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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7> 전남 영암 월출산

영암벌에 홀로 솟아 달맞이 가자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높이가 120곒로 국내 최고인 구름다리를 걷노라면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흔들림이 심하다.
전라도 영암에 가면 이구동성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로 ‘달뜨는 산’ 월출산(月出山)이 한 순간 병풍처럼 눈 앞에 불쑥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수석 덩어리같다고나 할까.

전남 유일의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사방 100리에 높은 산이 없어 누런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돌봉우리들, 하늘로 솟구쳐오른 기암괴석 때문에 예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왔다.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에 제일 가는 그림같은 산 있으니 청천에 솟아 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라고 읊었고, 고산 윤선도도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월출산의 신령스러움을 노래했다.

산꾼들이 봐도 월출산은 그야말로 완벽한 산행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도(812.7m)에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계절이나 날씨 그리고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과 아름다움이 확연히 달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또 명물 구름다리와 천황봉 구정봉 마애여래좌상 베틀굴 통천문 도갑사 등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설이요 문화재다.

특히 미왕재의 광활한 억새밭의 황홀한 장관은 가을 산행의 덤이다.

파른 오르막인 천황사쪽으로 올라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서는 도갑사쪽으로 하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종주코스를 택했다. 월출산 주차장~천황사~구름다리~통천문~정상(천황봉)~바람재~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미왕재(억새밭)~도갑사 순으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바위길이 많아 무릎 보호 밴드 착용을 권하고 싶다.

주차장에서 산길로 오르면 곧 갈림길. 왼쪽은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오른쪽은 바람폭포~광암터를 거쳐 천황봉으로 가는 길이다. 초행이면 열에 열 모두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 못가 작은 암자에 닿는다. 천황사(天皇寺)다. 오래전부터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작은 전각이 하나 있었지만 2년전 초파일을 얼마 앞두고 불이나 지금은 천막을 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이 곳에서 식수를 준비하자.

산죽터널과 가파른 철계단을 지나 40분 정도 오르면 구름다리. 천길 낭떠러지에 쇠줄로 엮어 놓은 다리가 절묘하다. 길이 52m, 높이 120m의 현수교로 거센 바람이 불 땐 흔들림이 심하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로 힐끗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뒤따라 오던 한 부부는 부인이 아예 남편 허리를 끌어 안고 걷는다. 다리에서 2시 방향 저멀리 바람폭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내려서면 이제부터 월출산 특유의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린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 철계단 혹은 철사다리를 기어 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이내 거친 숨을 토해내고 팔뚝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 이르지만 구절초 쑥부쟁이 등 가을 야생화와 만개한 억새꽃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산들거린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까지는 대략 2시간. 이번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절벽에 가까운 돌길을 지나면 바위틈인 통천문(通天門). 천황봉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 곳을 통하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바위틈인 해탈문과 흡사하다.

5분 후 드디어 천황봉. 호흡이 절로 멎는다. 어른 100여명이 앉아도 될만큼 펑퍼짐한 바위 봉우리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그 어디에 비길까.

서쪽 건너편에 향로봉 구정봉 주지봉이 마주보고 서 있고, 그 양 옆으로 저 멀리 영산강 물줄기와 이어지는 서해안 목포 앞바다와 강진만의 아름다운 남도경관이 보인다. 북으로는 누런 영암벌판 뒤로 무등산과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아련하다. 연신 탄성이 터지는 것은 당연지사.

산은 서쪽으로 내려선다. 꼬불꼬불 급경사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바람재에 이르고 여기서 10여분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은 억새밭으로 곧장 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을 거쳐 억새밭으로 간다. 후자를 택한다.
 

