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 입석대와 임금바위를 연결하는 이 다리 입구에는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그리고 정상인 마천대가 한 눈에 조망되는 포토존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하늘과 맞닿았다는 마천대를 비롯 사방팔방으로 뻗은 산줄기가 온통 수백개의 기암괴봉으로 이뤄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대둔산(大屯山·878m).

깎아낸 듯한 기암절벽 위 아래에 의연하게 서 있는 늘푸른 소나무와 아직도 색조가 미미하게 남아있는 단풍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약간 과장해 비유한다면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인 호남성 장가계의 천하절경 무릉도원 천자산의 축소판이랄까.
산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가 올라 남녀노소 누구나 쉬이 접근이 가능한 데다, 천길 낭떠러지를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마치 천상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장가계의 천자산은 평균 해발이 1260m대로 케이블카 탐승이 이뤄지지만 해발 900m가 채 안되는, 그것도 산행 기점이 이미 해발 300m가 넘는 대둔산은 케이블카 이외에 2시간 정도의 발품만 팔면 너끈히 등정이 가능하다.
산 아래에서 본 대둔산.

아쉬운 점도 있다. 장가계는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져 깔끔한 인상을 주지만 대둔산은 산행 초입부터 정상까지 휴게소가 잇따라 나와 인파가 몰리는 만추에는 산인지 시장통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일찍이 원효 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 했을 만큼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대둔산이 속세의 물량공세에 잠식당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 및 금산군에 걸쳐있는 대둔산은 두 얼굴을 가진 산이다.
기암괴봉이 숲을 이뤄 우뚝 솟아있는 남동쪽의 산세가 전북 완주의 그것이라면, 이보다 북쪽인 충남 금산과 논산 지역의 산세는 완만한 경사의 호젓한 산길과 단풍으로 뭇 산꾼들을 유혹한다. 전북 충남 두 지자체에 의해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산행팀은 완주 코스를 택했다. 바위산으로 케이블카와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 칠성봉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산행은 주차장 매표소~동심 휴게소~동심바위~금강문~금강구름다리~약수정 휴게소~삼선계단~정상 삼거리~마천대(정상)~용문골 삼거리~낙조산장~낙조대~용문골 삼거리~용문굴~칠성봉 전망대~신선암~용문골 매표소~주차장 순. 넉넉잡아 4시간 이면 충분하다.


코스는 독특하다. 들머리에서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99%가 바위길과 돌계단 철계단이 반복돼 흙 한번 밟기 힘들고, 하산길인 용문골 코스는 대부분 흙길이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곧 케이블카 타는 곳. 이때부터 사실상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돌길이다. 이 돌길은 정상인 마천대까지 이어진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단풍도 이제 빛이 바래 거의 끝물이다.

30여 분 뒤 동심휴게소를 지나면 곧 동심(童心)바위. 원효 대사가 이 바위를 보고 감탄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지만 기자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바위여서 고승의 혜안을 찾을 길이 만무하다.

금강문 즈음에서 올려다 본 금강구름다리.
금강구름다리.

10분 뒤 ‘금강문' 안내판을 지날 무렵 고개를 들어보자. 이곳 명물인 금강구름다리가 파란 하늘 위로 입석대와 임금바위를 연결하고 있다. 아찔하다. 이곳에서 금강구름다리까지는 10여 분. 다리 입구에 서면 저 멀리 삼선계단과 마천대를 비롯한 암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다리 입구 한 켠에는 포토존이 설치돼 있어 저마다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오금을 펴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는 다리(높이 80m, 길이 50m, 너비 1m)는 기대치보다 못했다. 심하게 요동치는 월출산의 구름다리보다는 안전했지만 그래도 비명을 지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금강구름다리에서 근육질의 대둔산 암봉.


다리를 건너면 약수정 휴게소. 육각정자가 마련된 이곳에서 흔히 점심식사를 한다. 정자 옆에는 이곳이 ‘대둔산 동학군 최후의 항전지'라 적힌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1895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25명의 지도자들이 일본군과 3개월간에 걸쳐 항전을 벌이다 장렬히 순국한 역사의 현장이다.

대둔산의 또 다른 명물인 삼선계단은 ‘동학' 안내판 바로 옆에서 시작된다. 길이 40m, 너비 0.5m의 127계단이 경사 50도 정도로 두 암봉을 연결한다. 한눈에 봐도 아슬아슬하다. 멋모르고 올랐다가 너무 무서워 오도가도 못하는 50, 60대 아줌마 산꾼 때문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삼선계단을 오르면 곧 정상 삼거리. 이후 산행은 정상인 마천대를 구경하고 이곳으로 되돌아와 오른쪽 용문골 삼거리로 향한다. 5분 뒤 정상 입구 갈림길. 우측은 수락계곡을 거쳐 논산 가는 길이다.

정상 마천대(摩天臺)는 원효 대사가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명명했다. 이곳에는 완주군민이 개척탑을 세워놓았다. 구름다리와 삼선계단, 집단시설지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정상 삼거리로 향한다. 이후부턴 낙엽과 산죽이 반가운 흙길. 완전히 딴 산이다. 평범한 오솔길이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10여 분 뒤 용문골 삼거리. 이곳에서 하산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낙조대를 보고 가자. 불과 400m 떨어져 있다. 낙조산장을 거쳐 해발 850m 지점에 위치한 낙조대는 일출일몰이 장관이다. 특히 서해바다 수평선 위로 지는 일몰은 일품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서해바다가 희미했지만 동쪽으로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과 저 멀리 태고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원효는 이곳 낙조대에서 태고사의 위치를 결정하고는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한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이제 용문골 삼거리에서 본격 하산한다. 경사가 비교적 심한 급경사길이다. 10분 뒤 칠성봉 전망대와 용문굴 이정표를 만난다. 칠성봉은 용문굴에서 용이 승천하기 직전 일곱 개의 별이 떨어져 붙여진 이름.
용문굴을 통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칠성봉과 각 암봉 사이에 걸린 낙락장송의 자태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운치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용문굴.
용문굴을 지나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칠성봉. 각 암봉 사이에 걸린 낙락장송의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운치있다.

이제 하산만 남았다. 기암절벽 밑 곳곳에 ‘낙석위험' 경고판이 있을 정도로 돌길이 가파르다. 이어지는 토굴암자. 신선암이다. 주변에 쌓인 카키색 낙엽이 그간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신선암에서 용문골 매표소까지 17분 정도 걸리고, 여기서 대둔산 주차장까지는 7분 소요된다.

 하산길의 단풍.

#떠나기전에-배티재 출발코스 휴식년제로 폐쇄

산속에 들어가면 그 산의 진면모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 대둔산도 산속에 들어서면 바위암봉이 많은 그저그런 평범한 산일 뿐이다.

하지만 대둔산 근처의 배티재에서 보는 대둔산은 수반에 올려 놓고 간직하고 싶은 산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암의 월출산처럼 한 눈에 눈앞에 다가온다. 한듬산으로 불렸던 대둔산은 권율 장군과 배티재를 빼고는 논할 수가 없다. 임진왜란때 권율장군과 운명을 같이한 배티재는 돌배나무가 지천이어서 붙여진 이름.

이 배티재를 사이에 두고 왜적을 함께 물리쳤던 권율 장군과 황진 현감의 대첩비와 전승비가 각각 서 있다. 왜군의 울부짖는 소리가 그칠날이 없었다는 대둔산의 한 골짜기는 그때의 처절한 전투를 지금까지 말해주듯 울움실로 불린다. 배티재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현재 휴식년제로 폐쇄돼 있음을 알려둔다.

하산할 때 만나는 용문골의 칠성봉 전망대는 건너편 칠성봉 암릉과 암봉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듯 솟아 있어 후반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교통편-대전 서부터미널서 완주행 버스

대전서 완주의 대둔산으로 가야한다.
부산역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대전에서 내린다. 대전 서부터미널(042-584-1616)에서 대둔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45분, 9시30분, 11시30분에 있다. 2500원. 1시간 걸린다. 대전역에서 서부터미널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며 대둔산 공용터미널(063-262-1260)은 대둔산 주차장과 붙어 있다.

대둔산터미널에서 대전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1시, 4시30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추부IC~금산 추부 37번 국도 좌회전~칠백의총~17번 대둔산 전주 방향~17번 전주 방향~대둔산 순.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로또산' 정기받아 돈방석에 올라볼까
낙안읍성에 병풍두른 진산-주민 잇단 대박에 '로또산'
9부 능선은 기암괴석 장관, 정상에선 순천만 여수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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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에서 본 금전산입니다. 모양이 '쇠 금(金)'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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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당겨 보면 더 확실하지 않습니까. '쇠 금(金)' 모양이.여기에 '돈 전(錢)' 자를 씁니다. 금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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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금전산에서 내려다 본 낙안읍성 민속마을입니다. 그러니까 낙안땅의 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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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산 등산안내도와 금전산 정상.




 순천 금전산.
이름에서부터 돈 내음이 물씬 풍기는 금전산은 실제로 '쇠 금(金)' 자에 '돈 전(錢)' 자를 쓴다. 이른바 '금으로 된 돈 산'이다. 낙안읍성에서 바로 보이는 암봉이라 하면 '아! 그 산'하고 누구나 알 성 싶다.

 순천사람들은 이 금전산을 일명 '로또산'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금전산이 속해있는 순천에서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2003년 3월 제14회를 시작으로 2006년 1월 163회까지 7명이나 나와 한때 '순천=로또'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다. 얼핏 7명이라는 숫자는 적은 것 같지만 인구 대비 당첨률로 볼 때 전국 지자체 중 최상위권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순천에 로또 대박이 잇따라 터지자 풍수지리학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금전산이 돈을 부르는 기운이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호기심을 갖고 금전산을 찾는 산꾼들이 늘고 있다.

금전산은 낙안(樂安)의 너른 벌판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큰 바위얼굴'로, 낙안의 진산이다. 벌판만 넓게 펼쳐져 있다면 어딘가 휑하니 허전했을 낙안을 낙안답게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다.

해발 668m로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지만 9부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그 사이를 비집고 한 줄기 등로를 따라 조그만 암자인 금강암이 터를 잡고 있다.

