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스키장 품은 정선 백운산 눈꽃산행
고한읍 막골서 출발, 걷는 시간만3시간30분
산행 내내 하얀 슬로프와 백두대간 보여
상처입은 검은땅 감싸주기 위함인지 눈많아


그 이름도 예쁜 '하늘길'.

문경과 충주의 경계로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백두대간길인 하늘재를 본따서 명명했단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하늘길은 백두대간 하늘재보다 북쪽인 강원도 정선땅의 '흰 구름 산' 백운산(白雲山)에 열려 있다. 하늘재가 해발 500m대에 불과한 반면 하늘길은 그 이름에 걸맞게 1000m대를 오르내린다. 이 하늘길의 정점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이름의 마천봉(摩天峰·1426m). '한국의 장가계'로 불리는 완주 대둔산 마천대(摩天臺)가 879m에 불과하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봉우리 중에선 아마도 최고로 높은 듯싶다.

눈앞의 하얀 스키슬로프만 보이지 않는다면 눈덮인 히말라야라고 해도 속을 정도로 아름답고 웅대하다. 사진은 백운산 밸리탑 인근에서 바라본 하이원 스키장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처럼 일렁이는 정선 태백 지역의 연봉들.
하이원 스키장을 품은 정선 백운산은 1000 m의 능선길이 험하지 않고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 품속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흰 구름 산' 백운산 정상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마천봉이고, 그 봉우리로 수렴되는 마루금이 하늘길이니 떠나기 전이라면 신선놀음쯤으로 여겨질 만하다.

정선 백운산은 하이원스키장을 품고 있다. 덕유산 향적봉이 무주스키장을, 발왕산이 용평스키장을 품고 있듯이.

정선에는 백운산이 하나 더 있다. 굽이굽이 돌고도는 그 유명한 동강의 물줄기를 산행 내내 조망할 수 있는 일명 '동강 백운산(883m)'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도 면에서는 '동강 백운산'이 훨씬 위다.

사실 기자는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 어떤 산행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도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내 열댓 개의 백운산 중 가장 높은데도 말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왔던 것이다. 하이원스키장이 문을 열면서 바야흐로 인간의 발길이 허용된 것이다.

산세는 '1000m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부드럽다. 마치 어머니 품 같다. 조망 또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정상인 마천봉에 서면 늘씬한 여인의 각선미처럼 슬로프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함백산과 태백산의 백두대간 마루금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산행은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막골~약수암~잇단 쉼터(벤치)~낙엽송숲~하이원호텔 갈림길~(바람꽃길)~밸리탑 탐방로 갈림길~백운산 마천봉~(산철쭉길)~마운틴탑~운탄도로~도롱이연못~화절령 삼거리~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워킹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들머리는 고한역 인근의 막골. 사북역 쪽에서 고한역으로 가다 '함백관'이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좌측으로 10분쯤 걸으면 '백운산 등산로', '막골'이라 적힌 표지석과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고한읍 고한리 막골은 오래 전 골짜기 안쪽의 화전민들이 막(幕)을 치고 살았다 해서 불리던 이름이다. 표지석과 등산안내도 사이의 오름길이 백운산 북동릉으로 접근하는 본격 들머리다.

6분쯤 오르면 조그만 암자인 약수암. 산길은 암자 못가 좌측으로 하얀 밧줄이 인도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숲으로 오른다. 비록 경사는 꽤 되지만 버겁지는 않다.   
 
한 굽이 오르면 벤치가 둘 있는 쉼터. 암자에서 19분. 잠시 숨을 고른 후 좌측으로 올라서면 거대한 병풍바위가 떡 하니 막고 있다. 우회해서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두 번째 벤치. GPS단말기엔 이미 해발 1000m가 넘었다. 스키슬로프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옛 묘터인 이곳에는 산길이 하나 더 보인다. 밸리콘도로 이어지는 산길로서, 안내책자에는 표기돼 있지만 아직은 개방하지 않은 길이다.

이제부턴 오르막길이 거의 없는 편안한 낙엽송숲길이다. 바늘잎을 모두 떨군 낙엽송은 마치 늘씬한 각선미의 여인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동행한 하이원리조트 안전상황팀 차현수 주임은 한여름 이 길에선 냉기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산길 좌측 발아래론 고한읍내와 태백으로 넘어가는 새 도로의 입구도 얼핏 스쳐간다.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 탓인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그렇다고 스패츠를 찰 정도는 아니다.

앞선 벤치에서 30분 뒤 국내에서 가장 고지인 해발 1100m 지점에 있다는 하이원CC와 하이원호텔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지점에 닿는다. 역시 벤치 두 개가 있다. 이미 폐장한 골프장의 해저드는 얼어 있다. 골프장 뒤로는 옛날 대한중석이 위치했던 영월 상동읍이다.

산행 중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 위치해 있다는 하이원CC를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18번 홀이 1000 m대라고 한다. 하이원호텔에서 출발하는 이 곤돌라는 하이원 스키장의 최고 지점인 마운틴탑까지 올라간다. 

등산로는 하늘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000m급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부드럽다. 6분, 13분 뒤 각각 골프장이 점차 더 가깝게 보이는 전망대에 도달한다. 마지막 전망대에선 골퍼의 스윙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눈앞에 보이는 곤돌라는 하이원호텔에서 스키장의 최정상인 마운틴탑을 오간다.
   
 
능선을 따라 10분이면 머리 위로 곤돌라가 오가는 지점에 닿는다. 곤돌라 철탑 앞 삼거리다. 잠시 볼 게 있다. 좌측 발아래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대형 곤돌라탑이 그것. 높이 98m로 동양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다. 그 뒤로 태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가면 마운틴탑과 함께 스키장의 또 다른 정상인 밸리탑. 산행팀은 길을 가로질러 '등산로'라 적힌 표지판이 보이는 곳으로 오른다.

눈덮인 산죽길을 따라 북동릉으로 9분쯤 오르면 헬기장 삼거리. 좌측은 하이원호텔(2.3㎞) 방향, 산행팀은 우측 일명 바람꽃길로 향한다. 늦은 봄이면 산길 주변에 바람꽃이 즐비하기 때문에 명명했단다. 하이원호텔 방향의 하산길은 얼레지가 많아 얼레지꽃길이란다. 지금이야 눈으로 덮여 있지만. 헬기장에선 백두대간 금대봉과 함백산이 조망된다.

