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의 정취는 유채꽃에서 절정에 이른다. 수중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조성된 샛노란 유채밭에서 두 명의 아가씨가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제주 봄 마중 다녀와서

 꽃을 찾으러 제주에 갔습니다. 아니, 제주로 봄을 마중나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건만 아무리 목 빠지게 기다려도 우리네 고국산천의 봄 소식은 아직 요원했기 때문입니다. 올겨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눈도 많이 왔지요. 지구온난화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은 예년에 비해 열흘 내지 보름 정도 늦다고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생화를 찍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도 지금쯤이면 부산 기장의 양지바른 산기슭에 복수초나 노루귀 바람꽃 등이 고개를 내밀 법도 한데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그래서 배낭을 챙겨 떠났습니다.
제주에는 겨울과 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동장군의 기세는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봄을 완강히 거부하며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고산 지역에는 수시로 눈발이 날려 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일부 도로는 스노체인이 없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산 아래 마을 구멍 숭숭 뚫린 돌담 밑과 고샅길, 그리고 바닷가의 양지바른 언덕과 밭둑 구석구석에는 봄기운이 겨울을 밀어내며 움트고 있었습니다.

육지에선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며 봄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즈음 남녘의 땅 제주에선 그렇게 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봄의 전령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지요. 수선화 매화 유채꽃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동백은 서서히 지고 있더군요.
   
제주로 유배온 추사 김정희가 어여삐 여겼다는 수선화는 도시의 화원이나 여염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상용이 아니라 애초부터 우리 땅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야생 수선화랍니다. 소박하면서도 꽃향기가 아주 진해 매년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옛 선비들이 봄이면 말을 타고 탐매(探梅)에 나섰다는 매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특히 흰 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활짝 핀 매화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선 매화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주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유채꽃은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산방산 주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봄 햇살 아래 가느다란 몸을 흔들어대며 뿜어내는 고혹한 향기와 자태는 매혹적이었습니다. 아니, 아찔했습니다. 목책 사이로 유채 꽃잎을 물고 낮잠을 청하는 조랑말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봄의 정취를 느낍니다.

이참에 제주로 한번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개학을 앞둔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지요. 자고로 비수기 때 찾아야 대접받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산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유채밭.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유채밭.
섭지코지에서 성상일출봉과 그 우측 뒤 우도를 배경으로 한 유채밭.
구멍 숭숭 뚫린 검은빛의 현무암 돌담 아래 이쁘게 핀 야생 수선화.
산방산 인근 하멜기념비에서 본 야생 수선화와 송악산. 배는 하멜이 타고 온 상선을 재현한 것이다.
 송악산 가는 길에서 본 야생 수선화경.

산방굴사 가는 도중 만난 흰 동백.

동백 뒤 산은 송악산.


산방산 일대에서 봄볕을 쬐고 있는 조랑말.
산방산 일대의 유채밭.
산방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하멜기념비. 주변엔 야생 수선화가 만개해 있다.


순백의 한라산과 매화의 조화, 휴애리농원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매화가 만발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능수매화.
한라산이 잘 보이는 지점에 제주 전통초가를 짖고, 안엔 통유리를 만들었다. 아뿔사, 구름이 한라산을 가렸다.

백매.

홍매.


 제주 남쪽 땅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해발 250m 지점에 위치한 자연생활공원 '휴애리'는 제주의 '청매실농원'으로 불린다. 경상도 할매 홍쌍리 씨가 운영하는 광양의 청매실농원과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육지의 상춘객이 쇄도하는 청매실농원은 발아래 아름다운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반면 '휴애리'에는 만개한 매화 뒤로 흰 눈을 인 한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풍경만으론 설중매(雪中梅)다. 눈 덮인 히말라야 고봉을 배경으로 발아래 야생화가 만발한 모습과 감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한라산과 매화의 조화가 일품인 '휴애리'는 한라산이 잘 보이는 또 다른 지점에 제주 전통초가를 짖고, 안에는 통유리를 만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한라산을 감상하라는 배려다.

지난달 10일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1만2000여 그루의 매화는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관광객들은 달콤한 향기가 유혹하는 매화 사이로 열린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걸으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 바퀴 도는 데 50분 정도. 행여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흩날리는 오편화 꽃잎에 '꽃멀미'가 일 정도다. 휴애리 양지선 대표는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게 핀 매화는 이달 말이면 절정을 맞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7년 문을 열어 아직 제주사람들도 다 알지 못하는 '휴애리'에는 예전 민초들의 삶을 소재로 한 사진과 그림도 전시돼 있다. 특별히 '휴애리'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토끼 흑돼지 조랑말 염소 송아지 다람쥐 꿩 타조 토종닭 거위 오리 등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만져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미끄럼틀을 타는 흑돼지쇼다. TV에도 소개된 이 흑돼지쇼는 생후 150일 안팎의 20여 마리의 똑똑한(?) 흑돼지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오전 10시~오후 5시 매 정시에 시작한다. (064)732-2114

흑돼지 미끄럼틀쇼.

쇼를 마친 흑돼지들이 팬들로부터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휴애리 공원의 소라구이. 별미다.

여긴 우리에 들어가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추사 선생이 어여삐 여긴 야생 수선화   

제주에서 자생하는 수선화는 한때 천덕꾸러기였다. 제주도 방언으로 수선화는 '말마농'. 말 그대로 '말이 먹는 마늘'이지만 속뜻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마늘'이라는 의미.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 수선화는 번식력이 강해 한 번 밭에 뿌리를 내리면 다른 농작물의 생장을 가로막을 정도로 무성하게 퍼졌다. 당연히 농민들 입장에서 수선화는 뽑아 버려야 할 잡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도로 등 관광기반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야생 수선화는 송두리째 잘려 나갔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정남복 이장은 "대문만 나서면 발에 차이던 그 많던 수선화는 일시에 사라져 이제는 귀한 존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야생 수선화는 1월 중순부터 싹을 틔워 2월 고혹한 자태를 맘껏 뽐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 중순 꽃잎을 떨군다. 하얀 꽃잎 속의 노란 꽃술이 탐스러운 데다 향기마저 진해 제주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화초도 없는 듯하다. 혹한에 싹을 틔운 것이어서 우리네 민초들의 삶과 대비돼 더욱 정이 간다.

야생 수선화는 제주의 서남쪽인 서귀포시 산방산 일대와 제주에서 해안드라이브길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안덕면 사계리~송악산 해안도로,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비행기 격납고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알뜨르비행장이 들어섰던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제주 주민들에게 외면받던 수선화를 유달리 사랑했던 인물은 당대의 명필이자 화가였던 추사 김정희였다. 그가 9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 수선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던 대정읍 안성리였다.

추사가 유배생활을 한 대정읍 쪽에서 본 바위산인 단산(왼쪽)과 산방산. 
 
추사는 대정 들녘에 핀 수선화가 잡초처럼 뽑히는 광경을 볼 때마다 자신의 참담한 신세를 떠올리며 어여삐 여겼다 전해온다.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 '호미 끝에 버려진 예사론 너를 오롯이 창가에 놓고 키우네'라고 적은 글귀는 수선화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바위산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방산 일대에는 수선화 외에도 볼거리가 적지않다. 산방산 중턱에 위치한 산방굴사는 예부터 스님들이 불상을 모셔두고 수도를 한 곳으로, 발아래 용머리해안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한 폭의 풍경화다. 용머리해안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해안의 서너 배쯤 되는 규모. 수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화산쇄설성 퇴적암층이 파도와 바람의 침식으로 변화무쌍한 동굴과 돌문 등의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산방굴사.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제주 남서쪽의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에서 내려다본 서귀포시 안덕면·대정읍 일대의 봄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방굴사 내부. 동굴 위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를 모은 약수도 보인다.
산방굴사로 올라가는 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머리해안과 형제섬.
가운데 조그만 형제섬 우측의 산이 송악산이며 그 좌측 뒤 희미한 섬이 마라도다.
용머리해안.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해안의 서너 배쯤 되는 규모.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사계리 해안도로를 내달리면 만나는 송악산은 이 일대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제주의 남쪽 끄트머리에 불끈 솟아오른 오름인 이곳에 서면 산방산 한라산 용머리해안 형제섬 모슬봉 마라도 가파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올레 10코스의 중간쯤 되는 사계리 해안에는 빠뜨려선 후회할 식당이 한 곳 있다. '남경미락'(064-794-0077)이다. 생선을 소금간만 한 채 무 고추 파만 넣어 푹 끓인 제주 향토음식 '지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해 김영삼 노무현 반기문 한승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다녀간 사진도 걸려 있다. 이 집은 특히 전망이 좋아 2층 방에 앉으면 송악산에서 본 환상적인 풍광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남경미락' 2층 방에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그리고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남경미락' 앞바당에서 본 풍광.

'남경미락'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그는 제주에 오면 이 집을 찾았다고 한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한승수 전 총리도 이 집을 찾았다.


제주 향토음식인 '남경미락'의 '지리'. 제주에선 제사 때 탕국 대신 이 지리를 올린단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 본 풍경. 좌측부터 산방산과 그 우측 조그맣게 보이는 돌산이 용머리해안, 그 우측이 화순항이고, 맨 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 본 형제섬.
제주 올레꾼들이 사계리 해안도로를 걷고 있다.
송악산 가는 도중 바라본 풍경. 한라산과 형제섬 그리고 노란색 배는 관광상품인 잠수함.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도중 바라본 풍광. 우측 긴 섬이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이고, 그 왼쪽 뒤가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송악산에서 바라본 풍경. 산방산 한라산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환상의 샛노란 유채밭
   
제주 봄의 정취는 누가 뭐래도 유채꽃에서 완성된다. 시기적으로 약간 이른 이달부터 피기 시작해 4,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특용 작물로 재배됐지만 요즘에는 관상용으로 심어 관광객들에게 봄의 기운을 전해준다.

검은빛 현무암 돌담에 둘러쌓인 채 봄바람에 가냘픈 몸을 맡겨 흔들리는 샛노란 유채꽃의 자태는 멀리서 보면 대형 캔버스에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 듯 매혹적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유채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정도 찍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유채밭이 많이 조성돼 있지만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주변과 산방산 일대가 사진 촬영하기에 가장 아름답다.

10만 년 전 엄청난 규모의 수중 화산폭발로 생겨난 성산일출봉 주변 성산리와 오조리 인근 도로변에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너른 유채밭이 조성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내려 셔터를 누르는 데 여념이 없다. 해발고도 182m에 불과한 성산일출봉은 고도에 비해 오르기는 만만찮다. 수백 개의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은 물론 우도와 섭지코지 등 주변 일대가 한눈에 보여 육신의 고달픔이 일순간 사라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걸어서 왕복 50분.

바닷가 절벽 위의 아름다운 수녀원과 주상절리 등 해안선이 아름다워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한 섭지코지에도 역시 유채꽃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흩날리는 유채밭의 풍광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산방산 일대의 유채밭은 인근의 하얀 수선화와 조화를 이뤄 사뭇 목가적이다. 노란 유채꽃잎을 한입 베물고 봄볕을 쬐며 서성이는 조랑말의 여유로운 모습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제주 봄꽃이 한자리에,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제주의 봄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제주 봄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이곳에는 6년 전 조성한 매화정원이 있어 이른 봄이면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백매 홍매를 비롯 능수버들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진 능수매화라 불리는 수양매화가 눈길을 끈다. 잘 단장된 수선화가 곱고 흰 꽃망울을 터뜨려 매화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산수유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강정환 학예팀장은 "산들바람이 불거나 바람 한 점 없이 햇빛이 내리쬘 때 매화와 수선화의 향기가 동시에 발 아래에서 올라와 관람객들의 애간장을 녹인다"고 말했다. 아열대식물원과 제암민속마을, 천연기념물인 협재굴과 쌍용굴 황금굴 등 천연동굴도 빠뜨리지 말자.

한림공원 인근에는 육지와의 거리에 따라 물빛이 옥빛 비취빛 에메랄드빛 등으로 보이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젊은 섬인 비양도가 신기루처럼 떠 있으니 이 또한 둘러보자.