산행은 순천시 낙안면 불재~구능수~돌탑봉~궁굴재~정상 아래 삼거리~금전산 정상~헬기장~금강암~극락문(통천문)~857번 지방도(낙안온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2시간20분 안팎이지만 금강암과 하산 후 걸어서 10분 거리인 금둔사를 구경하려면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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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불재. 순천시내에서 58번 지방도를 타고 낙안읍성으로 넘어오는 고개다. 고갯마루에는 불재정류장과 불재농장이라 적힌 노란 입간판이 눈에 띈다. 산 입구에는 '금강암' '약수암' '금전산 안내도'가 서 있다. 길 건너편은 오봉산.

제법 너른 길 좌우에는 조림된 나무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7분 뒤 갈림길. 쌍돌탑으로 일주문을 대신한 왼쪽의 약수암 가는 길은 무시하고 직진한다. 5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기도처, 오른쪽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당분간 오르막 외길. 5분 뒤 집채만한 큰 바위 앞에 닿는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막상 들어가면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굴이 하나 있다. 구능수다. 입구에는 가지산 쌀바위의 전설과 비슷한 내용의 유래가 적혀있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결혼한 지 14년간 아기가 없다가 이곳 물을 먹고 최근 득남한 일본인 순천문화유산해설사의 일화가 더 유명하다. 그만큼 효험이 있다는 것.

산길은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돌아간다. 구능수 바위가 주능선길이지만 험한 데다 접근이 불가능해 지능선을 타고 우회해 주능선으로 향하는 셈이다.

바위 사이 급경사길로 오른다. 꽤나 힘들다. 10여분이면 구능수 아래에서 본 입석대 모양의 암봉에 닿는다. 이때부터 다시 주능선. 여전히 험로가 이어진다. 조그만 돌탑봉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35분정도. 사실 여기까지가 힘들고 이후부턴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서 궁굴재까지는 15분. 도중 길 왼쪽으로 낙안읍성과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궁굴재에서 왼쪽으론 휴양림 가는 길, 직진한다. 정상까지는 1.2㎞ 남았다.


다시 오름길. 25분이면 정상 밑 삼거리. 오른쪽은 종주길 종점인 오공재(2.4㎞) 가는 길, 왼쪽 금강암 낙안온천 방향으로 향한다. 정상은 30m 뒤. 3m 높이의 대형 돌탑이 힘이 넘친다. 조망은 나무 때문에 예상보다 좋지 못하다. 북동쪽 월등히 높은 산이 조계산, 그 왼쪽 고동산, 그 뒤로 무등산. 동쪽으론 저 멀리 광양 백운산 억불봉, 하동 금오산. 남동쪽으로 순천만과 그 뒤 여수땅이 시야에 들어온다.

돌탑을 지나 하산한다. 70m쯤 내려서면 헬기장. 비로소 낙안읍성이 한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10여분 뒤 쩍 갈라진 바위전망대에 서면 금강암을 기준으로 암봉인 의상대(오른쪽) 원효대(왼쪽)가 발아래 놓여있고, 그 오른쪽 산기슭엔 금둔사도 보인다. 암자에선 의상대를 서대(바위), 원효대를 동대(바위)라 한다. 백제 천년고찰 금강암은 송광사의 말사. 송광사 16국사의 마지막 국사인 고봉 화상이 수행하는 등 한때 선풍을 드날렸지만 여순사건 때 소실된 후 다 쓰러져가는 전각 하나만 달랑 남아 현재 스님 한 분만 수행하고 있다.

집채만한 바위 아래 모셔진 산신각을 잠시 둘러보면 길은 자연스레 의상대로 이어진다. 석가여래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창녕 관룡사 용선대가 연상되는 의상대에는 최근 새긴 듯한 관음좌상마애불보다는 자연석조여래좌상이 눈길을 끈다. 바위 위에 움푹 팬 이곳에 물이 고이면 그 모습이 영락없이 부처님의 모습을 빼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건너편 원효대는 접근 불가능. 하지만 겉모습은 더 힘차고 위용이 있다. 암자를 나서면 험한 돌계단. 몇 걸음 못가 집채만한 바위들이 뒤엉켜 굴이 만들어져 있다. 통천문인 듯 했지만 통과한 후 뒤돌아보면 極樂門(극락문)이라 음각돼 있다.

이제 본격 하산. 857번 지방도까지는 30분쯤 걸린다. 도로 건너편엔 낙안온천. 온천을 하기 전에 오공재(오른쪽)쪽으로 10여분 도로를 따라 걸으면 홍매화로 유명한 태고종 금둔사가 있다. 보물 제945, 946호인 삼층석탑과 석불입상은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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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전망대에서 서면 원효대(왼쪽)와 의상대(오른쪽) 그리고 낙안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위 사진 중 기와지붕이 보이는 암자가 금강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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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암의 극락문.



# 떠나기전에-금전산 정기 덕택, 순천시민 로또 1등 당첨자 많아

 금전산 등로는 동쪽 불재에서 서쪽 오공재로 이어지는 주능선길과 정상에서 낙안온천으로 내리뻗은 금강암 계곡길이 전부. 밋밋한 주능선길은 주로 송림길이라 조망이 좋지 못해 산행팀은 불재에서 시작, 금강암을 구경한 후 낙안온천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로또산' 금전산의 겉모습 또한 '쇠 金(금)' 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포인트는 낙안읍성 내 동헌 앞. 낙안읍성 관리사무소에서 정년퇴직했고, 지금은 낙안읍성에서 순천문화유산해설사로 봉사하면서 낙안향토지를 집필하고 있는 송갑득(62)씨는 "동헌 기와지붕의 가녀린 선과 금전산을 조합해보면 영락없는 '金' 자 모습"이라며 "이는 낙안주민들의 염원이 아니겠느냐"고 꿈보다 좋은 해몽을 내놓았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 낙안온천은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물좋은 온천.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거창 가조온천과 마찬가지로 비누가 필요없을 정도로 아주 매끄럽다.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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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한 곳 소개한다. 낙안읍성 입구 동문 고향식당(061-754-2550)의 팔진미(八珍味). 이순신 장군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대접했다는 별미. 석이버섯 고사리 도라지 더덕 미나리 무 녹두 물고기(매운탕) 등 8가지로 손이 많이 가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야 한다. 1만원. 보리밥(사진)도 맛있다. 고사리 버섯 게장 꼬막 등 한 상 가득 나온다. 5000원. 낙안민속주인 사삼주도 맛보자. 더덕 찹쌀 한약재가 주 재료다.

취재 후일담 하나. 기자도 금전산 정기를 듬뿍 받고 낙안온천에서 목욕재계를 한 다음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의 연락처를 입수해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어두워진데다 초행길로 인해 헤맬 것이 우려돼 바로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내 부산. 그래도 금전산 정기의 약발(?)이 남았겠거니 생각돼 집 앞 로또 판매점에서 2개를 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는 기자에게 놀랄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기본인 5등, 또 하나는 숫자 4개가 맞아 4등. 상금은 5만7381원. 세금 22% 떼면 4만4990원. 순천에서 샀다면 어땠을까.


# 교통편-서부·노포동 터미널 모두 이용, 버스로 2시간 40분 소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승주 22번~낙안민속마을 선암사 857번 지방도~벌교 낙안민속마을~상사호 지나~고흥 벌교 857번~순천 58번 지방도 좌회전~낙안민속자연휴양림 지나~불재(정류장) 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8시5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1만1100원. 2시간40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낙안 공용정류장(농협하나로마트 앞)행 시내버스를 타고 불재에서 내린다. 오전 8시50분(63번), 10시40분(〃). 890원. 9시30분 출발하는 16번 버스는 불재를 거치지 않고 낙안으로 바로 오기에 이곳에서 불재로 가는 63, 68번 버스를 다시 타야 한다. 9시15분, 9시20분, 11시10분에 있다. 낙안에서 순천행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40분, 7시20분, 7시30분, 7시40분, 밤 9시20분, 10시10분에 있다. 890원. 순천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5시20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순천행 시외버스(동래에서 한 번 정차)와 고속버스가 모두 있다. 시외버스는 오전 7시4분, 9시15분(1만2500원), 고속버스는 오전 6시30분, 8시10분, 9시35분(9800원, 우등은 1만4400원)에 출발한다. 순천서 노포동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55분, 6시25분(막차), 고속버스는 오후 5시40분, 7시, 8시30분(막차), 밤 11시(심야·1만5800원)에 있다. 승용차편으로 갔을 경우 날머리 낙안온천에서 들머리 불재까지 낙안민속택시(061-754-2848)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5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정상은 황홀한 조망, 산밑은 시원한 계곡

 구봉산 복두봉 운장산 연석봉 등 진안의 산이 한눈에
 산행시간 3시간 남짓…산행후 계곡서 피로 풀 수 있어
 발밑엔 햇빛을 반나절만 볼 수 있다는 雲日巖半日巖(운일암반일암)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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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봉 정상 인근 전망대에 서면 진안 일대의 웬만한 봉우리들이 죄다 확인될 정도로 조망이 환상적이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상어이빨처럼 날카롭게 돌기된 구봉산, 여성의 젖꼭지 모양의 암봉인 복두봉, 운장산 동봉 주봉 서봉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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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산 우측으론 연석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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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을 클로저업한 사진. 상어이빨처럼 돌기된 암봉이 구봉산, 그 우측 피라미드 모양의 봉우리가 구봉산 주봉인 천황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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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과 반대 방향에서 본 구봉산. 들머리인 운일암반일암으로 오가는 도중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운일암반일암(雲日巖半日巖).

뭣인고 하니 계곡 이름이다. 듣기에 따라 다소 해괴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이름은 아마도 국내 계곡 이름 중 가장 길지 않나 싶다. 깎아지른 기암절벽을 휘감아 흐르는 냉천수는 곳곳에 크고작은 폭포와 소를 만들어 그야말로 대자연의 절경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장삼이사들에게 익히 알려진 마이산이 있는 전북 진안의 최북단인 주천면에 위치한 이 운일암반일암은 북으로 병풍을 두른 듯한 무명의 명덕봉(해발 846m)과 남쪽의 명도봉(해발 863m)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기나긴 협곡이다. 이 운일암반일암을 따라 운장산 북쪽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과 명도봉 및 명덕봉 골짝에서 흘러내리는 지류가 만나 주자천을 형성한 뒤 국내 다섯 번째 규모인 용담호를 거쳐 금강 상류로 이어진다.

   
이름이 다소 독특하면 필히 사연이 있는 법.