바람꽃길은 좁다란 소로다. 9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밸리탑 탐방로가 우측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탐방로처럼 계단을 조성해 놓았다. 10분쯤 걸린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발목까지 덮는다. 겨울에는 심할 경우 어른 가슴 높이까지 폭설이 내려 러썰도 불가능할 정도란다. 일순간 광산 개발로 검게 그을린 상처 입은 이 땅의 원혼을 한겨울만이라도 하얗게 감싸주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간다.

밸리탑 탐방로 갈림길에서 정상인 마천봉은 불과 4분 거리. '백운산 마천봉'이라 적힌 커다란 정상석과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 북으로 너른 전망덱이 설치돼 있다. 전망덱 가운데에는 친절하게도 조망판이 서 있어 눈앞의 봉우리들과 스키장 시설물들을 맞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운산 정상 마천봉.

백운산 정상 마천봉 전망덱의 전망안내판.

백운산 정상인 마천봉.

스키장의 최고점인 마운틴탑과 밸리탑 그리고 두위봉과 억새산으로 유명한 민둥산, 여기에 조망판에는 빠졌지만 그 사이로 지장산과 사북읍도 살짝 보인다. 정상석이 바라보는 동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정면으로 태백산, 그 왼쪽으로 만항재와 레이더기지가 위치한 함백산이 확인된다. 참고로 태백산과 함백산 사이에 위치한 만항재는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1330m) 지점이며, 함백산은 다양한 야생화로 매년 8월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산이다.

이어지는 산길. 여기서부턴 산철쭉길이다. 다음 여정지 마운틴탑까지는 대략 40분. 연분홍 철쭉 대신 하얀 눈꽃이 만발해 있다. 일순간 요란한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산길 좌측인 영월 상동읍 쪽에 공군사격연습장이 있기 때문이란다.

1381고지를 지나면 비로소 마운틴탑이 보이고 9분 뒤 스키슬로프에 내려선다. 6분 정도 슬로프를 따라 걸으면 마운틴탑. 마운틴탑의 정상이 그 유명한 45분만에 한 바퀴를 돈다는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이 있다. 참고하길.

스키장 최고 지점인 마운틴탑에 가기 위해선 슬로프를 100m쯤 걸어 올라가야 한다.
마운틴탑의 3층 레스토랑 '탑 오브 더 탑'의 실내 모습. 한 바퀴 도는데 45분 걸린다. 

등산로는 마운틴탑의 옆 곤돌라 탑승장 뒤로 열려 있다. '화절령 삼거리 2.4㎞'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길은 키작은 산죽길이다. 직원들이 낫으로 직접 길을 만들었단다.

14분이면 이름 그대로 채탄을 나르던 운탄도로로 내려서며 숲을 벗어난다. 우측은 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좌측은 하이원호텔. 두 지점 간의 거리는 10.4㎞. 이 구간이 매년 하이원이 주최하는 '하늘길 트레킹 페스티벌'과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코스이다.

도롱이연못.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이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거리에서 도롱이연못 방향으로 간다.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으로, 광부들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이곳에 사는 도룡뇽에게 기원했던 것이 유래돼 지금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주변에는 야생화가 늘 피어 있고 노루 멧돼지 등의 샘터 역할을 한다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도롱이연못에서 계속 직진하면 운탄도로와 다시 만난다. 10여 분 뒤부턴 물을 가둔 소택지를 잇따라 만난다. 폐광산에서 유출된 갱내수의 중금속 성분을 걸러 주는 일종의 자연정화시설이다. 주변에는 폐광 흔적인 검은 석탄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지금 걷는 이 길의 이름은 화절령(花切嶺)길. 이 일대가 과거 온통 탄광이었으며, 광부들은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꺾어 씹으면서 힘을 냈던 데서 이 이름이 유래된 곳이다.
 차단기 주변을 흔히 화절령 삼거리라 부르며 이곳에서 강원랜드호텔 폭포주차장까지 21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철 눈 많아 하이원 상황실에 문의해야

동명이산(同名異山). 말 그대로 같은 이름, 다른 산이다. 국내에선 현재 천황봉(天皇峯)이란 이름이 가장 많다. 대략 2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그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 사이에선 사실상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두 번째는. 바로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이다. 자연발생적인 이 이름을 가진 산은 대략 열댓개. 이런 연유로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에게 백운산이라 하면 십중팔구 '어디' 백운산이라 되묻는 게 다반사다. 호남정맥의 시종점인 광양 백운산(1218m),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上蓮臺)가 위치한 함양 백운산(1279m),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는 원주 백운산(1087m), 아름다운 동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정선의 또 다른 백운산(882m)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부산 기장군에도 아담한 백운산(520m)이 있지 않은가.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 등산로는 하이원리조트가 2006년말 계획을 세워 지난해 5월 일반인에게 선보였다. 백운산에는 유난히 야생화가 많아 구간구간마다 우점종을 내세워 처녀치마길 양지꽃길 얼레지꽃길 바람꽃길 박새꽃길 등으로 명명해 놓았다.

봄 여름에는 야생화와 울창한 낙엽송숲, 겨울에는 눈꽃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오르내림이 적어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폭설이 이따금씩 내려 산행 전에는 하이원리조트 종합상황실(033-590-6200~1)에 문의해야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해장국.


황태요리 전문점 황태명가(033-591-5288). 원래 황태요리 하면 용평이 원조다. 황태 덕장 또한 대부분 용평에 몰려 있다. 하이원 리조트 입구의 황태명가는 최근 용평에서 식당을 접고 이곳 정선으로 옮겼다. 주인과 주방장 서빙아줌마까지 그야말로 세트로 움직였다. 용평에서 직접 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로 용평에서의 그 맛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황태구이(1만 원) 황태찜(2만5000~3만5000원) 황태불고기(〃) 황태해장국(6000원) 황태미역국 등 하나같이 별미다. 오삼불고기(8000원)도 맛있다. (033)591-5288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제천IC서 내려 38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IC~영월 제천~영월 단양(하이원) 38번~영월 38번~영월 쌍용~느릅재터널~강원도 영월군~영월 38번~영월 단양~평창 영월 38번~태백 영월 38번~태백 석항~태백~태백 석항~정선군 신동읍~태백 사북 38번~태백 고한 하이원리조트(스키장)~태백 고한 정암사 38번(사북 하이원 방향으로 가면 안됨)~고한 하이원리조트~고한역 못가 첫번째 패밀리마트 보이면 '함백관' 이정표 따라 우회전~굴다리 통과하자마자 좌회전~막골, 백운산 등산로 이정석.