협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젊은 섬인 비양도. 
한림공원의 야생 수선화.
                 한림공원의 매화.
한림공원의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사방이 온통 산·산·산 '산의 물결'
포항 죽장면 오지 중 오지…걷는 시간만 6시간30분 강행군
내륙과 바닷가 쪽인 청하 오가는 민초들의 물물교환로
시종일관 크고작은 봉우리 오르내림…어림잡아 15개 넘어

 구암산은 오랫동안 산꾼들이 찾지 않은 청정 그대로의 때묻지 않은 산이다. 사진은 구암산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송 쪽의 주왕산 일대.
구암산에서 본 영천 쪽의 산들. 왼쪽에서부터 면봉산 베틀산 보현산이 보인다.

 포항의 최북단 죽장면과 청송 부남면을 가로지르는 구암산(807m).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은 태백 영양 청송 영덕 포항 영천 경주 등 경북 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남하한 뒤 부산의 몰운대에서 끝이 난다. 흔히 바닷가 쪽인 영덕 포항 경주 지역의 산들이 낙동정맥의 동쪽에 포진해 있는 반면 이번에 산행팀이 소개하는 구암산은 예외이다. 낙동정맥 서편의 내륙오지에 위치한 구암산은 남서쪽으로 베틀봉 면봉산 보현산으로 이어지는 보현지맥과 연결되며, 북서쪽으론 길안천과 용전천을 가르며 노래산 약산을 거쳐 이른바 54㎞나 되는 구암지맥을 일으켜 안동의 임하면에서 그 맥을 다한다.

이번 구암산 산행의 들머리는 포항시 죽장면 상사리. 이웃한 청송 현동면과 이어지는 포장로는 최근 완공됐지만 정작 포항에서 들어오는 진입로는 아직 비포장일 정도로 오지 속의 오지이다.

 마을 입구에서 조그만 구멍가게인 상사슈퍼를 운영하는 이태국(75) 씨는 "옛날엔 여기서 산너머 청송 부남면 양숙리 거두산(마을)을 거쳐 바닷가 쪽인 청하면으로 갔고, 청하에서도 이 주변에서 가장 큰 장이 열리는 청송 현동면 도평리까지 해산물을 갖고와 팔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는 19~20세 때인 1950년대 중반까지 이 구암산을 넘어 청하까지 가서 소금을 구입해 지게에 지고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 구암산은 내륙인 청송 현동 및 포항 죽장과 갯가인 청하를 잇는 민초들의 물물교환로였던 것이다. 마치 경남 하동과 함양을 잇는 그 유명한 소금길처럼.

이후 1960년대 초반 도로가 나면서 사실상 이 산길은 역사속으로 묻혔다. 최근 들어 포항·청도 시군 경계 및 보현지맥 종주자들이 이 길을 찾을 뿐 그 외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산꾼의 관점에선 이 점이 되레 장점이 될 수 있다. 발목까지 덮는 낙엽을 헤치며 청정 산길을 걷는 오지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새 중에 검은등뻐꾸기란 놈이 있다. 스님들이 하안거에 드는 5월부터 이 산 저 산 천지사방을 돌아다니며 울어대는 두견이과 여름철새이다. 이름은 잘 몰라도 아마 산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새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아! 이 소리'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이 검은등뻐꾸기의 닉네임은 '홀딱벗고새'. 그 울음소리가 바로 '홀·딱·벗·고'라고 들리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홀·딱·벗·고'라며 네 박자로 울어대 최근에는 일명 '송대관새'라고도 불린다.

구암산에는 특히 검은등뻐꾸기가 많다. 인적 드문 한적한 산길, '홀딱벗고새'와 벗하며 '즐산'하길 바란다. 이 검은등뻐꾸기는 그 모습을 한번 보려고 살금살금 다가가면 이내 울음을 뚝 그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수년 전부터 구암산 자락에는 대규모 벌목이 진행되고 있어 일부 산사면이 벌거숭이로 변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 구간만 통과하면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묵은장맛과도 같은 전형적인 우리네 산길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죽장면 상사리 마을회관~점말(마을)~연일 정씨묘~경주 김씨묘~영천 황보씨묘~지능선~해주 오씨묘~주능선(611봉)~(벌목 현장)~폐 헬기장~구암산(807m·삼각점)~갈림길(구암산·보현지맥 분기봉)~임도~산길~임도~폐 헬기장~송이골 안부사거리(백고개)~임도~보현지맥 갈림길(671m)~잇단 묘지~잣나무숲~사과밭~도로~상사리 마을회관 순. 걷는 시간만 6시간30분 걸린다. 시종일관 고만고만한 잔봉의 오르내림이 심해 꽤나 힘이 든다.

상사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한 후 방금 지나온 다리를 건너 개울을 따라 걸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사과 및 대추나무밭을 지나면 낙엽송이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17분 뒤 점말(마을). 한때 7가구가 살았던 이곳은 이제 대형 축사로 변해 있다. 점말을 지나면서부터 흙길로 변한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계곡길이 둘로 갈린다. 산행팀은 반듯한 좌측으로 향한다. 연일 정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오간 데 없어 희미한 흔적만 따라갈 뿐이다. 산괴불주머니 애기똥풀 등이 보이는 평탄한 이곳은 가만히 보니 오래 내버려 둔 묵정밭. 까만 비닐이 덕지덕지 묻혀 있는 광경이 이를 입증한다.

어느새 길은 개울로 떨어진다. 좌측으로 물길 따라 한 굽이 돌면 희미한 길을 만나지만 이내 개울을 또 만난다. 이번엔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선다. 순간 길이 안 보이지만 7m쯤 나아가면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이젠 고개를 숙이고 덤불을 헤쳐나간다. 이후 개울을 한번 더 지나 산길로 올라선 후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면 영천 황보씨묘. 연일 정씨묘에서 22분. 주변 지형을 살피면 계곡합수부를 갓 지난 지점이다. 여기까지 오면 초입 길찾기는 사실상 끝.

이제 묘지 우측 뒤로 계곡을 뒤로한 채 올라선다. 꽤 된비알이다. 10여 분 힘겹게 올라서면 경사가 수그러들어 주능선인가 싶었더니 지능선이다. 다시 우측으로 향한다. 해주 오씨묘를 지나 된비알 돌길을 치고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제 우측(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좌 청송 부남면, 우 포항 죽장면'인 시군 경계 종주길이라 능선길만 따라 가면 된다. 간혹 종주 리본도 보여 별반 무리는 없지만 반복되는 오르내림은 각오해야 한다. 하산 때까지 줄곧 크고 작은 봉우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40분쯤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4~5m 아래 전망 바위에 서면 청송 쪽 주왕산과 포항 쪽 낙동정맥 및 동대 바데 향로산 등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계속되는 오르내림의 연속. 신갈 상수리 등 참나무 군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밑에는 곰취 취나물 등 산나물이 지천이다. 20분 뒤 한 굽이 올라서면 벌거숭이 산사면이 목격된다. 절골이다. 알고보니 허가받은 벌목 현장이다. 전량 종이공장으로 간단다. 3분쯤 내려서면 왼쪽에서부터 면봉산 베틀산 보현산 수석봉 작은보현산이 확인된다.

이 흉물스러운 벌목 현장은 산길 우측으로 25분 정도 이어진다. 도중 폐 헬기장도 지난다. 구암산 직전 산사면 아래엔 포크레인이 벤 나무를 옮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벌목 현장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 오르내리면 이내 구암산 정상. 폐 헬기장에서 21분. 삼각점이 있다.
  
여기서 비교적 반듯한 남서릉을 타고 776봉을 지나 28분 정도 따르면 갈림길.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길찾기에 유의해야 되는 지점이다. 구암산·보현지맥 분기봉으로, 왼쪽 다리방재(달의령)로 내려서는 시군 경계 종주길 대신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구암지맥 대신 보현지맥길로 가는 것이다.

10분 뒤 임도로 내려선다. 낙동정맥의 보현지맥 분기점인 가사령에서 다리방재를 지나 상사리 송이골로 연결된다. 바로 건너 능선으로 향한다. 5분 뒤 좌측으로 시야 트인 전망대에선 운주산과 침곡산이 보인다. 다시 임도. 앞선 임도에서 8분. 40m쯤 내려가 곡각지점 왼편 산자락으로 진입, 올라선다. 봉우리 하나를 살짝 넘으면 갈림길로 능선 분기봉이다. 임도에서 14분. 좌측 대신 우측으로 휘는 길로 내려선다. 다시 잔봉 두 개를 넘으면 폐 헬기장.

산행 도중 방금 먹이를 먹어서인지 몸통 부분이 두툼하게 부어오른 독사도 만난다.

헬기장에서 13분쯤 내려서면 놓치기 쉬운 갈림길. 직진 대신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올라선 후 다시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안부 사거리로 지형도엔 '백고개'라 표기돼 있다. 우측 송이골, 좌측 석계리로 내려서는 희미한 소로가 보인다. 주변이 말 그대로 송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여기서 100m쯤 직진하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백 번이나 굽어진다 하여 '백고개'라 불린단다. 체력이 부칠 경우 산길 대신 임도 우측을 따라 송이골을 거쳐 상사리 마을회관으로 원점회귀해도 된다.

바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운기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임도급 산길이지만 연이어 두 개의 봉우리가 기다린다. 상당히 힘이 든다. 둘째 봉우리에선 우측 구암산 능선과 앞서 본 벌목 지대가 보인다.


다시 내려선 후 거친 바위길을 오르면 보현지맥 갈림길(671m). 안 보이던 리본이 보인다. 좌측으로 내려서면 옷재와 꼭두방재로 이어지는 보현지맥길,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올라선다. 좌측 보현지맥 쪽은 사람이 제법 다녀 리본이 보이지만 이 길은 리본 하나 없는 미지의 산길. 다행인 점은 큰 무리없이 걸을 만하다는 것.

여전히 산길은 오르내림의 연속. 이장한 듯한 세 번째 묘지가 위치한 봉우리를 지나 네 번째 묘지에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보현지맥 갈림길에서 40분. 이 길만 찾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다행히 산길이 열려 있다. 7분 뒤 묘지를 지나고 10분 뒤 산을 벗어나 사과밭을 지나 도로와 만난다. 상사리 마을회관은 여기서 4분이면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15개 이상의 잔봉들이 산행 내내 앞을 가로막아

포항에서 최고의 오지는 죽장면. 이 죽장면에서도 3대 오지가 있다. 보현산 베틀봉 면봉산 작은보현산이 감싸고 있는 두마리, 낙동정맥상의 통점재 가사령 및 내연산 향로봉 샘재 괘재령 성법령 등 고개로 둘러싸여 있는 상옥리, 그리고 보현지맥 넘어 별도로 떨어져 있는 구암산 아래의 상사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두마리와 상옥리는 포항서 가장 눈이 먼저 오고 녹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산행 기점인 상사리 평지동. 주변 골짜기에 비해 마을 일대가 편평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민들은 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 분소(옛 죽장초등 상사분교)와 상사마을 작업장창고가 위치한 아랫마을을 시문, 상사리 마을회관이 위치한 윗마을을 평판이라 부른다. 국토지리정보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아랫마을 지점에 평지동이라고만 표기돼 있다. 참고하길.

산행팀이 경험한 구암산(九岩山)의 이름은 영덕 팔각산, 고흥 팔영산, 진안 구봉산과 같은 '과(科)'로 분류된다. 차이라면 변화무쌍한 기암괴봉이 산 이름의 앞의 숫자만큼 병풍처럼 비경을 선사하는 반면 육산인 구암산은 기암괴봉의 연속은 아니지만 적어도 15개 이상의 잔봉들이 산행 내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해서, 별 무리없이 완주했다면 일본 북알프스나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등 웬만한 외국의 명산 등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교통편 -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불가…승용차 이용해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위덕대 7번 국도~울산 포항 7번~포항 보문관광단지~포항 7번~포항 울진 위덕대~포항 안강~영천 안강 양동마을 28번~안강 28번 우회전~대구 영천~영천 기계 28번~기계 31번 안강 68번~기계 31번 우측으로 내려선 후 우회전~청송 기계 서포항IC 31번 좌회전~포항시 기계면 안내판~청송 기계 31번 직진~청송 죽장 31번~한티터널~죽장면 안내판~청송 죽장 31번~청송 현동 31번 좌회전~죽장고교~LG주유소~합덕교~합덕리 삼거리서 상사리 마을회관(10.7㎞) 우회전~상사보건진료소(비포장로)~옷재(비포장끝)~평지동~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 분소 앞 우회전~상사리 마을회관 순.