베틀굴은 옛날 전쟁을 피해 여성들이 베틀을 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나 그 모습이 여성의 국부와 흡사해 음굴(陰窟) 혹은 음혈(陰穴)로도 불린다. 굴속에는 항상 물(음수·陰水)이 고여 있고 천황봉 쪽의 남근석을 향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베틀굴에서 100m 정도를 오르면 구정봉.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9개의 웅덩이가 주변에 패어 있는 구정봉은 천황봉 못지 않게 전망이 빼어나다. 여기서 20분 가량 급경사길로 내려가면 국보 144호 마애여래좌상. 높이 8m의 거불로 고려의 석불양식을 보여주는 당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애여래좌상을 둘러본 후 다시 되돌아와 억새밭인 미왕재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앞이 탁 트인 능선길로, 은빛 물결이 춤추는 억새밭까지 대략 35분 걸린다. 역광에 반사되어 찬란히 빛나는 억새는 가을철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이제 미왕재는 구름다리, 바위봉과 함께 월출산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억새밭에서 직진하면 무위사로 향하지만 올해부터 자연휴식년제로 폐쇄됐다. 도갑사는 오른쪽 방향인 홍계골로 하산한다. 오를 때와는 달리 하산길은 전형적인 산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도갑사에 다다르면 이 곳이 산간습지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도갑사 절집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떠나기전에

월출산은 강진군과 영암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강진 월출산보다는 영암의 종산으로 영암 월출산이라고 불린다. 일본에 문물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학의 대가 도선국사가 태어난 곳이 바로 월출산 아래 구림이다.

월출산은 삼국사기에는 월나악(月奈岳)이라 불렸고 고려초에는 월생산(月生山)으로 바뀌었으며 이후에는 월산(月山) 보월산(寶月山) 화개산(華蓋山) 소금강산 등으로 각각 지칭되다 현재는 월출산으로 불린다. 월출산은 능선과 골짜기마다 기암과 문화재 그리고 전설이 가득한 산이다. 여유를 가지고 월출산을 음미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땐 광주를 거쳐 영암으로 가야 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광주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부터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천7백원. 서부터미널에서 광주행 직행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 그 이후는 매시 40분 간격. 1만4천2백원. 광주터미널에서 영암터미널까지는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천4백원. 영암터미널에서 월출산국립공원(천황사)까지는 오전 6시40분, 9시10분, 10시10분에 있다. 730원. 택시를 이용하면 5천원 안팎. 날머리인 도갑사에서 영암터미널행 막차는 오후 4시25분. 900원.

승용차를 이용하면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벌교 낙안읍성 민속마을 2번 국도~보성~장흥~강진~광주 영암방향~풀치터널~월출산 천황사쪽으로 빠진다. 날머리 도갑사에서 들머리 천황사 입구까지 택시(011-608-1733, 018-364-6666)를 타면 1만3천여원.


 
  통일신라때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 경내.

## 주변볼거리

전설에 의하면 영암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가 세개나 있었다. 그 바위의 기운으로 산 아래 고을에서 큰 인물이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중국인들이 몰래 이 곳으로 와 바위들을 밀어 떨어뜨렸는데 그 중 하나가 다시 기어올라갔다고 한다. 스스로 옛 자리로 올라간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고을이 바로 영암(靈巖) 땅이다. 신령스런 바위 때문이었을까. 월출산 주변에선 큰 인물이 많이 났다.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와 백제 최고의 유학자 왕인이 바로 그들. 월출산 주변에는 이들과 관련된 유적지가 있다.

월출산 종주 날머리에 위치한 도갑사는 통일신라때 도선국사가 창건했고 조선 세조때 왕사였던 수미대사가 중창했다. 경내에는 독특한 건축양식의 국보 50호인 해탈문과 성보박물관이 유명하다. 대웅전 뒤 1천여평의 빈터에 박혀 있는 주춧돌과 승려들의 마실 물을 담아 두는 앞뜰의 대형 석조는 과거 도갑사가 대사찰이었음을 말해준다.

일본에 논어 등을 전수해 아스카문화의 원조가 된 왕인박사 유적지도 한번 둘러보자.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과 그 옆에 유허비가 있다.

월출산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무위사. 신라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국보 13호인 극락보전과 그 내부의 벽화도 반드시 감상하자. 극락보전은 단아함과 장엄함이 두드러지는 건물로 배흘림 기둥을 가진 주심포 양식의 맞배집이다.

월출산파크관광호텔(옛 월출산온천관광호텔) 온천욕도 빠뜨리지 말자. 도갑사에서 차로 20여분 걸린다.


## 맛집

영암의 대표적 먹을거리는 짱뚱어탕과 갈낙탕.

