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월 초까주 2회(월 목)
부산~미야자키 전세기 운항
더 가까워진 남규슈 미야자키


 일본 규슈 남동쪽에 있는 미야자키현. 북으로 뱃부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현, 서쪽으로 구마모토현, 남서쪽으로 가고시마현이 있지요. 동쪽 해안선이 태평양과 인접한 이곳은 야자나무 피닉스가 현(懸) 지정 나무일 정도로 남국 정서가 가득한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연평균 기온 17.3도에 겨울에도 봄 날씨처럼 영상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및 축구팀 등 스포츠팀의 겨울철 단골 전지훈련지로 유명하지요. 이승엽이 요미우리에 있을 때 이따금 전지훈련 소식이 들려오죠. 바로 이곳 미야자키입니다. 이곳에는 요미우리가 직접 지은 야구장이 있습니다. 사직이나 잠실야구장급은 안 돼도 대구 광주 대전구장보다는 큽니다.
 현지인에 따르면 1군이 훈련을 할 땐 유료 관중이 1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네요. 


 미야자키는 제주도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더군요. 1960년대까지 이곳은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였지만, 1972년 더 남쪽 나라인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됨으로써 남국 정서 자리를 넘겨 주었습니다. 동시에 내국인들이 경제 성장 덕분에 해외로 나래를 펼침에 따라 한동안 침체일로를 겪었지요. 제주도도 1980년대까지 국내 으뜸 신혼 여행지였지만,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잠시 썰렁한 큰 섬으로 전락했었지요.

이후 미야자키와 제주도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부각하는 한편 골프장과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 시설 등을 조성함으로써 옛 영화를 되찾기에 이르렀지요. 특히 미야자키는 공항을 중심으로 1시간 거리에 15개의 골프장을 비롯해 모두 30여 개의 골프장을 갖춰 겨울철 국내 골퍼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지요. 이 점에 있어선 유사하지요. 제주도도 현재 30개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조성돼 있지요. 하지만 제주도는 1년 내내 부는 바람 때문에 사실 미야자키만큼은 골프에 관한한 명성이 한 수 떨어지지요.  

그동안 미야자키는 가깝고도 먼 일본 규슈였습니다. 부산에서는 가고 싶어도 직항 노선이 없어 후쿠오카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든지 인천공항을 거쳐 들어가야 할 정도로 불편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달부터 부산과 미야자키는 가까워졌습니다. 내년 2월 초까지 주 2회 직항 전세기가 떠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야자키현은 바다와 삼림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때 묻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현의 동쪽 태평양과 인접한 400㎞나 되는 긴 해안선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었습니다. 공항과 항구를 낀 미야자키시로부터 남쪽으로 아오시마, 니치난, 고지마섬으로 이어지는 해안가에는 '도깨비 빨래판'이라 불리는 울퉁불퉁한 줄무늬 바위군과 선 멧세 니치난, 우도신궁이 잇따라 있어 필수 관광코스였습니다. 해안선의 남단에 떠 있는 조그만 섬 고지마에서는 야생 원숭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오시마~선 멧세 니치난~우도신궁~고지마섬 잇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고지마섬 백 마리 야생원숭이, 인간이 들어가도 무관심, 본의 아닌 굴욕 



■ 니치난 해안 환상의 드라이브

          하늘에서 본 아오시마섬. 섬을 뒤덮고 있는 아열대 숲과 파란 물빛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도깨비빨래판으로 불리는 바위군. 지구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지질구조이다.

위 큰 사진에서 섬 주위를 둘러싼 바위군을 가까이서 본 모습.


            아오시마섬. 아열대 숲 내에는 신사가 위치해 있다.

 니치난 해안 드라이브는 아오시마 섬에서 시작된다. 뭍과 조그만 돌다리로 연결된 이 섬은 둘레가 1.5㎞ 정도로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바위 지형 때문에 더 유명세를 탔다. 일명 '도깨비 빨래판'으로 불리는 바위 군은 멀리서 보면 빨래판처럼 생긴 돌판이 일정 간격으로 해안에 넓게 펼쳐져 있다. 하늘에서 보면 풍광이 더 좋다.

 이 바위 군은 신생대 제3기 때 모래와 진흙 등의 퇴적물이 바닷속 깊은 곳에서 암석화했다가 높은 압력으로 경사진 후 융기에 따른 차별 침식으로 형성된 대자연의 조형물이다. 퇴적암층의 간격이 일정해 인공 구조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러한 지질 구조는 세계적으로 아오시마 섬 주변 니치난 해안가에만 존재해 현은 섬을 덮고 있는 300년 된 아열대 숲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아오시마에서 차로 20분쯤 남으로 내달리면 해안 테마파크인 '선 멧세 니치난'에 닿는다. '태양의 메시지를 받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곳은 일본이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상 복원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경도가 같은 지점인 이곳에 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모아이 석상 7개를 조각해 놓았다. 일본인은 7개의 석상에 연애 부부애 사업 등 기복의 의미를 부여해 이들 석상을 만지면 만사형통이라고 설명한다.

       '선 멧세 니치난'에 있는 모아이 석상. 일본이 칠레 이스터 섬 모아이상 복원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위도가 같은 지점인 미야자키 니치난 해안가에 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모아이 석상 7개를 조각해 놓았다.


 한 바퀴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 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다시말해 일본인이 아니면 카트를 빌릴 수 없습니다. 처음엔 외국인에게도 빌려주었지만 사고율이 높이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이상한 규칙이 정해졌다 합니다.

'선 멧세 니치난'에서 다시 남으로 10분 거리에는 일본 신화의 성지인 우도신궁이 기다린다. 바다와 맞닿은 아찔한 절벽 옆 동굴 안에 조성돼 신비감을 자아낸다. 부부관계도 원만하게 해주고 내세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신을 모시고 있어 특히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모아이 석상에서처럼 뿌리 깊은 일본의 기원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동굴 속 우도신궁.

우도신궁 입구.

우도신궁 동굴서 본 태평양. 날씨 때문에...


흙구슬이 금테 안에 들어가야 소원이 이뤄진단다. 거북이를 닮긴 닮았다.

거북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며 흙구슬을 던지는 일본인들.


독도는 우리땅. 한국인이 다녀간남?

일본에는 뭐든 공짜가 없다.


원숭이에 먹이를 주지 말라

우도신궁에서 1시간쯤 남으로 계속 내달리면 고지마 섬 앞에 닿는다. 해안가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위치한 이곳은 야생 원숭이가 100마리쯤 서식하는 무인도. 하지만 꽤나 유명한 섬이다. 10여 년 전 일본의 후나이 유키오가 쓴 명저 '백마리째 원숭이가 되자'의 배경이 된 섬이기 때문이다. 원숭이 서식은 1948년 처음 확인했으며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고지마섬. 손에 잡힐 듯하다.

이 배를 타면 섬으로 향한다.


배에서 본 원숭이들.

2분이면 섬에 닿지요.


신기한 듯 사람을 보는 원숭이들.

대장 원숭이란다.



 영장류연구소는 이 섬에서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가 발견되자 나머지 원숭이들이 대부분 따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지마 섬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섬의 원숭이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는 것. 미국의 뉴에이지  과학자 라이언 왓슨은 이를 두고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 명명하며,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이 그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해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 설명했다.

  경영컨설턴트인 저자 유키오는 교토대와 라이언 왓슨의 연구를 발전시켜 의식혁명이란 새로운 사상에 동참하는 사람이 일정 수에 도달할 때 일시적으로 일어난다고 그 범주를 확장해 주장했다.

고지마 섬에는 2분 정도 배(1인당 1000엔)를 타고 들어간다. 선주 시게마쓰 히데도시 씨는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수년 전 한국의 모 방송사가 고구마를 물에 씻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의 지침을 어기고 고구마를 반입, 많이 주는 바람에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원숭이들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의 방송사는 절대 출입 금지 당했으며, 이와 함께 동영상 카메라도 절대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카메라는 가능하다.

 뭍에서 보이지 않지만 섬 모퉁이를 살짝 돌면 조그만 백사장에 원숭이들이 나와 있다. 뭍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인가 싶어 물었더니 원래 원숭이들은 오전에 이곳에서 놀고 오후에는 먹이 활동을 위해 숲으로 사라진단다.

 선주 히데도시 씨는 배에서 내려 섬에 가더라도 원숭이들과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을 응시하지만, 발을 내 딛는 순간 원숭이들은 인간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서로 이를 잡아주는 등 자신들의 일에 열중이다. 정말 관심을 보이지 않아 굴욕을 느낄 정도다. 자세히 보면 할머니 원숭이부터 갓 태어난 새끼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일본 전쟁사의 한 페이지 오비성

 니치난에 있는 오비성은 한 성을 두고 이토, 시마즈 두 가문이 103년간 다툰 일본 전쟁사에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결국 이토 가문이 1588년부터 300년간 지켰다. 성벽과 돌담이 일부 남은 성 내부에는 번주의 가옥이 그대로 남아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역사자료관에는 에도시대의 칼 갑옷 가마 등이 전시돼 있다.

