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일림산 철쭉은 사시사철 산 넘어 남쪽 바다인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해풍을 받고 자라 유난히 빛깔이 붉고 선명하다. 사진은 정상 주변의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

 
우리 산천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진달래.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천을 일순간 연분홍빛으로 변모시키는 참꽃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진달래가 지고 나면 이번엔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아 수줍은 듯 고운 자태를 뽐내며 또다시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불태운다.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연분홍 새잎이 나기 전 발랄하게 만개하는 진달래와 달리 철쭉은 짙어가는 신록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주 산행지는 전남 보성 일림산. 보성강 발원지인 용추계곡을 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쭉산이다.

일림산은 황매산 바래봉 덕유산 봉화산 제암산 등 유명 철쭉산 중 최남단에 위치해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데다 군락지 규모 또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유난히 어른 키만큼 큰 일림산 철쭉은 사시사철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해풍을 맞으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탓에 유난히 빛깔이 붉고 선명하다.

 해발고도는 668m. 그 유명한 보성 차밭을 품고 있는 일림산은 호남정맥이 무등산을 거쳐 제암산(807m) 사자산(668m)으로 내려오며 그 기세가 한풀 꺾여 남해바다로 빠져드는 순간 불끈 솟구쳐 산줄기를 북으로 돌려놓는 터닝 포인트에 위치해 있다.

사실 떠나기 전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철쭉 군락지가 330만 ㎡(100만 평) 정도로, 제암산과 사자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12.4㎞에 달해 가히 세계적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산에 대한 호평은 그저 의례적인 예의로 그러하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명불허전(名不虛傳) 그 자체였다.

남쪽 바다인 득량만을 바라보며 당당히 서 있는 자태는 장엄하지만 한편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러운 정상부의 산세는 진홍빛으로 물들어 마치 산상화원을 방불케 한다.

발걸음을 멈추고 잔잔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철쭉 군락이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보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동심으로 돌아간다.

산행은 웅치면 용추계곡 주차장~나무다리~용추계곡 등산로 입구 갈림길~임도~골치사거리~작은봉~삼거리(철쭉군락지)~일림산~봉수대 삼거리~635봉~봉수대 삼거리~봉강사거리~보성강 발원지(샘터)~잇단 임도~너덜길~갈림길~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이정표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는 데다 힘든 곳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산행이 가능하다.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주차관리사무소 방향으로 용추계곡과 나란히 걸으면 나무다리를 만난다. 입구에는 현 위치 '용추계곡'이라 적혀 있다. 정상(3.1㎞)을 향해 다리를 건너 숲으로 접어든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 숲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본격 들머리인 나무 다리.

근접 촬영.


울창한 전나무숲.

갈림길.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다.


 곧 갈림길.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산행팀은 우측 골치(1.2㎞)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계곡을 건너 10분 뒤 임도로 올라선다. 주변은 낙엽송만 듬성듬성 보일 뿐 전체적으로 수목이 적어 을씨년스럽다. 알고 보니 올 초 잡목은 모두 베고 낙엽송을 조림했다고 한다. 50m쯤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가면 왼쪽으로 올라서는 길이 보인다. 300m쯤 오르면 골치 사거리. 우측 제암산(7.5㎞) 사자산(3.4㎞), 직진하면 장흥 안양방향, 산행팀은 좌측 한치재(6.5㎞) 정상(1.8㎞)으로 향한다. 한치재는 보통 가이드 산악회에서 일림산 산행 들머리로 애용하는 곳.

이젠 오름길. 좌우 모두 철쭉이라 꽃구경 하다 보면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지점에 닿는다. '작은봉'이란 조그만 안내판이 보이는 일종의 쉼터다. 일림산 정상이 우측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오름길. 9분 뒤 동그란 덱(deck)이 위치한, 정상 직전 전위봉에 올라서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정면 일림산 정상을 필두로 시야에 들어오는 산사면 전체가 온통 진홍빛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규모가 100만 평이란 말이 그저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절경 그 자체다. 등 뒤 일림산의 반대편 높은 봉우리가 제암산과 그 유명한 임금바위이고 그 왼쪽 봉우리가 사자산이다.

또 한 가지. 2만5000분의 1 지형도엔 일림산 왼쪽 봉우리(627m)에 정상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론 정면 봉우리(668m)가 더 높다. 주차장 앞 등산안내도에도 이 봉우리에 '일림산'이라고 적혀 있다.

이제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전주 이씨묘를 지나 산죽과 철쭉이 뒤섞인 터널길을 10분쯤 가면 '철쭉군락지'란 안내판이 서 있는 삼거리. 직진하면 한치재 절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 정상으로 오른다. 철쭉 실크로드를 5분쯤 만끽하다 보면 마침내 정상. 삼각점이 위치한 정상에 서면 정면 남쪽으로 득량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너른 터가 있는 안부. 좌측으로 절터를 거쳐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한치재 방향으로 직진한다. 6분 뒤 봉수대 삼거리. 산행팀은 좌측 한치재 방향 대신 잠시 바다와 근접한 우측 봉우리(635m)로 간다. 넉넉잡아 20분이면 구경까지 하고 다녀온다. 사실 산행팀은 정상에서 이 봉우리를 보면서 이곳이 더 높은 것으로 알고 호기심을 갖고 왔지만 이곳에서 보니 일림산 정상이 더 높았다. 착시였던 것이다. 성과도 있다. 눈앞에 득량만 전체가 막힘없이 펼쳐지고 그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득량도와 그 뒤로 고흥땅이 보인다. 왼쪽 발 아랜 회천면과 맨 끝 방파제 쪽이 율포해수욕장이다.

득량만. 사진 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득량도와 그 뒤로 고흥땅이 보인다. 왼쪽 발 아랜 회천면과 맨 끝 방파제 쪽이 율포해수욕장이다.

봉수대 삼거리에선 한치재 방향으로 향한다. 14분 뒤 봉강사거리. 한치재 방향으로 직진하면 627봉을 거쳐 능선을 타고 빙 돌아 용추계곡(3.7㎞)으로 이어지고, 좌측 보성강 발원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계곡 상류에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게 된다. 산행팀은 지름길 격인 후자를 택했다. 
  
침목계단길로 6분이면 보성강 발원지인 샘터에 닿는다. 이 물은 곡성군 압록에서 300리의 긴 여정을 마치고 섬진강과 합류, 하동을 지나 남해바다에서 생을 마감한다. 


산행 내내 친절한 이정표가 이어진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까진 2㎞. 길은 좌측으로 휜다. 10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따라 주차장까지 가면 되고 임도를 가로지르면 산길이 열려 있다. 물길을 건너 살짝 올라서면 편백숲. 이내 또 임도. 앞선 임도에서 12분.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다시 산길. 잠시 후 용추계곡과 산길 임도가 나란히 달린다. 너덜을 지나면 편백숲에서의 맨 처음 갈림길. 다리 건너기 직전 우측 계곡을 따라 100m쯤 오르면 팔각정과 함께 와폭인 용추폭포와 용소가 위치해 있다. 놓치지 말자. 이제 다리만 건너면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용추계곡 주차장에 닿는다.

와폭인 용추폭포.




◆ 떠나기 전에 - 이번 주말 찾아도 만개한 철쭉 화원 볼 수 있어

신라 성덕왕 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한참 바라보자 지나가던 한 노인이 향가와 함께 그 꽃을 바쳤다고 전해온다. 그 향가가 '헌화가'이고 꽃은 바로 '철쭉'이다.

보성군은 8~11일 일림산 철쭉제와 다향제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 중 용추계곡은 주차장은 물론 진입 도로까지 차로 넘쳐나 산행은 고사하고 주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보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장흥 제암산 축제도 겹쳐 올해도 사정은 비슷했다고 한다.

보성군 관계자는 "아직 철쭉이 지지 않아 이번 주말에 찾으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꽃구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철쭉제는 다음과 같다. 소백산 영주권 29~31일, 단양권 23~31일, 태백산 6월 5~7일..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순천 진달래식당(061-721-1010). 순천IC에서 나와 여수 순천 장흥 보성 쪽으로 자주 다니는 산꾼이나 낚시꾼 그리고 기사들이 이 식당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싸고 맛있는 집이다.

 일단 앉으면 큰 쟁반에 밥과 시락국 오징어젓갈 홍어회 생선 등 전라도 특유의 깔끔한 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여기에 한쪽 편에 차려진 돼지고기볶음 탕수육 닭강정 잡채 상추 고추 마늘 된장 호박죽 국수 등을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 순천IC로 가기 위해 좌회전을 받으면 고가도로 밑 GS진달래 주유소 옆에 있다. 순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나와 여수 순천 벌교방면

대중교통편으론 당일치기가 불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순천 17번(순천만 낙안읍성)~순천 2번 벌교 순천만~지하도 통과~2번 벌교 여수~2번 벌교 낙안민속마을~2번 고흥 벌교 낙안민속마을~보설 벌교 2번~목포 벌교 2번~목포 보성 2번~보성차밭 일림산 철쭉~목포 장흥~웅치 일림산~왼쪽 굴다리 통과(일림산) 895번 지방도~회천 웅치 제암산자연휴양림~장흥 회천 제암산 일림산 우회전~웅치면 소재지 통과~대산 제암산 일림산 직진~제암산자연휴양림~일림산 용추폭포 좌회전~용추계곡 주차장 순.
 

저기 좀 봐, 흥에 겨운 봄이 저혼자 불타오르네
주차장 원점회귀 4시간 코스 가족산행 해볼만

전국 최고의 철쭉산으로 불리는 제암산.
5월의 장흥 제암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산홍화'이다.
아저씨들도 철쭉 탐승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철쭉이 기대 이상이었는지 탐승객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다.

