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비의 바닷길이 가장 먼저 알려진 곳은 전남 진도. 그 사연이 무척 아주 재밌다. 지난 1975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드가 우연히 보고 프랑스 신문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한 뒤 그 기사가 역수입된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갈라진 바다에서 일용할 양식 줍기에 바빴던 주민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명소라 생각했을 리는 만무했을 터. 현재 전국에는 크고 작은 20여 곳에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신비의 바닷길이 가장 먼저 알려진 곳은 전남 진도. 그 사연이 무척 재밌다. 지난 1975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드가 우연히 보고 프랑스 신문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한 뒤 그 기사가 역수입된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갈라진 바다에서 일용할 양식 줍기에 바빴던 주민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명소라 생각했을 리는 만무했을 터. 현재 전국에는 크고 작은 20여 곳에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동해안 진하해수욕장에도 신비의 바닷길이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를 잇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기 직전이다. 정확히 말해 이 해변은 해수욕 금지구역이고,
   해양구조대 건물 너머가 진짜 진하해수욕장이다. 바닷길 뒤로 보이는, 바다로 고개를 쭉 내민 곳이 간절곶이다.

명선교에서 내려다본 신비의 바닷길.

건물 7층 높이의 인도교인 명선교.


 
바다 갈라짐 현상은 통상 조차(潮差)가 심한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잘 드러나지만 예외도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사이 200m에 이르는 바닷길이 바로 그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 놀랍다. "동해안에도 바다 갈라짐 현상이 있다고요? 설사 있다 해도 동해안은 파도의 영향이 커 예보는 불가능합니다."

 김치권(58) 서생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진하해수욕장이 북향으로 살짝 비켜앉은 덕분에 큰 파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40년 전쯤 지금의 명선교가 놓인 자리에서 약간 더 바다 쪽으로 3일 정도 갈라진 적이 있어요. 그땐 '대한뉴스'에도 소개됐지요. 극장에서 제가 봤으니까. 이후 위치를 옮겨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사이에 바닷길이 조금씩 열리곤 하다 지난 2003년 크리스마스 때 예기치 않게 완전히 열렸죠. 성탄절이라 모세의 기적에 비유하며 주민들이 길조라며 기뻐했지요. 이후 2005년에 한 번 열리며 뜸하다가 2009년부터 매년 음력 정월이나 영등철 즈음이면 물때에 맞춰 열리고 있어요. 이달엔 사리 때인 오는 18~21일 오후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 바닷길은 다른 곳과 달리 모랫길이며 폭이 넓을 땐 50m는 족히 된다.

 이곳에선 신비의 바닷길 조망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지난해 준공된 길이 145m, 건물 7층 높이(17.5m)의 보행 전용 다리 명선교다. 신비의 바닷길과 해송이 운치를 더해주는 거북 모양의 명선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유명한 간절곶도 그 뒤 바다 쪽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다. 간절곶은 이곳에서 차로 3분 거리. 필부들은 일출 하면 간절곶을 떠올리지만 섬의 해송과 일출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명선도가 훨씬 더 아름다워 작가들은 되레 이곳에서 장사진을 친다.

 자녀와 함께라면 인근 서생포왜성도 빠뜨리지 말자. 우리 한국의 성이 수직으로 쌓여 있다면 왜성은 비스듬하게 쌓인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보존이 잘 돼 있다. 광활한 동해를 배경으로 명선교와 명선도가 한눈에 조망된다. 부산서 대변항을 거쳐 31번 해안 국도를 타면 간절곶~진하해수욕장~서생포왜성 순으로 만나지만 부산울산 고속도로 온산나들목으로 나오면 역순으로 만난다.

입구의 서생포왜성 안내도.


주차 후 급경사길을 올라야 한다.

서생포왜성에서 본 명선도와 명선교.


 
진해 명동에 가면 두 개의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진해 명동과 동섬을 잇는 신비의 바닷길. 이곳은 마을과 너무 가까워 예외적으로 물때만 맞추면 거의 매달 볼 수
   있다. 우측 뒤로 보이는 곳이 퇴역 군함이 전시된 옛 진해해양공원이다. 이곳 또한 음지도라는 섬이다.

옛 진해해양공원(음지도)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바닷길과 음지도.


해양공원에서 본 해녀.

최근 기와를 얹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잠시 들여다본 해양공원.


 통합 창원시에 포함된 옛 진해시 명동에서도 바닷길을 볼 수 있다. 퇴역한 군함이 전시된 옛 진해해양공원(창원해양공원)이 있는 곳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으리라. 명동은 크게 3개 마을로 구성돼 있다. 부산서 출발했다면 삼포, 신명, 명동마을 순으로 만난다. 

 삼포마을 입구에선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다. 1970년대 후반 고교생이던 이혜민이 여행 중 이곳 삼포마을의 풍경을 못 잊어 만든 노래가 바로 '삼포로 가는 길'. 강은철이 1983년 불러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2008년 노래비 제막식 땐 이혜민과 강은철도 참석했단다. 노래비 옆엔 작은 스위치가 있다. 누르면 '삼포로 가는 길'이 흘러나온다. 가사 속 삼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듣는 '삼포로 가는 길'. 뜻밖의 작은 기쁨이다.

   삼포마을이 보이는 지점에 '삼포로 가는 날'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삼포마을은 신흥 회타운으로 변모했지만 포구의 한적한 정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서 한 굽이를 살짝 넘으면 소쿠리섬 및 우도 가는 도선선착장과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동섬이 바로 보이는 신명마을. 동섬까진 100m 정도 바닷길이 열린다. 입구 도로변에 '신비의 바닷길 동섬'이란 기와지붕을 얹은 안내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바로 옆 다리는 해양공원을 품은 음지도 가는 길.

 명동마을 이성수(52) 통장은 "1980년대 초반까진 지금의 해안도로 또한 바다여서 바닷길이 열리면 갯벌에서 바지락 등을 많이 캤지만 도로를 위해 매립을 강행하면서 모래가 차츰 퇴적돼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소쿠리섬 가는 도선선착장 입구.

소쿠리섬에서 출발 전의 도선.


도선은 유인도 우도(사진)을 거쳐 소쿠리섬으로 간다.

도선에서 본 웅도(왼쪽)와 소쿠리섬.


도선에서 본 우도.

바닷길은 가운데 언덕을 넘으면 만난다.


  옛 진해 명동 소쿠리섬과 웅도(곰섬) 사이의 바닷길이 열리기 직전이다. 우측 저멀리 거가대교가 보인다.


 또 하나의 바닷길은 소쿠리섬과 180m 떨어진 웅도(곰섬) 사이에 열린다. 육지와 섬이 아닌 섬과 섬 사이의 바닷길이다. 선착장에서 8분쯤 배를 탄다. 무인도인 소쿠리섬에는 척박한 여느 무인도와 달리 아주 넓은 백사장이 눈에 띈다. 수년 전부터 고 이재복 옛 진해시장이 해수욕장 조성을 위해 뭍에서 실어온 모래를 뿌리고 전기와 수도를 넣었지만 해군의 반대로 유야무야된 상태란다.

