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만 90분… 암릉 두른 정상 서면 백두대간 한눈에

도솔봉 정상에서 소백산 주능선을 조망하는 산꾼들. 정북으로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확인된다.

진정한 산꾼들은 국립공원을 잘 찾지 않는다.
빼어난 산세와 울창한 숲,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황홀한 조망 그리고 잘 정비된 등산로와 이정표 등으로 ‘돈값'을 하는 국립공원에는 워낙 많은 장삼이사들이 찾아 되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과일껍질은 이내 썩는다며 아무렇게나 버리질 않나, 야생동물이나 주변 사람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연신 ‘야호!'만 질러댄다. 진달래나 철쭉 등 꽃축제와 단풍 시즌에는 줄지어 올라야 할 정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계곡에 발 담그고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게 신설놀음할 요량으로 떠났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기분은 기분대로 망치는 그런 시행착오는 한 두 번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이라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 예외가 있게 마련이다.
일명 ‘똥바람'이라 불리는 매몰찬 북서풍과 잦은 폭설 그리고 연분홍 철쭉 군락으로 상징되는 소백산 도솔봉이 바로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지도를 펴놓고 가만히 소백산 국립공원을 살펴보면 말머리를 빼닮았다. 마두(馬頭)의 입부분이 부석사를 품은 봉황산이라면 도솔봉은 목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된다.

재밌는 점은 말머리를 한 가운데로 가르는 선이 백두대간이자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가르는 도경계이다. 참고로 백두대간의 소백산 구간은 갈곶산~마구령~미내치~고치령~늦은맥이재~국망봉~비로봉~제1연화봉~연화봉~제2연화봉~죽령~삼형제봉~도솔봉~묘적봉~묘적령 순. 봉황산은 대간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도솔봉은 펑퍼짐한 육산이지만 정상 일대만 바위절벽으로 둘러쳐진 암봉이다.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등 죽령 이북의 봉우리가 여성스러운 육산인 점과 차이라면 차이이다.

소백산은 이제 철쭉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머지않아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 것이다. 도솔봉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공원 소백산 홈페이지에는 철쭉 개화 상황이 매일 사진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소백산 최남단인 도솔봉은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워낙 넓어 그곳까진 손길이 미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되레 플러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한적한 철쭉 산행, 바로 이 점이 도솔봉의 매력인 것이다.

산행은 사동리(절골)~사동유원지 주차장~‘소백산' 대형 입간판~산불감시통제소~도솔봉(1314m) 정상~헬기장~묘적봉~묘적령~임도~계류~임도~임도차단시설~산불감시통제소~사동유원지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0분 안팎. 시종일관 외길인데다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주차장의 도솔봉 등산안내도를 점검한 후 포장로를 따라 계류를 우측에 끼고 걷는다. 정면 저 멀리 살짝 보이는 봉우리가 도솔봉이다. 50m 뒤 갈림길. 소나무 가지에 안내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불감시 통제소를 지나 계류를 건너면 산길로 이어져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국유임도시설비와 ‘소백산' 대형 입간판을 잇따라 지나면 산불감시 통제소 앞 갈림길. ‘도솔봉 3.2㎞'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곡을 건너면 바로 소로가 열려 있다. 그간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길섶 잡목 가지가 얼굴을 스친다. 계류를 다시 한 번 건너면 본격 오르막 산죽길. 주차장에서 30분. 이때까진 가벼운 몸풀기일 뿐.

‘악!' 소리나는 지그재그 된비알로 접어든다. 조망도 없는 숲 터널이다. 정상까지 애오라지 오르막의 연속이다. 이 된비알이 산의 수려함을 돋보이게 하는 공신이겠지만 1시간30분이라는 지루한 급경사길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고행길이다.

그 고통은 연분홍 철쭉이 덜어준다. 2~3m쯤 되는 키 큰 연분홍 철쭉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철쭉 감상으로 위안을 삼자. 도중엔 해발고도가 표시돼 있고, 죽령에서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과 하산길 능선 그리고 목적지인 도솔봉도 오름길에서 간간이 확인된다.

당개지치.

큰앵초.


피나물.

홀아비꽃대.



1시간쯤 지나면서 경사와 숲의 밀도가 동시에 낮아지며 한결 여유가 생긴다. 발 밑 곳곳에는 금강애기나리 천남성 둥굴레 윤판나물 큰구슬붕이 참꽃마리 노루삼 족도리풀 피나물 산괴불주머니 등 온갖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해발 1290m쯤, 그간 안 보이던 집채만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 정상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우측으로 에돌아 마지막 급경사 암릉을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상봉. 정상은 두 세 평 남짓한 바위절벽으로, ‘부산 산사나이들'이 최근 세운 조그만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철쭉이 만개한 도솔봉에 서면 들머리 사동유원지와 방금 올라온 능선길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정상에서 본 소백산 주능선.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이 또렷이 보인다.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정북으로 소백산 천문대가 자리한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그 아래로 죽령 그리고 죽령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이곳 도솔봉으로 왔다가 다시 남으로 묘적봉 묘적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백산 등로 중 가장 인기있는, 연화봉 아래 희방사 쪽 계곡도 확인된다.

하산은 동쪽 헬기장 쪽으로 향한다. 이제 백두대간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죽령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으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 암릉으로 내려가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헬기장엔 단양군이 세운 정상석이 있지만 실제 정상은 앞서 봤던 지점이다.

하산길인 암릉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돌탑이 서 있는 묘적봉.


이어지는 철쭉길을 지나면 제법 험한 암릉길. 대책이 안 섰던지 급기야 고무를 덧댄 계단길이 설치돼 있다. 두 번째 계단을 내려올 땐 정면 발 아래 영주시와 중앙고속도로가 펼쳐진다. 대간길 왼쪽은 영주, 오른쪽은 단양이다. 이 길 또한 연분홍 철쭉이 화려하게 나그네를 맞는다. 묘적봉(1148m)까지는 대략 50분. 조그만 돌탑 앞에 나무 팻말이 서 있다. 그 뒤로 도솔봉이 보인다.

하산길에는 마냥 걷고 싶은 순한 길을 만난다. 

하산길엔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묘적령 가는 길이 이번 산행 중 가장 순한 길이다. 이 때문인지 철쭉이 가장 예뻐 보인다. 20분이면 닿는다. 이제 본격 하산길. 묘적령에서 직진하면 저수령.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 사동리(절골·3.7㎞) 방향으로 내려선다. 훼손지 생태복원을 위해 옛 등로를 막고 침목으로 다리나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벌깨덩굴 삿갓나물 등도 눈에 띈다.

15분 뒤 벤치가 있는 임도. 곧바로 길을 건너 절골로 내려선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낙엽송 숲을 지나면 계곡을 만난다. 나란히 걷다가 몇 차례 계류를 건너 우측으로 향하면 다시 임도. 앞선 임도에서 35분 걸린다.

임도에서 우측 사동리 방향으로 간다. 임도차단시설을 지나면 산불감시통제소에 닿고,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12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죽령~사동리 코스, 가이드 산악회가 애용
소백산 도솔봉은 대개 구름도 쉬어 간다는 아흔아홉구비 죽령(689m)에서 출발한다.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에 닿아 대개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로 하산한다. 다리힘이 좋은 건각들은 여기서 산행팀이 걸었던 묘적봉을 지나 묘적령에서 사동리로 하산하든지 아니면 능선 왼쪽으로 열린 영주시 풍기읍 전구리로 내려선다. 이 코스는 원점회귀가 안돼 가이드 산악회가 주로 애용한다. 승용차를 갖고 원점회귀를 원한다면 산행팀처럼 사동리에서 도솔봉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 된다.

소백산 철쭉제(단양권)는 23~31일 열린다. 특히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연분홍 철쭉이 장관이다. 참고로 영주권 소백산 철쭉제는 29~31일 열린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당일치기 어려워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이드 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대구TG~대전 도동 분기점~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 단양IC~단양 대강 구인사 5번 우회전~예천 사인암 좌회전~장림교~예천 단양온천~예천~장정리 단양온천(사동계곡 6㎞)~도솔봉 사동유원지 좌회전~사동리(절골)~사동유원지 주차장 순.

 사동리 가는 도중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사진)을 볼 수 있다. 사인암 삼거리에서 사동리는 왼쪽길이지만 잠시 오른쪽으로 300m만 가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어 놓치기가 어렵다.

