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53> 상주 백화산 한성봉

 
  한성봉 정상을 눈앞에 두고 야생화가 지천에 널린 가운데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우뚝 솟은 암릉길을 걷고 있는 취재팀.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경계에 위치한 백화산은 떠날 때와 하산할 때의 감흥이 정반대인 산이다. 뛰어난 경관에 비해 부산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백화산은 국립지리원 5만분의 1 지형도엔 백화산맥이라고 표기될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날카롭다. 특히 주봉인 한성봉(933m) 부근 암릉길은 이번 산행의 백미이다. 좌우 양쪽이 모두 낭떠러지인 이 곳은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조망으로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단 번에 날리기에 제격이다.



지형적으로 이 곳은 낙동강과 금강이 백화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흐르고 있어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손꼽혔다. 삼국시대에는 이 곳의 득실에 따라 신라 백제 양국의 국운이 좌우됐고, 고려시대에는 몽고의 침입을 물리쳤으며 임진왜란때는 왜구의 침입에 맞선 의병들의 은신처로 사용된 호국의 성지였다.



주능선에 위치한 금돌성은 이 모든 역사의 수레바퀴를 간직한 채 쓸쓸히 백화산을 지키고 있다.

산행은 백화산 주차장~감시초소~보현사~보문골(계곡)~대궐터~보문사터~금돌성~922m봉~한성봉 정상~헬기장~기암(전망대)~이씨 묘~백화정사~반야슈퍼~침수교 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원래 백화산은 주봉인 한성봉을 거쳐 주행봉까지가 종주코스지만 취재팀의 이번 산행은 한성봉에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 또한 매력이 있다. 오를 때는 늦더위를 완전히 잊게하는 계곡산행이고 이후에는 장쾌한 조망으로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지금 시기에 적합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보현사 입구부터 산 정상을 거쳐 하산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야생화 또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상주군 모동면 수봉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길 건너 벽돌집 왼쪽길로 발길을 잡는다. 포도 사과 복숭아밭을 차례로 지나면 정면에 ‘백화산 보현사’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한옥들은 황희 정승의 신위와 영정을 모신 옥동서원이고, 서원 뒤편 작은 봉우리의 정자는 황희가 풍류를 즐겼던 백옥정.



석천(石川)의 범람으로 공사중인 다리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백화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감시초소를 지나 5분이면 보현사. 주변에는 야생화 천지. 덩달아 나비 천국이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갈림길. 작은 팻말이 서있다. ‘직진 용초폭포’ ‘왼쪽 보문사터 2.5㎞’. 왼쪽 좁은 길을 따라 가다 계곡을 건너면 본격 산길. 너덜을 지나면 또 한 번 계곡을 건넌다. 유량이 많을 땐 등산화를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간 힘들더라도 우측 이끼 낀 바위길을 넘어 에돌면 계곡을 지날 수 있다.



계곡이 점차 멀어지면서 두번째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길은 대궐터를 거쳐 보문사터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곧바로 보문사터로 가는 지름길로, 어느 길을 택하든 결국 만난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심한 오르막길이다. 또 갈림길이 나오면 다시 오른쪽 길로 간다. 경사가 점차 심해진다. 곧 대궐터에 닿는다. 신라의 태종무열왕이 머물렀던 곳. 이름과는 달리 터가 좁다. 10여m 떨어진 곳에 평지를 떠받치는 석축 말고는 별다른 유적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돌을 덮고 있는 찢어진 천막. 그 옆으로 샘터가 있다. 보랏빛의 물봉선 등 야생화가 옛 영화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계곡에 물이불어나면 본격산행을 위해이같은 계곡류를 7번이나 건너야 한다.


7분 정도 뒤엔 보문사터. 역시 절 흔적은 오간데 없다. 돌로 쌓은 제단과 돌탑이 보이고 그 옆에 아름드리 당나무가 두그루 서있다. 10m쯤 떨어진 또 하나의 제단을 지나면 모처럼 호젓한 산길. 왼쪽 저 멀리 물소리가 들린다.



쓰러진 지 얼마 안되는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에돌아 가니 주변엔 크고 작은 쓰러진 나무가 많이 보인다. 25분 정도 걸으면 금돌성. ‘포성봉 정상 1.7㎞’ 팻말이 서있다. 금돌성은 신라때 김흠이 쌓은 포곡식 석성으로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격전을 벌였으며 무열왕(김춘추)도 친히 이 성을 찾아 신라군을 독려했다. 지금은 80m만 복원돼 있다.



산성벽을 따라 숲속을 5분 정도 걷자 곧 전망이 트인 암부가 나온다. 왼쪽에는 들머리였던 석천 다리공사 현장이 보인다. 20분 걸으면 광대한 조망이 펼쳐지는 무명봉. 사방에 거칠 것이 하나도 없다. 왼쪽은 경북 상주, 오른쪽은 충북 영동. 오른쪽 뒤로 멀리서부터 속리산 구병산 팔음산 등 명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왼쪽 코 앞에는 922m봉이 손짓한다. 한성봉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이 솟은 암릉길은 기어가야할 정도로 오금을 저리게 한다.

 
  금돌성. 신라 김유신 장군이 백제군과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지금은80m만 복원돼 있다.


922m봉을 지나 15분쯤 후면 마침내 정상. 널따란 공간이 있지만 잡목으로 시야가 가려져 있다. 그래도 잡목 사이로 정남 방향에 황악산이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2개의 정상석에 각각 ‘백화산’ ‘포성봉’이라고 적혀있지만 정확한 표기는 한성봉(漢城峰).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백화산의 주봉은 한성봉. 고려때 몽고군이 침입, 백화산 저승골에서 대패해 한탄한 데서 한성봉(恨城峰)으로 부르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성봉(漢城峰)으로 변했으며, 포성봉(捕城峰)은 일제때 우리나라의 국운을 꺾을 목적으로 금돌성을 포획한다는 뜻에서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때문에 하루빨리 정상석을 한성봉(漢城峰)으로 고쳐야겠다.

직진하면 주행봉 방향이므로 하산은 반야사 방향인 왼쪽으로 내려선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을 택하고 두번째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 길로 내려선다. 왼쪽 길 정면 큰 바위에 붉은색 페인트로 ‘반야사’라고 적힌 곳을 택하면 계곡을 거쳐 반야사로 가는 길이므로 피하자. 40분 뒤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 반야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기암인 전망대를 지나면 ‘하산길 큰길 100m’ 안내판이 나무에 꽂혀 있다.
반야사 스님의 수도처인 백화정사를 지나 오른쪽 무선기지국 방향으로 내려서면 시멘트 다리와 반야슈퍼, 잠수교가 잇따라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15분 거리 1시간에 '맨발 산행'도 묘미 ]

근교산 취재팀이 맨발로 산행을 한 까닭은?

백화산 한성봉을 찾은 날은 지난 21일 오전.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이 곳에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다가 오전 7시께 그쳤다.



들머리인 보현사 입구에서 만난 백화산 관리인 곽모씨는 취재팀을 보자마자 “비가 많이 와 본격 산행을 하기 위해선 물이 무릎까지 닿는 계곡을 6개나 건너야 한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산행을 만류했다.



그래도 올라가야하는 것이 취재팀의 업무 아닌가.



보현사를 지나자 곧 듣던대로 계곡과 만났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최대한 올린 후 계곡을 겨우 건넜다. 물살이 예상보다 셌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고 150여m를 걸으니 또 계곡이 나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계곡을 건넜다. 그리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었다.



한 번 더 이 일이 반복되자 취재팀은 곧 계곡이 다시 나올 것을 예상하며 맨발로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음 계곡까지 거리가 제법 멀었다. 발바닥이 매우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다시 등산화를 신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손바닥 크기의 돌을 밟을 때는 오히려 지압효과로 시원함도 느꼈고 물에 잠긴 점토질 토양에 발을 얹었을 땐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흙의 순수함에 마냥 편안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기고 속도도 점차 빨리지는 등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기에다 계곡까지 닿으니 신이 났다.



그러나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등산화를 신은 채 계곡 속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두사람의 맨발산행은 계속됐다. 마지막 계곡은 물살이 너무 세 위쪽으로 20m 전진한 후 건넜더니 다시 작은 계곡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취재팀은 본격 산행을 위해 7개의 계곡을 건넜다. 15분 걸릴 거리를 1시간에 걸쳐 닿았다.

 
  백화산 한성봉에 오르는 길은 뭐니뭐니해도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조망이 압권이다. 922m봉에서 본 충북 영동지역의 전경. 산 밑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인상적이다.


27일 오전 백화산 관리인과 다시 통화를 했다. 비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에 맨발산행은 어떨까. 자신이 없을 경우 실내화 같은 얇은 운동화를 준비하면 계곡을 건너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 이흥곤기자







[교통편]



이번 산행은 열차로 충북 영동군 황간역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로 도경계인 오도재를 지나 들머리인 경북 상주시 모동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황간역에 정차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15분, 10시45분, 낮 12시45분, 오후 2시12분 등 하루 4차례. 9천5백원(주말요금 1만1천2백원). 황간버스정류장에서 화령방면 버스를 타고 들머리 입구인 수봉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7시30분, 8시35분, 9시30분, 11시, 낮 12시20분. 750원. 황간버스정류장은 황간역에서 왼쪽으로 나와 큰 도로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7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황간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들머리인 보현사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다. 1만1천원 안팎.



