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한민국! 그리고 '희망봉'에 오르자.

4년을 기다렸다. 어쩌면 8년 만에 맞이하는 축제다. 지구촌의 '총성 없는 전쟁' 월드컵이 오늘 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흥분의 열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져 수많은 가족 단위의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꼭 8년 전 6월 안방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사상 최초로 우리 시각에 맞춰 초대형 국제 이벤트가 마련되면서 온 국민들은 마음껏 축제를 즐겼다. 전 세계가 놀란 거리응원도 가능했다. 그러나 4년 전 독일 월드컵은 현지 시각에 맞춰 우리는 새벽에 뜬 눈으로 한국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 당연히 8년 전의 뜨거웠던 함성은 줄어들고 보는 즐거움도 반감됐다.

이번 6월의 월드컵은 어떤가. 12일 그리스와 벌이는 한국의 첫 경기는 우리 시각으로 오후 8시30분 킥오프. 17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벌이는 한판 경기도 오후 8시30분 시작한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모아지는 온 국민의 열정은 한국 대표팀의 원정 첫 16강 진출에다 8강, 4강 진입도 가능하게 하리라. 붉은 악마를 등에 업은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가.

월드컵은 마법을 지녔다. 평소 축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장삼이사들을 순식간에 마니아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40대 회사원 강순찬 씨의 사례가 그렇다.

강 씨는 2002년 월드컵 땐 집에서 TV로만 시청했다. 열광적인 야외 응원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들 둘이 어려 어쩔 수 없었다. 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야외 응원을 펼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는 최근 20개월 된 늦둥이 딸을 포함한 온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아 월드컵 응원복인 붉은색 티셔츠를 장만했다. 응원 나팔과 붉은 악마 뿔, 두건, 대표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 등 응원 소품도 각각 마련했다. 최대한 재미있게 즐기려면 가능한 한 유치해져야 한다는 중학생 아들의 충고를 수용한 것이다.

간식은 대형 마트에서 준비할 계획이다. 때마침 월드컵 기간에는 마트에서 월드컵 야식 모음전을 저렴하게 준비한다고 하니 입맛대로 고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축구팬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이래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그는 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에는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나라 월드컵 첫 승을 이룬 아시아드종합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붉은 악마 부산지회가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겠다는 의도다. TV에서 자주 보던 화려한 야외 응원의 고전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해운대로 갈까요, 스포원도 있는데. 차라리 부산역이 나을까요'.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에도 야외 응원을 가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찾아 자전거를 즐겨 타는 금정구 스포원파크에 가고 싶지만 해운대해수욕장도 매력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여름 분수쇼가 펼쳐지는 부산역 광장에서도 야외 응원을 한다는데 슬쩍 그곳으로도 관심이 간다.

그러면서 최근 이렇게 즐거운 고민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냥 혼자 피식 웃었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아이들도 이 때만큼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4년, 아니 8년 만에 돌아온 축제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가. 강 씨 부부는 며칠 전부터 중학생 아들에게 월드컵 응원가를 배우고 있다. 8년 전엔 '오! 필승 꼬레아'만 외치면 됐는데 요즘은 무슨 놈의 응원가가 이리도 많은지. 김장훈 싸이 카라 애프터스쿨 2PM도 월드컵 응원곡을 내놨단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바라보니 한국의 16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 내 가정의 소중함도 새삼 느껴졌다. 강 씨는 오늘 꿈속에서 박지성이 통쾌하게 그리스 골 네트를 흔드는 멋진 장면을 먼저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2010월드컵 응원전 개최 예정지

12일 응원지역

부산 사직야구장
부산역 광장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부산 태종대 태종사 앞 체육공원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야외주차장

부산 중구 시티스팟

울산대공원 장미계곡 특설무대

울산 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야외잔디밭

마산종합운동장

국립김해박물관
함안군 함주공원
통영시 공설운동장

12, 17일 응원지역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부산 온천천 수변공원(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앞 역 인근)
부산 북구 금곡동 농협하나로클럽 야외주차장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스포츠문화센터
부산 금정구 현대자동차 금정지점 전시장
울산 북구청 광장
김해종합운동장
김해 장유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주차장
김해 진영신도시 자이아파트 앞
양산종합운동장
밀양 공설운동장
진주 칠암동 남가람 야외무대
진해 진해루

12, 17, 23일 응원지역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경남 창원광장


"월드컵 응원가와 소품은 준비하셨지요"

부산 울산 경남 비롯 전국 방방곡곡
실내외 대형 스크린 앞 몰려
6월의 밤 '붉은 열기' 속으로, 대규모 이벤트 준비
일부는 지역 축제와 연계, 티셔츠 응원도구 야식 준비


'여자들은 축구와 군대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 한때는 그랬다.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어 참을성을 테스트하는 기분이라는 것이 그대, 여자들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옛말이 되었다. 적어도 축구에 관한 한. 8년 전 월드컵 현장을 기억하는가. 서면 등 대도시 거리를 활보하며 태극기를 치마처럼 걸치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들 중에는 여성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그 같은 풍경을 심심찮게 볼 것 같다. 온통 축구 얘기뿐일 테니까.

지난 2006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때는 거의 모든 경기가 새벽 시간대 열리는 바람에 8년 전의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번 월드컵의 한국경기 예선 3게임 중 2게임(12일 대그리스, 17일 대아르헨티나)이 오후 8시30분에 열려 야외 응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한국의 선전 여하에 따라 뜨거운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질 수도 있다.