 사인암은 고려시대 시인 우탁이 사인(舍人·정4품) 벼슬에 있을 때 자주 휴양하던 곳으로, 조선 성종때 단양군수 이제광이 명명했다.

 70m쯤 되는 자색(紫色)의 수직벽에 수백 개를 헤아리는 기묘한 암석들이 가로 세로로 불규칙한 절리를 이뤄 절경을 선사하는 사인암은 절벽 끄트머리에 걸려 있는 낙락장송의 자태와 어울려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인암을 끼고 굽이치는 골짜기는 특히 아름다워 운선구곡(雲仙九谷)이라 불린다. 

암벽에는 우탁의 친필 감회가 새겨져 있고, 시비에는 우탁의 탄로가(嘆老歌) 2수가 전한다. 그 중 세간에 널리 알려진 한 수를 소개한다.
'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 손에 가시쥐고 /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산꾼들에게 국립공원 월악산은 선망의 대상이자 기피 산행지 1호이다. 그야말로 극과 극의 반응이 묻어난다.

수백 길 절벽의 거대 암봉과 코발트빛 충주호의 빼어난 경관은 명산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내지만 다리를 후들거리게 하는 아찔한 바위 절벽과 질리도록 이어지는 계단은 초보 산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흔히 설악산(1708m) 치악산(1288m) 월악산(1094m)을 두고 ‘3악(岳)'이라 부른다. 웬만한 산은 명함도 못내미는 험한 바위산이라 명명된 조어일 터. 이 중 월악산은 가장 낮지만 산세의 매운 맛은 나머지 두 산과 어깨를 견줘도 전혀 뒤질게 없다. 되레 으뜸으로 꼽힌다.
그래서 흔히 체력과 인내를 시험하고 싶으면 월악산으로 가보라고 하지 않던가.

산아래 탐방지원센터에서 바라본 월악산 정상인 영봉(가운데).
송계삼거리. 월악산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점이다.

주봉인 영봉으로 이어지는 '곡소리'나는 마의 계단.

정상인 영봉에선 이창우 산행대장.



          수백 길 절벽의 거대 암봉의 연속인 월악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도끼로 잘라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영봉(오른쪽)과 좌측 보덕암으로 이어지는 중봉 하봉의 암봉도 영봉에 못지 않은 근육질의 헌걸찬 암봉이다. 

덕주사로 내려서는 계단. 주변 풍광이 수려해 발걸음이 아주 가볍다.

우측 사진과 거의 동일한 지점에서 본 풍광.


덕주사 입구의 남근석. 월악산은 음기가 워낙 세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운 것이다.

덕주사.


‘악! 악! 악!'.

실제로 밟아본 월악산의 느낌은 또 다른 ‘3악'으로 다가왔다.
글자 그대로 형언하기조차 힘든 거친 암벽과 계단의 ‘악', 길을 잘못 들어선나 할 정도로 예측 불능의 등산로에 또 한 번 ‘악' 그리고 너무나 빼어난 주변 조망에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감탄사 ‘악'이 바로 그것. 개인적으로도 이런 산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월악산은 또 역사적으로 신라와 인연이 깊다. 워낙 험준해 감히 접근조차 꺼려지는 월악산 연봉이 거대한 울타리 역할을 한 덕분에 소국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을 덜 받았고,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바칠 것을 결정하자 왕자인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가 몸을 의탁한 곳도 월악산이다.

산행은 제천 덕산면 송계리 동창교매표소~자광사~송계삼거리~정상(영봉)~송계삼거리~헬기장~960m봉~마애불~덕주산성(공사중)~덕주사~덕주산성~동문~학소대~덕주골 휴게소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흔히 월악산 산행은 덕주골에서 올라 송계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산행팀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올랐다. 기존 코스는 급경사의 나무계단이 질리도록 이어져 힘든 데다 산행시간이 훨씬 길어져 해가 짧은 요즘 부산서 당일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들머리에서 보이는 정상인 영봉은 상당히 위압적이다. 처음부터 돌길과 돌계단의 연속이다. 물마른 계곡을 따라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10분 뒤 철다리를 건너면 산신각. 새끼줄에 흰 종이를 묶어놨다. 산신각을 지나면서 길이 다소 부드러워지지만 그것도 잠시. 푹신푹신한 낙엽길이 이 순간만은 고맙게 다가온다 이따금 만나는 산죽과 소나무만 푸를 뿐 앙상한 가지가 온통 잿빛이다. 완연한 겨울산이다.

숨이 턱에 닿도록 헉헉거리기를 1시간30분. 마침내 1차 목표지점인 주능선인 송계삼거리에 닿는다. 해발 950m. 왼쪽은 주봉인 영봉, 오른쪽은 마애불 방향. 산행팀은 영봉으로 올랐다 다시 이곳에 도착, 마애불 방향으로 간다.

영봉까진 1.5㎞. 5분 뒤 수목 사이로 영봉 정상의 산꾼들의 옷색깔이 구별된다. 뿌듯하면서도 향후 얼마나 빙 돌아서 정상에 설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영봉은 도끼로 잘라놓은 듯한 수직절벽이기 때문이다. 높이 150m, 둘레 4㎞. 길이 어떻게 나 있을까 재차 궁금해진다.
정상은 암봉을 우측으로 우회해 뒤에서 오른다. 45분 정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코스지만 두어 번 질리게 만든다. 예상을 완전히 무시한 등로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영봉 등정은 내리막길로 시작된다. 한 굽이 돌면 오르막길이고 또 한 굽이 돌면 내리막이다. 두 번이나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는 셈. 이쯤되면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마지막 오르막은 무려 343개의 계단. 절벽과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이어 놓았다. 계단이 없었다면 과연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마침내 그 유명한 영봉에 선다. 조그만 뾰족암들이 미니어처 모양으로 서 있어 발딛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영봉의 자랑은 무엇보다 장쾌한 조망. 현기증이 일 정도로 사방이 온통 장엄한 산의 물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활한 충주호. 그 뒤로 비로봉 금수산, 날이 맑을 땐 원주의 치악산도 보인다. 남으론 포함산 대미산 등 백두대간 능선과 만수봉 주흘산 조령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망도가 두 개 서 있어 실제 산과 맞혀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 하산. 송계삼거리에서 마애불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과 작은 돌탑이 있는 960봉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 이후부터 마애불까진 끊임없이 나무계단과 철계단 그리고 바위 사이사이로 내려서는 수직에 가까운 등로가 이어진다. 질린다.

한편으론 이곳으로 올라오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이 길은 힘든 만큼 월악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등산지도에 ‘자연경관로'라고 표기돼 있다.

30~40분쯤 뒤 유난히 푸른 산죽이 보일 쯤이면 마애불(보물 406호)에 다 온 셈. 높이 13m의 마애불은 덕주공주가 월악산 덕주골로 와 덕주사를 짓고 자신을 닮은 불상을 새겼다고 전해오지만 실제로 불상은 고려 양식이다. 고려의 어느 석공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을 듣고 새겼지 않았나 하는 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마애불을 지나면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25분 뒤 덕주사. 한국전쟁 때 모두 불 탄 폐찰을 30여 년 전부터 불사를 시작해서인지 일주문도 없고 왠지 어수선하다. 절 앞에 서 있는 1m  남짓한 남근석 세 개가 눈길을 끈다. 월악산의 음기가 워낙 세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운 것이란다.

덕주사 입구에 위치한 1m  남짓한 남근석 세 개가 눈길을 끈다. 월악산의 음기가 워낙 세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운 것이란다.

절을 나오면 피라미드 단을 연상시키는 덕주산성과 성문(동문)을 볼 수 있고, 이어 계곡을 따라 학소대 수경대 등 절승이 이어진다. 덕주사에서 통제소를 지나 덕주휴게소까지는 15분 걸린다. 이곳에서 들머리 송계리 동창교매표소까진 걸어서 20분 소요된다.

덕주산성.

덕주산성 성곽.


월악산 표지석.

덕주산성 부근의 학소대.



#떠나기 전에- 송계삼거리 코스 오후 3시부터 통제

산 이름에 달 월(月)자가 들어간 산이 제법 있다. 추월산 월출산 월악산 등 모두 명산의 반열에 오른 산이다. 그 만큼 산세가 빼어나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아 달을 보고 풍류를 즐겼을 것이다. 이 가운데 월악산은 충주호를 끼고 있어 더욱 그 이름에 어울린다.