날머리인 반야사 입구에서 우매리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0여분 걸린다. 이 곳에서 황간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40분, 7시30분에 있다. 750원. 황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막차는 오후 5시57분이다. 오후 5시40분 버스를 타면 황간역까지 5~6분 걸리므로 오후 5시57분 무궁화호 열차시간에 댈 수 있다. 오후 7시30분 버스를 탈 경우에는 황간역에서 내리지 말고 김천(2천5백원)에서 내려 식사 후 밤 9시18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이럴 경우 부산역에서 마지막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반야사 입구에서 시간 절약을 위해 택시(043-742-4242, 4267)를 부르면 편리하다. 황간역까지 1만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황간IC에서 빠져나와 좌회전 직후 곧바로 우회전 한 후 ‘상주 모동’ 방면의 49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된다. 25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 보현사 입구에서 날머리 반야사 입구까지는 10여분 걸린다. 우매리버스정류장에서 오후 4시5분, 5시45분께 들머리인 수봉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 떠나기전에 ]



백화산은 한성봉과 주행봉으로 나눌 수 있다. 영동 황간과 상주 모동면을 가르는 경계로 속리산 구병산과 함께 상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산 전체가 티없이 맑고 밝다’는 뜻의 백화산은 석천을 끼고 세심석 명경대 병풍바위 저승골 전투갱변 난가벽 부처굴 등의 절경과 고려조 음악가인 임천석이 불사이군의 충절로 투신했다는 임천석대가 있다. 황희 정승의 옥동서원과 백옥정 용초 용수폭포 보현사 반야사 등 이야기로 가득한 전설의 산이다. 반야사는 세조가 문수동자의 인도로 반야사 뒤 명경대 아래 영천(靈泉)에서 목욕후 피부병이 나았다는 설화가 전하는 곳이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산으로 강력 추천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8.27 20:39 / 수정: 2007.08.21 오후 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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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2> 김해 용지봉

'들꽃 향기따라 취한 듯 걷는다네'


 
  김해와 창원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지만 하산할 때 만나는 대청계곡의 장유폭포는 늦더위를 잊게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이따금 동행하는 한 산꾼은 산행 도중 항상 제일 뒤로 처진다. 철마다 피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혹 희귀종이라도 보이면 산행은 뒷전이다. 아예 자리를 잡고 여러 각도에서 앵글을 맞춘다. 바람이 불면 동료에게 줄기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점심을 먹고 나서도 좀처럼 그는 일행과 어울리지 않는다. 식사 후엔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렇다고 지독한 야생화 마니아는 결코 아니다.

그는 산행 후 참고자료를 뒤져 정리, 회원들의 온라인 전용공간에 간략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올린다. 배경음악도 빠뜨리지 않는다. 덕분에 이 모임의 회원들은 어느새 야생화에 대해 약간씩은 풍월을 읊는 정도가 됐다. 한 마니아의 작은 노력이 이룬 의미있는 성과이다.

이번 주 산행은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 장유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龍池峯·723m).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낙남정맥(지리산 영신봉~김해 신어산)의 한 구간이다.

부산 근교의 전형적인 야트막한 산인 용지봉의 여름 야생화는 일품이다. 산행 도중 만나는 사방이 확 트인 민둥봉과 꽤 넓은 정상 등 곳곳에 20종 이상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산 후 버스를 타러 가는 도중에는 야생화농장(055-338-0862)까지 있어 그야말로 ‘야생화 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하산 때 만나는 대청계곡과 장유폭포는 늦더위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산세 또한 험하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해도 전혀 부담이 없다.

 

산행은 냉정고개~전투경찰대 정문~잇딴 대형 송전탑~전망대~임도~522m봉(민둥봉)~전망대~용지봉 정상~안부(삼거리)~장유사~대청계곡~장유폭포~대청계곡 매표소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김해 장유면과 진례면의 경계인 냉정고개. 윗냉정 버스정류장에 내려 100m 가량 걸어 올라가면 ‘진례면’ ‘2502 전투경찰대’ 팻말이 서있다. 부대 쪽으로 오른다. 부대 정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300여m 오르면 왼쪽에 ‘등산로’ 팻말이 보인다. 길은 전형적인 오르막 오솔길. 한걸음 한걸음 옮길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간간이 내리는 비는 초록빛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고 길가의 돌이나 나무 밑둥에 낀 이끼는 인적이 드물었음을 짐작케 한다. 비교적 큰 노란색의 원추리꽃도 눈에 띈다.

이렇게 35분 정도 바짝 땀을 내면 주능선에 닿는다. 숨을 한 번 돌리고 우측길을 택한다. 호젓하지만 오르막이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대형 송전탑을 지난다. 왼쪽으로 김해평야와 김해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저 멀리 낙남정맥의 종착지인 신어산, 그 왼쪽에 무척산, 그 앞으로 분성산 황새봉이 보인다. 신어산 뒤로 금정산이 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오른쪽 오르막길을 오르면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고 우측 큰바위 사이에 첫 전망대가 나온다.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우측 발밑으로 방금 올라온 들머리가 보인다.
 
  까마중.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산길을 오르면 입구에 ‘용지봉 2.4㎞’ 팻말이 서있다. 200여m 오른 후 뒤돌아 보면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그 뒤로 저 멀리 사람얼굴 모양의 봉우리군 옆 봉우리가 옥녀봉이고 그 우측 중턱 부분의 깎여진 산이 보개산이다.

25분 정도 뒤엔 522m봉. 우선 멋진 소나무가 눈에 띈다. 정상은 꽤 넓은 평지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소나무 묘목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확 트인 민둥봉이어서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왼쪽 산 중턱의 장유사를 보며 걷다보면 사거리. 왼쪽은 장유사, 오른쪽은 용전마을 방향이고 용지봉 정상까지는 1.3㎞ 남았다. 직진한다.

두번째 전망대는 이곳에서 25분 정도 뒤. 좌측으로 남해고속도로, 우측으로 날머리인 대청유원지, 정면으로 장유신도시가 시야에 들어오고 저 멀리 금병산 팔판산 화산 불모산이 보인다.

10분 후엔 마침내 정상. 정상석엔 ‘룡제봉’(龍蹄峯)이라 적혀 있다. 국립지리원 5만분의 1 지형도엔 용지봉으로 표기돼 있다. 참고하길. 막힘 없는 조망에 가슴이 트이고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야생화에 정신이 없다.

정상석을 지나 직진, 대암산 쪽 하산길 입구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수지 방향이 창원, 그 왼쪽으로 정병산 대암산도 보인다.

정상에 닿기 전 왼쪽에 난 길인 장유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길따라 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패랭이꽃.

10여분이면 삼거리인 안부에 닿고 역시 10여분 후면 장유사에 도착한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곳. 산문을 나와 화장실 옆으로 난 산길로 다시 하산한다.

25분 정도 후 절로 오르는 아스팔트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대청계곡 매표소까지는 25분 정도. 중간에 장유폭포가 있으니 들러보자. 매표소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35분. 오른쪽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야생화 사진=김병권(김병권 외과의원 원장)




[ 용지봉 야생화 ]
 
  백리향, 고추나물, 금불초(위에서 아래로).

용지봉에서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를 가득 담아왔다.

산행 도중이라 자세히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20종을 넘을 듯하다. 부산 근교에서 여름에 피는 야생화는 거의 머리를 내밀고 있다.

뜻밖에 희귀종도 발견됐다. 백리향이 그것. 향을 백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 꽃은 울릉도에서만 피는 섬백리향으로 추정된다.

용지봉의 야생화를 크게 △오를 때 △522m봉인 민둥봉 부근 △정상 부근 △하산 때 등 4개 구간으로 분류했다.

오를 때는 꽃은 이쁘지만 닭오줌 냄새가 나는 계요등, 열매가 까맣게 익었을 때 중의 머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까마중과 도깨비가지, 망초와 개망초, 가지가 꿩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자주꿩의다리 등이 발견됐다.

민둥봉 부근은 산 정상과 함께 야생화 천지. 열매가 고추를 닮았다는 고추나물, 줄기나 잎을 비비면 오이냄새가 난다는 오이풀, 당나라 시인 두보가 꽃이 피는 대나무라 칭한 일명 달개비꽃인 남빛의 닭의장풀, 잎 모양이 쥐 앞발과 비슷해 붙여진 쥐손이풀, 노란색꽃이 황홀한데 반해 뿌리에서 된장 썩는 냄새가 난다는 마타리(패장근), 싸리나무꽃, 골등골나물, 꼬리풀 등이 있다. 구절초와 함께 가을야생국화의 대표격인 쑥부쟁이는 뭐가 그리 바쁜 지 벌써 고개를 내밀었다.

용지봉 정상에선 조선시대 역졸들이 썼던 패랭이와 모양이 닮은 패랭이꽃과 촛대승마, 꼬리풀과 골등골나물 등이, 하산 때는 금불초 등이 목격됐다. 장유사엔 절집답게 분홍의 상사화(相思花)가 활짝 폈고, 철없이 핀 개나리는 웃음을 머금게 했다. 무릇과 며느리밥풀꽃은 전 구간에서 고루 발견됐다.

하산 때 만나는 야생화농장에선 습지에서 자라며 멸종단계의 희귀종인 해오라비난초를 비롯한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다.

/ 이흥곤기자




[ 교통편 ]

부산 북구 구포역에서 육교를 지나 구포역 버스정류장에서 김해여객터미널행 127번 시내버스를 탄다. 800원.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김해여객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윗냉정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15분, 11시15분에 출발한다. 1천1백원. 시간이 맞지 않다면 여객터미널 주차장 출구쪽에서 가야교통 3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5시50분, 7시20분, 9시, 10시50분. 800원. 택시를 이용하면 1만원 안팎. 들머리에서 나와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에서 버스정류장은 갑오마을 아파트 201동과 202동 사이에 있다. 이곳에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하차한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은 30분. 1천3백원.




[ 떠나기전에 ]

장유면과 용지봉(龍池峯)을 언급할 때 가야국 수로왕비인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용지봉 중턱에 장유사가 있기 때문이다. 장유사는 불교가 최초로 전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장유화상이 불법을 전파했으며 그의 사리탑이 대웅전 뒤편에 있다.

