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맞선 20여년 자물쇠 채워 지켜낸 파라다이스
개발 막은 천혜의 때묻지 않은 절경 다시 주목
세계 3대 해변 '화이트 비치' 낮과 밤, 천상의 황홀함

세계적 권위의 여행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이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세계 3대 해변으로 선정한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 이곳은 특히 금발의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다.    


 휴가와 허니문. 둘의 공통점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 터. 어디를 간들 최고의 편안한 휴식인지라 가만히 생각만해도 기분이 아주 좋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최고의 휴식만을 보장하지는 않는 법. 진정 편안한 휴식을 얻고 싶다면 가급적 인파가 덜 붐비고 문명이라는 오염이 덜 탄 외딴섬의 리조트가 제격이 아닐까. 

#부활하는 천국 보라카이

 무려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열도 한가운데 위치한 파나이섬 북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그만 부속섬, 보라카이. 지도상으론 가운데가 쏙 들어간 장구모양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어여쁜 여인네의 눈섭을 쏙 빼닮았다.
 
 20여년 전 유럽의 다이버들에게 처음 발견된 후 그들만의 비밀 휴양지로 유지돼오다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 세계에 알려졌다. 휴양지 리조트 개념에서 보면 필리핀에선 원조인 셈.

 이런 보라카이에 갑자기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자연환경이 조금씩 훼손되자 나라에서 건물높이를 야자수 높이 이상으로 짓지 못하게 하는 등 자연환경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이웃 태국이나 괌 사이판 등지에서 휘황찬란한 최고층 리조트로 관광객을 유혹하면서 보라카이는 편의시설 부족 탓에 점차 2류로 전락했다.

 하지만 시대의 조류가 여행의 취향도 바꾸는 법. 복고풍의 도래라고나 할까. 인공미를 가미한 화려함보다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이에 부합되는 보라카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필리핀항공이 매달 발행하는 매거진 '마부하이' 최근호에서도 보라카이를 '부활하는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세 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소개하고 나섰다.

 보라카이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한 주부는 "10년 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보라카이의 해변은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한마디로 천국 그 자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실제로 섬은 아직도 문명의 손을 마다하고 있다. 그럴 듯한 접안시설이 없어 백사장 가까이에 배를 대고 현지인들에 의해 업혀 섬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도로가 좁아 운송수단 또한 오토바이 및 자전거를 개조한 트라이시클뿐이다.

 여담 하나. 이 섬에서 주민들이 만든 수제품을 사면 라벨에 보라카이의 별칭인 '메이드 인 파라다이스'라고 찍혀있다. 현지인들 또한 자신들이 사는 그 곳을 정말 천국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화이트 비치에서의 망중한

바다쪽에서 바라본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섬의 내부구조는 대략 이렇다. 총 길이 7㎞, 폭 1.5㎞로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고 보라카이가 자랑하는 하얀 산호가루의 화이트 비치는 서편 해안을 따라 무려 4㎞에 걸쳐 야자수 숲과 더불어 펼쳐져 있다. 야자수 숲 뒤편으론 폭 3m 정도의 비치로드를 따라 리조트와 다양한 식당, 바, 쇼핑가게, 레포츠센터 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리조트에서 나와 남북으로 각각 30분씩만 해변과 비치로드를 왕복으로 산책하면 사실상 섬 전체의 첫 탐색은 가볍게 끝난다. 때문에 여정을 좌지우지하는 가이드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이를테면 오전 6시 모닝콜 후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싣고 파김치가 되도록 돌아다니는 강행군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여유로움이 미덕이 되고 빈둥거림이 일상이 되는 진정한 해방공간인 셈이다.

 느긋하게 늦잠 잔 후 여유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오전에는 화이트 비치를 거닌다. 눈처럼 새하얀 비치를 맨발로 걸으면 마치 푹신한 밀가루 위를 걷는 기분이다.

 세계적 권위의 여행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이 세계 3대 해변으로 선정할만도 하다. 물빛은 또 어떤가. 발밑에서 투명하던 물빛은 멀어질수록 옥색 에메랄드색 코발트색으로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수심도 얕아 해변에서 30, 40m 정도 떨어져도 허리춤밖에 안 된다. 그 속을 떠다니는 원색의 세일링보트와 필리핀 전통 목선인 방카의 평온함이란.