짱뚱어는 갯벌에만 서식하는 특이한 물고기로 현재까지 양식이 불가능하다. 이 바닷물고기는 고단백 영양식으로 고소하고 담백해 이 곳 영암사람들은 민물장어보다 한 수 위로 분류한다.

소금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뼈를 추려낸 후 체로 걸러낸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 된장 들깨 마늘 생강과 부추 시래기 쑥갓 미나리 등 그때그때 나오는 싱싱한 야채를 곁들인다. 얼큰하고 텁텁한 맛이 일품이며 비리지 않고 구수하다. 탕 7천원, 전골(1인분) 1만2천원.

갈낙탕은 갈비와 이 곳 명물인 세발낙지와의 만남. 한우갈비를 우려낸 국물을 뚝배기에 넣고 세발낙지 밤 대추 등을 끓여낸 것으로 짱뚱어탕에 버금가는 건강식이다. 1만2천원. 영암군청 근처 중원회관(061-473-6700) 동락식당(061-472-2892)이 특히 유명하다. 두 식당 모두 반찬으로 남도 특유의 전어창젓과 토하젓을 내놓아 입맛을 돋운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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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5> 곡성 동악산

'첩첩암봉 넘어 신선바위… 仙界가 열리네'


 
  전남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은 도기념물인 도림사 계곡도 절경이지만 장쾌한 조망 또한 일품이다. 산행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발 아래 방금 올라온 들머리도 보인다.
동악산(動樂山)은 우선 이름이 재밌다. ‘즐거울 락’이 아니라 ‘풍류 악’으로 읽어 음악이 울려 퍼진다는 산이다.

마을 입구에서 빨간 고추를 말리는 한 촌로는 예부터 이 곳 출신이 장원급제를 하면 동악산에서 노래가 울려 퍼졌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흉조보다는 길조를 알리는 산이라 우선 발걸음이 가볍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우뚝 솟아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735m)은 도립, 군립공원은 아니지만 국내 여느 산 못지 않게 산세나 주변 경관이 뛰어나 호남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동악산 기슭에는 신라 무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창한 도림사(道林寺)가 천년고찰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 산의 남쪽 골짜기를 흐르는 도림사계곡은 전남도기념물답게 주변의 노송과 폭포, 담 소 등과 함께 절경을 뽐내고 있다.

동악산 산행은 도림사를 기점으로 동악산~배넘어재~대장봉~형제봉 코스가 풀코스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당일치기가 힘겨워 도림사~신선바위~동악산 정상~암릉길~삼각점 봉우리~배넘어재~도림사계곡~잇단 철다리~도림사 순으로 잡았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림사 입구 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해 발걸음이 시작된다. 항일독립지사 윤정구 의사 묘를 지나면 오른쪽에 도림사계곡. 널찍하고 편편한 반석 위로 맑은 물줄기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흘러 가히 절경이다. 반석에는 조선시대 이래 시인 묵객들이 노닐던 흔적들이 음각돼 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도림사계곡을 소개하는 팻말과 큰 고목을 지나 왼쪽에 간이화장실이 보이면 길 오른편에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이 있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 절개지의 희미한 산길로 올라서자.

만일 유량이 많아 계곡을 건너지 못하면 도림사까지 올라간다. 도림사 앞 계곡의 폭이 좁아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들머리와 만난다. 도림사 구경은 하산할 때 이 곳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몇시간 뒤로 미루자.

유의할 점 한가지. ‘동악산 2.7㎞’ 팻말이 안내하는 길로 가지말 것. 취재팀이 이 길을 따라 가 본 결과 길이 막혀 되돌아왔기 때문. 결국 취재팀이 택한 길은 차선의 선택이었음을 밝혀둔다.

처음엔 뚜렷한 길이 없었다. 방향만 맞춰 주능선을 향해 무작정 올라갈 뿐이었다.
 