예부터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길이 없어 하늘과 돌, 나무만 있을 뿐 오가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는 뜻에서 운일암(雲日巖)으로 불렸고,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 하여 반일암(半日巖)이라 명명됐다 전해온다. 또 다른 설도 들린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수십길 아래 깎아지른 절벽 위를 가자니 너무 겁이 나 울면서 기어갔다 하여 운일암, 공물을 지고 가던 관리가 이 길이 어찌나 험했던지 불과 얼마가지 못하고 해가 떨어진다 하여 '떨어질 운(隕)' 자를 써 운일암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이 같은 전설로 유추해 보면 이 운일암반일암은 상당히 험하지만 절승에 다름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주 산행지는 운일암반일암을 들머리로 하는 명도봉. 산 자체는 평범하다. 하지만 정상에서 구봉산 운장산 복두봉은 물론 저멀리 덕유능선이 그려내는 산그리메는 일품이다. 구봉산 운장산은 들머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일암반일암에서 차로 각각 6~7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진안읍내에 우뚝 선 마이산은 차로 10여 분 소요된다.

산행은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주차장)~주자천~산죽길~능선안부~사거리~정상 직전 전망대~명도봉 정상~경주 이씨묘(전망대)~너덜길~도로(샬롬수양관 입구)~칠은교~팔각정(도덕정)~관리사무소. 날머리와 들머리의 거리는 1.8㎞. 이 구간을 포함해도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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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 옆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명도봉이다. 민물고기 포획금지를 알리는 안내판 옆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 주자천을 건너면 노란 원추리가 활짝 웃으며 뭇 객을 맞는다. 산으로 접어들면 주자천과 나란히 내달리는 오솔길을 만난다. 좌로 50m쯤 가면 우측으로 산죽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한마디로 아주 거친 낙엽 깔린 돌길 오르막이다. 돌도 고정돼 있지 않아 꽤 신경 쓰이고 바닥엔 이끼류가 널려 있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려 약간은 음침한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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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된비알 낙엽길도 오르고(왼쪽) 집채만한 바위 위를 밧줄에 의지해 오르기도 한다.


외길이라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차츰차츰 오를수록 산죽과 넝쿨 칡뿌리 등이 뒤엉켜 무성한 원시림을 떠오르게 한다. 한 줄기 빛이 겨우 숲 바닥에 꽂힐 정도로 울창하다. 20분쯤 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해진다. 바닥도 한 보 내디디면 반 보 밀릴 정도로 미끄럽다. 이러한 구간은 능선 안부에 닿는 20분 정도 계속된다.

계속되는 급경사 오르막길. 숨고르기를 하라고 길이 순해지지만 그것도 잠시.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아 왼쪽으로 우회하면 지옥같은 낙엽길 된비알이 기다린다. 스틱을 이용해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다행히 5분이면 오르막은 끝나고 사거리에 닿는다. 정면은 또 다른 운일암반일암의 들머리인 명천여관 쪽에서 올라오는 길, 우측은 전망대.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들머리와 운일암반일암을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는 명덕봉이 우뚝 솟아 있다.


산행팀은 좌측으로 향한다. 한 굽이 올라서면 농짝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어 다시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일순간 폭 꺼지며 수직 바위절벽 측면으로 내려섰다 올라선다. 주변이 온통 바위 전시장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바위들이 널려 있다. 바위 좌측으로 우회해 올라가면 이끼 낀 바위 아래 큰 굴이 보이고, 산길은 그 우측으로 꺾어진다.

이어 만나는 또 다른 굴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바위군이 엉켜있어 길이 없는 듯 보였으나 다행히 밧줄이 걸려 있어 큰 무리없이 의지해 오른다. 도중 어른 손바닥 크기의 두꺼비가 눈길을 붙잡는다. 산 자체가 습한 데다 햇빛마저 투과되지 못할 정도로 울창하다 보니 산중에 두꺼비가 살고 있는 듯하다. 두꺼비가 있으면 반드시 천적인 능구렁이가 있기 마련이니 참고하시길.

밧줄을 잡고 올라 6분이면 오르막은 끝이 나며 비로소 산행리본이 시야에 들어온다. 곧 우측으로 전망대가 하나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구봉산과 그 뒤로 덕유산, 발아래 주천면 소재지, 그 우측으로 유량은 줄었지만 용담호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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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는 진안 최고의 피서지로 손꼽히는 운일암반일암 계곡. 오가는 건 구름밖에 없다는 뜻에서 운일암,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 하여 반일암으로 명명됐다 한다. 세 번째 사진의 바위는 부처바위.


 명도봉 정상은 전망대에서 6분이면 올라선다. 서울 사는 출향인들의 모임인 명도회가 2년 전 세운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지만 조망은 숲에 가려 아예 없다. 하지만 우측으로 약간 돌아 돌탑봉에서 남쪽 방향으로 내려서면 경주 이씨묘가 위치한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상어이빨처럼 날카롭게 돌기된 구봉산과 그 주봉인 삼각뿔 모양의 천황봉(1002m), 여성의 젖꼭지 모양의 암봉인 복두봉(1018m), 운장산 동봉 주봉(1126m) 서봉, 그 우측 낮은 봉이 연석산(925m) 등 1000m급 연봉들이 마치 장벽을 이뤄 솟아 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장관이다. 구봉산 뒤론 덕유능선이 희미하게 손에 잡힌다. 참고로 경주 이씨묘 우측 열린 길로 40m쯤 가면 또 다른 전망대를 만난다. 앞서 본 조망과 큰 차이는 없지만 이곳에 서면 명도봉에서 복두봉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이 확연히 보인다. 참고하시길.

이제 돌탑봉에서 날등을 따라 하산길로 내려선다. 산죽이 도열해 있는 사납고 드센 너덜길의 연속이다. 전체적으로 습한 산이라 미끄러워 자칫 방심하면 부상의 염려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여기에 굵은 칡뿌리가 숲 바닥 여기저기 꼬여 널브러져 있고, 나무를 타고 내려온 덩굴줄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어디선가 타잔이 '아~아아!'하고 나타날 분위기다.

30여 분 지루한 너덜길을 걸으면 갈림길. 왼쪽은 너덜길의 연속, 오른쪽은 능선길로 너덜이 끝나는가 싶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28분이면 너덜이 끝나고 산죽길을 거쳐 7분 뒤 도로에 닿는다.

샬롬수양관 입구와 칠은교를 지나 우측으로 주자천을 따라 운일암반일암의 절경을 감상하며 걸으면 30분 뒤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주자천, 고려 때 송나라 주자 종손이 다녀간 때문 명명

엄밀히 말하면 운일암반일암은 명도봉과 명덕봉이 이뤄놓은 계곡 내 비경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장삼이사들은 운일암반일암 계곡에 더 익숙하다.

운일암반일암으로 가는 도로변의 물길의 이름은 주자천. 마치 함양 용추계곡으로 불리는 곳이 실은 지우천이라는 진짜 이름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주자천이라는 이 이름은 고려 때 송나라 주자의 종손인 주찬이 다녀갔다 하여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지금도 인근 주천사에서는 주찬 선생을 추모하는 제사를 올린다.

관리사무소가 위치한 지점이 운일암반일암 관광지의 중간 지점에 해당되며, 도덕정이라는 팔각정이 위치한 지점이 운일암반일암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영덕 옥계계곡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지점에 선비 손성을이 침수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듯이 말이다. 팔각정 주변에는 부처바위를 비롯 용소바위 족두리바위 등 집채 내지 농짝만한 기암괴석들이 깎아지른 절벽과 작은 폭포 그리고 울창한 수목과 어우러져 여러 폭의 한국화를 그려내고 있다. 짧은 산행과 더불어 계곡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여정이다.


# 교통편-새로 생긴 익산장수 고속도로 진안IC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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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익산장수 고속도로를 타면 서비스로 저 멀리 마이산도 볼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장수분기점에서)익산장수 고속도로 진안IC~무주 진안 30번 우회전~용담 795번 지방도 직진~용담 군청 군의회 방향 직진~진안군청 지나~(진안사거리에서)금산 용담 795번 좌회전~금산 용담댐 운일암반일암 우회전~금산 주천 운일암반일암~동상 운일암반일암 55번 좌회전~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 익산장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진안 마이산의 모습을 오롯이 볼 수 있다.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는 불가능하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15> 해남 두륜산

한반도 땅끝 명산올라
새로운 시작을 告하다

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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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올 마지막 산행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지는 평상시와 달리 약간은 의미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모두 다 조국산천의 산이건만 이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마음 씀씀이 탓이리라.

산행팀은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 땅의 두륜산을 택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이루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까지 이어졌음을 짐작케 해준다.

지난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의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싫은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유명한 아름다운 절.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는 대흥사에서 출발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인기.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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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절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에 암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오른쪽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대.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의 연못인 무염지 앞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북암, 오른쪽은 일지암 가는 길. 300m 거리인 일지암은 예상외로 급경사길. 이곳은 다성(茶聖) 초의 선사가 40여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 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을 꼭 보자.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 정도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셋 다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에 해남 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다가온다. 만일재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노승봉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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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빙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져 쇠난간 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안의 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날이 맑은 경우 완도의 숙승봉 너머 제주의 한라산이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암봉들의 등줄기를 밟으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땅의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바위를 연결하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를 이용하지 않으면 전진이 안되는 꽤 위험한 코스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꼭 필요한 곳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첫 암봉을 힘겹게 올랐지만 정상은 바로 옆 암봉이란다. 가련봉까지는 만일재에서 30분 정도.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가 있는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의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이 너끈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반석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 우측 숲 사이 도로 부분이 오소재.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읍, 오른쪽이 완도 방향. 흔히 오소재를 산행기점으로 삼기도 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간다. 바위가 만든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는 난코스를 힘겹게 통과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온 탓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헬기장을 지나면 오심재. 역시 헬기장이다. 산행은 거의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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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한다.>
 
왼쪽으로 10분 정도 오솔길을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 길과 너덜길을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는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두륜산에는 지난 2003년부터 운행되는 케이블카가 있다.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인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1.6㎞를 오른다. 고계봉 인근에 닿는다.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이던 2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 왕복 68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원히 폐쇄되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2.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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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07> 정읍 내장산

걸출한 산세 금상, 황홀한 단풍 첨화
하늘 가린 3㎞ 단풍터널 아쉬운 만추 만끽
서래봉 올라서면 내장산 9봉 비경 '한눈에'
서래약수~불출봉 암릉·암봉길 오르내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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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내장산의 애기단풍이 유난히 붉게
                                     보인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내장산은 구례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의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이다. 또 내장산 단풍은 예부터 금산사의 봄 벚꽃, 변산반도의 여름 녹음, 백암산의 겨울 설경과 함께 호남4경으로 꼽힌다.