 햇빛이 강렬해지는 오후에는 야자수 숲 비치베드나 리조트 수영장의 그늘진 베드에 누워 망고주스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긴다. 평소 보고싶은 책이 있으면 금상첨화. 때론 야자수 그늘 밑에서 현지 여인들의 코코넛 오일 마사지를 받으며 낮잠을 청해도 좋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질 때의 화이트 비치는 아주 매혹적이다. 이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관광객들은 세일링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석양이 질 무렵이면 뜸하던 해변이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나른한 오후 내내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관광객들 대부분이 화이트 비치로 나온 때문이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질 때면 현지인들이 연주하는 은은한 음악을 배경으로 신혼부부들은 추억만들기에 열중하고, 다른 한편에선 금발의 비키니 여인들이 비치발리볼 솜씨를 뽐내고 있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질 때의 화이트 비치는 아주 매혹적이다. 이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관광객들은 세일링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별이 쏟아지는 한밤의 보라카이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극치를 이룬다. 은은한 조명의 노천카페에선 현지인들이 통기타로 들려주는 올드팝송의 선율아래 산미겔 맥주를 곁들이면 천국의 하루는 이렇게 또 지나간다. 

#해양레포츠의 보고(寶庫) 보라카이

 보라카이해변은 해양레포츠의 보고이다.

물이 아주 맑은 데다 섬주변이 온통 형형색색의 산호초 군락으로 이뤄져 스킨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 명성이 자자하다. 스킨스쿠버다이빙이 부담스러우면 구명재킷을 입고 수면 위에서 수중천국을 살짝 엿보는 스노클링을 해도 좋다.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거창한 장비 대신 조그만 페트병에 낚시줄을 감아 새우를 미끼로 줄을 내리면 2, 3분 내에 거짓말같이 누구나 예쁜 열대어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파도를 가르는 스릴을 맛보려면 바나나보트나 플라잉피시, 제트스키를 타면 좋고, 환상적인 낙조를 좀 더 가까이서 몸소 느끼려면 패러세일링이나 세일링보트를 타보자.  
 
# 한국인 운영 리조트와 레포츠센터도 있다

보라카이로 가는 여정은 멀다. 김해공항에서 출발, 3시간30분간 날아 마닐라에 도착한 후 다시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해 경비행기를 50분간 타고 카티클란공항에 내린다. 여기서 잠시 트라이시클을 이용해 제티선착장으로 이동한 후 필리핀 전통 목선을 20분정도 타야 보라카이섬에 닿는다.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칼리보공항에 내릴 경우 제티선착장까지는 버스를 1시간30분정도 더 타야 된다. 이럴 경우 1인당 40달러가 더 싸다.

 부산서 출발하는 필리핀항공 마닐라행 직항은 주 4회 있다. 오후 7시45분 출발하며, 부산 도착시간은 오후 6시45분.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느리며 화폐단위는 페소. 1달러는 50~55페소.

참고 하나. 보라카이의 '빅3' 리조트는 쉐라프, 리젠시, 파라다이스. 한국인이 운영하는 쉐라프는 미역국이나 김치 등 한국인을 배려한 음식이 제법 있다. 쉐라프와 마찬가지로 풀을 보유한 리젠시는 미끄럼틀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에게 선호된다. 파라다이스는 정원이 넓지만 해변까지 걸어서 8분 정도 걸려 약간 불편하다.

또 한가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가이드가 손님의 입맛을 고려해 한국인 식당을 주로 애용한다. 때문에 필리핀 해산물 요리 등과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해 보길 원할 경우에는 미리 가이드에게 요청하면 된다.

이와 관련, 보라카이의 경우 섬이 아주 좁은데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포츠센터 씨월드가 있어 최근에는 항공편과 리조트만을 예약하는 에어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판의 보석'이라 불리는 마나가하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
                      의 모습이 평화롭게 그지없다.