 백사장을 가로질러 야트막한 고개를 살짝 넘으면 가덕도와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웅도까지 바닷길이 열려 있다. 부산서 왔다는 김철수(58) 씨는 아예 방수 고무 옷과 장화를 신고 해삼과 바지락 미역을 줍고 있었다.

방수 고무 옷과 장비를 신비 한 관광객.

소쿠리섬과 웅도 사이 바닷길에서 잡은 해삼과 미역.



 신명마을에서 해양공원을 지나면 명동마을. 이곳에선 방금 본 여러 섬 즉, 음지도와 우도 웅도 소쿠리섬 초리도와 그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거제도 대금산 등 주변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질하는 해녀들과 화창한 봄볕 아래 통통배를 탄 봄도다리 낚시꾼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바닷물이 갈리는 날은 동섬은 18~24일, 수심이 깊은 소쿠리섬은 20~23일. 문의 명동유람선 선착장 011-577-6445

거제 칠천도에도 바닷길이 열린다

 
거제 칠천도 옥계마을과 씨름도를 잇는 바닷길이 열렸다.

방파제 쪽에서 본 물 빠지기 전 모습.

물 빠지기 전 모습.


조개류 줍는 주민들과 관광객.


푸짐한 조개류.



거가대로가 개통되면서 훨씬 가까워진 거제의 가장 큰 부속섬인 하청면 칠천도에도 두 군데의 바닷길이 오는 21~23일 오후께 열린다. 2000년 연륙교가 개통된 칠천도는 해안 일주도로도 뚫려 있어 최근 자전거나 마라톤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연륙교 아래 칠천량 바다는 정유재란 때 우리 해전사에 씻을 수 없는 패배의 아픔을 간직한 전장(戰場). 원균이 이끌던 우리 수군은 이곳에서 거북선 등 160여 척의 전선을 잃어 조선 수군의 존립마저 흔들리게 됐다.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급히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계기가 바로 칠천량 해전이었다. 섬 진입 전 연륙교 입구에는 이를 알리는 거북선 모양의 기념비가 서 있다.

 연륙교를 건너 칠천출장소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3개 리 10개 마을 중 가장 큰 옥계마을. 그 앞에 바닷길이 열려 있다. 코앞의 조그만 섬은 씨름도(실능도)이며, 바닷길은 길이 100m, 폭은 50m 정도. 옥계마을 바닷길은 여느 바닷길과 달리 보석 같은 갯벌이다.

 지난 5~7일은 마을 어촌체험 행사날. 하청면 이영실 총무계장은 "이 갯벌에는 원래 대합이 많은 데다 마을사람들이 미리 바지락 종패를 뿌려 장화와 호미를 준비하면 적지 않은 조개류를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포마을과 수야방도 사이의 물 빠지기 전 모습.

바닷길이 열린 모습.


 옥계마을을 지나 섬 북단 송포마을과 수야방도 사이에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규모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어장을 공동 관리해 외지인들이 조개류를 채취할 수 없지만 섬 인근 홍합 및 굴 양식장의 정렬된 부이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진해 명동에서 칠천도까지는 차로 40분밖에 걸리지 않아 하루 두 곳 체험도 가능하다.
 
전국 유명 바닷길 어디서 열리나

 전남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모도 사이 2.8㎞의 바닷길이 19~21일 열린다. 매년 진도군은 이를 기념해 축제를 열었지만 34번째인 올해는 구제역 사태 때문에 공식 행사는 취소했다.

  무창포 바닷길.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길고 폭도 아주 넓다.



충남 보령 무창포 앞바다엔 바닷길로는 드물게 석대도까지 S자 형태의 1.5㎞ 바닷길이 열린다. 물때로 봐서 19~21일 오전에만 열린다.

  7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여수 사도 본섬과 추도를 잇는 780m쯤 되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추도에는
   84
m나 되는 세계 최장 공룡 보행 발자국이 있다.
   물 빠지기 전의 바닷길. 바닷길의 윤곽은 바닷길 돌에 걸려 있는 해초들 때문에 나타난다.

장군바위.

반대편에서 본 장군바위.


용미암. 이 용미암은 제주도의 용두암과 연결돼 있다 한다.

용미암 위에서 본 모습.


거북바위.

전남 여수 사도에도 본섬과 세계 최대 길이인 84m의 공룡 보행 발자국이 이어져 있는 추도 사이에 780m 길이의 바닷길이 열린다. 7개의 섬으로 이뤄진 사도에는 장군바위 용미암 거북바위 등 기암과 양면해수욕장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마침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051-463-9009)은 오는 19일 사도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한편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www.khoa.go.kr)에선 전남 진도, 여수 사도, 충남 보령 무창포 등 11곳에 대한 바닷길 갈림 시각을 예보하고 있다.

맛집 두 곳

왼쪽 아래가 낚시로 잡은 도다리다.


봄도다리 세꼬시. 앞부분과 가운데 부분이다. 나머지는 잡어.

명동횟집의 회비빔밥.


진해 명동마을에선 봄도다리를 빠뜨리지 말자. 마을 앞 바다는 해녀들과 배 낚시꾼들이 공존하는 청정해역. 눈앞에 보이는 낚시꾼들이 갓 잡은 손바닥만 한 도다리를 뼈째 썬(세꼬시) 회는 경남에선 이곳 진해 명동의 것을 최고로 알아준다. 명동횟집(055-545-9060)이 잘한다. 봄기운을 가득 느끼려면 도다리 쑥국도 맛보자. 2인 기준 3만 원. 안주인 정옥순 씨의 손맛이 일품이다.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 인근에는 앙장구밥을 맛보자. 명선교 바로 아래 153해물횟집(052-238-7457)이 유명하다. 앙장구는 말똥성게의 경상도 사투리. 노르스름하면서도 주황빛의 성게알에다 참기름과 김, 각종 양념을 넣은 것으로 바다 향기가 입안으로 가득하다. 1만 원. 이 집의 해산물은 모두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자연산이다.

앙장구밥.

말똥성게의 껍질을 깐 것.



- 신비의 바닷길 관련 글

(1)편 영등철(음력 2월)은 '신비의 바닷길' 대목 http://hung.kookje.co.kr/535







음력 2월에도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면 지금도 촌로들은 영등할매 치맛바람이 매섭다고들 합니다. 영등할매는 어업과 농사를 관장하는 일종의 바람신(神)이지요.