아담하지만 걸출한 산세가 금상(錦上)이라면,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단풍은 첨화(添花)일 터. 가을 내장산은 단풍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악이나 지리산의 단풍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지만 단풍만으로 견주자면 내장산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진입로부터 산 정상까지 눈길 가는 곳은 온통 단풍천지다.

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에 이르는 3㎞의 단풍길은 하늘을 가릴 듯 숫제 단풍터널을 이룬다. 내장사 일대의 수백년생 단풍나무는 만추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나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사방팔방에서 "이 정도인 줄 정말 몰랐다"는 감탄사가 연신 터진다.

산행 중에도 마찬가지. 산 속 곳곳에는 한 눈에도 다른 산과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단풍나무 군락지가 있는 데다 느티나무 굴참나무 등 노랑 및 갈색을 띠는 수종이 한데 어울려 색의 현란함도 보여준다.
                                                                                                                                                                                                       

내장산은 내장사를 중심으로 월영봉에서 서래봉과 주봉인 신선봉을 지나 장군봉에 이르기까지 9개의 봉우리가 동쪽으로 입을 벌린 주머니 모양을 하며, 그 속 에 무궁무진한 절경을 숨겨놓았다. 내장산(內藏山)이란 이름도 바로 이런 연유로 붙여졌다.  
 
내장9봉을 종주하는 데는 10시간 정도 걸린다. 부산서 출발, 당일치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산행팀은 기암절벽과 1㎞ 정도의 암릉이 이어져 내장9봉 중 가장 기가 막히다는 서래봉 코스를 택했다.

산행은 매표소~우화정~내장사 일주문~백년약수~벽련암~철문~석란정지~서래봉~잇단 철계단~서래약수~불출봉~철계단 갈림길~불출암지~원적암 갈림길~비자나무 군락지~휴게소~내장사~일주문~매표소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내장사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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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까지는 걸어서 30분. 하지만 단풍터널과 이따금 눈에 띄는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핏빛 단풍과 주변 봉우리가 투영되는 우화정(羽化亭) 호숫가의 절경을 구경하노라면 시간은 배 이상 지체된다.

우화정 앞에서 갈림길. 왼쪽은 케이블카 타는 곳, 오른쪽으로 간다. 탐방안내소를 지나면 내장사 일주문. 절집은 하산 후 구경하기로 하고 우측 벽련암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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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뒤 길 오른쪽에 백년약수(우측 사진).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하니 한 잔 들이키자.

뽕짝 소리가 시끄러운 매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벽련암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 오른쪽 서래봉으로 오른다. 벽련암에선 서래봉의 장관을 감상하자. 벽련선원이라고 적힌 누각 아래에서 폐쇄적 시각기법으로 액자를 만들어 대웅전 및 주변 대나무숲과 단풍 그리고 서래봉의 암봉을 모두 담아보자. 한 폭의 동양화다.

이제 서래봉을 향해 출발. 돌계단을 올라 철문을 통과하면 왼쪽에 대나무숲. 울긋불긋 단풍과 대나무, 의외로 조화롭다.

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암벽 앞에 '석란정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있다. 조선말 명성황후를 추모하며 제사를 지냈다는 서보단이 있던 곳으로 석란이 많이 있었다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자나 석란은 없고 석란정이란 글씨만 암벽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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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의 내장산은 온 산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내장산에서도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서래봉 일대. 사찰은 벽련암.
 
25분쯤 천천히 단풍을 감상하고 오르면 좁은 철계단. 이 철계단만 오르면 1㎞나 되는 긴 서래봉 암릉이 시작된다. 뾰족한 암봉은 우측길로 에돌아가고 완만한 암봉은 넘고 지나간다. 짤막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서래봉은 그래서 멀리서 보면 장관이고 걷는 이들도 재밌어 한다. 써레봉으로도 불리는 서래봉은 논밭을 고르는 농기구인 써레의 이(齒)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서래봉 안내판을 지나 5분 뒤 갈림길. 왼쪽 오르막 나무계단으로 오르면 다시 암릉. 발아래 우화정과 벽련암 내장사, 그리고 케이블카가 보인다. 단풍터널의 존재와 내장사 주변에 특히 단풍나무가 밀집돼 있다는 사실이 한 눈에 포착된다. 암릉에서 5분 뒤 마침내 정상. 정상석은 없지만 안내판으로 현 위치를 알 수 있다. 서래봉에 서면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 등 내장산 8봉이 한 눈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산의 바다요, 단풍의 물결이다.

이제 불출봉으로 향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모처럼 만나는 소나무 그늘에서부터 가파른 철계단이 시작된다. 이렇게 내려갔다가 얼마나 다시 올라가야 하는 건가 하고 걱정될 정도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폭포로 비유하자면 5~6단쯤 될 것 같다. 2차선 도로처럼 두 줄로 설치된 철계단은 가파른 데다 발딛기에 너무 좁아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철계단은 10분 이상 계속된다.

이어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래매표소로 하산하는 길, 좌측으로 간다. 다행히 철계단이 아니라 산길이다. 곧 서래약수. 물맛이 좋지만 한 방울씩 졸졸 떨어진다. 서래약수를 지나면 재미난 암릉길. 암벽과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미니어처를 닮은 뾰족한 암봉을 또 넘고, 철계단을 지나면 마침내 불출봉. '불출운하(拂出雲河)'라 불릴 정도로 조망이 빼어나다.  

하산은 철계단으로 내려선다. 곧 철계단 갈림길. 우측은 종주코스인 망해봉 가는 길, 좌측 원적암 방향으로 간다. 이내 불출암지. 고려때 하월선사가 천연동굴을 이용, 암자를 세웠던 터로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이제는 나무계단. 폭도 넓어 철계단과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계단이 너무 길어 반대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등산로가 아니라 유격장'이라고 푸념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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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뒤 원적암 갈림길. 세 갈래 길이지만 모두 내장사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우측 원적사 가기 전 '비자나무 군락지·내장사'라고 적힌 길로 내려간다. 300~500년생 30여 그루의 늘푸른 비자나무 숲은 운치가 그만이다.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와 300년된 모과나무도 눈길을 끈다.

길은 자연스레 낙엽이 쌓인 오솔길로 이어진다. 방금 생명을 다해서인지 아직도 고유의 색이 남아있는 천연색 낙엽이다. 화려한 단풍에서 다가오는 느낌과 전혀 다른 만추의 서정,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 휴게소를 지나면 곧 내장사를 만난다. 비자림 군락지에서       내장사 주변의 단풍.
내장사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春 백암 秋 내장'
- 백암산 애기단풍·입암산 계곡단풍 유명

내장산 국립공원은 내장산(763m)과 고불총림 백양사를 품안에 안고 있는 백암산(741m), 입암산성으로 유명한 입암산(687m) 등 모양과 이름이 서로 다른 3개 산이 합쳐져 지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야산과 매화산이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야산과 매화산, 북한산과 도봉산이 암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은 단풍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재밌는 점은 제각각 독특한 단풍경관으로 무장한 이들 3개 산은 불행히도(?) 소속된 행정구역이 달라 단풍철이면 지자체 간에 탐승객 끌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맏형 격인 정읍시의 내장산은 '두 말하면 잔소리'라 할 정도로 설명이 필요없는 데다 가만히 있어도 구름같이 인파가 몰려와 비교적 느긋하다.

하지만 내장사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장성군의 백암산은 지명도에 밀린다는 판단 아래 군청이 직접 나서 단풍철이면 컬러 사진을 포함한 거의 완벽한 보도자료를 매년 전국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다.

장성군청 관계자는 "예부터 '춘(春) 백양(白羊), 추(秋) 내장(內藏)'이란 말이 너무 통용돼 백암산의 진가가 가려져 있다"며 "그러나 색깔이 유난히 고운 백암산의 애기단풍이야말로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입암산은 두 산에 비해 객관적으로 뒤지지만 두 산이 보유하지 못한 계곡단풍만은 알아준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면적은 76㎢. 국립공원 중 월출산(42㎢) 계룡산(61㎢)에 이어 꼴찌에서 세번째. 지리산(440㎢)의 6분의 1 정도.

하지만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모여 그 면적이 76㎢이므로 하나의 산은 대략 25㎢ 정도. 참고로 금정산이 23.2㎢이다. 그 좁은 면적에 거의 단풍나무만 있으니 사실 단풍산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게다.

내장산에 오면 내장사 일주문 근처에 위치한 '내장산 탐방안내소'에 꼭 들르자.  
   
지난 1996년 12억원을 들여 만든 탐방안내소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모형과 내장산 생태계 디오라마, 그리고 내장산 인근 민가 재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내장산을 간략하게 잘 보여주는 영상실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중 시설이 가장 훌륭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풍철이면 케이블카는 인산인해. 융단같이 펼쳐진 단풍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와 함께 탐승용으로 유명하다.

길이는 800m, 소요시간은 5분 정도. 대신 단풍철이면 1시간쯤 기다리는 것은 기본임을 잊지 말자. 대인 4500원, 소인 2000원(이상 왕복).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내장산IC~내장산. 이정표가 아주 친절하게 잘 돼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1.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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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406〉 무주 적상산

붉은치마 두른 晩秋 '수줍은 유혹'
치마바위 단풍과 낙엽길 '일품'
연중 등산객 80% 가을에 집중
안국사 · 적상산 사고도 볼거리
안렴대 서면 덕유산 연봉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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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렴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산줄기. 왼쪽 주봉 향적봉을
                                      비롯 오른쪽으로 중봉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주봉인 향적봉 앞에는
                                      케이블카 종착지인 설천봉과 스키장 슬로프도 보인다.
 
덕유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무주 적상산(1,038m). 덕유산 주봉 향적봉에서 북서쪽으로 12㎞쯤 떨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정상 일대는 흙으로 덮인 육산이지만 산허리부터 곧추선 암벽이 병풍처럼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이름하여 치마바위.

매년 이 맘때 치마바위 주변에 단풍이 물들면 다소곳한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온 산이 활활 타오른다. 마치 산 전체에 각양각색의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 그래서 붉을 적(赤), 치마 상(裳)자를 조합해 적상산이라 불린다.