용제봉(龍蹄峯)으로도 불리는 정상은 조선시대에는 기우제를 지낸 기우단이 있었다고 한다. 용지봉은 김해 장유 진례 창원의 경계이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냉정고개는 그곳에 찬물샘이 있어 이름붙여졌다. 6㎞나 되는 대청계곡은 맑은 계곡수와 장유폭포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산행중에 만나는 각종 야생화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8.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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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9> 내연산 매봉~향로봉

 
  내연산 산행 날머리에서 만나는 하옥계곡.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옥교(옛 향로교)에서 바라본 비취색 물빛과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비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여름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계곡산행. 등줄기를 따라 연신 흘러내리는 땀이 이내 속옷까지 적신다. 연신 물을 들이켜 보지만 해갈의 순간도 잠시. 비라도 세차게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 때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배낭을 팽개치고 한걸음에 뛰어가 머리를 물속에 푸욱 처박는다. 잠시후 발이라도 담글 양이면 온 몸에 짜릿하게 흐르는 전율,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가 아니런가.

경북 포항의 내연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보경사와 12폭포.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은 아니지만 쌍생폭을 시작으로 삼보폭 관음폭 연산폭에 이르는 폭포들의 장쾌한 도열은 계곡산행의 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코스를 2년전 소개한 취재팀은 내연산의 또 다른 비경을 찾아 포항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산행 도중 폭포를 만날 수 없다. 그러나 날머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하옥계곡은 비취색의 물빛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이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특히 기암괴석을 덮고 있는 두터운 초록이끼와 낭떠러지에 도도히 서있는 소나무는 왜 이곳 지명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사는 곳’이라는 뜻의 둔세동(遁世洞)인지 절로 실감나게 한다.

내연산은 울진 통고산, 영덕 백암산, 청송 왕거암으로 내려오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동해 바닷가 쪽으로 벗어나 또아리를 튼 산. 평균 해발 500m 이상인 고산지대인데다 희귀수종 보존을 위해 지난 2001년 9월 수목원을 조성해 더욱 유명해졌다. 내연산은 매봉(응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산 천령산(우척봉) 삿갓봉으로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행은 내연산수목원~삿갓봉~샘재~매봉~향로봉~하옥교(옛 향로교)로 이어지는 11㎞ 정도의 코스이고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비교적 잘 나 있어 길 찾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들머리는 샘재인 내연산수목원. 68번 지방도를 타고 오다 ‘청하면’(뒷면엔 죽장면) ‘낙석위험지역’ 안내판이 연이어 나타나면 멈춘다. ‘낙석…’ 안내판 길 건너편으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 수로를 따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불초소와 잇단 그루터기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10여분 걸으면 ‘삿갓봉’(716m) 이정표가 보이고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이다. 올라온 길에서 정면에 천령산이, 왼쪽으로 향로봉 매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저 멀리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하산한다. 갈림길의 봉우리에서 오른쪽 능선의 내리막길을 타고 간다. 월성김씨 묘를 지나면 수목원. 길 왼쪽에는 벤치가 쉬었다 가라고 유혹하고, 그 뒤로 ‘꾸지나무’ ‘섬쑥부쟁이’ 등 각종 나무와 풀 이름이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그 사이로 보도블록이 쌓여있는 등 수목원은 한창 공사중이다. 고산식물원 안내판도 보인다.

우측 ‘등산로’ 팻말이 적힌 길로 오른다. 팻말에 따르면 이곳은 샘재이고 매봉과 향로봉은 각각 0.9㎞, 6.9㎞ 남았다. 주황색의 하늘나리꽃이 자주 보인다. 겉모양은 닮았지만 참나리와는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있어 하늘나리다. 산행내내 잊을라 하면 나타나 무료함을 달래준다.

보도블록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내연산 매봉(816m). 정상석이 없으면 누가 정상이라 하리요. 계속 직진한다. 왼쪽에는 괘령산과 비학산이 보인다.

이제부터 전형적인 호젓한 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지그재그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길이다. 능선 자체가 크게 우측으로 휘어져 있는 점도 참조하자.

하늘나리와 함께 노란 원추리꽃과 흰 까치수염꽃도 산꾼들의 친구. 산철쭉과 진달래도 도열하고 있어 봄에 오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꽃밭등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시명리로 가는 갈림길에서 200m 올라서면 향로봉(930m) 정상. 매봉에서 2시간 정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이처럼 편안한 산길도 없다. 헬기장인 정상에는 어른 덩치보다 훨씬 큰 정상석이 서 있다. 그 오른쪽에는 뜻밖에도 무덤이 있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거칠 게 없다. 월포리 바닷가의 하얀 포말이 선명하고 코 앞에 천련산이 내려다 보인다. 그 오른편으로 삿갓봉 매봉이 이어져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울창한 내연산 숲속을 거닐고 있는 부산의 산꾼들.

하산은 반대방향. ‘죽장하옥 4.5㎞’라고 적힌 이정표 방향으로 향한다. 15분 후 갈림길. 날머리인 향로교까지 3㎞라고 적힌 왼쪽 내리막길을 택한다. 흰색의 까치수염 군락지와 밧줄이 놓인 구간을 지나 1시간20분 정도 내려오면 비포장 923번 지방도를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하옥교(옛 향로교)~상옥을 지나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 오른쪽으로 가면 하옥 방향. 하옥교 일대의 하옥계곡은 산행후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니 쉬어가자.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솔숲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떠나기전에'

포항시 최북단인 죽장면과 청하면 송라면, 영덕군 남정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은 주능선의 길이가 24㎞일 정도로 방대하다. 보경사 계곡의 12폭포와 내연산 일원은 근교산에서도 여러번 다루었다. 향로봉을 중심으로 천령산~삿갓봉, 향로봉~삼지봉~문수봉~보경사, 괘령산~비학산 코스 등이 바로 그것으로 지금도 산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샘재는 고갯마루에 샘이 있다. 이 샘은 상옥에서 청하를 넘는 민초들에게 휴식처가 되었으며 영덕군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능선은 짙은 수림의 바다로 이어지고 하옥계곡으로 내려서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계곡은 솔밭과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는 적격이다. 하지만 비포장인데다 휴가기간에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시내버스가 하옥리 종점까지 운행하지 못하고 상옥리까지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하옥교에서 상옥리까지 3.6㎞를 걷는 수고를 해야 한다. 향로교의 다리는 새로 놓아 하옥교로 바뀌었으므로 혼동이 없기를.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천8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 건물인 포항시내버스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까지는 오전 10시15분 하옥행 시내버스를 탄다. 2천6백원. 산행 날머리인 하옥교에서 포항시내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3천1백원.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포항 영덕 방면으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좌회전, 925번 지방도로로 바꿔 탄다. 이어 내연산수목원 방향으로 우회전, 6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면 내연산수목원과 청하면·죽장면 경계가 잇따라 나온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7.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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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6> 하동 옥산

 
경남 하동군 옥종면 옥산(613.9m)은 현지에선 알아주는 산이다. 군 홈페이지의 추천 명산에 칠성봉 구재봉 등 이름깨나 있는 산들을 제치고 형제봉 금오산 등과 함께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산세로 봐 오르기 전에는 개척산행이 되지 않겠나 우려했지만 막상 품속에 한발 한발 내디뎌보면 의외로 산길이 잘 나 있고 험하지도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호젓하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흔히 산꾼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산줄기의 잣대로 보면 옥산은 낙동강의 남쪽에 위치한 낙남정맥에 일부 속한다. 주봉인 옥산은 낙남정맥에 비켜서 있지만 2봉과 3봉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에 속한다. 경남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낙남정맥에서 2봉, 3봉은 동으로 김해 분성산 신어산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삼신봉 영신봉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옥산의 장점은 사방이 확 트인 뛰어난 조망. 장쾌하고 황홀할 정도다. 인근에 높은 산이 없어 쾌청한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 웅석봉과 광양의 백운산 억불봉 남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은 옥종면 옥종주유소~밤나무밭~옥산샘~옥산 정상~헬기장~2봉~옥산 천왕봉~2봉~3봉~임도를 거쳐 청수마을로 내려오며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종점인 청룡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해 반대방향인 양구마을 쪽으로 향한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 가장 높은 산이 옥산이다. 도로변에 진노랑 삼잎국화가 반기고 곧 옥종주유소가 나온다. 그 앞에 ‘옥산목장’ ‘양구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우측으로 작은 하천을 따라 올라간다. 하지만 산으로 향하는 길은 하천 공사때문에 막혀 있어 왼쪽 논두렁 길로 가로질러 간다. 아스팔트 길과 만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주유소에서 50m 정도 더 걸어가면 비닐하우스가 나온다. 거기서 우측으로 오르면 논두렁 길에서 나온 길과 만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난 넓은 시멘트길. 여기서 100m 정도 더 가면 다시 갈림길. 직진해 하천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왼쪽길로 오른다. 이 길이 결국은 하천 공사 때문에 막힌 길과 연결된다. 조금 더 오르면 왼쪽에 도가수로가 있다. 언뜻 다리처럼 보이지만 물을 모아 논에 댈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좌측에 마을 정자나무가 보이면 또 갈림길. 왼쪽 흙길로 오른다. 오른쪽엔 무덤 2기가 보인다. 또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밤꽃이 지면서 밤알이 제법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곧 길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나오면 그쪽으로 들어선다. 10분 정도 뒤 네갈래길이 나오면 직진하고, 여기서 2, 3m 지나 왼쪽 산길로 오른다. 오랜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잡풀이 길을 막고 있지만 나무그늘이 햇볕을 막아주어 아주 시원하다. 10여분 후엔 옥산샘. 주변 나무가 유난히 푸르고 새울음소리도 크다. 물맛이 일품이니 여기서 물을 채워가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오르면 푸른 소나무숲이 기다린다. 약간 오르막이어서 그렇지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 마저 감돈다. 무덤 1기를 지나면 이따금 길 양측에 각종 야생화와 호랑나비가 눈에 띄어 산행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이렇게 30여분 찬찬히 걸으면 옥산 정상. 과거 산불이 났는지 5, 6그루의 나무와 정상석 그리고 바로 옆 산불초소 말고는 온통 잡풀 일색이다. 대신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은 탁월하다. 북쪽의 주산 구곡산과 그 뒤 지리산 천왕봉, 서쪽 칠성봉 구재봉 분기봉, 북서 삼신봉, 남으론 이명산 금오산 그리고 동쪽 발밑엔 날머리 양구마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심하다. 주황색 나리꽃과 산딸기나무 청미래덩굴 등이 많이 보인다. 15분쯤 내려가면 임도이자 사거리. 직진하면 헬기장. 10m 뒤 갈림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송림이지만 절반 가까이 말라 죽었다. 이후 호젓한 산길과 송림, 오르막 숲길을 10분간 번갈아 지나면 주능선이자 2봉에 닿는다. 지금부터 낙남정맥 구간이다. 왼쪽은 3봉, 오른쪽은 옥산 천왕봉(602m) 방향. 이번 산행은 천왕봉을 갔다가 2봉 3봉을 거쳐 하산할 계획. 우측으로 난 천왕봉길은 20여분간 가슴높이의 철쭉 군락지. 정상엔 이곳이 과거 행글라이더 활공장이었는지 안전수칙을 담은 안내판이 서있을 뿐 잡풀만이 쓸쓸히 자라있다. 전망 또한 일품이다. 팻말을 정면으로 보고 2시 방향이 옥산 주봉이고 2봉 3봉이 차례로 보인다. 이곳에서 다시 2봉을 거쳐 3봉까지는 능선길이 잘 나 있어 30여분이면 충분하다.