■ 어딜 가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야외 응원전


부산지방공단 스포원은 12, 17일 오후 7시부터 스포원파크(금정체육공원) 내 수변광장에서 야외 응원을 개최한다. 스포원은 가로 9.2m, 세로 5.2m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응원용 막대 풍선 3000개를 선착순 지급한다. 치어리더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전광판 주변에는 각종 특수효과 장치를 설치하고 대북 등 응원도구도 비치해 응원 분위기를 한껏 띄울 예정이다. 특히 경륜장과 야외 주차장을 완전 개방하고 전광판 인근에 먹을거리 장터를 운영해 참가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스포원파크에 일찍 와서 자건거를 타거나 배드민턴 또는 수영을 한 후 수변공원 잔디광장의 가장 좋은 자리를 잡으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듯하다.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첫 승을 이룬 장소로, 우리나라 월드컵의 성지로 대접받고 있는 아시아드 종합경기장을 찾으면 붉은 악마 부산지회와 함께 축구 응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2002, 2006년 월드컵의 한국팀의 경기를 우선 관람할 수 있다. 이어 부산지역 대학생 치어리더와 아이파크 마스코트인 '우승이'와 '연승이'의 화려한 공연을 관람한 후 붉은 악마의 구호 아래 본격적인 광란의 응원으로 몸을 푼 후 한국팀 경기를 관전한다. 한국팀 경기 5시간 전부터 경기장은 개방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펼쳐진다. 특히 12일에는 국제신문과 솔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오후 7시)에 이어 바로 초대형 스크린으로 월드컵 경기를 관람키로 예정돼 있다. 오페라와 축구.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는 시민들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부산대상가번영회는 12, 17일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앞역 인근 온천천 수변공원에서 가로 15m, 세로 12m의 대형 전광판과 무대를 설치하고 대규모 거리응원 이벤트를 개최한다. 번영회는 한국팀 경기가 없는 11~21일 오후 6시~밤 10시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벨리댄스 등 다양한 공연도 준비한다. 특히 부산대 인근 생맥주집 '훌리훌리' 등은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500cc 생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역 축제와 병행해서 펼쳐지는 야외 응원전도 곳곳에 마련된다. 이들 응원전은 첫 경기가 열리는 12일에만 펼쳐진다.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12~13일)가 열리는 부산역 광장에서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열린다. 대북공연 사자탈춤공연 중국기예단공연 등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 축하공연과 부산역 분수쇼에 이어 무대 양쪽에 설치된 200인치 스크린 2대를 통해 그리스전을 관람할 수 있다. 경기 중에는 불꽃쇼와 레이저 조명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광안리 어방축제(11~13일)가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도 16강 기원 태극전사 응원전이 개최된다. 축제 기간이라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선 오전 10시부터 해양래프팅 대회, 맨손으로 활어잡기, 세계민속공연, 어방 그물끌기 등 다양한 체험 및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400인치 스크린을 통해 관람하는 응원전 직전에는 치어리더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진다.

반딧불이 관찰체험행사(11~12일)가 열리는 태종대 태종사 앞 체육공원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다. 앞서 오후 8시부터 반딧불이를 관찰하며 설명을 듣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광복점 야외주차장에서 400인치 대형 LEC 전광판을 설치해 12일 오후 8시30분 고객 1만2000명을 초청,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다. 앞서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인기가수 서인영 박정아 박미경 팝핀현준과 아이돌 그룹 V.O.S 등을 초정, 파이팅 콘서트를 개최해 응원 열기를 고조시킨다.

파라다이스호텔은 12, 17일 본관 1층 로비라운지 '크리스탈가든'과 지하1층 펍바 '챨리스'에서 응원전을 펼친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20% 할인혜택을 준다. 웨스틴조선호텔도 12, 17일 펍바 '오킴스'와 라운지에서 응원전 이벤트를 마련한다.

북구 금곡동 농협하나로클럽 부산점 야외광장에서도 12, 17일 대형 스크린을 통한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는 같은 시각 스포츠문화센터 앞 스포츠파크 축기경기장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응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 금정구 현대자동차 금정지점 전시장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울산 및 경남 지역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4~13일)가 열리는 울산대공원 장미계곡 특설무대에서는 12일 오후 8시30분 응원전을 펼치며, 같은 시각 울산 남구 태화강 둔치 특설무대에서도 역시 그리스전 응원전이 열린다.

울산시는 12일 그리스전과 17일 아르헨티나전 그리고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운명을 결정할 23일 나이지리아전때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 밖에 경남 김해 장유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과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야외 잔디밭 등지에서도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이 열린다.


■ 한층 다채로운 붉은색 티셔츠와 응원가   

 
8년 전에는 단 하나였다. 'Be the Reds'라 적힌 붉은색 티셔츠. 2002년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붉은색 티셔츠가 마련돼 있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마트와 메가마트 그리고 농협하나로클럽은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인증을 받은 'KFA 응원 티셔츠'를 1만9800원에 판매한다. 'KOREA LEGEND'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홈플러스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공식 티셔츠를 1만4900원에 내놓았다. 붉은 악마 문양에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롯데마트는 KFA 응원 티셔츠와 함께 'ALL THE REDS' 응원 티셔츠(1만9900원)와 박지성 선수 캐릭터를 새겨 넣은 '캡틴 박 응원 티셔츠'(9900원) 등 3종을 판매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월드컵을 대비해 국내 가요계에서는 월드컵 응원가를 대거 쏟아내 일부 곡을 연습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이 곡들은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월드컵 응원가'를 검색하면 대부분 들을 수 있다. 입맛대로 고르시길.

김연아와 빅뱅.

싸이와 김장훈.


대표적인 곡으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김장훈·싸이), '승리의 함성'(The Shouts Of Reds Part 2)(빅뱅·김연아), '승리를 위하여'(트랜스픽션), 'We are with you'(카라), 'We are The One'(티아라) 등이 있다. 리듬이 쉬운 데다 가사까지 있어 몇 번만 들으면 따라 부를 수 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심지어 식당가도 신이 났다. 이번 월드컵은 밤늦게 또는 새벽에 중계되기 때문에 시내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대부분은 '월드컵 야식 코너'를 마련, 야외 응원을 위한 도시락과 집에서 온 가족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야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 월드컵 축제 기간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마냥 즐기자.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뜰 앞 조그마한 연못에 오래도록 키우던 버들치가 밤새 하얀 배를 드러내며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상수도물 소독을 하라는 면사무소의 지침에 따라 재약산 내려오는 원수에 소독약을 넣었기 때문이다. 미물이지만 오랫동안 정이 들었는데.
달빛 가득한 빈 연못을 보고 있으니 콧등이 찡 해지며 무지함과 우매함이 뒤섞여 자책으로 다가온다. 소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무소유가 아름답다는것을 새삼 느낀다(중략).