하여튼 만추의 적상산은 '치마바위에 활짝 핀 단풍꽃'으로 요약된다. 그 자태는 한국백경 중 하나로 손꼽혀 가을이면 전국의 산꾼들이 꼬리를 물고 모여든다.

통계도 적상산이 가을산임을 뒷받침해준다. 국립공원 덕유산 관리사무소 적상분소 서영수 계장은 "연중 등산객의 80% 정도가 단풍 절정기인 10월말에서 11월초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산행 중 역사적 볼거리도 제법 있다. 적상산성과 안국사, 그리고 조선 5대 사고(史庫)인 적상산 사고 등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산행은 서창 매표소~철문~샘터~전망대~장도바위~적상산성 서문지~주능선(삼거리)~향로봉(왼쪽)~주능선(삼거리)~사거리~적상산 정상(기봉·KBS 송신소)~안렴대~안국사~일주문~적상산 사고~안국사 부도군~전망대~송대~치목마을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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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서창 매표소. 정면에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한 치마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포장로를 따라 100m쯤 오르면 오른편에 등산로 이정표. 돌계단부터 시작된다. 탐방로 안내판을 지나 철문으로 들어선다.

계속되는 돌계단. 형형색색으로 물든 숲터널이 하늘을 가린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속으로 들어간다.

25분쯤 지나면 약간은 지겹기도 했던 돌계단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흙길을 만난다. 하지만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급경사길이 늘 그렇듯 갈 지(之)자로 이어진다.

5분 뒤 탐방로 안내판에 표시된 샘터. 이곳에서 한 굽이 올라서자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솔길이 기다린다. 오솔길 주변에는 이제 단풍이 완연히 물들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우측에 전망대. 정면에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고, 좌측 능선쪽의 단풍은 마치 봉홧불이 번지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집채 만한 바위를 에돌면 역시 큰 바위가 기다린다. 길은 두 갈래. 등산로는 왼쪽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만, 오른쪽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바위 사이로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틈이 열려있다. 장도(將刀)바위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이 길을 오르다 길이 막히자 장도를 내리쳐 길을 내고 올랐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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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 모퉁이를 돌면 아담한 돌담이 앞을 막는다. 적상산성 서문지(西門址)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산세가 요새로서 적지임을 알고 왕에게 축성을 건의했다는 적상산성은 둘레가 8.1㎞로 주변 단풍과 어울려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서문지를 통과하면 곧 이정표. 장도바위를 통과해 올라가면 이 이정표 앞에서 만난다.

지금부터 평탄한 길. 이곳부터 산은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숲이지만 앞뒤좌우가 확 트인 황홀한 공간이며, 신기하리만치 소나무 한그루 없는 활엽수림이다.

낙엽이 온 사방에 깔려있고 고개들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듯 현란하다. 부는 바람에 단풍잎들이 흩날리면 감탄은 극에 달한다. 화려한 외양의 붉은 치마 속도 알고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장도 바위를 오르는 이창우
                                                                                                                산행대장.

야생화 군락지임을 알리는 푯말을 지나면 이내 주능선. 왼쪽 향로봉, 오른쪽이 주봉인 적상산 기봉. 기봉은 현재 모 방송국 송신소 철탑이 세워진 접근 금지구역.

기봉보다 4m 낮으면서 주봉 역할을 하는 향로봉으로 간다. 낙엽과 단풍으로 발걸음이 아주 가벼운데다 우측엔 양수발전소 상부댐 저수지가 보여 분위기를 더해준다. 20분이면 닿는다. 정면 구봉산이, 북쪽인 우측엔 금산의 서대산이, 남쪽인 좌측엔 봉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25분 정도 환상적인 능선길을 걸으면 사거리. 직진하면 안렴대, 왼쪽은 안국사, 135도쯤 크게 왼쪽으로 돌면 적상산 정상인 기봉이다.

안렴대로 간다. 고려때 거란의 침입으로 삼도 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와 난을 피한 곳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으로 난간이 설치돼 있는 멋진 전망대다. 왼쪽으로 덕유산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전개된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왼쪽에 칠봉, 오른쪽에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무주리조트 슬로프도 확인된다. 과히 덕유산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산불방지 무인감지시설 밑으로 난 길로 내려서면 안국사(安國寺). 무학대사가 삼재가 들지 않고, 나라를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 원래는 산 밑에 있었지만 적상산 양수발전소댐 축조로 물에 잠기게 되면서 과거 적상산 사고사(史庫寺)가 있던 이곳으로 옮겨왔다. 안국사에선 티베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 불상과 도자기 300여점이 전시돼 있는 성보박물관은 꼭 들르자.

발길은 일주문을 지나 아스팔트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상부댐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왼편에 적상산 사고 건물이 보인다. 조선 광해군때 설치된 이곳에는 한때 승가청 군기고 등 40칸의 건물이 있어지만 지금은 텅 비어 썰렁하기만하다. 다시 아스팔트길로 나오면 '치목 2.7㎞'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있는 하산길이 열려있다.

이제 본격 하산길로 들어선다. 안국사 부도탑을 지난다. 숲은 인적이 드문 원시림인데다 단풍마저 화려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절벽 위 아래로 화려한 단풍색이 아름다운 전망대와 울창한 송림 사이의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송대를 지나 치목마을까지는 1시간정도 걸린다. 의외로 길이 괜찮다.



#교통편-경부선 열차타고 영동역 하차 시외 터미널서 무주행 버스를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야 된다. 부산역(1544-7788)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 6시30분, 7시35분, 8시5분에 있다. 1만2900원. 새마을호는 새벽 4시45분(토 일 월), 6시5분에 출발한다. 1만9200원. 영동시외버스터미널(043-744-1700)에서 무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25분, 9시30분, 10시5분, 11시20분, 11시40분에 있다. 2400원. 영동역에서 영동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무주시외버스터미널(063-322-2245)에서 들머리 서창행 완행버스는 오전 10시20분, 10시40분, 11시20분, 11시50분, 낮 12시20분, 12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50원.

날머리 치목마을에서 무주행 버스는 오후 4시30분, 6시30분에 있다. 1000원. 무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동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30분, 6시50분, 8시20분에 있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새마을호는 오후 5시34분, 9시34분에 있으며 무궁화호는 오후 5시57분, 6시52분, 7시49분, 밤 10시1분, 11시54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진고속도로~무주IC~진안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 방면~3~4㎞후 서창마을. 유의할 점 하나. 적상산 안내 이정표는 반대편 도로에서 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삼성자동차공업사'라고 적힌 큰 간판이 보일 때 좌회전해야 한다.

날머리인 치목마을에서 들머리 서창까지 거리는 10㎞. 버스는 오후 6시30분에 있기에 적상모범택시(063-324-5526, 011-464-5527)를 불러야 한다. 1만원.

#떠나기 전에 - 단풍산행 지금이 최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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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누구나 훌쩍 떠나고 싶어 한다. 산과 들로 단풍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단풍하면 우선 떠오르는 산이 무주의 적상산. 얼마나 곱고 아름다우면 여인네의 붉은 치마와 비교하겠는가. 지금의 적상산은 붉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최영 장군의 전설과 산성, 안국사, 적상산 사고(사진), 적상호에 비치는 붉은 단풍 등은 탐방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안겨준다.

적상호로 올라오는 도로 이외 두 코스만 열려 있고 나머지는 모두 입산 통제로 묶여 있어 취재팀은 산길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치목마을로 하산길을 잡았다.

하산길에 만나는 송대계곡은 협곡으로 붉은 단풍에 젖어 내내 여운에 남는다.

날머리인 삼베짜는 마을인 치목은 한가하다 못해 가을 빛에 졸고 있다. 가을날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산꾼들에게 가족과 함께 떠나길 권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0.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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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89> 전북 고창 선운산
오르니 미륵세계,내리니 내금강
산행 초입 도솔천~ 정상까지 곳곳 불교유적
천마봉 아래 울창한 숲·기암괴석 자태 뽐내
낙조대서 바라 본 서해 일몰은 황홀 그 자체

 
  천연기념물 354호 장사송
송이째 부러지며 처절하게 지는 동백, 그리고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상사화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운사. 동백이 피고 지는 4~5월과 선홍빛 상사화가 만개하는 9월이면 전국에서 마치 성지순례를 하는 듯 범부들의 발길이 이곳 선운사로 이어진다. 서정주의 시에 나오는 것처럼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을 흥얼거리면서.

이들은 선운사를 품고 있는 야트막한 선운산에 대해서는 별다른 애정과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선운산 속으로 조금만 걸음을 들여놓고 보면 보통 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울창한 숲,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암괴석의 장엄함,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의 해넘이 등은 선운산이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한다.

산이 높으면 그 깊이가 유다르게 마련이지만 예외도 있는 것이 세상사일 터. 낮아도 깊은 산이 없지 않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선운산이다.

최고봉인 경수산이 고작해야 해발 444m 정도이고 그 외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은 해발 300m를 겨우 넘을 뿐이다. 이 정도의 높이면 산꾼들에게 '비산비야(非山非野)' 이상으로 대접받기 어렵지만 선운산은 예부터 명산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렸고 오늘날에 와서도 도립공원이란 감투를 쓰고 있다.

선운산(禪雲山)은 불교와 연관이 깊은 산이다. 이름부터 선방에서 쓰는
참선와운(參禪臥雲·구름에 누어 참선을 한다는 뜻)에서 따왔으며 도솔암 참당암 석상암 마애불상 등이
품안에 있다. 한때는 89개의 암자와, 수도처로 쓰이던 24개의 동굴이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선운산
예부터 미륵불의 실제적 도래를 염원하는 대중들의 뜻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선원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산행은 주차장~매표소~선운사 일주문~석상암 갈림길~석상암~마이재
~수리봉(도솔산·천왕봉)~포갠바위~임도~소리재~용문굴 갈림길~용문굴~용문굴 갈림길~낙조대~천마봉
~마애불~도솔암 내원궁~도솔암~장사송~진흥굴~매표소~주차장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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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매표소가 있는 일주문까지는 대략 10분. 일주문을 통과하면 시원하게 트인 잔디밭과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의 울창한 숲길에 넋을 잃는다. 하지만 시선은 이내 길 왼쪽 도솔천으로 이끌린다. 이끼 낀
바위와 계류쪽으로 가지를 뻗어내린 모습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곧 석상암 갈림길. 직진하면 선운사지만 우측 석상암 방향으로 간다. 절 구경은 하산길에 하면 되니까.