3봉에서 2, 3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다시 7, 8분 후 오른쪽 무덤 1기를 지난다. 소나무가 크고 아주 푸르다. 이후 잇딴 무덤을 지나면 임도. 직진하면 낙남정맥의 백토재로 가는 길.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옥종면 청수리 방향이다. 150여m 뒤엔 갈림길. 오른쪽 작은 길로 직진한다. 호젓한 산길이다. 우측에 물소리가 들리고 이후 고추밭 대나무숲을 지나 10여분 걸으면 도로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청수마을. 좌측 옥산을 보면 가장 높은 곳이 주봉, 그 왼쪽으로 2봉 3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진주행 버스를 탄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다시찾는 근교산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을 시작으로 8~10분 간격으로 있다. 6천원. 하동군 옥종면은 진주와 인접해 있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는 것이 더 빠르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옥종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20분, 9시40분, 10시10분, 11시에 있다. 3천원. 산행 날머리인 청수마을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25분, 4시25분, 5시5분, 5시55분, 6시45분, 7시20분, 8시25분(막차)에 출발한다. 2천7백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수시로 있다. 막차는 밤 9시10분. 6천원. 막차를 놓치더라도 심야버스가 밤 10시, 11시에 있다. 8천5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지나 곤양IC를 빠져나와 58번 지방도를 타고 곤명면으로 간다. 삼거리에서 왼쪽 2번 국도인 하동 광양 표지판을 따라간다. 북천면에 들어서면 지리산 이정표가 보이고 오른쪽 1005번 단성 옥종 이정표를 따라간다. 백토재를 지나면 날머리 청수리와 옥산주유소, 들머리 양구리가 잇따라 나온다.





다시찾는 근교산 '떠나기 전에'

하동군 옥종면의 자랑은 옥산, 고령토와 티타늄, 그리고 불소유황온천이다. 옥종면의 진산인 옥산(玉山)은 낙남정맥에서 살짝 비껴난 산으로 청수옥산이라 불려지고 있다. 북천면 횡천면을 가르는 낙남정맥의 길로서 지리산과 연결되는 아담하고 소박한 산이다. 북으로 옥산을 감싸는 계곡인 무쇳골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정상에서 보는 조망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들머리인 옥산 중턱의 옥산샘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으로 양구마을 주민의 자랑이 대단하다. 산길은 뚜렷하다. 봄이면 철쭉이 낙남정맥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가족산행 또는 직장동료들과 한번쯤 찾아 볼 것을 권한다. 하산후 불소유황온천(055-884-5955)에 들러 피로를 풀어보자. 마을이름이 청수라 할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고 유황 불소 성분이 다량 함유된 알칼리성 온천이다. 지난 1998년 개발돼 비교적 깨끗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7.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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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5> 김천 황악산

 
황악산(1,111m)은 백두대간 줄기가 추풍령에 이르러 잠시 주춤하다가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의 경계에서 다시 솟구친 전형적인 육산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남한 땅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황악산 하면 직지사가 연상될 만큼 불가분의 관계인 이곳은 강화도 마니산, 태백산 문수봉, 오대산 적멸보궁과 함께 ‘기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생기처(生氣處)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황악산은 ‘다친 산짐승들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곳’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황악산은 유달리 새가 많았다. 아니 새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친 새들이 날아와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인지 아니면 고통을 이겨낸 환희의 합창인지 하여간 산행 도중 숲은 물론 계곡 주변까지 그들의 천국인양 다양한 울림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서인지 직접 마주치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바위 틈인지 뻥뚫린 고목나무인지 그들만의 요새나 보금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행은 직지사에서 출발해 능여계곡~주능선~백운봉~전망대~헬기장(2개)~황악산 정상 비로봉~형제봉~신선봉~부도비~능여계곡을 거쳐 직지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대략 6시간쯤 걸린다.

산세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마을 뒷산 오르듯 두루뭉술하지만 막상 걸어보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워낙 유명한 산이라 등산안내도가 잘 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 직지사 산문에 걸린 현판 내용이다. 진한 마한 변한의 삼한에서 가장 큰 고을로 한때 삼한대처(三韓大處)라 불렸던 김천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만세교를 지나면 왼쪽은 등산로, 오른쪽은 절로 가는 길. 등산로 방향으로 발걸음을 정한다. 황악교를 지나면서 계곡의 물소리가 거세진다. 오른편 잣나무 숲엔 열매가 가득하고 한창인 밤꽃내음이 코에 강하게 와닿는다.

 

직지사가 자랑하는 국제불교회관인 만덕전을 지나면 황악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4.4㎞. 보궁명적암, 중암, 백련암 입구를 지나면 다시 갈림길. 오른쪽이 운수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등산로.

포근하고 울창한 숲길이다. 경사가 심해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 주변엔 산죽이 푸르다. 좀 이른 느낌이 들지만 매미소리가 저멀리 들린다. 반가웠다.

등줄기엔 땀이 흥건히 젖었지만 새소리 매미소리와 산세를 즐기다보니 어언 30여분. 주능선이다. 네개의 벤치가 있으니 호흡을 가다듬자. 정상까지 약 2.3㎞. 여기서부터 백두대간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궤방령을 지나 추풍령이고 왼쪽으로 가면 황악산~삼도봉~덕유산을 거쳐 백두대간의 종점인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편안한 능선길. 연신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백운봉을 지나 20여분후엔 오른쪽 1시 방향으로 비로봉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펑퍼짐한 육산인줄 알았지만 바윗길이 보이고 이어 전망대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나타난다. 곧이어 작은 돌탑이 나오고 두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곧바로 정상. 썩 좋은 조망이 아닌데다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주변 경관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지만 서쪽으로 민주지산, 남쪽으로 수도산 가야산, 동으로 금오산, 북으로는 포성봉이 포진해 있다.

하산은 오던 길에서 직진한다. 5분후 왼쪽에 전망대. 정면에 저멀리 직지사가, 발아래 능여계곡이 보인다. 주변엔 홀아비솟대나물과 떡치나물이 널려있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직지사와 능여계곡으로 가는 길. 직진한다. 15분 후 형제봉에 다다른다. 딱히 알리는 표시는 없지만 오른편 저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충북 영동 땅이다. 이 능선이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셈.

6, 7분 더 땀을 내면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면 바람재.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면 이곳으로 가야한다. 이번 산행에선 왼쪽 신선봉을 향한다. 10분 정도 걷다보면 나무 사이로 바람재가 자세히 보인다. 200m 뒤에 또 갈림길. 계속 직진한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20분쯤 후 또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 길은 잘린 소나무가 길을 막고 누워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10여분 정도는 급경사 구간이니 조심하자. 동시에 나비들의 집단 서식지인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단의 나비들이 날갯짓을 한다. 또 한번의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주변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여분간의 이 구간은 삼림욕장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

 
  동국제일가람인 직지사를 품고 있는 황악산은 예로부터 다친 산짐승들의 생기처로 알려져있어 유난히 새가 많다. 정상인 비로봉 앞100m 지점 산꾼들의 표정이밝다. 사진 아래쪽은 직지사 산문.