하이원리조트의 진입로는 사북(읍)과 고한(읍) 두 군데. 부산서 출발할 경우 사북 쪽이 가까워 사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백운산 산행 들머리가 고한역 인근이기 때문에 사북을 지나 고한까지 간 것이다. 산행대장=이창우

 

 아직까지 올 겨울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온 가족이 함께 태백산 눈꽃산행을 한번 떠나 보시라. 확신컨대 후회는 없으리라.
혹자들은 부산서는 아주 먼, 그것도 해발고도가 1500m급인 국내 10위 고봉을 어떻게 산행 경험의 유무도 따지지 않고 권하는지 의문이 들 터이다.
한데 가능하다. 태백산은 해발에 비해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은 데다 들머리인 당골광장의 해발이 무려 800m 정도여서 다리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누구든 산행이 가능하다.

순백의 옷으로 갈이입은 태백산 천제단을 향해 오르는 전국의 산꾼들. 태백산은 이렇다 할 오름길이 없어 시나브로 정상에 닿는다.

도립공원인 태백산은 지금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겨울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는 동화 속의 설경에 다름아니다.
무엇보다 태백산은 설경이 수놓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태곳적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을 비롯해 한국 명수 100선 중 으뜸인 용정, 기도처로 유명한 문수봉,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 단종비각, 단군성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산행은 매표소~당골광장~단군성전~반재~망경사 화장실 입구 유일사 갈림길~천제단·유일사 갈림길~장군단(장군봉)~주목 군락지~천제단(영봉)~단종비각~망경사·문수봉 갈림길~문수봉~당골·소문수봉 갈림길~제당골~당골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 빼어난 설경에 감탄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간다는 사실에 유념하길.


들머리는 당골광장. 기운이 드세기로 유명한 당골은 예부터 당집이 유달리 많았다. 물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대부분 담벽이 허물어졌지만.

당골광장에서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등로 입구엔 단군성전. 잠시 둘러본 후 본격 산길로 향한다. 예년과 달리 올 겨울엔 눈이 무척 많이 내려 주변이 온통 하얗다. 매년 겨울에만 40만 명이 다녀간다는 태백산인지라 등로는 말끔히 다져져 있지만 등로 좌우는 지팡이로 가늠해보니 대략 어른 무릎만큼 쌓여 있다. 등로 우측 당골계곡에는 한겨울인데도 유량이 풍부해 물소리만 들으면 여름으로 착각할 정도다.

20분쯤 뒤 ‘천제단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를 지날 무렵 계곡 건너편 드높은 절벽 끄트머리에 남근석을 닮은 바위가 걸려있다. 총칭해 장군바위라 불린다.
세 번째 다리 직전 ‘반재 밑' 이정표(해발 1100m) 앞에선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자. 스패츠는 선택사항. 다리만 건너면 곧바로 오름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제단까지는 2.7㎞.
오래 전 호환(虎患)을 당한 화전민의 무덤인 호식총(虎食塚).

다리를 건너면 돌계단길. 5분 뒤 길 우측에 호식총(虎食塚). 오래 전 호환(虎患)을 당한 화전민의 무덤이다. 100년 전만 해도 태백산은 호랑이의 서식지로 유명했다. 인근에는 옹달샘이 하나 있다.
이번엔 환상적인 잣나무 숲을 지난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속을 걷는 기분이다. 이내 반재. 당골과 천제단까지의 중간 지점이라 반재란다. 주변에 원형 테이블이 있어 대개 여기서 식사를 한다.

왼쪽 천제단으로 향한다. 일순간 웃음꽃이 들려 온다. 알고보니 비료 포대를 이용한 그 유명한 엉덩이 썰매를 타는 구간이다. 40, 50대의 남녀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쌩'하며 내려온다. 기자도 빌려 타 보았다. 신이 났지만 정지하기가 어려워 혼이 났다. 이제 10시 방향으로 망경사와 그 위 능선 상에 천제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망경사 갈림길. 장군봉으로 가기 위해 우측 망경사 방향으로 향한다. 4분 뒤 망경사 화장실 입구에서 우측 유일사 쪽으로 오른다. 어차피 망경사는 장군봉~천제단~단종비각을 보고난 후 다시 만나기 때문에 잠시 미룰 뿐이다.
산길은 이때부터 좁아진다. 북사면이라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눈꽃터널을 이룬 백색천국이 펼쳐진다. 이쯤에서 대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눈을 이고 있는 희귀목인 아름드리 주목의 기품이 돋보인다.
         북사면길은 눈의 거의 녹지 않아 눈꽃터널을 이룬 백색천국이 펼쳐진다.

17분 뒤 갈림길. 우측 유일사 대신 좌측 천제단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길.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축인 금강산 설악산이 동해와 나란히 내달리다 국토의 중심부인 서남쪽으로 방향을 트는, 산세로 봐선 의미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장군봉까지의 구간이 태백산 주목의 백미이다. 영하의 날씨에 강풍과 폭설 속에서 견뎌야 하는 주목의 강인한 생명력은 생김새를 떠나 그 자체가 우리네 삶의 표본이다. 어린 주목의 보호를 위해 세운 대나무발도 폭설과 강풍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10여 분이면 최고봉인 장군봉(1567m)에 닿는다. 작은 천제단인 장군단이 있다. 여기서 다시 10여 분이면 마침내 영봉(1561m)인 천제단에 선다. 둘레 27m, 폭 8m, 높이 3m의 자연석으로 쌓은 20평 가량의 원형 돌제단이다. 신년이나 개천절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를 위해서인지 천제단 인근은 엄청나게 넓고, 정상석 또한 기자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다.
이제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내 단종비각. 영월로 유배와서 세상을 뜬 단종을 기리기 위해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다.
자장 율사가 창건한 신라 천년고찰 망경사 문수보살 석상이 저 멀리 맞은편 문수봉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문수봉.

