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오는 31일까지 '2008 동물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행사는 크게 동물공연,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학습, 희귀동물 대탐험전으로 나눠 진행된다.
 뭐니뭐니해도 동물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는 동물공연. 어린이와 수많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즐기는 신비로운 동화나라를 연출한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주인공인 오랑우탄를 비롯 원숭이 진돗개 삽살개 푸들 차이니즈독 등 강아지, 닭 병아리 앵무새 비둘기와 조련사들. 오랑우탄을 비롯한 동물 몸값만 수억 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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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유럽 동화 '피터팬과 후크선장'과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를 패러디한 믹싱 코믹 동물극. 공연 시간은 45분으로 아이들에게 다소 긴 듯 하지만 웃다 보면 금새 시간이 지나간다.
 헤드 마이크를 장착한 조련사들의 설명에 배경음악이 곁들여져 귀만 쫑긋 세워 동물들의 동선만 따라가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압권은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오랑우탄의 능청스런 연기. 열심히 바닥을 닦는 콩쥐역의 조련사 언니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 시종일관 콩쥐 언니를 괴롭힌다. 때론 '웃찾사'의 만사마를 패러디한 연기를 선보인다. 조연 및 단역격인 강아지 비둘기 앵무새 등의 깜짝 연기도 볼 만하다. 또 공연 도중 객석의 어린이를 무대로 불러 함께 춤을 추고 뽀뽀도 하고 사진 촬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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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밀어주는 김미정 조련사와 오랑우탄(왼쪽)과 훈련 중인 오랑우탄.


 그렇다면 평소 동물들은 무얼 먹고 어떻게 교육을 받을까.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한민국동물학교의 교장이자 최고참 조련사 김미정 씨로부터 동물공연 주역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씨는 20여 년 경력의 국내 최초의 베테랑 여성 조련사이다. 그는 공연 중 끊임없이 일어나는 돌발상황을 특유의 위트와 빼어난 입심으로 웃음판으로 승화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우선 능청스런 연기로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랑우탄. 말레이어로 '오랑'은 인간, '우탄'은 숲이다. '숲 인간' 다시 말해 숲에 사는 인간이란 뜻이다. 그 만큼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곳은 숲이 울창해야 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고향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아마도 목재가구를 떠올릴 것이다. '보르네오 가구' 때문일 게다.

 참고로 보르네오섬의 경우 북쪽은 말레이시아 땅이고 남쪽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칼리만탄'이라고 부른다. 참고 하나 더. 보르네오섬의 영어 스펠링은 'Borneo'. 영어권에서는 모두 '보니오'라고 발음한다. 보르네오는 일본인의 발음을 그대로 우리나라가 따라한 것. 때문에 영어권 화자에게 '보르네오'라고 하면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나무에서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오랑우탄의 몸값은 마리 당 1억5000만원. 엄청 귀하신 몸이다.
 이번 동물아카데미에 출연한 오랑우탄은 5, 6(2마리), 7세로 암컷 수컷 각각 2마리다. 수명은 30~40년 정도. 사람 나이로 환산할 경우 두 배로 보면 된다. 특별한 교육은 없다. 머리가 좋아 그저 사람이 하는 행동을 수시로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6개월 정도만 함께 생활하면 데뷔할 수 있다.

 음식은 사람과 똑같이 먹는다. 숟가락과 포크 사용법만 가르치면 만사 OK. 젓가락은 손가락이 길어 불가능하다. 고추장을 둠뿍 친 비빕밥과 된장국도 먹고 라면 자장면 과일 단무지 등 못 먹는 것이 없다. 단 육식을 하는 침팬지 고릴라와는 달리 육식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유지를 위해 상추쌈에 싼 삼겹살은 먹인다. 처음엔 마지못해 먹었지만 지금은 잘 먹는 편이다.

 매일 아침 양치와 세수도 하며 피부가 갈라지지 않게 온 몸에 로션을 바른다. 사람이 없을 땐 같이 공연하는 강아지들을 안아주고 돌본다. 개가 말을 잘 안들을 땐 귀를 당겨 혼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고릴라를 빼고 왜 오랑우탄일까.
 김 씨는 오랑우탄보다 머리가 훨씬 좋은 침팬지는 계속 반복해야 하는 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짜증을 내며 일부러 공연을 망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릴라는 머리는 오랑우탄과 비슷하지만 몸집이 너무 커 조련사가 다루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오랑우탄과 달리 원숭이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처럼 개와는 천적이다.
 오랑우탄은 성격도 좋아 조련사 모두에게 호의적이지만 원숭이는 낯가림이 심해 지정된 엄마(담당 조련사)가 아니면 손도 못되게 한다.

 문제는 야생의 습성을 못버려 찔끔찔끔 싸는 응가. 해서 공연 중엔 귀저기를 채운다. 이와 관련, 에피소드를 부탁했다. 공연 중 엉거주춤해서 보니 응가를 한 것이었다. 무대 뒤로 못나가게 온갖 험한 인상을 쓰며 겨우 공연을 마쳤다. 자신이 싼 오줌에 발라당 자빠지기도 하고, 너무 오버하다 무대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단다.

 나머지 동물들은 어떻게 훈련시킬까.
강아지는 돼지나 염소처럼 먹이를 이용해 훈련한다. 식탐이 강해 보름 정도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시력이 나쁜 닭은 소리를 이용하며, 귀속성이 강한 비둘기는 조명을 이용한다. 앵무새는 비둘기보다 지능이 높아 환경이 바뀌면 잘 날지 않는다. 해서 반드시 현지 적응훈련을 몇 번이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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