오비성 입구.

역사자료관의 칼들.


오비성터 뒤 오비스기 숲.

오비현 현주의 관사.


성터 뒤에는 140년 된 오비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일명 '오비스기'로 불리는 오비삼나무는 다른 지역의 삼나무와 달리 탄성이 좋고 유지 성분이 많아 건물의 기둥이나 배의 재료로 널리 쓰여 일본 최고의 목재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또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화하는 벚나무가 있어 1월이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오비성 바로 아래에는 오비현이었던 메이지유신 당시 현주의 관사가 보존돼 있다. 전형적인 일본 가옥이다.

 성 아래에는 옛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성하마을이 있다. 여기저기 옛 무사집과 오래된 돌담이 보존돼 '규슈의 작은 교토'로 불린다.

이곳은 입장료(아마 600엔) 이외에 400엔을 얹어 1000엔을 내면 상점 40여 곳 중 5군데를 골라 기념품이나 특산물 음료 등을 쿠폰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도 벌고, 주변 상가도 좋은 일거양득의 제도로, 우리나라도 관광지도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한 시스템이다. 가게마다 번호가 적혀 있으며 분홍색 깃발을 꽂은 집은 가정집이 아니라 상점임을 의미한다. 일본 소주, 간장, 샤베트 아이스크림, 모찌류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야자키의 맛 - 쫄깃쫄깃한 토종닭, 살살 녹는 흑소 和牛

 미야자키에는 닭요리가 다양하다. 우선 지도리라 불리는 토종닭 숯불구이. 자연 방목 상태로 키워 지방이 적은 토종닭을 소금으로 간을 해 숯불에 구워냈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다며 버리는 닮 모가지 속의 뼈를 발라내는 기술이 개발돼 이를 숯불에 구워준다. 별미이다. 

치킨난방.

미야자키 (흑우)쇠고기, 화우.


치킨난방도 빠뜨리지 말자. 역시 미야자키 토종 어린 닭의 가슴살에 튀김가루와 계란을 입혀 튀겨낸 후 달짝한 조미식초와 새콤한 타르타르소스를 듬뿍 얹어 먹는 요리이다. 1960년대 미야자키에서 시작된 후 지금은 일본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표 명물이 됐다. 

쇠고기 또한 유명하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방목한 미야자키 특산인 흑소 화우(和牛·사진 아래)는 육질이 부드러워 누구나 한번 먹어보면 반할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마블링도 선명해 일본 최고의 쇠고기로 열도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입에 넣으면 씹지 않아도 살살 녹는다. 이 쇠고기가 도쿄로 가면 가격이 2~3배로 뛴다고 한다.


- 미야자키현 관련 글

미야자키 (2)편 일본 속의 한국 가라쿠니다케(韓國岳) http://hung.kookje.co.kr/515
미야자키 (3)편 '골프 천국' 미야자키에서 여유있게 즐기는 꿈의 라운드 http://hung.kookje.co.kr/519






-니가타 명물, 사케와 고시히카리 쌀

 일본에서 니가타현은 3백(白)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본 최고의 쌀과 맑은 사케 그리고 눈(雪)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양조장이면
양조장, 농업이면 농업과 같이 가업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뚜렷하게 유지된
결과이다. 지역 특산품에 대한 애착도 한몫했다. 일본 최고의 사케와
고시히카리 쌀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니가타는 '사케 권하는 사회'

빙허 현진건의 표현을 빌리면 '몹쓸 사회'가 '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예외가 바로 바다 건너 일본 니가타현인 듯하다. 이곳은 빙허를 그토록 취하게 했던 암울한 세상이 아니라 술 자체의 고유한 맛과 향으로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본 사케의 본산이다.

 니가타역이나 여객선터미널 그리고 일종의 테마파크인 후루사토무라의 특산품 가게에는 어김없이 사케 코너가 있고 시음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쿠보타, 핫카이산, 고시노간바이 등이 알고 보니 모두 니가타산이다. 가격을 보니 핫카이산의 경우 720㎖ 한 병이 1223엔(약 1만6500원)이니 크게 비싸진 않다. 

사케가게에는 시음 코너가 있다.

가는 곳마다 사케진열대가 있다.


 사케 산지는 대부분 물이 좋은 곡창지대다. 물과 쌀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통상 일본에선 교토 지방, 고베 나다, 니가타현을 3대 산지로 꼽지만 으뜸은 단연 니가타현이다.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사케 품평회에서 입상작의 절반 이상이 니가타산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240만 인구의 니가타현에는 95개의 양조장에서 1000종에 가까운 사케가 만들어진다. 많이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도 바로 니가타현이다.

 종류가 많은 만큼 맛도 천차만별이다. 이렇다 보니 사케 소믈리에가 니가타현에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쯤되면 '니가타=사케 권하는 사회'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까.

 니가타의 사케는 다른 지역 술에 비해 맛과 향이 밋밋할 만큼 순하고 담백하다. 실제로 혀에 닿는 첫 느낌은 마치 깊은 산속의 약수를 맛보듯 목 넘김이 부드럽다. 술의 모든 잡맛을 제거하고 가장 물에 가깝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일본과 가까운 부산의 유명 호텔 일식당들이 앞다퉈 사케 소믈리에를 두고 사케 프로모션을 열고 있는 것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내에 위치한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한쪽
         벽면에 위치한 사케 자판기 앞의 사케을 응시하며 뭘 고를까 고민하고 있다.
       사케 유료 시음관인 '혼슈칸'에서 사케를 마시는 관광객들.
       '혼슈칸'에는 30여 종의 소금이 있다. 소금은 사케맛을 더욱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단다.

 사케가 좋아 니가타를 찾았건만 1000가지나 되는 모든 사케를 맛볼 순 없다. 그렇다고 아무 사케나 살 수는 없는 법.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럴 때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을 찾아가자.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안에 있다.

'혼슈칸'에선 니가타의 95개 양조사가 각각 내놓은 대표 사케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게 대형 자판기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시음 방법은 간단하다. 500엔을 내면 5개의 코인과 시음용 잔을 준다. 이런 시스템은 홍콩의 와인테이스팅바와 같다. 사케는 크게 지역별로 분류돼 있으며 라벨에는 사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백견(見)이 불여 일음(吟)'. 평소 눈여겨 봐둔 사케를 맛보자. 사케 문외한이라면 한쪽 구석에 위치한 '전달의 인기 순위'를 참고하면 된다. 20위까지 있다. 쿠보다, 핫카이산, 고시노간바이는 순위만 바뀔 뿐 랭킹 5위 안에는 늘 있다. 9월에는 에치고쓰루카메와 고시노우메슈가 각각 2, 4위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순위표 옆에는 일종의 안주인 30여 종의 소금과 잘게 썬 단무지가 보인다. 소금은 사케맛을 더욱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단다.

 사케 마니아에게는 중요한 팁이라 한 가지 더 소개한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이틀간 니가타 시내 도키메세(컨벤션센터)에서 '사케노진'과 '쇼쿠노진'이 열린다. 일종의 사케와 음식 잔치로 일본판 '옥토버페스트'로 보면 된다.

 니가타현 내 95개 주조장이 모두 참여, 부스를 차리고 겨우내 만든 신제품과 간판 사케를 전시 판매한다. 입장은 무료지만 시음용 잔(2000엔)은 하나 구입해야 참여할 수 있다. 이 잔을 들고 모든 부스를 찾아 내밀면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쇼쿠노진'은 안주 공급처. 꼬치구이 등 니가타 고유의 맛을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대개 취하도록 마시지 않지만 '사케노진'에선 대취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앰뷸런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니가타는 진정 '술 권하는 사회'다.

빼어난 밥맛, 아! 고시히카리 쌀


 이번 여행에 가이드를 맡은 조상덕 씨는 일본 최고의 쌀인 고시히카리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일본 긴자의 최고급 요정 주인들에게 한 가지 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로 지은 하얀 쌀밥을 대접하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것.

 고시히카리 쌀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는 현지에서 거의 소비가 다 돼 도쿄에선 구입하기 힘들다.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것이 바로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 쌀인 것이다.

고시히카리 쌀밥.

햅쌀의 입하를 알리는 플래카드.


 고시히카리란 밥의 찰기(고시)와 윤기(히카리)를 의미한다. 그 유명세만큼이나 밥맛은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니가타에 머무는 동안 고시히카리의 환상적인 밥맛 덕분에 왕성했던 식욕이 되살아났다.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탱글탱글한 반투명한 밥알들이 일궈내는 그 맛은 쌀밥이 이렇게 맛있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편으로 밥에 대한 경외심마저 생겼다.

 소설 '설국'의 배경인 유자와에 위치한 스포리아 유자와 호텔의 가이세키(會席·에도시대부터 내려오는 연회 코스 정찬, 사진 위) 요리에선 타 지역과 달리 즉석에서 1인분 무쇠솥에 고시히카리로 한 밥을 대접한다. 코스식으로 나오는 푸짐한 가이세키 요리에서 맨 나중에 나오는 밥은 배가 불러 대개 남기지만 이곳에선 밥맛 덕분에 한 공기를 홀랑 비울 수밖에 없다.