석상암 가는 길 좌우에는 온통 차밭.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0분이면 석상암. 암자 옆 정성스레 만든 돌탑을 지나면 곧바로 숲길. 한낮인데도 어두울 정도로 울창하다.
하늘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바람이 안불어 약간 답답하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

15분 뒤 첫 기착점인 마이재. 두 갈래길이다. 경수산으로 가는 우측길 대신 왼쪽 도솔산(수리봉·336m)
방향으로 향한다. 10분이면 도솔산에 닿는다. 이정표가 없다면 정상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모양새다.
 일주문에도 '도솔산 선운사'라고 적혀 있듯이 최고봉인 경수산을 제치고 선운산의 사실상 주봉으로 불린다.

 

서해바다가 훤히 보이는 잇단 너럭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두 갈래. 오른쪽이 주능선길이지만
왼쪽길을 택한다. 두개의 바위를 일부러 포개놓은 것
 같은 포갠바위를 지나 20분 뒤면 삼거리. 우측 참당암
 방향으로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우측으로
20m 정도 임도를 따라가면 반대편인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여기서 소리재까지는 15분 정도.

능선길을 따라 산행은 계속된다. 중간중간 규모는
작지만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기암괴석들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용문굴 이정표를 만난다. 나중에
 천마봉 하산 후 용문굴로 가는 길을 만나지만 지금
이 길로 내려서면 덜 걷고 구경할 수 있다. 장방형의
긴 바위굴로 규모면에서 엄청나다. 그 옆에도
작은 바위굴이 있고 굴 앞에는 통나무로 만든 쉼터가
 보인다. 왕복 10분이면 구경하고 돌아올 수 있다.

서해바다의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은 바위지대인
 낙조대는 여기서 10분 거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포효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지만 막상 옆에서
보면 타오르는 불꽃형상이다. 낙조대 옆에서
바라보는 배맨바위와 그 바위로 올라서는
기다란 철계단도 인상적이다.

낙조대에서 200m 정도만 더 가면 선운산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나다는 천마봉.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다. 발밑에는 도솔암과 내원궁, 그리고 마애불상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저멀리
기암괴석의 자태에 혀가 내둘린다.

하산은 왔던 길로 30m 정도 되돌아와 오른쪽 심한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철계단과 침목계단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려서면 사거리. 산행은 여기서 사실상 끝나고 지금부터 문화유적 탐승길.


대숲이 보이는 정면으로 길을 따라가면 곧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상. 마애불 양 옆에는 멋들어진
소나무가 협시불처럼 자리해 운치가 있다. 마애불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도솔암 내원궁. 지장보살을 모신
내원궁은 기도효험이 뛰어나다고 널리 알려져 언제나 기도객이 줄을 잇는다.

내원궁에서 빠뜨려선 안될 하나. 방금 내려왔던 천마봉을 바라볼 것.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다. 천마봉이란 이름이 이 모습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원궁에서 산길로 조금만 내려오면 도솔암. 깎아지른 기암절벽 사이에 터를 잡고 있다.

이후 여덟개의 긴 가지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는 천연기념물 제354호인 장사송(長沙松), 왕위에서
물러난 신라 진흥왕이 말년에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 그리고 아름다운 선운사를 차례로 구경한 후 주차장까지는
대략 1시간 걸린다.


#교통편

 
부산서 선운산 도립공원은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하다. 이왕이면 전북 고창까지 간 김에
하루를 묵으면서 여유롭게 산행과 주변 볼거리를
챙기는 편을 권하고 싶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백양사IC~고창 15번국도 좌회전
~전라북도 경계 고창군 고창읍~선운사 22.6㎞
~선운사, 고창 고인돌군~고인돌군 통과~선운사
도립공원 좌회전~선운사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선운산의 1년 탐방객은 40만명 내외. 국립공원인
소백산이 30만명, 월출산 25만명, 가야산 56만명에 비하면 야트막한 도립공원 치고는 엄청난 편. 때문에
고창에 들어서면 이정표가 아주 잘 정비돼 있어 찾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떠나기전에

고창에는 선운산과 선운사 외에도 빠뜨려선 안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다. 거리도 가까워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고창읍내에서 선운산으로 가는 길 좌우측 산기슭에 덩치 큰 바윗돌이
널려 있다. 지난 2000년 12월 강화 화순의 고인돌군(사진 위)과 함께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고창 고인돌군 유적지이다.

도로 좌우측에 각각 주차장과 고인돌유적 안내소(063-563-2793)가 있어 편리하다. 안내소에는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 10명 이상의 방문객이 요청할 경우 직접 설명을 해준다.

전북대 원광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총 고인돌 숫자는 2000여기. 국내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조밀한
분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북방식 남방식 개석식 등 무덤 형식 또한 다양해 우리나라
청동기문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창읍내의 고창읍성(사진 아래)도 들러보자.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전국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자연석 성곽. 조선 단종 원년(1453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됐으며 나주 진관의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성의 높이 4~6m, 둘레 1.68㎞, 넓이 5만여평으로 동 서 북문과 옹성 3개, 치성 6개, 성밖의 해자 등 방어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 1976년 복원작업을 벌여 지금은 동헌 객사 내아 등 14동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밟으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한다는 구전에 따라 국내 유일의 성밟기 민속이
전승 보존되고 있다.

선운산 오는 길엔 미당 서정주 시문학관 이정표도 보인다. 고향이 이곳인 시인이 지난 2001년 타계한 후
폐교된 선운사 분교에 세워졌다. 두 개의 전시실에는 미당의 육필 원고와 시집, 유품 1만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피로를 풀려면 장성쪽으로 넘어가는 고개 입구에 위치한 석정온천에, 해수온천을 원하면
구시포해수욕장 인근의 해수찜월드에 가면 된다.

선운산 도립공원 입구에는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이 유명하니 반드시 맛을 보자. 대부분 원조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맛은 대동소이하다. 풍천가든과 청원가든이 잘 한다. 장어구이 1인분 1만4000원.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는 도솔암 내원궁에서 바라본 천마봉.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  












 
선운사 입구에서 만나는 도솔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6.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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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84> 진안 마이산
쫑긋 귀 세운 '무진장'의 보물

 
  마이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전북 진안의 마이산. 오른쪽이 숫마이봉이고 왼쪽이 암마이봉이다. 암마이봉만이 정상까지 등산길이 열려있다.
어쩜 저렇게 특이하게 생겼을까.

나란히 솟은 두 암봉의 형상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전북 진안의 마이산(馬耳山).

도립공원인 마이산을 두고 한 외국인이 "산 속에 저렇게 큰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기술도 놀랍지만 그 엄청난 물량의 시멘트를 어떻게 충당했을까"라는 웃지못할 질문을 한 것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진고속도로 장수IC에서 나와 마이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보면 왼쪽이 숫마이봉(680m), 오른쪽이 암마이봉(686m), 지도상으로는 반대로 동쪽 숫마이봉, 서쪽 암마이봉이다.

숫마이봉이 뾰족한 암봉이라면 암마이봉은 상대적으로 둥그스름한 편이다. 때문에 숫마이봉은 암벽등반을 통해서만 오를 수 있고, 암마이봉은 경사가 급하지만 등산로가 열려 있어 정상 등정이 가능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갖게 된 데는 재밌는 전설이 전해온다.

아득한 옛날 산신부부가 이곳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다가 하늘로 되돌아갈 때가 됐다. 남신이 자신들의 승천 모습을 아무도 봐서는 안되니 밤에 떠나자고 하자 여신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떠나자고 했다. 그러나 새벽에 떠날 즈음 한 아낙이 그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러 승천에 실패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위산을 이루었으며, 이때 화가 난 남신이 여신으로부터 아이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쪽의 숫마이봉은 작은 새끼봉 두 개를 끼고 있고, 엄마봉인 암마이봉은 바로 옆에 죄스러운 마음에 돌아앉아 머리를 숙인 모습이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마이산을 바라보면 신기할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

가까이서 본 마이산은 거대한 자갈(역암) 덩어리다. 약 1억년 전 이 일대가 거대한 호수였을 때 상류에서 자갈이 흘러들어 차곡차곡 쌓였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흙과 모래와 뒤섞여 퇴적된 암석이다. 호수바닥의 퇴적층이 지층의 융기현상으로 지금과 같은 암봉이 되었다. 암봉 곳곳에는 신기할 정도로 크고 작은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비바람의 작용으로 주위의 흙이 빠져나가면서 자갈도 함께 떨어져 내린 흔적(타포니현상)이다.

마이산은 별칭이 많은 산이다. 신라땐 서쪽의 많은 산들 중 가장 아름답게 솟았다고 하여 서다산, 고려땐 용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 해서 용출산으로 불리다가 조선 태종이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고 말해 지금의 마이산으로 바뀌었다.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여러가지다. 봄에는 배의 돛과 같다해서 돛대봉, 여름에는 용의 뿔을 의미하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산, 겨울에는 붓처럼 보여 문필봉으로 불린다.

마이산 등산로는 크게 두 가지.

마이산의 서쪽인 마령면 강정리 합미산성에서 출발, 광대봉 비룡대를 거쳐 암마이봉에 이르는 6시간 정도의 종주코스와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시작해 암마이봉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가족산행 코스가 있다.

오는 15일까지 산불방지기간이라 종주코스 등산로는 폐쇄돼 지금은 원점회귀 산행만 가능하다.

산행은 마이산 남부주차장~주능선~고금당(나옹암)~샘터~제1쉼터~나봉암(비룡대)~제2쉼터(봉두봉)~안부~암마이봉 정상~천황문~은수사~탑사~금당사~남부주차장 순. 3시간30분~4시간 걸린다. 등산로는 정비가 잘 돼 초행자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장에서 탑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관광통역안내소와 마이산 토박이집 사이 왼쪽 방향으로 흙길이 있다. 입구에 '고금당 0.7㎞, 북부주차장 3.1㎞'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서있다.