조금 더 내려오면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과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오른쪽에 부도 3기가 나란히 서 있다. 이곳을 지나면 물소리가 점차 커지며 삼거리길. 우측으로 150m 내려가면 또 부도 2기. 왼쪽엔 능여계곡.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가 늘어서 탄성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물에 발을 담가 시원함을 느끼고 싶겠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므로 유의할 것. 7, 8분 후엔 본격 산행을 위해 지났던 시멘트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직지사 입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떠나기전에'

황악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김천의 진산이다. 김천의 산을 논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명산으로 그 유명한 직지사를 품고 있다. 직지사라는 절 이름은 능여스님이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량한 데서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온다. 조선시대에 학조(學祖)가 주지로 있었고 사명당 유정(惟政)이 여기서 승려가 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구려의 아도(阿道)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며, 신라 눌지왕 2년 418년에 묵호자(墨胡子)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도리사(桃李寺)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한다. 경내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319호) 대웅전 앞 3층석탑(보물 606호) 비로전 앞 3층석탑(보물 607호) 대웅전 삼존불 탱화 3폭(보물 670호) 청풍료(淸風寮)앞 3층석탑(보물 1186호)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황악산의 황(黃)은 중앙, 중심이란 뜻이며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三道)에 걸쳐 있다. 학이 많아 황학산(黃鶴山)이라고도 불렸지만 옛 문헌에는 이상하게도 황악산이라고 표기돼 있다. 산행 들머리인 매표소를 지나면 만세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전 왼쪽에 있는 직지사 약수정은 한국의 5대 명수로 물맛이 담백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꼭 들러 물맛을 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경부선 새마을 호나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새마을호의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6시, 11시에 있고 돌아올 땐 김천역에서 오후 4시5분, 8시33분에 출발한다. 1만4천4백원(주말요금 기준).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부터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막차는 밤 9시37분. 주말 9천8백원.

김천역에서 직지사로 가는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보통 25분 걸린다. 111, 11번으로 요금은 시내버스 800원, 좌석버스 1천1백50원. 부산에서 김천으로 가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우회전하면 영동 대전간 국도를 따라간다. 덕천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굴다리를 지나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6.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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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4> 부산 강서 봉화산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도 사석에서 가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늦잠을 잔 일요일 오전에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고즈넉한 부산의 숨은 산이 어디 없을까 하고.

금정산 등 주말이면 사람들이 대거 몰리지 않고 주변 조망이 탁트인데다 산세 마저 험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오를 수 있으며 더욱 좋은 그런 산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부산의 봉우리들을 훑은 결과 부산의 서쪽 끄트머리인 강서쪽에 눈길이 간다. 국토의 서쪽 혹은 서북쪽에서 달려온 봉우리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멈춰버린 낙남정맥의 응혈처.

이곳 중심부엔 봉수대가 정상에 서있는 봉화산(烽火山)이 있다. 북으로는 천마산으로 이어지고 동으로 의성봉, 서로는 보개(보배)산 산세가 휘돌아 솟아있다. 바다 건너엔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

도심의 산이라 체력단련장이 곳곳에 있지만 일부 구간은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짙은 숲에 가려 좀처럼 하늘을 드러내 놓지 않기도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전체적으로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은 강서구 송정동 성고개~나주 임씨 묘~구치봉~철탑~봉오지고개~헬기장~봉화산~녹산고개~생활고개~의성봉~성산동. 대략 3시간~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진해와 인접한 성고개. 아기자기한 건물인 레스토랑 ‘산에 언덕에’를 100m쯤 지나면 전봇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푸르게 울창하게…’로 시작되는 팻말이 눈에 띈다. 길 건너편엔 금단곶보 성지비가 서 있다. 왜선이 자주 침범해 조선 성종때 남해의 미조항과 함께 돌성을 쌓은 곳이다.

 

촘촘히 난 작은 계단으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배수로. 산길은 비교적 넓지만 오르막이다. 10여분쯤 뒤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100m쯤 후엔 갈림길. 왼쪽길로 계속 오르면 8~9기의 무덤군이 나온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산허리에는 나무가 듬성듬성한 반면 이름모를 풀들이 대지를 적시는 빗속에 고개를 활짝 제치고 아우성이다. 이중 주황색의 나리꽃이 군계일학. 비가 와서 그런지 산행도중 무당개구리와 갈색 두꺼비도 눈에 띈다.

거대 바위에 둘러싸인 나주 임씨 묘를 지나면 산 아래와는 달리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또다시 갈림길. 왼쪽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구치봉의 바윗길을 지나면 심한 내리막길, 곧이어 또 다른 바윗길. 이 바윗길을 내려서면 넝쿨 잡풀 나무 등이 길과 조망을 아예 가리며 용심을 부리고 있다. 어렵사리 헤치고 나오면 눈앞엔 대형 철탑. 철탑을 지나 다시 7, 8분 정도 바짝 걸으면 전망대. 무심한 운무여, 어찌 5m 앞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5분 정도 뒤 갈림길. 이번에는 전방이 확 틔어있다. 왼쪽길을 택해 150m 걸으면 시민체육공원. 그 앞엔 봉화산 안내도가 이번 산행길을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봉오지고개다. 국립지리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엔 봉화고개로 표기돼 있다.

 

다시 오르막길 나무계단도 만들어 놨다. 꼬불꼬불 산길을 쉼없이 걸으면 헬기장. 안개에 가려 선명하진 않지만 봉화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이 봉화산 정상(316m). 정상석엔 봉화산의 옛 이름이 성화예산(省火禮山)이라 적혀있다. 277.8m로 표기된 수치는 이웃 봉우리인 천마산의 고도로, 오기인 듯하다.

봉화산 봉수대의 설립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조선 세종때 전국의 국경지대에 봉수대를 설치할 당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종 광무원년인 1897년 봉수제가 폐지됨에 따라 불이 꺼졌다 지난 91년 복원됐다. 가덕도 연대봉 정상의 천성봉수대로부터 소식을 받아 북쪽의 김해 분산성 봉수대로 연락하고, 동으로는 다대포의 응봉봉수대와 천마산의 석성봉수대와 교신했다.

하산은 봉화대를 끼고 오른쪽길로 내려선다.산길 중간에 잇단 벤치를 지나면 급한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잡풀에 가려 안보이니 유의하자. 이후엔 당분간 오르막길. 녹산고개를 지나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15분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면 모처럼 주변이 확 트인 곳이 나온다. 네갈래길의 생활고개다. 직진한다. 7, 8분쯤 후면 또 다른 체육공원. 기구가 가장 많고 넓지만 다 떨어진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신주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르막길로 직진한다. 100m쯤 후 다시 평지.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오른쪽길로 100m 오르면 난시청 해소를 위한 TV중계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사유지인지 철조망이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분 후면 소불등고개. 네갈래 길이다. 오른쪽 성산 방면으로 내려선다. 두 군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지만 무시한 채 계속 전진한다. 왼쪽엔 승학산 기슭의 엄궁쪽 아파트가 보인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얼핏 남의 집 마당같지만 개의치 말고 지나치자. 골목을 나오면 은행나무와 전봇대가 나란히 서있다. 소불등고개에서 대략 1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교통편'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58번 용원행 시내버스를 타고 성고개에서 내린다. 하산 후에는 성산에서 녹산삼거리로 나와 하단방향으로 간다. 장룡수산본점 민물장어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능엄사 입구(노적봉). 이곳에서 하단 방향으로 가는 58번 시내버스나 6, 7, 12,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하단지하철역에서 내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낙동강하구둑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녹산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녹산 진해 방향 2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성고개가 나온다. 날머리인 성산에서 들머리인 성고개까지는 58번 시내버스를 타면 3, 4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정상 언저리에 군사 통신시설인 봉화대를 두고 있는 봉화산은 강서팔경에 속한다. 성화례향 봉화산(省化禮鄕 烽火山)으로 불을 보살피듯 예를 숭상하는 고을에 솟은 봉화불 타는 산봉이란 뜻이다. 들머리인 성고개는 금단곶보의 성이 있었다하여 성고개로 불린다.

봉화산을 모산으로 여기는 녹산은 그 지명에 두가지 설이 있다. 처음에는 녹산(鹿山)이었는데 녹산(菉山)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봉화산의 동쪽은 굶주린 사슴이 들판을 달리는 모양인 기록주야형의 명당이기 때문에 녹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녹산(菉山)이라는 지명은 녹두처럼 작은섬인 녹도(菉島)에서 유례되었다고도 한다. 녹도가 여지도서의 김해부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 순조 11년의 염전 관계기사에서도 명록양도라고 하여 녹도라는 지명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산은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산이다. 배낭에 수통, 약간의 간식만을 챙겨 떠나보자. 낙동강의 모래톱과 바다가 반겨줄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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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3> 경북 고령 만대산

 
경북 고령의 만대산(688.1m)은 전인미답의 땅이다.

산꾼들조차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 국내 산하를 소개하는 이름깨나 있는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이름인 강원도 원주와 횡성군 그리고 전남 해남의 만대산은 산꾼들의 땀이 밴 족적이 역력하지만 고령의 만대산은 그 흔한 산행기조차 하나 없다. 혹 뭔가 있다면 고령 신(申)씨의 세덕비와 재실(齋室)이 만대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뿐.

맑고 푸른 기운이 가득한 전형적인 우리의 산하지만 마을사람들 말고는 산행다운 산행이 이뤄지지 않은 만대산.

마을 촌로가 전하는 만대산은 이랬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멧돼지와 청설모 등 야생동물의 천국. 20, 30년전에는 산 전체가 진달래 천지였는데 근래에는 나무들이 많이 자라 예전만은 못하며 멧돼지와 청설모는 애써 가꾼 농작물을 마구 파헤쳐 마을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

근교산팀의 만대산에 대한 첫 인상은 ‘두 얼굴을 가진 산’이었다. 올라갈 땐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길 찾기가 어렵고 잡목과 풀 넝쿨이 산길을 가로막고 있는 원시 그대로의 산이지만 하산할 땐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한 가운데 수십 수백년된 전나무 느티나무 등이 뻗어있어 산행의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준다.

산행은 보상사~장흥 고씨 묘 등 공동묘지~안부~헬기장~만대산 정상~매화재~산속 웅덩이~고령 신씨 세덕비를 거쳐 다시 보상사 앞에 이르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쌍림면 산주리 산골마을은 한 눈에 이곳이 옛 고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500년생 은행나무가 마을 수호신으로 떡하니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길 왼편엔 산기슭 마을이지만 계단식논인 다랑논이 친근감을 더해준다.