     홍보를 위한 호텔 앞의 고시히카리 벼 집단.

 부산 KJA투어 정순규 소장은 "일본을 수십 번이나 다녀봤어도 이곳 니가타 현지에서 먹는 고시히카리 밥맛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고시히카리의 수확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이르다. 9월 말인데도 들녘에는 추수가 한창이었으며, 벌써 특산품점 매대에
진열된 것도 있었다. '신미입하(新米入荷)'라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와 함께.가격은 엔환율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꽤 비싸다. 최고로 치는 우오누마산 유기농 재배 고시히카리는 2㎏에 2350엔(약 3만2000원)이니 국내 보통 쌀의 8~9배 가격이다.

- 니가타현 관련 글

니가타현 (1)편 한없이 맑고 그윽한 三白(고시히카리 쌀, 사케, 온천)의 땅 니가타현 http://hung.kookje.co.kr/504
니가타현 (2)편 '雪國' 유자와마을…긴 터널 빠져나오자 그가 반긴다 http://hung.kookje.co.kr/506
니가타현 (3)편 日니가타의 보석같은 섬, 사도 http://hung.kookje.co.kr/507



 

 
니가타현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 섬이 하나 있다. 사도라는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한반도를 꼭 닮은 이 섬은 북위 38도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정동쪽으로 항해하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7세기 초 금광이 발견돼 도쿠가와 막부의 든든한 재정원 역할을 했다.


- 눈 없어도 즐거운 체험보물섬… 니가타항에서 제트호일로 1시간
- 금광에서 지금은 따오기 섬으로 더 유명한 사도
   
- 사금채취 체험 가능한 골드 파크, 日 자부심이 담긴 따오기보호센터
- 타악기 '고도'의 울림 느껴볼 '사도다이코 체험교류관'
- 오기항에선 '다라이부네'라는 대야모양 나무 통배 탈 수 있어

   
사도는 니가타항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제주도 절반 크기의 섬.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비틀호와 똑같은 제트호일을 이용하면 1시간이면 도착한다.

사도는 예부터 우리의 제주도처럼 정쟁에서 패한 귀족이나 문인, 지식인들의 유배지였다. 덕분에 외진 섬이라도 생활양식이나 문화가 본토 못지않게 다양한 형태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도가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일본판 골드러시'로 알려진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 1601년 발견된 이 금광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막부의 재정을 지탱하는 재원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개발이 진행돼 1989년 폐광 때까지 금 78t을 채굴했다. 17세기 초에는 세계 제일의 금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맥이 동서로 3㎞, 남북으로 6㎞, 깊이가 800m에 달해 갱도의 길이가 총 400㎞에 이르지만 현재 300m를 관광 루트(아래 사진)로 개방하고 있다.


          새로운 금맥을 발견해 제사를 지내는 모습.

 서늘한 갱도에 들어서면 사람 형상의 로봇 인형이 수작업으로 바위를 깨는 모습이나 갱내의 지하수를 밤새 퍼내던 당시의 가혹한 노동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선으로 이어지는 광산자료관에는 투명한 상자에 뚫린 8.5㎝의 구멍으로 손을 넣어 12.5㎏의 금괴를 직접 들어볼
수 있게 해놓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다.

 이곳에는 또 봉우리 자체가 금맥이어서 이를 채굴하기 위해 산 위에서 아래로 굴착을 하다 보니 봉우리가 두 쪽으로 갈라져 V자 홈이 나 있는 산이 보인다. 도유산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노천굴착의 흔적으로 독특한 형상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노천 금광 굴착의 흔적. 산 이름은 도유산.

 금광 인근 니시미카와(강) 골드 파크에선 사금 채취 체험을 할 수 있다. 직경 20㎝ 정도의 플라스틱 접시를 이용, 수조 안의 모래를 퍼 조심스럽게 흔들어주면 비중이 큰 모래 속의 사금이 반짝거리며 접시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제법 많은 양의 사금을 모을 수 있으며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도는 국제보호조류인 따오기(아래 사진)의 섬이다. 따오기와 관련, 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비슷하다. 양국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따오기는 남획 등으로 대가 끊기면서 종이 같은 따오기를 중국에서 들여와 인공번식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그 장소가 한국이 경남 창녕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라면 일본은 바로 사도 따오기 보호센터이다.

 복원사업은 일본이 훨씬 앞서 있다. 한국은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를 도입해 이제 겨우 인공번식을 처음 성공했지만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이미 인공번식에 공을 들여 개체 수를 160여 마리로 늘렸다. 최근에는 자연방사와 자연번식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이다.

일본이 이처럼 따오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따오기의 학명이 'Nipponia nippon'이기 때문. 다시 말해 일본에 의해 공식적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따오기 자료 전시관에는 따오기의 탄생 비디오와 알의 견본, 골격 표본과 박제 등 따오기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사도는 또 한국 '김덕수 사물놀이'와 비교될 만큼 다이코(큰북)를 연주하는 '고도'라는 세계적 타악연주단체의 본산이다. 1981년 결성된 이 단체는 미국 카네기홀과 한국에서도 공연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도에는 '고도'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사도다이코 체험교류관'(아래 사진)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나 볼 수 있는 큰북과 다양한 크기의 북을 직접 쳐보며 일본 북의 혼과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여행 기간 참석자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곳이다.


 사도 남쪽 오기항에서는 '다라이부네'(아래 사진)라는 대야 모양의 나무통 배를 탈 수 있다. 이 배는 파도가 치는 바위틈에서 미역과 전복 등을 따기 위해 사용되는 배였지만 지금은 일본 여인이 노를 저어주는 관광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하면 직접 저어볼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아주 어렵다.

섬 중서부의 사도 경관 1번지인 소토카이후 해안의 센카쿠만 아게시마도 빠뜨리지 말자. 깎아지른 절벽과 복잡한 해안선이 일품인 이곳은 한국의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떠오르게 한다. 단골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물이 투명해 수중투시선을 타고 배 밑 창을 통해 바닷속도 볼 수 있다.

센카쿠만 아게시마.

수중 투시선.

 

※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일본 지역 전통예능 활용센터

- 니가타현 관련 글

니가타현 (1)편 한없이 맑고 그윽한 三白(고시히카리 쌀, 사케, 온천)의 땅 니가타현 http://hung.kookje.co.kr/504
니가타현 (2)편 '雪國' 유자와마을…긴 터널 빠져나오자 그가 반긴다 http://hung.kookje.co.kr/506
니가타현 (4)편 사케에 반하고 밥맛에 취하는 日니가타 http://hung.kookje.co.kr/505



 
-日니가타를 가다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서 5분 거리
900년 전통 '다카한'36대째 운영 중

가와바타 야스나리 묵은 다다미방 재현
연중 국내외 관광객 발길 줄 이어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곳에 가보는 것이 상책이다. 이를 살짝 뒤집어보면 소설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소설 속의 바로 그 현장에서 직접 쓰는 일이다. 탐미주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설 '설국'을 쓰기 위해 니가타현의 조그만 마을인 유자와의 료칸(일본 전통 여관) '다카한'(高半)에 머물렀다. '다카한'에는 80년 전 그가 머물며 소설을 썼던 일명 '안개의 방'인 다다미방이 재현돼 있다.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 중의 하나.

 

'설국' 배경 유자와 마을 '다카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멈춰섰다'.

 

'설국'의 첫 문장이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문장이 니가타현 유자와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 문장에 언급된 '국경'은 군마현과 니가타현을 가르는 해발 1000~2000m의 에치고산맥이며 '긴 터널'은 에치고산맥을 뚫은, 무려 11㎞나 되는 시미즈터널이다. 도쿄에서 출발한 열차는 군마현을 거쳐 시미즈터널을 통과해야 비로소 '설국'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역에 닿는다.

 

니가타현을 설국이라 부르는 것은 동해의 습한 눈바람이 이 에치고산맥에 부딪쳐 엄청난 눈을 쏟아내기 때문. 유자와마을 기요타카 가미무라 촌장은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 와도 시미즈터널만 통과하면 여전히 눈 세상"이라며 "이웃한 마을이 10여 분쯤 소요되는 터널 하나로 이처럼 딴 세상인 것은 신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터널은 1931년 개통된 시미즈터널이 아니다. 요즘 관광객들은 대부분 신칸센이나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시미즈터널(사진 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타고 다녔던 JR 열차용이며, 신칸센용 터널은 다이시미즈터널, 고속도로용 터널은 간에츠터널이다. 간에츠터널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신칸센을 이용하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에치고유자와역에 닿아 소설 속 '설국'의 풍경과 운치를 느낄 수 없다. 현재 도쿄에서 니가타현 유자와까지 신칸센은 1시간10, 고속도로는 3시간쯤 걸린다.

 

'설국'의 배경인 '다카한'은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에서 차로 5분이면 닿는다. 유자와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묵었던 1930년대의 료칸 '다카한'.