'아!'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고는 그저 넋을 놓고 말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철쭉 군락지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부산서 동창생들과 함께 왔다는 주부 김성희(48)씨는 “차로 3시간이나 걸려 짜증이 약간 났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말끔히 가셨다"며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남 장흥과 보성의 경계에 우뚝 솟은 제암산(帝岩山·807m)은 매년 5월 초만 되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60만 평의 아름다운 진분홍 철쭉 군락지 때문이다.

지금 제암산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붉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온 산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산꾼들을 유혹한다. 가히 절정 그 자체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산으로는 제암산을 비롯해 지리산 바래봉과 세석평전, 덕유산, 합천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남원 봉화산 등이 손꼽힌다. 제암산은 남도 끝자락에 위치, 바다 건너 불어오는 훈풍을 받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고 군락지 규모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웃한 사자봉 일림산까지 포함하면 장장 6~7㎞ 정도 능선 주위로 좌우 너비가 길게는 200m에 이르는 야생철쭉이 밀집해 장관을 이룬다.
만개한 철쭉이 한 줄기 바람에 흔들려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 보이기라도 하면 눈이 부셔 차라리 눈물이 날 정도다. 이른 봄 산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화려하고 발랄한 진달래와는 달리 그 모습을 조용히 드러내는 철쭉은 고고함과 안정감이 묻어난다. 신라 성덕왕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 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탐내자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노인이 그 꽃과 함께 향가 `헌화가'를 바쳤다. 그 꽃이 바로 철쭉이다.

산행은 장흥 신기마을 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제암산 매원농장~(세 번의 임도산길 반복)~간재~잇단 헬기장~곰재산~곰재~돌탑 삼거리~제암산 정상(임금바위)~돌탑 삼거리~촛대바위~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걸린다. 산행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고 길도 험하지 않다.


보성에서 장흥으로 향하는 국도 2호선 감나무재에서 출발하는 7시간 정도의 종주코스도 있다. 하지만 들머리와 날머리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가이드산악회와 동행하지 않는 한 부산서는 사실상 당일치기는 벅차다.

제암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주차장에서 곧바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 오르거나,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공원묘지를 지나 제암산으로 향하는 방법이 그것. 하지만 후자는 워낙 산길이 가팔라 하산길로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갈 깔린 임도를 따라 `철쭉 군락지' 이정표를 보고 25분 정도 오르면 `유치자연휴양림'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산길, 왼쪽은 임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산길은 지름길이고 임도는 둘러가는 길. 결국 제암산(간재 방향)으로 향하는 본격 산길 입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 철쭉군락이 사실상 시작되는 간재까지는 0.5㎞. 주차장에서 간재까지는 50분.

간재는 제암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른쪽 사자산으로 가는 길은 버리고 왼쪽 곰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철쭉 군락지의 백미는 간재에서 곰재까지의 약 1.5㎞ 능선 구간. 50년생 이상의 철쭉 10여 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홍색 물감을 능선 전체에 뿌려놓은 듯하다.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잇단 헬기장과 제암산 철쭉제단을 지나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곰재산. 간간이 보이는 소나무와 기암괴석,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곰재산을 넘어서면 곧이어 곰재. 네 갈래 길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제암산, 오른쪽은 자연휴양림, 왼쪽은 들머리인 공원묘지로 이어진다. 곰재에서 돌탑이 있는 형제바위 삼거리까지 30여 분 동안은 극심한 된비알. 지금까지의 구간과 달리 숲이 우거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오른쪽은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은 제암산 정상을 거쳐 다시 돌아나와 하산하는 코스.

등산안내도의 색상 또한 무척 화려하다.

제암산으로 향하는 이 구간은 철쭉도 물론 있지만 원래 억새 군락지. 지금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지만 늦가을 억새산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7분쯤 오르면 마침내 정상인 임금바위 아래에 닿는다. 임금바위는 사방의 바위들이 마치 신하들이 임금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인 임금바위는 오르기 힘들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잡고 오를만한 턱이 있어 등정이 가능하다.

힘들게 오른 만큼 보람도 크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 때문. 좌우에는 각각 보성과 장흥 벌판이 발아래 굽어보이고, 동으로 팔영산, 남으로 천관산과 다도해, 서쪽으로 두륜산과 월출산, 북으로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이 펼쳐진다.

100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비교적 편평한 임금바위는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영험스런 곳으로 요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장흥군민들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와 형제바위 삼거리에서 내려선다. 5분 후 갈림길. 형제바위와 촛대바위 방향으로 나뉘지만 공원묘지 400m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산행팀은 촛대바위로 길을 잡았다. 철쭉이 많은데다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촛대바위에서 공원묘지까지 내려서는 가파른 이 길로 45분 정도 가면 들머리인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5월의 산은 철쭉 세상, 제암산 가장 빠르고 태백산이 마지막

봄의 전령 진달래가 4월의 꽃이라면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이맘때면 짙어가는 산록을 배경으로 연분홍 진분홍 철쭉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철쭉산행을 위해 산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산화를 질끈 맨다.
매년 전국의 유명 철쭉산에서 열리는 철쭉제가 전국의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쭉산의 개화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지리산 바래봉, 봉화산, 덕유산, 황매산, 사천 와룡산(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 정선 두위봉(6월 초순) 순이다.

# 교통편 - 순천IC로 나와 17~2번 국도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목포 및 완도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흥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 10시, 11시10분. 1만7000원. 4시간10분 걸린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공설공원묘지가 있는 신기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 7시, 9시, 10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30원. 신기마을에서 장흥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1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장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4시50분, 5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제암산 일림산 웅치 895번 지방도 좌회전(이곳의 제암산 이정표는 제암산 자연휴양림 방향이므로 계속 목포 장흥 방향으로 직진해야함)~장흥군 제암산 18㎞~장흥읍~제암산 공설공원묘지 좌회전~제암산 4㎞, 사자산 8㎞~신기마을 제암산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상이다. 돌출부분은 거북의 머리에 해당한다. 산행 날머리 향일암에서 본 모습이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섬이 먼저 떠오른다. 설렘 탓이었을까. 고속도로에선 화살 같이 날았지만 구절양장 해안도로에선 뒤차가 답답해 추월할 정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갔다.

 섬 끝자락 바위산 중턱 아슬아슬한 절벽 한 켠에는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는 조그만 암자가 있고, 산 아래 갯마을엔 물이 나면 아직 성게를 주워 올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다.

 바위산은 해발 300m 남짓. 쪽빛 바닷물의 잔잔한 물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저 말없이 한동안 바라본다. 혹 호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그도 그럴 것이 정면의 육지 같은 큰 섬인 남해도와 부처님 형상을 닮았다는 세존도 그리고 연도 안도 수항도 금오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포근히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곳의 일출과 일몰은 사진으로만 보면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고 포근하다.

만일 붉은 노을이 불타오르는 해질녘 고요의 바다 위로 만선의 고깃배가 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목격한다면 이번 여정의 최고 수확이 될 듯하다.
배멀미를 걱정해야 할 출렁이는 거센 파도와 울창한 송림을 병풍삼아 기암괴석 하나하나가 모두 천연 조각품으로 상징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2년 엑스포를 유치한 전남 여수땅의 최남단 돌산도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한 금오산과 향일암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지는 호수 같은 바다에 대한 상념이다.

'쇠 금(金), 큰 바다거북 오(鰲)' 자를 쓰는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 실제 향일암에서 거북마냥 고개를 삐죽 내밀면 놀랍게도 그 모습 그대로다. 산 아래 바다쪽으로 돌출된 임포마을의 둔덕이 머리, 향일암이 자리한 지점이 몸통, 임포마을 입구 국립공원 주차장이 왼발이다.

암봉인 금오산은 덩치가 작다. 그래서 마루금이 이어지는, 금오산의 모산 격인 봉황산도 넣었다.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인 봉황산과 금오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삼면으로 바라보며 마루금을 걸을 수 있는 데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봉우리다.

사실 봉황산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직선형 된비알이 진을 빼는 데다 조망 또한 대부분 숲에 가려 내세울 만큼은 못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금오산으론 걷는 양이 부족해 이웃한 봉황산을 곁들였다. 어쨌든 금오산과 봉황산은 '뭉쳐야 산다'.

산행은 여수시 돌산읍 죽포삼거리 인근 당산나무(봉황산 등산안내도)~등산로 입구 이정표~샘터(벤치)~삼각점봉(441m)~봉황산(460m)~잇단 임도~바위전망대~흔들바위~(성두)산불초소~율림주차장(율림치)~금오산(360m)~금오산 정상석봉~향일암~매표소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0분 안팎. 향일암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정을 좌우한다. 대부분 외길이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상석이 없거나 잘못 세워져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

방죽포해수욕장 못 미쳐 만나는 죽포삼거리. 여기서 우측으로 100m쯤 가면 천년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눈에 확 띈다. 죽포리마을 당산나무다. 그 옆에는 봉황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부터 들머리 찾기는 식은 죽 먹기. 돌산도의 명물 갓밭을 따라 포장로를 10여 분 걸으면 등산로 입구. 완경사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은근히 힘이 든다. 물이 졸졸 나오는 샘터와 옛 헬기장을 지나면 본격 된비알. 차츰 매서워진다.

산행 기점의 표식이 되는 죽포삼거리의 10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 죽포리마을 당산나무이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과 연결되는 봉황산 등산안내도.


20여 분 뒤 마른 억새길 옆에 뜻밖의 삼각점. 441봉이다. 10분 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제법 너른 경사진 암반이다. 한쪽 편에는 과거 정상석이 서 있었던지 뭔가가 세워져 흔적이 역력하다. 산행팀은 정상으로 추정했지만 이곳에서 2분 뒤 두 번째 도는 지점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해서 노란리본 뒷면에 '봉황산 정상 460m'라고 적어 놓았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하산길. 7분쯤 내려오면 임도. 직진한다. 더 넓은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정면 송림길로 오른다. 5분 뒤 시야가 트이는 바위전망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가막만과 화양면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 우측으로 크게 돌면 이내 임도. 바로 건너 산으로 향한다. 곧 바위전망대. 지나치려다 보니 왼쪽 뒤로 진입로가 있다. 인근에 보춘화가 보이고 바다 건너 정면으로 남해 금산, 그 왼쪽 뒤로 설흘산 호구산 송등산이 확인된다. 발밑에는 대율마을 앞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이다.