시멘트길을 계속 오르면 보상사 입구 팻말이 나온다. 이곳으로 직진. 주차장을 지나 경내에 들어간다. 산행 들머리이기도 하지만 볼거리가 하나 있기 때문. 경내 한가운데 향나무도 그렇지만 대웅전 앞의 용왕당이 우선 시선을 모은다. 거북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놓고 그곳에 단을 만들어 오가는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게 마련했다. 돌 끄트머리에 인위적으로 굵게 덧칠을 해놓은 것처럼 아주 신기하다.

산문에서 향나무를 지나 요사채의 부엌 왼쪽에 장독대가 있다. 이곳을 들머리로 산길로 직진한다. 물마른 도랑을 지나 오른쪽으로 향한다. 20m쯤 올라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넓은 임도인데 묘지로 가는 길이다. 또 갈림길. 왼쪽 임도를 택해 올라가면 8기의 공동묘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장흥 고씨 묘를 지나 본격 산길로 오른다.
 


이제부터 안부에 도달하기까지 1시간30여분 동안은 길 찾기가 매우 어렵다. 길이 아예 안보이는데다 잡목과 넝쿨이 산행을 어렵게 해 체력소모가 매우 심하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지만 옻나무가 많아 긴 옷은 필수다. 날파리는 왜 이리도 눈 앞에서 윙윙거리는지 하여튼 최악의 산행조건이다.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 7, 8분 후에는 갈림길. 제법 큰 산벚나무가 있으니 참고하자. 왼쪽 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대략 40여분간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 마치 산속에서 미로찾기 게임을 하듯 숲을 헤치고 전진한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없기에 근교산팀 노란 리본을 확인하며 능선을 탄다는 생각으로 오르자.

급한 오르막으로 미끄러짐과 보이지 않는 발 밑의 지형에 조심하자. 주변 큰 나무에 가려 말라죽은 진달래가 아예 길을 막고 있다. 이를 지나면 갈색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15분 정도 모처럼 편안한 산길을 걸으면 안부에 닿는다. 이제서야 파란하늘이 보이면서 숨통이 트인다. 다시 오르막길. 오르막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길이 넓다. 6, 7분 후엔 길에 바위가 보이고 다시 7분 뒤면 헬기장.

직진한다. 헬기장부터는 산행 초입과는 달리 바람도 잘 통하고 걷기가 편하다. 이렇게 20분 정도 걸으면 눈앞에 정상이 보이고 길 오른쪽엔 오도산 두무산 비계산 별유산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15분 후 쯤엔 정상. 팻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한쪽 편에는 태양광을 사용한 용도가 불확실한 안테나가 서 있다.

 
  산행 들머리인 보상사 경내 대웅전 앞의 용왕당. 거북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놓고 단을 만들어 오가는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게 마련했다.

나무에 가려 조망은 약간 가려져 있다. 그래도 남서쪽엔 황매산과 그 앞쪽 금성산 악견산 허굴산 논덕산이, 남쪽엔 대암산에서 미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져 있고 북쪽엔 미숭산, 북서쪽엔 가야산이 보인다.

하산은 안테나 옆으로 내려선다. 길가엔 망개나무 열매도 맺혀있다. 인상적인 싸리나무 숲길을 오랫동안 걸으면 갈림길. 토곡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왼쪽길을 택한다. 계속되는 길의 이어짐.


또 한번의 갈림길이 나오면 직진. 왼쪽으로 가면 합천 방향. 주변에 산딸기가 많이 널려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체하지 말자. 앞으로 40, 50분 정도는 길 양편에 산딸기나무의 연속이니까. 뒷사람을 위해 맛만 보고 남겨두자.

직진능선을 타면 뚜렷한 산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오른편에 웅덩이가 보이면 그쪽으로 내려서자. 이때부터 길 오른편엔 냇물이 흐르고 산딸기가 지천이다. 하지만 길에는 돌부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으니 조심하자. 확 트인 조망에 오른편 산쪽에는 20m가 족히 될 전나무가 솟아있다. 어쩜, 같은 산이지만 오를 때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산길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딸기.

 종착지는 고령 신씨 시조 세덕비(世德碑). 곧바로 보상사 쪽으로 내려가도 좋고, 10분 거리인 고령 신씨 재실을 구경해도 좋다.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보상사를 지나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 이흥곤기자


'교통편'

고령에 가려면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50분. 8천6백원. 1시간50분 걸린다. 현풍에서 한번 정차하니 유의할 것.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산주리 산골마을까지 군내버스(300번)는 오전 8시, 9시30분, 11시30분에 있다. 종점에서 하차. 1천2백원. 9시30분 버스를 놓치면 신촌행 오전 10시30분 버스를 탄 후 신촌교에서 내려 1㎞ 정도 걸으면 된다. 반드시 오전 7시 버스를 타야 9시30분 버스와 연결된다. 산주리 산골마을에서 고령시외버스정류장까지 버스는 오후 4시, 6시, 7시40분에 있다.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55분, 6시45분, 7시1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달리다 구마고속도로로 들어선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고령IC에서 빠져나온다. 26번 도로를 따라 합천 거창 방면 이정표를 보고 달린다. 쌍림면 면소재지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26번 거창 묘산 야로 방향을 택한다. 백산리 하차리를 지나면 경남 경북 경계점인 안내도가 나온다. 이내 왼쪽으로 산주리 고령 신씨 시조를 알리는 커다란 돌비석이 서 있다. 그 길로 들어선다. 산주교를 지나면 산골마을이다. 보상사앞에 주차장이 있다.

/ 이흥곤기자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산골마을의 500년생은행나무.

'떠나기 전에'

만대산은 합천군과 고령군의 경계에 위치한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이다. 잡목과 수풀에 가려 흔적만을 더듬고 오르는 깨끗한 산이다. 전국 8대 명당으로 꼽히는 이곳 만대산 품안에는 고령 신(申)씨 시조의 묘가 있으며 한창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고령 신씨의 재실이 있는 곳은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등잔설. 바로 밑은 어둡지만 멀리 불을 밝히기 때문에 고령 신씨 후손들은 외지에 살고 있고 고령, 특히 산주리에는 한사람도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들머리인 산주리 산골마을은 산곡(山谷) 산주(山州), 만대산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이라하여 산골 또는 산곡이라고도 불린다. 고령군내에서는 유일하게 동, 리를 사용하지 않고 고을 주(州)자를 사용하여 산주리라 부른다. 이는 옛날 적화현이 야로면 중심으로 되어 있었는데 신라와 백제의 전쟁으로 잠시 산주로 적화현이 옮겨져 산주로 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산주리 밑 마을인 객기마는 옛날 난리를 피하기 위하여 객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객기(客基)마을 혹은 객기마로 됐다. 산골마을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어 아랫마을, 아랫마가 되었다 한다. 고령IC를 빠져나오면 쌍림면 안림리. 이곳은 딸기로 유명하다. 그 맛을 인정받아 일본에 수출까지 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식수는 보상사에서 미리 준비하자. 옻나무가 많기 때문에 긴팔과 긴바지는 필수.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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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봉은 그동안 할 말이 많았겠다. 어느 산하 못지 않게 수려한 조망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품안의 곧게 뻗은 전나무 숲과 야생화 밭은 가히 삼림욕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울창하기 그지없다.

백두대간의 초점산에서 이어진 가야산 수도산 등과 함께 한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건만 어찌 속세의 산꾼들은 알아주지 않았던가. 기껏 언급돼봤자 수도암으로 유명한 김천의 수도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향하는 종주중 거쳐가는 하나의 산 정도. 봉우리가 낮아 안보였다면 이해라도 할텐데 1,430m의 가야산보다는 못하지만 1,317m의 수도산보다 9.7m나 높다. 영남알프스 봉우리중 누가 단지봉보다 높단 말인가.

뾰족한 돌산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산길은 인적이 드문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 인근에는 연분홍 철쭉이 아직도 만개해 볼거리 또한 즐비하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사이의 단지봉(일명 민봉)은 정상 인근 일부를 제외하곤 암석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단지봉이란 이름은 산세가 아래는 배가 볼록하고 정상은 뚜껑을 덮어놓은 것처럼 편평한 단지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산행은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동촌마을 중촌교회에서 출발, 임도 시설비~거창 장씨 묘~탈의산~전망대~고비골 앞산~헬기장~단지봉~샘터~고비마을을 거쳐 중촌교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6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긴 여정.

 

중촌교회앞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오른쪽엔 면우정이란 정자가 있다. 20m 앞에 중촌보건진료소가 나타나면 오른쪽 길을, 다시 10m 앞에는 임도 개설비가 서있다. 왼쪽 시멘트포장길로 오른다. 네갈래 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주변은 온통 고추 감자 매화나무밭.때마침 만난 마을 촌로에게 단지봉 산길을 묻자 “그곳은 마을사람들도 안간지 4, 5년은 족히 돼 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뚫어야 하는 것이 근교산팀의 일.

들머리 찾기가 예사롭지 않다. 네갈래 길을 지나 150m 올라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다시 50m 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흙길.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또다시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왼쪽에 사과나무밭이 나온다. 열매를 봉지로 씌워 놓았다. 이때까지 대략 30분 소요. 흔적만 남은 넓은 길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100m 뒤 갈림길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10여분 뒤 좌우측에 무덤이 보인다. 마을촌로의 말대로 수년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무가지와 잡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고 곳곳에서 머리와 허리를 숙이기 일쑤다. 아예 길을 막고 서있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은 산행 도중 절반 정도 계속된다.