덕주공주가 자신의 자화상으로 새겼다고 전해오는 마애불.

미륵리사지의 돌부처.


 
 월악산은 신라의 마지만 왕자인 비운의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부친인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천년사직을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내주자 금강산으로 입산하기 전 이곳 월악산에 들러 망국의 한을 달랬으며, 그의 누이 덕주공주 또한 이곳으로 들어와 덕주사에 머물며 높이 13가m의 마애불(보물 제406호)을 조성, 신라의 재건을 염원하며 일생을 마쳤다고 전해온다. 마애불은 지금의 덕주사에서 1.5㎞ 정도 산 속에 위치해 있다.

마의태자 또한 절을 세워 기도를 했다고 전해온다. 그가 기도를 했음직한 자리에 커다란 돌부처와 비석없는 거북상만이 남아 있다. 후세 사람들은 이곳을 미륵리사지라고 한다.
이 두 유적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마의태자가 조성했다는 돌부처가 1㎞ 정도 떨어진 그의 여동생 덕주공주의 자화상으로 전해오는 마애불이 위치한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돌부처가 북을 향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물론 두 유적 모두 최근 고려의 것으로 밝혀졌지만 태자 남매의 애틋한 사연을 내세에서도 이어주려는 후세인들의 노력으로 봐야 할 듯하다.

월악산은 2개 도, 4개 시군에 걸쳐진 장대한 품으로 만수봉을 지나 백두대간인 대미산 능선과 연결된다.

월악산의 으뜸은 일명 국사봉인 영봉이다. 정상에 우뚝 솟은 150m 높이의 단애절벽만으로도 영봉은 월악산을 대표할 만하다. 철계단으로 마무리가 돼 있어 겨울철에 안전산행에 유의해야 한다. 송계삼거리에서 영봉으로 가는 길은 오후 3시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참고하길. (산행대장=이창우)


#교통편 - 부산서 수안보행 시외버스 이용

부산서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충주시 상모면 온천리)로 가서 다시 들머리인 제천시 덕산면 송계리로 가야한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수안보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분, 10시40분, 오후 1시, 3시10분, 5시에 있다. 2만2600원. 4시간30분 걸린다.

수안보에서 들머리 송계리까지는 오전 9, 11시에 있다. 1100원. 송계리에서 수안보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 5, 7시(막차)에 있다. 수안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40분에 있다. 대중교통 편으론 부산서 당일치기가 불가능하다.
※현지 사정상 교통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화원IC~서대구IC~경부고속도로~선산IC(김천분기점)~중북내륙고속도로~북상주IC~함창 방면 3번 국도~충주 문경(새재)~충주 연풍~이화령터널~충주 수안보 온천~월악산~사문리 매표소~지릅재~제천시~송계리 동창교매표소 순.

산꾼 발길잡는 변화무쌍한 암봉 퍼레이드
거친 듯하며 부드럽고 작은 듯하면서 큰 산세
끝 단풍에 채색된 자연성릉~삼불봉 자태 뽐내


세 개의 암봉 형상이 마치 세 부처가 앉아 있는 것 같다 하여 명명된 삼불봉. 관음봉쪽에서 봤다. 


 
계룡산 아래 동학사 입구의 단풍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국립공원 계룡산은 옹골차면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핵심은 암봉미다.
무엇이라도 단 번에 벨 듯 날카로운 바위능선이 말 달리듯 펼쳐져 있다. 실제로 주봉인 천황봉에서 쌀개봉 관음봉을 거쳐 삼불봉에 이르는 암릉은 마치 닭 벼슬을 한 용을 닮아 계룡산(鷄龍山)이라 명명됐다.

거친 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작은 듯 하면서 큰 산인 계룡산. 사실 계룡산은 아주 작다. 총면적이 65㎢로 16개 육상국립공원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 참고로 꼴찌는 56㎢의 월출산이며, 부산의 진산 금정산은 23㎢.

이 처럼 작은 덩치에도 지난 1968년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밀실행정이 아니었다면 분명 거기에 준하는 뭔가가 있다는 방증이다. 산세만 빼어난 족보없는 산이 아니라는 것.

우선 역사의 산이다. 신라때 오악(嶽) 중 서악으로 제례가 올려진 이래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사직의 안녕을 비는 제를 올리던 장소였다. 풍수지리학상으로 정감록에서 말하는 소위 십승지(十勝地) 중 으뜸이고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 천년고찰과 숙모전 삼은각 동계사 등 충절을 기리는 사당도 품고 있다.

산세는 두 말하면 잔소리. 변화무쌍한 암봉과 기암절벽,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성곽과도 같은 자연 암릉에 오묘한 자연의 섭리로 빚어낸 단풍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사한다.    

산행은 동학사 주차장~매표소~홍살문(갈림길)~숙모전 동계사 삼은각~동학사~(은선폭포)전망대~은선폭포~관음봉 고개~관음봉(정자)~자연성릉~삼불봉~삼불봉 고개~남매탑~삼불봉 고개~금잔디고개~용문폭포~갑사~매표소~오리숲~주차장 순.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 이정표가 아주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는 전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사실 아무리 이름있는 명산이라도 산행 중 무료한 구간이 있기 마련. 하나 계룡산은 예외다. 내장산이나 청량산처럼 주요 암봉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하나같이 독특한데다 주요 볼거리가 마치 인위적으로 조절된 듯 적당한 간격을 두고 위치한 때문이다. 초보 산꾼일 경우 놓치기 일쑤인 암봉이나 주요 포인트에서 만나는 자연경관해설 등이 그 좋은 본보기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는 대략 9분. 매표소를 지나 동학사 계곡길을 오른다. 끝물 단풍이 낙엽과 공존한다. 흔히 '봄 동학사 벚꽃터널, 가을 갑사 오리숲 단풍'이라 하지만 만추의 이 길도 여느 내로라하는 단풍길 못잖게 아름답다. 동학사 계곡길이 이럴진대 갑사계곡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본다. 15분 뒤 뜻밖의 홍살문. 동학사 옆에 사당이 있기 때문이다. 동학사 원점회귀코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은선폭포 관음봉, 오른쪽은 남매탑 삼불봉 가는 길이다. 직진한다. 비구니 스님들의 세심한 손길이 곳곳에 미쳐 정갈하기 그지없는 동학사를 지나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돌계단 오르막이다. 하산때까지 온전한 흙길을 거의 밟기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일러둔다.  

동학사 대웅전.

25분 뒤 디딜방아를 고정시키는 V자형 걸개를 닮은 쌀개봉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커브길을 돌아 30m쯤 오르면 은선(隱仙)폭포 전망대. 신선들이 숨어서 놀았을 만큼 아름다운데다 46m 낙차의 폭포 물줄기가 떨어질 때 피어나는 운무는 계룡팔경 중 7경에 속할 정도로 비경이라 하지만 아뿔싸 물이 말랐다. 대신 주변 기암절벽과 정면 관음봉에서 내려오는 철계단이 아스라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길. 너른 터에 닿는다. 옛 은선대피소터다. 여기서부터 관음봉 하단 너덜지대를 알리는 '낙석주의' 팻말이 서 있다. 하나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다.

20여분 뒤 관음봉 고개 삼거리. 이제 관음봉은 불과 200m. 후덕하고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관음봉 정상석 바로 아래에는 관음정이란 정자가 있다. 정상석 뒤로는 문필봉과 연천봉이 솟아 있고, 반대편 전망대에선 삼불봉 장군봉, 대전 유성, 황적봉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룡능선을 방불케하는 자연성릉과 삼불봉이 한눈에 보인다.


 하산은 철계단으로 내려선다. 계룡산에서 가장 환상적인 코스라는 자연성릉과 삼불봉으로 이어진다. 설악의 공룡능선을 방불케하는 1.6㎞의 자연성릉은 능선길이 아기자기하고 변화무쌍, 말그대로 자연성곽 위를 거니는 느낌을 받는다. 삼불봉까지는 대략 1시간. 멀리서 보면 세 개의 암봉 형상이 마치 세 부처가 앉아 있는 것 같다 하여 명명된 삼불봉에 서면 주봉인 안테나가 서 있는 천황봉을 비롯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 계룡저수지가 한 눈에 펼쳐진다. 흔히 계룡산에선 수치상의 주봉은 천황봉(845m), 등산대상지로서의 중심이 관음봉(816m)이라면 풍수상의 주봉은 삼불봉(775m)이라 불린다. 참고하길.

