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84> 진안 마이산
쫑긋 귀 세운 '무진장'의 보물

 
  마이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전북 진안의 마이산. 오른쪽이 숫마이봉이고 왼쪽이 암마이봉이다. 암마이봉만이 정상까지 등산길이 열려있다.
어쩜 저렇게 특이하게 생겼을까.

나란히 솟은 두 암봉의 형상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전북 진안의 마이산(馬耳山).

도립공원인 마이산을 두고 한 외국인이 "산 속에 저렇게 큰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기술도 놀랍지만 그 엄청난 물량의 시멘트를 어떻게 충당했을까"라는 웃지못할 질문을 한 것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진고속도로 장수IC에서 나와 마이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보면 왼쪽이 숫마이봉(680m), 오른쪽이 암마이봉(686m), 지도상으로는 반대로 동쪽 숫마이봉, 서쪽 암마이봉이다.

숫마이봉이 뾰족한 암봉이라면 암마이봉은 상대적으로 둥그스름한 편이다. 때문에 숫마이봉은 암벽등반을 통해서만 오를 수 있고, 암마이봉은 경사가 급하지만 등산로가 열려 있어 정상 등정이 가능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갖게 된 데는 재밌는 전설이 전해온다.

아득한 옛날 산신부부가 이곳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다가 하늘로 되돌아갈 때가 됐다. 남신이 자신들의 승천 모습을 아무도 봐서는 안되니 밤에 떠나자고 하자 여신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떠나자고 했다. 그러나 새벽에 떠날 즈음 한 아낙이 그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러 승천에 실패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위산을 이루었으며, 이때 화가 난 남신이 여신으로부터 아이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쪽의 숫마이봉은 작은 새끼봉 두 개를 끼고 있고, 엄마봉인 암마이봉은 바로 옆에 죄스러운 마음에 돌아앉아 머리를 숙인 모습이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마이산을 바라보면 신기할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

가까이서 본 마이산은 거대한 자갈(역암) 덩어리다. 약 1억년 전 이 일대가 거대한 호수였을 때 상류에서 자갈이 흘러들어 차곡차곡 쌓였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흙과 모래와 뒤섞여 퇴적된 암석이다. 호수바닥의 퇴적층이 지층의 융기현상으로 지금과 같은 암봉이 되었다. 암봉 곳곳에는 신기할 정도로 크고 작은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비바람의 작용으로 주위의 흙이 빠져나가면서 자갈도 함께 떨어져 내린 흔적(타포니현상)이다.

마이산은 별칭이 많은 산이다. 신라땐 서쪽의 많은 산들 중 가장 아름답게 솟았다고 하여 서다산, 고려땐 용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 해서 용출산으로 불리다가 조선 태종이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고 말해 지금의 마이산으로 바뀌었다.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여러가지다. 봄에는 배의 돛과 같다해서 돛대봉, 여름에는 용의 뿔을 의미하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산, 겨울에는 붓처럼 보여 문필봉으로 불린다.

마이산 등산로는 크게 두 가지.

마이산의 서쪽인 마령면 강정리 합미산성에서 출발, 광대봉 비룡대를 거쳐 암마이봉에 이르는 6시간 정도의 종주코스와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시작해 암마이봉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가족산행 코스가 있다.

오는 15일까지 산불방지기간이라 종주코스 등산로는 폐쇄돼 지금은 원점회귀 산행만 가능하다.

산행은 마이산 남부주차장~주능선~고금당(나옹암)~샘터~제1쉼터~나봉암(비룡대)~제2쉼터(봉두봉)~안부~암마이봉 정상~천황문~은수사~탑사~금당사~남부주차장 순. 3시간30분~4시간 걸린다. 등산로는 정비가 잘 돼 초행자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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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탑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관광통역안내소와 마이산 토박이집 사이 왼쪽 방향으로 흙길이 있다. 입구에 '고금당 0.7㎞, 북부주차장 3.1㎞'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서있다.

이 길로 50m 정도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소나무터널을 이룬 좁은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이내 주능선에 닿는다. 삼거리다. 오른쪽 고금당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전체적인 산행로는 능선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산모롱이를 크게 돌면 길 우측 낙엽쌓인 비탈지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주변에는 고사리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죽길을 지나면 고려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선사의 수도처인 고금당(나옹암). 앞이 탁 트여 저멀리 팔각정 비룡대와 암마이봉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숫마이봉은 암마이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자연석굴인 고금당은 현재 몰골이 말이 아니다. 석굴 위 나옹암에 암자를 새로 짓는다고 산을 망쳐놓아 산꾼들이 혀를 차며 한마디씩 던진다.