보춘화.

산자고.


흔들바위. 실제로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바위 아래에는 대율마을과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

2분 뒤 흔들바위.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고성 구절산 흔들바위는 흔들렸는데. 이어지는 능선길. 10여분 뒤 (성두)산불초소. 성두는 인근 마을이름이다. 여수 관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와 남해도 쪽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한 가운데 가장 큰 섬인 금오도를 중심으로 왼쪽 연도 안도 수항도가, 오른쪽 발밑으로 밭까지도 선명하게 확인되는 소·대횡간도 화태도 월호도 개도가 펼쳐진다. 그 우측 저 멀리 고흥땅 외나로도와 팔영산도 선명하다. 남해도쪽으로 밤섬 뒤 김만중의 노도와 금산 설흘산 망운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땐 통영권의 욕지도 연화도 등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섬들도 보인단다.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율림치.

금오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

바다 건너 보이는 산은 남해도의 금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에서 뒤돌아본 주변의 풍광.

산불초소에서 율림치까지는 7분 거리.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다. 율림주차장 끝단 몬당휴게소 옆에 '향일암'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는 산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금오산이다. 16분 정도 오르면 벤치. 숨을 한 번 돌리고 직진한다. 10분 뒤 시야가 트이고 다시 5분 뒤 풀섶에 삼각점(360m)이 보인다. 전망은 없지만 이 지점이 금오산 정상이다. 삼각점을 약간 지나면서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암봉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323봉이 금오산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다. 표식은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삼면이 거칠 것 없는 쪽빛 바다이다. 뒤돌아보면(북쪽) 봉황산이 한 일 자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산하면서 비로소 금거북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바위의 표면이 거북의 껍질을 빼닮았다.
향일암에서 거북처럼 고개를 내밀어 본 모습. 실제로 거북이 바다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이다.

이어 '추락 위험' 팻말이 적힌 쏟아질 듯한 내리막 바윗길을 내려서면 안부 숲 갈림길. 왼쪽은 임포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200m 지점부터 바위능선길. 5분 뒤 금오산 정상석봉. 지도상으로 247m에 불과하지만 정상석이 서 있다. 스쳐간 산꾼들이 이를 알았던지 해발고도는 지워놨다. 조망은 환상적이지만 아직 그 유명한 거북의 형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신 바위마다 조각가의 작품처럼 거북등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하산로는 목재덱과 철계단이 이어진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어서 이를 이용하지 않고는 힘들다. 10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향일암 입구. 여기서 향일암 대웅전까지는 2분 정도 걸린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가는 길. 대낮에도 전등을 밝혀놓은 어두운 바위굴이 나온다.

향일암의 해탈문 역할을 하는 바위 틈.


# 떠나기전에-자연산 횟감 가장 다양한 곳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向日庵)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4년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으로 창건했지만 고려 광종때인 958년 산 이름을 따 금오암으로, 그 후 거북이의 영(靈)이 서려있는 곳이라 해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 대사가 일출의 찬란함을 보고 향일암이라 명명했다.
재밌는 점은 대웅전 옆 경봉 스님이 쓴 영구암 편액이 걸린 조그만 전각만 있을 뿐 향일암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원효 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긴 바위 틈으로 일주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 등은 유의깊게 살펴보자. 또 한가지. 안내도에 보면 대웅전 뒤에 흔들바위가 있다고 표기돼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제구역 내에 있다.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쓰레기가 과다 배출되고 자살장소로 사용돼 막았단다. 살짝 들여다보니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크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향일암 대웅전은 불사에 들어갔다. 수 년 전 태풍으로 인해 전각이 점차 뒤로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불사 입제에 들어가 8월 해체해 12월16일 회향할 예정이다. 불자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향일암 주변의 특산물은 돌산갓김치. 암자 아래 임포마을 전체가 갓김치 가게다. 비옥한 토양 덕에 이곳만의 고유 향과 맛이 빼어나다. 임포마을 제일 끝집인 '초원횟집·민박'(061-644-7939)이 잘 한다. 셔틀버스 주차장 바로 옆이다. 보통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1만 원(2.5㎏)에 판매한다. 이곳은 특히 자연산 횟감이 가장 다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 교통편-노포동 터미널에서 3시간여 소요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여수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25분부터 4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린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길을 건너면 만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향일암)행 111번을 타고 죽포삼거리에서 내린다.
향일암 입구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고속터미널행 111번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오후 5시17분, 6시17분,7시17분…밤 10시17분(막차). 여수에서 부산행 고속버스는 오후 5시50분, 7시(막차)에 있다.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여수 벌교~지하도~돌산대교 여수~향일암 오동도~돌산대교~군내 임포~죽포삼거리서 우회전 후 100m 지점 당산나무 앞. 하산 후 향일암 입구에서 차가 주차해 있는 죽포삼거리로 가는 버스는 많기 때문에 시간 손해는 거의 없다.

기암괴석·철쭉군락 절묘한 조화 '한폭 동양화'
한국전쟁땐 빨치산 본거지로 동족상잔 비극 현장
발 밑엔 야생화 천지…산행 조망도 기가 막혀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한 연분홍 철쭉.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루 꼬리만큼 남은 봄의 갈무리 테마산행은 바로 철쭉.
사실 올 조국산천의 봄꽃은 예년보다 빨리 피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가 같은 시기에 고개를 내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상춘색들은 때아닌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허투루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하는 요즘, 연분홍 철쭉이 속살을 드러내며 산이 예의 제모습을 되찾았다.

내로라하는 철쭉산은 많다. 제암산 일림산 바래봉 봉화산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등등.
이번에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전남 화순의 백아산을 골랐다. 철쭉 군락이 방대하거나 다른 철쭉 산에 비해 독특한 색깔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선이나 산사면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백아산은 '흰 백(白)', '거위 아(鵝)' 자에서 짐작이 가듯 거위처럼 미끈하고 하얀 암봉이 산릉에 줄지어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이다. 주변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절묘함은 철쭉이 아니더라도 신선한 볼거리로 많은 산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백아산의 매력은 바로 암릉과 철쭉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흔히 철쭉 명산으로 제값을 하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평원에 꽃물결의 장관이 펼쳐져야 한다. 백아산은 여기에 철쭉단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그 여백을 채워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한 눈에 푹 빠질 만큼 화려함을 뽐내며 꽃난리를 치지도 않고 암릉 특유의 근엄함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래서 백아산에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백아산에 뜻밖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보니 은밀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여러 군데 만들어져 광양 백운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전남도당 본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단 병력의 빨치산이 버티던 천혜의 요새로 피비린내 나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비극의 현장이었다. 시인 정호승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했지만 기자는 5월 눈물이 나면 화순 백아산을 찾아 철쭉의 장관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행은 화순군 북면 백아산 관광목장(한우농원)~너른 동굴~능선삼거리(첫 이정표)~철쭉단지~마당바위~철쭉단지~샘터~개구멍~백아산 정상~산불초소(문바위 갈림길)~팔각정~백아산 자연휴양림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반듯해 길 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초 산행팀은 능선이 시작되는 원리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마을촌로의 설명을 듣고 관광목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들머리는 백아산 관광목장. 알고보니 고기집이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고기집 건물 뒤로 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숲이 제법 제색깔을 찾아 푸르다. 10분 뒤 넉넉잡아 20, 30명은 족히 수용할 정도로 너른 동굴을 만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다시 10분 뒤 길 왼쪽에는 곧 오를 마당바위가 보인다. 이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8분 뒤 능선삼거리. 첫 이정표가 서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는 유년의 신록. 오랫동안 이 산 저 산을 기웃거렸지만 이처럼 걷고 싶은 정갈한 숲은 사실 처음이다.

발밑에는 금창초 윤판나물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금붓꽃 큰구슬봉이 얼레지 등 봄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야생화가 거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알고 보니 철쭉뿐 아니라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금창초

조선현호색.


윤판나물.

큰구슬봉이.


얼레지.

제비꽃.

잘 정비된 침목계단을 지나 한 굽이 오르면 철쭉군락지로 접어든다. 들머리에서 80분. 오를 때 바라본 마당바위는 좌측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급한 철계단을 오르자 평평한 안부에 닿는다. 우측 헬기장 뒤 북서쪽엔 암릉이 줄지어 있고 안부 쪽 발밑에는 천불봉 등 기암들을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온 산을 불태우고 있다. 전망도 기가 막힌다. 동으로 멀리 지리산이, 서쪽엔 무등산이, 남쪽으론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비와 태후 모시고 피난온 산인 모후산이 확인된다.

다시 철쭉군락지 입구. 이번엔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길 좌측에 샘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백아산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다.

개구멍도 통과하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기도 한다.
헌걸찬 근육질의 기암괴석 또한 연분홍 철쭉 못지 않은 볼거리이다.
때론 산죽길도 걷고.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에 올라서면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10분 뒤 개구멍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천불봉은 개구멍 위 암봉으로 크고 작은 기암이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라 가급적 사방팔방으로 시선을 자주 돌려보자.

산죽길을 한동안 걷다 잠시 바윗길로 오르면 시나브로 백아산 상봉(810m). 정면으로 팔각정과 그 뒤 모후산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도 기암괴석과 암봉의 연속이다.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방금까지 걸었던 자취를 뒤돌아보자. 거대한 수석전시장이 연상되면서 한편으로 기암괴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절경이다.