대중교통편은 워낙 오지라 연계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참고로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천에 내려 이곳에서 청송행 버스를 타고 현동면 소재지인 도평(리)에서 하차한다. 도평에서 상사리까지는 하루 2회(오전 7시, 오후 2시)뿐이라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1만2000원 안팎.


 

급경사만 90분… 암릉 두른 정상 서면 백두대간 한눈에

도솔봉 정상에서 소백산 주능선을 조망하는 산꾼들. 정북으로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확인된다.

진정한 산꾼들은 국립공원을 잘 찾지 않는다.
빼어난 산세와 울창한 숲,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황홀한 조망 그리고 잘 정비된 등산로와 이정표 등으로 ‘돈값'을 하는 국립공원에는 워낙 많은 장삼이사들이 찾아 되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과일껍질은 이내 썩는다며 아무렇게나 버리질 않나, 야생동물이나 주변 사람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연신 ‘야호!'만 질러댄다. 진달래나 철쭉 등 꽃축제와 단풍 시즌에는 줄지어 올라야 할 정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계곡에 발 담그고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게 신설놀음할 요량으로 떠났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기분은 기분대로 망치는 그런 시행착오는 한 두 번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이라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 예외가 있게 마련이다.
일명 ‘똥바람'이라 불리는 매몰찬 북서풍과 잦은 폭설 그리고 연분홍 철쭉 군락으로 상징되는 소백산 도솔봉이 바로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지도를 펴놓고 가만히 소백산 국립공원을 살펴보면 말머리를 빼닮았다. 마두(馬頭)의 입부분이 부석사를 품은 봉황산이라면 도솔봉은 목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된다.

재밌는 점은 말머리를 한 가운데로 가르는 선이 백두대간이자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가르는 도경계이다. 참고로 백두대간의 소백산 구간은 갈곶산~마구령~미내치~고치령~늦은맥이재~국망봉~비로봉~제1연화봉~연화봉~제2연화봉~죽령~삼형제봉~도솔봉~묘적봉~묘적령 순. 봉황산은 대간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도솔봉은 펑퍼짐한 육산이지만 정상 일대만 바위절벽으로 둘러쳐진 암봉이다.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등 죽령 이북의 봉우리가 여성스러운 육산인 점과 차이라면 차이이다.

소백산은 이제 철쭉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머지않아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 것이다. 도솔봉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공원 소백산 홈페이지에는 철쭉 개화 상황이 매일 사진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소백산 최남단인 도솔봉은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워낙 넓어 그곳까진 손길이 미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되레 플러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한적한 철쭉 산행, 바로 이 점이 도솔봉의 매력인 것이다.

산행은 사동리(절골)~사동유원지 주차장~‘소백산' 대형 입간판~산불감시통제소~도솔봉(1314m) 정상~헬기장~묘적봉~묘적령~임도~계류~임도~임도차단시설~산불감시통제소~사동유원지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0분 안팎. 시종일관 외길인데다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주차장의 도솔봉 등산안내도를 점검한 후 포장로를 따라 계류를 우측에 끼고 걷는다. 정면 저 멀리 살짝 보이는 봉우리가 도솔봉이다. 50m 뒤 갈림길. 소나무 가지에 안내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불감시 통제소를 지나 계류를 건너면 산길로 이어져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국유임도시설비와 ‘소백산' 대형 입간판을 잇따라 지나면 산불감시 통제소 앞 갈림길. ‘도솔봉 3.2㎞'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곡을 건너면 바로 소로가 열려 있다. 그간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길섶 잡목 가지가 얼굴을 스친다. 계류를 다시 한 번 건너면 본격 오르막 산죽길. 주차장에서 30분. 이때까진 가벼운 몸풀기일 뿐.

‘악!' 소리나는 지그재그 된비알로 접어든다. 조망도 없는 숲 터널이다. 정상까지 애오라지 오르막의 연속이다. 이 된비알이 산의 수려함을 돋보이게 하는 공신이겠지만 1시간30분이라는 지루한 급경사길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고행길이다.

그 고통은 연분홍 철쭉이 덜어준다. 2~3m쯤 되는 키 큰 연분홍 철쭉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철쭉 감상으로 위안을 삼자. 도중엔 해발고도가 표시돼 있고, 죽령에서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과 하산길 능선 그리고 목적지인 도솔봉도 오름길에서 간간이 확인된다.

당개지치.

큰앵초.


피나물.

홀아비꽃대.



1시간쯤 지나면서 경사와 숲의 밀도가 동시에 낮아지며 한결 여유가 생긴다. 발 밑 곳곳에는 금강애기나리 천남성 둥굴레 윤판나물 큰구슬붕이 참꽃마리 노루삼 족도리풀 피나물 산괴불주머니 등 온갖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해발 1290m쯤, 그간 안 보이던 집채만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 정상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우측으로 에돌아 마지막 급경사 암릉을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상봉. 정상은 두 세 평 남짓한 바위절벽으로, ‘부산 산사나이들'이 최근 세운 조그만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철쭉이 만개한 도솔봉에 서면 들머리 사동유원지와 방금 올라온 능선길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정상에서 본 소백산 주능선.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이 또렷이 보인다.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정북으로 소백산 천문대가 자리한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그 아래로 죽령 그리고 죽령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이곳 도솔봉으로 왔다가 다시 남으로 묘적봉 묘적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백산 등로 중 가장 인기있는, 연화봉 아래 희방사 쪽 계곡도 확인된다.

하산은 동쪽 헬기장 쪽으로 향한다. 이제 백두대간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죽령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으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 암릉으로 내려가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헬기장엔 단양군이 세운 정상석이 있지만 실제 정상은 앞서 봤던 지점이다.

하산길인 암릉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돌탑이 서 있는 묘적봉.


이어지는 철쭉길을 지나면 제법 험한 암릉길. 대책이 안 섰던지 급기야 고무를 덧댄 계단길이 설치돼 있다. 두 번째 계단을 내려올 땐 정면 발 아래 영주시와 중앙고속도로가 펼쳐진다. 대간길 왼쪽은 영주, 오른쪽은 단양이다. 이 길 또한 연분홍 철쭉이 화려하게 나그네를 맞는다. 묘적봉(1148m)까지는 대략 50분. 조그만 돌탑 앞에 나무 팻말이 서 있다. 그 뒤로 도솔봉이 보인다.

하산길에는 마냥 걷고 싶은 순한 길을 만난다. 

하산길엔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묘적령 가는 길이 이번 산행 중 가장 순한 길이다. 이 때문인지 철쭉이 가장 예뻐 보인다. 20분이면 닿는다. 이제 본격 하산길. 묘적령에서 직진하면 저수령.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 사동리(절골·3.7㎞) 방향으로 내려선다. 훼손지 생태복원을 위해 옛 등로를 막고 침목으로 다리나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벌깨덩굴 삿갓나물 등도 눈에 띈다.

15분 뒤 벤치가 있는 임도. 곧바로 길을 건너 절골로 내려선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낙엽송 숲을 지나면 계곡을 만난다. 나란히 걷다가 몇 차례 계류를 건너 우측으로 향하면 다시 임도. 앞선 임도에서 35분 걸린다.

임도에서 우측 사동리 방향으로 간다. 임도차단시설을 지나면 산불감시통제소에 닿고,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12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죽령~사동리 코스, 가이드 산악회가 애용
소백산 도솔봉은 대개 구름도 쉬어 간다는 아흔아홉구비 죽령(689m)에서 출발한다.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에 닿아 대개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로 하산한다. 다리힘이 좋은 건각들은 여기서 산행팀이 걸었던 묘적봉을 지나 묘적령에서 사동리로 하산하든지 아니면 능선 왼쪽으로 열린 영주시 풍기읍 전구리로 내려선다. 이 코스는 원점회귀가 안돼 가이드 산악회가 주로 애용한다. 승용차를 갖고 원점회귀를 원한다면 산행팀처럼 사동리에서 도솔봉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 된다.

소백산 철쭉제(단양권)는 23~31일 열린다. 특히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연분홍 철쭉이 장관이다. 참고로 영주권 소백산 철쭉제는 29~31일 열린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당일치기 어려워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이드 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대구TG~대전 도동 분기점~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 단양IC~단양 대강 구인사 5번 우회전~예천 사인암 좌회전~장림교~예천 단양온천~예천~장정리 단양온천(사동계곡 6㎞)~도솔봉 사동유원지 좌회전~사동리(절골)~사동유원지 주차장 순.

 사동리 가는 도중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사진)을 볼 수 있다. 사인암 삼거리에서 사동리는 왼쪽길이지만 잠시 오른쪽으로 300m만 가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어 놓치기가 어렵다.

 사인암은 고려시대 시인 우탁이 사인(舍人·정4품) 벼슬에 있을 때 자주 휴양하던 곳으로, 조선 성종때 단양군수 이제광이 명명했다.

 70m쯤 되는 자색(紫色)의 수직벽에 수백 개를 헤아리는 기묘한 암석들이 가로 세로로 불규칙한 절리를 이뤄 절경을 선사하는 사인암은 절벽 끄트머리에 걸려 있는 낙락장송의 자태와 어울려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인암을 끼고 굽이치는 골짜기는 특히 아름다워 운선구곡(雲仙九谷)이라 불린다. 

암벽에는 우탁의 친필 감회가 새겨져 있고, 시비에는 우탁의 탄로가(嘆老歌) 2수가 전한다. 그 중 세간에 널리 알려진 한 수를 소개한다.
'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 손에 가시쥐고 /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덩치 비해 골 깊고 능선 변화무쌍, 경주IC 진입 후 오른쪽 바로 보여
남산부석·상사바위 등 수석전시장, 상선암 마애불 등 볼거리 무궁무진

늠비봉 정상에 기단을 만들어 세운 늠비봉 오층석탑. 그 뒤로 경주시가지와 배리평야는 물론 구미산 선도산 옥녀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경주팔괴의 하나인 남산부석. 큰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바위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명명된 이름이다.

산행 이정표 역할을 하는 '신라인의 미소' 와당.

 
 얼핏 보기에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아담하고 평범한 산이지만 막상 품에 안겨 보면 그 살림살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금새 감지할 수 있는 경주 남산. 한 마리의 거북이 서라벌 남쪽 깊숙이 들어와 엎드린 형상이다. 이는 경주IC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덩치에 비해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며 발길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이 빚어져 있어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남산에 오를 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신경을 곧추 세워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시나브로 등로를 벗어나면 마애불이 기다리고, 바위를 타고 한 굽이 오르면 전망 좋은 암봉에서 석탑이나 석불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고려 이후 무관심 속에 오랜 성상을 보냈지만 남산에는 아직도 ‘산속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유물유적이 널려 있다. 동서 너비 4㎞, 남북 길이 10㎞, 둘레 24㎞에 불과한 아담한 산속에 이처럼 유물유적이 집중된 경우는 아마도 남산이 유일하리라.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듯 싶다.

순례길은 70여 개. 2년 전 공룡능선을 타고 고위봉을 거쳐 칠불암 신선암마애불 등을 둘러보고 원점회귀한 산행팀은 그보다 북쪽인 금오봉을 중심으로 또다시 성지순례에 나섰다.