7, 8분 뒤 왼쪽에 또 무덤이 나오고 길 주변에 취나물이 늘려있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산길을 30여분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좁지만 제법 편평하다. 오른쪽이 틔어 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전나무가 유달리 이곳에선 굵다. 나무가지를 헤치고 15분 정도 걸으면 정면에 임도가 보이고,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도 삼거리 길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온다. 회색빛 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간다. 거창 장씨 무덤 4기가 나온다. 덕유산 향적봉이 보이고 금원산 기백산이 저멀리 눈에 아른거린다. 무덤 사이 숲길로 향한다. 이제부터 산길이 없어 길찾기가 어렵다. 작은 무덤 1기를 지나 능선 방향을 따라 25분간 오르면 탈의산 정상. 정상석은 없고 지도상의 봉우리일 뿐이다.

 
  단지봉 정상 주변은 연분홍 산철쭉이 지천으로 피어 산꾼들을 반기고 있다.

이번엔 내리막길. 15분 정도 편하게 걸으면 이름모를 야생화밭이 나오는데 쭉 뻗은 전나무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30여분 땀을 바짝 내고 오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모처럼 열린다. 여기서 25분 정도 걸으면 이번 산행 첫 전망대가 나온다. 두루봉과 가야산 능선이 선명하게 눈에 잡히고 왼쪽으로 양각산 흰대미산 신성봉 수도단 단지봉이 펼쳐져 있다. 또 한군데의 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고비골 앞산 정상. 낮은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왼쪽에 흰대미산 양각산 신성봉 수도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정면에 곧 오를 단지봉이, 그 오른쪽에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별유산 두문산이 보인다.

직진해 15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도착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이제 단지봉을 향해 오른다. 이때부터 길이 비교적 잘 나 있다. 5분 정도 걸으면 손바닥보다 큰 취나물이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10분 뒤 전망대 발밑에선 날머리인 고비마을이 보이고 저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지봉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30m 걸으면 단지봉 정상. 이 30m 구간은 온통 철쭉 천지. 만개한 연분홍꽃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가야산으로 가는 길.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 돌탑쪽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이때 수도암이 보인다.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뒤 네갈래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수도산, 오른쪽 길은 수도리 방향. 왼쪽길을 택한다. 5분 후엔 샘터를 지나며 40분 뒤엔 고비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들머리 중촌교회까지 30분 걸린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를 시작으로 매 50분마다 있다. 2시간40분 걸린다. 거창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방 중촌행 군내버스는 강양정류소(김정형 외과) 앞에서 오전 11시10분에 출발한다. 2천원(문의 서흥여객·055-944-3720). 강양정류소는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중촌에서 거창군내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 7시에 있다. 거창군내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8시30분, 9시, 10시30분에 있다. 4천5백원.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는 오후 8시35분, 9시39분, 10시6분, 10시25분에 있다. 6천2백원(주말 기준). 거창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오후 6시4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가다 구마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가조IC에서 빠져 나온다. 가조읍내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가북 방향으로 간다. 가북읍에서 좌회전해 중촌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산꾼에게는 거창의 산을 산속의 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골이 깊고 명산이 즐비하다는 뜻일게다. 그에 걸맞은 수도산~가야산 종주는 2박3일의 산타는 재미로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중간에 솟은 단지봉에서 야영을 하며 하늘을 보라. 떠오르는 달을 보며 자연의 신비감에 도취될 것이다. 들머리 중촌리 동촌마을은 다원으로 다비지라 부르며 1896년 면우 곽종석 선생이 다전이라 이름 지었다. 이에 김해 김씨 고연공 삼형제가 다전에서 호를 따 다봉 다포 다태라 하였다는 ‘면우 선생 다전 사적비’가 초입의 면우정에 있다. 찻물에 쓰였던 차샘도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샘터는 종주를 즐기는 산꾼에게는 생명과 같은 샘. 감로수의 차디찬 물맛을 보라.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고 산행시 산길에 유의하자. 전체적으로 산길을 기대하지 말자. 그만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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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우뚝 솟은 산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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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산. 별개로 보이지만 오묘한 조화로 궁합이 맞을 땐 기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거제도 망산(望山·397m)이 아주 좋은 본보기.

망산은 우선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아주 즐겁다. 신거제대교로 견내랑해협을 지나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탁 트인 해안가 절경과 쪽빛바다가 이어진다. 이쯤되면 섬에 왜 왔는지 착각이 일 정도다. 산 정상에 오르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봐왔던 단편적인 절경들이 다도해라는 한폭의 초대형 풍경화로 다가온다.

망산은 조선조 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범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됐다. 그래서 망산은 울창한 숲으로 인한 산 자체의 빼어난 아름다움보다는 조망이 뛰어나다는 점이 우선 부각된다.

조선조말 당시의 ‘망’이 생사의 귀로에 선 절대절명의 ‘망’이라면 오늘날의 ‘망’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관찰하는 즐거운 조망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날씨가 청명하면 다도해의 절경 뿐만 아니라 대마도와 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명사마을에서 홍포 방향으로 200m쯤 걸어가면 길 왼쪽에 ‘망산 정상 1.8㎞’라고 적힌 푯말이 보인다. 거제도는 망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행길 초입에 이같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서있다.

산행은 이 팻말을 들머리로 칼바위등~망산 정상~해미장골등~내봉산 정상~여차등~각지미~14번 국도의 시점인 저구마을 입구까지. 산행시간이 3시간3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4시간30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른편에 쪽빛바다와 굴 양식장의 부표가 보이는 가운데 산행 들머리로 진입한다. 2분후 갈림길. 오른쪽 길로 오른 후 곧 대형 무덤 1기가 나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푹신한 산길은 산책로를 걷는 듯하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육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에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윗길을 힘들게 지나면 곧 첫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발밑에는 명사마을과 명사해수욕장 명사초등학교 교사가 보이고 바다 위에는 소형어선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군 작전도로인지 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들어 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8분쯤 후에 만나는 두번째 전망대는 천길 낭떠러지. 그래서 칼바위등이라고 불렀나.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해진다. 눈 앞에는 죽도 장사도 용초도 비진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한산도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도중엔 숲이 울창해 다도해의 비경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전망대에선 각도를 달리해 쪽빛 바다와 섬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산행의 특징이다. 그 때문인지 전망대가 오랜 갈증후 마시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땀을 내며 10분 정도 걸으면 이번엔 편평한 반석 전망대가 나온다. 이제 명사마을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저 멀리 오른쪽에 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정면에 노자산 가라산이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거기엔 ‘망산’ ‘명사’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이 서있다. 이로부터 10분 정도면 망산 정상. 눈 앞에 펼쳐지는 섬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조망도가 친절하게 자리해 큰 도움이 된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왼쪽으로부터 가왕도 소매물도 어류도 욕지도 장사도 비진도 한산도 추봉도 등 20여개의 섬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으로 떠있다. 땀방울을 걷어내주는 해풍의 시원함까지 보태지니 부지불식간에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먹는 김밥은 꿀맛이다. 솔개인지 매인지 정확히 구분은 안되지만 하여튼 2마리의 공중곡예도 이채롭다.

하산은 이정표 방향대로 홍포(1.1㎞) 내봉산(1.9㎞) 여차(2.7㎞) 저구(4.9㎞) 방향으로 내려선다. 15분 뒤에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하면 홍포 무지개마을로 내려간다. 직진한다. 숲이 어찌나 짙은지 해풍이 스미지 않은데다 대낮인데도 밝지 못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바위 능선길은 예상외로 쉽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 산세만 보면 숲이 우거진 육산이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여간 험한 길이 아니다. 아예 절벽을 올라야만 하는 곳도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40여분 오르면 내봉산 정상에 앞선 암봉에 이르고 거기서 5분 정도 걸으면 내봉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면 망산 정상보다는 바로 옆 봉우리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멀리 북쪽으로는 장승포 옥녀봉이 얼핏 보인다.

정상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심한 내리막길이어서 로프가 놓여있고 밑에는 나무둥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30여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여차등. 나무푯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여차마을. 직진한다. 날머리인 저구까지는 아직도 2.7㎞. 이제부터는 본격 오르막. 한동안 사라졌던 새소리가 다시 들린다. 10여분쯤 후엔 세말번디라는 봉우리에 닿는다. 산행중에는 이곳이 세말번디라는 안내판이 전혀없다. 이후 오르막 내리막 평길 등을 번갈아 2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각지미라는 곳이다. 안보이던 명사마을이 왼편에 다시 보인다. 여차등부터 이곳까지 30여분 구간이 온통 숲길이었던지라 답답함을 여기서 모두 풀자.


 

지금부터는 호젓한 산길. 다시 전망대. 오른쪽에 저구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저구항 방파제에는 흰색과 빨간색의 등대가 양편에 서있다. 이곳에서 도로까지는 10여분 걸리고 저구 사거리에서 왼쪽방향으로 가면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까지 25분이면 충분하다.

/ 글·사진=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이번 산행의 대중교통편은 이용하기가 힘들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첫차인 오전 8시30분 시외버스를 타더라도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을 경유하는 군내버스가 오후 1시45분에 있기 때문이다. 명사마을에는 하루에 고작 3번 버스가 다닐 만큼 교통편이 열악하다. 명사마을에서 고현으로 나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3시30분, 7시45분에 있다.

따라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 창원 방향으로 진입한 후 마산 톨게이트를 지나 서마산IC에서 빠져나온다. 이후부터는 ‘통영’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고 14번 국도를 달리자.