산죽과 쭉쭉 뻗은 송림을 지나면 문바위 갈림길.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전망대인 왼쪽의 문바위를 지나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문바위와 산불초소 주변은 온통 얼레지군락지. 꽃대는 대부분 지고 녹색바탕의 자주색 얼룩무늬의 긴 타원형 잎만 다소곳이 누워있다.

다시 숲길. 주변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 삼거리는 산불초소에서 대략 25분. 팔각정은 좌측 20m  능선 끄트머리에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아산휴양림 팻말이 적힌 곳으로 내려선다. 백아산의 남쪽 암릉 또한 주옥같은 진경으로 다가온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봉이 암릉을 따라 숲을 뚫고 불쑥 올라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백아공룡'이라 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하산길은 암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난 샛길을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렇게 50여 분. 휴양림 입구에서 삼거리를 만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좌측으로 5분쯤 가면 첫 산막인 팽나무실을 만난다. 여기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분 걸린다.

#떠나기전 - 화순온천 피로풀기에 그저 그만

백아산 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 옆에는 '백아산 6·25 전적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전남의 중심지일 뿐더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밀한 암릉이 장벽 역할을 해 유격활동의 최적지로 한국전쟁 이전부터 유격전의 중심지였다. 입산 투쟁이 재개된 1950년 9월28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1951년 7월에는 군경합동대 480명이 빨치산에 의해 전멸당하기도 했다. 철쭉군락지 인근 마당바위는 당시 전남도당 빨치산 사령관이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061-374-1493)은 화순군이 직영하는 곳으로 숲속의 숲(집) 19동이 있다. 크기에 따라 6만~7만원. 단체손님 수용이 가능한 숲속수련원도 갖추고 있다. 백아산에 왔다면 화순온천엔 꼭 들르자.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차로 15분 걸린다. 금호화순온천리조트(061-370-5000).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화순 오산 방면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 7시2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선 광진교통 수리 노치행 버스(45번 홈)를 타고 백아산 관광목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35분, 11시에 있다.
귀가길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15분쯤 걸어내려와 광주행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6시20분(막차). 광주에서 부산 노포동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 2만400원.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 밤 12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30분, 8시(막차). 1만4300원. 심야 밤 10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IC~화순 오산 15번 국도 우회전~주암 동복 방향 직진~백아산 자연휴양림~화순군~원리교 지나 원리사거리서 직진~백아산 관광목장 입구 아치형 대형간판~관광목장 주차장 순. 휴양림에서 관광목장까지 택시(061-372-5522, 011-619-3235)를 이용할 수 있다.

조계산 동쪽에 위치한 선암사의 승선교와 강선루. 승선교 밑 계곡에서 승선교의 반월형 천장 아래 강선루가 들어올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산은 크게 바위산과 육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암괴석이나 천태만상의 암봉이 도도하게 고개를 쳐든 바위산이 패기넘치는 남성적이라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산꾼을 감싸주는 육산에서는 모성애를 느낀다.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천관산 등이 바위산의 전형이라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소백산 대운산 등은 언제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게 가슴을 활짝 열고 있다.

사실 육산 산행은 바위산에 비해 약간 무료하다. 기복이나 산세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 조계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천년고찰을 두 개나 품고 있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성 싶다. 서쪽 자락엔 승보사찰 송광사, 동쪽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가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적 총림이라면, 선암사는 두 번째 종파인 태고종의 본산으로 유일한 총림이다.

이렇듯 조계산은 품고 있는 절집의 유명세가 산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독특한 경우이다. 도립공원에 불과한 조계산의 연간 탐방객이 웬만한 국립공원의 배 이상인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조계산이 그저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아름다운 계곡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해 가족단위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산행은 선암사 매표소~삼인당~선각당(기념품 가게)~대각암 입구~대각암 갈림길~작은 쉼터(절터)~큰 쉼터(절터)~조계산 정상 장군봉~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연산봉(헬기장)~송광 굴목재~대피소~보리밥집~선암사 굴목재(큰굴목재)~비석삼거리~삼인당 순의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도중 산길이 곳곳에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하산할 수도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이내 천년고찰의 위용이 드러난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아름드리 수목과 늘푸른 산죽. 이 길은 전국 최고의 명상로로 알려져 있다.

                       조계산으로 이어지는 선암사 진입로. 이 길은 전국 최고의 명상로로 알려져
                       있다
부도탑.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

등산로 입구의 마애여래입상.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삼나무 숲에 이어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에 닿는다. 맞은편 기념품 가게인 선각당 우측 옆길로 오른다. 곧 갈림길. 오른쪽이 정상, 왼쪽이 송광사로 가는 선암사 굴목재 방향이다.

150m쯤 가면 대각암 입구. 아름드리 삼나무가 숲을 이루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른다. 길 왼쪽 마애여래입상을 보고 오르면 앞이 탁 트인 대각암 삼거리. 정면에 대각암, 산행팀은 왼쪽 산죽길로 향한다. 100m쯤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비로암, 정상은 오른쪽 방향. 여기까지만 제대로 찾으면 이후부턴 ‘누워서 떡먹기’.
등산로는 대나무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부드러운 흙길이며 경사가 심한 곳에는 침목계단을 조성해놨다.

20분 뒤 쉼터. 정면의 석축은 옛 절터로 추정된다. 이후 두 번의 너덜을 지나면 더 넓은 쉼터에 닿는다. 작은 돌담과 깨진 기와조각이 주변에 널려 있다. 정면 광양 백운산을 축으로 왼쪽에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오른쪽에 억불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길은 두 갈래. 왼쪽은 밧줄이 걸린 급경사길, 오른쪽은 계단길. 두 길 사이 나무 밑둥치에 작은 샘터가 눈길을 끈다. 200m쯤 뒤 두 길은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정상은 쉼터에서 25분 뒤. 매끄러운 차돌에 `장군봉 884m'라고 음각된 정상석이 서 있다. 작지만 위엄있다. 상사호가 보이고 그 뒤로 연봉들이 펼쳐진 가운데 순천만이 구름 속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하다. 북으로는 호남고속도로가 한 일 자로 내달린다.

하산은 오른쪽 장박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크게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라가는 셈이다. 왼쪽은 조계산의 유일한 바위인 배바위를 거쳐 작은 굴목재로 가는 길이다.

속세는 이제 봄이 왔지만 산중에는 아직도 잿빛. 주변 곳곳에 군락을 이룬 늘푸른 산죽이 없다면 영락없는 봄 속의 삭막한 산이다. 산죽이 만들어 놓은 미로같은 길을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산아래 사바세계엔 봄이 왔지만 산중은 아직 겨울이다.

조계산은 바위 하나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육산이다.


부드러운 능선의 조계산.

부드러운 산길은 산행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50분쯤 걸으면 장박골 삼거리. 이제 등로는 반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 왼쪽으로 장군봉과 상사호, 그리고 방금 지나온 능선길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직진한다. 35분 뒤 연산봉 사거리를 지나면 이내 연산봉(851m). 정상이 헬기장이다. 조망은 주봉인 장군봉보다 더 장쾌하다. 헬기장 반대편인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이번엔 완전한 낙엽길. 봄 속의 가을이다. 산꾼들이 많이 다녀 등로만 매끄러울 뿐 주변엔 온통 낙엽 천지다.

25분 뒤 송광 굴목재. 오른쪽 송광사 2.5㎞, 직진하면 천연기념물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 1.7㎞, 왼쪽 4㎞ 지점에 선암사가 있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선암사 방향으로 간다. 주변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계곡물을 건너 대피소를 지나면 10분 뒤 그 유명한 보리밥집.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나무 그늘 아래 10여 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보리밥집을 지나면 만나는 굴목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조계산 등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선암산 굴목재를 만난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굴목다리를 건너면 선암사 굴목재. 20분 정도의 계단 오르막길이라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선암사 굴목재는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이자 장군봉으로 단 번에 오르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후 쭉쭉 뻗은 편백 숲과 야생화 단지, 그리고 비석삼거리를 잇따라 지나면 산행 출발지인 삼인당 앞에 다다른다. 선암사 굴목재에서 25분 걸린다.

그 유명한 선암사 누운 소나무. 너무나 유명해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도 등장한다.
산아래 선암사 경내에는 매화가 만개해 있지만 조계산 산속은 아직 겨울이다.

◇ 떠나기전에 - 사계절 꽃있는 예쁜 절 선암사 빼먹지 말아야

 선암사는 국내 1000여개의 산사 중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으레 있을 법한 국보급 문화재는 하나도 없지만 단청없는 전각과 색바랜 기왓장, 닳고 닳은 돌계단이 산사다운 고즈늑함을 대변한다. 또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아 동백 토종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영산홍 자산홍 등이 연중 꽃대궐을 이룬다. 선암사에 따르면 크고 작은 꽃밭에 80여 종의 조경식물이 자라고 있단다.

 이러니 선암사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촬영지로 애용됐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동승' 등 불교영화와 드라마 '상도' 등의 주옥같은 배경이 바로 선암사였던 것이다. 촬영지 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업계 관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켰으니 보증수표임엔 틀림없을 듯하다.

 아름다움의 절정은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와 강선루(降仙樓).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와 '신선들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승선교 아래 계곡에서 승선교의 반월형 천장 아래 강선루가 들어올 때의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해도 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뒤깐'이라고 적힌 경내의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400년 된 화장실로 지방문화재다.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400년 된 화장실인 '뒤깐'.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유홍준 교수는 한 신문의 기고에서 "선암사에 유독 조선건축의 진면목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20세기 후반 전국의 모든 사찰들이 화려하게 중창될 때 선암사만은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과 적당한 가난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한편으론 참으로 불행중 다행"이라고 적고 있다.

◇ 교통편 - 순천 시외·고속터미널서 시내버스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린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순천교통 1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에 닿는다.