구체적 경로는 경주시 남산동 통일전 주차장~서출지~화기물보관소~국사골~마애여래좌상~부석~순환도로~헬기장~금오봉(468m)~상사바위~바둑바위~황금대~부엉골(포석골)~부흥사~늠비봉(오층석탑)~금오정~순환도로~일천바위~보리사 마애여래좌상~석불좌상~갯마을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5분 정도지만 문화재 및 사연있는 바위들을 구경하다 보면 5, 6시간은 족히 걸린다.

통일전 주차장에서 서출지(書出池)와 무량사를 잇따라 지나면 사거리. 우로 100m쯤 가서 왼쪽 다리를 건너 화기물 보관소를 통과하면 남산 안내도와 함께 갈림길. 왼쪽은 남산순환도로, 산행팀은 ‘남산 부석 1.3㎞' 라 적힌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 국사골로 향한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지천인 우리네 산의 전형이다. 우측 계류엔 물이 거의 말라 있다. 대숲을 통과하면 옛 굴바위 절터. 집채만한 바위 아래 자연굴이 있다. 진행 방향은 돌탑 쪽. 정면 저 멀리 경주팔괴의 하나로 손꼽히는 남산부석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지그재그 오르막 길이다. 9분 뒤 편평한 터. 순환도로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회하면 정면에 남산부석이 손에 잡힌다. 큰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바위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석 주변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그야말로 천태만상으로 솟아 있다. 편평한 바위를 돌면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20m 내려서면 큰 바위 아래 양지바른 지점에 마애불. 보존상태가 의외로 양호하다. 이내 부석. 부석 아래 받침돌이 상당히 불안하지만 불국정토에 앉아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장엄, 그 자체다.

한 굽이 올라서면 팔각정 터. 금오정에서 금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건너편엔 금오정과 늠비봉 오층석탑이 각각 보인다. ‘남산관광일주도로 준공비'가 서 있는 지점을 지난다. 지도 상의 사자봉이다. 직진하면 남산순환도로. 왼쪽 금오봉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좌측 저 멀리 고위봉을 감상하다 보면 ‘금오봉 80m'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4분 뒤 금오봉 정상. 너른 터에 큰 정상석이 서 있고 전망이 없다.

             경주 남산 금오봉 정상.

하산은 포석정 방향. 왔던 길로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곧 ‘←석불좌상' 이정표가 보이지만 실제론 길이 없다. 참고하길.

등로는 앞서와는 달리 부드러운 오솔길. 이 길은 등로 좌측 삼릉에서 상선암과 마애불을 거쳐 금오봉으로 올라오는 최단 코스로 남산 순례길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보면 상선암과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 그리고 배리들판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배리들판 건너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흐르는 강은 형산강이다.

약수골 마애대불(8.6m)에 어어 규모 면에서 두 번째인 상선암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5.2m).

상사바위.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주름이 많은 큰 바위더미이다.

일순간 정면에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 상사바위다.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주름 많은 큰 바위더미이다. 예부터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이곳에서 빌면 완쾌된다고 전해온다. 상사바위 우측에는 조그만 감실과 그 아래 석불입상이 서 있다. 진행 방향은 상사바위 좌측. 곧 상선암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바위틈새를 통과하면 쉼터. 우측 너른 전망대가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다. 얼마 못가 진주 강씨묘 인근의 전망대. 발 아래가 아찔한 절벽인 황금대다. 발 아래 포석정에서 해질 무렵 이곳을 올려다 보면 누런 빛이 발해 신라 때부터 신성시 돼 왔다 한다.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이때부터 급경사 내리막. 20분이면 부엉골(포석골) 계류에 닿는다. 이 길로 하산하면 포석정, 산행팀은 계류를 건너자마자 곧바로 우측 늠비봉 방향으로 오른다. 부엉골 너른 반석은 가지산 쇠점골 오천평반석이 부럽지 않을 정도. 이 너른 반석을 오르다 우측 산길로 향하면 곧 갈림길. 좌측 계곡으로 떨어지는 험로로 내려서자마자 건너편 산길로 오른다.

늠비봉 오층석탑.

양지 바른 터에 위치한 부흥사를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면 갈림길. 우측 급경사길로 오르면 곧바로 늠비봉 오층석탑을 만난다. 암봉인 늠비봉 정상의 바위 윗면을 잘라내고 깨뜨린 석재를 이용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탑을 쌓아 올렸다. 경주시가지와 배리평야는 물론 구미산 선도산 옥녀봉도 보인다. 늠비봉 우측엔 세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의자바위, 정면에 보이는 산줄기는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이다.

탑 좌측 송림으로 향한다. 대숲을 지나 10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금오정. 정자 현판을 보고 왼쪽엔 남산부석, 금오봉 정상, 상사바위가 손에 잡히고 우측으론 정면 토함산을 기준으로 10, 11, 2시 방향으로 각각 낭산 동대봉산 삼태봉이 확인된다.

금오정에서 돌길로 내려서면 다시 순환도로. 우측은 금오봉 가는길, 산행팀은 좌측으로 간다. 통일전 갈림길을 지나 150m쯤 뒤 우측으로 급경사길이 열려 있다. 탑골 가는 길로 이후 송림길이 무척 인상적이다.

13분 뒤 길 우측에 여러 개의 바위가 뒤엉킨 집채만한 바위가 서 있다. 일천바위다. 옛날 마왕이 난동을 부려 1000명의 백성들이 이곳으로 피했는데 때마침 홍수가 나 마왕은 떠내려가고 백성들은 무사했다는 전설이 서린 바위다. 마왕바위로도 불린다. 이곳에 서면 화랑교육원 뒷산임을 알 수 있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9분 뒤 갈림길. 우측은 새남산마을, 좌측으로 직진한다. 다시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옥룡암,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긴 대숲터널을 지나면 산을 벗어나 보리사로 향하는 길 중간쯤으로 나온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보리사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없고 우회로를 조성해 놓은 듯했다. 보리사에선 대웅전 좌측에 위치한 보리사 석불좌상(보물 제136호)과 주차장에서 절 진입로 입구 좌측 대숲으로 250m쯤 오르면 만나는 마애여래좌상을 놓치지 말자. 절에서 통일전 가는 갯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9분 걸린다.

              보물 제136호인 보리사 석불좌상.

# 떠나기 전에 - 늠비봉 오층석탑, 달빛기행 최고 감상 포인트

황금대에서 내려서면 만나는 부엉골은 남산8경 중 하나로 낮에도 부엉이가 울 정도로 험하고 깊은 골짜기다. 포석정에서 오르면 만난다 해서 포석골로도 불리는 이 골짜기는 최근 부흥골(富興谷)로 잘못 해석돼 늠비봉 아래 계곡에 위치한 절을 부흥사로 부르고 있다. 참고하길.

산행 중 인상적인 곳은 늠비봉 오층석탑. 매달 보름을 전후한 주말마다 열리는 '남산 달빛기행' 때 보름달을 감상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지막 신라인' 고 윤경렬 옹이 펴낸 '경주 남산'(대원사펴냄)에는 이렇게 묘사돼 있다. '이 탑은 다른 탑과 달리 거칠게 정 자국을 남겨 인공미를 생략해 반자연 반인공으로 처리했다. (중략) 만약 이 탑을 박물관으로 옮겨 놓는다면 미완성품이지만 이 바위산에서는 완성품이다. 불과 7m 정도의 작은 탑이지만 100m 되는 산과 연결돼 하늘과 통하는 높은 탑으로 승화된다'.

들머리 서출지 주변에는 현재 배롱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서 있지만 7월부터 100일 동안 펴 있다는 백일홍과 연꽃이 찾는 이들의 넋을 잃게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배롱나무와 연꽃이 만개한 들머리 입구 서출지.

# 교통편 - 노포동 터미널서 경주, 10분 간격으로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4000원. 들머리 통일전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금아버스 10, 11번을 이용하면 된다. 10번은 18분, 11번은 16분마다 온다. 두 버스 모두 막차가 밤 9시대.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서 나와 포항 울산 보문관광단지 방향으로 계속 직진~울산 불국사 방면 7번 국도 우회전~통일전 화랑교육원 우회전~통일전 주차장 순.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용장사지 삼층석탑. 바위봉우리를 다듬어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탑신과 옥개석을 얹었다. 그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경주 남산의 공룡능선. 작지만 아주 매섭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들어선 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높지는 않지만 위엄있는 산줄기가 길게 늘어서 있다. 신라인들이 천년을 두고 다듬었던 경주 남산(南山)이다. 한마리의 금거북이 서라벌 깊숙이 들어와 편안히 앉아 있는 형상이다.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로 이뤄진 남산에는 100여 곳의 절터와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보물 13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 모두 44점이다. 한 굽이 돌면 미소를 머금은 마애불이,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석탑이 뭇객을 맞는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오죽했으면 `남산을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흔히 사람들은 남산을 두고 `산행'이란 용어 대신 `답사'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순례길만 70여 개라는 표현이 너무 보편화 된데다 초등학생도 너무나 손쉽게 남산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이런 남산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코스를 택했다. 가파른 비탈과 험한 바위벼랑, 그리고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는 예사롭지 않은 코스다. 현지 산꾼들의 입을 빌리면 `남산의 공룡능선'이다. 열에 아홉은 “와! 남산에도 이런 매서운 길이 있었나"라며 힘겨워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다고 천성산이나 신불 및 간월산의 공룡능선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암릉 구간이 10여 곳, 크고 작은 봉우리가 8개 정도인 `아기공룡 둘리'의 등짝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용장동~공룡능선~헬기장~고위봉 정상~천룡사지(삼층석탑)~백운암~백운재~봉화대~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칠불암 마애석불~봉호재~임도~삼화령~(금오봉)~용장사지 삼층석탑~마애여래좌상~석불좌상~용장사지~설잠교~용장동 순. 걷는 시간만 5시간. 문화재 관람시간은 덤으로 보태면 된다.



용장골에서 출발했다. 산불초소 앞 `고위산'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개울을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10분 뒤 정면에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적힌 플래카드와 철조망이 보이면 계곡을 건너 우측 산길로 향한다. 5m 뒤 왼쪽, 다시 10m 뒤 오른쪽으로 능선을 향한다. 곧 천우사 옆길. 이곳까지 왔으면 등산로 입구는 일단 찾은 셈.

동굴바위를 지나면서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이 바위는 탁월한 전망대다. 고속도로와 용장리 마을이 발아래 보이고 벽도산과 단석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죽길을 지나면 갑자기 앞이 트이면서 남산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화강암반이 곳곳에 드러나 있고 그 위에 운치있는 노송이 독특한 자태로 뽐내고 있다. 너덜을 넘으면 경사진 암반. 그 뒤로 암벽.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면 또 암벽. 이르기를 수 차례 반복하면 정면에 고위봉이 기다린다. 잠시 내리막이 이어지다 다시 암벽. `정말 공룡능선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고위봉 정상. 들머리에서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이후 길은 두 갈래. 왼쪽길은 곧장 봉화대로 가는 능선길. 산행팀은 정상석 뒤 우측길로 간다. 천룡사지를 가기 위해서다. 지금부턴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가 쉽다. 초소를 지나 내려오면 방금 지나온 공룡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위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천룡사지 삼층석탑. 신라탑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행 중 내려다본 경주 시가지.

고위봉에서 25분이면 천룡사지에 닿는다. 고위봉의 절경을 배경으로 산중 평지 6만여 평에 조성된 천룡사지의 백미는 역시 삼층석탑. 신라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탑에 닿기 직전에 본 이정표 `고위봉' 방향으로 간다. 천룡사를 지나 오거리와 연결되는 임도를 만나면 백운암 방향으로 간다. 절 입구 왼쪽에 열린 길을 택한다.

산죽터널이 환상적이다. 10분 뒤 사거리. 칠불암 방향으로 간다. 도중에 용장계곡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길은 곧바로 칠불암으로 가고, 직진하면 봉화대를 들러 역시 칠불암으로 간다. 직진한다. 봉화골의 꼭대기에 위치한 봉화대는 지금은 흩어진 돌무더기만 남아있을 뿐 천년세월의 흔적은 오간 데 없다.