이제 산행은 막바지. 10분 뒤 삼불봉 고개. 갈림길이다. 여기선 동학사로 원점회귀할지, 단풍으로 유명한 계룡산 6경인 갑사로 향할 지 결정해야 한다. 산행팀은 동학사쪽 300m 급경사 내리막길 상에 위치한 남매탑을 보고 다시 올라와 갑사로 향했다. 체력에 맞게 결정하자.

애틋한 사연의 남매탑. 오뉘탑이라고도 불린다.

 한 수도승과 그를 사모했던 처녀의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남매탑(오뉘탑)은 각각 7층, 5층탑으로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청량사지쌍탑으로도 불린다. 삼불봉 고개에서 억새가 무성한 금잔디 고개까지는 8분 거리. 이전과는 달리 평탄한 숲길이다. 40여년전 큰 산불로 인해 억새가 돋아 가을이면 억새가 노랗게 말라 있는 것이 마치 금잔디를 닮아 붙여진 금잔디 고개 주변에는 샘터와 두서너 곳의 쉼터가 있다.

갑사로 내려서는 길은 예부터 '추(秋) 갑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곧바로 입증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매력적인 한국의 미 그 자체다. 곳곳에서 연신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예부터 계룡산 단풍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갑사계곡의 단풍. 그냥 지나치기에
                  아까운듯 
대부분의 산꾼들이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갑사로 가는 하산길.

용문폭포.

35분쯤 뒤 만나는 용문폭포 주변에선 거의 압권이다. 폭포에서 갑사까지는 대략 10분. 사실상 산행 끝!

백제때 아도화상이 창건, 한때 화엄종 10대 종찰로 번성했던 갑사 경내에는 국보 삼신불괘불탱을 비롯 철당간 및 지주 등 귀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으니 잠시 둘러보자.

갑사 경내 대웅전.


갑사 진입로이자 단풍길로 특히 유명한 오리숲을 거쳐 주차장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 동학사 입구 충신 사당 셋 자리잡아

동학사 직전 범종루 옆에는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충의절신을 모신 사당이 셋 나란히 붙어있다. 시대별로 보면 동계사는 고려 태조때 신라 충신 박제상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고, 삼은각은 조선초 고려의 세 충신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를 모시기 위해 지었으며, 초혼각은 조선 세조때 김시습이 단종을 비롯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충신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세웠다. 초혼각은 영조때 소실되었다가 후에 재건, 숙모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절 입구에 붉게 색칠한 창살을 세운 나무문인 홍살문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들 사당이 있기 때문이다.
계룡산은 행정구역상으로 공주시 대전시 계룡시 논산군에 속해 있다. 과거에는 공주 대전 논산에 포함돼 있었지만 2년전 논산시 계룡출장소가 '계룡시'로 승격됨에 따라 네개의 시군에 속하게 됐다. 면적 비율은 대전 11%, 공주 69%, 논산 2%, 계룡 18%. 때문에 계룡산은 흔히 알려진대로 '대전 계룡산'이 아니라 '공주 계룡산'이다.


#교통편 - KTX 타고 대전역 내려 들머리까지 102번 버스

경부고속철도(KTX)를 이용하면 힘들이지 않고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오전 5시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출발한다. 대전서도 마찬가지. 2만4000원(순방향 기준). 1시간50분 걸린다.

대전역에선 지하도로 내려 건너편에서 좌석버스 102번을 타고 종점(동학사)에서 내리면 된다. 1300원. 55분 걸린다.

날머리 갑사 주차장에선 유성행 공주 시민교통 2번 버스를 탄다. 오후 3시50, 4시50, 6시10, 7시10분(막차)에 있다. 2200원. 공주 박정자삼거리 또는 대전 유성 국립현충원에서 내려 대전역 가는 좌석버스 102번을 타면 된다. 결국 동학사 대신 갑사로 하산하면 1시간쯤 더 걸린다고 보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399〉 충북 영동 천태산

가다서다 감탄사 전국名山 축소판


 
  영동 천태산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경사 70도의 75m 암벽. 처음 본 순간에는 숨이 턱 막히지만 짜릿한 스릴과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우회로도 있다.
서울과 부산의 한가운데 지점인 충북 영동의 천태산(天台山·720m).

이 산 정상에는 특이하게 방명록이 있다. 비가 와도 젖지 않도록 여닫이 문이 달린 스텐 케이스안에 고이 담겨져 있다.

방명록에는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걷는 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산', '품고 있는 영국사와 1300살 은행나무가 인상적인 산', '스릴넘치는 암벽등반이 기억에 남는 산' 등의 글이 적혀 있다.

정말 그랬다. 산꾼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는지 대체로 반응이 대동소이하다.

천태산은 덩치가 작은 산이다. 실제로 산행시간은 길게 잡아도 4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산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다 맛볼 수 있다. 환상적인 암릉산행과 산행 내내 이어지는 시원한 조망, 삼단폭포와 진주폭포의 우렁찬 물소리, 고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애틋한 구국기도의 지성이 전설로 서린 영국사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등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75m 높이의 암벽코스는 오랫동안 뇌리속에 남을 만큼 짜릿한 스릴과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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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매표소~천태동천~삼신바위~삼단폭포~천연기념물 은행나무~등산코스 안내도
보관함~75m 암벽코스(우회길도 있음)~정상~헬기장~전망석~남고개~영국사~망탑봉
~진주폭포~매표소 순. 3시간30분~4시간 걸린다. 등산 안내도에 따르면 A코스로 올라 D코스로 하산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곧 '충북의 설악 천태산 계곡'이라 적힌 거대한 입석이 숲 입구에 서있다.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기암절벽과 계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100m쯤 걸으면 갈림길. 오른쪽은 영국사
삼단폭포 방향, 왼쪽은 진주폭포 남고개 방향.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하산길.

이끼가 수북한 바윗돌이 촘촘히 깔린 길을 따라 오르면 조그만 돌탑들을 껴안고 있는 삼신바위가 기다린다.
쭈글쭈글한 바위가 영락없이 삼신할미의 얼굴이다. 아직도 그 정성이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삼신바위를
지나면 멋드러진 삼단폭포. 우렁찬 물소리가 한순간 더위를 가셔준다.

길은 다시 숲속으로 이어진다. 폐침목을 잘라 가지런히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따라 고갯길을
오르면 커다란 분지모양의 골짜기가 펼쳐진다. 동시에 갈림길. 왼쪽 망탑봉 방향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오른쪽 영국사 방향으로 향한다. 길 오른쪽 철조망에는 전국에서 다녀간 산행단체의 리본이 50m 길이로
만국기 마냥 빼곡히 달려있다. 좀체 보기 힘든 볼거리다.
 
망탑봉 오른쪽 옆 고래모양의 흔들바위.  

정면에는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1300살 묵은 높이 31m,
둘레 11m의 은행나무가 늠름하게 길손을 맞고 있고 그 뒤로
영국사와 천태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만난 충북 문화유산해설사 이상원씨는 "경기도 용문사와
금산 보석사에도 은행나무가 있지만 자태는 영국사의 것이 최고"라고
치켜 세운다.

신라 문무왕때 창건된 영국사의 원래 이름은 국청사였지만 홍건적의
침입때 피란온 고려 공민왕이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가피(加被·부처나 보살이 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이롭게 함)를 입게 돼
 절 이름을 영국사(寧國寺)로 고쳤다고 한다.

은행나무 앞에서 길은 두 갈래. 왼쪽 계단으로 오르면 영국사지만 하산길에 만나므로 오른쪽 계단으로
난 길을 택한다. 이 길은 천태산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향하는 최단 코스.
 
1300년 된 천연기념물 영국사 은행나무.  

민가 몇 채를 지나면 곧 본격 등산로 입구. 정상까지는 1370m. 산길로 들어서자
곧 등산코스 안내도 보관함이 나온다. 겉은 쓰레기통을 닮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컬러로 된 A4 크기의 등산 안내도가 수백장 들어 있다. 지금까지
여러 산을 다녔지만 이토록 정성이 깃든 산은 처음이다.