선암사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20분, 5시35분, 6시30분, 7시, 7시30분, 8시에 출발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25분, 45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만일 선암사에서 출발, 송광사로 하산했다면 택시(061-754-2000)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 3만~3만5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우회전 승주 낙안민속마을 선암사 방향~낙안온천 낙안민속마을~삼거리~857번 지방도~선암사.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어 길 찾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1박2일'팀은 지난해말 전남 해남 유선관을 찾아 촬영한 후 유선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서산대사 사명대사 초의선사 등 고승들이 주석한 두륜산 대흥사를 빠뜨리고 이 보다 훨씬 먼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계봉에 올라 다도해와 두륜산줄기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매우 한마디로 아쉬웠다.
 두륜산에는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다선일여 사상을 생활화하며 꾸민 일종의 다원인 일지암과 나라에 변고가 생겼을 때 땀을 흘렸다고 전해오는 북(미륵)암의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경내에 서산대사를 모신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 입구의 부도전 등 볼거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일화가 무궁무진해 하루 반나절을 돌아도 못 볼 정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을 오르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는 하지 않겠지만 두륜산을 찾은 관광객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아마도 케이블카 대신 두륜산 대흥사를 우선 관람한다. 
 '1박2일'팀이 놓친 두륜산을 산행하며 둘러본 볼거리를 늦었지만 챙겨본다. 참 지금 이곳을 찾으면 경내 주변에 아마도 동백이 만개했을 것이다. 
 지난해말 '1박2일'팀의 유선관 관련해 올린 글을 아래에 트랙백해놓았다. 참고하시길.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땅의 두륜산.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에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솟구쳤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 해남땅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 대흥사에서 출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적합하다.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승용차가 경내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 저 멀리 암봉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우측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전체 실루엣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 연못인 무염지 앞의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 왼쪽은 북암, 산행팀은 오른쪽 일지암 방향으로 간다. 300m 거리인 일지암 가는 길은 의외로 급경사길. 일지암은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이다.
`일지암'이라 적힌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다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쯤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모두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 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으로 해남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만일재의 우측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쪽으로 향한다.
두륜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에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벼랑이라 쇠난간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 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뭇섬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완도 숙승봉을 너머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거친 암봉들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의 전체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이웃 바위를 이어주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진이 좀체 안되는 꽤 험난한 코스이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쇠손잡이와 쇠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아뿔사! 정상인줄 알고 힘겹게 오른 첫 암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옆 암봉이란다.
마침내 가련봉 정상(703m). 만일재에서 30분 소요.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를 품은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마냥 조그맣게 보인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가는 바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쯤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이고 그 우측 숲 사이로 보이는 도로 부분이 오소재이다.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 오른쪽은 완도땅이다. 이 오소재도 흔히 산행기점으로 애용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선다. 바위가 만들어 놓은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난코스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서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역시 헬기장인 오심재. 산행은 거의 막바지. 왼쪽으로 10분쯤 오솔길을 여유있게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전해온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과 너덜길을 잇따라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두륜산에는 2003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두륜산 집단시설지구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고계봉 인근에서 내린다. 정확인 1.6㎞. 내린 지점에서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 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였던 두 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이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팀에서 소개됐던 곳이 바로 여기다.

 왕복 80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구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서 두륜산 입구까지는 간단한 아침 요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독특한 숙소를 하나 소개한다. 

 대흥사 입구 유선관(061-534-3692). 이곳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관. 대흥사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또 한가지.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쪽빛바다와 기암괴석이 일품인 거문도 산행에선 신선바위(오른쪽)를 빼놓을 수 없다. 정상이 편평해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뒀다고 전해온다. 힘겹지만 실제로 올라갈 수 있다.

동백은 지는 모습이 필 때보다 아름다운 유일한 꽃이다. 시들며 이지러져 인생무상의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다른 꽃과 달리 뒷모습이 아름답다. 해서 예부터 `선비의 꽃'으로 불린다. 반쯤 벌어진 붉은 꽃송이가 그 모양새 그대로 `툭'하고 떨어지면 사뿐히 즈려밟기조차 부담스럽다.

섬 전체 수종의 80%가 동백인 거문도(巨文島)가 예년과 달리 이른 시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섬 전체를 붉게 달구기 시작한 동백 덕택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동편 자락에 위치한 거문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여수시 삼산면.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100만 평 정도의 천연 항만이 호수처럼 형성돼 오래전부터 구미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 왔다. 결국 거문도는 구한말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1885년 강제 점령, 해밀턴항으로 세계지도에 그 이름을 등재했다.

연평균 16도로 제주 서귀포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높아 동계 피한처(避寒處)로 꼽히는 거문도는 동백의 일렁이는 쪽빛 물결과 단아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남국의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다.

혹자는 산은 뒤로한 채 `웬(?) 거문도'라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모름지기 산꾼들을 위한 등산로가 개설돼 있다. 주민들의 자생단체인 `산사모(산을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유람선사가 수 년에 걸친 노력으로 결실을 이룬 것.

거문도의 산은 높아봤자 해발 200m대. 한 걸음에 쉽게 오를 수 있는데다 터널을 이룬 동백꽃길이 일품이다. 여기에 거칠 것 없는 빼어난 조망은 금상첨화이다.

산행은 거문도여객선터미널~삼호교~삼호교 갈림길~덕촌리 우정민박 갈림길~덕촌초등~거문중~불탄봉(195m)~잇단 동백숲터널~갈림길~전망대 절벽~갈림길~촛대바위~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전수월산 170m)~360계단~목넘어(무넹이, 수월목)~동백숲길~등대(관백정)~목넘어~유림해수욕장~삼호교~여객선터미널 순. 3시간~3시간30분 걸린다.


사실 거문도는 `한국의 마지막 비경'인 백도 유람선과 등대로 가는 동백숲길이 주볼거리. 하지만 등산로 개설로 나그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백도 유람과 함께 거문도 산행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호교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친절한 이정표.

산행은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고도에서 출발, 서도를 향해 삼호교를 건넌다. 갈림길. 왼쪽은 등대 혹은 2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 방향, 오른쪽 덕촌리 방향으로 간다. 포장로 왼쪽으로 `우정민박'이 보이면 이 왼쪽길로 오른다. 덕촌교회와 곧 폐교 예정인 덕촌초등을 잇따라 지나 거문중 운동장을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른다. 계단을 올라 교사(校舍) 왼쪽 뒤로 돌아가면 산으로 향하는 소로를 만난다. 본격 들머리다. 터미널에서 30분 걸린다.

흑염소 방목지를 지나 7분 뒤 불탄봉 갈림길. 이정표는 없지만 안내줄이 있어 쉽게 인식할 수 있다. 10분이면 정상에 오른다. 불이 자주 나는 산이라는 불탄봉에 서면 동백숲 너머로 고도와 동도 그리고 초도 손죽도 등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탄봉 억새군락. 동백꽃과 동시에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곧 일본군 벙커. 과거 일본군의 병참기지였음을 보여준다. 따뜻한 날씨 덕에 아직도 억새가 한창이다. 황금빛 억새와 빨간 동백의 공존. 이곳 거문도만의 진풍경이리라.
일순간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감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내 동백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낮인데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벌써 꽃송이가 바닥에 흩뿌려져 카키색 낙엽과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룬다.
산행 중 만나는 망망대해.
   
     산행 중 만나는 동백군락.

10분 뒤 갈림길. 진행방향은 왼쪽이지만 오른쪽에는 전망이 빼어난 암릉이 일품이다. 산사모 회원이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노력이 역력하다. 산자락이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풍경은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고 또 붙잡는다. 저 멀리 거문도 등대가 가물가물 시야에 들어온다. 곧 촛대바위.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데 다가가 보니 주민들이 세워놓은 것이다.

바다쪽으로 벗어나 있는 신선바위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섬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기와집몰랑이 시작된다. 마을이나 바다에서 보면 바위능선이 마치 기와지붕의 선처럼 보인다고 해서 명명됐다. 곧 신선바위 갈림길. 해발 115m인 신선바위에 힘겹게 오르면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풍류를 즐길 만큼 넓고 편평하다.
산행 중에는 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다리(삼호교)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터미널있는 고도, 왼쪽이 서도, 고도 뒤가 동도이다.

동백숲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 보로봉 갈림길. 직진하면 곧바로 정상, 우로 가면 등대 방향. 사방이 확 트인 보로봉은 거문도에서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좋은 곳. 거문도 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방금 지나온 기와집몰랑 등의 윤곽을 어렴풋이 관찰할 수 있다.

능선길은 365개 돌계단으로 이어지면서 산행은 사실상 끝. 계단 끝은 등대갈림길이다. 왼쪽은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터미널 방향, 오른쪽은 서도와 수월산을 연결하는 갯바위인 목넘어를 지나 등대로 가는 길. 목재덱으로 일부 연결된 목넘어는 태풍때 집채만한 파도가 갯바위를 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주민들은 흔히 무넹이 혹은 수월목(水越目)이라 부른다. 등대가 위치한 건너편 수월산도 이와 무관하지만 않다.
섬 끝단 저 멀리 등대와 백도를 조망할 수 있다는 관백정이 보인다. 정말 발길 닿는 곳이 하나같이 절경이다.

등대로 향하는 수월산 동백숲길도 소문대로 일품. 흔치 않은 아름다운 길이다. 2004년 하반기 건립 100주년(2005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를 한 등대 옆 벼랑에 앉은 관백정(觀白亭)은 맑은날 28㎞나 떨어진 백도가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가슴아 탁 트일 정도로 전망 하나는 그저 그만이다.

아쉬움 발걸음. 여기서 목넘어와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터미널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 전에 - 백도 유람, 빼어난 절경 상상 이상
유람선에서 본 백도의 기암괴석들. 한가운데 솟은 바위가 서방바위이다.