나무 사이로 오르며 길 만들기를 25분. 왼쪽의 계곡물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지면서 전형적인 산길이 나타난다. 동시에 그렇게 멀어보이던 정상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가야토기와 엇비슷한 모양의 하얀 독버섯이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능선까지는 대략 40분. 숨을 한 번 돌리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잠시후 왼쪽에 전망대. 도림사와 방금 올라왔던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5~6분 후에는 오른쪽에 또 다른 전망대. 곡성읍내와 푸른 곡성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왼쪽으로 크게 고개를 돌리면 작은 암봉 뒤에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하지만 웬걸. 작은 암봉을 하나 넘었더니 또 하나가 나타나고 이후엔 큰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에돌아가면 또 다른 암봉이…. 이렇게 오르길 대여섯번. 소름이 끼칠 정도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2.7㎞ 정도라 적혀 있어 가볍게 봤건만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정말 ‘곡소리 나는 2.7㎞’인 것 같다.

삼거리 안부를 지나면 곧 갈림길. 직진하면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전망이 좋아 신선이 쉬어 간다는 신선바위를 거쳐 동악산으로 간다. 신선바위까지는 6~7분. ‘신선바위’라는 팻말이 바위 앞 나무에 걸려 있다. 신선바위에 서면 방금 지나왔던 대여섯개의 암봉이 공룡능선처럼 일렬로, 그 뒤로 형제봉이 나란히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상으로 곧바로 향하는 길과는 15분 뒤 만난다. 그리고 7분 뒤엔 정상. 북쪽은 나무로 가려져 있고 남쪽방향으로 장쾌한 조망이 열려 있다.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다음 목적지인 배넘어재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암릉길이다. 좌우에 펼쳐지는 조망을 감상하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랴 바쁘다 바빠.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모처럼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왼쪽에 방금 지나온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결국 하산길은 정상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셈.

집채만한 바위를 연이어 지나면 암릉 오르막길. 하산길이라 만만히 봐선 큰 코 다친다.
 
  66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 도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하여 도림사라고 이름지어졌다.

정상에서 배넘어재까지는 대략 1시간. 배넘어재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도림사계곡과 만난다. 계곡 하류에 비해 상류쪽은 굽이굽이 경사가 심해 곳곳에 폭포 및 용소, 와류폭포 돌탑이 자주 눈에 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세개의 철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형제봉과 동악산으로 갈라지는 지점을 만난다. ‘형제봉 2.1㎞, 동악산 3㎞’, ‘효녀 심청의 고장 곡성’ 팻말이 함께 서있다.

다시 두개의 철다리를 지나면 10여분 후 도림사에 닿는다. 이곳에서 처음 버스를 내렸던 도림사 입구 정류장까지는 3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도림사는 서산대사 사명대사 도선국사 등 고승이 무리를 지어 모여 들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방문화재 자료 22호인 도림사의 입구에는 허백련 화백이 쓴 오도문이란 현판이 눈길을 끈다. 지방기념물 101호인 도림사계곡은 청류동계곡 혹은 청류구곡으로 불린다.

‘2곡’(二曲) ‘4곡’(四曲), ‘5곡’(五曲) 등 곡이름과 ‘청류동’(淸流洞) ‘낙락대’(樂樂臺) ‘단심대’(丹心臺) 등 지명, ‘요산완초 음풍농월’(樂山玩草 吟風弄月) 등 시구가 바위면에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삼남의 명산으로 시인묵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동악산은 곡성읍의 진산이다. 서쪽으로 웅장한 무등산이 솟아 있고 화순의 백아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남원의 고리봉~삿갓봉~문덕봉 능선이 공룡의 등처럼 보이는, 전망이 뛰어난 전남의 암산이다.

곡성군은 다음달 2~5일 섬진강 자연생태공원(곡성읍 장선리)에서 ‘효와 환경이 미래를 연다’는 주제로 ‘효녀심청’ 축제를 개최한다. 자녀를 동반해 산행도 즐기고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1만2천2백원. 구례터미널에서 곡성공용터미널까지 직행버스는 오전 9시55분, 10시7분, 10시25분, 10시45분, 10시57분, 11시5분에 있다. 2천2백원. 곡성공용터미널에서 도림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석곡·옥과 방면 버스는 오전 10시10분, 10시20분, 10시40분, 11시, 11시10분, 11시50분, 낮 12시에 출발한다. 730원.