자장 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망경사는 바로 코 앞. 입구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점(1470m)에서 물이 샘솟는다는 용정(龍井)이 있으며 주변에는 주목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면 정면 저 멀리 둥그스름한 문수봉이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망경사 입구의 용정. 해발 147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이다.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다는 단종비각. 영월로 유배와서 세상을 뜬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서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태백산 천제단. 신년이나 개천절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태백산 영봉인 천제단 옆에는 대형 정상석이 서 있다.

이제 문수봉으로 향한다. 원래 문수봉은 천제단에서 백두대간길로 부쇠봉을 거쳐가는 것이 정식 코스이지만 시간 제약으로 단종비각 바로 밑 갈림길에서 산허리를 타고 간다. 부침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눈길이다. 중간에 부쇠봉에서 문수봉으로 내려오는 길과 당골광장으로 내려서는 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오로지 문수봉 팻말만 보고 직진한다. 문수봉에 근접할수록 껍질이 수평으로 벗겨져 있는 자작나무를 많이 만난다.
정상 일대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눈덮인 고사목의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문수머리'로 불리는 문수봉 정상.

마침내 문수봉. 망경사 입구에서 넉넉잡아 40분 걸린다. ‘문수머리'로 불리는 정상에는 신심 깊은 한 처사가 세웠다는 2기의 대형 돌탑과 밀양 만어사 인근 종석너덜을 연상시키는 너덜 사이에 나무를 깎아 만든 정상목이 서 있다.
본격 하산길. 직진한다. 5분 뒤 소문수봉 갈림길. 왼쪽 당골광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40m쯤 길게 늘어선 병풍바위와 샘터를 지나 제당골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10분 뒤 당골광장에 닿는다. 문수산 정상에서 1시간쯤 걸린다.

# 떠나기전에 - 명물 '오궁썰매'용 비료포대, 성수기 외엔 당골서 준비를

통상 태백산 눈꽃산행의 풀코스는 유일사~망경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 코스가 일반적. 산행팀은 부산서 당일치기로 떠났기 때문에 당군성전 쪽 당골광장에서 문수봉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하산했음을 밝혀둔다.

엉덩이를 대고 썰매타듯 내려오는 일명 '오궁썰매'용 비료포대는 눈축제 기간 등 성수기에는 산 속에서 팔지만 그 외 기간에는 당골 인근 가게에서 사야 한다.

아이젠은 태백산 눈꽃산행의 필수품. 스패츠는 선택사항. 가까운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1만원부터 천차만별이다. 유의사항 하나. 아이젠을 차고 '오궁썰매'는 금물. 다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태백산 정상부의 천제단은 천왕단 장군단 하단으로 구성돼 있다. 흔히 천제단이라 불리는 곳은 정상석이 있는 영봉의 천왕단이고, 장군단은 북쪽의 장군봉에, 하단은 영봉에서 부쇠봉 가는 길 200m 쯤 되는 능선 상에 있다.

망경사에는 유독 살찐 고양이들이 많다. 한눈에 봐도 6~7마리는 돼 보인다. 겉모양은 집고양이지만 실제로는 야생 고양이다. 기도하러 온 신도들이 두고 간 음식을 훔쳐 먹어 살이 쪘단다. 망경사 한쪽 켠에는 매점이 있어 커피나 컵라면도 판매한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당골광장 바로 아래 식당가 제일 안쪽에 위치한 성원식당(033-553-3579). 상황오리가 주메뉴이다.


태백산 약수에 유황오리와 상황버섯 황기 감초 등 한약재, 그리고 찹쌀 밤 대추 은행 등을 각목 보자기에 싸 압력솥에 각각 넣어 1시간 동안 찐 보양식이다. 최소 1시간 전에 전화로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4인용이며 3만5000원. 이곳은 특히 태백으로 전지훈련 오는 프로축구 농구 펜싱 육상 레슬링 핸드볼 선수들의 단골 식당이기도 하다.

#교통편 - 부산서 열차 이용 무박 2일 가능

열차를 이용, 무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다. 부산역에서 금, 토요일 이틀만 밤 10시10분 출발, 태백시 통리역에 다음날 오전 4시31분에 도착한다. 2만4400원. 10명 이상 단체 10% 할인.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개인택시(033-552(553)-4747)가 대기 중이다. 당골까지 1만원 조금 넘는다.

통리역에선 다음날 오후 3시9분 출발, 부산역에는 밤 9시55분 도착한다. 오후 2시29분 출발 기차는 부전역에 오후 8시52분 도착한다. 2만27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영주IC~봉화 영주 직진~영주 경북전문대 직진~단양 봉화~경찰서 봉화 이정표 지나자마자 가흥교 건너~봉화경찰서 시의회(로타리 좌회전)~가흥로~풍기 봉화~철길(굴다리) 지나~봉화~울진 봉화~울진 태백 봉화~울진 현동~울진 태백 봉화~울진 현동~울진 봉화 이정표 보고 자동차 전용도로 내려와 좌회전~현동 춘양 우회전~울진 현동~(옥류관 미니동물원)~태백 현동~울진 현동~울진 태백 현동~태백 울진~노루재터널~동해 태백 좌회전~넛재~태백~동해 태백 좌회전~강원도 태백시 구문소호~동점역 지나~태백산도립공원 석탄박물관~장성터널~영월 동해~태백산 도립공원 순.

글 사진=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이창우


 

월악 설악과 함께 '3대 악산', 겁먹지 마소
숨가쁜 사다리병창 코스 이 악물고 올라
비로봉 대형 돌탑 3기돌며 사방 눈요기
하산길 칠석폭포 물줄기 피로 씻어주네


 산행 초입 만나는 단풍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상 가는 도중 바라본 치악산. 

강원도 원주시의 동쪽에 남북으로 병풍처럼 길게 뻗은 치악산(1288m).
지난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산의 원래 이름은 적악산(赤岳山).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무성한 활엽수림 붉은 단풍의 자태가 워낙 아름다워 옛 선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지금의 치악산이란 이름은 뱀에게 먹힐 뻔한 까투리를 구해준 선비가 나중에 그 꿩의 보은으로 생명을 건졌다는 꿩의 보은설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붉을 적(赤)' 자가 ‘꿩 치(雉)' 자로 대체된 것이다.

치악산은 흔히 설악 월악과 함께 험하기로 악명높아 ‘3악(岳)'으로 불린다. 한번쯤 경험해본 산꾼들이 오죽했으면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까.