 영등할매는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내려와 스무날쯤 하늘로 올라간다고 해서 예부터 민가에선 이달을 영등달 혹은 영등철이라 불렀습니다. 영등할매가 지상에 머무는 이 기간에는 바람이 드세 가정에선 정화수를 떠놓고 빌거나 마을에선 공동으로 영등제를 올리며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이러한 풍속은 1970년대 산업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차츰 아련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지요.

 필부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영등철 혹은 영등달. 이 추억의 단어가 여전히 일상화돼 있는 분야가 아직 몇몇 있답니다.

  건물 7층 높이인 명선교에서 바라본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를 잇는 바닷길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
   해안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이 바닷길에는 음력 2월 영등철이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물빠지기 전 가까이선 본 명선도. 신비의 바닷길을 보는 일은 기다림의 작업이다.

 우선 바다 낚시꾼들입니다. 마니아층인 이들은 음력 2월 영등철만 되면 바빠집니다. 대물과의 한 판 승부를 위해서죠. 바다 수온이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는 시점이 바로 음력 2월 영등철입니다. 이때 잔챙이들은 수온이 안정적인 깊은 곳으로 내려가 움직이지 않는 반면 저수온을 이겨낼 수 있는 대물 감성돔들은 어슬렁거리며 갯바위 근처까지 배회합니다.

 일 년 중 자신의 대물 감성돔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영등철이어서 낚시꾼들이 추운 날씨도 마다하지 않고 특급 포인트를 찾아 나서는 것이지요.

 신비의 바닷길을 찾는 사람들도 영등달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혹자들은 바닷길이 갈리는 이 현상을 두고 구약 출애굽기의 한 장면인 모세의 기적을 떠올리겠지요. 이집트 파라오군에게 쫓기던 모세 일행이 홍해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모세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는, 현실에선 좀 믿기 어려운 그 장면 말입니다. 이는 성탄절 단골 영화인 '십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적 관점으로 볼 때 이 신비의 바닷길 현상은 주위보다 높은 해저 지형이 바닷물이 빠질 때 드러나는 것으로, 바닷물이 갈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 현상은 보름과 그믐을 주기로 갈리는 조차(潮差)에 의해 한 달에 두 번은 열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않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물이 많이 빠진다는 음력 7월 백중사리에는 이론적으로 가장 많은 바닷길이 열려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조차뿐 아니라 해저지형과 수심 등 변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기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고 알려진 곳의 경우 음력 2월 영등철엔 반드시 열립니다. 밀물·썰물 현상의 원인이 되는 지구에 대한 달의 인력이 이때 가장 크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니까 지금이 바다 갈라짐 현상의 대목인 셈이죠.

 현재 우리 땅에서 제법 알려진 '현대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은 전남 진도, 여수 사도, 충남 보령 무창포, 변산반도(하섬) 정도입니다. 갈라지는 바닷길도 길고 폭도 넓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습니다.

 부산 인근에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립니다. 아십니까. 울산 울주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거제 칠천도, 옛 진해해양공원 근처가 바로 그곳입니다. 반나절이면 주변 관광지와 향토 맛집을 가볍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참, 언제냐고요. 사리 때인 음력 2월 보름 전후, 즉 이달 18, 19, 20, 21, 22일 즈음입니다. 이때 아니면 일부 지역은 음력 7월 백중사리까지 당분간 바닷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바다를 걷는 이 기분, 누가 알겠습니까. 봄 햇살도 이제 따사롭답니다.


- 신비의 바닷길 관련 글

(2)편 '한국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 음력 2월 전국에서 열린다 http://hung.kookje.co.kr/536




 봉의저수지 뚝에서 본 평화스러운 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길 건너편 봉우리는 정승봉. 농어촌공사는 마을이 끝나는 지점(24번 국도)까지 봉의저수지 뚝을 앞으로 내기 위해 인곡마을을 수몰시켜 주민들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현재 밀어부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밀양의 한 산골마을에 튀고야 말았습니다. 

얼마 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하회마을의 낙동강변에 높이 3m의 보가 설치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필부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지만 낙동강에서 한참 떨어진 조그만 산골 마을에 불똥이 튀었다는 사실은 뜻밖이었습니다. 하회마을이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다녀갈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데다 시민환경단체들이 보 설치에 대해 반대 활동을 펴고 있어 희망의 불빛이 보입니다만 밀양의 사정은 영 그렇지 못한 듯 합니다.

 밀양 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얼음골 사과나무와 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우리네 산골마을입니다. 마을 뒤에는 봉의저수지가 있고,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가인계곡이 위치해 있습니다. 
 
가인계곡은 주변 풍광이 원시 그대로여서 이를 알고 있는 일부 산꾼들이 이심전심으로 '나만의 계곡'으로 삼기 위해 입조심을 한 탓에 일반인들에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입니다. 산꾼들은 이웃한 구만계곡으로 올라 구만산 정상을 찍고 가인계곡으로 하산하지요. 여름철 계곡산행지로 일품이지요.

각설하고, 주민들에 따르면 사연은 이랬습니다.

농어촌공사 경남본부가 4대강 살리기 계획의 일환으로 낙동강의 환경용수 확보를 위해 인곡마을 뒤 봉의저수지의 뚝을 높이는 사업을 시행키로 했답니다. 이럴 경우 60대 이상 노인들이 주류인 30여 가구는 어디론가 이주를 해야 되고, 마을과 저수지 상류 가인계곡은 잠기게 됩니다.

구만산에서 발원한 청청수 가인계곡물은 봉의저수지에 모여 바로 아래 동천과 단장천 밀양강으로 갈아탄 후 종착역인 낙동강에 이르게 됩니다.

주민들은 "보 설치로 인해 더러워질 물을 왜 하필이면 낙동강에서 아주 먼 우리 저수지물을 끌어다 쓸 생각을 했는지, 그것도 자손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을 쫓아내면서까지 해야 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한 주민은 "마을 주민들 보상과 엄청난 공사비에 비해 그다지 저수지 유량이 크게 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왜 이 같은 밀어부치기 공사를 강행하는지 그 저의를 짐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봉의저수지 뚝 높임 사업은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현재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저수지 주변 측량과 가수 구, 얼음골사과 나무 수 등 이주 보상과 관련한 기본 조사는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다른 핑개를 대고 이미 조사해 갔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가운데 5일 농어촌공사 경남본부를 비롯, 환경청 밀양시 산내면사무소 직원등이 대거 인곡마을을 찾아 봉의저수지 뚝 높임 사업과 관련, 준비한 차트를 넘기며 설명회를 가졌답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인곡마을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봉의저수지 뚝을 24번 국도 쪽으로 앞당겨 저수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1안이고, 봉의저수지와 가인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또 다른 작은 뚝을 만드는 것이 2안이고, 현재 봉의저수지 뚝과 불과 3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뚝을 만든다는 만화같은 내용이 3안이라고 합니다.