 
가와바타가 머물렀던 1930년대 '다카한' 3층짜리 목조건물은 화재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 지금과 같은 번듯한 6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안주인 다카하시(63) 씨는 "여러 번의 증개축이 있었지만 가와바타가 묵었던 2층 방의 위치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료칸 '다카한'

'다카한'의 36대 주인 다카하시 씨.


 
'다카한' 900년 동안 후손들이 가업을 이으며 지키고 있다. 다카하시 씨는 자신은 36대 주인이며 자신의 아들이 조만간 물려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와바타가 이곳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35대 주인인 자신의 아버지가 가와바타의 대학(도쿄대 문학부) 선배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카한' 2층 설국문학자료관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워낙 찾는 이가 많다 보니 료칸과 아예 분리해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입구 로비에는 가와바타의 사진과 그가 직접 쓴 '설국' 첫 문장의 글귀, 다양한 언어로 출판된 소설 '설국', 1930년대 유자와마을과 '다카한'의 모습 등이 보인다.

그러다가 한쪽 벽에 걸린 여인에게 시선이 꽂힌다
. 고다카 기쿠.
소설 속 여주인공 고마코의 실제 모델이 됐던 게이샤 마쓰에의 빛바랜 사진이다. 소설 속에 그려진대로 미모의 여인이다.

(아래 사진)
 게이샤 시절 이름이 마쓰에였던 고다카는 스무 살 때 가와바타를 만나 아침마다 작가의 방에 불을 넣고 목욕물을 데웠다고 한다. 마치 소설 속에서 고마코가 시마무라에게 했던 것처럼.
그 사연이 실린 신문기사 또한 볼 수 있다.

 

가와바타가 소설을 썼던 다다미방에는 앉은뱅이책상과 화로 그리고 조그만 경대가 눈에 띈다. 경대는 가와바타가 소설 속에서 창밖 설경과 경대 거울에 비친 고마코의 모습을 대비하며 묘사한 대목에서 자주 나왔던 소품이다.

 

유자와에는 '설국'과 관련된 전시관이 하나 더 있다. '설국관'이라는 역사민속자료관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역에서 '다카한'으로 가는 도중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다카한'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이곳은 게이샤 마쓰에가 살던 곳이라 한다.

일명 안개의 방으로 불리는 '다카한'의 2층 방 내부.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 니가타현 관련 글

니가타현 (1)편 한없이 맑고 그윽한 三白(고시히카리 쌀, 사케, 온천)의 땅 니가타현 http://hung.kookje.co.kr/504
니가타현 (3)편 日니가타의 보석같은 섬, 사도 http://hung.kookje.co.kr/507
니가타현 (4)편 사케에 반하고 밥맛에 취하는 日니가타 http://hung.kookje.co.kr/505

 























 





스무 고개. 어디일까요.

일본 47개 현·도·부 중 하나입니다. 혼슈(本州) 추부(中部)지방 맨 북쪽에 위치해 동해와 접하고 있지요.

이곳의 남쪽에는 도야마현 나가노현 군마현이, 동쪽으로 후쿠시마현이, 북으로는 야마가타현이 있지요.

초등학교 졸업장으로 1970년대 일본의 수상까지 올라 일본 열도 재개조를 꿈꾼 다나카 가쿠에이의 고향입니다.

일본의 신석기시대에 해당하는 조몬문화의 유물·유적이 일본 열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지요.

너무 어렵나요.


이곳의 부속섬인 사도는 4개의 큰 섬(혼슈·시코쿠·규슈·홋카이도)을 제외하고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지요. 따오기의 본산인 이 섬은 1601년 금맥이 발견돼 도쿠가와 막부의 주 재정원이 되었죠. 1989년 폐광 때까지 388년 동안 78t의 금을 생산했답니다.

1600년대 초반에는 세계 제일의 금 생산량을 자랑했지요. 지금은 갱도의 일부가 관광루트로 개방돼 있습니다.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도 이곳입니다. 동해에서 불어온 습기 머금은 북풍이 해발 2000m가 넘는 에치고산맥을 넘지 못해 눈이 되는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한번 내리면 3~4m는 보통이랍니다. 당연히 겨울 강설량이 여름 강수량보다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곳은 '스키 강국' 일본 스키의 발상지이기도 하지요. 1911년 1월 오스트리아 레르히 소령이 일본인들에게 처음으로 스키를 가르친 곳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해 레르히 소령의 동상과 스키박물관도 있답니다.

아직도 알 듯 모를 듯 하다고요. 그럼 좀 더 진도를 나가볼까요.

니가타의 자랑 고시히카리 쌀.

일본 최고의 밥맛을 자랑하는 고시히카리 쌀과 고시노간바이, 쿠보타, 핫카이산과 같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사케(니혼슈·일본 청주) 또한 이곳 특산품입니다. 겨우내 내린 눈 녹은 청정수가 일본에서 가장 긴 시나노강(367㎞)을 이뤄 이곳 옥토를 구석구석 적시며 최고의 쌀을 만들어내고, 그 물과 쌀이 어우러져 일본 최고의 사케를 빚어내고 있지요. 양조장만 무려 95개라고 합니다. 어딜 가나 사케 매장이 눈에 띕니다. 어떤 매장에서는 실물 크기의 샐러리맨 형상을 한 인형이 술에 취해 사케 매대 앞에 쓰러져 있거나 벽에 기대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더군요. 사케의 천국이지요.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내 사케 매장에서 대만의 아가씨들이 즉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다른 분야의 힌트도 필요하다고요.

이곳에는 동해에 접한 일본의 항구 중 가장 큰 곳이 있지요. 광복 후 재일교포 북송선을 떠나보낸 비정의 항구이자 일본 납북자들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사도 오사도호텔의 노천온천. 정면은 동해바다.
노천온천에서 본 유자와마을.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이곳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랍니다. 지금까지 지진은 대도시를 낀 태평양 변이 특히 위험하고 그 반대편인 동해 쪽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수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대형 지진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충격을 받았답니다.

황선홍 이후 11년 만에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J리그 득점왕을 노리며 조광래호에 승선한 신예 조영철 선수가 속한 프로 축구팀이 이곳에 연고를 두고 있지요.
이제 마지막 힌트입니다.

일본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탐미주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배경이 바로 이곳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아주 유명하잖아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1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니가타(新潟)현입니다. 마쓰리(축제)의 나라 일본에서 전국 마쓰리가 한데 모이는 '지역 전통 예능 전국 페스티벌'이 지난달 성대하게 펼쳐진 니가타현을 둘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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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현 (4)편 사케에 반하고 밥맛에 취하는 日니가타 http://hung.kookje.co.kr/505


대마도 향토요리 '이시야끼'. 우리말로는 돌구이요리인 이시야끼는 어부들이 고기잡이에서 돌아와 돌판을 달궈 갓잡아온 생선과 야채를 구워먹던 음식이다. 

 지난 겨울 포항 구룡포를 다녀왔습니다.
'과메기 1번지'로만 알려진 구룡포는 알고 보니 대게와 오징어의 생산량도 국내 최고더라고요. 지명도 면에서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 밀리고 있지만 구룡포항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온종일 시끌벅적해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다웠습니다.

 당시 동행한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포만감을 꿈꾸며 들떠 있던 기자를 구룡포항 뒷골목으로 먼저 안내했습니다. 구룡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리국수'를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테이블이 많아야 네댓 개쯤 되는 허름한 식당에는 60대 노부부가 40년간 애오라지 이 '모리국수'만을 삶고 있었습니다. 대게와 아귀를 곁들인 국물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포항 구룡포의 향토요리인 모리국수. 아귀와 대게가 들어있어 국물이 아주 쉬원하다.

 모리국수는 독한 술과 지독한 바닷바람에 지친 어부들이 배에서 내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갖은 해산물을 넣고 끓인 후 국수를 말아먹던 구룡포만의 음식입니다. 다소 독특한 이 이름은 경상도 말로 생선을 '모디(모아)' 넣고 '모디가(모여서)' 먹는다는 의미로 애초엔 '모디국수'로 불리다 자연스럽게 '모리국수'로 정착됐다고 합니다. 모리국수를 먹으면서 서 부소장은 "모리국수를 알아야 진정 구룡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자, 이제 무대를 바다 건너 대마도로 옮겨 보겠습니다.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한국 휴대전화도 터지는 '국경의 섬' 대마도 말입니다.

 대마도에도 이 '모리국수'와 유래가 비슷한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시야끼'라는 대마도 향토요리입니다. '이시'는 돌, '야끼'는 구이의 일본어로 우리말로는 돌구이요리가 적당하겠지요. 이시야끼 또한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섬에 닻을 내린 대마도 어부들이 섬에서만 산출되는 돌판을 달궈 갓 잡아온 생선과 야채를 구워 먹던 음식이지요. 