배내골은 예부터 모기가 없는 청정 지역이다. 계곡이 깊고 물이 맑으며 여름에도 서늘해서 그런 것 같다. 하나, 배내골이 바깥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면서 모기가 제법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히 면사무소에서 방역을 하라며 연막소독기를 할부 구매하라고 해서 큰 맘 먹고 구입했다. 휘발유와 경유 살충제를 썩어 운전을 해보니 굉음과 함게 뽀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 올랐다. 어릴적 동네 한복판을 가로 지르며 연기를 뿜던 연막차 생각이 났다.
다음날 신기하게도 모기와 밤벌래가 거의 없어져 역시 기계값을 하는구나 하며 생각했는데 아뿔사 이게 웬일인가.
초저녁 하늘을 비행물체처럼 날아다니던 반디불이가 보이지 않지 않는가. 풀섶에서 한여름을 여유로이 노래하던 여치도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 나의 무지함속에 많은 곤충과 풀벌레들이 질식사 내지 중독사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래! 여태껏 그랬듯이 그냥 공생하며 살아야 겠다고(중략).

21년 전 배내골로 들어와 배내산장을 운영하는 '굴러온 돌' 김성달(55) 씨. 그가 도시인들이 소위 말하는 전원생활 내지 산골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종의 작은 에피소드이자 시행착오이다. 얼핏 그냥 읽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시골에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은 예이다.

황토집에 군불을 지피는 배내산장 산장지기 김성달 씨는 "전원생활을 도회지에서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으니 여유있게 살펴보고 들어오라"고 말했다.
배내산장 마당의 김성달 씨. 등뒤로 보이는 느티나무는 김 씨가 21년 전 심은 것이다.
전원생활을김성달 씨가 직접 깎은 솟대.
김성달 산장지기 부부.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충동적인 사람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나, 실제로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 아마도 꿈과 현실의 괴리와 컸던 데다 시골 생활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리라.

전원생활. 마냥 낭만적이고 멋있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녀 교육문제나 시골의 쓸쓸함 때문에 망설이다가 포기하기 일쑤다. 김성달 씨로부터 전원생활을 잘 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할 다섯 가지 필수 사항을 들어봤다.
참고로 김 씨는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배내골 원주민 어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신임을 얻어 4년 전에는 '굴러온 돌' 중 처음으로 마을 당상제의 제주로 임명돼 당상나무 앞에서 지극 정성으로 넙죽 절하며 축원을 읽었다. 한마디로 시골에 들어와 정착에 성공한 도시인이다.


첫째 시골에 들어오기 전에 도회지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빠른 시일 내에 다 해봐야 미련이 남지 않는단다.
돈이나 명예에도 저돌적으로 도전해보고 가무를 곁들인 술도 마셔보라는 것. 그래야 산골에 들어와도 딴 생각이 들지 않는다.

100m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도중에 그만 두면 또 뛰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등수에 상관없이 혼신의 질주를 했다면 미련은 별로 없을 것이다
출가한 스님도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고 타의에 의해 머리를 깎고 동자승부터 시작할 경우 세월이 가면서 점점 바깥세상이 궁금해진다. 색이며 재물에 끌리는 것은 당연지사. 환속하는 스님들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이다.
그러나 바깥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난 후 어떤 계기로 입산한 스님은 최소한 득도를 하고 안 하고에 관계없이 승복을 벗지 않고 중노릇을 평생 한다는 것이다
 
촌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촌집은 평수가 작고 또 여러 가구가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산다는 것은 시골 생리를 모르면 매우 힘들다.
시골 사람들은 순박하기는 하지만 단순하여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도회지사람과 달리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어디서 무엇을 했던 사람이고 성은 무엇이고 나이는 몇이고 학벌 자식 등등 모든 것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이다.
평소에는 별 말이 없는데 약주만 한 잔 하면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했던 말을 또 하고 했던 얘기를 또 한다. 옛날에 자기 땅이 어디에 있었고, 자기 선친은 이 동네서 무엇을 했고, 굴러들어 온 너보다 우월하다는 등 녹음기를 틀듯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한다. 만일 안들어 주면 '박힌 돌'의 텃새가 아주 고약하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결국 시골로 오는 사람들은 자연에 가까워지고자 오는 것인데 자연과 가까워지기 전에 시골사람들한테 염즘이 나버리면 버틸 수가 없다. 시골 사람들과 좀 떨어져 작지만 나만의 세계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이 크면 절대로 안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회지에서의 소외감을 느껴 시골에 오기 때문에 일종의 보상 심리 같은 것이 작용해 일단 큰 집이나 독특한 집을 짓기를 원한다. 하지만 집이 크면 관리가 힘들다.
풀을 뽑고 도색을 하고 청소를 하고 정리하는 일에 매여 내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나를 소유해 버린다. 집 관리인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정원은 하루에 20~30분 정도 관리만 하면 족하게 해라. 대신 산과 들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고매한 학자들에 따르면 한 사람이 땅의 기운을 다스릴 수 있는 면적이 4평이다. 개개인의 근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4명이 살 집은 결국 20평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손님이 올 경우를 대비해 10평 정도의 별채를 지어 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구조는 황토로 군불 때는 방 하나와 스위치만 넣으면 되는 방 하나 정도에 나머지는 거실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원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지리산 자락 어느 지인 집에 갔더니 300~400평 되는 정원에 고래등 같은 집을 지어 놓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선 눈으로 봐서 볼거리는 충분하지만 고래등 같은 집의 기운이 사람의 기운을 다 잠식, 아침에 자고 나면 얼굴이 창백해진 모습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 근기에 맞는 집에서 자고 나면 얼굴이 도화꽃처럼 불그스레해 지고 눈동자가 희고 검은 부분이 명확해 진다. 경험이다.