농어촌공사 측은 이어 오는 26일까지 마을주민들이 찬반 투표를 한 후 결과를 알려달라며 사실상 통보를 하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행정의 횡포에 다름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마을 한 주민은 "30여 가구의 주민들 대다수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노인들이라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힘들거니와 반대 데모를 하려고 해도 누구 하나 앞장 서서 나서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태우고 있다"고 울분을 태우며 말했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MB정부의 밀어부치기 정책은 정말 막무가내식입니다. 조그만 산골마을 하나 없애는 것을 파리 목숨과도 같이 취급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봉의저수지.

봉의저수지 뒷산은 구만산.


봉의저수지와 만나는 가인계곡.

주변 풍광이 수려한 가인계곡.



이하 모두 가인계곡입니다.


가인계곡에 만난 무당개구리.


 "남자들은 여자 운전자들을 일단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자들만 탄 우리 차를 보고 하나같이 인상을 짓거나 아니면 손가락질을 하고 지나가요. 우리가 딱히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남자들이 그러겠어. 당신을 비롯한 아줌마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 당신도 여자 운전들을 무시하는 부류에 속하는 거 아냐."
 50대 중반을 향해 달리는 한 선배 부부의 대화입니다.
단순히 대화의 액면 내용만 듣고 보면 남자들이 100% 잘못을 한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약간의 곡절이 있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모처럼 여자 동창생들이 모여 회가 맛있기로 유명한 삼천포로 가는 길이었나 봅니다. 50대 아줌마들이 다섯 명 탄 중형차가 고속도로 1차선을 달리고 있었답니다. 그것도 시속 100㎞ 약간 못 미치는 97~99㎞로 말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고속도로에선 시속 100㎞ 이상 달리면 안되잖아."
 그러니까 일정한 속도로 그야말로 교과서대로 달린 것입니다.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도 보지 않고 주위 교통 흐름은 애당초 의식하지 않고 애오라지 앞만 보면서 달렸답니다. 편도 2차선이건 3차선이건 4차선이건간에 꾸준히 1차선만으로.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는 추월선 개념이 없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화물차가 버젓이 1차선을 달립니다. 이 상태로 나란히 가면 이들 차량 뒤에는 정체현상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위의 상황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지요. 도심 2차선 도로나 마찬가지지요.
3차선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기자는 이런 경우를 자주 접했습니다. 정말 이 분들이 잘못이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분들 때문에 고속도로가 차량에 비해 정체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경험상 열에 넷 정도는 여성 운전자이고, 또 다른 넷은 노부부입니다. 나머지 둘은 이해는 가지 않지만 아저씨 운전자들입니다. 제가 6년 정도 매주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다녔으니 아마도 저보다 더 살아있는 데이터는 없을 것입니다.

 고속도로의 1차선은 추월선입니다. 즉 급한 용무로 빨리 내달려야 되는 차들의 경우 빠른 속도로 추월해도 된다는 차선입니다. 제가 만일 시속 140㎞ 정도로 달리고 있는데 속된말로 160~170㎞쯤 되는 '총알'이 달려오면 비켜줘야 고속도로가 정체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추월선의 개념을 모르거나, 운전자들이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추월선의 개념을 모르고 시속 100㎞로 여유있게 달리는 차들을 겨우 추월, 앞으로 나아가면 고속도로가 텅 비어 있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고속도로에 차량은 몇 대 없지만 이 몇 대의 차량 때문에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것입니다.

고속도로에서 황당한 경우가 또 있습니다.
4차선일 경우 대부분의 차들이 1, 2차선이으로 달리고 3, 4차선이 텅 빈 경우입니다. 
4차선일 경우에는 1차선은 당연히 추월선이고 그 다음부터는 속도 순으로 내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니까 3, 4차선에는 대개 화물차들이 달리지요. 한데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선 3, 4선으로 가면 더 빨리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미디같은 현상이지요.

4차선에서 차가 1, 2차선만 몰려 있습니다. 4차선에 한 대보이고 3차선엔 아예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면허계에선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부산시 남부면허계 김남훈 교수와 전화연결이 됐습니다. 그 또는 이 문제를 알고 있었습니다.
 

"면허시험에도 고속도로에서의 운전법이 출제되고 있고, 실제로 면허 정지나 취소된 분들을 위한 강의에서도 꾸준히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캠페인성으로 기사화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정말 문제는 심각합니다.
고속도로 정체로 인한 연료의 소비도 그렇고, 1차선으로 꾸준히 달리는 편한 백성을 추월하고자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발생하는 추돌사고 또한 그렇습니다. 

정말 언제까지 고속도로 운전 이렇게 해야 합니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고기 대신 버섯 넣은 청도만의 자랑 일명 '사찰자장'을 아시나요.
방송이나 신문 잡지에 수차례 보도됐기에 아! 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요.

 청도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 금천새마을금고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국집 이름은 '강남반점'(054-373-1569). 지난 1994년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교수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에 이 식당이 소개되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아직까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강남반점 문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강남반점 차림표. 탕수이는 버섯으로 만든 탕수이다.

주인 장기철 씨가 출장 중일 때 항상 문앞에 이렇게 팻말이 걸려 있다.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이상한 책을 한 권 들고 스님자장을 달라는 거예요. 그리곤 주말이면 꾸준히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게 아니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유홍준 교수가 책에 우리집을 소개했지 뭐예요. 그게 인연이 되어 유 교수는 지금도 청도에 오시면 저희 집을 꼭 찾지요. 얼마전에도 다녀가셨어요."

 기자는 그래서 먼지 묻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를 뒤져봤습니다. 270~271 페이지에 걸쳐 간략하게 소개돼 있더군요.
 원문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동곡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가정식 백반을 경상도치고는 제법 정성스럽게 차리는 '육동댁 금동식당'에 가거나 '강남반점'의 짜장면을 먹는다. 강남반점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면을 시켜야 더 맛있다'.

 이 짧은 두 문장이 시골 한 구석의 평범한 중국집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주인 장기철(51) 씨의 설명은 계속됩니다.
 

 그는 지금도 전국 각 언론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오지만 거절하기 바쁘답니다.
 사실 국제신문 산행팀이 무작정 장 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아마 거절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기자는 한 다리 건너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 소개한 분이 장 씨와는 너무나 가까운 분이어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만나서 얘기를 하면서 알게 됐죠.

돼지고기 대신 버섯을 넣어 요리한 자장.

연한 연두빛의 먹음직스러운 면.

강남반점에서의 사찰자장은 이렇게 나온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비벼서 막 먹기 전의 사찰자장.

 

기자는 스님자장의 탄생 배경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오래전 운문사에는 매월 초하루에 수업이 없어 대부분의 학승들이 이곳에 와서 외식 겸 회식을 자주해 스님들을 위해 자장면을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됐지요. 지금이야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운문사행 버스가 있지만 예전에는 동곡으로 와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릴 동안 우리집에 와서 식사를 자주 했어요."