 '모리국수와 이시야끼'.
이 두 음식에는 양국 국민의 민족성이 살짝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성격 자체가 약간 급한 데다 모든 재료를 섞어 얼큰한 국물의 잡탕식을 즐기는 우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느긋한 일본인들에게는 돌판을 달구는 여유와 깔끔함이 묻어나는 듯싶습니다. 이 이시야끼란 향토요리가 최근 대마도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부들이 수백년 전 먹던 방식과 달리 어패류와 각종 야채 그리고 약간의 육류와 소스까지 곁들여져 푸짐하게 나옵니다.

 고구마를 갈아 만든 우동인 '로쿠베'라는 전통요리도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마도 원주민도 먹기 힘들 정도로 잊혀져 가던 로쿠베도 최근 한국인들이 찾으면서 향토요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토양의 대마도에서나 나올 법한 음식입니다.

고구마로 만든 우동인 로쿠베.
대마도의 스시. 

 천혜의 황금어장 아소만을 활용한 해물 바비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문 낚시꾼들이야 갯바위에서 대물을 노리겠지만 낚시와 무관한 필부들은 조그만 낚시배에서 보리멸 우럭 노래미 등 잡어를 잡습니다. 건진다고 해야 될 정도로 줄줄이 올라옵니다. 남태평양 선상낚시가 부럽지 않습니다. 낚시가 끝나면 아소만의 안쪽 깊숙이 파도가 잔잔한 간이 수상가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해물 바비큐가 기다립니다. 숯불에 익혀 먹는 자연산 가리비와 굴 오징어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갓 잡아온 자연산 가리비가 숯불에 익어가고 있다. 

 혹자들은 대마도 하면 지금까지 우리 문화유산의 발자취가 오롯이 남아 있어 역사탐방지로,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라다케 등반을 위한 산행지로 그리고 대물 포인트가 즐비한 낚시터를 우선 떠올릴겁니다. 

 기자는 이참에 또 하나 추가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품은 아소만과 울창한 원시림 등 대자연에서 나오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향토요리를 찾아 떠나는 맛기행 명소로. - (2)편이 이어집니다. http://hung.kookje.co.kr/373


 잠시 대마도를 개관해보자. 한반도의 동남쪽 해상에 떠 있는 좁고 길쭉한 대마도는 남북으로 82㎞, 동서는 18㎞에 불과한 작은 섬. 면적은 거제도의 1.5배, 제주도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일본 본토와는 132㎞나 떨어져 있지만 부산에선 불과 49.5㎞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읍에 비유되는 6개의 마치(町)로 구성된 시(市)로, 섬 전체 인구는 3만8000명 정도. 부산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선사의 스케줄에 따라 두 개의 항구에 닿는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 전자는 부산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한국전망대와 함께 최북단인 가미쓰시마마치에 있고, 섬의 최대항인 후자는 최익현 선생 순국비와 비운의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등과 함께 최남단인 이즈하라마치에 위치해 있다. 섬을 관통하는, 다시 말해 두 항을 잇는 국도는 단 하나. 만일 부산서 출발해 히타카쓰에 내리면 남으로 내달리며 볼거리를 둘러보고 이즈하라에서 부산으로 돌아온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의 거리는 88㎞ 정도 되며,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아 2시간 정도 걸린다.

■ 대마도 향토요리 돌구이 이시야끼

대마도 이즈하라 시내에위치한 레스토랑 '론'의 안주인 구마모토 게이코 씨가 돌판에 각종 구이 재료를 올려 직접 굽고 있다.
일본의 참치회는 껍질이 그대로 나온다. 다만 까칠한 껍질은 살짝 데친 후 냉동 숙성시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까지 느껴진다.
음식이 워낙 푸짐하다보니 새우튀김에 손이 가질 않는다.
             대마도가 속한 나가사키현 관광협회가 3대 향토요리를 널리 아끼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인 이즈하라 시내에 위치한 '론(Ron)'이라는 식당이 이시야끼를 잘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즈하라의 인구는 1만5000명으로 섬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사실 말이 도심 번화가이지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1차선 도로가 나란히 내달린다. 우리로 치자면 시골 읍내보다 덜 번화하다. 하천 난간이나 다리에는 600년 전 한류의 물꼬를 튼 조선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이 눈에 띄고 하천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거리엔 쓰레기 하나 보이질 않는다.

 이시야끼 전문점인 '론'은 이즈하라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쓰시마호텔 맞은편이며 일본관광공사 면세점과는 50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로 옆에 '만송각'이라는 여관을 동시에 경영하고 있어 단체손님이 찾을 경우 만송각 다다미방에서 식사가 마련된다.

 문을 들어서자 우선 그간 다녀간 한국인들의 명함이 눈에 띄고 바로 옆에 커다란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대마도가 속한 나가사키현 관광협회가 선정한 3대 향토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포스터엔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과 함께 대략 이렇게 적혀 있다. '감동을 주는 섬의 순수한 음식, 3도(島) 대결 선언-이끼섬 전복구이, 대마도 이시야끼, 오도열도 다금발이 전골(지리)'. 이시야끼가 대마도를 넘어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3대 향토요리에 손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차림이 마련된 다다미방에 들어서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 임금님 수라상이 이랬을까. 푸짐함에다 일본 요리 특유의 아기자기한 색감까지 곁들여져 우선 한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원래 배에서 내린 어부들이 생선을 돌판에 구워 먹던 음식이던 이시야끼는 이제 상품화돼 삼치 방어 등 생선을 비롯해 새우 소라 가리비 오징어 등 각종 해물과 쇠고기 표고버섯 당근 피망 호박 양배추 파 등이 재료로 포함돼 있다. 타레라는 이시야끼 소스, 튀김 소스, 간장(와사비)만 있을 뿐 어떤 양념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연식인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선 최고급 횟감으로 치는 참돔과 방어회까지 나온다. 껍질 대신 살코기만 먹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참돔회는 껍질이 그대로 나온다. 다만 까칠한 껍질은 살짝 데친 후 냉동 숙성시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까지 느껴진다.

 검은 색의 돌판은 이미 달궈져 있다. 40분 정도 데운 것이란다. 해서, 이시야끼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 

 안주인 구마모토 게이코(55) 씨는 "섬에서만 나는 이 돌은 현재 15년 정도 됐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재료의 맛을 빛내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이코 씨는 대마도 출신이지만 농가에서 자라 어릴 땐 이시야끼를 본 적이 없단다. 대신 해안가로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서 배워 30년 동안 이시야끼 요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상당히 고급요리로 발전해 대마도 사람들은 엄두를 못내고 일본 본토나 한국인들이 주 고객입니다."

워낙 푸짐하다 보니 국내 일식집에서 코스의 하나로 나오는 새우튀김에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돌판에 굽는 맛이 이토록 신선하고 담백할 줄이야 한결같이 만족하는 표정이다. 반주로 준비한 소주가 술술 넘어간다. 한마디로 잘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밥과 미소시루, 원할 경우 우동도 나온다. 1인당 3500~4000엔.

■ 고구마 우동 로쿠베와 스시 우동

고구마로 만든 대마도 향토요리인 로쿠베.
고구마를 잘게 빻은 후 조그만 덩어리를 만들어놓고 손님이 찾을 경우 덩어리를 뜨거운 물을 적셔 강판에 갈면 간단하게 짧은 로쿠베 면이 나온다.

대마도는 우리나라의 섬들처럼 해안가에 모래사장이 있고 그 너머로 농경지를 끼고 완만하게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그런 섬이 아니다. 원시림으로 뒤덮인 500~600m대의 산들이 대마도 전체의 88%나 차지하고 있다. 산이 워낙 많다 보니 산에서 뻗어나온 절벽이 곧바로 해안과 만나 빼어난 풍광을 보여주는 곳도 적지 않다.

 섬 전체가 크고작은 산들로 주름잡혀 있어 농사 지을 땅이 드문 데다 토양마저 척박해 예부터 고구마나 감자 등 구황작물에 많이 의존했다. 해서, 고구마를 이용한 우동인 로쿠베가 예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즈하라에 위치해 있는 '톤톤'이라는 식당이 전문적으로 한다. 면은 국수처럼 길지 않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색은 모밀국수의 그것과 비슷하며 우동 면보다는 약간 가늘다. 버섯 어묵 튀김 파 등이 곁들여진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말린 고구마를 잘게 빻은 후 조그만 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손님이 찾을 경우 그 덩어리에 뜨거운 물을 적셔 강판에 갈면 간단하게 짧은 면이 만들어진다. 원래 토종닭으로 육수를 냈는데 요즘은 생선이나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독특한 국물 맛은 아주 시원해 주당들에게는 해장식으로, 여성들에겐 다이어트용으로 인기가 높다. 흰쌀밥과 김치 및 깍두기도 반찬으로 나온다. 안주인 시노자키 테루어 씨가 한국을 찾아 직접 배워 젓갈을 듬뿍 넣고 담았다. 맛도 손색이 없다. 1인당 1000엔.

 스시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음식. 대마도 역시 스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든 스시일수록 맛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히타카스항에서 걸어서 5분쯤 걸리는 '모모타로우' 식당이 특히 맛있다. 상대마에선 드물게 손맛 좋은 집이다. 