치악산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는 사다리병창의 출발점. '치악8경' 중 하나인 이곳은 좌우가 모두 낭떠러지인 데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주봉인 비로봉이다.

이 우스갯말이 나온 진원지는 바로 비로봉 북사면 등산로인 사다리병창 코스. ‘병창'이란 ‘절벽'의 강원도 사투리. 사다리병창은 사다리처럼 경사가 급한 절벽같은 길이란 의미이다.

국립공원 치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치악산의 연간 탐승객은 약 50만 명. 이 중 절반인 25만 명이 이 지옥같은 사다리병창 코스를 오른다. 고행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 그리고 땀흘린 대가로 주어지는 환상적인 조망이 그 이유이리라.

산행팀도 별 고민없이 사다리병창 코스를 택했다. 소문만큼 힘겨웠지만 월악산 월출산 정도를 다녀온 산꾼이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단풍이 한창일 때 찾으면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돼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고 정상에 닿게 된다.

산행은 구룡주차장~구룡매표소~황장금표~구룡사 원통문~구룡사~구룡폭포(용소)~대곡야영장~생태학습원~세렴통제소~세렴폭포~사다리병창·계곡 갈림길~사다리병창~상봉(비로봉)~산불초소~칠석폭포~사다리병창·계곡 갈림길~구룡주차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안팎. 산행로 입구에선 5~6시간 걸린다고 적혀 있다.



황장금표(黃腸禁標).

매표소에서 5m쯤 가면 왼쪽 둔덕에 눈길끄는 팻말이 보인다. 황장금표(黃腸禁標)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당시 궁중용 재목으로만 쓰던 황장목이란 소나무 산지여서, 이 나무를 함부로 베어 가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이다. 자세히 보면 바위에 음각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아름드리 황장목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구룡사 원통문과 구룡사 그리고 매점을 잇따라 지나면 구룡폭포가 힘찬 물소리를 쏟아내고 있고, 바로 밑에는 맑다 못해 시퍼렇기까지 한 용소가 발길을 붙잡는다. 단풍이 절정일 때 한 화면에 담으면 영락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적갈색의 단풍과 흰 포말 그리고 시퍼런 용소. 생각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은 계속 이어진다. 대곡야영장과 자연해설센터를 지나면 세렴통제소. 코스가 험난하다보니 오후 2시(동절기 오후 1시) 이후에는 사다리병창 코스의 산행을 통제하는 곳이다. 물론 산행 이외의 목적은 가능하다. 여기까지 대략 50분.

세렴통제소를 지나면 갈림길. 직진하면 세렴폭포,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본격 산행길. 산행팀은 100m쯤 떨어진 세렴폭포를 잠시 구경한다. 세렴폭포는 폭포라 부를 만큼 그리 위압적이지 못하다.

치악산 단풍은 웬만한 단풍 명소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갈림길. 우측은 나중에 내려오는 하산길, 산행팀은 왼쪽 급경사 나무계단길로 오른다. 그 유명한 사다리병창길이다. 각각 주봉인 비로봉까지 2.8㎞, 2.7㎞.

3㎞ 거리인 세렴폭포까지 50분 걸렸으니, 2.7㎞에 버거운 코스라 하니 1시간30분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3시간 정도 잡아야 함을 미리 밝혀둔다.
처음부터 숨이 가쁘다. 나무계단으로 기를 죽여 놓더니 곧바로 쇠난간을 쳐둔 돌계단길로 확인 사살한다. 잠시 숨 고를 틈을 주더니 이내 돌계단으로 몰아 넣는다. 20분 뒤 너른 터. 이정표를 보니 500m밖에 못왔다. 한숨만 나온다. 힘을 내라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다람쥐가 기다렸다가 코 앞에서 달아난다. 이런 풍경은 산행 내내 계속된다.

10분 뒤 사다리병창. 해발 700m. 지금까지 몸풀기 과정이고, 여기서부터 본격 산행이라는 말에 다리가 풀렸지만 표정은 밝아진다.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곳은 특히 좌우 모두 낭떠러지인 벼랑길인 데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치악 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저 멀리 비로봉까지 보여 포토 존으로 손색이 없다.

계속되는 나무계단과 돌계단. 곳곳에 이를 연결하는 쇠로 된 발받침대와 밧줄이 약방의 감초처럼 기다린다. 과연 사다리병창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발을 딛고 있는 지점이 만산홍엽을 연출하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에워싸져 한층 발걸음이 가볍다.

‘비로봉 0.3㎞'를 알리는 마지막 이정표에서 숨을 돌린다. 해발 1170m. 잠시 위를 쳐다보니 침목계단에 이어 가파른 철계단이 기다린다. 이후에도 알고 보니 나무계단으로 연결돼 결국 정상까지 계단이다. 아! 무시무시한 계단이여.
정상에는 치악산 명물 중 하나인 대형 돌탑 3기가 있다. 순서대로 칠성탑 신선탑 용왕탑. 상봉의 장중함을 더해준다.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는 치악산 명물 중 하나인 대형 돌탑 3기가 서 있다. 
빼어난 산세와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한 만추의 치악산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을 불러 모은다.

 비로봉에 서면 치악산의 봉우리는 죄다 확인된다. 칠성탑 피뢰침 뒤로 매화산과 천지봉이, 여기서 반시계 방향으로 헬기장이 있는 무영봉, 그 뒤로 삼봉 투구봉 토끼봉이 확인된다.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원주시가지를 지나면 향로봉과 남대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신선탑과 용왕탑 사이 계단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산불초소 앞 갈림길. 직진하면 입석사 상원사 방향. 다시말해 향로봉 남대봉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길이다. 산행팀은 오른쪽 세렴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커다란 돌들이 깔린 급경사 너덜 같은 길이다. 아래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쩌면 적확할 듯하다. 발을 헛디디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 유의하자.

비로봉에서 산불초소를 거쳐 내려서는 나무계단 주변의 단풍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래도 울긋불긋 단풍이 숲을 덮고 있어 위안이 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초록 이끼가 무성한 아름다운 계곡의 경관이 일품이다. 산행 시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 왼쪽 계곡에 시선을 붙잡는 폭포가 하나 보인다. 둥근 바위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는 물줄기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칠석폭포다.