풍수지리학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땅은 그냥 보면 땅이지만 자세히 보면 살기 좋은 땅과 살아서 손해를 보는 땅이 있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풍수이다.
풍수에서 사람이 죽어 묻히는 땅은 음택이라 하며 산 사람이 집을 짓고 사는 땅은 양택이라 한다. 음택은 땅의 기운이 중화돼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고 건조하지도 않는 땅이다. 시신이 묻히면 탈골할 부분은 깨끗이 탈골하고, 남아야 할 부분은 오래도록 남아 그 기가 후손에게 뻗쳐 발복한다고 한다.
양택은 배산임수에 좌청룡 우백호가 살아 있어야 하고 안산 또한 조화롭게 있어야 한다. 양택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면 편안한 의자에 앉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의자에 편히 앉으려면 등받이가 튼튼해야하고 등받이 뒤에 여백이 없이 의자가 벽쪽에 놓여 있어야 한다. 이때 벽은 조산이고 등받이는 주산에 해당된다. 그리고 팔을 올릴 수 있는 팔받이는 좌청룡 우백호에 해당된다. 내 앞에서 조금 떨어져 내 모습을 바라보거나 내 얘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을 안산이라 한다. 방향은 동향이나 남향을 보고 앉아 있으면 이상적이다.
이런 자리는 좌우가 허하지 않아 삭풍이 들어 올 리가 없고 동남의 생기가 뻗쳐 생활하는데 가장 쾌적하다. 반대로 서북으로 앉는다면 면벽을 하고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내 얘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학식이나 재물 명예 등이 나보다 높을 경우 내가 주눅이 들어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안산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같다.
집 뒤에 여백이 많아서 도로가 있다든가 천이 흐른다면 내가 앉아 쉬고 있는 의자 뒤에 위험한 물건들이 왕래를 하고 있어 눈이 없는 뒤쪽에서 항상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것과 같다. 또한 좌우가 무너진다는 것은 의자에 앉아 팔을 얹을 팔받이가 없다는 것에 해당되므로 심신이 고달프다.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재. 자연이 아무리 좋아도 하루 이틀이지 한 두 달 지속적으로 감흥을 줄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계곡 따라 흐르는 물소리나 새소리가 그렇게 좋다고 극찬을 하더니 어느 순간 지겨워 죽겠다, 시끄러워 죽겠다고 야단이다.
자연은 좋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그림이나 야생화 키우기, 자연염색 아니면 조그만 찻집을 하든지 해야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매개로 동질성을 가진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

 김성달 씨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인연과 연결되듯 좋은 환경, 아름다운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인연이다. 급히 서두러지 말고 앞서 거론한 다섯 가지 사항들을 가슴에 담고 두루 살펴보면 반드시 원하는 땅에서 아름다운 전원생활이 이루어 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아주 모처럼 친한 후배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열심히 했건만 졸업과 동시에 청년실업자가 되었다고 우울해 하던 후배였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다.
부산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에 합격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사법시험이 없어지고 이 로스쿨에서 공부하면서 미래의 법조인으로서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다.

기쁨도 잠시, 그 후배는 등록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합격한 다른 사립 대학에서는 장학금 수혜비율이 더 높다는 말을 하면서 한 학기 등록금이 480만 원 수준인 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1년이면 거의 1천만 원에 이르니 말이다. 더구나 사립대학의 로스쿨 1년 등록금은 국립대학의 두 배인 2000만 원 내외인 점을 고려한다면 로스쿨에 합격하고도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얼핏 등록금이 비싼 만큼 장학금 수혜비율도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마음 편히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두 가지 이유로 로스쿨을 비롯한 전문대학원에 장학금 수혜비율을 최대한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적지 않은 비판이 수반될 것임을 알면서도 감히 한번 적어본다.
첫째는 사회재분배 문제이다. 부산대학교의 올해 로스쿨 합격생들의 분포를 한번 보자. 합격생들의 대부분이 소위 일류대학 출신자였다. 올해 120명의 정원 중 부산대 출신자 34명(28%), 고려대 20명(17%), 서울대 19명(16%), 연세대 18명(15%)순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는 데는 본인의 노력과 더불어 가정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교육을 통해 부모세대의 사회계층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하는데 유리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고소영 내각과 부자의 세금 감면 등을 앞세우고 있는 현 이명박 정부에서는 더욱더 이 구조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높은 고지에 있는 미래의 법조인들은 대개 부모의 경제적 자본에 힘입은 바가 큰 셈인데 그들에게 장학금마저 제공한다는 것은 사회재분배의 차원에서 결과의 평등에 어긋난다.
그러나 혹자들은 로스쿨 합격생 중에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장학금 제도가 없으면 학업을 수행하기 힘든 학생이 있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이렇다. 어느 사회든 재화는 한정돼 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자신의 능력으로 학비를 댈 수 있는 우수한 학생보다 자신의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다른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로스쿨학생은 미래 자신의 수입을 고려하여 은행에서 대출이나 융자를 받는데 유리하다. 그것은 대출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돈을 미리 앞당겨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돈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필자의 두 번째 논리이다.

사립대학과 달리 현재 부산대학과 같은 국립대학의 전문대학원의 경우 수업료 면제 수혜율이 30%, 기성회비 장학금 수혜비율이 7.5%로 전체 등록생의 37.5%가 장학금 수혜자다. 학교에서는 전문대학원의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여 수혜비율을 60%까지 높이려 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상당히 유감스럽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장학금을 다른 분야의 인재에게 양보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학비를 충당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개념이 아니겠는가.
전문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가진 자가 더 많이 독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가진 이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나눔의 미덕을 가질 때 진정한 '노블리스'가 될 수 있다. 사랑하는 후배가 이글을 읽고 서운해 할 지 모르나 필자는 그녀가 존경받는 '법조인 노블리스'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by 수기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저럴 리가 없는데. 비록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그 분의 성향으로 봐서 절대 방송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분명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거야. 불경기라 손님이 적어서 그랬나….

 지난 주말 저녁 모처럼 한가하게 TV를 보다가 전남 해남 두륜산 대흥사 입구에 위치한 숙박업소인 '유선관(遊仙官)'이 나오길래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다. 강호동 이수근 김C 은지원 이승기 MC몽 등이 진행하는 KBS '1박2일'이란 프로그램이었다.

 두륜산 대흥사는 땅끝마을과 함께 전남 해남의 대표적 관광지. 특히 대흥사는 운문사 선암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유선관은 대흥사와 불과 30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수년전 취재차 두어 번 가보았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의 주인장과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 채널을 고정하고 관심있게 지켜봤다.