 맛의 비결은 간단합니다. 고기 대신 5가지 종류의 버섯과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파 양파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담백합니다.
 주인 장기철 씨는 "항간에 '스님자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는 스님들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찰자장'으로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문앞에는 '원조 사찰자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주방에서 자장을 볶는 주인 장기철 씨.

흔히 주방은 공개를 하지 않지만 강남반점은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취재 다음날 아침 출장갈 준비를 하고 있는 장기철 씨. 배추 양배추 호박 당근 등 짬뽕요리 재료들이란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 카메라를 요리조리 피하던 부인이 딱 걸렸다.

 

재미있는 점은 장 씨 부부가 전국의 사찰로 출장을 자주 간다는 것. 특히 요즘과 같은 동안거 때는 출장이 잦다고 합니다. 많을 땐 한 달에 17번도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달력에는 출장갈 스케줄이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기자가 그 달력을 유심히 보자 그는 요즘은 뜸하다며 겸손해 했습니다.

 장 씨는 이 때문에 찾기 전에는 반드시 가게문을 열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 씨의 머릿속에는 전국 사찰의 위치와 특징 그리고 주석하고 있는 스님들을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수년 전 문화부에서 종교를 담당한 적이 있는 기자가 봐도 불교계에 종사하는 웬만한 사람보다 다양하고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구니 강원이 있는 사찰은 어쩌구 저쩌구, 전라도 어느 사찰에는 어떤 스님이 계신데 그 스님은 어쩌구 저쩌구, 강원도 어느 사찰에는 최근 진입로를 만들어 차량이 들어가고, 부산 천마산 기슭의 어느 스님의 별명은 이렇쿵 저렇쿵…. 순풍에 돛단듯이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옵니다. 마치 이야기 할아버지처럼.

 설악산 백담사와 해남 대흥사도 다녀왔다는 장 씨는 "앞으로도 불자들이 원한다면 전국 어디건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의 경우 범어사 대성암이나 송광사 말사인 광안동 화엄사, 최근에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영도구노인복지관 등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눈 그날 저녁, 장 씨는 내일도 모 사찰에 출장을 간다면 채소를 써는 등 출장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한번 더 들려달라며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출장 스케줄이 적힌 강남반점의 달력.

출장에 필요한 단무지 등이 문앞에 마련돼 있다.



수년전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탄 꼬불꼬불한 길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 전도연은 쏟아지는 비로 인해 미끄러질 것 같은 이 S라인 길을 부드럽게 내달리면서 한국타이어의 우수함을 알립니다.

 최치원의 애민사상이 배여 있는, 그 유명한 상림이 위치한 함양읍에서 남원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만나는 이 길은 바로 '지안재길'입니다.
 이 CF는 한국타이어에게는 상당한 매출을 안겨주었고, 전도연에게도 톱스타로 발돋음하게 되는 계기가 됐었죠.

지안재길.

 하지만 이 CF의 최고 수혜자는 아마도 함양군일 듯 합니다. 아름답고 한편으로 신기한 이 길을 달리고 싶은 전국의 장삼이사들이 함양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람을 왔으니까.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시키는 이 지안재길 입구에는 '지리산 칠선 백무 오도령'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지안재길을 지나면 그 정점에는 성곽 길이 38.7m, 높이 8m, 폭 7.7m, 문루 81㎡의 웅장한 '지리산 제1문'이 나그네를 맞이합니다. 흔히 이곳을 오도재 또는 오도령이라 하지요.

 최근에는 필부들이 지안재와 오도재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오도재라고 하지만 함양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지안재와 오도재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지리산 제1문 인근의 산신각은 신재효의 가루지기전에 따르면 변강쇠와 옹녀가 세상을 떠돌다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꾼들도 이곳을 많이 찾지요. 오도재에서 출발, 삼봉산~금대산~금대암을 거쳐 마천면으로 하산하는 길이 반듯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안재길은 한국타이어 CF가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에 데뷔를 했습니다.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에 '길Ⅱ'라는 제목으로 박순복 씨가 가작으로 입선을 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그러니까 이 지안재길은 한국타이어 CF에 나오기 전에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을 통해 먼저 전국에 알려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에서 박순복 씨가 가작으로 입선한 '길Ⅱ'.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 입상 입선 작품집의 표지.



 
 오도재에 왔다면 마천면을 안 가볼 수 없겠죠. 볼거리가 제법 많답니다.

 첫 귀착지는 아마도 지리산 전망대가 될 듯 싶습니다. '지득정(智得亭)'이라는 정자에 올라서면 총 길이 25.5㎞의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마천면 소재지를 지나 남원 방향 1023번 지방도를 가다 보면 지리산 전망대가 한 곳 더 있습니다. 천년고찰 금대암이죠. 지리산 조망공원과 마찬가지로 주능선에 일일이 봉우리 이름을 표기한 조망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칠선계곡 입구의 서암정사도 빠뜨리면 후회할 곳이지요. 한국 현대불교미술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석굴법당 때문입니다. 석굴법당인 극락전에는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에 아미타여래불과 지장보살이 조각돼 있습니다. 11년간 불국토를 꿈구며 일군 주지 원응스님과 한 장인의 불력이 이룬 결과물입니다.

 자! 이쯤 되면 이번 주말 함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행의 또하나의 즐거움은 온천욕.
여행지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온천이 있다면 반드시 들러 피로를 풀고 가는 것도 여행을 잘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거창 가조면에 위치한 백두산온천이나 낙안읍성민속마을로 유명한 순천 낙안읍의 낙안온천은 물이 아주 미끄러워 비누가 필요없을 정도다. 문경온천도 독특한 점에선 빼놓을 수 없는 온천이다.
 문경온천은 문재새재와 함께 문경관광의 양대 축이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위치 또한 문경새재에서 불과 3㎞ 거리에 위치한데다 온천을 중심으로 신흥 숙박촌이 형성돼 있어 문경을 찾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반드시 온천을 찾는다.

붉은 빛이 가미된 황토빛의 칼슘 중탄산천.

맑고 투명한 알칼리온천수.


 무엇보다 문경온천의 자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가지 온천수를 한 욕탕에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붉은 빛이 가미된 황토빛의 칼슘 중탄산천(사진 위)과 맑고 투명한 알칼리온천수(아래)가 바로 그것으로, 처음 접한 사람들은 아주 신기해 한다.

 칼슘 중탄산천은 중생대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분출되는 온천수로 분출 이후 공기(산소)와 접촉하면 즉시 산화돼 붉고 탁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광물질에 의한 약리성분이 풍부해 보양온천으로 손꼽힌다.
 문천온천 김병회 대표이사는 "일본이 자랑하는 벳부온천과 비교해도 중탄산이온 유리탄산 불소 철 나트륨 리튬 스트론튬 등의 성분이 우수하다"며 "전국에서 온천만을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온천에는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찾으며 새해 연휴에는 3배 정도 많은 6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문경온천 전경. 온천탕 내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 문경온천 소개 브로셔를 스캔받아 사용했다. 