이제부터 오르막의 연속. 올라갈수록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10m 암벽을
오르니 이내 25m 정도의 암벽이 기다리고 있고 나중에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70도 경사의 75m짜리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물론
암벽 우측으로 우회로가 열려 있다. 얼핏 두려움이 앞서지만 막상 시도하면
별 것 아니니 이참에 도전해보자. 초등학생도 올라갈 수 있는 이 암벽은 스릴과
 성취감을 동시에 안겨다 준다.

암벽이 끝나 이제부터 흙길인가 싶더니 또다시 암벽. 곧 정상까지 500m 남았다는
전망대에 닿는다. 오른쪽엔 정상이 보인다.

다시 숲길. 또 밧줄이 기다린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정상을 200m 남기고 갈림길. 왼쪽 남고개 방향은
하산길이므로 직진한다. 5분 후 마침내 정상. 북쪽은 숲에 가려 있고 저멀리 보이는 남쪽의 아파트 단지가
금산읍내이며 들녘 곳곳의 검은색 부분이 인삼밭이다. 남서쪽 파헤쳐진 산이 눈없는 무주 스키장.

하산은 남고개 방향으로 간다. 모처럼 밟아보는 오솔길. 헬기장을 지나면 B, C코스 갈림길이 잇따라
나오지만 무시하고 주변 경관이 뛰어난 D코스로 직진한다. 완만한 암릉길과 벼랑 끝 소나무 그리고
주변 산자락이 한폭의 그림같다. 발길 옮길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천태산이 왜 '충북의 설악'
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중 가장 멋진 곳이 '전망석' 팻말이 붙어 있는 곳. 참조하자.
 
  영국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그리고 보리수 나무.

15분쯤 뒤 남고개 삼거리. 우측 오르막길은 옥새봉 가는 길. 옥새봉으로 하산하면 천태산의 명물인 영국사와 망탑봉을 볼 수 없으므로 영국사 방향으로 바로 간다. 옥새봉은 공민왕과 함께 피란온 노국공주가 옥새를 보관하며 거처하던 곳으로 이 길은 공민왕의 발길이 특히 잦았다 한다. 옥새봉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남고개에서 영국사까지의 900m 거리는 너무나 편안한 오솔길. 마치 삼림욕장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보리수 아래 이끼 낀 3층석탑 등을 둘러보고 은행나무를 지나 망탑봉 가는 길로 향한다.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에서 삼층폭포를 바라본 뒤 5분쯤 올라가면 망탑봉에 닿는다. 이곳엔 보물 제535호 삼층석탑이 바위 위에 절묘하게 얹혀있다. 바로 옆에는 고래모양의 흔들바위.

하산은 급경사 내리막길. 6분 뒤 계곡에 닿는다. 첫번째 만나는 작은 소 건너편 길은 옥새봉에서
내려오는 길이므로 참조할 것. 여기서 계곡을 따라 살짝 돌아 쇠밧줄을 타고 내려서면 시원한 물줄기의
진주폭포를 만나고,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천태산 지킴이 배상우옹-등산객 위해 18년간 봉사

충북 영동 천태산을 다녀온 산꾼들은 "이정표와 시설물이 너무 친절하게
 잘 정비돼 있어 절대 길 잃을 염려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웬만한 국립공원보다도 낫다는 평이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등산안내도 보관함 속에 든 수백장의 컬러 등산안내도와
이정표, 그리고 암릉 곳곳에 설치된 밧줄 등 안전시설물은 초보 산꾼도
아무 걱정없이 산행할 수 있게 해준다. 산행길 곳곳에서 만나는 폐침목
계단도 마찬가지.
이는 18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천태산을 아끼고 가꿔온 한 노인의 천태산
사랑 덕분이다.

배상우(73·사진)옹. 영동 토박이로 천태산 인근에서 금오약방(043-743-9028)을 운영하는 그는 이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천태산 산신령'이라 불린다.

영국사 신도회장이던 그가 이처럼 천태산에 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평소 절을 오르내리면서
천태산의 빼어난 산세에 비해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가 소홀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면서부터. 그는
천태산을 매일 오르내리면서 지금의 등산로를 개설하고 암벽에는 밧줄 등을 '손수' 달았다. 정말 혼자
했냐는 질문에 그는 "촌사람은 일당을 안주면 자원봉사는 잘 안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매표소 바로 위 드넓은 꽃밭도 배옹이 직접 만든 작품이다.

배옹은 "사실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았다"며 "그때마다 산 정상의 방명록함에 붙은 나옹선사의 시 '바람같이
물같이'를 읊조리며 마음을 달랬다"고 고백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교통편-경부선 타고 영동서 내려 시내버스

충북 영동의 천태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야 된다.

부산역(1544-7788)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는 오전 6시30분, 7시35분,
8시5분, 9시5분, 9시35분, 새마을호는 오전 4시45분, 6시5분, 낮 12시35분에 각각 출발한다. 요금은 각각
1만1600원, 1만7200원. 버스정류장은 영동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50m쯤 가면 만난다.
이곳에서 명덕행 동일버스(043-742-3971) 시내버스를 타고 천태산 영국사 입구 누교리 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8시10분, 11시10분, 오후 1시10분, 5시, 7시 출발한다. 1800원. 정류장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누교리 버스정류장에서 영동역행 버스는 오후 2시10분, 5시50분, 7시50분에 있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무궁화호의 경우 오후 5시57분, 6시52분, 7시49분, 밤 10시1분, 11시54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34분,
9시3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황간IC~대전 영동 4번 국도 좌회전~영동읍
~보은 영동읍 19번 국도 우회전~영동역 지나~영동경찰서~옥천 19번 좌회전~19번 장수 무주 직진
~천태산 송호관광지 우회전~금산 양산 좌회전 68번 지방도~양산면~양산 좌회전
~양산 삼거리서 68번 금산 옥천 우회전~옥천 이원 천태산 우회전~호찬교 건너~영국사 순으로 가면 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산행대장=이창우
  입력: 2004.09.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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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95> 양산 안전~축천산
영남알프스 끝자락 살짝 숨어
넌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염수봉·토곡산 중간 위치 오르막 내리막 반복
울창한 숲·야생화 천지, 원시상태 미답의 코스
하산길 선장천 폭포·소에 몸 담그니 더위가 싹

 
  여름산행의 백미는 역시 시원한 계곡수. 날머리 명전마을을 지나 원동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선장천의 물살은 보기만 해도 더위가 말끔히 가신다.
"양산에 있는 안전산과 축천산을 아십니까."

떠나기전 평소 알고 지내던 산꾼들에게 물어봤다. 한결같이 금시초문이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서 되레 양산 어디쯤 있는 산이냐고 묻는다.

참고자료를 찾기 위해 국내 산을 소개하는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도 들어가 봤지만 흔적이 없고 몇몇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안전산과 축천산을 클릭해봐도 별 뾰족한 답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 찾아가서 무작정 부딪히는 수밖에. 이럴 경우 통상 마을 어귀 정자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을 찾아 꼬치꼬치 물어보면 뜻밖의 횡재(?)를 얻을 수 있지만 불행히도 안전산의 들머리가 인적이 드문 고갯마루라 그러지도 못했다. 출발전 최악의 상황.

양산의 안전산과 축천산은 영남알프스의 끝자락인 염수봉과 토곡산 어곡산 사이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으로, 부산서는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주변 풍광을
여유있게 즐기며 다녀올 수 있는 산이다.

등산로는 인적이 드물어 원시상태에 가까운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시종 반복돼 산행중 자칫 느낄 수 있는
 지겨움을 가시게 해준다. 하산때 만나는 계곡은 비록 길이 희미하지만 여름산행의 참맛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등산로는 배태고개~산불감시초소~무덤1기(558m봉)~안전산 정상~대형 철탑(이동전화 기지국)
~도로(양산~배내골) 입구 절개지~도로(〃) 절개지~도로(〃)~간이매점~축천산 정상~널밭고개
~명전고개~계곡~명전마을~원동자연휴양림~원동면 내포리 선장마을~선장상회(버스정류장) 순.
6시간에서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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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원동에서 배내골로 넘어가는 배태고개 마루에서 시작된다. 입구에 '배내골 상수원 보호구역'이라고
적힌 대형
 
입간판이 서있어 찾기는 쉽다. 길 건너편 열려있는 산길은 매봉을 거쳐 금오산으로 가는 길.
 이 산줄기는 천태산과 만어산으로 각각 이어진다. 참고하길.