 아시다시피 신문과 방송의 취재는 완전히 다르다. 신문이야 주인이 거절해도 말없이 조용히 손님으로 찾아 하룻밤을 묵고 와도 되지만 방송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든지 아니면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떠들썩하게 취재하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선관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요즘과 같이 아주 추운 겨울, 아무 정보없이 도회풍의 젊은이들이 찾았다가는 무료함에 지쳐 다시는 찾지 않을 공간으로 낙인찍힐만한 그런 숙소이다. 그냥 하루쯤 조용히 쉬어간다 생각하고 묵어야 하는 절간 같은 숙소이다.

 한데 '1박2일'팀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두륜산 입구부터 마치 도립공원 전체를 전세낸 것처럼 오픈카를 타고 오질 않나 대흥사 절이 코앞인 데도 유선관 마당에서 수십명이 모여 카메라를 들이대고 큰소리로 말하는 등 정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필자는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한번 묻고 싶다. 프로야구 사직야구장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시청률 그거 하나 믿고 경기 중 관중석을 대거 차지해 비난을 받던 게 도대체 몇달 전인지를. 제작진들이나 출연진들은 잘 나가는 예능방송이라는 특권을 믿고 이러한 비난이 쇄도할 것이라고 왜 미리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유선관 뒤 운치있는 계곡에서 몸을 담그는 벌칙은 또 어떠했는가. 만일 얼음계곡에 몸을 담군 사람 중 한명이 심장마비라도 걸렸다고 어떻게 됐을까.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벌이는 조잡한 게임 앞에선 거의 두 손을 들었다. 그야말로 유치함의 압권을 보여주는 듯했다. 덕분에 시청률 28~29%를 기록해 1위를 재탈환했단다.

 주인장 윤재영(55) 씨의 생각이 궁금했다. 16일 정오쯤 전화연결이 됐다. 다음은 윤 씨와의 일문일답.

 -TV방영 후 문의전화가 쇄도했을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핸드폰벨이 울렸다. 그래서 전화기를 아예 껐다.

 -몇 통 정도 받았나.
 -오늘(16일) 오전까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4000~5000통 정도 받았다. 미칠 지경이다.
 
 -이런 취재는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지난해부터 계속 촬영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해남군청에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간부 공무원들도 직접 찾아오는 등 너무나 강력하게 요청을 해와 인간적으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취재 때문에 영업을 못하지 않았나. 방송측에서 보상은 해주었나.
 -이틀 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보상은 있었다.(이후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예약 손님은 늘었지 않았나.
 -그것도 맞다. 전화로 내년 1월 6일까지 예약을 받았다. 고맙지만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유선관은 우리 부부 둘만이 운영하고 있다. 사람을 쓰고 싶어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 먹고 자고 힘든 일까지 해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인도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와서 부엌일은 한다. 당장은 그렇지 않겠지만 식사주문은 받지 않을려고 한다. 돈도 좋지만 요즘은 손님이 많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고성방가하는 젊은이들이 그렇다. 어제밤에도 유명 탤런트가 왔는데 옆방의 젊은이들이 고성방가하는 바람에 작은 마찰이 있었다. '1박2일'에서 유성관이 어떤 숙소인지를 제대로 알려으면 좋겠는데, 방영 이후 사실 걱정이다.

 -앞으로 이런 취재 요청이 또 들어온다면.
 -절대 하지 않겠다. 잠시 쉬어가는, 연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서정적인 정통 여행 프로그램이면 몰라도 맛집이나 예능프로는 절대 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고 싶은 말은.
 -우리집은 사실 미리 알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주류를 이룬다. 불경기여서 손님을 줄었지만 그런대로 그럭저럭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근데 사전 정보없이 TV에서 본대로 예약한 젊은 손님들이 이 추운 겨울에 불편한 이곳에 와서 불평을 하지 않을런지 걱정이다.


내가 20대 시절에 인기를 누리던 여자 연예인들은 나와 함께 30대를 지나 드디어 40대에 접어 들었다. 최진실, 채시라, 김혜수와 같은 수퍼 스타급 여배우들이 있었고, 이본이나 옥소리와 같이 최정상급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매력으로 팬을 확보한 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진실을 특히 사랑하였고, 옥이이모의 옥소리의 순진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정도를 약간 지나쳐 내가 그녀들을 꽤나 사랑했던 이유는 그들이 1968년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나에게 스타라기보다는 ‘동갑내기 연예인 친구’로 다가왔다. 갓 데뷔하던 시절 볼록하니 부풀어 있던 최진실의 눈물주머니가 문득 그립다. 지난 10월 집 근처 서점에서 남편이 보낸 문자를 통해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믿을 수 없어서 황망히 가방을 챙겨 거리로 나섰고, 며칠을 마음앓이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나누었던 모든 기억들을 거두어 간다. 추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겨진다고들 하지만, 실상 추억이란 일상의 만남을 통해 기억이 진화한 결과다. 최진실과 함께 했던 우리의 기억들을 진화시킬 수 없어서, 청춘에 관한 애틋한 한 페이지를 잃어버릴 것 만 같다. 최진실이 그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나와 함께 청춘의 열정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오랜 벗을 상실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랄하거나 수다스럽지 않은, 그러나 희랍의 여신(女神)같았던 옥소리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작품을 시작했다. 최근 그녀의 외도사실이 알려지자 소위 ‘밝히는’ 여자가 되었다가, 남편과의 성관계 횟수를 거론할 때는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였다. 다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알려지면서 ‘모성’의 편린들을 보여주며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젠 그녀의 이미지 변신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사랑스럽던 옥소리의 행보는 나에게도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내가 한때 사랑했던 동갑내기 연예인들의 상실과 시련을 보며, 몹쓸 비관(悲觀)이 휩쓸고 지나간다. 늦은 밤 인터넷에서 그녀들의 프로필을 보다 문득 놀랐다. 둘 모두 1968년 12월 24일생이었다. 혹자는 원숭이띠 음력 11월 5일생은 팔자가 드세고, 올해 유난히 고비를 맞을 운명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태어난 시각은 알 수 없지만 사주(四柱) 중 삼주(三柱)는 천고(天孤) 천복(天福) 천예(天藝)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즉 외로움과 재물복 그리고 천부적인 예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치 각본처럼 짜맞춘 듯 그녀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들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더불어 추하고 안타까운 인생여정은 잘나가는 연예인이던 볼품없는 아줌마건 인생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임을 시사한다. 1968년 성탄 전야에 태어난 아름다운 두 여인이 40년 세월 앞에서 휘청거릴 때 나도 문득 나의 40년을 돌아보게 된다.