대마도 스시.

 우동과 유부초밥 둘, 김초밥 둘, 방어 새우 연어초밥이 각각 하나씩 해서 세트로 나온다. 하나같이 맛깔난다. 얼핏 양이 적은 듯 보이지만 회가 두껍고 밥도 많이 들어가 먹고 나면 의외로 배가 불러 온다. 톡 쏘는 일본 특유의 와사비맛도 일품이다. 최근 엔화 강세여서 한국사람들이 부담이 될까 봐 음식값은 융통성있게 조정, 1인당 1000엔을 받는다.

■ 선상낚시와 해물 바비큐

아소만의 선상낚시.
배위에서 즉석 회를 맛볼 수 있다.
낚시에서 잡은 물고기들. 오징어도 한 마리 잡혔다.



해물 바비큐.
진주양식을 실패한 후 선상낚시와 해물 바비큐를 시작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는 구마모토 게이코(맨 왼쪽) 씨 가족.
자연산 굴. 가위 보다 크다.
껍질 속의 굴. 엄청난 크기이다.
진주양식장에 부력재를 띄우고 만든 간이 수상가옥.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대마도는 어자원이 풍부하다. 그 가운데 으뜸이 대마도의 허리쯤 되는 아소만이다. 오밀조밀한 리아스식 해안이라 해안선 길이만 915㎞에 달한다. 참고로 대마도보다 배나 큰 제주도의 해안 길이는 253㎞이다.

 얼마나 해안선이 복잡하면 처음 배를 몰고 아소만에 들어가면 나오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아소만의 복잡한 해안선은 러일전쟁 승리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풍광도 아주 멋져 대마도 최고의 전망대인 에보시다케에 서면 '대마도의 하롱베이'이 불러도 될 정도로 비경을 자랑한다.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라다케에서도 한눈에 조망돼 아소만을 보기 위해 적지 않은 국내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조그만 낚싯배에 몸을 싣고 20~30분 정도 물길을 헤쳐나간다. 전문 낚시꾼들이야 갯바위에서 5~15m 해역의 벵에돔 감성돔 참돔 돌돔 등 대물을 노리지만 초보자들은 채비가 간단해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수심 30~40m의 바닥에 서식하는 보리멸 우럭 노래미 도다리 등을 잡기 위해서이다. 운좋게도 이날따라 해수면이 호수로 착각할 정도로 잔잔하다.

 대여받은 낚싯대에 새우미끼를 끼워 살포시 내리면 얼마 안가 입질이 이어진다. 간혹 미끼만 물고 빠지는 녀석도 있지만 대개 손바닥 크기의 우럭 보리멸이 작아도 손맛을 느끼게 해주며 낚여 올라온다. 오징어도 한 마리 걸려들었다. 한쪽에선 선장이 갓 잡아올린 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쳐준다. 남태평양 선상낚시에서 맛보는 물렁한 회보다 훨씬 맛이 있다.

 낚시가 끝나면 아소만에서 어머니의 자궁같이 쏘옥 들어간 잠잠한 뭍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배에서 내려 간이 수상가옥으로 옮기면 해물 바비큐가 기다린다.

 숯불 위에는 자연산 가리비와 굴 오징어, 은박지에 싼 고구마와 호박이 익어가고 있고, 한쪽 편에선 손님이 잡은 고기가 싱싱한 회로 만들어지고 있다. 만일 관광객들이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하면 돈은 따로 받지 않고 미리 잡은 고기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자연산 가리비의 경우 껍데기 크기는 우리나라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알이 크고 두껍다. 한결같이 짭짤하면서도 꼭꼭 씹으면 단맛이 난다. 굴은 알맹이만 어른 손바닥과 비슷하다.  이 모든 해산물은 35년간 진주양식을 하다 최근 바비큐 시설을 완비한 쿠리야 켄이찌(58) 씨 가족이 직접 물질을 해서 잡은 것이다. 동남아나 태평양 연안의 휴양지에서 만나는 시푸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도 있고 푸짐하고 분위기도 그저그만이다.

이 상품은 정말 우연히 만들어졌다. 잠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소만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진주 양식장. 하지만 최근 일본 경기가 침체되면서 판로가 예전 같지 않아 휴업 내지 폐업하는 진주양식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주)대마도투어 공진식 대표는 3년 전 대마도의 한 지인에게 "진주양식장 수면에 부력재를 띄우고 바다 위 휴게소 또는 간이 수상가옥을 만들어 해산물 바비큐 시설을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상품이 만들어졌다. 선상낚시를 포함해 1인당 3000엔으로 다소 비싸지만 섬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대마도 여행팁
대마도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데다 아주 비싸 사실상 자유여행은 불가능하다. 해서, 대마도 전문 여행사 위주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1박2일 상품은 24만9000원부터, 2박3일 상품은 36만9000원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숙소와 음식 체험 등은 선택사항으로 포함된다. 대마도의 향토요리인 이시야끼와 선상낚시 및 해물 바비큐도 선택사항이다. 지금은 엔화 강세로 약간 부담스럽지만 전체 여행경비를 감안하면 큰 무리는 아닐 듯싶다.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에 속하는 미우다 해수욕장, 한국전망대, 와타즈미신사, 에보시다케 전망대, 만제키바시, 미네역사자료 박물관, 최익현 선생 순국비,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조선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 등이 전시돼 있는 나가사키 현립 대마역사민속자료관 관람 등은 기본이다. 단, 대마역사민속자료관은 월요일 휴무이다.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대아고속해운에서 운항한다. 화요일은 운항을 하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 수요일과 매월 1, 3주 목요일은 히타카쓰항에, 월요일 금요일 토요일과 매월 2, 4주 목요일은 이즈하라항으로 출발한다. 출발은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40분 전후(요일 별로 약간씩 차이 있음)에 하며, 대마도에선 오후 3시 출발한다. 히타카쓰는 1시간20분, 이즈하라는 2시간20분 걸린다.
 문의 대마도투어(051-465-3114) 여행마을(051-464-5553) 아리투어(051-811-2588) 다운여행(051-462-6745) - (1)편은 http://hung.kookje.co.kr/374 클릭!!




 일본 본토인 큐슈 후쿠오카에선 134㎞ 정도 떨어져 있지만 부산에선 불과 49.5㎞ 밖에 되지 않는 '국경의 섬' 대마도(쓰시마섬).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망언이 잇따를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자주 회자되는 대마도.

 얼마 전 대마도를 다녀왔다. 드림플라워호에 몸을 싣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벌써 대마도였다. 최대항인 이즈하라에선 비록 채널 하나지만 한국 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한국땅과 가까운 한국전망대에선 이동전화가 터진다. 가깝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입국심사장에선 현지 직원이 우리말로 "며칠 동안 계실겁니까"라고 유창하게 묻질 않나 웬만한 쇼핑숍에선 '어서 오세요'를 시작으로 메뉴판까지 모두 히라카나와 한글이 동시에 적혀 있다. 계산대의 직원 또한 간단한 한국어 사용은 기본이다.
적어도 번화가인 이즈하라에만 머문다면 일본어를 몰라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넘쳐난다.

초고령화로 지역 경제가 말이 아닌 대마도 입장에선 '큰 손님'인 한국인들에 대한 배려는 솔직히 말하자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법하다.

 현재 대마도의 인구는 3만8000여 명, 비록 지금은 엔고로 인해 한국관광객의 방문이 한풀 꺾였지만 엔고 이전에는 한 해 대마도 인구보다 많은 14만여 명이 찾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현재의 대마도에는 이제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곳곳에 한국어 간판과 안내문이 눈에 띈다. 자, 한번 볼까요.

이즈하라 우체국 맞은편에 위치한 대형 마트인 'Red Cabbage' 입구.
이즈하라 우체국.
우동집 입구에도 이렇게 친절하게 한글로 표기돼 있다.
              드라마 '일지매' 포스트.
드라마 '일지매' 포스트 옆에는 이곳 대마도에서 촬영을 했으며 한국에서의 첫 방송 날짜와 시간을 알려 주고 있다.

큰 건물 내엔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 지원센터'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심지어 '피난경로도'에도 한글이 적혀 있다.



자, 이제는 자리를 옮겨볼까요. 

식당 입구 문에도 '어서오세요'라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식당 내부에는 한국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의 야경'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 조그만 섬의 불빛은 해상자위대라고 합니다.
한국인이 다녀간 흔적입니다.
아소만 해상 야외 요리집에도 이런 안내판이 걸려 있습니다.
약간 보기에 쑥쓰러운 간판도 보였습니다. 어딜 가나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선 얼굴이 화끈거려 빨리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즈하라 번화가의 조그만 골목에 위치한 조그만 카페문에 걸린 문구입니다. 보는 순간 창피해서 그만 고개를 돌리고 피했습니다. 한편으론 얼마 만큼 피해를 봤길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됐는지 사정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 카페의 정문입니다. 물론 한국인들이 잘못은 했습니다. 그렇다고 극히 일부가 불손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규정짓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관방장관이나 총리가 독도 망언, 아니 최근에는 제주도 망언을 했다고 해서 한국의 모든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 일본인 출입금지를 하면 되나요.