대형 입간판 안쪽에는 제법 너른 터.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은 시작되지만 이내 왼쪽 오르막길로
 갈아탄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길이 만만찮아 금방 옷이 땀으로 젖는다.

10분 뒤 산불감시초소를 지날 무렵 우측에 방금 버스타고 지나온 영포마을 전경이 펼쳐진다. 정감이 간다.
 다시 10분 뒤면 558m봉. 무덤1기가 외로이 누워있다.

지금부턴 편안한 오솔길. 찜통더위지만 숲속은 시원한 바람이 매미소리와 어울려 생기를 북돋워준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탄함이 반복돼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노랑 원추리꽃과 주황색 하늘나리꽃이 눈에 띈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리꽃과 달리
하늘나리꽃은 고개를 하늘을 향해 있다고 붙여진 이름.

안전산은 숲이 매력적이다. 원시에 가까운 미답상태로 덩쿨이 나무를 감싸안고 있는데다 푸른 이끼가
나무를 포근하게 덮고 있다. 때마침 뿌연 안개에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주니 마치 신선이 노니는
곳으로 착각이 들 정도.

558m봉에서 안전산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 높이 40㎝ 정도의 정상석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유의하자. 정상석엔 한자로 네자가 적혀있지만 '安全山'만 인식될 뿐 나머지 한 자는 알아볼 수 없다.
그리고 정상석 위에 누군가가 매직으로 '735m'라고 적어놨지만 5만분의 1 지형도에서 등고선을 확인해본
결과 710m 정도로 추정된다. 참고로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안전산이란 이름조차 표기돼 있지 않다.

 
  뿌연 안개가 산들바람에 휘날리는 안전산 숲 속은 마치 신선이 노니는 곳으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제 내리막길.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이 한 곳 나온다. 작은 소나무 숲을 헤치고 나아가면 갈림길. 우측길을 택해 다시 소나무 숲을 힘겹게 뚫고 나오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대형 철탑이 우뚝 서있다. 그 뒤로 왼쪽엔 골프장 공사로 인해 산이 흉물로 변해버렸고 오른쪽은 옛 삼원축산으로 대초원이 펼쳐진다.

철탑을 향해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철탑은 한국전파기지국이 세운 이동전화기지국. 철탑을 지나 내려오면 양산과 배내골을 잇는 도로와 만난다. 도로 입구 오른쪽 절개지로 오른다. 바위가 계단처럼 놓여있어 오르는데 그리 힘들지 않다.

여기서 목적지는 축천산 입구의 간이매점. 도로를 따라 한참동안 가도 되지만 도로를 밟지 않기 위해 산을 타고 또 한번의 절개지로 오른다. 두번째 절개지 맞은 편에는 볼록거울이 서있다. 철탑 뒤로 보이는 산은 채바우골만당.

다시 산을 넘어 도로변 철조망을 넘으면 대략 50분 정도 걸린다. 이제부터 도로를 따라 걷는다. 중간에 만나는 대초원으로 올라 능선으로 갈려고 했지만 대초원조차 골프장 조성공사로 인해 출입금지 상태.

할 수 없이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우측에 컨테이너 간이매점. 스피커에서 나오는 대금과 가야금 소리가 평온하다.

매점 뒤 산길로 오른다. 4분 정도 잡풀을 헤치면 갑자기 리본이 많이 걸려있는 지점이 나온다. 뜻밖에도 축천산 정상이란다. 동시에 갈림길. 우측 내리막길로 간다. 길은 외길.
이렇게 30분 정도 걸으면 임도와 만난다. 널밭고개다. 고갯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오른다. 하늘나리꽃과
연보라 비비추가 곳곳에 눈에 띈다.

쉴 새 없이 숲길이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다시 임도. 여기까지 대략 40분 정도. 하산은 5m 전방에
놓인 '양산시 원동면 내포리'라고 적힌 흰색 나무이정표 우측으로 내려선다. 길은 희미해 국제신문 리본을
참조하자.

처음엔 졸졸 흐르던 물이 내려갈수록 수량이 늘어 폭포와 작은 소를 만든다. 50분쯤 뒤 계곡합수점을 지나선
왼쪽 산사면으로 돌아간다. 이후 길이 막혀 계곡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길이 열려있다. 정면에
개구리 양식을 위해 망을 쳐놓은 곳과 고추밭을 지나면 이내 명전마을. 여기까지 대략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명전마을에서 원동자연휴양림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있는 내포리 선장마을 선장상회까지는 50분 소요된다.

# 떠나기 전에

- 식수 충분히 준비…인근에 원동휴양림

낮에는 불볕더위, 밤에는 열대야. 지금 온나라가 찜통더위로 가마솥을 방불케 한다.

이런 날에는 그저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가 생각난다. 이열치열로 산행 중 흠뻑 땀을 흘린 후 얼음과도
같은 차디찬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그런 계곡은 어디 없을까.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행팀은 고민끝에 가까운 안전산과 축천산을 선택했다.

이 코스에선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있는 고개 두 개를 만날 수 있다. 널밭고개와 명전고개가 바로 그것으로,
오래전부터 양산과 원동을 연결하는 옛 길이다. 지금은 초목에 묻혀 무분별하게 뚫려있는 임도가 대신하고 있지만.
넓다는 뜻의 널밭고개는 용선마을과 벽촌마을인 어전마을과 연결되고, 명전고개는 용선마을과 과거
화전이었던 명전마을과 연결된다.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었던지 명전고개에서의 하산길은 산길의 흔적이 없지만 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하산하면 무리없이 산행할 수 있다.

명전마을에는 과거 많은 가구가 거주했는지 예배당이라고 적힌 작은 집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8가구만 생활하는 산골마을이다. 마을 부근을 지날 때는 산길을 이용, 마을 어르신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마을을 통과하도록 하자.

명전마을을 지나 원동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선장천의 시원한 계곡은 산행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준다.

산행 초입부터 하산할 때 계류를 만나기 전까지 샘터가 없기에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도록 하자.


# 교통편

- 부산역·부전역서 경부선 원동역 하차
- 들머리 배태고개까지 마을버스 이용

부산역에서 원동행 열차는 오전 7시35분에 출발한다. 부전역에서 원동행 열차는 오전 5시10분, 6시57분,
 7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2500원. 열차시간 문의 1544-7788

원동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들머리인 배태고개에 가기 위해선 원동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배내골행
 2번 마을버스(원동교통 055-382-5459)를 탄다. 오전 8시15분, 10시10분. 1500원.

날머리 선장마을 선장상회(055-382-7486) 앞 버스정류장에서 원동행 마을버스는 오후 1시5분, 2시50분,
 4시25분, 5시57분, 7시55분, 8시35분에 출발한다. 1000원.

원동역에서 부산역행 열차는 오후 6시15분에, 원동역에서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4시50분, 9시5분에 있다.

원동읍 버스정류장(양산기사식당 055-382-5036)에서 호포행 버스는 오후 3시55분, 5시40분, 8시25분에 있다.
8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07.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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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85> 금산 서대산
기암…협곡… 화폭에 수 놓은듯

 
  구름다리 바로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바위 쪽의 서대산 산줄기 전경은 절경을 넘어 차라리 선경에 가깝다.
충남의 소위 '넘버 3' 산은 계룡산 대둔산 서대산이다. 굳이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는 국립공원 계룡산(845m), 금강산 못지 않은 기암절벽으로 남한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도립공원 대둔산(878m)에 비해 서대산은 우선 지명도 면에서 한참 뒤진다.

하지만 현지 산꾼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서대산이 뭇 산꾼들로부터 한단계 낮게 평가받는 것은 지리적 괴리감에서 빚어진 오해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지역 산은 지역 산꾼들이 가장 정통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강조했다. 그들은 서대산을 '숨은 보석과 같은 존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계룡산이나 대둔산에 견주어도 크게 뒤질게 없다고 전했다.

인삼의 고장인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서대산(西大山·904m)은 충남의 최고봉인데다 이어지는 산줄기가 상대적으로 낮아 여느 산과는 달리 독립 봉우리로 간주된다. 그래서 고고한 학처럼 단번에 눈에 띈다.