음식 갈대 한약 한우 … 입맛대로 골라 가을축제 현장으로

 
 유난히 파랗고 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일년 중 가장 나들이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는 잇단 축제를 마련, 전국의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축제의 주제 또한 먹을거리 갈대 역사 유적 탈춤 한약재 등산 등 선택의 여지가 아주 많아 자녀 교육 등 가정 형편에 따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 가을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가을 축제를 선정, 추천한다.
  
#축제로 남도땅이 떠들썩

     
예부터 남도 음식은 누가 뭐래도 전국 최고로 손꼽힌다. 오죽했으면 미식가들은 천하절색을 마다하고 남도의 여성을 배우자로 삼으려 했을까. 이런 남도의 맛깔스런 전통음식과 멋 그리고 풍류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축제가 열린다. 오는 9~13일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개최되는 제15회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가 바로 그것.

올해부터 전남도 대신 순천시가 도맡아 전시 위주에서 관광객들이 출품작을 맛볼 수 있게 콘셉트를 바꿨다. 전남도 22개 시군이 모두 부스를 만들어 출품작을 판매할 계획이라는 것.

또 남도 발효음식 역사관, 발효식품 생태환경관, 남도 차와 그릇 전시관, 남도 전통민속주 특별관 등 기획전시를 비롯해 남도 음식대전, 다문화가정 음식열전, 푸드스타일링 열전 등 경연대회도 마련된다.

 체험마당으론 낙안읍성 체험, 수문장 교대식, 다문화가정 합동 전통혼례도 마련된다. 행사장 인근에는 전국에서 물좋기로 소문난 낙안온천도 있어 피로는 반드시 여기서 풀고 가자.

     순천만 갈대(위)와 용머리 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전경. 

'2008 순천만 갈대축제'는 28일~11월 4일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에워싸인 순천만은 총연장 40㎞, 개펄 2640만 ㎢, 갈대밭 99만 ㎢로 단일 갈대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 희귀종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사실 갈대축제가 아니더라도 이맘때면 전국의 관광객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즐겨 찾는 명소 중 명소. 순천만 둘러보기는 거의 동선이 정해져 있다. 먼저 대대포구 입구에 위치한 '순천만 자연생태관'에서 순천만을 대략적으로 예습한 후 대대포구로 장소를 옮겨 소설 '무진기행'의 주무대를 둘러보자. 포구 입구엔 '무진길'이라 적힌 안내판도 보인다.
 철새 탐조선과 순천만의 그 유명한 낙조도 빠뜨리지 말자. 탐방로를 지나 산으로 20분쯤 오르면 용머리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는 순천만의 낙조는 일대 장관이다. 축제 기간에는 갯벌체험 철새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과 각종 음악회 및 인형극도 열린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곡성군은 '2008 심청축제'를 2~5일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개최한다. '효' 축제인 심청축제에선 한복을 갈아입고 큰절을 올리는 효행체험 등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전통의식을 아련하게 떠오르게 해준다. 축제장소인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전라선 폐선을 활용, 증기기관차를 타고 17.9㎞의 섬진강변을 달리는 옛 기차역이 있어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인근에는 섬진강 자연생태공원, 구산선문 중 하나인 태안사, 천년고찰 도림사가 위치해 있어 이래저래 볼거리가 넘쳐난다.

산꾼들을 위해선 장흥 천관산 정상 연대봉과 억새능선상의 환희대 사이에서 5일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

전북 김제에선 5일까지 추수를 앞두고 농경문화를 소재로 한 '지평선 축제'가 김제 벽골제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선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들판을 바라보며 한 폭의 동양화 속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황금벌판 우마차 여행, 벼 추수 체험, 메뚜기 잡기,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허수아비 만들기, 연날리기, 짚 공예 등 농경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지평선 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로 선정될 만큼 내실있고 알차다.

 
전북 고창에는 오는 18~21일 고창 모양성제가 열린다.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이 축성한 자연석성곽인 모양성(고창읍성)은 선운사,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고인돌군과 함께 고창을 대표하는 볼거리. 머리에 돌을 이고 모양성곽 위를 걸으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와 축제기간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영남지역 축제도 많고 많다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은 5일까지 하회마을 등 안동시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1997년 처음 열린 이래 2001~2006년 6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고,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뽑힐 만큼 콘텐츠가 탁월한 데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특히 이 행사는 외국인 선호도에서 전국 축제 중 1위여서 축제기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신명나는 탈춤, 살맛나는 세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 19개 탈춤 공연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 7개국 10개팀의 공연 등 모두 250여 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진다. 또 세계 각국의 탈 500여 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세계 탈 특별전시회도 개최된다. 일반인들을 위한 탈춤 따라 배우기 자리도 마련된다. 축제장 곳곳에는 헛제삿밥과 간고등어 등 안동 지역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탈춤 이외에도 안동을 찾으면 하동마을과 만송정 솔숲, 낙동강 건너편에 위치한 부용대의 절경도 빠뜨리지 말자.

 경북 영천 한약축제는 2~5일 영천시 금호강 둔치에서 열린다. 영천은 연간 7000t의 한약재가 거래되는 전국 최대의 한약재 유통시장이 있는 한방도시. 예부터 '아무리 구하기 힘든 한약재도 영천에 오면 구할 수 있다'는 속설이 퍼질 정도로 거래되는 품목과 약종이 다양해 480여 가지에 이른다.

사상체질 진단과 수지침, 봉침, 약초천연염색, 약초 썰기, 한약 달이기, 중국 전문인 발 치료 등 다양한 체험과 한의사 무료진료 행사, 한약재 할인행사도 펼쳐진다.

전국 유일의 등 축제인 남강유등축제는 12일까지 진주 남강 및 진주성에서 열린다. 남강유등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남강에 유등을 띄웠던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해 10월 김시민 장군이 2만 명의 왜군을 맞아 싸울 때 성 밖의 지원군과 군사신호로 풍등(風登)을 올리며 횃불과 함께 남강에 등불을 띄운 데서 비롯됐다.

2006~2008년 3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으며 지난 2월 일본의 한 여행전문지의 조사에서 '10월에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로 뽑히기도 했다. 축제 땐 3만 개나 되는 국내외 유등과 2만3000개의 소망등이 서로 자태를 뽐내며 남강에 펼쳐져 마치 환상의 '빛의 나라'를 연출한다. 남강에 부교와 유람선도 띄운다.