이어지는 능선길. 좌우에 시야가 트인다. 왼쪽은 고위봉, 오른쪽은 토함산. 10여 분 뒤 금오봉 갈림길. 바로 금오봉으로 가지말고 우측의 신선암 마애보살과 칠불암을 보고 가자. 내려가는 길이 일품이다. 바위 사이 소나무가 그렇고 건너편 암벽 위 노송의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다. 지나는 길에 우측 토함산, 좌측 동대봉산 운제산이 보인다.
천길 낭떠러지 신선대 절벽에 조각된 신선암 마애보살.

8분 뒤 신선암 마애보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천길 낭떠러지 신선대 절벽에 부처가 조각돼 있어 마치 구름을 타고 있는 듯하다. 옛 석공의 노고가 한층 더했으리라. 발밑에는 칠불암. 가파른 산길로 15분쯤 내려가야 한다. 절벽을 등지고 반달처럼 깎아지른 병풍바위에 새겨진 삼존불과 그 앞의 모난 돌 4면에 조각된 사방불이 합쳐져 불리는 칠불암은 남산 불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예술성이 뛰어나다.
남산 불상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칠불암.

다시 금오봉 갈림길로 돌아와 금오봉으로 향한다. 이른바 봉화대 능선으로 산행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편안한 길이다. 35분 뒤 임도와 만난다. 통일전 쪽에서 올라오는 길로, 금오봉 턱밑을 지나는 관광임도다. 자연상태로 보존된 고위봉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10분 뒤 삼화령. 고위봉 금오봉과 함께 남산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봉우리를 지칭한다. 머리 위 삼화령 꼭대기에는 미륵불은 오간 데 없고 지름 2m의 연화대좌만 남아 있다.
용당사지 석불좌상. 머리가 없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7분 뒤 좌측에 용장사지 가는 길. 직진하면 금오봉 정상 방향. 왕복 30여 분 걸리므로 시간이 날 경우 다녀오자. 매월당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쓰며 머물렀다는 용장사지에서는 삼층석탑, 마애여래좌상, 석불좌상을 잇따라 만난다. 이중 삼층석탑은 200m가 넘는 바위봉우리를 다듬어 하층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상층기단을 쌓고 탑신과 옥개석을 얹었다.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밧줄을 타고 내려와 잠시 용장사지(금당터)를 둘러본 후 본격 하산한다. 산죽터널을 지나면 용장계곡(용장골). 고위봉과 금오봉 사이로 흐르는 용장계곡은 남산의 계곡 중 가장 깊고 맑은 물이 사계절 흐르는 곳. 지리산 계곡이 부럽지 않다. 김시습의 법호를 딴 아름다운 다리 설잠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25분 정도 걸으면 산행 들머리인 산불초소 앞에 닿는다.

김시습의 법호를 딴 아름다운 다리 설잠교.



# 떠나기 전에 - 유네스코가 지정한 '불교 노천박물관'

국토정보지리원의 지형도에는 남산을 금오산(金鰲山·468m)과 고위산(高位山·494m)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삼국유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고서에는 남산으로 많이 기록돼 있다. 경주남산연구소나 신라문화원 등 시민단체는 이러한 용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남산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남산 안에 금오봉과 고위봉이 있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남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노천박물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간 근교산 시리즈에서 남산은 몇 차례 소개됐다. 삼릉의 오붓한 산길, 천룡사지에서 틈수골로 가는 하산길, 봉화대에서 마석산으로 이어지는 때묻지 않은 능선길 등이 주요 등산로이다.

이번 코스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공룡능선과 산행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동서방향의 고위능선과 남북방향으로 뻗은 봉화대능선, 그리고 남산 계곡 중 가장 깊고 맑은 계곡물을 자랑하는 용장골. 무엇보다 칠불암, 용장사지, 천룡사지 등 남산의 알짜배기 볼거리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삼릉에는 '단감농원 할매칼국수집'(054-745-4761)이 있다. 우리밀로 만드는 칼국수다. 근처 10여곳 칼국수집이 있지만 원조다. 손두부 동동주도 일품이다. 골목 깊숙이 숨어 있어 물어물어 찾아가자.


# 교통편 - 경주서 봉계행 버스타고 용장서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봉계 방면 버스를 타고 용장에서 내린다. 500 503 505 506 507 508번 등. 들머리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나와 직진~35번 국도 언양 방면 우회전~나정 포석정 삼릉 지나 용장동 순. 길 우측에 '용장암소숯불' 큰 간판이 보이면 맞은 편인 왼쪽에 '용장사지 천우사 기와집밥상 고위산' 이정표 및 간판이 보인다. 좌회전해 하천을 따라 간다. 들머리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보성 일림산 철쭉은 사시사철 산 넘어 남쪽 바다인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해풍을 받고 자라 유난히 빛깔이 붉고 선명하다. 사진은 정상 주변의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

 
우리 산천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진달래.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천을 일순간 연분홍빛으로 변모시키는 참꽃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진달래가 지고 나면 이번엔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아 수줍은 듯 고운 자태를 뽐내며 또다시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불태운다.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연분홍 새잎이 나기 전 발랄하게 만개하는 진달래와 달리 철쭉은 짙어가는 신록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주 산행지는 전남 보성 일림산. 보성강 발원지인 용추계곡을 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쭉산이다.

일림산은 황매산 바래봉 덕유산 봉화산 제암산 등 유명 철쭉산 중 최남단에 위치해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데다 군락지 규모 또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유난히 어른 키만큼 큰 일림산 철쭉은 사시사철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해풍을 맞으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탓에 유난히 빛깔이 붉고 선명하다.

 해발고도는 668m. 그 유명한 보성 차밭을 품고 있는 일림산은 호남정맥이 무등산을 거쳐 제암산(807m) 사자산(668m)으로 내려오며 그 기세가 한풀 꺾여 남해바다로 빠져드는 순간 불끈 솟구쳐 산줄기를 북으로 돌려놓는 터닝 포인트에 위치해 있다.

사실 떠나기 전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철쭉 군락지가 330만 ㎡(100만 평) 정도로, 제암산과 사자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12.4㎞에 달해 가히 세계적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산에 대한 호평은 그저 의례적인 예의로 그러하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명불허전(名不虛傳) 그 자체였다.

남쪽 바다인 득량만을 바라보며 당당히 서 있는 자태는 장엄하지만 한편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러운 정상부의 산세는 진홍빛으로 물들어 마치 산상화원을 방불케 한다.

발걸음을 멈추고 잔잔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철쭉 군락이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보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동심으로 돌아간다.

산행은 웅치면 용추계곡 주차장~나무다리~용추계곡 등산로 입구 갈림길~임도~골치사거리~작은봉~삼거리(철쭉군락지)~일림산~봉수대 삼거리~635봉~봉수대 삼거리~봉강사거리~보성강 발원지(샘터)~잇단 임도~너덜길~갈림길~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이정표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는 데다 힘든 곳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산행이 가능하다.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주차관리사무소 방향으로 용추계곡과 나란히 걸으면 나무다리를 만난다. 입구에는 현 위치 '용추계곡'이라 적혀 있다. 정상(3.1㎞)을 향해 다리를 건너 숲으로 접어든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 숲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본격 들머리인 나무 다리.

근접 촬영.


울창한 전나무숲.

갈림길.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다.


 곧 갈림길.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산행팀은 우측 골치(1.2㎞)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계곡을 건너 10분 뒤 임도로 올라선다. 주변은 낙엽송만 듬성듬성 보일 뿐 전체적으로 수목이 적어 을씨년스럽다. 알고 보니 올 초 잡목은 모두 베고 낙엽송을 조림했다고 한다. 50m쯤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가면 왼쪽으로 올라서는 길이 보인다. 300m쯤 오르면 골치 사거리. 우측 제암산(7.5㎞) 사자산(3.4㎞), 직진하면 장흥 안양방향, 산행팀은 좌측 한치재(6.5㎞) 정상(1.8㎞)으로 향한다. 한치재는 보통 가이드 산악회에서 일림산 산행 들머리로 애용하는 곳.

이젠 오름길. 좌우 모두 철쭉이라 꽃구경 하다 보면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지점에 닿는다. '작은봉'이란 조그만 안내판이 보이는 일종의 쉼터다. 일림산 정상이 우측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오름길. 9분 뒤 동그란 덱(deck)이 위치한, 정상 직전 전위봉에 올라서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정면 일림산 정상을 필두로 시야에 들어오는 산사면 전체가 온통 진홍빛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규모가 100만 평이란 말이 그저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절경 그 자체다. 등 뒤 일림산의 반대편 높은 봉우리가 제암산과 그 유명한 임금바위이고 그 왼쪽 봉우리가 사자산이다.

또 한 가지. 2만5000분의 1 지형도엔 일림산 왼쪽 봉우리(627m)에 정상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론 정면 봉우리(668m)가 더 높다. 주차장 앞 등산안내도에도 이 봉우리에 '일림산'이라고 적혀 있다.

이제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전주 이씨묘를 지나 산죽과 철쭉이 뒤섞인 터널길을 10분쯤 가면 '철쭉군락지'란 안내판이 서 있는 삼거리. 직진하면 한치재 절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 정상으로 오른다. 철쭉 실크로드를 5분쯤 만끽하다 보면 마침내 정상. 삼각점이 위치한 정상에 서면 정면 남쪽으로 득량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너른 터가 있는 안부. 좌측으로 절터를 거쳐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한치재 방향으로 직진한다. 6분 뒤 봉수대 삼거리. 산행팀은 좌측 한치재 방향 대신 잠시 바다와 근접한 우측 봉우리(635m)로 간다. 넉넉잡아 20분이면 구경까지 하고 다녀온다. 사실 산행팀은 정상에서 이 봉우리를 보면서 이곳이 더 높은 것으로 알고 호기심을 갖고 왔지만 이곳에서 보니 일림산 정상이 더 높았다. 착시였던 것이다. 성과도 있다. 눈앞에 득량만 전체가 막힘없이 펼쳐지고 그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득량도와 그 뒤로 고흥땅이 보인다. 왼쪽 발 아랜 회천면과 맨 끝 방파제 쪽이 율포해수욕장이다.

득량만. 사진 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득량도와 그 뒤로 고흥땅이 보인다. 왼쪽 발 아랜 회천면과 맨 끝 방파제 쪽이 율포해수욕장이다.

봉수대 삼거리에선 한치재 방향으로 향한다. 14분 뒤 봉강사거리. 한치재 방향으로 직진하면 627봉을 거쳐 능선을 타고 빙 돌아 용추계곡(3.7㎞)으로 이어지고, 좌측 보성강 발원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계곡 상류에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게 된다. 산행팀은 지름길 격인 후자를 택했다. 
  
침목계단길로 6분이면 보성강 발원지인 샘터에 닿는다. 이 물은 곡성군 압록에서 300리의 긴 여정을 마치고 섬진강과 합류, 하동을 지나 남해바다에서 생을 마감한다. 


산행 내내 친절한 이정표가 이어진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까진 2㎞. 길은 좌측으로 휜다. 10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따라 주차장까지 가면 되고 임도를 가로지르면 산길이 열려 있다. 물길을 건너 살짝 올라서면 편백숲. 이내 또 임도. 앞선 임도에서 12분.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다시 산길. 잠시 후 용추계곡과 산길 임도가 나란히 달린다. 너덜을 지나면 편백숲에서의 맨 처음 갈림길. 다리 건너기 직전 우측 계곡을 따라 100m쯤 오르면 팔각정과 함께 와폭인 용추폭포와 용소가 위치해 있다. 놓치지 말자. 이제 다리만 건너면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용추계곡 주차장에 닿는다.

와폭인 용추폭포.




◆ 떠나기 전에 - 이번 주말 찾아도 만개한 철쭉 화원 볼 수 있어

신라 성덕왕 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한참 바라보자 지나가던 한 노인이 향가와 함께 그 꽃을 바쳤다고 전해온다. 그 향가가 '헌화가'이고 꽃은 바로 '철쭉'이다.