웅장한 산세와 울창한 숲, 깎아지른 가지각색의 기암괴봉과 협곡,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 하산길에 만나는
 폭포 등의 볼거리는 산 전체가 마치 아름다운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절경이다.

산행로는 서대산 드림리조트 주차장~매표소~용바위(용굴)~서대산 전적비~마당바위~신선바위~구름다리
~주능선~삼거리(초보자 하산길)~장녕대바위~석문~정상~옥녀탄금대~의림약수~개덕사(서대폭포)
~드림리조트 주차장순. 4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대체적으로 가파르지만 암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넘고 에돌아 오르는 등 아기자기하고 재밌다.

산행로는 서대산 드림리조트 안에서 시작된다. 매표소를 지나면 들머리 입구까지 '등산로'라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놀이시설과 야외 풀장, 방갈로, 임도를 가로지르면 어느새 가무잡잡한 둥근 바위 2개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용바위다. 바위 사이로 물이 흘러 작은 못을 이루고 있다. 이곳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용바위 옆 왼쪽 계단을 오르면 곧 '서대산 전적비'.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로 치열한
격전장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퇴색됐지만 한국전쟁땐 비극의 현장이었다. 전적비 건너편
용바위 틈새의 용굴도 빠뜨리지 말자.

주능선까지 오르는 90분 정도는 아주 가파른 돌길이라 땀깨나 쏟을 각오를 해야한다. 용바위에서 15분 정도
오르면 마당바위. 눈썰미가 없어서일까. 이름에서 연상되는 편평한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뒤로 가서 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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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바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찾을 수 있다. 산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된 밧줄이 처음 보일 무렵
왼쪽으로 10m 정도 거리에 있다. 마당바위에서 20분 거리. 산행 도중 만나는 바위들은 신라와 백제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때 아마도 요새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신선바위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보면 그림같은 구름다리가 나뭇잎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밧줄이 있는 곳으로 와 50m쯤 오르면 오른쪽 작은 바위 옆으로 길이 열려 있다. 구름다리 가는 길이다.
조그만 '등산로' 팻말도 보인다. 바위 협곡 50여m 길이의 구름다리는 반대편만 폐쇄돼 있을 뿐 뜻밖에도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웬만한 강심장을 갖지 않고선 10m도 가기 힘들 정도로 흔들림이 심하다.

대신 구름다리 옆 전망대에서 보는 신선바위 쪽 전경은 절경을 넘어 차라리 선경에 가깝다.

왔던 길은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이 길은 원래 밧줄이 매어진 길과 다시 만난다.

주능선엔 15분 뒤 닿는다. 왼쪽 전망대 바위 위엔 눈두덩이가 부운, 보기에도 우스꽝스런 두상을 닮은 바위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서대산 산행은 이처럼 각양각색의 바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부턴 능선길. 콧노래가 나올 만큼 평탄하다. 헬기장을 지나 10분 정도 가면 삼거리. 힘이 부치면
오른쪽길로 하산해도 된다.

계속 직진하면 정면에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천하를 호령하듯 길을 막고 서있다. 장녕대바위다. 일명
장군바위. 두 개의 암봉 사이에 거대한 도끼 모양의 돌이 끼어 있는 형국이다. 길은 도끼 모양의 돌
아래로 열려 있다. 이른바 석문(石門)이다. 석문을 통과해 왼쪽으로 크게 에돌아간 후 5분 뒤면 마침내 정상이다.


 
심하게 흔들려 지금은 폐쇄된 구름다위 위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시원한 조망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어쩌면 산행의
 즐거움 중 으뜸이 조망아닐까.

북쪽으론 옥천 읍내가, 남쪽으론 금산 자락이 펼쳐진다.
 남동쪽으로 영동의 천태산이 손을 내밀고 그 너머로
황악산 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아련하다.
남서쪽엔 대둔산과 천등산이 어렴풋하게 다가온다.

하산길은 크게 두 가지. 북서쪽인 개덕사와 남쪽인
원흥사로 향하는 길이 있다. 원흥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입구에 등산로가 폐쇄돼 있다고 적혀 있지만 이는
원흥사로 가는 길일뿐. 1~2분 후 갈림길에서
옥녀탄금대로 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들머리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서산대사가 공부하던 곳인 탄금대는 일곱번 이상 마시면 미인이 되고 득남한다는 미인샘으로 유명한 곳. 지금은
바위 안쪽 자연동굴에 치성단을 만들어 기도처로 이용되고 있다.

간이천막과 밭 사이로 난 길로 다시 길을 잡는다. 큰 바위를 끼고 오른쪽으로 에돌면 오르막길을 만난다.
곧 정상에서 개덕사로 하산하는 길과 만난다. 이 길만 찾으면 사실상 산행은 끝.

20분 후 의림약수터에서 목을 축인후 개덕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돌탑을 지나 10분 뒤 앞이 트이면서
서대폭포 낭떠러지에 닿는다. 발밑에 보이는 개덕사 경내가 마치 잘 꾸며진 정원같다. 이내 갈림길.
우측은 들머리 주차장, 왼쪽은 개덕사 방향. 잠시 개덕사와 서대폭포를 구경한 후 다시 우측 주차장 방향으로 간다.
급경사 내리막길과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주차장에 닿는다. 개덕사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하산길에 만나는 개덕사 뒤 서대폭포.  

#떠나기전에

서대산은 충남의 제일봉이다.

자연휴양림이 있는 충북의 장용산과 이웃한 서대산
우선 조망이 압권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여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남의 진산이다.

금산군 추부면과 군북면의 경계에 걸쳐 있는 서대산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역으로 군사적으로도
충돌이 잦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능선을
따라 축성된 산성의 흔적이 있다고 전해 오지만 이번
산행 중엔 발견할 수 없었다.

서대산에는 역사의 흔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암으로 빚어진 명산인 서대산에는 용바위와 용굴,
마당바위, 신선바위와 연결된 구름다리, 북두칠성바위,
 살바위, 사자바위, 두부모바위, 남근석, 형제바위,
병풍바위, 장녕대바위(일명 장군바위)와 석문,
옥녀탄금대와 미인샘, 의림약수, 서대폭포와 개덕사 등
아주 많은 볼거리와 전설이 등산로 곳곳에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많은 바위의 이름과 그 바위가 간직한 전설이나 명명 배경 등을 모두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산행 중 취재팀이 본 바위이름은 고작 마당바위 신선바위 구름다리 장녕대바위 등 4개뿐.

고백컨데 바위이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취재팀이 모르고 그냥 지나간 바위도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사실 지울 수 없다.

가정의 달인 5월 온 가족이 나들이 삼아 서대산으로 떠나보자.

서대산 드림리조트(041-753-2662)에서 가족과 함께 대자연을 만끽하고 태종대왕 태실과 인삼시장, 칠백의총 등
서대산 주변의 많은 볼거리를 곁들이면 유익한 산행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서대산 드림리조트에 산꾼의 고언도 전하고 싶다. 서대산 드림리조트는 산꾼들에게 입장료 및 주차료
 명목으로 1인당 2000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리조트측은 리조트를 통해 들머리로 가는 길에 조그만 이정표
몇개를 세워놨을 뿐 산꾼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실제로 취재팀은 산행 후 리조트 홍보팀에게 구름다리와 관련해 몇가지 물어봤지만 1년전에 리조트가 생겨
알 수 없다는 것이 돌아온 대답.

등산로를 깔끔하게 정비하고 서대산이 자랑하는 기암괴석의 이름을 알리는 명패도 이참에 정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금산군청의 책임도 있다.

#교통편

부산에서 거리가 멀어 당일치기 산행을 계획한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옥천IC에서 나와 금산 대전 방향 37번, 4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이후 이정표 기준으로 금산 추부 37번 국도에서 직진~금산 29㎞~군서면~장용산 자연휴양림 1.5㎞
~금산 추산 37번 국도~서대산 휴게소 지나 성당리 삼거리서 좌회전~서대산 드림리조트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넉넉잡아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글 사진=이흥곤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5.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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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俗離山)은 산과 무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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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삼이사(張三李四)일지라도 아스라한 추억이 담긴 곳이다. 바로 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단골 수학여행지로 한 번쯤은 넉넉한 이 산의 품에 안겨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포근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하지만 열에 아홉은 속리산에 대해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서일까. 기껏해야 문장대와 산에 도달하기 직전 반복되는 고갯길 정도가 전부라면 전부.