사소한 문제지만 누군가 나서야 합니다. 주부산 일본영사관이나 대마도 관광협회, 부산관광협회 등이 나서 중재를 해야 될듯 합니다.  


 








 

문명 맞선 20여년 자물쇠 채워 지켜낸 파라다이스
개발 막은 천혜의 때묻지 않은 절경 다시 주목
세계 3대 해변 '화이트 비치' 낮과 밤, 천상의 황홀함

세계적 권위의 여행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이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세계 3대 해변으로 선정한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 이곳은 특히 금발의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다.    


 휴가와 허니문. 둘의 공통점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 터. 어디를 간들 최고의 편안한 휴식인지라 가만히 생각만해도 기분이 아주 좋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최고의 휴식만을 보장하지는 않는 법. 진정 편안한 휴식을 얻고 싶다면 가급적 인파가 덜 붐비고 문명이라는 오염이 덜 탄 외딴섬의 리조트가 제격이 아닐까. 

#부활하는 천국 보라카이

 무려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열도 한가운데 위치한 파나이섬 북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그만 부속섬, 보라카이. 지도상으론 가운데가 쏙 들어간 장구모양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어여쁜 여인네의 눈섭을 쏙 빼닮았다.
 
 20여년 전 유럽의 다이버들에게 처음 발견된 후 그들만의 비밀 휴양지로 유지돼오다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 세계에 알려졌다. 휴양지 리조트 개념에서 보면 필리핀에선 원조인 셈.

 이런 보라카이에 갑자기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자연환경이 조금씩 훼손되자 나라에서 건물높이를 야자수 높이 이상으로 짓지 못하게 하는 등 자연환경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이웃 태국이나 괌 사이판 등지에서 휘황찬란한 최고층 리조트로 관광객을 유혹하면서 보라카이는 편의시설 부족 탓에 점차 2류로 전락했다.

 하지만 시대의 조류가 여행의 취향도 바꾸는 법. 복고풍의 도래라고나 할까. 인공미를 가미한 화려함보다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이에 부합되는 보라카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필리핀항공이 매달 발행하는 매거진 '마부하이' 최근호에서도 보라카이를 '부활하는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세 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소개하고 나섰다.

 보라카이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한 주부는 "10년 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보라카이의 해변은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한마디로 천국 그 자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실제로 섬은 아직도 문명의 손을 마다하고 있다. 그럴 듯한 접안시설이 없어 백사장 가까이에 배를 대고 현지인들에 의해 업혀 섬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도로가 좁아 운송수단 또한 오토바이 및 자전거를 개조한 트라이시클뿐이다.

 여담 하나. 이 섬에서 주민들이 만든 수제품을 사면 라벨에 보라카이의 별칭인 '메이드 인 파라다이스'라고 찍혀있다. 현지인들 또한 자신들이 사는 그 곳을 정말 천국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화이트 비치에서의 망중한

바다쪽에서 바라본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섬의 내부구조는 대략 이렇다. 총 길이 7㎞, 폭 1.5㎞로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고 보라카이가 자랑하는 하얀 산호가루의 화이트 비치는 서편 해안을 따라 무려 4㎞에 걸쳐 야자수 숲과 더불어 펼쳐져 있다. 야자수 숲 뒤편으론 폭 3m 정도의 비치로드를 따라 리조트와 다양한 식당, 바, 쇼핑가게, 레포츠센터 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리조트에서 나와 남북으로 각각 30분씩만 해변과 비치로드를 왕복으로 산책하면 사실상 섬 전체의 첫 탐색은 가볍게 끝난다. 때문에 여정을 좌지우지하는 가이드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이를테면 오전 6시 모닝콜 후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싣고 파김치가 되도록 돌아다니는 강행군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여유로움이 미덕이 되고 빈둥거림이 일상이 되는 진정한 해방공간인 셈이다.

 느긋하게 늦잠 잔 후 여유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오전에는 화이트 비치를 거닌다. 눈처럼 새하얀 비치를 맨발로 걸으면 마치 푹신한 밀가루 위를 걷는 기분이다.

 세계적 권위의 여행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이 세계 3대 해변으로 선정할만도 하다. 물빛은 또 어떤가. 발밑에서 투명하던 물빛은 멀어질수록 옥색 에메랄드색 코발트색으로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수심도 얕아 해변에서 30, 40m 정도 떨어져도 허리춤밖에 안 된다. 그 속을 떠다니는 원색의 세일링보트와 필리핀 전통 목선인 방카의 평온함이란.

 햇빛이 강렬해지는 오후에는 야자수 숲 비치베드나 리조트 수영장의 그늘진 베드에 누워 망고주스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긴다. 평소 보고싶은 책이 있으면 금상첨화. 때론 야자수 그늘 밑에서 현지 여인들의 코코넛 오일 마사지를 받으며 낮잠을 청해도 좋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질 때의 화이트 비치는 아주 매혹적이다. 이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관광객들은 세일링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석양이 질 무렵이면 뜸하던 해변이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나른한 오후 내내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관광객들 대부분이 화이트 비치로 나온 때문이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질 때면 현지인들이 연주하는 은은한 음악을 배경으로 신혼부부들은 추억만들기에 열중하고, 다른 한편에선 금발의 비키니 여인들이 비치발리볼 솜씨를 뽐내고 있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질 때의 화이트 비치는 아주 매혹적이다. 이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관광객들은 세일링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별이 쏟아지는 한밤의 보라카이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극치를 이룬다. 은은한 조명의 노천카페에선 현지인들이 통기타로 들려주는 올드팝송의 선율아래 산미겔 맥주를 곁들이면 천국의 하루는 이렇게 또 지나간다. 

#해양레포츠의 보고(寶庫) 보라카이

 보라카이해변은 해양레포츠의 보고이다.

물이 아주 맑은 데다 섬주변이 온통 형형색색의 산호초 군락으로 이뤄져 스킨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 명성이 자자하다. 스킨스쿠버다이빙이 부담스러우면 구명재킷을 입고 수면 위에서 수중천국을 살짝 엿보는 스노클링을 해도 좋다.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거창한 장비 대신 조그만 페트병에 낚시줄을 감아 새우를 미끼로 줄을 내리면 2, 3분 내에 거짓말같이 누구나 예쁜 열대어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파도를 가르는 스릴을 맛보려면 바나나보트나 플라잉피시, 제트스키를 타면 좋고, 환상적인 낙조를 좀 더 가까이서 몸소 느끼려면 패러세일링이나 세일링보트를 타보자.  
 
# 한국인 운영 리조트와 레포츠센터도 있다

보라카이로 가는 여정은 멀다. 김해공항에서 출발, 3시간30분간 날아 마닐라에 도착한 후 다시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해 경비행기를 50분간 타고 카티클란공항에 내린다. 여기서 잠시 트라이시클을 이용해 제티선착장으로 이동한 후 필리핀 전통 목선을 20분정도 타야 보라카이섬에 닿는다.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칼리보공항에 내릴 경우 제티선착장까지는 버스를 1시간30분정도 더 타야 된다. 이럴 경우 1인당 40달러가 더 싸다.

 부산서 출발하는 필리핀항공 마닐라행 직항은 주 4회 있다. 오후 7시45분 출발하며, 부산 도착시간은 오후 6시45분.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느리며 화폐단위는 페소. 1달러는 50~55페소.

참고 하나. 보라카이의 '빅3' 리조트는 쉐라프, 리젠시, 파라다이스. 한국인이 운영하는 쉐라프는 미역국이나 김치 등 한국인을 배려한 음식이 제법 있다. 쉐라프와 마찬가지로 풀을 보유한 리젠시는 미끄럼틀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에게 선호된다. 파라다이스는 정원이 넓지만 해변까지 걸어서 8분 정도 걸려 약간 불편하다.

또 한가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가이드가 손님의 입맛을 고려해 한국인 식당을 주로 애용한다. 때문에 필리핀 해산물 요리 등과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해 보길 원할 경우에는 미리 가이드에게 요청하면 된다.

이와 관련, 보라카이의 경우 섬이 아주 좁은데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포츠센터 씨월드가 있어 최근에는 항공편과 리조트만을 예약하는 에어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판의 보석'이라 불리는 마나가하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
                      의 모습이 평화롭게 그지없다.