거제도에선 신거제대교를 건너 좌회전, 고현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차를 돌려 거제자연휴양림~다대~저구를 거쳐 명사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한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산행을 마치고 여유가 있으면 홍포(무지개마을)에서 여차까지 드라이브를 해보자. 4㎞ 정도인 이 구간은 국내 여행서 선정 5대 드라이브 코스에 꼽힐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 떠나기 전에 >


망산은 거제도의 최남단에 있는 터에 노자산 가라산 산방산 옥녀봉 계룡산 등 거제도 10대 명산의 시발점이자 끝으로, 거제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엔 왜구가 출몰할 때에 망을 보던 중요한 군사경계시설이었다. 지금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전망대로 더욱 유명하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노라면 답답했던 우리네 가슴이 확 열릴 것이다.

망산은 네가닥의 등산로가 있으며 깎아지른 듯한 해안을 끼고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은 작은 다대마을 너머 남쪽에 있고 앞바다에 작은 섬들을 거느린 대·소병대도가 점점이 떠있어 이 섬들을 바라보고 지키는 곳이라 하여 여차(汝次)라 한다. 여차몽돌해변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홍포(虹浦) 무지개 마을은 조선시대 도선 스님의 예언에 따르면 ‘저멀리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곳이며, 나아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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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주시 산내면에 걸쳐있는 옹강산(831.8m)은 산꾼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게 닿은 산이다. 산깨나 탄다고 차저하는 산꾼들도 이름만 겨우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이다. 부산 경남 산꾼들이 주말이면 가장 즐겨찾는 영남알프스를 언급할 때면 거기에 묻혀 이따금씩 언급될 정도로 산꾼들의 관심 밖이었다.

옹강산은 해발 1천m급 영남알프스 산군의 북쪽에 이웃하고 있다. 북적되는 남녘의 영남알프스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던 옹강산은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때묻지 않아 원시의 깨끗함과 풋풋함을 그대로 간직한 미답의 산이다.

옹강산의 언론 데뷔는 5, 6년 전 국제신문 근교산팀에 의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마을 촌로의 한마디.

“10여년 전만 해도 산이 험하고 길이 없어 우리들도 잘 안올라갔제. 근데 부산의 무슨 신문사에서 와서 노란 리본을 달고 간 이후부터는 도시의 등산객들이 가끔 보이고 사람들이 자주 다녀 이제는 길이 나 있제.”

운문호를 조망해보는 옹강산 서남쪽 산행이 그 전의 코스라면 이번 코스는 ‘불고기 마을’로 유명한 경주 산내면을 지나 옹강산의 북동쪽에서 출발해 옹강산으로 치고 올라오는 코스를 택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개척산행이다.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마당에 활짝 핀 모란과 수국이 산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오르내릴 때 산길이 비교적 험한데다 능선길마저도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만만찮다. 군데군데 길도 끊어져 있어 체력소모 또한 대단하다.

산행은 경주 산내면 일부리 심원사에서 출발해 전망대~산내읍으로 향하는 삼거리길~도수골만디~까끌바위봉~삼계리재~옹강산 정상~삼거리 갈림길을 거쳐 심원소류지(저수지) 북쪽 도로까지. 대략 6시간30분 걸린다. 날머리에서 들머리 심원사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걸려 원점회귀 산행으로 봐도 무방하다.

산행은 심원사앞 다리를 지나 산문 오른쪽으로 난 길에서 출발한다. 산문 옆에 수국이 만개해 있다. 오른쪽엔 고추 모종을 심은 밭이다. 50m쯤 걸었을까. 왼쪽에는 나중에 사용할 고추대가 2m 간격으로 두 뭉치로 나눠져 있다. 그 사이로 오른다. 본격 산길이다. 곧 추어탕의 재료인 지피나무 잎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비가 그친 직후라 오른쪽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은 비갠 후 시골길의 풍경을 묘사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도입부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5분 후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이 더 넓어 일반적인 산행로 같지만 직진한다. 산길의 상태로 보아 최근 사람이 다니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능선까지의 오르막길은 길이라고 자신있게 확신할만한 구간이 거의 없다. 뻗어나온 나뭇가지와 잡목은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다. 체력소모가 여간 크지 않다. 결과론적이지만 정글에서 넝쿨을 헤칠 때 사용하는 칼이 있었으면 큰 도움이 될 법했다.

30분 정도 이같은 고행(?)을 반복하다 보면 숯을 구웠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마터가 나온다. 주변 바닥엔 작은 숯 조각이 널려있다. 낙엽 또한 발목 깊이 이상으로 푹푹 빠진다.

5분 후엔 너덜지대. 길 옆에는 산철쭉이 반긴다. 15분 쯤 후에도 또 너덜지대. 이 곳을 지나면 봄나물 천지. 우산나물 취나물 고사리와 일부 두릅나무. 채식주의자는 반드시 나물주머니를 별도로 준비하자.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마당에 활짝 핀 모란과 수국이 산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두번째 너덜지대를 지나면 길 찾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지형지물도 없기에 국제신문 노란리본을 반드시 확인하자.

이렇게 1시간40분 정도 땀을 내고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 올라도 조망은 주변 나무에 가려 좋지 못하다. 능선길도 평탄한 길이 못된다. 길만 나 있을 뿐 나뭇가지를 치고 전진해야 한다.

10여분 후 이번 산행의 첫 전망대가 나온다. 건너편 가까이에 방매산이 보이고 고개돌려 남서쪽으로 향하면 우리가 오를 옹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25분, 방매산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난다. 이후 헬기장인지 묘지터인지 알 수 없는 넉넉한 평지가 모처럼 나온다. 이제부터 내리막길과 평길 오르막의 연속.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이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

두번째 전망대는 15분쯤 뒤에 나온다. 왼쪽 뒤엔 문복산이, 정면에는 까끌바위봉이, 그 뒤에는 청도 귀바위가 시야에 잡히고 중앙 제일 뒤쪽엔 영남알프스 운문산과 그 옆으로 범봉 억산 사자봉 구만산쪽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제일 오른쪽에 옹강산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옹강산은 여름에 오면 좋으리라. 하늘과 맞닿은 능선길이 아니라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기에.

전망대에서 30분쯤 뒤에 방금 왔던 능선과 다른 새 능선으로 갈아탄다. 이때 왼쪽으로 가면 산내면이니 유의하자. 정면엔 백운산이, 그 우측으로 고헌산이 이어진다.

오른쪽 능선을 탄다. 유의해야할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온다. 남쪽인 왼쪽으로 난 문복산 길을 조심하자. 삼계리 혹은 옹강산 방면인 오른쪽길을 택한다. 지금 산꾼들은 운문령에서 차를 내려 문복산~옹강산 코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면 까끌바위봉을 지난다. 봉우리를 알리는 입석은 없지만 이곳을 지나면서 능선이 왼쪽으로 크게 꺾여 내려간다. 2, 3분 지났을까 무심코 왼쪽을 쳐다보니 문복산이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성큼 다가와 있다.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새 볼거리가 이쯤에서 등장한다. 바로 홍송이다. 처음엔 나홀로 멋진 자태를 뽐내더니 이후 2~3그루가 연달아 줄지어 나오면서 1시간 가량 띄엄띄엄 홍송이 산행길 왼쪽에서 반긴다. 홍송의 자태를 보는 재미로 걷다보면 안부인 삼계리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왼쪽은 삼계리 방향이다. 이곳에서 옹강산 정상까지는 50분 정도. 정상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다. 오히려 정상에 앞서 만나는 전망대에서 풍광을 만끽하자.

하산은 정상에서 왔던 길로 6분 정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을 택하자. 오른쪽 길은 방금 왔던 길.

하산길도 그리 쉽지가 않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헤쳐나오기가 만만찮다. 도로로 나오려면 족히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여기서 심원소류지를 지나 심원사 주차장까지는 14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교통편 >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을 첫차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1시간10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내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 9시45분, 11시45분에 있다. 산내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까지 개인택시를 이용하면 1만5천원. (054)751-4140

경주에서 산내까지 좌석버스는 오전 7시30분, 8시23분, 9시5분, 9시41분, 10시53분, 11시05, 11시50분에 출발한다. 1천9백원. 경주에서 산행 초입 마을인 일부리까지는 낮 12시24분, 오후 4시24분에 있다. 일부리에서 산내 경주쪽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지금은 마을 다리 공사 때문에 원래 종점인 일부리 마을회관이 아니라 당산나무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빠져나와 석남사 방향 24번 국도를 탄다. 경주와 갈라지는 둥근정삼거리에서 경주방향으로 길을 택한다. 산내 불고기 단지를 지나 산내네거리에서 청도 운문 방향 20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외칠리 입구(큰 간판은 일부양어장 낚시터가든)에서 좌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좌회전, 심원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진입하면 외칠2리 새마을회관을 지나며 이후부터 심원사까지는 외길이다. 비포장도로가 나오므로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떠나기전에 >

경주시 산내면의 옹강산은 일부리를 에워싸고 있다. ‘아부터’ 또는 ‘일부’라 불렀는데 심천리(深川里)를 통합하여 부르고 있다. 약 300년전 밀양 박씨의 문용(文溶)이라는 사람이 마을을 개척하였다 하며 하루에 한집씩 부자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해서 일부(日富), 일비라 부르게 되었다.

들머리인 심천동은 옹강산에서 신원리에 이르는 골짜기가 길다는 뜻이다. 인근 마을 중에서 해가 제일 늦게 지고 마치 해를 공중에 매달아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부르는 ‘괘일’, 골짜기가 자처럼 길다랗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장척’(長尺) 등 긴 골짜기를 두고 지어진 이름이다. 외칠리에서 심원사까지는 10km의 먼길로 지금 골짜기 안에는 수해로 인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오지로 교통이 매우 불편하지만 심원지에 비쳐지는 옹강산, 도수골만디, 심원사의 그림 같은 풍경이 충분히 보상을 해 줄것이다.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며 심원사 뒤 산길에 유의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5.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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