※ 이 글은 아내가 쓴 글입니다. 
 별도의 티스토리를 만들라고 해도 저의 티스토리에 빌붙어 공생하려고 해서 <신변잡기>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산악인 성락건 씨 지리산 신비 안내서
'연인과 숨어 살고픈 지리산' 최근 출간

 스무고개. 누구일까요.

 1945년 경남 거창 태생, 성균관대 국문과 졸업, 서울시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에 내디딤. 이후 자신이 귀의할 곳은 고향이라고 판단, 고향인 거창 덕유산 기슭의 북상면 사무소로 자원.
 거창에서 등산 장비점을 운영하다 산악인들이 더 많은 진주로 옮겨 1982년 장비점 '덕유산장'을 열어 10년간 운영.
 1985년 로왈링 히말라야의 가우리상카르봉(7134m) 세계 최초 동계 초등. 1988년부터 15년간 히말라야 가이드 생활도 함.
저서로는 산에 관한 시집 '산 올라 삶이 기쁘고 산 있어 죽음마저 고맙다'가 있고, 부인과 함께 우리나라 남녘의 산들을 낱낱이 소개한 등산 가이드북 '남녘의 산'을 펴냈다.

산악인 성락건 씨.


 이후 책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아 모든 것을 처분하고 지금은 지리산 아래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서 '다오실(茶悟室)'을 운영하며 인간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고 청학동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지리산 기슭의 '다오실'.

'다오실' 내부. 손수 성락건 씨가 만든 작품들이다.


 
지리산을 좀 안다고 자처하는 산꾼들은 이쯤 되면 열에 아홉이면 정답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산악인 산오자 성락건이 정답이다.

전 국제신문 논설위원이자 '지리산 365일'의 저자 최화수 씨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산악인 성락건을 한마디로 '지리산의 달인(達人)'이라고 했다. 성락건 씨 스스로도 자신을 '산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좀 더 홈페이지에 적힌 내용을 인용한다.

'전문 산악인 출신인 그는 지리산 구석구석을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지난 1980~1990년대 산악 전문잡지와 TV의 지리산 발굴코스나 신비의 세계 탐사에는 언제나 그가 함께 있다시피 했다. 그는 지리산의 정기와 영육의 합일을 위해 홀로 지리산중 생활을 많이 체험했다.

  그런 성락건 씨가 '연인과 숨어 살고픈 지리산'(고산자의 후예들刊·1만5000원)을 펴냈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을 즐겨 찾는 수많은 산악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지리산 바이블'과 같은 소중한 책이 될 듯하다.

시중에 지리산에 관련된 책은 많지만 지리산의 신비에 관련한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다. 해서, 책 제목 앞에 '지리산 신비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마디로 지리산 일반 가이드북이 아니라 지리산을 더욱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안내서인 셈이다.

내용 또한 새롭고 알차다.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목차 제목만 보면 지리산의 신비스러운 곳, 지리산의 궁금함에 대해, 지리산을 오르는 순서와 방법, 산오자가 권하는 산행방법과 코스, 지리산의 기도처, 지리산의 맛나고 신령한 샘, 지리산의 바위, 지리산의 고원을 찾아, 지리산의 오래된 나무, 지리산의 비밀을 풀어본다 등.

각론에선 '지리산의 새로운 10경'이 특히 눈길을 끈다. 
기존의 지리 10경은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벽소야월 연하선경 세석철쭉 직전단풍 칠선계곡 불일현폭 섬진청류. 이는 오래 전 구례산악회의 우종수 님이 중심이 되어 만든 것이다. 반세기 가까이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자랑하는 데 사람들은 흔히 이 지리 10경을 들곤했다.
 지리산에 미친 이 책의 저자 성락건 씨는 새로운 10경을 내놓았다.
1. 삼신봉에서 지리능선 조망
2. 반야봉의 구상나무 수림
3. 만복대 능선의 철쭉과 안개와 억새
4. 촛대고원의 나물 군락 밭
5. 뱀사골의 불견광음천
6. 최고의 수도처인 영신대
7. 한신계곡의 자작나무 숲
8. 적막한 덕평고원
9. 왕등의 늪지대
10. 음양수에서 영신봉에 이르는 산길

이밖에 '지리산에 숨겨진 코스 9곳' '지리산의 테마 여행 20가지' 등도 주목할 만하다. 
책 말미에는 특별히 제작한 지리산 지도가 있다. 특정 지명 옆에는 찾아 보기 쉽게 몇장 몇절 몇항에 있는 지 친절하게 표기해 놓았다.

'다오실'에서 맛볼 수 있는 다과.

'다오실' 내부.



 3일부터 기존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으면서 유선전화보다 통화료가 훨씬 저렴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됐다. 언론은 이를 두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각 매체마다 보도한 내용을 잠시 인용하면 이렇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집전화와 시내전화 통화료는 비슷하지만 시외전화가 평균 85%정도 저렴하다.
국제전화 역시 1분에 평균 50원 수준으로 개별 국가에 따라 기존 집전화에 비해 통화료가 최대 95%까지 저렴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경우 기존 집전화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면서 통화료는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통신업체별로 가입자당 매출을 뜻하는 ARPU를 분석해 보면 기존 집전화는 1만 9천원~2만원인 반면 인터넷전화는 1만원~1만 1천원 정도로 절반가량 적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월말 현재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190만명 정도지만 내년에는 현재보다 4배가량 늘어나 750만 정도로 가입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지난 11월 1일 노컷뉴스

 또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070'이라는 전국단위 단일번호를 사용해야 했지만 번호이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집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스팸전화를 연상케하는 '070' 번호를 사용해야하고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집전화 번호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인터넷전화는 전체 유선전화 시장에서 점유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이 같은 부담이 사라지게 돼 저렴한 인터넷전화로의 가입자 이동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10월 30일 노컷뉴스

 필자는 노컷뉴스만 인용했지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서도 모두 이와 유사한 내용이 보도됐음을 밝혀둔다.