거문도 관광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백도 유람.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백도는 빼어난 절경이어서 국내 섬 중에서 유일하게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천년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 팔색조 가마우지 등 희귀조류 120종과 풍란 석곡 등 353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향이 진한 풍란은 관광객들이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상륙금지 상태여서 섬에 내리지 못하고 유람선을 타고 감상해야 한다.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온통 하얗게 보인다 하여 백도(白島)라 불리는 이 섬은 크게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뉜다. 등대섬이 있는 상백도가 웅장하고 남성적인 반면 서방바위가 가운데 우뚝선 하백도는 갖가지 전설이 붙은 바위들이 촘촘히 모여 아기자기하다. 물안개가 곱게 피어 오르는 날이면 섬 전체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바위의 모양도 다양하다. 고개를 들고 있는 물개를 닮아 물개바위, 새를 낚아채려는 모습을 한 매바위, 남성을 상징하는 서방바위, 한복을 입고 서방바위를 숨어서 몰래 엿보는 각시바위 외에 비행기바위 왕관바위 고래바위 도끼바위 성모마리아바위 보석바위 지네바위 병풍바위 원숭이바위 감투바위 큰곰바위…. 이가운데 석불바위는 이기대의 부처바위와 꼭 닮았다.

왕복 2시간20분 동안 유람선 두리둥실호 김덕중 항해사의 선상설명에 관광객들은 그 모양을 확인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광주서 왔다는 김명호(44)씨는 "입소문을 통해 듣던 백도를 찾아와 직접 확인해보니 기암괴석과 쪽빛바다가 '남해의 해금강'이란 명성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교통편 - 고흥반도 녹동에서 배 타면 가까워

지금까지 거문도를 가기 위해선 여수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주)청해진해운이 고흥반도 녹동에서 오가고호(298t)를 취항했다.

배삯은 기존 2만8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크게 내렸고 무엇보다 운항시간이 2시간20분에서 1시간으로 줄어 백도 유람과 거문도 산행이 하루만에 가능해졌다. 백도 유람선은 왕복 1만8000원. 20명 이상 10% 할인. 출발시간은 오전 8시, 오후 2시 두 차례. 부산서 백도 유람과 거문도 산행을 당일치기로 할 경우 전날 고흥 녹동으로 가서 1박을 하든지 아니면 새벽 4시께 출발해야 한다.
 
이후 일정은 대략 이렇다. 오전 9시 거문도항 도착, 백도 유람선 두리둥실호(104t)로 갈아탄 후 11시30분까지 백도 유람. 간단한 점심 식사후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문도 산행. 오후 4시 거문도 출발, 오후 5시 녹동항 도착. 청해진해운 (061)844-2700. 
  ※배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7시간 걸리는 거문도 서도 종주 코스도 있다. 서도 북단 장촌부락~음달산을 거쳐 불탄봉~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등대 순. 이럴 경우 백도 유람을 포기해야 한다. 3시간 코스도 부담스러우면 삼호교에서 우측 덕촌리로 가지말고 왼쪽 유림해수욕장을 거쳐 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등대순의 2시간 코스를 타면 된다.

부산서 고흥 녹동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2번 국도 고흥 보성~15번 국도 고흥~도암 소록도 녹동 이정표를 보고 달리면 된다.




 




 

"정녕 추월산보다 못 하나요"
담양호 낀 추월산에 가려 지명도만 낮을 뿐
한국의 100대 명산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아
이창우 대장 "주능 암릉은 병풍산이 한수 위"
발밑 천길 낭떠러지, 주변 기암괴석 진열장
하산길 삼인산, 조선 개국 하늘에 알린 산

산 이름 그대로 병풍산의 암릉은 헌걸차다. 

수년전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경남 거창 좌일곡령이 신세타령을 한 적이 있다. 해발 1258m로 꽤 높은 암봉이지만 '고개 영(嶺)' 자로 끝나 고갯마루로 오해를 받곤 한다는 좌일곡령은 이웃한 펑퍼짐한 단지봉은 기억하면서 방금 지나가 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발하자 거창군수에게 정상석 하나 세워달라고 하소연을 토로했다.

좌일곡령 이후 산행팀에게 할 말이 있다며 지면을 할애해 달라는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병풍산이다.

 병풍산(822m)은 알고 보니 추월산(729m)의 명성에 가려 존재조차 가물가물한 산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추월산은 기암괴석과 담양호가 어우러져 수년 전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될 정도로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한마디로 담양호를 끼고 솟은 가파른 비탈의 추월산 그림자가 담양의 다른 산 이름을 몽땅 뒤덮고 있어 담양 최고봉인 병풍산이 어디 명함 한 장 내놓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국내 200대 또는 3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찾을 수 없는 병풍산은 과연 어떤 산이기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면서 하소연을 하는 것일까. 병풍이란 이름을 가진 거의 모든 산이 그렇듯, 담양 병풍산도 여러 폭의 병풍이 둘러쳐진 모습을 한 헌걸찬 암봉이다.

 먼저 담양사람들이 본 병풍산. 한 산꾼은 "추월산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는 명산"이라고 잘라 말한 뒤 "이웃한 광주시민들은 추월산보다 병풍산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주능선인 보리암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추월산이 운치있지만 주능선상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암릉은 아무래도 병풍산이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평했다. 아직 아마추어에 불과한 기자 또한 만일 담양호를 빼고 산세와 주변 조망만을 볼 때 병풍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산행은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송정마을(대방저수지 옆 주차장)~731봉~천자봉(옥녀봉)~넙적바위(733m)~병풍산(깃대봉)~돌탑봉(806m)~투구봉 갈림길~용구샘 갈림길~용구샘~만남재~삼각점 갈림길(564봉)~삼인산~담양국제수련원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리며 길 찾기는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 들머리. 좌측 대방지가 보인다.

이제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제 헌걸찬 암릉이 나목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넙적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은 이곳에서 10분쯤 더 걸어야 만난다. 이 처럼 병풍산의 암릉길은 한동안 이어진다.

갈림길. 홍길동우드랜드로 가면 추월산을 거쳐 호남정맥으로 이더진다.

암릉과 암릉 사이에 쉬어가라고 너른 쉼터도 있다.


 들머리는 대방지 옆 간이주차장. 입구에 '솔잎 혹파리 나무주사 놓은 곳'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우측 전주 이씨묘가 보인다. 50m쯤 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대낮인데도 파란 하늘 한점 보이지 않는 어둠침침한 침엽수림 숲길이다. 10여 분 뒤 '갈 지(之)' 자 오름길로 변하면서 이후 쭈욱 된비알을 따라 오른다. 숲의 우점종인 키 큰 소나무의 솔잎은 제법 변색돼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키작은 활엽수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들머리에서 50분, 병풍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농짝만한 바위 사이로 급경사 오름길로 변하고 여기서 한 굽이 더 오르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암릉길이 기다린다.

산행기점에서 70분이면 너른 터에 운치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731봉에 선다. 비로소 힘든 구간은 끝난다. 조망은 기가 막히다. 정면 천자봉, 우측으로 용구산과 투구봉이, 투구봉 뒤로 추월산과 산성산 강천산 그리고 담양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10시 방향으로 병풍산, 그 좌측으로 제2병풍산이라 불리는 이웃한 장성의 뾰족봉인 불다산, 다시 왼쪽으로 삼인산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들머리를 기점으로 산행팀은 병풍산줄기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셈이다.

5분이면 천자봉(옥녀봉)에 선다. 조그만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왼쪽 병풍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릉과 암봉을 오르내린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그렇다고 바윗길만은 아니다. 낙엽길도, 금빛 억새길도, 늘푸른 산죽길도 잇따라 통과한다.

당연히 정상인 줄 알았던 암봉을 우회해 오르니 아뿔싸, 정면의 두 개의 봉우리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대방지와 삼인산이 시원하게 보이는 넙적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이번에도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인 데다 주변이 기암괴석 진열장이고 주변 조망은 환상적이어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다. 병풍산 정상은 10분 뒤. 정상석이 서 있고 가장 높을 뿐 사실 감흥은 별 차이가 없다. 정상 직전 우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하나 있다. 물론 이정표가 있다. 송대봉, 홍길동우드랜드 가는 호남정맥길로, 이 길은 추월산을 거쳐 내장산으로 이어진다.

병풍산 정상.

이제 돌탑봉을 향한다. 주변 풍광이 그림같다.



이어지는 암릉길. 돌탑봉과 또 다른 암봉을 지나 그림같은 억새군락지를 지나면 투구봉(신선대) 갈림길. 병풍산에서 15분. 직진해서 투구봉을 넘어서는 방법이 하나요, 왼쪽 마운대미로 내려서서 용구샘을 보고 가는 길이 또 하나다. 이 두 길은 결국 만남재(만남의 광장)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용구샘으로 갔지만 또 다른 팀은 투구봉으로 올랐기에 두 길 모두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달아놨다. 참고하길.

용구샘 가는 길은 급내리막길로 침목계단을 덧대놨다. 5분 뒤 용구샘 갈림길. 왼쪽으로 3분쯤 가면 입구가 1.5m쯤 되는 굴 안에 두 평 남짓한 깊은 샘이 보인다. 용구샘이다. 병풍산 낭떠러지 아래쯤 된다. 오래 전엔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음용수로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입구엔 바가지와 양동이가 놓여 있다.

병풍산 낭떠러지 아래에 위치한 용구샘.

만남재.


 이어지는 침목계단. 10분이면 급내리막 침목계단이 끝나고 이후 우측 산허리길로 걷는다. 8분이면 만남재에 닿는다. 오거리다. 좌측 철망문 못가 열린 산길은 수련원(야영장), 직진하면 장성군, 우측은 투구봉에서 내려오는 길, 산행팀은 10시 방향 좌측 무덤 쪽 삼인산 방향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10분 정도 혼을 쏙 빼놓는다.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우측으로 불다산, 뒤돌아보면 투구봉이 우람하게 솟아 있다. 약간 거칠지만 외길이라 23분 뒤 삼각점 갈림길. 잠시 고개들어 방금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본다. 영락없는 병풍(屛風) 그 자체다. 역시 산 이름은 산 아래 마을이나 산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봐야 제 모습이 드러난다.   