보성군은 8~11일 일림산 철쭉제와 다향제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 중 용추계곡은 주차장은 물론 진입 도로까지 차로 넘쳐나 산행은 고사하고 주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보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장흥 제암산 축제도 겹쳐 올해도 사정은 비슷했다고 한다.

보성군 관계자는 "아직 철쭉이 지지 않아 이번 주말에 찾으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꽃구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철쭉제는 다음과 같다. 소백산 영주권 29~31일, 단양권 23~31일, 태백산 6월 5~7일..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순천 진달래식당(061-721-1010). 순천IC에서 나와 여수 순천 장흥 보성 쪽으로 자주 다니는 산꾼이나 낚시꾼 그리고 기사들이 이 식당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싸고 맛있는 집이다.

 일단 앉으면 큰 쟁반에 밥과 시락국 오징어젓갈 홍어회 생선 등 전라도 특유의 깔끔한 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여기에 한쪽 편에 차려진 돼지고기볶음 탕수육 닭강정 잡채 상추 고추 마늘 된장 호박죽 국수 등을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 순천IC로 가기 위해 좌회전을 받으면 고가도로 밑 GS진달래 주유소 옆에 있다. 순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나와 여수 순천 벌교방면

대중교통편으론 당일치기가 불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순천 17번(순천만 낙안읍성)~순천 2번 벌교 순천만~지하도 통과~2번 벌교 여수~2번 벌교 낙안민속마을~2번 고흥 벌교 낙안민속마을~보설 벌교 2번~목포 벌교 2번~목포 보성 2번~보성차밭 일림산 철쭉~목포 장흥~웅치 일림산~왼쪽 굴다리 통과(일림산) 895번 지방도~회천 웅치 제암산자연휴양림~장흥 회천 제암산 일림산 우회전~웅치면 소재지 통과~대산 제암산 일림산 직진~제암산자연휴양림~일림산 용추폭포 좌회전~용추계곡 주차장 순.
 

저기 좀 봐, 흥에 겨운 봄이 저혼자 불타오르네
주차장 원점회귀 4시간 코스 가족산행 해볼만

전국 최고의 철쭉산으로 불리는 제암산.
5월의 장흥 제암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산홍화'이다.
아저씨들도 철쭉 탐승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철쭉이 기대 이상이었는지 탐승객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다.

'아!'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고는 그저 넋을 놓고 말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철쭉 군락지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부산서 동창생들과 함께 왔다는 주부 김성희(48)씨는 “차로 3시간이나 걸려 짜증이 약간 났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말끔히 가셨다"며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남 장흥과 보성의 경계에 우뚝 솟은 제암산(帝岩山·807m)은 매년 5월 초만 되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60만 평의 아름다운 진분홍 철쭉 군락지 때문이다.

지금 제암산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붉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온 산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산꾼들을 유혹한다. 가히 절정 그 자체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산으로는 제암산을 비롯해 지리산 바래봉과 세석평전, 덕유산, 합천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남원 봉화산 등이 손꼽힌다. 제암산은 남도 끝자락에 위치, 바다 건너 불어오는 훈풍을 받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고 군락지 규모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웃한 사자봉 일림산까지 포함하면 장장 6~7㎞ 정도 능선 주위로 좌우 너비가 길게는 200m에 이르는 야생철쭉이 밀집해 장관을 이룬다.
만개한 철쭉이 한 줄기 바람에 흔들려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 보이기라도 하면 눈이 부셔 차라리 눈물이 날 정도다. 이른 봄 산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화려하고 발랄한 진달래와는 달리 그 모습을 조용히 드러내는 철쭉은 고고함과 안정감이 묻어난다. 신라 성덕왕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 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탐내자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노인이 그 꽃과 함께 향가 `헌화가'를 바쳤다. 그 꽃이 바로 철쭉이다.

산행은 장흥 신기마을 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제암산 매원농장~(세 번의 임도산길 반복)~간재~잇단 헬기장~곰재산~곰재~돌탑 삼거리~제암산 정상(임금바위)~돌탑 삼거리~촛대바위~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걸린다. 산행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고 길도 험하지 않다.


보성에서 장흥으로 향하는 국도 2호선 감나무재에서 출발하는 7시간 정도의 종주코스도 있다. 하지만 들머리와 날머리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가이드산악회와 동행하지 않는 한 부산서는 사실상 당일치기는 벅차다.

제암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주차장에서 곧바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 오르거나,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공원묘지를 지나 제암산으로 향하는 방법이 그것. 하지만 후자는 워낙 산길이 가팔라 하산길로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갈 깔린 임도를 따라 `철쭉 군락지' 이정표를 보고 25분 정도 오르면 `유치자연휴양림'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산길, 왼쪽은 임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산길은 지름길이고 임도는 둘러가는 길. 결국 제암산(간재 방향)으로 향하는 본격 산길 입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 철쭉군락이 사실상 시작되는 간재까지는 0.5㎞. 주차장에서 간재까지는 50분.

간재는 제암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른쪽 사자산으로 가는 길은 버리고 왼쪽 곰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철쭉 군락지의 백미는 간재에서 곰재까지의 약 1.5㎞ 능선 구간. 50년생 이상의 철쭉 10여 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홍색 물감을 능선 전체에 뿌려놓은 듯하다.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잇단 헬기장과 제암산 철쭉제단을 지나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곰재산. 간간이 보이는 소나무와 기암괴석,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곰재산을 넘어서면 곧이어 곰재. 네 갈래 길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제암산, 오른쪽은 자연휴양림, 왼쪽은 들머리인 공원묘지로 이어진다. 곰재에서 돌탑이 있는 형제바위 삼거리까지 30여 분 동안은 극심한 된비알. 지금까지의 구간과 달리 숲이 우거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오른쪽은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은 제암산 정상을 거쳐 다시 돌아나와 하산하는 코스.

등산안내도의 색상 또한 무척 화려하다.

제암산으로 향하는 이 구간은 철쭉도 물론 있지만 원래 억새 군락지. 지금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지만 늦가을 억새산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7분쯤 오르면 마침내 정상인 임금바위 아래에 닿는다. 임금바위는 사방의 바위들이 마치 신하들이 임금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인 임금바위는 오르기 힘들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잡고 오를만한 턱이 있어 등정이 가능하다.

힘들게 오른 만큼 보람도 크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 때문. 좌우에는 각각 보성과 장흥 벌판이 발아래 굽어보이고, 동으로 팔영산, 남으로 천관산과 다도해, 서쪽으로 두륜산과 월출산, 북으로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이 펼쳐진다.

100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비교적 편평한 임금바위는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영험스런 곳으로 요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장흥군민들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와 형제바위 삼거리에서 내려선다. 5분 후 갈림길. 형제바위와 촛대바위 방향으로 나뉘지만 공원묘지 400m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산행팀은 촛대바위로 길을 잡았다. 철쭉이 많은데다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촛대바위에서 공원묘지까지 내려서는 가파른 이 길로 45분 정도 가면 들머리인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5월의 산은 철쭉 세상, 제암산 가장 빠르고 태백산이 마지막

봄의 전령 진달래가 4월의 꽃이라면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이맘때면 짙어가는 산록을 배경으로 연분홍 진분홍 철쭉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철쭉산행을 위해 산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산화를 질끈 맨다.
매년 전국의 유명 철쭉산에서 열리는 철쭉제가 전국의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쭉산의 개화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지리산 바래봉, 봉화산, 덕유산, 황매산, 사천 와룡산(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 정선 두위봉(6월 초순) 순이다.

# 교통편 - 순천IC로 나와 17~2번 국도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목포 및 완도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흥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 10시, 11시10분. 1만7000원. 4시간10분 걸린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공설공원묘지가 있는 신기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 7시, 9시, 10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30원. 신기마을에서 장흥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1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장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4시50분, 5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제암산 일림산 웅치 895번 지방도 좌회전(이곳의 제암산 이정표는 제암산 자연휴양림 방향이므로 계속 목포 장흥 방향으로 직진해야함)~장흥군 제암산 18㎞~장흥읍~제암산 공설공원묘지 좌회전~제암산 4㎞, 사자산 8㎞~신기마을 제암산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상이다. 돌출부분은 거북의 머리에 해당한다. 산행 날머리 향일암에서 본 모습이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섬이 먼저 떠오른다. 설렘 탓이었을까. 고속도로에선 화살 같이 날았지만 구절양장 해안도로에선 뒤차가 답답해 추월할 정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갔다.

 섬 끝자락 바위산 중턱 아슬아슬한 절벽 한 켠에는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는 조그만 암자가 있고, 산 아래 갯마을엔 물이 나면 아직 성게를 주워 올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다.

 바위산은 해발 300m 남짓. 쪽빛 바닷물의 잔잔한 물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저 말없이 한동안 바라본다. 혹 호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그도 그럴 것이 정면의 육지 같은 큰 섬인 남해도와 부처님 형상을 닮았다는 세존도 그리고 연도 안도 수항도 금오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포근히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곳의 일출과 일몰은 사진으로만 보면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고 포근하다.

만일 붉은 노을이 불타오르는 해질녘 고요의 바다 위로 만선의 고깃배가 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목격한다면 이번 여정의 최고 수확이 될 듯하다.
배멀미를 걱정해야 할 출렁이는 거센 파도와 울창한 송림을 병풍삼아 기암괴석 하나하나가 모두 천연 조각품으로 상징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2년 엑스포를 유치한 전남 여수땅의 최남단 돌산도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한 금오산과 향일암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지는 호수 같은 바다에 대한 상념이다.

'쇠 금(金), 큰 바다거북 오(鰲)' 자를 쓰는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 실제 향일암에서 거북마냥 고개를 삐죽 내밀면 놀랍게도 그 모습 그대로다. 산 아래 바다쪽으로 돌출된 임포마을의 둔덕이 머리, 향일암이 자리한 지점이 몸통, 임포마을 입구 국립공원 주차장이 왼발이다.

암봉인 금오산은 덩치가 작다. 그래서 마루금이 이어지는, 금오산의 모산 격인 봉황산도 넣었다.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인 봉황산과 금오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삼면으로 바라보며 마루금을 걸을 수 있는 데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봉우리다.

사실 봉황산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직선형 된비알이 진을 빼는 데다 조망 또한 대부분 숲에 가려 내세울 만큼은 못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금오산으론 걷는 양이 부족해 이웃한 봉황산을 곁들였다. 어쨌든 금오산과 봉황산은 '뭉쳐야 산다'.

산행은 여수시 돌산읍 죽포삼거리 인근 당산나무(봉황산 등산안내도)~등산로 입구 이정표~샘터(벤치)~삼각점봉(441m)~봉황산(460m)~잇단 임도~바위전망대~흔들바위~(성두)산불초소~율림주차장(율림치)~금오산(360m)~금오산 정상석봉~향일암~매표소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0분 안팎. 향일암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정을 좌우한다. 대부분 외길이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상석이 없거나 잘못 세워져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

방죽포해수욕장 못 미쳐 만나는 죽포삼거리. 여기서 우측으로 100m쯤 가면 천년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눈에 확 띈다. 죽포리마을 당산나무다. 그 옆에는 봉황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부터 들머리 찾기는 식은 죽 먹기. 돌산도의 명물 갓밭을 따라 포장로를 10여 분 걸으면 등산로 입구. 완경사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은근히 힘이 든다. 물이 졸졸 나오는 샘터와 옛 헬기장을 지나면 본격 된비알. 차츰 매서워진다.

산행 기점의 표식이 되는 죽포삼거리의 10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 죽포리마을 당산나무이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과 연결되는 봉황산 등산안내도.