 이 뉴스를 보면서 지난 2월 LG파워콤에 인터넷전화를 가입했던 필자는 은근히 화가 났다.
 당시 가입할 때 필자도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위의 기사처럼 스팸전화번호가 연상돼 약간 망설이자 LG파워콤측은 기존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면 월 1000원을 내야 된다고 했다.
 즉, 번호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대신 필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땐 070-????-????번호로 찍힌다는 것이다.
 어찌하겠는가. 필자도 월 1000원을 내고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했다. 필자 주변의 LG파워콤 인터넷전화를 가입한 사람들 모두 필자처럼 월 1000원을 내고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러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번호이동제를 실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뉴스를 보고 필자는 궁금했다. 기존의 인터넷전화 가입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070번호와 기존 전화번호를 갖고 있으면서 월 1000원을 내고 있는 기존 인터넷전화 가입자 말이다.
 해서, LG파워콤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사람과 통화하기가 왜이리 힘든지 몇 차례의 시도 끝에 통화가 이뤄졌다.
 필자가 앞서 설명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이 정말 황당해 일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상담원은 가입자가 070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그쪽에서는 '해지 신청을 하면'이라는 표현을 썼음) 월 1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070에서 드리는 혜택, 다시 말해 070번호 가입자끼리의 무료통화 혜택등 070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왜냐하면 기존 가입자들은 모두 이전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070가입자인지 알 수 없다. 필자는 070가입자끼리 무료 통화를 해본 적이 없다. 혹 알아도 핸드폰을 사용하지 요즘 세상에 누가 집전화를 사용하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될 문제가 하나 있다. LG파워콤이 3일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시행에 앞서 필자가 의문을 표시한, 월 1000원 납부와 관련해 기존 가입자들에게 고지를 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주변에 LG파워콤 가입자에게 물어보니 모두 금시초문이었다.
 결국 LG파워콤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월 10000원 납부하는, 다시말해 070번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기존 가입자들에게만 해지신청을 받아주고 그렇지 않은 무지의(?) 가입자들에게는 계속 월 1000원을 받겠다는 속셈에 다름아니지 않는가. 가입자가 10만 명이라면 월 1억이고 20만이면 2억이다.
 단언컨데 소비자에 대한 기망 행위이자 대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폭리이다.

 고발할 게 또 있다. 단말기 문제이다.
 필자는 사실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인터넷전화와 무선인터넷 가입하면 상품권 13만 원을 준다는 사실에 혹해 가입했다(가입하고 나니 얼마 지나고 나니 15만 원을 줘서 화가 나긴 했지만).
 지난 2월에 가입했으니 9개월이 지났다. 정확히 10월말에 갑자기 단말기가 켜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단말기 밧데리 수명이 6개월이란다. 그러니까 이후부턴 아침에 출근할 때 충전기에 꽂아놓고 나와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밤에 퇴근하면 밧데리가 거의 없다.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기가 켜지지 않았다. 충전이 덜됐나 싶어 꽂아놓아도 켜지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기사아저씨가 왔다. 근데 LG전자서비스가 아니라 삼보서비스 소속이라고 했다. 10월부터 회사 차원에서 단말기 수리 업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이 사실도 참 이상하다. LG고객센터라는 게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대기업이라는 게 믿음이 가질 않는다.  
 다음날 기사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수리비가 8만2080원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많이 나와 문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다. 다시 한번 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새 단말기는 6만6000원, 처음엔 6만원이라 했다가 나중에 부가세 10%가 붙어 6만6000원이라 했다. 근데 수리비는 8만2080원. 그래서 필자는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낫겟다고 하자, 상담원은 가입할 때 단말기를 36개월 할부를 했기 때문에 4만여원이 남아 있다고 했다.
 8만2080원 대 11여 만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수 없이 8만2080원을 내고 수리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필자는 단말기의 경우 1년도 안됐는데 무상 수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상담원은 기사아저씨가 단말기를 보면 단말기가 문제인지, 가입자의 문제인지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이번 경우는 가입자가 단말기를 부주의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기사아저씨가 판단한다고 했다. 갱상도 말로 오야 마음이었다. 황당 그 자체다. 하여튼 믿음이 안간다.
 단말기의 밧데리도 문제다. 수명이 6개월이라서 계속 바꿔야 한단다.
 또 단말기의 경우 유선전화와 달리 소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통화할 경우 뜨거워져 통화가 힘들 정도가 된다. 요금 싼 것 말고는 하여튼 전부 좋지 못하다.

 무선인터넷도 아주 문제가 많다.
 필자가 사는 곳은 3000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이다. 처음엔 별 일 없이 잘 되다 어느날 컴을 켜니 네스팟 가입자가 주변에 생겼는지 네스팟이 초기 화면에 떴다.
 또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사아저씨가 방문했다. 방문하면 무조건 1만원.
 별 다른 방법은 없고 사용할 때마다 '무선네트연결상태'를 클릭해 일일이 파워콤을 잡은 다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도 한계가 있는 법. ap는 거실에 있지만 방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 혹 동영상을 볼 경우 소리가 끊어지면서 들리고, 최근에 와서는 인터넷을 하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 인터넷이 끊겨 있다.
 한마디로 불편하기 그지 없다. 기사아저씨를 부를려고 해도 방문만 하면 1만원을 내야 하니 매번 그럴 수도 없고, 하여튼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평일엔 집에 아무도 없어 약속시간을 잡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것도 큰 문제다.
 기사아저씨가 지난번에 와서 하는 말이 다음에 오더라도 이 이상의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최근에는 한번만에 접속도 잘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여러 모로 애를 먹이고 있다.
 만일 유선인터넷 업체에서 위약금을 물어준다면 정말이지 그쪽으로 옮겨가고 싶을 정도다.