삼인산으로 가는 도중 방금 지나온 병풍산이 보인다.

이성계가 조선 개국을 하늘에 알렸다는 삼인산 정상.


삼인산 하산길.

한국전쟁참전유공자비를 지난다.


 

산행 날머리.

등산 안내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300m.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14분이면 임도 겸 삼인산 쉼터. 벤치가 있으니 잠시 쉬어가자. 이곳은 만남재에서 좌측 임도로 오면 만난다. 때문에 체력이 약간 부칠 경우 방금 지나온 작은 봉우리를 넘지 말고 임도로 바로 와도 된다. 우측 보이는 고봉이 무등산이다.

삼인산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열린 산길로 오른다. 27분쯤 뒤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병풍산 전체와 대방지 옆 들머리와 전주 이 씨묘 그리고 수련원 등이 한눈에 확인된다. 전망대에서 3분이면 삼인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돌탑이 조성 중이다.

하산은 직진 방향. 40m쯤 뒤 갈림길.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심방골 방향,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왼쪽 수련원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다. 30분 뒤 무덤을 지나면서 경사가 한풀 꺾이고, 여기서 14분이면 산을 벗어난다. 한국전쟁참전유공자비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수련원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서 300m쯤 저수지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주차장에서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대나무에 넣고 삶은 대통 암뽕순대 별미

전남 담양 수북면과 전북 장성 북하면을 가로지르는 병풍산은 경북 봉화 청량산을 연상시키는 암릉 종주 산행의 백미이다. 산행 중 이정표 상의 봉우리 명칭이 통일이 안돼 있다. 천자봉이 옥녀봉이며, 병풍산 상봉이 깃대봉이다. 둘 모두 정상석에는 그러한 명칭이 없지만 정상 직전 호남정맥 갈림길 앞 이정표에는 천자봉, 병풍산 대신 각각 옥녀봉, 깃대봉이라 표기돼 있다.

사실 병풍산만 타면 산행시간이 3시간30분 남짓한 데다 임도를 오랫동안 걸어야 돼 산행팀은 삼인산(三人山)을 이어 붙였다. 알고보니 삼인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개국을 하늘에 알렸던 의미있는 산이다.

다시 말해 이성계는 자신의 등극을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던 중 '삼인산을 찾아라'는 성몽을 꾼 끝에 찾아낸 산이다. 제를 올리고 신성시 했다고 전해온다. 정작 삼인산이란 명칭은 산의 형태가 '사람 인(人)' 자를 겹쳐 놓은 형국이라 한다. 실제로 정상 부분이 약간 펑퍼짐하다.

삼인산은 또 산청 필봉산, 영양 주실마을 앞 봉우리, 임실 문필봉 등과 함께 유명한 문필봉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필봉이 바라다 보이는 동네는 한결같이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 배출됐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담양시장(담양5일장) 내에 위치한 옛날 순대집(061-381-1622)이다. 주 메뉴는 '대통 암뽕순대'(사진). 식용 비닐에 당면 들어간 순대와는 천양지차다. 돼지 창자 속에 선지 우거지 깻잎 파 시금치 (간)고기 찹쌀 녹두 참기름 들기름과 갖은 양념을 넣고 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순대집과 대동소이하다. 비결은 1m 길이의 대나무에 넣어 1시간 정도 삶는 것. 비린 냄새 제거는 물론이고 물에 삶을 때와 달리 양념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훨씬 뛰어나다. 대통 암뽕순대 (대) 1만 원, (소)5000원, 순대국밥 4000원. 장날에는 인산인해여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15번 국토 타야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화순 오산)IC~옥과 방면 15번 국도 좌회전~정읍 담양 15번 좌회전~담양군 무정면~정읍 담양 대나무박물관 죽녹원 우회전~정읍 담양~장성 백양사 직진~광주 장성 13, 24번 국도 좌회전~광주 13번 국도~광주 장성 13, 24번~수북 방향 우회전~수북중 지나~청소년야영장(수련원)~대방저수지 옆 간이주차장 순. 주차장이 좁을 경우 300m 더 가서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대면 된다.

 

향적봉 대피소 앞. 백색 천국이다. 

한여름 구천폭포.

한겨울 무주구천동계곡의 구천폭포.


 시나브로 겨울이 와 있건만 아직도 여민 옷깃이나 두꺼운 외투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뿐이다. 눈은 고사하고 처마 밑 고드름도 보기 힘들다.

눈이 귀한 남쪽땅 부산. 올해는 눈을 한 번 보려나 ‘혹시나’ 기대를 걸었건만 현재까진 ‘역시나’로 그칠 공산이 크다. 눈이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나 전북에도 아직 큰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판다고, 요로를 통해 수소문해 보니 태백산엔 조금 내렸지만 이내 녹았고 덕유산은 9부 능선부터 백색천국이란다.

그렇다. 겨울의 진면모를 보려면 눈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맞으러 가자.

겨울이면 산꾼들에게 ‘작은 히말라야’로 다가오는 덕유산(1614m). 정상 부근의 나무와 풀에는 눈같이 내려앉은 상고대가 눈꽃을 피워 온통 하얀 축제를 벌이고 있다. 축제명은 ‘돌아온 상고대’. 그렇게 눈축제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전북 무주 장수, 경남 함양 거창 등 2도 4군 8개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덕성스런 능선과 너그러움을 간직한 산. 산행은 덕유산의 얼굴인 삼공리 삼공매표소에서 무주 구천동과 백련사를 거쳐 주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3시간 정도의 가장 보편적인 코스를 택했다. 백련사 가는 길은 우선 정답다. 그래서 가벼운 산책이나 가족나들이에 적합하다.


계곡길 초입 오른쪽 저멀리 일곱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있다. 칠봉(1035m) 또는 칠불봉이다. 꼭대기 부근이 이미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가까이서 본 계곡은 맑고 깊다. 겨울인데도 유량이 줄지 않아 물소리가 우렁차다. 주변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없다면 여름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듯 하다.

인월교를 지나면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등 작은 소(沼)와 담(潭)이 연이어 선경을 연출한다. 하나같이 그림과 함께 명명된 사연이 적혀 있다.

덕유산의 겨울은 선택받은 것 같다. 산 전체를 벌겋게 물들이는 철쭉의 봄이나 녹음 짙은 여름,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인 가을은 단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반해 앙상한 가지의 겨울서정에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상고대의 몸부림은 눈부시다.

덕유산휴게소를 지나면 이내 안심대. 옛날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던 스님과 불도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경각을 다투는 도망길에 이 곳에 당도하여 비로소 안심하고 땀을 씻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구천동계곡의 대표적 2단 폭포인 구천폭포를 지나면 곧 백련사.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중앙계단 양 옆으로 난 석축은 마치 영주 부석사를 연상케 한다. 절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웅전의 왼쪽 바위 밑에는 샘물이 솟는다. 한 모금 들이키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대웅전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백련사까지가 가벼운 산책코스라면 주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길이다.

               사실상의 산행 들머리인 백련사 일주문.

8분 뒤 전북도 지정 기념물인 백련사 계단(戒壇)을 지나면 첫 이정표. ‘향적봉 대피소 2㎞, 해발고도 950m’.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섭고 차갑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다 끊임없는 오르막은 더욱 인내를 요구한다.

7부 능선쯤 올랐을까. 푸른 산죽 주변에 밤새 내린 눈이 남아 있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엔 얼음꽃. 눈이 가지에 붙어 있다가 기온이 급강하면서 그대로 얼어붙은 것. 빙화는 억새와 마찬가지로 역광 속에서 봐야 더욱 빛나는 법. 상고대와 함께 영롱한 아름다움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메뉴다.

처음엔 빙화(얼음꽃)을 만난다.

향적봉 대피소 앞. 여기서 3, 4분이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도달한다.

멀리서 본 향적봉 대피소. 비교하기 위함이다.

향적봉 대피소.


역광을 받은 상고대.

대피소에서 정상 가는 길.


이제 주변이 서서히 하얗게 변해 간다. 동시에 산길도 상당히 미끄럽다. 하산하는 산꾼들은 넘어지기 일쑤다.

9부 능선쯤에선 방금까지 눈이 내린 것처럼 푸른 하늘 외에는 온통 하얗다. 상고대다. 순우리말인 상고대는 일종의 눈꽃. 구름이나 안개가 나뭇가지를 지나다가 얼어버린 것으로 단순한 눈꽃보다는 조형미가 뛰어나다.

일순간 운무가 주변을 감싼다. 덕유산의 상고대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바로 변화무쌍한 운무가 잦은 덕분이다. 주목군락과 상고대, 그리고 유난히 파란 하늘의 조화는 자연미의 극치다.

이내 갈림길.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가면 향적봉 정상이고 100m 직진하면 향적봉 대피소. 상고대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산꾼들이 대부분이 상고대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하 8도의 매서운 추위도 그들의 눈꽃축제를 막지 못한다.

덕유산 향적봉 정상의 조망안내판이 눈보라에 의해 덮혀 있다.
향적봉에서 곤돌라 종점인 설천봉으로 내려가는 길.

초록을 배경으로 한 구상나무.

한겨울 구상나무.



향적봉 정상까지는 100m 남짓. 살을 에는 칼바람이 단 1분도 견디기 못하게 할 만큼 매섭게 몰아친다. 그런데 의외로 어린 꼬마들이 많다.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듯하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르며 20분 산행으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가볍게 갈 수 있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칼바람을 무릅쓰고 가야산 지리산 등 주변 조망을 감상해 보지만 추위에는 장사가 없음을 실감한다.

하산은 두 가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으로 내려가도 된다.

설천하우스에서 추위를 녹이고.

무주리조트로 이어지는 곤돌라.