사다리병창 갈림길까지는 대략 1시간20분이면 닿는다. 이후부턴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구룡주차장까지는 5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서둘면 당일치기도 가능…원조 안흥찐빵 맛 보길

연례행사인 강원도 단풍산행. 설악산은 무박2일 산행이 보편적이지만 오대산 치악산의 경우 무리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늦어도 오전 6시에는 떠나야 하며 최대한도로 시간을 아껴써야 함을 미리 일러둔다.

만일 여유있게 1박을 할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www.npa.or.kr) 홈페이지에서 치악산/교통과 숙박/음식점(숙박 겸용) 순으로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점심 도시락은 민박집이나 치악산 입구 식당에 부탁하면 된다.

비로봉 정상의 돌탑 3기는 20여년 전에 작고한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신의 계시를 받아 지난 1964에 시작해 1974년에 완성했다. 지지난해 태풍 매미때 무너졌지만 이후 헬기로 돌을 나르고, 시민들이 배낭에 돌을 담아 오르는 등 시와 시민들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일심단결해 수개월 만에 원상복구했다.

정상에서 만난 원주의 한 여성산꾼은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탑을 쌓게 된 사연은 구룡사 인근 여자 화장실 문에 자세히 적혀있다"고 귀띔했다. 여성 산꾼들이여 확인하고 연락주시길.

또 한가지. 영동고속도로 새말IC로 나오면 횡성군 안흥면을 거쳐 치악산으로 연결된다. 거리에는 안흥찐빵 간판이 자주 보인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안흥찐빵의 원조가 바로 이곳이다. 꼭 맛을 보자.


# 교통편 - 원주터미널서 41번 버스타고 구룡주차장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칠곡 춘천 방향)~영동고속도로(강릉 방향) 새말IC~안흥 치악산 구룡사 방면 우회전~원주 치악산 구룡사 방면 우회전~치악산 구룡주차장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원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20분 첫 차를 시작으로 5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20분. 4시간20분 걸리며 요금은 1만9800원.

치악산 구룡주차장에 가기 위해선 원주터미널에서 나와 길건너 시내버스 41번을 탄다. 30분 간격으로 있으며 40분 걸린다. 950원. 원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5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있다. 막차는 오후 7시50분.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설악에서 시작된 단풍이 적토마를 탄듯 하루가 다르게 남으로 치닫고 있다. 설악에게서 배턴을 이어받은 오대산 역시 선홍빛 불길을 태우고 있다.

한반도 남쪽 산하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되는 설악을 두고 흔히 산꾼들은 단풍산행의 고전으로 꼽는다. 하지만 국립공원 오대산도 알고 보면 설악에 버금가는 단풍 명소.
설악의 단풍이 웅장하고 화려한 산세에 걸맞게 큰 불길에 휩싸인듯 활활 타오르는 형상이라면 전형적 육산인 오대산 단풍은 품안에 안고 있는 울창한 숲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은은한 붉은 빛이 일품이다.

설악처럼 절승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단풍나무가 많지도 않은 오대산 단풍을 두고 혹자들은 오랜만에 나들이한 중년 여인의 성숙미라고 비유한다.

해발 1563m인 오대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정점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등 다섯 개의 연봉이 마치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 이들 봉우리는 하나같이 모나지 않고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어 오대산(五臺山)이라 부른다.

“오대산요, 거야 절하고 나무지요. 그래서 오대산 산행길을 명찰과 노거수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이라 부르지요."
상원사 주차장에서 만난 관리사무소 직원의 거침없는 오대산 예찬이다. 이어 “여기에다 단풍까지 지천에 널려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니 이게 금상첨화가 아닐까요"라며 제법 그럴싸하게 묘사한다.

오대산은 원래 거목의 산이다. 산 어귀 월정사 진입로에 포진한 그 유명한 전나무숲이 이를 말해준다. 전나무 숲뿐 아니다. 주목과 여타 아름드리 수목들이 이뤄 놓은 숲은 산행 중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한 가지. 오대산은 우리나라 불교성지라 할 만큼 불교 유적이 많은 불도량이다. 국내 명산 중 오대산의 불법이 가장 흥할 것이라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 율사가 당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갖고 들어와 지은 적멸보궁과 월정사 그리고 상원사 중대 사자암 등은 오대산 산자락 전체에 불심을 전파하고 있다.

산행은 상원사 주차장~관대걸이~상원사~중대 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정상)~잇단 헬기장~상왕봉~북대암 갈림길~임도~상원사 주차장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려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단풍은 매표소를 지나 팔각 9층석탑으로 유명한 불교성지의 구심점인 월정사 입구부터 시작된다. 하나, 우선 눈길을 붙잡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 천년고찰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는 전나무는 소문대로 ‘과연'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닐만 했다.
월정사 입구에서 들머리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8㎞. 너무 멀어 산꾼들은 대개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오대천 계곡 주변의 오색 단풍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타오르는 비경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붉게 물들여 상원사 주차장에 도달할 때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

산행은 주차장에서 다리 건너 상원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길 양편엔 전나무와 울긋불긋 단풍이 조화를 이루고 그 아래엔 ‘상원사' ‘적멸보궁'이라 적힌 등이 일렬로 걸려 있다.

곧 상원사 갈림길. 원점회귀 등산로지만 하산 땐 다른 길로 내려오기에 잠시 들르기를 권한다. 국보 제221호 문수동자좌상과 비천상이 조각된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은 빠뜨리지 말자.

다시 갈림길로 내려온다. 비로봉과 적멸보궁까지는 각각 3.1㎞, 1.4㎞. 국립공원이 거의 그렇듯 통나무로 만든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15분 뒤 중대 사자암 입구. 샘터에서 목을 축이자. 비탈진 산자락을 따라 5개의 축대를 쌓고 나서 그 위에다 집을 앉힌 계단식 건물이다. 입지가 암자의 형태를 결정지은 것.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배려한 듯한 건축이 돋보인다. 8년이나 걸린 불사라고 한다.

경사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계단길은 반복된다. 15분 뒤 적멸보궁 입구. 통도사 적멸보궁을 떠올리며 오르면 실망하니 큰 기대는 갖지 말자. 팔작지붕의 겹처마 집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앞마당에 있다는 그 유명한 용안수를 찾으니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왼쪽에 있는 약수가 그것이란다.

오대산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오대산 적멸보궁.