사이판.
서태평양 한 복판에 활 모양으로 이어진 14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공식 명칭은 북마리아나 제도이다.
한국과 시차는 뜻밖에도 1시간.
그러니까 동쪽으로 그리 멀지 않고 적도 쪽인 남쪽으로 상당이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동남쪽으로 3000㎞, 비행기로 고작 4시간이면 닿는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남북으로 21㎞, 동서로는 8.8㎞밖에 안되는 좁고 긴 섬으로 거제도의 3분의 1 규모인 사이판은 장삼이사들에겐 태평양이 함께 연상돼 심리적 거리까지 더해져 아주 먼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남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의 세부(4시간15분)나 태국의 푸껫(6시간20분)에 비해 비행시간이 짧은 데다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간 부산서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사이판의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 빼어난 천혜의 자연경관

 흔히 국내외 명소를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천혜의'라는 수식어가 이곳처럼 안성맞춤인 곳이 드물다. 사이판의 서쪽은 필리핀해, 동쪽은 태평양이다. 섬 서쪽인 필리핀해 인근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진이 잦은 환태평양 조산대가 위치해 있어 항상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필리핀해와 인접한 사이판 또한 이론상으로 피해 우려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이판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쪽 해안가를 끼고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화산 분출로 형성된 사이판은 섬에서 수백m에 이르는 해안까지 용암이 굳어 있는 데다 그 위에 산호초가 겹겹이 형성돼 있어 그야말로 천연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즉, 용암의 끄트머리가 어른 키 높이 정도의 깊이라면 그 이후부턴 갑자기 수심이 10m 이상으로 확 떨어진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긴 천연 산호방파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단다.

  멀리서 봤을 때 거친 파도가 어느 특정 지점에서 흰 포말이 사라지면서 호수처럼 잔잔한 전혀 다른 바다로 급변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지난해말 인도양의 쓰나미로 인해 푸껫 몰디브 등의 휴양지가 1분 만에 초토화된 사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해서, 사이판은 해안가에서 보통 100~200m 정도 멀리 나가도 그리 깊지 않아 어린이들도 손쉽게 스노클링 등 해양레포츠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마나가하섬.

사이판의 바다색은 흔히 '일곱 빛깔'이라 불린다. 산호초와 햇빛의 강약이 조화를 이뤄 시시각각으로 물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파란색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그 색에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마나가하섬. 배로 10분 거리다. 걸어서 15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이곳은 스노클링의 천국. 눈부신 백사장을 지나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면 산호초 사이를 유영하는 다양한 열대어에 놀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은 얼마나 깨끗한지. 운이 좋으면 50㎝ 정도 크기의 상어도 볼 수 있다.   
패러세일링도 타고.
바나나보트도 타고.
바다엔 물 반 고기 반. 낚싯대를 처음 잡아 봤다는 부산 아지메도 월척을 건져 올렸다.
이어지는 월척.
물고기를 보자 원주민이 일순간 칼을 갈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곳 사람들도 회를 먹는단다. 
한가로운 해변에선 비치발리볼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일몰 무렵은 카약을 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제 나무 대신 숲을 볼 차례.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최고봉인 타포차우산(473m)에 올라보자. 비포장길을 사륜 구동차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는 이른바 정글투어다. 섬 동쪽은 급경사를 이룬 해안절경과 함께 열대우림으로 아직 미개발 지역이다. 열대우림은 2차 대전 당시 초토화된 섬을 복원하기 위해 헬기로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다.

 예수상이 서 있는 산 정상에 서면 사이판의 전체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동서남북으로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면 그대로 사이판의 지도가 완성된다. 유심히 관찰해야 될 볼거리 하나. 수평선이 일직선인 우리나라와 달리 사이판의 수평선은 적도와 가까워 원형이다. 구름이 유난히 낮게 떠 있고, 밤에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모두 같은 원리다. 인근에 위치한 원주민 농장에서 맛있는 열대과일도 맛보고, 가톨릭 성지로 사이판에서 유일하게 민물샘(聖水)이 솟는 성전 앞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상도 빠뜨리지 말자.

갈가마귀떼의 보금자리인 새섬의 전경.
새섬.

 북동쪽 해안의 새섬 또한 놓쳐선 안될 볼거리. 바위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석회암섬으로 해질 무렵 보금자리를 찾아오는 갈가마귀떼로 까맣게 변한다. 섬 색깔이 흰색인 것은 1만 년 이상 새의 분비물이 쌓였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하늘에서 볼 경우 주변 해안과 더불어 새가 날갯짓을 하는 형상이다.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국내 노래방 배경화면으로 자주 등장한다. 

# 참혹한 전쟁의 흔적

우리나라도 사실 사이판과 무관하지 않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에겐 일본군을 패퇴시키고 승기를 잡은 희망의 땅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징용자와 종군위안부의 피눈물이 얼룩진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 꼭대기의 비둘기를 우리나라 방향을 향하고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이 바로 그것. 2차 대전 당시 사이판 등 남양군도로 끌려와 억울하게 죽은 한국인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탑 꼭대기의 비둘기는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약간 비스듬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쪽이다.
일본군이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뛰어내렸다는 높이 80m의 해안절벽인 일명 만세절벽.

인근의 만세절벽은 사이판의 최북단에 있는 높이 80m의 해안절벽.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일본군은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바다속으로 뛰어내려 일명 '반자이 클리프'라고도 불린다. 만세절벽 바로 뒤편의 해발 249m의 절벽은 자살절벽. 역시 전쟁 막바지 수백 명의 일본군과 그의 가족들이 항복을 거부하며 뛰어내렸다. 지금도 절벽 아래에는 유골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자살절벽을 자세히 보면 포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행한 가이드는 "우리나라의 야산이었다면 산 자체가 무너졌을텐데 산호섬이라 단단해 포탄 맞은 자국만 그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
안내판 앞에서 설명을 겉들이는 사이판 현지 가이드.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는 거대한 바위가 햄버거 모양처럼 포개져 있어 일명 햄버거 바위로 불린다.
일본군 사령부로 올라가는 계단.
사령부 입구는 어른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명으로 들어간다.
사령부 실내.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도 인근에 있다. 거대한 바위가 햄버거 모양처럼 포개져 있고, 그 바위 사이로 성인 한 사람이 고개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직접 들어가보면 놀랍게도 사령부가 있었을 법한 넓은 공간이 있다. 한눈에 봐도 미군이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요새이다. 

# 쇼의 천국 사이판

사이판의 유명 리조트에서 저녁 식사 때면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민속춤을 구경할 수 있다. 월드리조트의 그것이 아주 유명하다. 화려한 차모로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 무용수들이 반복되는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보여주는 민속춤은 원시적 본능을 자극해 자신도 모르게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하얏트호텔에서 펼쳐지는 매직쇼 '샌드캐슬쇼'도 볼만하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이 쇼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과 미국에서도 방송 출연을 통해 잘 알려진 미술사 안토니오 리드가 나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해지기 전 선셋 크루즈.
선셋 크루즈 실내에선 식사 후 필리판 악사 로저의 신명나는 노래와 춤이 일품이다.

 사이판의 일몰은 전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이때 선셋 크루즈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해보자. 배 안에서 필리핀 악사 로저의 신명나는 노래와 춤도 일품이다. 영어는 물론 한국 일본 노래를 유창하게 부르는 그는 관광객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 고품격 리조트, 가족휴양지로 으뜸

사이판의 고급 리조트 대부분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일곱빛깔의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다. 각 리조트들은 또 가족 단위 휴양객을 겨냥해 워터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안가를 끼고 있어 카약 카누 스노쿨링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월드리조트가 대표적 사례. 최근 한국인이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해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곳은 엄청난 길이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튜브 슬라이드, 보디 슬라이드, 워터코스트, 파도 풀 등 캐리비안 베이에 버금가는 첨단 물놀이 시설을 자랑한다. 

월드리조트 야경.
월드리조트 물놀이 시설.
PIC 사이판 리조트의 포인트 브레이크.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줄기 위에서 보드를 타는 이것은 젊은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인근의 전통의 PIC 사이판 리조트는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줄기 위에서 보드를 타는 포인트 브레이크가 단연 압권이다. 젊은 연인이나 중고생이라면 월드리조트를, 어린 아이들이라면 PIC를 권하고 싶다. 

# 떠나기전에 - 수시로 열대성 폭우… 여행에 큰 불편은 없어

사이판은 14개 섬으로 이뤄진 북마리아나 제도의 주도(主島). 14개 섬 중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가 유인도이며 나머지 11개는 무인도이다. 티니안은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을 탑재한 곳으로 유명하다.

마젤란이 발견한 사이판은 오랜 스페인 통치시대를 거쳐 1914년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다. 종전과 동시에 사이판을 비롯한 북마리아나 제도는 미국이 이양을 받아 1962년까지 지배했다. 지금은 미국 자치령. 외교 국방권만 미국이 관할할 뿐 이웃한 괌과 달리 미연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원주민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다. 인구는 8만 명, 그 중 6만 명이 사이판에 거주하고 있다. 평균 기온은 27도, 연중 기온차가 1~2도로 거의 변화가 없다. 열대성 폭우인 스콜이 수시로 내리지만 여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근 금호그룹이 인수한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인 라우라우베이CC.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그룹이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인 라우라우베이CC를 인수, 골프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 노먼이 설계했다는 총 36홀인 이 골프장의 동쪽 코스 5, 6, 7번 홀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절벽 코스로 공이 바다 위로 날아가는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문의 북마리아나 제도 관광청 (02)752-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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