◇ 떠나기 전에 - 가족등반땐 곤돌라로 정상까지

덕유산은 임진왜란때 9000명이 난을 피해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덕성스러운 산이다. 갈천 임훈 선생의 ‘등덕유산향적봉기’에 따르면 주봉은 향적봉, 남덕유산을 황봉 또는 봉황봉, 무룡산을 불영봉으로 불렀다.

덕유산을 대표하는 계곡은 무주구천동. 지난 1961년 그동안 전해오던 옛 이야기를 근거로 33경을 정해 그 빼어남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조선말 을사조약 체결후 을사오적 처형을 주장한 송병선 선생은 덕유산의 선경에 취해 일사대(一士臺)에 서벽정을 짓고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만조탄 함벽소 가의암 추월담 등 무이구곡(茂夷九曲)을 정했다.

산행은 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을 거쳐 원점회귀가 일반적이며 중봉~백암봉에서 횡경재를 지나 거창의 송계사로 내려서거나 안성 삼거리에서 오른쪽 칠연폭포로 하산할 수 있다.

가족산행땐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 덕유산을 오른후 백련사로 하산하면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는 야멸찬 산 덕유산. 아이젠 등 겨울장비를 충실히 챙겨 떠나자.

◇ 교통편 - 리조트~구천동 무료셔틀버스 운행

부산서 덕유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남해고속도로~서진주IC~대진고속도로~덕유산IC~좌회전 후 19번 국도를 탄다. 안성사거리에 ‘덕유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우회전 이정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칠연폭포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가더라도 입산금지 상태다. 이후 사산삼거리에서 우회전~37번 국도~치목터널~하조사거리 직진~구천동터널~리조트 삼거리 직진~무주 구천동 직진~삼공삼거리 우회전~삼공매표소 순.
 
곤돌라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하산했을 경우 리조트에서 들머리인 구천동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 12시를 제외하고 매시 정각 설천하우스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이후 오후 6시50분, 7시30분, 8시30분 버스는 웰컴센터 앞에서 타야 한다. 10분 정도 걸린다. 설천봉에서 마지막 곤돌라는 오후 4시30분. (063)320-7381

참고할 사항. 덕유산 향적봉대피소(063-322-1614 관리인 박봉진)는 수용인원 60명. 덕유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3)322-3174.

전북 진안에는 금남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1126m)과 암수 두 개의 봉우리로 유명한 마이산(685m) 그리고 구봉산(1002m)이 있다.

구봉산은 운장산과 마이산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최근 산꾼들에게 `괜찮은' 산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위 `떴다'.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바라본 아홉 봉우리.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 주변에 운무가 드리워지자 마치 신선의 세계인 양 신비롭게 변모했다.

덕유산 등 호남의 웬만한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는 장쾌한 조망에다 암벽등반을 연상케 하는 봉우리들의 위용과 기세는 왜 산꾼들이 이 산을 찾게 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산할 때 만나는 산죽과 발목까지 빠지는 카키색 낙엽 융단길은 초겨울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구봉산(九峰山)은 이름 그대로 아홉 개의 바위봉과 주봉인 천황봉으로 구성돼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엄한 아버지 앞에 앉은 아홉 명의 자식이 떠오른다.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아홉 개의 암봉이 연출하는 자연미는 설악의 그것과 견주어도 하등의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웅장하면서도 산세가 살아 숨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전남 고흥의 최고봉으로,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아치형으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팔영산(八影山)과 산세가 흡사하다"고 한마디 거든다.
사실 구봉산은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도 곤욕을 치를 만큼 무척 힘이 든다. 자신의 체력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산행은 윗양명주차장~주능선~나무벤치~1봉…9봉~돈내미재(갈림길)~샘터~주봉 천황봉(일명 장군봉)~바랑재(천황사 갈림길)~구봉산장민박~양명경로당~양명마을(구봉산 안내판)~윗양명주차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주차장의 등산안내도 왼쪽 옆으로 열린 산길로 들어선다. 다리 건너 직진하면 왼쪽 사슴농장이 있는 지점에서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들머리다. 입구에 `2봉 1.1㎞, 9봉 2㎞, 구봉산(천황봉) 3.3㎞'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처음부터 암봉은 아니었다. 낙엽길을 걸으며 워밍업할 기회를 준다.

완만한 산길로 시작되지만 서서히 경사가 심해진다. 10분 뒤 갈림길. 주능선에서 만나므로 개의치 말자.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흩날리는 낙엽, 앙상한 나뭇가지가 전형적인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왼쪽 낭떠러지 아래 조그만 암자가 눈에 띈다. 천황암이다.

10분 뒤 벤치 3개가 놓여 있다. 워낙 가파르다 보니 쉬어가라는 의미일게다.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는 안부까진 20분 정도 걸린다. 1봉만 우측에 있고, 나머지 여덟 봉우리는 왼쪽에 포진해 있다.

1봉까지는 80m정도 내려간 뒤 철제 가드레일과 연결된 밧줄을 잡고 오른다. 정상엔 뜻밖에 무덤이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산의 물결이어서 명당자리인 듯하다. 소나무도 훨씬 위엄있어 보인다.

다시 안부로 되돌아와 2봉으로 향한다. 역시 밧줄에 의지한 채 5분이면 봉우리에 올라선다. 정면에 3, 4봉이 잇따라 보인다.

          암봉이 워낙 험해 줄곧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1, 2봉 사이 안부에서 9봉까지는 불과 0.9㎞. 이는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거의 붙어 있음을 뜻함과 동시에 그 만큼 가팔라 봉우리에 도달하기가 힘겹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밧줄이 없으면 사실상 낭떠러지인 봉우리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이다.
이렇게 3, 4, 5봉을 연이어 지나면 벤치가 또 나온다. 곧 6봉으로 향한다. 6봉은 특히 내려올 때 아주 위험하다. 7봉을 가볍게 오르내린 후 8봉은 그냥 지나치자. 워낙 위험해 암벽등반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친절한 이정표. 가만히 보면 9개 봉우리의 총 거리가 900m 조금 넘는다.

9봉으로 향하는 길은 주변에 온통 낙엽이 깔려있어 운치가 있다. 막상 봉우리 아래에 도착하니 밧줄이 없다. 사람 다닌 흔적도 찾기 힘들다. 두 발로 힘겹게 오른 9봉은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다. 주봉인 천황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다 두 개의 큰 바위 사이에 작은 바위가 얹혀 있어 마치 작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보기 드문 형상이다. 1봉에서 9봉까지 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이제는 천황봉으로 향한다. 갑자기 초록빛 산죽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돈내미재이다. 왼쪽에 하산길이 열려있다. 참고하길. 정상까지는 750m, 고도차는 310m 정도. 숫자상으로는 얼마 안되는 듯하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구간이다.

왼쪽 바위절벽 밑의 샘터에서 물을 한 잔 들이킨 후 바위절벽 사이의 틈새로 오른다. 100m 정도지만 ‘마의 구간'이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가파르다. 밧줄이 있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 그냥 `악'으로 오르는 수밖에. 이 구간을 통과하면 경사는 좀 완화되지만 여전히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정상은 돈내미재에서 45분 정도. 근래 오른 봉우리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산행으로 손꼽힐 만하다. 정상엔 4개의 벤치가 있고 동쪽으론 방금 올라온 9개의 봉우리가 비스듬히 보인다. 그 뒤로 덕유산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남쪽엔 마이산이, 서쪽엔 복두산과 운장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정면으로 용당댐이 보인다. 의외로 규모가 크다. 전국에서 다섯 번째란다.

             9봉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작은 터널을 만들어놨다.
             9봉에서 주봉인 천황봉 가는 길은 이번 산행의 '마의 구간'이다.


하산은 천황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여 분 뒤 갈림길. 바랑재다. 천황사로 가는 길 대신 원점회귀를 위해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의 왼쪽길을 택한다. 처음엔 가파르지만 이내 낙엽과 산죽이 번갈아 나와 발길을 가볍게 해준다.
하산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홉 봉우리의 모습이 일품이다. 바랑재에서 날머리인 구봉산장민박 앞까지는 대략 50분.

구봉산장을 돌아 마을을 거쳐 주차장으로 가도 되고, 날머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가 메인도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주차장으로 가도 된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에 진면목…안전장비 꼭 챙겨야

전북 진안을 대표하는 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산이다.
구봉산은 마이산과 마주보며 솟은 운장산의 한쪽 곁에 아홉 봉우리가 거대한 장벽처럼 솟구쳐 있다.
진안군 정천면과 주천면을 가르며 솟은 구봉산은 최근에야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이 찾은 날도 평일에다 궂은 날씨였지만 대전과 서울에서 온 대형버스에서 수십 명의 산꾼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흥 팔영산, 상주 구병산, 영덕 팔각산처럼 암봉으로 이어져 산꾼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멋진 코스다. 아홉 봉우리를 모두 오르면 천왕봉이 정면에 버티고 있다. 오르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요즘처럼 초겨울에 찾으면 속살을 완전히 내보이는 구봉산의 진면목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산행에도 유의하자.
안전산행을 위해선 겨울철 기본장비인 아이젠 헤드랜턴 스패츠 장갑 목출모 등을 갖추고 떠나자. 겨울산은 언제 어떻게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하산후 수암마을의 천황사를 들러보자. 신라 헌강왕때 무염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수령 600년의 전북도 지정목이 볼거리다.

#교통편 - 대진고속도로 이용 당일치기 가능

부산서 전남 진안군 구봉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적어도 오전 7시 이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 서진주IC를 통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후 장수 장계IC로 빠져나와 우회전(전주 장계 방향)~무주 장계(19, 26번 국도)~진안(〃)~진안(26번 국도)~26번 전주 아산 방향 버리고 진안 무주 방향~용담 금산 방향 795번 지방도~주천 방향 725번 지방도~구봉산 주차장 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