사이판.
서태평양 한 복판에 활 모양으로 이어진 14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공식 명칭은 북마리아나 제도이다.
한국과 시차는 뜻밖에도 1시간.
그러니까 동쪽으로 그리 멀지 않고 적도 쪽인 남쪽으로 상당이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동남쪽으로 3000㎞, 비행기로 고작 4시간이면 닿는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남북으로 21㎞, 동서로는 8.8㎞밖에 안되는 좁고 긴 섬으로 거제도의 3분의 1 규모인 사이판은 장삼이사들에겐 태평양이 함께 연상돼 심리적 거리까지 더해져 아주 먼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남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의 세부(4시간15분)나 태국의 푸껫(6시간20분)에 비해 비행시간이 짧은 데다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간 부산서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사이판의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 빼어난 천혜의 자연경관

 흔히 국내외 명소를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천혜의'라는 수식어가 이곳처럼 안성맞춤인 곳이 드물다. 사이판의 서쪽은 필리핀해, 동쪽은 태평양이다. 섬 서쪽인 필리핀해 인근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진이 잦은 환태평양 조산대가 위치해 있어 항상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필리핀해와 인접한 사이판 또한 이론상으로 피해 우려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이판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쪽 해안가를 끼고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화산 분출로 형성된 사이판은 섬에서 수백m에 이르는 해안까지 용암이 굳어 있는 데다 그 위에 산호초가 겹겹이 형성돼 있어 그야말로 천연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즉, 용암의 끄트머리가 어른 키 높이 정도의 깊이라면 그 이후부턴 갑자기 수심이 10m 이상으로 확 떨어진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긴 천연 산호방파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단다.

  멀리서 봤을 때 거친 파도가 어느 특정 지점에서 흰 포말이 사라지면서 호수처럼 잔잔한 전혀 다른 바다로 급변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지난해말 인도양의 쓰나미로 인해 푸껫 몰디브 등의 휴양지가 1분 만에 초토화된 사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해서, 사이판은 해안가에서 보통 100~200m 정도 멀리 나가도 그리 깊지 않아 어린이들도 손쉽게 스노클링 등 해양레포츠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마나가하섬.

사이판의 바다색은 흔히 '일곱 빛깔'이라 불린다. 산호초와 햇빛의 강약이 조화를 이뤄 시시각각으로 물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파란색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그 색에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마나가하섬. 배로 10분 거리다. 걸어서 15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이곳은 스노클링의 천국. 눈부신 백사장을 지나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면 산호초 사이를 유영하는 다양한 열대어에 놀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은 얼마나 깨끗한지. 운이 좋으면 50㎝ 정도 크기의 상어도 볼 수 있다.   
패러세일링도 타고.
바나나보트도 타고.
바다엔 물 반 고기 반. 낚싯대를 처음 잡아 봤다는 부산 아지메도 월척을 건져 올렸다.
이어지는 월척.
물고기를 보자 원주민이 일순간 칼을 갈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곳 사람들도 회를 먹는단다. 
한가로운 해변에선 비치발리볼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일몰 무렵은 카약을 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제 나무 대신 숲을 볼 차례.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최고봉인 타포차우산(473m)에 올라보자. 비포장길을 사륜 구동차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는 이른바 정글투어다. 섬 동쪽은 급경사를 이룬 해안절경과 함께 열대우림으로 아직 미개발 지역이다. 열대우림은 2차 대전 당시 초토화된 섬을 복원하기 위해 헬기로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다.

 예수상이 서 있는 산 정상에 서면 사이판의 전체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동서남북으로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면 그대로 사이판의 지도가 완성된다. 유심히 관찰해야 될 볼거리 하나. 수평선이 일직선인 우리나라와 달리 사이판의 수평선은 적도와 가까워 원형이다. 구름이 유난히 낮게 떠 있고, 밤에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모두 같은 원리다. 인근에 위치한 원주민 농장에서 맛있는 열대과일도 맛보고, 가톨릭 성지로 사이판에서 유일하게 민물샘(聖水)이 솟는 성전 앞에 서 있는 성모 마리아상도 빠뜨리지 말자.

갈가마귀떼의 보금자리인 새섬의 전경.
새섬.