결국 LG파워콤의 인터넷전화와 무선인터넷은 빚좋은 개살구에 다름아니다. 
 필자는 비록 LG파워콤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업체 또한 이와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중요한 점은 가격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음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경험담 위주로 서술했다.
 항상 그러하듯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현명한 선택을 바랄 뿐이다. 이 글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티스토리를 개설한 게 지난 4월 19일. 대략 4개월이 지났네요.
 전 원래 컴맹을 조금 벗어난 컴퓨터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전엔 티스토리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우연히 지난 4월 초에 다음 블로그 팀장이 저희 회사에 와서 블로그와 관련한 강의를 했습니다. 관심이 없었지만 주최측인 노조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했는데 자리라도 채워야 되지 않겠느냐고 사정을 해서 마지 못해 갔습니다. 당시 강의시간이 오후 4시. 저희 신문은 조간인지라 그 시간이 가장 바쁜 때 입니다.
 그 때 처음으로 티스토리라는 것을 접했습니다. 언론의 추세는 1인 미디어 시대로 간다는 것부터 시작해 블로그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무척 흥미있었습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자신의 블로그에 광고를 달면 밥값 정도는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여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뭐라 할까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희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지금까지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우매함이 동시에 오버랩되면서 잠시 망연자실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아! 이런 것이 있구나 정도였는데 사무실에 와서 보니 주변 동료들이 알게 모르게 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글쓰기가 본업인지라 바로 시작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산행과 여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컨텐츠가 있어 주변에선 제가 티스토리를 하기에 적임자라는 말도 티스토리를 바로 시작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4개월 정도 글을 포스팅하면서 그간 노력을 기울인 것에 비하면 현재의 구글 애드센스가 안겨다 주는 수익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입니다.
 이틀 동안 탑 클라스에 위치해 있고 클릭수가 10만건에 육박해도 고작 7~8달러.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머리속에 구상하고 고민하고 노력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여기에 복잡한 수익 배분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일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고 내용 또한 사실 이런 광고를 꼭 실어야 하나 생각드는 것도 제법 보였습니다. 이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블로그뉴스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인 블로거뉴스 AD가 나온다고 하니 가뭄에 단비를 맞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기대가 큽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의미있는 글을 포스팅해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블로거들이 거기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장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블로그 포스팅만으로도 생계가 가능해지는 그러한 시스템으로 꾸려나갔으면 합니다. 누가 압니다. 기자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멋진 민완기자가 탄생될 지.

 그리고 4개월 정도 티스토리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포스팅되는 기사의 옥석 구분이 아주 모호합니다. 물론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블로그 편집자의 책임도 있지만 제가 봐도 말도 안되는, 별 내용도 없는 형편없는 글과 사진들이 대단한 추천을 받아 상위에 랭크돼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향 평균화되는 길이죠. 하루빨리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합니다.

집사람 글이다.
정확히 지난 5월 29일 글 하나 썼다며 일하다 머리 아플 때 읽어보라고 메일로 보내왔다.

혼자 보기는 아까워 비난받을 각오를 하며 감히 옮긴다.
 
재미도 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있다.

그냥 우리 주변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각을 담은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또는 어떤 집단)를 폄훼할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얼마전 초등학교 동기모임에서다. 친구들과 서면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23년 되던 해에 우연히 모이기 시작하여 가끔씩 만나 수다도 떨고 사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꽤나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날 버스에서 내려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서 어수선하길래 물어보니 촛불집회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전경들과 닭장차(?)가 있구나 싶었다. 젊음이 기울어가는 내 또래에겐 가끔은 아픔과 아련한 추억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다.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다. 모임에 오다 보니 쇠고기 문제로 집회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더라는 이야기에서 재협상 이야기로 다시 대통령의 대국민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곧이어 우리는 삼겹살을 주문했다. 1인분에 6천원이었다. 사료수입상을 운영하는 친구는 환율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친구는 오늘 기름을12만원어치를 넣었다고 한다. 불과 얼마전 1700원대였던 것이 오늘 1800원대인데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이 한창이다. 등유를 파는 친구도 기름값이 올라서 벌이가 시원찮다고 걱정이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는 거였다.

 

그때 친구 C가 처음으로 우리 모임에 등장했다. 회사에서 늦게 마쳤다고 했다. 걸어오는 태(態)를 보니 배 모양새가 동글동글하다. 직장인 아저씨 모습이다. 얼굴 가득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친구들을 만나 반색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릴 적 모습 그대로다. 마침 테이블마다 삼겹살이 한 접시씩 나왔다. 한 친구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게 1인분인가요?" 대답은 4인분이라고 했다. 다들 놀라서 고기접시와 종업원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비싼 고기니까 아껴먹으라는 둥, 상추 두 장 깔고 고기 한 점 놓으라는 둥 느스레를 한참 동안 떨었다.

 

친구 C가 조목 조목 설명한다. "우리들은 대통령 욕하지만 대통령은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 쇠고기든 뭐든 수입개방 안 하니까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안티국가들이 생겨서 한국 제품 수입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거든. 우리가 수입개방 안 하니까 우리도 수출 못하는 거지. 그러니까 자동차나 반도체 제품의 수출이 막히고 그러니까 달러를 못 벌어들이는 거야. 그게 악순환되어 국내에 돈이 없으니까 자꾸 기름값도 올라가고, 삼겹살값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고 수출 안 되고 그러는 거야.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결단을 한거야." 듣고 보니 그렇다. 대통령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구나.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린 대통령을 중상모략했었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맨날 축구만 하던 녀석이 배가 동글동글 인격을 갖추더니 점점 경제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지성도 갖추었구나. 내 친구 C는 멋져 보였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뭐가 찜찜한 건지 모르겠다. 물가도 비싸고 고기값도 비싼게 현실이니 상추 두 장깔고 삼겹살 한 점을 올려놓고 먹었다. 그렇다고 상추 두 장깔고 먹는다고 몇 명은 내게 핀잔을 준다. 친구 C에 따르면 요즘 핸드폰 국제 수출이 현격하게 줄고 있단다. 마음속으로 걱정이 점점 늘어난다. 상추를 두 장이 아니라 세 장이라도 깔고 싶어졌다. 노무현대통령이었다면 정면돌파하면서 국민들에게 조목조목 알렸을 것이다. 우리 귀에 곱지 않은 언사(言事)이었을지언정 국민들에게 소고기 사태에 대해 알렸을 것이다. 현 정부는 국민들 몰래 스리슬쩍 그러나 급속도로 일을 진행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고난의 가시 면류관을 쓴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우린 정말 핸드폰을 팔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미친소(너그럽게 말해서 미쳤을 지도 모르는 소)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친구 C는 소위 '삼성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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