20여 분 뒤 마른 억새길 옆에 뜻밖의 삼각점. 441봉이다. 10분 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제법 너른 경사진 암반이다. 한쪽 편에는 과거 정상석이 서 있었던지 뭔가가 세워져 흔적이 역력하다. 산행팀은 정상으로 추정했지만 이곳에서 2분 뒤 두 번째 도는 지점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해서 노란리본 뒷면에 '봉황산 정상 460m'라고 적어 놓았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하산길. 7분쯤 내려오면 임도. 직진한다. 더 넓은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정면 송림길로 오른다. 5분 뒤 시야가 트이는 바위전망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가막만과 화양면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 우측으로 크게 돌면 이내 임도. 바로 건너 산으로 향한다. 곧 바위전망대. 지나치려다 보니 왼쪽 뒤로 진입로가 있다. 인근에 보춘화가 보이고 바다 건너 정면으로 남해 금산, 그 왼쪽 뒤로 설흘산 호구산 송등산이 확인된다. 발밑에는 대율마을 앞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이다.

보춘화.

산자고.


흔들바위. 실제로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바위 아래에는 대율마을과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

2분 뒤 흔들바위.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고성 구절산 흔들바위는 흔들렸는데. 이어지는 능선길. 10여분 뒤 (성두)산불초소. 성두는 인근 마을이름이다. 여수 관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와 남해도 쪽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한 가운데 가장 큰 섬인 금오도를 중심으로 왼쪽 연도 안도 수항도가, 오른쪽 발밑으로 밭까지도 선명하게 확인되는 소·대횡간도 화태도 월호도 개도가 펼쳐진다. 그 우측 저 멀리 고흥땅 외나로도와 팔영산도 선명하다. 남해도쪽으로 밤섬 뒤 김만중의 노도와 금산 설흘산 망운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땐 통영권의 욕지도 연화도 등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섬들도 보인단다.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율림치.

금오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

바다 건너 보이는 산은 남해도의 금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에서 뒤돌아본 주변의 풍광.

산불초소에서 율림치까지는 7분 거리.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다. 율림주차장 끝단 몬당휴게소 옆에 '향일암'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는 산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금오산이다. 16분 정도 오르면 벤치. 숨을 한 번 돌리고 직진한다. 10분 뒤 시야가 트이고 다시 5분 뒤 풀섶에 삼각점(360m)이 보인다. 전망은 없지만 이 지점이 금오산 정상이다. 삼각점을 약간 지나면서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암봉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323봉이 금오산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다. 표식은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삼면이 거칠 것 없는 쪽빛 바다이다. 뒤돌아보면(북쪽) 봉황산이 한 일 자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산하면서 비로소 금거북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바위의 표면이 거북의 껍질을 빼닮았다.
향일암에서 거북처럼 고개를 내밀어 본 모습. 실제로 거북이 바다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이다.

이어 '추락 위험' 팻말이 적힌 쏟아질 듯한 내리막 바윗길을 내려서면 안부 숲 갈림길. 왼쪽은 임포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200m 지점부터 바위능선길. 5분 뒤 금오산 정상석봉. 지도상으로 247m에 불과하지만 정상석이 서 있다. 스쳐간 산꾼들이 이를 알았던지 해발고도는 지워놨다. 조망은 환상적이지만 아직 그 유명한 거북의 형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신 바위마다 조각가의 작품처럼 거북등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하산로는 목재덱과 철계단이 이어진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어서 이를 이용하지 않고는 힘들다. 10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향일암 입구. 여기서 향일암 대웅전까지는 2분 정도 걸린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가는 길. 대낮에도 전등을 밝혀놓은 어두운 바위굴이 나온다.

향일암의 해탈문 역할을 하는 바위 틈.


# 떠나기전에-자연산 횟감 가장 다양한 곳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向日庵)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4년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으로 창건했지만 고려 광종때인 958년 산 이름을 따 금오암으로, 그 후 거북이의 영(靈)이 서려있는 곳이라 해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 대사가 일출의 찬란함을 보고 향일암이라 명명했다.
재밌는 점은 대웅전 옆 경봉 스님이 쓴 영구암 편액이 걸린 조그만 전각만 있을 뿐 향일암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원효 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긴 바위 틈으로 일주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 등은 유의깊게 살펴보자. 또 한가지. 안내도에 보면 대웅전 뒤에 흔들바위가 있다고 표기돼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제구역 내에 있다.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쓰레기가 과다 배출되고 자살장소로 사용돼 막았단다. 살짝 들여다보니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크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향일암 대웅전은 불사에 들어갔다. 수 년 전 태풍으로 인해 전각이 점차 뒤로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불사 입제에 들어가 8월 해체해 12월16일 회향할 예정이다. 불자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향일암 주변의 특산물은 돌산갓김치. 암자 아래 임포마을 전체가 갓김치 가게다. 비옥한 토양 덕에 이곳만의 고유 향과 맛이 빼어나다. 임포마을 제일 끝집인 '초원횟집·민박'(061-644-7939)이 잘 한다. 셔틀버스 주차장 바로 옆이다. 보통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1만 원(2.5㎏)에 판매한다. 이곳은 특히 자연산 횟감이 가장 다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 교통편-노포동 터미널에서 3시간여 소요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여수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25분부터 4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린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길을 건너면 만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향일암)행 111번을 타고 죽포삼거리에서 내린다.
향일암 입구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고속터미널행 111번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오후 5시17분, 6시17분,7시17분…밤 10시17분(막차). 여수에서 부산행 고속버스는 오후 5시50분, 7시(막차)에 있다.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여수 벌교~지하도~돌산대교 여수~향일암 오동도~돌산대교~군내 임포~죽포삼거리서 우회전 후 100m 지점 당산나무 앞. 하산 후 향일암 입구에서 차가 주차해 있는 죽포삼거리로 가는 버스는 많기 때문에 시간 손해는 거의 없다.

기암괴석·철쭉군락 절묘한 조화 '한폭 동양화'
한국전쟁땐 빨치산 본거지로 동족상잔 비극 현장
발 밑엔 야생화 천지…산행 조망도 기가 막혀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한 연분홍 철쭉.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루 꼬리만큼 남은 봄의 갈무리 테마산행은 바로 철쭉.
사실 올 조국산천의 봄꽃은 예년보다 빨리 피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가 같은 시기에 고개를 내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상춘색들은 때아닌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허투루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하는 요즘, 연분홍 철쭉이 속살을 드러내며 산이 예의 제모습을 되찾았다.

내로라하는 철쭉산은 많다. 제암산 일림산 바래봉 봉화산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등등.
이번에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전남 화순의 백아산을 골랐다. 철쭉 군락이 방대하거나 다른 철쭉 산에 비해 독특한 색깔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선이나 산사면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백아산은 '흰 백(白)', '거위 아(鵝)' 자에서 짐작이 가듯 거위처럼 미끈하고 하얀 암봉이 산릉에 줄지어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이다. 주변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절묘함은 철쭉이 아니더라도 신선한 볼거리로 많은 산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백아산의 매력은 바로 암릉과 철쭉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흔히 철쭉 명산으로 제값을 하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평원에 꽃물결의 장관이 펼쳐져야 한다. 백아산은 여기에 철쭉단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그 여백을 채워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한 눈에 푹 빠질 만큼 화려함을 뽐내며 꽃난리를 치지도 않고 암릉 특유의 근엄함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래서 백아산에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백아산에 뜻밖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보니 은밀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여러 군데 만들어져 광양 백운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전남도당 본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단 병력의 빨치산이 버티던 천혜의 요새로 피비린내 나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비극의 현장이었다. 시인 정호승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했지만 기자는 5월 눈물이 나면 화순 백아산을 찾아 철쭉의 장관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행은 화순군 북면 백아산 관광목장(한우농원)~너른 동굴~능선삼거리(첫 이정표)~철쭉단지~마당바위~철쭉단지~샘터~개구멍~백아산 정상~산불초소(문바위 갈림길)~팔각정~백아산 자연휴양림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반듯해 길 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초 산행팀은 능선이 시작되는 원리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마을촌로의 설명을 듣고 관광목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들머리는 백아산 관광목장. 알고보니 고기집이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고기집 건물 뒤로 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숲이 제법 제색깔을 찾아 푸르다. 10분 뒤 넉넉잡아 20, 30명은 족히 수용할 정도로 너른 동굴을 만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다시 10분 뒤 길 왼쪽에는 곧 오를 마당바위가 보인다. 이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8분 뒤 능선삼거리. 첫 이정표가 서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는 유년의 신록. 오랫동안 이 산 저 산을 기웃거렸지만 이처럼 걷고 싶은 정갈한 숲은 사실 처음이다.

발밑에는 금창초 윤판나물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금붓꽃 큰구슬봉이 얼레지 등 봄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야생화가 거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알고 보니 철쭉뿐 아니라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금창초

조선현호색.


윤판나물.

큰구슬봉이.


얼레지.

제비꽃.

잘 정비된 침목계단을 지나 한 굽이 오르면 철쭉군락지로 접어든다. 들머리에서 80분. 오를 때 바라본 마당바위는 좌측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급한 철계단을 오르자 평평한 안부에 닿는다. 우측 헬기장 뒤 북서쪽엔 암릉이 줄지어 있고 안부 쪽 발밑에는 천불봉 등 기암들을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온 산을 불태우고 있다. 전망도 기가 막힌다. 동으로 멀리 지리산이, 서쪽엔 무등산이, 남쪽으론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비와 태후 모시고 피난온 산인 모후산이 확인된다.

다시 철쭉군락지 입구. 이번엔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길 좌측에 샘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백아산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다.

개구멍도 통과하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기도 한다.
헌걸찬 근육질의 기암괴석 또한 연분홍 철쭉 못지 않은 볼거리이다.
때론 산죽길도 걷고.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에 올라서면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10분 뒤 개구멍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천불봉은 개구멍 위 암봉으로 크고 작은 기암이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라 가급적 사방팔방으로 시선을 자주 돌려보자.

산죽길을 한동안 걷다 잠시 바윗길로 오르면 시나브로 백아산 상봉(810m). 정면으로 팔각정과 그 뒤 모후산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도 기암괴석과 암봉의 연속이다.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방금까지 걸었던 자취를 뒤돌아보자. 거대한 수석전시장이 연상되면서 한편으로 기암괴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절경이다.

산죽과 쭉쭉 뻗은 송림을 지나면 문바위 갈림길.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전망대인 왼쪽의 문바위를 지나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문바위와 산불초소 주변은 온통 얼레지군락지. 꽃대는 대부분 지고 녹색바탕의 자주색 얼룩무늬의 긴 타원형 잎만 다소곳이 누워있다.

다시 숲길. 주변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 삼거리는 산불초소에서 대략 25분. 팔각정은 좌측 20m  능선 끄트머리에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아산휴양림 팻말이 적힌 곳으로 내려선다. 백아산의 남쪽 암릉 또한 주옥같은 진경으로 다가온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봉이 암릉을 따라 숲을 뚫고 불쑥 올라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백아공룡'이라 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하산길은 암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난 샛길을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렇게 50여 분. 휴양림 입구에서 삼거리를 만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좌측으로 5분쯤 가면 첫 산막인 팽나무실을 만난다. 여기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분 걸린다.

#떠나기전 - 화순온천 피로풀기에 그저 그만

백아산 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 옆에는 '백아산 6·25 전적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전남의 중심지일 뿐더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밀한 암릉이 장벽 역할을 해 유격활동의 최적지로 한국전쟁 이전부터 유격전의 중심지였다. 입산 투쟁이 재개된 1950년 9월28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1951년 7월에는 군경합동대 480명이 빨치산에 의해 전멸당하기도 했다. 철쭉군락지 인근 마당바위는 당시 전남도당 빨치산 사령관이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061-374-1493)은 화순군이 직영하는 곳으로 숲속의 숲(집) 19동이 있다. 크기에 따라 6만~7만원. 단체손님 수용이 가능한 숲속수련원도 갖추고 있다. 백아산에 왔다면 화순온천엔 꼭 들르자.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차로 15분 걸린다. 금호화순온천리조트(061-370-5000).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화순 오산 방면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 7시2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선 광진교통 수리 노치행 버스(45번 홈)를 타고 백아산 관광목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35분, 11시에 있다.
귀가길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15분쯤 걸어내려와 광주행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6시20분(막차). 광주에서 부산 노포동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 2만400원.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 밤 12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30분, 8시(막차). 1만4300원. 심야 밤 10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IC~화순 오산 15번 국도 우회전~주암 동복 방향 직진~백아산 자연휴양림~화순군~원리교 지나 원리사거리서 직진~백아산 관광목장 입구 아치형 대형간판~관광목장 주차장 순. 휴양림에서 관광목장까지 택시(061-372-5522, 011-619-3235)를 이용할 수 있다.