적멸보궁을 지나면 비로소 산길 기분이 든다. 해발 1200m가 넘는 가파른 능선임에도 전나무와 소나무 숲이 싱그럽게 펼쳐지며, 여기서 좀 더 위로 올라서면 당단풍나무 떡갈나무 등이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멋진 등산로를 선사한다. 이내 다시 계단이 이어지며 이 계단길의 종착역이 바로 정상인 비로봉이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 정상에서 본 주변 산세. 북쪽 저 멀리 구름에 살짝 가린 설악산도 확인된다.


조망은 장쾌하기 그지없다. 가히 산의 바다다. 북으로 설악산 대청봉 중청봉에서 귀때기청봉으로 뻗친 서북릉이, 동으로 동대산 노인봉 황병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난 상황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좁다란 이 능선길 주변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산다는 주목 군락지. 이를 알려주듯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운 주목 관련 안내판이 서 있다.

잇단 헬기장을 지나면 마냥 걷고 싶은 오솔길. 사실 짜증마저 나던 통나무 계단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다. 상왕봉은 비로봉에서 40여 분 거리.
이제부턴 내리막길.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30분쯤 뒤 북대암 갈림길. 임도 따라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왼쪽길 대신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을 택한다.

예상외로 심한 내리막이 이어지는 이 길은 인적이 드문 데다 앞서 봐 온 단풍과 달리 색도 은은하고 고와 은근히 눈길을 끈다. 특히 열매를 맺은 다래나무가 등산로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30분 뒤 임도에 닿고, 여기서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1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소금강 코스 8시간, 무박 2일 일정

지난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은 진고개를 지나는 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왼쪽(서쪽)에 월정사 지구와 오른쪽(동쪽)을 노인봉을 중심으로 하는 강릉의 소금강 지구로 크게 나뉜다.

월정사 지구는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로 원점회귀하는 4시간 정도의 육산 코스로, 유서 깊은 명찰 월정사를 비롯 상원사 적멸보궁 등 불교문화유적이 즐비하다. 반면 소금강 코스는 기암이 어울린 계곡 탐승지의 전형으로, 삼선암 귀면암 등의 기암과 금강연 무릉계 등의 소와 담, 그리고 구룡폭포 낙영폭포 등의 폭포가 산재한 천하절경지다. 비로봉 코스는 부산서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소금강 코스는 8~9시간 걸리는데다 원점회귀가 불가능해 무박2일 내지 1박을 해야 한다.

오대산에는 놓쳐서는 안될 문화재와 유물이 적지 않다.

우선 오대산 제1관문격인 월정사. 경내 한 가운데에는 육중하면서도 단아한 인상을 주는 국보 48호인 팔각 9층석탑이 절의 분위기를 장중하게 만들고 고찰다운 풍모를 느끼게 해준다.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전나무숲길도 운치가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산행 초입에 만나는 상원사도 마찬가지. 월정사 적멸보궁과 함께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경내에는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보다 45년이나 앞선 725년에 주조된 국보 36호 동종이 있다. 비천상 등 문양이 섬세하고 우아하다. 하지만 지금은 종각에 갇혀 있는 상태라 문 틈으로 겨우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상원사 대웅전 내 안치된 국보 221호 문수동자좌상.


대웅전 내 안치된 국보 221호 문수동자좌상도 꼭 챙기자. 상원사 참배객들이 가장 정성을 드려 기도하는 문수동자좌상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전형적인 동자머리에 앳된 얼굴, 천진스런 미소 등이 비교적 사실에 가까워 조선 초기 궁정조각양식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괴질에 걸린 조선 세조와의 인연설로도 유명하다.

산행중 만나는 적멸보궁도 빠뜨리지 말자.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평차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와 함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비로봉에서 굽이쳐내린 산줄기가 병풍처럼 주위를 감싸안고 있는 중앙에 우뚝 솟아있어 예부터 용이 여의주를 품은 형국이라 불리고 있다. 용의 눈에 해당되는 용안수는 절로 오르는 계단 좌측에 위치해 있다.   
상원사 입구에는 작은 비석 같은 관대걸이가 있다. 얼핏 버섯을 닮은 관대걸이는 조선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관대걸이.


전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세조가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어느날, 오대천의 맑은 물이 너무 좋아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한 동승에게 등을 밀어줄것을 부탁했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승에게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 고 하니 동승은 미소를 지으며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하지 마십시요."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세조가 놀라 주위를 살피니 동승은 간 곳 없고 어느새 자기 몸의 종기가 씻은듯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렇듯 문수보살의 가피로 불치병을 치료한 세조는 크게 감격하여 화공을 불러 그때 만난 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목각상을 조각하게 하니 이 목각상이 바로 상원사의 문수동자상이며, 목욕을 할때 관대를 걸어두었던 곳이 지금의 관대걸이라고 전해온다.
 
# 교통편 - 부전역 日 1회 원주行 무궁화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월정사' 내지 '오대산'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아주 불편하다. 부전역에서 원주행 무궁화호 열차가 밤 10시15분 하루에 한번 출발한다. 2만1700원. 도착시간은 다음날 새벽 4시49분. 원주역(033-746-7544)에서 원주시외버스터미널(033-746-5223)까지는 택시 기본요금. 원주터미널에서 진부시외버스터미널(033-335-6307)행 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5분, 11시, 11시15분, 11시35분에 출발한다. 4800원. 진부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상원사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40분, 10시50분, 11시50분, 낮 12시50분에 있다. 2000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바라본 설악의 단풍과 주변 기암괴석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뭐니뭐니해도 단풍은 10월 산행의 영원한 제1 화두.

이 달은 전국 산꾼들의 산행 패턴이 일년 중 유일하게 통일되는 시점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되는 등산가이드의 산행지 대부분이 단풍의 남하 속도와 일치되는 점도 재미있는 풍경이라면 풍경. 이번 주 국제신문 산행팀도 이에 뒤질세라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강원도 설악산을 찾았다.

한반도의 남쪽 산하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된다는 상징성과 예부터 단풍이 곱기로 소문나, 단풍과 절경이 가장 잘 어우러진 명산으로 칭송되기 때문이다.