돌아올 땐, 도림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곡성공용터미널행 군내버스를 탄다. 오후 5시, 5시20분, 5시40분, 6시20분, 6시30분, 6시45분, 7시20분, 7시30분…8시45분(막차). 곡성에서 구례행 직행버스는 오후 5시30분, 6시25분, 6시55분, 7시30분에 있다. 구례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10분이 막차. 만일 놓쳤다면 오후 6시50분에 출발하는 하동행 시외버스를 타자. 하동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7시50분(막차)에 있다. 9천5백원.

만약 구례에서 부산행과 하동행 버스를 모두 놓칠 경우 순천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구례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후 7시20분, 8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2천7백원. 순천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30분(막차)에 있다. 1만1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순천~호남고속도로~곡성IC~도림사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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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남 광양의 또아리봉(혹은 따리봉·1,127m)을 찾아가면 색다른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인데도 아름다운 설원을 만끽하며 눈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순백의 세계는 떠나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운 듯 봄산행 나온 산악인들의 발길을 한동안 붙잡아 속세에서 찌들고 묵은 체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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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은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눈꽃은 사라졌지만 봄 속의 눈산행은 오랫동안 그들의 산행일기에 간직되리라.

이 일대는 한재를 중심으로 백운산과 억불봉 노랭이봉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또아리봉 도솔봉 형제봉으로 연결되는 서부능선으로 구분되는 반원 형세다.

그간 노랭이봉~억불봉~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형제봉~도솔봉의 서부능선을 각각 소개한 국제신문 근교산팀은 이번에는 또아리봉을 넘어 북쪽 능선을 타는 새로운 코스를 개척했다.

또아리봉은 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인 백운산(1,217m)과 함께 호남정맥의 줄기에 속한 때묻지 않은 산이다. 또아리란 짐을 머리에 일 때 짚이나 헝겊으로 둥글게 틀어서 만든 물건으로, 전형적인 육산인 백운산에 바위가 얹혀 있는 것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

산행코스는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참샘이재(헬기장)~철사다리~전망대~또아리봉~암릉길~암봉(큰 소나무)~산죽 및 덩굴숲~임도~중한치.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또아리봉까지는 산길이 매우 또렷한 봄산행이지만 그 이후 길은 눈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만만치 않은데다 산행 도중 길 안내의 기준이 될 만한 지형지물이 전혀 없다.

버스종점인 논실마을에서 제일송어산장쪽으로 난 넓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왼쪽 멀리 도솔봉이, 오른쪽으론 백운산이 보인다.

100m 정도 오르면 왼쪽에 고로쇠약수 체험로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지금은 고로쇠약수의 계절. 백운산 또아리봉 일대는 지리산 일대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곳이어서 산행길 좌우에는 고로쇠약수 채취봉지가 자주 눈에 띈다. 함부로 손댔다가는 매복해있는 노인들에게 혼쭐나니 조심할 것.

 

너른 임도를 30여분 가량 오르면 본격 산행길이 시작된다. 옷을 아직 갖추지 못한 참나무를 비롯한 각종 활엽수들 사이에 소나무와 전나무 산죽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고 이름 모를 나비 두 마리는 봄의 전령사로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계곡의 물소리는 발걸음 마저 가볍게 해준다.

계곡을 벗어나 30여분 오르면 능선에 다다른다. 헬기장이 있는 참샘이재다. 숨을 한번 추스린다.

정면인 북쪽에는 밥봉이, 서쪽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도솔봉이 보인다.

곳곳에 큰 바위가 얹혀 길을 막고 있지만 철사다리가 친절하게 산행길을 안내하고 있어 오르는데는 별 부담이 없다. 4, 5개의 철사다리를 지나면 큰 바위가 나란히 앉아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눈 앞에 보이는 또아리봉 정상에는 20~30마리의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가 산행팀 주위를 맴돈다. 반기는지 위협을 하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다시 철사다리를 지나 20여분 오르면 또아리봉 정상에 이른다. 도솔봉 뒤에 숨어있던 형제봉이 비로소 형체를 드러낸다.

길 중간에 백운산 등산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백운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직선 능선을 타고 100여m 가면 갈림길의 봉우리가 나온다. 왼쪽의 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5분도 채 안걸려 또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갈림길이다. 한재로 가는 오른쪽 길을 버리고 비교적 덜 또렷한 왼쪽길을 택한다. 여기서부터 본격 눈길이다. 스패츠를 차면 큰 도움이 된다.