남산 정상을 지나 삼면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주변 풍광. 정면 길게 뻗은 능선이 삼면봉에서 청도역 쪽으로 내려서는 일명 진달래등이며, 그 뒤로 청도읍의 오례산성 원정산,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확인된다. 진달래등이 연분홍 진달래로 뒤덮였다고 가정해보라.

방향을 달리해 저 멀리 좌측 비슬산가 우측으로 용각산을 기점으로 왼쪽 선의산, 우측으로 대왕산 학일산 통내산이 보인다. 사진상으로 확인이 되지 않지만 흰색 지붕의 청도 소싸움장도 확인된다.

 휴대용 GPS 산행이 점차 늘고 있다. 인공위성의 정보를 이용, 전 세계 어디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GPS가 바야흐로 산꾼들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처음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나홀로 산꾼들이 활용했지만 이후 가이드 산악회를 이끄는 산행대장들과 호기심 강한 일반 산꾼들까지 가세하면서 갈수록 사용인구가 늘고 있다.

 이젠 인터넷의 등산 관련 사이트나 카페에는 GPS 데이타를 분석한 산행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행한 궤적을 3차원 위성영상과 지형도에 덧씌워놓은 그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다반사가 됐다.

 그간 발로만 뛴 산행팀도 보다 충실한 산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GPS 산행을 감행했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무언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산행지는 경북 청도 남산. 청도8경 중 하나인 낙대폭포와 신둔사 죽림사 적천사 등 신라 천년 고찰을 품고 있는 남산은 빼어난 전망대와 운치있는 소나무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청도의 명산 중의 명산.

혹 독자들은 청도 남산처럼 사통팔달 산길이 열려 있는 곳에 GPS 산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그건 남산을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이다.

청도 남산 등산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기존 산길의 대부분은 남산의 북쪽 화양읍과 동쪽 청도읍 방면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밤티재를 경계로 이웃한 화악산은 남산의 남쪽에 위치해 있어 결국 청도 남산의 산행코스는 북, 동, 남쪽에 존재할 뿐 남산 서릉은 여전히 미답의 산행지로 남아 있다.

청도 남산 서릉의 들머리는 각남면 사2리. 수년 전 마을 뒤 저수지인 사리지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개척한 적이 있는 산행팀은 이번엔 이 계곡과 동서로 나란히 내달리는 아래, 위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를 시도했다.

 산행은 각남면 사2리 경로회관~동래 정씨묘~382봉~559봉~화리 일곡리 갈림길~전망대~죽림사 사거리~삼각점~헬기장~남산(870m)~삼면봉(852m)~밤티재 갈림길~폐무덤~무덤 앞 갈림길~삼각점~송씨 가족묘~도로~사2리 경로회관 순. 휴식 및 식사시간을 제외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10분.

금붓꽃.

큰구슬봉이.


          각시붓꽃.

산행 초입과 막판 밤티재 갈림길 이후부터 날머리까지의 까다로운 구간은 청도의 모든 산에 정상석을 세우고 산길을 정비한 청도산악회도 여태 밟아보지 않은 구간이라 국제신문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히 묶어 놓았다.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간다. 상사교를 건너 20m쯤 가면 길 우측 감나무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입구의 무덤을 지나 바로 능선길이 시작된다.

동래 정씨묘를 지나면 거친 송림 오름길. 산 기슭이지만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거칠다. 완연한 봄이라 애기풀 각시붓꽃이 솔가리 틈을 비집고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굽이 오르자 시야가 트인다. 발아래 저수지와 저멀리 진달래 명산인 비슬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제 반듯한 산길이 기다린다. 창녕 성씨묘를 지나면서 양지꽃도 보이고 주변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묘지를 지나며 경사가 다소 가팔라지고 382봉을 지날 땐 좌측으로 아기 손바닥만한 뽀얀 연둣빛의 새잎이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인다.
   
 
산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잇단 무덤을 지나 운치있는 소나무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들머리에서 1시간쯤, 경사가 거의 사라질 무렵 소나무를 벌목해 산길을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벌목한 나무들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아 시선은 좀 불편하지만 걷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여기서부터 길찾기 염려는 붙들어매고 주변 풍광을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559봉을 넘어 낙엽길로 내려서면 위풍당당한 남산 정상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첫 이정표를 만난다. 화리 일곡리 갈림길이다. 정상까진 1.9㎞. 직진한다. 200m쯤 뒤 좌측으로 크게 꺾어 올라선다. 차츰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지만 무시하고 20분쯤 뒤 올라서게 되는 전망대에서 전체 조망을 파악한다. 좌측으로 비슬산이, 우측으로 용각산을 기점으로 왼쪽 선의산, 우측으로 대왕산 학일산 통내산이 보인다. 그 왼쪽 흰색 지붕의 건물이 최근 완공된 청도 소싸움장이다. 발 아랜 화양읍을 청도천이 감싸고 있다.

이어지는 오름길. 비구니 사찰인 죽림사 갈림길을 지나면 방금 본 조망보다 더 넓게 시야가 트인다. 곧 삼각점이 박힌 829봉. 이 지점부터 소위 남산의 주등산로다. 이 길은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밤티재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산길은 우측으로 휘며 헬기장을 지나 곧바로 정상에 올라선다. 삼각점에서 10분.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대형 정상석과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상봉에선 앞선 전망대에서 본 대왕산 우측으로 학일산 통내산 비룡산 시루봉 대남바위산과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 억산 범봉, 그 뒤로 영축산 향로산도 어렴풋이 확인된다.

청도 남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이 마주보는 좌측으로 내려선다. 잠시 송림길을 통과하면 남산 최고의 암릉 전망대. 확 트인 조망과 바위 사이 뿌리 내린 멋진 낙락장송,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광이 일품이다. 앞서 본 산군과 함께 발아래 한때 신라를 위협할 정도의 강국이었던 이서국 왕이 은신했다는 은왕봉과 그 아래 신둔사가, 정면에는 삼면봉이 손에 잡힌다.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삼면봉. 큰 돌무더기가 있다. 각남면 화양읍 청도읍을 가르는 이곳에선 우측 밤티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정면 왼쪽 철마산에서 우측으로 아래화악산 윗(소)화악산 화악산이 보이고, 그 아래 분지를 이뤄 수백 개의 비닐하우스가 모자이크처럼 자리한 마을이 그 유명한 한재미나리 재배장이다. 도로를 따라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있다. 장관이다. 이 길 우측으론 방금 올라온 능선과 남산 정상과 삼면봉이 한눈에 보인다. 

남산 정상을 지나면 등로 좌측으로 그 유명한 한재미나리 재배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골짜기 하나도 온통 미나리재배지이다. 하얀색의 비닐하우스가 장관이다.

남산과 화악산을 가르는 밤티재 갈림길까진 소나무와 진달래와의 조화가 돋보인다.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선 창녕 화왕산과 관룡산도 보인다. 밤티재 갈림길은 삼면봉에서 23분. 너럭바위 위의 아름드리 낙락장송 풍광은 상주 갑장산의 상사바위를 떠오르게 한다.

 다시 오르막길. 농짝만한 바위를 우회, 721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억새밭. 알고 보니 방치된 무덤으로 길찾기에 유의해야 될 지점이다. 이어지는 산길로 봐선 열에 아홉은 직진한다. 이럴 경우 임도를 만난다.

하지만 원점회귀를 위한 능선상의 산길은 GPS 단말기에서 좌측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GPS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믿고 좌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사실상 개척산행. 반듯한 길은 없고 그저 능선을 따라 간다.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을 하산할 목표 능선으로 잡고 나아간다.

완만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일순간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좌측 지금까지 봐 온 소나무보다 훨씬 운치있는 적송들이 쭉쭉 뻗어 있고 우측으론 황홀한 진달래 군락이 도열해 있는 보석 같은 길이다. 앞서 삼면봉에서 밤티재 갈림길로 가는 구간과 20여 분간의 이 구간을 감안한다면 서릉 중 이 능선을 진달래등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싶다.

하산 도중 뜻밖에도 황홀한 진달래 군락이 이어져 잠시 뒤돌아 포즈를 취한 필자. 앞서 삼면봉에서 밤티재 갈림길로 가는 구간과 20여 분간의 이 구간을 감안한다면 서릉 중 이 능선을 진달래등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싶다.

능선은 자연스럽게 좌측으로 이어져 사유지인 듯한 철사로 둘러쳐진 울타리를 만난다. 이후 길은 없지만 울타리와 나란히 간다. 10분쯤 뒤 무덤. 좌측으로 꺾으면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2, 3분 뒤 갈림길. 진행되는 산길로 봐선 직진해야 되지만 이번에도 GPS 단말기는 좌측을 가리킨다. 직진하면 마을 뒤 못인 사리지 방향. 무덤을 지나 정면 지도상의 300m쯤 되는 봉우리를 살짝 넘으면 벌목한 소나무를 쌓아 놓은 지점을 만난다. 삼각점이 있다. 소나무 더미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길은 없다. 5분 정도 송림을 뚫고 나아가면 무덤을 만나고 다시 5분 뒤 송씨 가족묘를 만난다. 산행은 사실상 끝.

임란 순절지사 순절비와 감나무밭을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도로. 우측으로 4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면 사2리 경로회관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휴대용 GPS의 승리 확인…이구동성으로 감탄

 산에 오를 땐 통상 들머리 찾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산을 벗어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오래 전 나무하러 다니던 길과 무덤으로 가는 길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산꾼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길을 택하든 산이야 벗어나겠지만 마음먹었던 지점으로 깔끔하게 내려서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산행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독도법의 대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창우 산행대장도 지형도를 갖고서도 지형지물 하나 없는 꽉 막힌 숲속에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도 간혹 있다.

이번 산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폐무덤이 있는 억새밭 지점이나 무덤 앞 갈림길에선 GPS 단말기가 없었다면 열에 열 모두 그냥 직진했을 것이다. 그 길이 너무나도 반듯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이 대장을 비롯한 일행들은 일단 GPS의 능력을 믿기로 하고 반듯한 길 대신 거친 길을 뚫고 나아가야 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계획했던 바로 그 지점으로 100% 맞게 떨어지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GPS의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청도에 왔다면 추어탕을 빼놓을 수 없다. 청도역 앞에 위치한 40년 전통의 '역전추어탕'(054-371-2367). 걸쭉하고 진한맛의 남원 추어탕과 달리 말간 국물에 시래기를 잔뜩 넣어 시원하고 담백하다. 5000원. 미꾸라지 튀김도 별미다. 사2리 경로회관에서 왔던 길로 가지 말고 왼쪽 밤티재 쪽으로 틀어 한재미나리 마을을 지나 청도읍 방향으로 가야 된다. 

추어탕이 유명한 청도, 청도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전통의 '역전추어탕'의 추어탕. 얼큰하고 걸쭉한 남원 추어탕과 달리 청도 추어탕은 아주 맑다.  
미꾸라지 튀김. 고소하면서도 맛이 일품이다.

 
# 교통편 -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서 내려 밀양 청도 방면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풍각행 버스를 타고 풍각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9시5분, 10시, 10시30분, 11시20분. 1300원. 풍각터미널에서 사동행 노란색 버스를 타고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10시50분. 1000원. 날머리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풍각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시, 7시10분에 있다. 풍각터미널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5시52분, 6시, 6시30분, 6시50분, 7시, 7시20분, 7시40분, 8시, 8시40분, 9시20분(막차).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에 있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창녕 풍각 20번 우회전~각남면 소재지~대산사 안내판~신당리 방향 우측으로 내려선 후 좌회전해 굴다리 통과~한재 옥산~밀양 상사리 한재미나리 좌회전~사2리 이정석~상사교~사2리 경로회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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