산행 관련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지리산이 연중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하지만 단풍이 화려한 치장을 하는 10월만은 그 자리를 설악산에 내어줄 정도로 설악은 가을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 설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설악 단풍은 12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번 주말 설악을 찾으면 해발 500m대인 천불동 수렴동 십이선녀탕계곡 등까지 단풍이 남하해 불타는 거대한 화염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

막상 산행지를 설악으로 정했지만 그 많은 코스 중 과연 어디로 오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고민끝에 산행팀은 한계령을 시작으로 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소청~희운각대피소~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 코스를 택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두루 맛보고 △능선길을 걸으며 곱게 물든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계곡 따라 길게 이어지는 단풍터널을 걸을 수 있고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많아 체력 소모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코스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10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을 잡아야 한다.


 
부산서는 통상 무박2일 산행으로 이뤄지지만, 여유가 있다면 하루 전에 도착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새벽 산행을 권하고 싶다.

들머리는 한계령. 한계령은 설악산 남쪽에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가 되는 지점으로 예부터 교통의 요로였다. 송강 정철의 대표적 가사문학 ‘관동별곡’의 배경이기도 하다. 가파른 철계단으로 시작되는 산행은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 새벽이라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이내 땀으로 젖는다. 머리 위로 별과 달만 또렷하게 보일 뿐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의지할 것은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1시간50분 정도 무작정 걸으면 첫 갈림길. 귀때기청봉과 끝청 가는 길로 갈린다. 오른쪽 끝청 방향으로 간다.

지금부터는 장쾌한 서북능선길. 붉게 탄 단풍의 제모습은 아직도 어둠에 가려 희미하지만 주변 봉우리와 기암괴석은 본색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어 내·외설악의 진면모를 눈과 마음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왼쪽 저 멀리 용의 치아 모양 같이 험준한 연봉(連峰)인 용아장성릉과 험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룡능선이 잇따라 보이고 그뒤로 황철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듬어진 수려함이 금강산이라면 설악은 자연 그대로의 장엄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산행 시작 후 4시간 정도면 일차 목적지인 끝청에 닿는다. 왼쪽에는 백운동 구곡담계곡 등이 자리해 있고 오른쪽엔 백두대간의 한 점 점봉산이 솟아 있다. 뒤로는 귀때기청봉과 가리봉 삼형제봉 주걱봉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끝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1시간 정도. 중청 정상은 군사시설로,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대피소 앞에는 이 곳에서 펼쳐지는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그림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소청봉 황철봉 마등령 울산바위 권금성 화채봉 공룡능선…. 봉우리명과 실제 위치를 맞춰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중청대피소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까지는 20분 정도. 사방에 펼쳐진 봉우리를 구름이 에워싸고 있고, 그 구름 위에 또 다른 구름이 겹쳐 있다. 산인지 구름바다인지 도통 구분이 가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백두대간 구간.    

대청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하고 중청을 지나 소청에 도착해 곧 희운각대피소로 발길을 옮긴다. 대피소까지 거리가 1.3㎞에 불과하지만 해발고도 차가 500m나 날 정도로 급경사의 연속이라 철계단과 철난간이 기다랗게 이어져 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불기둥처럼 타오르고 있는데다 공룡능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눈이 여간 즐겁지 않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면 내설악의 수렴동계곡과 함께 단풍과 주변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외설악의 천불동계곡. 기암괴석이 마치 1천개의 불상을 연상케 한다는 천불동계곡은 대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계곡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비취색 맑은 물빛, 가을 햇살에 붉고 노랗게 채색된 단풍의 절묘한 조화는 일순간 호흡이 멈춰질 만큼 환상적이다.

천당폭포

              


이곳에 오면 마치 천당에 온 것 같다하여 명명된 천당폭포를 비롯, 양폭 오련폭포 귀면암 문수담 등을 차례로 거쳐 선인 마고선이 하늘로 올라간 곳이자 설악8경 중의 하나인 비선대에 닿는다.

설악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천불동계곡은 요즘같이 단풍 절정기가 되면 좁은 철계단과 등산로에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산행시간이 많게는 1.5배나 걸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비선대부터는 산행로가 아니라 2.5㎞의 임도가 이어져 걷기에는 힘들지 않다. 권금성행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소공원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이 허락되면 천년고찰 신흥사도 둘러보자.

# 떠나기 전에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는 설악산은 지난 1965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5년 뒤인 1970년에는 5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다. 지난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大靑峰)은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남한 제3의 고봉(1,707.9m)이다. 대청봉을 정점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은 능선은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으로 가른다.

대청봉은 흔히 청봉(靑峰)으로도 불린다.

창산 성해응 선생의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함께 노산 이은상 선생이 옛 신앙에 근거하여 밝고 푸른 봉우리라는 뜻으로 청봉으로 불렀다는 설이 있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여럿이다.

그 중 오색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짧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급한 오르막으로 많은 힘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계령에서 오르는 코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완만한 산길과 서북능선을 따라 걷는다는 기쁨으로 산꾼들이 많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하산길의 천불동 계곡은 국내 3대 계곡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문닫이골’로 불렸다. 그만큼 험난해 철사다리가 없으면 길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금은 철계단 등 길 안내 표시가 잘 정비돼 일반산행객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길로 자리 잡았다. 이 가을, 단풍 구경을 위해 천불동을 찾아보자.

# 교통편-부산서 설악산까지는 너무 먼데다 교통이 불편하다.

한계령을 들머리로 삼을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강릉 양양을 거쳐 한계령에 가야 한다. 강릉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58분, 8시40분 등 하루 8회 운행된다. 2만5천5백원.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전 5시50분 차를 첫 차로 20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밤 10시. 3천9백원.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계령 정상까지는 오전 7시5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오후 7시20분까지 차가 있다. 2천3백원.

날머리인 설악동에서 시내버스 7번을 타고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부산행 고속버스를 탄다. 오전 6시40분, 8시25분 등 하루 6회 운행된다. 막차는 오후 1시40분. 3만8백원. 심야버스는 밤 9시, 9시50분, 10시40분, 11시10분에 있다. 3만3천9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홍천IC~인제~한계령 순으로 가면 되고 내려올 땐 설악동~주문진~강릉~영동고속도로~원주~중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순으로 타면 된다. 아니면 양양~동해~삼척 울진~영덕~포항을 거치는 7번 국도를 타고 경주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도 된다.

무박2일 산행을 하려면 지역 산악회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참고할 점 한 가지. 이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도착하더라도 반드시 산행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울산바위나 비선대까지만 올라 단풍구경 등 별도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출발시간에만 닿으면 별 문제는 없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산행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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