 북동쪽 해안의 새섬 또한 놓쳐선 안될 볼거리. 바위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석회암섬으로 해질 무렵 보금자리를 찾아오는 갈가마귀떼로 까맣게 변한다. 섬 색깔이 흰색인 것은 1만 년 이상 새의 분비물이 쌓였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하늘에서 볼 경우 주변 해안과 더불어 새가 날갯짓을 하는 형상이다.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국내 노래방 배경화면으로 자주 등장한다. 

# 참혹한 전쟁의 흔적

우리나라도 사실 사이판과 무관하지 않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에겐 일본군을 패퇴시키고 승기를 잡은 희망의 땅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징용자와 종군위안부의 피눈물이 얼룩진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 꼭대기의 비둘기를 우리나라 방향을 향하고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이 바로 그것. 2차 대전 당시 사이판 등 남양군도로 끌려와 억울하게 죽은 한국인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탑 꼭대기의 비둘기는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약간 비스듬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쪽이다.
일본군이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뛰어내렸다는 높이 80m의 해안절벽인 일명 만세절벽.

인근의 만세절벽은 사이판의 최북단에 있는 높이 80m의 해안절벽.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일본군은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바다속으로 뛰어내려 일명 '반자이 클리프'라고도 불린다. 만세절벽 바로 뒤편의 해발 249m의 절벽은 자살절벽. 역시 전쟁 막바지 수백 명의 일본군과 그의 가족들이 항복을 거부하며 뛰어내렸다. 지금도 절벽 아래에는 유골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자살절벽을 자세히 보면 포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행한 가이드는 "우리나라의 야산이었다면 산 자체가 무너졌을텐데 산호섬이라 단단해 포탄 맞은 자국만 그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
안내판 앞에서 설명을 겉들이는 사이판 현지 가이드.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는 거대한 바위가 햄버거 모양처럼 포개져 있어 일명 햄버거 바위로 불린다.
일본군 사령부로 올라가는 계단.
사령부 입구는 어른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명으로 들어간다.
사령부 실내.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도 인근에 있다. 거대한 바위가 햄버거 모양처럼 포개져 있고, 그 바위 사이로 성인 한 사람이 고개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직접 들어가보면 놀랍게도 사령부가 있었을 법한 넓은 공간이 있다. 한눈에 봐도 미군이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요새이다. 

# 쇼의 천국 사이판

사이판의 유명 리조트에서 저녁 식사 때면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민속춤을 구경할 수 있다. 월드리조트의 그것이 아주 유명하다. 화려한 차모로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 무용수들이 반복되는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보여주는 민속춤은 원시적 본능을 자극해 자신도 모르게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하얏트호텔에서 펼쳐지는 매직쇼 '샌드캐슬쇼'도 볼만하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이 쇼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과 미국에서도 방송 출연을 통해 잘 알려진 미술사 안토니오 리드가 나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해지기 전 선셋 크루즈.
선셋 크루즈 실내에선 식사 후 필리판 악사 로저의 신명나는 노래와 춤이 일품이다.

 사이판의 일몰은 전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이때 선셋 크루즈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해보자. 배 안에서 필리핀 악사 로저의 신명나는 노래와 춤도 일품이다. 영어는 물론 한국 일본 노래를 유창하게 부르는 그는 관광객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 고품격 리조트, 가족휴양지로 으뜸

사이판의 고급 리조트 대부분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일곱빛깔의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다. 각 리조트들은 또 가족 단위 휴양객을 겨냥해 워터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안가를 끼고 있어 카약 카누 스노쿨링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월드리조트가 대표적 사례. 최근 한국인이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해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곳은 엄청난 길이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튜브 슬라이드, 보디 슬라이드, 워터코스트, 파도 풀 등 캐리비안 베이에 버금가는 첨단 물놀이 시설을 자랑한다. 

월드리조트 야경.
월드리조트 물놀이 시설.
PIC 사이판 리조트의 포인트 브레이크.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줄기 위에서 보드를 타는 이것은 젊은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인근의 전통의 PIC 사이판 리조트는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줄기 위에서 보드를 타는 포인트 브레이크가 단연 압권이다. 젊은 연인이나 중고생이라면 월드리조트를, 어린 아이들이라면 PIC를 권하고 싶다. 