 10~14일 함양 물레방아축제 기간에는 지리산 흑돼지 한마당 잔치가 펼쳐진다. 1000마리의 흑돼지를 잡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도 하는 이번 흑돼지 잔치에선 500여 명이 한꺼번에 구워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광장을 마련한다. 흑돼지 홍보관에선 흑돼지 구별법 및 부위별 구분법도 설명한다.

산꾼들을 위한 축제도 있다. 대한산악연맹 울산시연맹은 5일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입구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영남알프스 억새축제'를 개최한다.

#멀리갈 필요있나 부산에도 축제 열린다

부산의 청정지역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장' 기장군 철마면 장전천 들녘에선 2~5일 '철마한우 불고기축제'가 열린다. '자연으로 떠나는 맛있는 가족여행'이라는 주제로 이번 행사는 다양한 볼거리와 한우의 맛이 함께 어우러지는 체험형 가족축제.

올해로 네 번째인 이번 축제는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우공제를 시작으로 3대윷놀이, 남사당패의 외줄타기, 12발채상놀이 등과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최장 길이 인절미 만들기에 도전'하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또 장윤정 조항조 박현빈 등 인기가수 공연과 아마추어 철마한우장사씨름대회도 열린다. 농촌 경험이 적은 어린이들을 위해선 벼베기, 타작체험, 메뚜기잡기, 다듬이질, 맷돌질, 절기찧기, 인절미만들기, 볏짚엮기 등도 마련된다. 축제기간에는 철마한우고기를 20% 특별할인하고, 기장청정농수산물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축제로 유명한 자갈치 축제는 8~12일 열린다. 이번 축제는 직접 자갈치 아지매가 돼 수산물도 날라보고 생선을 잡아보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나도 자갈치 아지매' 행사와 붕장어 먹장어 민물장어 등 '장어종류 선별하기 대회' 등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대폭 확대됐다. 축제 기간에는 남항과 송도를 오가는 유람선이 무료로 운행된다.

5~7일에는 동구 초량동 상하이 거리에서 '차이나타운 축제'가 열린다. 중국 전통 용춤과 사자춤이 시연되며 수타면 시범 등 중국 전통문화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년 연속 100만 명 이상이 찾았을 정도로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부산 불꽃축제'는 오는 17~18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일원에서 개최된다.



 

 일년 열두달 보름달을 볼 수 있지만 새삼스레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 기대되는 것은 보름달을 보며 정성스럽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속설이 전해내려오기 때문이다.
 유난히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올해, 차례 후 집에서 TV만 보지 말고 모처럼 달구경을 나서보자.
 부산의 자랑인 해운대 송정 광안리 바닷가로 나서도 좋고, 모처럼 온 가족이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달맞이 산행을 떠나보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가위 달맞이 행사를 개최하는 가까운 경주로 드라이브 겸해서 떠나 편안하고 여유있게 달맞이 행사에 참여해보자.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해변에서 달맞이 감상을
 해맞이 장소가 동시에 달맞이 명소.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해변을 따라 천혜의 달구경 명소가 해안선을 따라 그림같이 이어진다. 그 만큼 축복받은 땅이다.
 광안대교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안리 해수욕장은 부산의 명물을 넘어 이젠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달맞이 명소. 화려한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광안대교 위로 보기만 해도 넉넉한 보름달이 떠오르면 그야마로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다.
 해운대 달맞이공원은 달맞이의 고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청사포로 넘어가는 와우산 중턱 달맞이고개에 위치한다. 짙은 숲으로 드리워진 이 달맞이고개에서 바라보는 월출(月出)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았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 새로 세워진 '달이 뜨는 정자'인 해월정(海月亭)이 소나무숲 사이로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해월정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달빛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해월정은 옛날 사냥꾼 총각과 나물캐는 처녀가 애절한 사랑끝에 보름달에게 빌어 부부가 되었다는 애튼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 특히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아 소원을 빈다.
 해운대 동백섬도 빼놓을 없는 명소. 늦은 점심을 한 후 해운대 바닷가를 둘러보고 보름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순환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순환도로 중간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달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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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해수욕장 옆 죽도에 위치한 송일정을 찾으면 멋진 송정 밤바다의 경관을 감상할수 있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왼쪽에 위치한 작은 섬인 죽도 가장자리에 서있는 송일정도 새로운 달맞이 명소. 송일정은 해운대 달맞이 고갯길에서 넘어오는 길과 동백섬~송정 해변과의 종착점인 동시에 일출과 월출을 감상할 수 있는 빼어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달맞이길은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도중 15번이나 길이 굽어진다고 해서 15곡도(曲道)라는 별칭을 부여받을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길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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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정의 경우 정상부 처마엔 빛의 세기가 강한 메탈램프투광기를 바닥에 설치한 대리석 속에 넣어 빛을 발광시켜 상부 처마의 고유한 색상을 그대로 표현한다. 또 땅속에 등을 설치해 낮은 조도로 은은하게 기둥과 중간 처마을 비춰 정자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동시에 기둥을 강조해 안정감을 준다.
 해서 송일정에서의 달맞이도 아름답지만 휘황찬 조명의 송일정 그 자체도 멀리서 바라보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송정서 기장가는 길에 위치한 용궁사의 백팔계단도 알려지지 않은 달맞이 명소. 추야명월(秋夜明月)이라 하여 용궁사팔경 중 하나. 용문석굴과 반월교 사이의 108개 계단인 백팔계단을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일품이다. 시내에서 불과 4㎞ 정도 거리인 송도 암남공원 또한 달맞이에 적합한 명소. 암남공원으로 가는 도로에선 송도 해안과 부산남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달빛 속에서 오붓한 가족산행을
 보름달을 랜튼 삼아 가족산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 부산에는 금정산을 비롯 금련산 달음산 일광산 등을 추천할 만하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금정산과 금련산은 달빛만으로 충분히 산행 가능하다. 금정산의 경우 망루에서 바라보면 더욱 운치있고, 금련산은 광안대교에 걸린 보름달이 환상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금련산은 봉수대 부근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나들이 고스로도 알맞다.
 동해바다를 끼고 솟은 기장 달음산도 가볼만한 명소. 산행은 옥정사를 기점으로 시작되며 하산은 기도원 또는 광산 방향으로 내려올 수 있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기장읍에서 울산가는 국도를 이용, 좌천으로 빠져 굴다리를 지나면 나온다.
 기장 일광산도 달구경하기 안성맞춤. 기장군청 인근 한신아파트를 지나 로망스호텔쪽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바람재를 지나 70분 정도면 정상. 전망도 일품이라 일광해수욕장을 비롯 달음산 금정산 장산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강서구 송정동 봉화산 정상 봉수대도 달구경하기에 좋은 산. 성고개에서 출발하며 정상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서구 남부민동의 천마산도 올라보자. 정상가는 길엔 조각공원, 조망이 탁월한 천마바위, 트랙이 있는 체육시설이 이어지며 정상에는 날이 좋을 때 대마도까지 보이는 석성봉수대가 있다. 송도 윗길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하차, 35번 종점을 지나면 들머리가 나온다. 이밖에 가덕도 연대봉도 달맞이 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또 회동저수지에 비치는 달 그림자가 아름다운 오륜대, 남구 용호동 동쪽의 장자산 자락과 접한 해안가인 이기대 등도 달구경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영남지역 달맞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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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천도 고도 경주 불국사에서의 달맞이도 가볼 만하다. 보름달이 뜰 즈음 대웅전 앞 석가탑과 다보탑을 백등과 함께 탑돌이를 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토함산은 일출 못지 않게 월출도 아름다운 곳. 문화엑스포공원 근처 등 들머리가 여러 곳 있지만 가족산행이라면 석굴암 매표소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르면 불과 40~5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등대가 있는 공원인 울산 간절곶도 달맞이 명당. 지난 1920년 건립, 운영돼 오던 중 동북아대륙에서 새천년의 해가 가장 먼저 뜬 등대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5월 바다의 날에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개방됐다. 탁 트인 동해바다 위로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면 소원을 간절히 비는 아낙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북모양의 새천년비, 신라충신 박제상의 망부석 설화를 형상화한 모자상, 그리고 크고 작은 목장승도 볼거리다.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지금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오는 31일까지 '2008 동물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행사는 크게 동물공연,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학습, 희귀동물 대탐험전으로 나눠 진행된다.
 뭐니뭐니해도 동물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는 동물공연. 어린이와 수많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즐기는 신비로운 동화나라를 연출한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주인공인 오랑우탄를 비롯 원숭이 진돗개 삽살개 푸들 차이니즈독 등 강아지, 닭 병아리 앵무새 비둘기와 조련사들. 오랑우탄을 비롯한 동물 몸값만 수억 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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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유럽 동화 '피터팬과 후크선장'과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를 패러디한 믹싱 코믹 동물극. 공연 시간은 45분으로 아이들에게 다소 긴 듯 하지만 웃다 보면 금새 시간이 지나간다.
 헤드 마이크를 장착한 조련사들의 설명에 배경음악이 곁들여져 귀만 쫑긋 세워 동물들의 동선만 따라가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압권은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오랑우탄의 능청스런 연기. 열심히 바닥을 닦는 콩쥐역의 조련사 언니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 시종일관 콩쥐 언니를 괴롭힌다. 때론 '웃찾사'의 만사마를 패러디한 연기를 선보인다. 조연 및 단역격인 강아지 비둘기 앵무새 등의 깜짝 연기도 볼 만하다. 또 공연 도중 객석의 어린이를 무대로 불러 함께 춤을 추고 뽀뽀도 하고 사진 촬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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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밀어주는 김미정 조련사와 오랑우탄(왼쪽)과 훈련 중인 오랑우탄.