암릉길인 산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무릎까지 빠지는 내리막길인가 하면 어느샌가 커다란 암벽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에둘러 가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또 다른 눈길. 그리고 또 암벽…. 30m짜리 보조로프를 지참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썩은 나무가 많아 함부로 잡으면 넘어지기 일쑤고 발밑 낭떠러지도 이따금 만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60여분 동안 정신없이 길을 뚫고 가다보면 암봉이 나타난다. 오른쪽 능선 길을 택한다. 왼쪽은 밥봉으로 가는 길이다. 바위 암봉을 돌아 오르면 산길은 교묘하게 이어진다. 중간에 큰 소나무가 작은 틈새에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다. 직진하면 바위 절벽. 왼쪽으로 돌아 내려선다.

눈길은 이어진다. 계속 걷다 보면 왼쪽에 고로쇠약수 채취 파이프가 보인다. 직진한다. 큰 바위 사이로 난 구멍으로 몸을 숙여 내려간다. 구멍 위의 바위는 마치 독수리머리처럼 생겼다.

암벽과 눈길을 헤쳐 나오니 이번에는 산죽과 덩굴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처음에는 가슴 높이 산죽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덩굴과 함께 어른 키를 훌쩍 넘을 만큼 높다. 10여분간 계속된다. 마치 울창한 밀림지대를 지나오는 듯하다.

20여분 정도 눈길과 오솔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왼쪽에 눈쌓인 임도가 보인다. 특히 눈이 녹은 내리막 오솔길은 눈길보다 더 미끄러워 걷기가 힘드니 조심해야 한다.

왼쪽으로 20여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시멘트 포장이 된 오른쪽 길을 택한다. 20여분 걷다보면 독립가옥이 나오고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중한치마을에 이른다. 중한치마을에서 하동까지의 버스시간은 오후 4시, 7시30분. 버스 이용시에는 반드시 한천마을에서 하차한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50여분을 걸어내려와야 한다. 한천마을까지 내려오면 왼쪽 멀리 공사중인 섬진강 화합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밑의 임시 가설교를 건너 화개마을로 들어가 화개터미널에서 하동가는 버스를 탄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백운산은 호남정맥의 끝에 솟은 산으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을 바라보는 아들같은 산이다. 지리산의 주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지는 지리산 전망대이기도 하다. 백운산하면 고로쇠약수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경칩인 6일에는 백운산 약수제가 열린다.

3월의 산은 어정쩡한 계절이다. 기본장비를 빠뜨리기가 쉽다. 아이젠 스패츠 여벌장갑 모자 랜턴 등 기본장비를 꼭 챙겨서 떠나야 한다. 등산화는 방수화 또는 방수액을 충분히 바르자. 질퍽거리는 눈에서 발을 보호해 줄 것이다. 안전산행을 위해 20~30m 정도의 보조로프를 챙겨서 떠나자. 혹시 모를 난관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식수는 계곡에서 준비하고 하산시에는 전체적으로 산길에 유의하자. 그만큼 사람의 족적이 뜸하다. 중한치 마을로 내려서면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 오후3시50분 이전에 반드시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 차편을 놓쳤을 경우에는 한천마을 삼거리까지 먼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그러나 깊은 계곡에 걸려 있는 산골의 작은 집들이 동심에 젖어 들게 만든다. 한천마을에서 섬진강을 도보로 건너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양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 9시10분, 9시50분, 11시에 출발한다. 하지만 당일 산행을 위해선 반드시 첫차를 타야한다.

9천8백원. 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출발점인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47분, 오후 1시7분, 5시7분에 있다. 35분 걸린다. 700원.

화개터미널에서 하동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10분, 5시40분, 6시25분, 6시45분, 7시5분에 출발한다. 1천4백원. 하동에서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5시10분, 5시50분, 6시30분, 7시10분, 7시5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9천5백원. 부산행 막차를 놓칠 경우 하동에서 진주로 가는 막차가 오후 8시까지 있다. 진주에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6천원. 심야버스도 밤 10시, 11시에 있다. 8천5백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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