이 길로 50m 정도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소나무터널을 이룬 좁은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이내 주능선에 닿는다. 삼거리다. 오른쪽 고금당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전체적인 산행로는 능선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산모롱이를 크게 돌면 길 우측 낙엽쌓인 비탈지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주변에는 고사리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죽길을 지나면 고려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선사의 수도처인 고금당(나옹암). 앞이 탁 트여 저멀리 팔각정 비룡대와 암마이봉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숫마이봉은 암마이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자연석굴인 고금당은 현재 몰골이 말이 아니다. 석굴 위 나옹암에 암자를 새로 짓는다고 산을 망쳐놓아 산꾼들이 혀를 차며 한마디씩 던진다.

고금당에서 샘터를 지나 20분 거리에 이르면 비룡대 입구 철계단. 나봉암(527m) 꼭대기에 세워진 팔각정자 비룡대에 서면 그동안 암마이봉에 가려 보이지 않던 숫마이봉이 비로소 그 모습을 살짝 드러내고 그 왼쪽으로 다섯개의 작은 암봉으로 이뤄진 삿갓봉(관암봉)도 펼쳐져 있다.

비룡대에서 다시 탑사 또는 암마이봉을 향해 30여분 걸으면 벤치가 놓인 제2쉼터가 나온다. 봉두봉(540m)이다. 발밑 작은 호수 탑영제에는 대여섯척의 오리배가 떠다닌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굽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길로 간다. 이제 본격 암마이봉으로 향한다. 난간도 없는 낭떠러지를 조심스럽게 지나 오른쪽으로 크게 에돌면 정상 밑 안부. 한숨 돌리고 이곳에서 20분 정도 밧줄을 잡고 바짝 땀을 흘리면 암마이봉 정상. 맞은 편 숫마이봉 뒤로는 남덕유산이 펼쳐진다.

하산 후 이번엔 오른쪽 천황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문은 보이지 않는다. 북부주차장에서 암마이봉으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벤치가 있는 이곳을 천황문이라고 하는 것 같은 짐작이 갈 뿐. 이제 탑사로 가는 길은 관광로. 사실상 산행은 끝난 셈. 금정산 동문 주변에 인파가 몰릴 때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여기서 은수사와 탑사, 그리고 금당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 걸린다.


◇ 등산로에 널린 볼거리

 
마이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탑사와 80여기의 돌탑군.  
- 30년간 쌓았다는 80여기 돌탑 장관
- 화암굴엔 아들 낳는 석간수
- 은수사·금당사 등 고찰많아

전국에서 기(氣)가 가장 센 산으로 알려진 마이산의 품속에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신기하게 솟은 암봉에 자연경관이 빼어나 산 전체가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마이산의 대표적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마이산 탑사와 돌탑군. 탑사는 지방기념물이고 돌탑군은 천연기념물이다. 마이산을 찾을 경우 산행은 안해도 이곳만은 반드시 들러볼 정도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 자리잡은 탑사에는 크고 작은 돌탑 80여기가 옹기종기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이산이 자연미의 극치라면 탑사와 돌탑군은 인간 상상력의 총아라고 할 만하다.

세찬 바람에도 약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고, 한겨울 탑 아래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면 사발에서 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 석탑은 고 이갑룡(1860~1957) 처사가 25세때 입산, 수도하며 산신의 계시를 받아 30여년 동안 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을 이용해 쌓아 올렸다.

숫마이봉 중턱에는 사시사철 석간수가 흘러나온다는 화암굴이 있다. 산행도중 만나는 천황문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 많이 몰린 탓인지 물이 거의 말라 있다.

조선 건국의 역사적 산실인 은수사도 빠뜨리지 말자. 탑사에서 7분 거리에 있다. 조선 태조가 백일기도를 하던 중에 들렀던 사찰로 조선 건국의 계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몽금척도가 보관돼 있다. 무량광전 옆에는 태조가 먹다 뱉은 씨앗에서 싹을 틔웠다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와 맛이 특히 뛰어난 옥정수가 있다. 이곳에선 매년 마이산신제가 거행된다.

이밖에 국내서 유일한 목불좌상을 간직한 천년고찰 금당사와 1907년 호남 최초의 의병 창의지인 이산묘도 빠뜨리지 말자. 이 모두 등산로를 따라 있으므로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부산서 자동차로 빠르면 2시간30분 걸리는 마이산은 종주산행을 할 경우 자칫 수박겉핥기식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어 미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이드산악회의 경우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도 버스가 이동해줘 문제가 없지만 승용차를 타고 갈 땐 산행과 관광을 마치고 다시 차를 가지러 가야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교통편 - 부산 ~ 진안 시외버스 하루 2회 운행

 
대중교통편은 있지만 이어지는 차편의 출발시각이 순조롭지 못해 사실상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안행 시외버스는 오전 9시21분, 오후 3시42분에 출발한다. 1만5600원. 4시간20분 걸린다. 진안시외버스터미널(063-433-2508)에서 마이산 남부주차장행 군내버스는 오전 9시40분, 오후 1시10분, 1시40분, 4시55분에 있다. 900원.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진안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10시, 낮 12시50분, 오후 1시30분, 4시30분, 7시(막차)에 있다. 진안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10시, 오후 3시4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진고속도로~장수IC~장계(전주) 19번 국도 우회전(진안 마이산 이정표 보임)~장계 방향 직진~전주 진안 26번 국도 좌회전~전주 진안 26번 국도 우회전~26번 진안~방곡재~26번 국도 전주~30번 마이산 진안 임실 우회전~진안로터리서 마령 방면 우회전~임실 백운 좌회전~은천 삼거리 직진~마이산 입구 우회전~마이산 남부주차장 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5.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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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67> 무주 덕유산

 
  덕유산은 전망 또한 일품이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100m 남짓한 거리인 덕유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 바라본 주변 봉우리들과 장수군 안성면 일대. 해발고도가 낮은 주변 낮은 봉우리에는 눈이 이미 녹았다.
입동이 지난 지 40여일. 시나브로 겨울이 와 있건만 아직도 여민 옷깃이나 두꺼운 외투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뿐이다. 눈은 고사하고 처마 밑 고드름도 보기 힘들다.

눈이 귀한 남쪽땅 부산. 올해는 눈을 한 번 보려나 ‘혹시나’ 기대를 걸었건만 현재까진 ‘역시나’로 그칠 공산이 크다. 눈이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나 전북에도 아직 큰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판다고, 요로를 통해 수소문해 보니 태백산엔 조금 내렸지만 이내 녹았고 덕유산은 9부 능선부터 백색천국이란다.

그렇다. 겨울의 진면모를 보려면 눈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맞으러 가자.

겨울이면 산꾼들에게 ‘작은 히말라야’로 다가오는 덕유산(1614m). 정상 부근의 나무와 풀에는 눈같이 내려앉은 상고대가 눈꽃을 피워 온통 하얀 축제를 벌이고 있다. 축제명은 ‘돌아온 상고대’. 그렇게 눈축제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전북 무주 장수, 경남 함양 거창 등 2도 4군 8개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덕성스런 능선과 너그러움을 간직한 산. 산행은 덕유산의 얼굴인 삼공리 삼공매표소에서 무주 구천동과 백련사를 거쳐 주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3시간 정도의 가장 보편적인 코스를 택했다. 백련사 가는 길은 우선 정답다. 그래서 가벼운 산책이나 가족나들이에 적합하다.

계곡길 초입 오른쪽 저멀리 일곱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있다. 칠봉(1035m) 또는 칠불봉이다. 꼭대기 부근이 이미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가까이서 본 계곡은 맑고 깊다. 겨울인데도 유량이 줄지 않아 물소리가 우렁차다. 주변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없다면 여름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듯 하다.

인월교를 지나면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등 작은 소(沼)와 담(潭)이 연이어 선경을 연출한다. 하나같이 그림과 함께 명명된 사연이 적혀 있다.

덕유산의 겨울은 선택받은 것 같다. 산 전체를 벌겋게 물들이는 철쭉의 봄이나 녹음 짙은 여름,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인 가을은 단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반해 앙상한 가지의 겨울서정에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상고대의 몸부림은 눈부시다.

덕유산휴게소를 지나면 이내 안심대. 옛날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던 스님과 불도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경각을 다투는 도망길에 이 곳에 당도하여 비로소 안심하고 땀을 씻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구천동계곡의 대표적 2단 폭포인 구천폭포를 지나면 곧 백련사.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중앙계단 양 옆으로 난 석축은 마치 영주 부석사를 연상케 한다. 절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웅전의 왼쪽 바위 밑에는 샘물이 솟는다. 한 모금 들이키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대웅전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백련사까지가 가벼운 산책코스라면 주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길이다.


 


8분 뒤 전북도 지정 기념물인 백련사 계단(戒壇)을 지나면 첫 이정표. ‘향적봉 대피소 2㎞, 해발고도 950m’.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섭고 차갑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다 끊임없는 오르막은 더욱 인내를 요구한다.


7부 능선쯤 올랐을까. 푸른 산죽 주변에 밤새 내린 눈이 남아 있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엔 얼음꽃. 눈이 가지에 붙어 있다가 기온이 급강하면서 그대로 얼어붙은 것. 빙화는 억새와 마찬가지로 역광 속에서 봐야 더욱 빛나는 법. 상고대와 함께 영롱한 아름다움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메뉴다.

이제 주변이 서서히 하얗게 변해 간다. 동시에 산길도 상당히 미끄럽다. 하산하는 산꾼들은 넘어지기 일쑤다.
9부 능선쯤에선 방금까지 눈이 내린 것처럼 푸른 하늘 외에는 온통 하얗다. 상고대다. 순우리말인 상고대는 일종의 눈꽃. 구름이나 안개가 나뭇가지를 지나다가 얼어버린 것으로 단순한 눈꽃보다는 조형미가 뛰어나다.

일순간 운무가 주변을 감싼다. 덕유산의 상고대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바로 변화무쌍한 운무가 잦은 덕분이다. 주목군락과 상고대, 그리고 유난히 파란 하늘의 조화는 자연미의 극치다.
 
  덕유산 산행도중 만난 고사목 상고대.


이내 갈림길.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가면 향적봉 정상이고 100m 직진하면 향적봉 대피소. 상고대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산꾼들이 대부분이 상고대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하 8도의 매서운 추위도 그들의 눈꽃축제를 막지 못한다.

향적봉 정상까지는 100m 남짓. 살을 에는 칼바람이 단 1분도 견디기 못하게 할 만큼 매섭게 몰아친다. 그런데 의외로 어린 꼬마들이 많다.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듯하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르며 20분 산행으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가볍게 갈 수 있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칼바람을 무릅쓰고 가야산 지리산 등 주변 조망을 감상해 보지만 추위에는 장사가 없음을 실감한다.