 그렇다면 평소 동물들은 무얼 먹고 어떻게 교육을 받을까.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한민국동물학교의 교장이자 최고참 조련사 김미정 씨로부터 동물공연 주역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씨는 20여 년 경력의 국내 최초의 베테랑 여성 조련사이다. 그는 공연 중 끊임없이 일어나는 돌발상황을 특유의 위트와 빼어난 입심으로 웃음판으로 승화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우선 능청스런 연기로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랑우탄. 말레이어로 '오랑'은 인간, '우탄'은 숲이다. '숲 인간' 다시 말해 숲에 사는 인간이란 뜻이다. 그 만큼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곳은 숲이 울창해야 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고향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아마도 목재가구를 떠올릴 것이다. '보르네오 가구' 때문일 게다.

 참고로 보르네오섬의 경우 북쪽은 말레이시아 땅이고 남쪽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칼리만탄'이라고 부른다. 참고 하나 더. 보르네오섬의 영어 스펠링은 'Borneo'. 영어권에서는 모두 '보니오'라고 발음한다. 보르네오는 일본인의 발음을 그대로 우리나라가 따라한 것. 때문에 영어권 화자에게 '보르네오'라고 하면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나무에서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오랑우탄의 몸값은 마리 당 1억5000만원. 엄청 귀하신 몸이다.
 이번 동물아카데미에 출연한 오랑우탄은 5, 6(2마리), 7세로 암컷 수컷 각각 2마리다. 수명은 30~40년 정도. 사람 나이로 환산할 경우 두 배로 보면 된다. 특별한 교육은 없다. 머리가 좋아 그저 사람이 하는 행동을 수시로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6개월 정도만 함께 생활하면 데뷔할 수 있다.

 음식은 사람과 똑같이 먹는다. 숟가락과 포크 사용법만 가르치면 만사 OK. 젓가락은 손가락이 길어 불가능하다. 고추장을 둠뿍 친 비빕밥과 된장국도 먹고 라면 자장면 과일 단무지 등 못 먹는 것이 없다. 단 육식을 하는 침팬지 고릴라와는 달리 육식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유지를 위해 상추쌈에 싼 삼겹살은 먹인다. 처음엔 마지못해 먹었지만 지금은 잘 먹는 편이다.

 매일 아침 양치와 세수도 하며 피부가 갈라지지 않게 온 몸에 로션을 바른다. 사람이 없을 땐 같이 공연하는 강아지들을 안아주고 돌본다. 개가 말을 잘 안들을 땐 귀를 당겨 혼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고릴라를 빼고 왜 오랑우탄일까.
 김 씨는 오랑우탄보다 머리가 훨씬 좋은 침팬지는 계속 반복해야 하는 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짜증을 내며 일부러 공연을 망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릴라는 머리는 오랑우탄과 비슷하지만 몸집이 너무 커 조련사가 다루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오랑우탄과 달리 원숭이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처럼 개와는 천적이다.
 오랑우탄은 성격도 좋아 조련사 모두에게 호의적이지만 원숭이는 낯가림이 심해 지정된 엄마(담당 조련사)가 아니면 손도 못되게 한다.

 문제는 야생의 습성을 못버려 찔끔찔끔 싸는 응가. 해서 공연 중엔 귀저기를 채운다. 이와 관련, 에피소드를 부탁했다. 공연 중 엉거주춤해서 보니 응가를 한 것이었다. 무대 뒤로 못나가게 온갖 험한 인상을 쓰며 겨우 공연을 마쳤다. 자신이 싼 오줌에 발라당 자빠지기도 하고, 너무 오버하다 무대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단다.

 나머지 동물들은 어떻게 훈련시킬까.
강아지는 돼지나 염소처럼 먹이를 이용해 훈련한다. 식탐이 강해 보름 정도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시력이 나쁜 닭은 소리를 이용하며, 귀속성이 강한 비둘기는 조명을 이용한다. 앵무새는 비둘기보다 지능이 높아 환경이 바뀌면 잘 날지 않는다. 해서 반드시 현지 적응훈련을 몇 번이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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