동장군의 기세가 한 풀 꺾인 푸르른 어느 날 산행팀은 학창시절의 옛 추억이 담긴 속리산을 찾았다.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려 무진장 애를 쓰면서.

꼬불꼬불 고갯길인 말티재를 넘고 그 유명한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을 지나 도달한 속리산은 전형적인 바위산.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울퉁불퉁한 바위로 하늘선이 그어질 정도.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속리산의 신라시대 이전 이름은 구봉산(九峯山). 주봉인 천황봉(1058m)과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속리산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찾는 문장대.


속리산은 계절에 관계없이 많이 찾는 산 중의 하나. 봄에는 산벚꽃, 여름은 푸른 소나무숲,
가을엔 만산홍엽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언제나 한 폭의 동양화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산세가 수려하다.

산행길은 크게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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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코스와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코스가 그것. 산행팀은 학창시절 한 번 와봤던, 그러나 정확한 기억이 없는 법주사 코스를 택했다. 매표소~법주사~임도~태평양 휴게소~탈골암 갈림길~목욕소~세심정~복천암 갈림길~용바위골 휴게소~보현재 휴게소~중사자암 갈림길~냉천골 휴게소~정상 휴게소~문장대~청법대~신선대(휴게소)~경업대~관음암~금강 휴게소~삼거리~비로산장~세심정~법주사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겨울은 해가 짧은데다 속리산 일대는 모두 눈길이어서 주봉인 천황봉을 경유하는 긴 코스는 권하고 싶지 않다.
매표소를 지나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 일명 오리숲. 2㎞ 남짓해 오리(五里)숲이란다. 일주문을 지나 숲이 끝나는 삼거리 지점에 법주사가 있다. 문장대로 향하려면 오른쪽 임도를 택한다. 임도 오른쪽엔 만남의 쉼터 심우정이, 왼쪽에는 상수원인 저수지가 있다. 꽁꽁 얼어 있다.

다리 건너 태평양 휴게소와 탈골암 갈림길을 잇따라 지나면 목욕소(沐浴所). 조선 세조가 이 곳에서 목욕을 한 후 오랜 신병이던 종기가 사라졌다는 곳이다.
계곡을 끼고 더 오르면 숲 사이로 휴게소가 보인다.
세심정(洗心亭)이다. 마음을 씻는 곳이라 하지만 매점이다. 이 때부터 서서히 오르막이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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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 웃음을 머금게 하는 다리를 만난다. 평범한 다리지만 이름이 독특하다. 교량입구에 ‘이뭣고다리’. 또 다른 쪽엔 ‘이뭣고다리’의 한자표기인 ‘시심마교’(是甚멳橋)가 적혀 있다. 뭔가 깊은 뜻이 있을 법하지만 돈오(頓悟)하지 못하는 무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곧이어 용바위골 휴게소. 이 때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보현재 휴게소를 지나면서 재밌는 산길이 이어진다. 비탈진 철계단을 한참 내려가는가 하면 산모롱이 언덕배기를 돌면 큰 바위를 에도는 오르막길이 반복된다.

냉천골 휴게소를 거쳐 나무다리를 지나면 저 멀리 문장대가 보이기 시작하고, 여기에서 20분 뒤면 문장대에 도착한다. 법주사에서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 예나 지금이나 속리산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다. 본래 ‘구름 속에 늘 묻혀 있다’해서 운장대(雲藏臺)라 불렸으나 세조가 자주 올라 시를 읊었다 하여 문장대(文藏臺)라 불리게 됐다.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법주사 금동미륵대불.

문장대에 서면 일망무제의 탁 트인 조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쪽 천길 낭떠러지 너머로 관음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남서쪽으론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 소천황봉이 나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천황봉 또는 신선대 방향. 기복이 제법 심한 내리막 암릉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집중을 요한다. 암릉길을 지나면 채 녹지 않은 눈과 푸른 산죽, 그리고 주변 경관까지 한데 어우러져 엉덩방아를 한 번 찧어도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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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까지는 대략 35분 정도. 400m 뒤엔 갈림길. 천황봉은 왼쪽, 경업대는 오른쪽 방향. 경업대 방향으로 하산한다. 원래 입석대 비로봉을 거쳐 천황봉에 오른 후 하산하는 것이 법주사 코스의 종주산행이지만 당일치기일 경우 천황봉은 시간상 제약이 따름으로, 겨울철에는 삼가하는 것이 좋다. 경업대까지 가는 길도 경사진데다 얼어 있으니 유의하자. 속리산 9대(臺) 중의 하나인 경업대는 조선시대 명장 임경업이 스승인 독보대사와 함께 7년 동안 수도한 곳. 이 곳에 서면 왼쪽 저 멀리 입석대와 비로봉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임경업 장군이 수도한 경업대에서 속리산주능선. 가운데 부분이 입석대다.

곧 관음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곳은 꼭 들리자. 세심문이라는 볼거리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 가능한 바위와 바위 사이 간격인 세심문은 길이가 20m는 족히 넘는다.

하산길은 이제 막바지. 금강골 휴게소를 지나면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바로 금강골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져 내려오는 오솔길은 포근하기까지 하다.
곧 계곡 건너 비로산장이 보인다. 금강골의 명물이다. 40년된 유서 깊은 산장인 이 곳만을 찾기 위해 속리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한다. 세심정에서 10분 거리.

이후부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세심정에서 법주사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이 난다면 법주사 구경도 잊지 말자. 법주사엔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 석련지 등 국보 세 점과 마애여래불상 등 보물 여덟 점, 그리고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 등 볼거리가 특히 많다.

◇ 속세에 찌들린 속리산
“5시간 남짓한 산행 코스에 휴게소, 그것도 컵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물을 파는 곳이 8군데라니….”

“정말 국립공원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휴게소 관리가 방만하다. 모두 없애고 산꾼들을 위한 산장 1, 2곳을 만들면 좋을텐데.”

속리산 산행을 마칠 무렵 국제신문 산행팀과 동행한 몇몇 부산 산꾼들의 속리산 산행에 대한 소감이다.

과연 그랬다. 기자가 봐도 휴게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태평양 세심정 용바위골 보현재 냉천골 문장대(정상) 신선대 금강. 모두 휴게소 이름이다.

무엇보다 모순되는 점은 등산로 입구에 ‘상수원 보호구역 저수지’와 그에 따른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계곡에 철조망을 둘러놨지만 정작 바로 옆에는 국물 있는 음식물을 버젓이 팔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는 점. 그것도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간이 정화조만 설치해 놓고.


세심정 휴게소 앞에는 보은군수 명의로 오물을 버리는 행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는 커다란 알림판까지 세워 놓고 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참을만했다. 한 발 물러서서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휴게소 앞을 지나면서 강제로 들어야만 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더욱이 한 휴게소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속리산 명물인 솔잎술을 한 번 마셔보고 사라는 강요까지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장대 앞 정상 휴게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 수준의 유행가 음악 소리. 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 활짝 웃어야 할 곳에서 귀를 막아야 되는 장면은 차라리 비극이다.


속리산(俗離山). 이름 자체가 속세를 떠난다는 뜻 아닌가. 귀를 막아야 하는 그 순간만은 속리산을 어서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그들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속리산 주변 대부분의 토지가 온통 사유지라는 점이다. 보은쪽 속리산은 대부분 법주사 소유이고, 상주쪽 속리산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부지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관계자는 “5년전쯤 휴게소와 연관이 있는 법주사와 모 교육재단, 보은군, 상주시 관계자가 휴게소 철거와 관련된 모임을 가졌지만 이권 문제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타결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산꾼은 “같은 국립공원인 가야산의 경우 기존 대피소 마저 없애는 판”이라며 “속리산에서 휴게소 철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선은 산이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 교통편


부산서 속리산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면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칠서분기점~구마고속도로~화원IC~서대구IC~경부고속도로~영동IC~보은 방향 19번 국도~속리산 법주사 이정표~말티재~법주사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임경업 장군이 7년간 수도한 경업대에서 바라 본 속리산 주능선. 가운데 부분이 입석대다.
 



  입력: 2004.02.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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