하산은 두 가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으로 내려가도 된다.

중봉~동엽령~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 종주능선은 입산금지 상태다.
 
  활짝 핀 눈꽃.


◇ 떠나기 전에 - 가족등반땐 곤돌라로 정상까지


덕유산은 임진왜란때 9000명이 난을 피해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덕성스러운 산이다. 갈천 임훈 선생의 ‘등덕유산향적봉기’에 따르면 주봉은 향적봉, 남덕유산을 황봉 또는 봉황봉, 무룡산을 불영봉으로 불렀다.

덕유산을 대표하는 계곡은 무주구천동. 지난 1961년 그동안 전해오던 옛 이야기를 근거로 33경을 정해 그 빼어남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조선말 을사조약 체결후 을사오적 처형을 주장한 송병선 선생은 덕유산의 선경에 취해 일사대(一士臺)에 서벽정을 짓고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만조탄 함벽소 가의암 추월담 등 무이구곡(茂夷九曲)을 정했다.


산행은 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을 거쳐 원점회귀가 일반적이며 중봉~백암봉에서 횡경재를 지나 거창의 송계사로 내려서거나 안성 삼거리에서 오른쪽 칠연폭포로 하산할 수 있다.


가족산행땐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 덕유산을 오른후 백련사로 하산하면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는 야멸찬 산 덕유산. 아이젠 등 겨울장비를 충실히 챙겨 떠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리조트~구천동 무료셔틀버스 운행

부산서 덕유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남해고속도로~서진주IC~대진고속도로~덕유산IC~좌회전 후 19번 국도를 탄다. 안성사거리에 ‘덕유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우회전 이정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칠연폭포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가더라도 입산금지 상태다. 이후 사산삼거리에서 우회전~37번 국도~치목터널~하조사거리 직진~구천동터널~리조트 삼거리 직진~무주 구천동 직진~삼공삼거리 우회전~삼공매표소 순. 주차비 4000원, 입장료 2600원.

곤돌라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하산했을 경우 리조트에서 들머리인 구천동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 12시를 제외하고 매시 정각 설천하우스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이후 오후 6시50분, 7시30분, 8시30분 버스는 웰컴센터 앞에서 타야 한다. 10분 정도 걸린다. 곤돌라 요금은 편도 6000원, 왕복 1만원. 설천봉에서 마지막 곤돌라는 오후 4시30분. (063)320-7381


참고할 사항. 덕유산 향적봉대피소(063-322-1614 관리인 박봉진 019-9158-1614)는 수용인원 60명. 1박 5000원, 대여료는 침낭 2000원, 담요 1000원이다. 덕유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3)322-3174.

/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사진 =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입력: 2003.12.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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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6> 진안 구봉산

 
  구봉산의 아홉 봉우리는 한결같이 밧줄이 없으면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로 가파르다.
전북 진안에는 금강 남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1,126m)과 암수 두 개의 봉우리로 유명한 마이산(685m) 그리고 구봉산(1,002m)이 있다.

구봉산은 운장산과 마이산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최근 산꾼들에게 ‘괜찮은’ 산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유산 등 호남의 웬만한 봉우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쾌한 조망에다 암벽등반을 연상케 하는 봉우리들의 위용과 기세는 왜 산꾼들이 이 산을 찾게 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산할 때 만나는 산죽과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융단길은 초겨울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구봉산(九峰山)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홉 개의 바위봉과 주봉인 천황봉으로 대표된다. 아홉 개의 바위봉은 한 능선에 나란히 이어져 마치 엄한 아버지 앞에 앉은 아홉 명의 자식을 연상시킨다.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아홉 개의 기묘한 암봉이 연출하는 자연미는 설악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웅장하면서도 산세가 살아 숨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행한 한 산꾼은 전남 고흥의 최고봉으로,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아치형으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팔영산(八影山)과 산세가 흡사하다고 한마디 거든다.

구봉산은 제법 산을 탄다는 산꾼들도 곤욕을 치를 만큼 무척 힘이 든다. 자신의 체력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산행은 윗양명주차장~주능선~나무벤치~1봉…9봉~돈내미재(갈림길)~샘터~주봉 천황봉(일명 장군봉)~바랑재(천황사 갈림길)~구봉산장민박~양명경로당~양명마을(구봉산 안내판)~윗양명주차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주차장의 등산안내도 왼쪽 옆으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왼쪽 사슴농장이 있는 곳에서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들머리다. 입구에 ‘2봉 1.1㎞, 9봉 2㎞, 구봉산(천황봉) 3.3㎞’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가 서있다.

처음엔 완만한 산길. 하지만 서서히 경사도가 높아간다. 10분 뒤 갈림길이 나오지만 주능선에서 곧 만나므로 개의치 말자.

주능선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흩날리는 낙엽, 앙상한 나뭇가지가 전형적인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왼쪽 낭떠러지 밑으로 조그만 암자가 보인다. 천황암이다.

10분 뒤 나무벤치 3개가 놓여 있다. 길이 가파르다 보니 쉬어가라는 의미인 것 같다.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는 안부까지 도달하는데는 20분 정도. 1봉만 오른쪽에 있고 나머지 여덟 봉우리는 왼쪽에 포진하고 있다.

1봉까지는 80m정도 내려간 후 철제 가드레일과 연결된 밧줄을 잡고 오른다. 뜻밖에 무덤 1기가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산의 바다여서 명당자리인 듯하다. 소나무도 훨씬 위엄있어 보인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2봉으로 향한다. 역시 밧줄에 의지한 채 5분이면 봉우리에 올라선다. 정면에 3, 4봉이 잇따라 보인다.

1, 2봉 사이 안부에서 9봉까지는 불과 0.9㎞. 이는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거의 붙어 있음을 뜻함과 동시에 그만큼 가팔라 봉우리에 도달하기가 힘겹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밧줄이 없으면 사실상 낭떠러지인 봉우리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

이렇게 3, 4, 5봉을 연이어 지나면 벤치가 또 나온다. 곧 6봉으로 향한다. 6봉은 특히 내려올 때 아주 위험하니 조심하자.

7봉을 가볍게 오르내린 후 8봉은 그냥 지나치자. 워낙 위험해 암벽등반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9봉으로 향하는 길은 주변에 온통 낙엽이 깔려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막상 봉우리 아래에 도착하니 밧줄이 없다. 사람 다닌 흔적도 찾기 힘들다. 두발로 그냥 오른 9봉은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다. 주봉인 천황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다 두 개의 큰 바위 사이에 작은 바위가 얹혀 있어 마치 작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아주 보기 드문 형상이다.

 

1봉에서 9봉까지 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이제는 천황봉으로 향한다. 갑자기 초록빛 산죽군락이 나타나면 이 곳이 돈내미재.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다. 정상까지 거리는 750m, 고도차는 310m 정도. 숫자상으로는 얼마 안되는 듯하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구간이다.

왼쪽 바위절벽 밑에서 흐르는 샘터가 나타난다. 한 잔 들이키고 식수를 보충하자.

지금부터 양쪽 바위절벽 사이의 협곡으로 오르는 100여m가 ‘마의 구간’.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가파르다. 밧줄이 있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 ‘악’으로 오르는 수밖에.

협곡을 지나면 경사도는 약간 차이가 나지만 여전히 오르막길의 연속.

돈내미재에서 정상까지는 45분 정도. 근래에 오른 산 중 가장 힘든 산행으로 기억될 만하다. 정상엔 4개의 벤치가 있고 동쪽엔 방금 올라온 9개의 봉우리가 비스듬히 보이고 그 뒤로 덕유산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남쪽엔 마이산이, 서쪽엔 복두산과 운장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정면에 용당댐이 보인다. 의외로 규모가 크다. 전국에서 다섯번째란다.

하산은 천황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여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바랑재다. 천황사 길을 버리고 원점회귀를 위해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의 왼쪽길을 택한다. 처음엔 가파르지만 이내 낙엽과 산죽이 번갈아 나와 발길을 가볍게 해준다.

하산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홉봉우리의 모습이 압권이다. 바랑재에서 날머리인 구봉산장민박 앞까지는 대략 50분. 구봉산장을 돌아 마을을 거쳐 주차장으로 가도 되고, 날머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가 메인도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주차장으로 가도 된다.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바라본 아홉 봉우리.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기묘한 암 봉 주변에 운무가 드리워지자 마치 신 선의 세계인양 신비롭기 그지없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에 진면목…안전장비 꼭 챙겨야

전북 진안을 대표하는 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산이다.

구봉산은 마이산과 마주보며 솟은 운장산의 한쪽 곁에 아홉 봉우리가 거대한 장벽처럼 솟구쳐 있다.

진안군 정천면과 주천면을 가르며 솟은 구봉산은 최근에야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이 찾은 날도 평일에다 궂은 날씨였지만 대전과 서울에서 온 대형버스에서 수십 명의 산꾼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흥 팔영산, 상주 구병산, 영덕 팔각산처럼 암봉으로 이어져 산꾼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멋진 코스다. 아홉 봉우리를 모두 오르면 천왕봉이 정면에 버티고 있다. 오르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요즘처럼 초겨울에 찾으면 속살을 완전히 내보이는 구봉산의 진면목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산행에도 유의하자.

안전산행을 위해선 겨울철 기본장비인 아이젠 헤드랜턴 스패츠 장갑 목출모 등을 갖추고 떠나자. 겨울산은 언제 어떻게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하산후 수암마을의 천황사를 들러보자. 신라 헌강왕때 무염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수령 600년의 전북도 지정목이 볼거리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대진고속도로 이용 당일치기 가능

부산서 전남 진안군 구봉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적어도 오전 7시 이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 서진주IC를 통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후 장수 장계IC로 빠져나와 우회전(전주 장계 방향)~무주 장계(19, 26번 국도)~진안(〃)~진안(26번 국도)~26번 전주 아산 방향 버리고 진안 무주 방향~용담 금산 방향 795번 지방도~주천 방향 725번 지방도~구봉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도 가능하지만 워낙 경유지가 많아 권유하고 싶지 않다. 방법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동에서 내린다. 영동역 근처 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주터미널, 무주에서 진안터미널, 진안에서 주천행 버스를 타고 윗양명에 하차하면 된다. 진안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9시, 11시3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12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2.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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