# 떠나기전에 - 수시로 열대성 폭우… 여행에 큰 불편은 없어

사이판은 14개 섬으로 이뤄진 북마리아나 제도의 주도(主島). 14개 섬 중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가 유인도이며 나머지 11개는 무인도이다. 티니안은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을 탑재한 곳으로 유명하다.

마젤란이 발견한 사이판은 오랜 스페인 통치시대를 거쳐 1914년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다. 종전과 동시에 사이판을 비롯한 북마리아나 제도는 미국이 이양을 받아 1962년까지 지배했다. 지금은 미국 자치령. 외교 국방권만 미국이 관할할 뿐 이웃한 괌과 달리 미연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원주민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다. 인구는 8만 명, 그 중 6만 명이 사이판에 거주하고 있다. 평균 기온은 27도, 연중 기온차가 1~2도로 거의 변화가 없다. 열대성 폭우인 스콜이 수시로 내리지만 여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근 금호그룹이 인수한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인 라우라우베이CC.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그룹이 사이판 최고의 골프장인 라우라우베이CC를 인수, 골프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 노먼이 설계했다는 총 36홀인 이 골프장의 동쪽 코스 5, 6, 7번 홀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절벽 코스로 공이 바다 위로 날아가는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문의 북마리아나 제도 관광청 (02)752-3189


 라오스를 여행하다 보면 '신 닷 까오리'라는 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까오리'는 우리나라의 영어 이름 '코리아'에서 파생된 단어로 우리나라 '한국'을 뜻하지요.

 '신 닷 까오리'는 라오스식 한국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구이와 샤브샤브 요리 스타일을 믹스한 음식으로 야채와 고기의 조화가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고기 불판 한가운데 볼록한 부분에는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굽고, 불판 밑부분 오목한 곳에는 육수를 부어 야채를 살짝 익혀 먹기고 하고 국물도 떠먹습니다.


 이 음식은 십 수년 전 우리나라 대우건설이 라오스의 팍세(Pakce) 지역에서 왓타푸댐을 건설하던 중 현장 노동자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답니다. 이렇다 보니 현지 라오스인들은 '신 닷 까오리'를 한국음식으로 알고 있답니다. 지금은 인근 태국이나 베트남으로도 전파돼 비슷한 형태의 요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라오스의 쇠고기는 동남아 인도차이나 쇠고기가 그러하듯 매우 질긴 반면 돼지고기는 우리나라의 것보다 더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인기가 특히 높다고 합니다.
가격은 1인분에 평균 4만킵(4000원) 정도 합니다. 라오스 사람들의 한달 생활비가 4만5000깁(약 50US달러)이니 얼마나 비싸고 고급음식이겠습니까.
부잣집 아들이 예쁜 아가씨 꼬실 때나 부유층의 가족 외식용 말고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음식이지요.


 싱가포르 중심지 인근 해안가에는 머라이언 파크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조형물인 대형 머라이언상이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라이언상은 지난 1972년 당시 리콴유 수상이 국가 상징조각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높이 8m의 머라이언상은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인어입니다.

 머라이언은 조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싱가'는 사자(lion)를 의미하며, 여기에 바다를 끼고 있어 인어(mermaid)를 합성, 머라이언(merlion)이라는 상상속의 동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머라이언상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조각가인 림낭셍이 40t의 시멘트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흔히 사진찍기는 관광객들의 기쁨이자 운명이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머라이언 파크에서는 다소 독특한 포즈의 사진을 찍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옵니다. 흔히 피사의 사탑 앞에서 기울어진 탑을 두 손으로 떠받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머라이언 파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받아 먹는 포즈를 취해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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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기수(汽水) 지역이죠. 공원 옆 다리가 경계가 되는 셈이죠.
 여기서 상류로 올라가면 180년 전 래플스경이 싱가포르를 처음 발견한 상륙지와 그의 동상이 나오고, 이어 강변을 따라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들이 몰려있는 번화가인 클락키가 나옵니다. 여기 또한 싱가포르 관광에서 빠뜨려선 안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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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키의 해변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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