이, 하산 때는 금불초 등이 목격됐다. 장유사엔 절집답게 분홍의 상사화(相思花)가 활짝 폈고, 철없이 핀 개나리는 웃음을 머금게 했다. 무릇과 며느리밥풀꽃은 전 구간에서 고루 발견됐다.

하산 때 만나는 야생화농장에선 습지에서 자라며 멸종단계의 희귀종인 해오라비난초를 비롯한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다.

/ 이흥곤기자




[ 교통편 ]

부산 북구 구포역에서 육교를 지나 구포역 버스정류장에서 김해여객터미널행 127번 시내버스를 탄다. 800원.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김해여객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윗냉정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15분, 11시15분에 출발한다. 1천1백원. 시간이 맞지 않다면 여객터미널 주차장 출구쪽에서 가야교통 3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5시50분, 7시20분, 9시, 10시50분. 800원. 택시를 이용하면 1만원 안팎. 들머리에서 나와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에서 버스정류장은 갑오마을 아파트 201동과 202동 사이에 있다. 이곳에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하차한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은 30분. 1천3백원.




[ 떠나기전에 ]

장유면과 용지봉(龍池峯)을 언급할 때 가야국 수로왕비인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용지봉 중턱에 장유사가 있기 때문이다. 장유사는 불교가 최초로 전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장유화상이 불법을 전파했으며 그의 사리탑이 대웅전 뒤편에 있다.

용제봉(龍蹄峯)으로도 불리는 정상은 조선시대에는 기우제를 지낸 기우단이 있었다고 한다. 용지봉은 김해 장유 진례 창원의 경계이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냉정고개는 그곳에 찬물샘이 있어 이름붙여졌다. 6㎞나 되는 대청계곡은 맑은 계곡수와 장유폭포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산행중에 만나는 각종 야생화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8.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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