고금당에서 샘터를 지나 20분 거리에 이르면 비룡대 입구 철계단. 나봉암(527m) 꼭대기에 세워진 팔각정자 비룡대에 서면 그동안 암마이봉에 가려 보이지 않던 숫마이봉이 비로소 그 모습을 살짝 드러내고 그 왼쪽으로 다섯개의 작은 암봉으로 이뤄진 삿갓봉(관암봉)도 펼쳐져 있다.

비룡대에서 다시 탑사 또는 암마이봉을 향해 30여분 걸으면 벤치가 놓인 제2쉼터가 나온다. 봉두봉(540m)이다. 발밑 작은 호수 탑영제에는 대여섯척의 오리배가 떠다닌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굽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길로 간다. 이제 본격 암마이봉으로 향한다. 난간도 없는 낭떠러지를 조심스럽게 지나 오른쪽으로 크게 에돌면 정상 밑 안부. 한숨 돌리고 이곳에서 20분 정도 밧줄을 잡고 바짝 땀을 흘리면 암마이봉 정상. 맞은 편 숫마이봉 뒤로는 남덕유산이 펼쳐진다.

하산 후 이번엔 오른쪽 천황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문은 보이지 않는다. 북부주차장에서 암마이봉으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벤치가 있는 이곳을 천황문이라고 하는 것 같은 짐작이 갈 뿐. 이제 탑사로 가는 길은 관광로. 사실상 산행은 끝난 셈. 금정산 동문 주변에 인파가 몰릴 때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여기서 은수사와 탑사, 그리고 금당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 걸린다.


◇ 등산로에 널린 볼거리

 
마이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탑사와 80여기의 돌탑군.  
- 30년간 쌓았다는 80여기 돌탑 장관
- 화암굴엔 아들 낳는 석간수
- 은수사·금당사 등 고찰많아

전국에서 기(氣)가 가장 센 산으로 알려진 마이산의 품속에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신기하게 솟은 암봉에 자연경관이 빼어나 산 전체가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마이산의 대표적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마이산 탑사와 돌탑군. 탑사는 지방기념물이고 돌탑군은 천연기념물이다. 마이산을 찾을 경우 산행은 안해도 이곳만은 반드시 들러볼 정도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 자리잡은 탑사에는 크고 작은 돌탑 80여기가 옹기종기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이산이 자연미의 극치라면 탑사와 돌탑군은 인간 상상력의 총아라고 할 만하다.

세찬 바람에도 약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고, 한겨울 탑 아래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면 사발에서 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 석탑은 고 이갑룡(1860~1957) 처사가 25세때 입산, 수도하며 산신의 계시를 받아 30여년 동안 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을 이용해 쌓아 올렸다.

숫마이봉 중턱에는 사시사철 석간수가 흘러나온다는 화암굴이 있다. 산행도중 만나는 천황문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 많이 몰린 탓인지 물이 거의 말라 있다.

조선 건국의 역사적 산실인 은수사도 빠뜨리지 말자. 탑사에서 7분 거리에 있다. 조선 태조가 백일기도를 하던 중에 들렀던 사찰로 조선 건국의 계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몽금척도가 보관돼 있다. 무량광전 옆에는 태조가 먹다 뱉은 씨앗에서 싹을 틔웠다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와 맛이 특히 뛰어난 옥정수가 있다. 이곳에선 매년 마이산신제가 거행된다.

이밖에 국내서 유일한 목불좌상을 간직한 천년고찰 금당사와 1907년 호남 최초의 의병 창의지인 이산묘도 빠뜨리지 말자. 이 모두 등산로를 따라 있으므로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부산서 자동차로 빠르면 2시간30분 걸리는 마이산은 종주산행을 할 경우 자칫 수박겉핥기식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어 미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이드산악회의 경우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도 버스가 이동해줘 문제가 없지만 승용차를 타고 갈 땐 산행과 관광을 마치고 다시 차를 가지러 가야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교통편 - 부산 ~ 진안 시외버스 하루 2회 운행

 
대중교통편은 있지만 이어지는 차편의 출발시각이 순조롭지 못해 사실상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안행 시외버스는 오전 9시21분, 오후 3시42분에 출발한다. 1만5600원. 4시간20분 걸린다. 진안시외버스터미널(063-433-2508)에서 마이산 남부주차장행 군내버스는 오전 9시40분, 오후 1시10분, 1시40분, 4시55분에 있다. 900원.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진안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10시, 낮 12시50분, 오후 1시30분, 4시30분, 7시(막차)에 있다. 진안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10시, 오후 3시4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진고속도로~장수IC~장계(전주) 19번 국도 우회전(진안 마이산 이정표 보임)~장계 방향 직진~전주 진안 26번 국도 좌회전~전주 진안 26번 국도 우회전~26번 진안~방곡재~26번 국도 전주~30번 마이산 진안 임실 우회전~진안로터리서 마령 방면 우회전~임실 백운 좌회전~은천 삼거리 직진~마이산 입구 우회전~마이산 남부주차장 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5.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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