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봐도 저리봐도 사방이 온통 산·산·산 '산의 물결'
포항 죽장면 오지 중 오지…걷는 시간만 6시간30분 강행군
내륙과 바닷가 쪽인 청하 오가는 민초들의 물물교환로
시종일관 크고작은 봉우리 오르내림…어림잡아 15개 넘어

 구암산은 오랫동안 산꾼들이 찾지 않은 청정 그대로의 때묻지 않은 산이다. 사진은 구암산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송 쪽의 주왕산 일대.
구암산에서 본 영천 쪽의 산들. 왼쪽에서부터 면봉산 베틀산 보현산이 보인다.

 포항의 최북단 죽장면과 청송 부남면을 가로지르는 구암산(807m).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은 태백 영양 청송 영덕 포항 영천 경주 등 경북 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남하한 뒤 부산의 몰운대에서 끝이 난다. 흔히 바닷가 쪽인 영덕 포항 경주 지역의 산들이 낙동정맥의 동쪽에 포진해 있는 반면 이번에 산행팀이 소개하는 구암산은 예외이다. 낙동정맥 서편의 내륙오지에 위치한 구암산은 남서쪽으로 베틀봉 면봉산 보현산으로 이어지는 보현지맥과 연결되며, 북서쪽으론 길안천과 용전천을 가르며 노래산 약산을 거쳐 이른바 54㎞나 되는 구암지맥을 일으켜 안동의 임하면에서 그 맥을 다한다.

이번 구암산 산행의 들머리는 포항시 죽장면 상사리. 이웃한 청송 현동면과 이어지는 포장로는 최근 완공됐지만 정작 포항에서 들어오는 진입로는 아직 비포장일 정도로 오지 속의 오지이다.

 마을 입구에서 조그만 구멍가게인 상사슈퍼를 운영하는 이태국(75) 씨는 "옛날엔 여기서 산너머 청송 부남면 양숙리 거두산(마을)을 거쳐 바닷가 쪽인 청하면으로 갔고, 청하에서도 이 주변에서 가장 큰 장이 열리는 청송 현동면 도평리까지 해산물을 갖고와 팔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는 19~20세 때인 1950년대 중반까지 이 구암산을 넘어 청하까지 가서 소금을 구입해 지게에 지고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 구암산은 내륙인 청송 현동 및 포항 죽장과 갯가인 청하를 잇는 민초들의 물물교환로였던 것이다. 마치 경남 하동과 함양을 잇는 그 유명한 소금길처럼.

이후 1960년대 초반 도로가 나면서 사실상 이 산길은 역사속으로 묻혔다. 최근 들어 포항·청도 시군 경계 및 보현지맥 종주자들이 이 길을 찾을 뿐 그 외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산꾼의 관점에선 이 점이 되레 장점이 될 수 있다. 발목까지 덮는 낙엽을 헤치며 청정 산길을 걷는 오지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새 중에 검은등뻐꾸기란 놈이 있다. 스님들이 하안거에 드는 5월부터 이 산 저 산 천지사방을 돌아다니며 울어대는 두견이과 여름철새이다. 이름은 잘 몰라도 아마 산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새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아! 이 소리'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이 검은등뻐꾸기의 닉네임은 '홀딱벗고새'. 그 울음소리가 바로 '홀·딱·벗·고'라고 들리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홀·딱·벗·고'라며 네 박자로 울어대 최근에는 일명 '송대관새'라고도 불린다.

구암산에는 특히 검은등뻐꾸기가 많다. 인적 드문 한적한 산길, '홀딱벗고새'와 벗하며 '즐산'하길 바란다. 이 검은등뻐꾸기는 그 모습을 한번 보려고 살금살금 다가가면 이내 울음을 뚝 그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수년 전부터 구암산 자락에는 대규모 벌목이 진행되고 있어 일부 산사면이 벌거숭이로 변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 구간만 통과하면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묵은장맛과도 같은 전형적인 우리네 산길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죽장면 상사리 마을회관~점말(마을)~연일 정씨묘~경주 김씨묘~영천 황보씨묘~지능선~해주 오씨묘~주능선(611봉)~(벌목 현장)~폐 헬기장~구암산(807m·삼각점)~갈림길(구암산·보현지맥 분기봉)~임도~산길~임도~폐 헬기장~송이골 안부사거리(백고개)~임도~보현지맥 갈림길(671m)~잇단 묘지~잣나무숲~사과밭~도로~상사리 마을회관 순. 걷는 시간만 6시간30분 걸린다. 시종일관 고만고만한 잔봉의 오르내림이 심해 꽤나 힘이 든다.

상사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한 후 방금 지나온 다리를 건너 개울을 따라 걸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사과 및 대추나무밭을 지나면 낙엽송이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17분 뒤 점말(마을). 한때 7가구가 살았던 이곳은 이제 대형 축사로 변해 있다. 점말을 지나면서부터 흙길로 변한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계곡길이 둘로 갈린다. 산행팀은 반듯한 좌측으로 향한다. 연일 정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오간 데 없어 희미한 흔적만 따라갈 뿐이다. 산괴불주머니 애기똥풀 등이 보이는 평탄한 이곳은 가만히 보니 오래 내버려 둔 묵정밭. 까만 비닐이 덕지덕지 묻혀 있는 광경이 이를 입증한다.

어느새 길은 개울로 떨어진다. 좌측으로 물길 따라 한 굽이 돌면 희미한 길을 만나지만 이내 개울을 또 만난다. 이번엔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선다. 순간 길이 안 보이지만 7m쯤 나아가면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이젠 고개를 숙이고 덤불을 헤쳐나간다. 이후 개울을 한번 더 지나 산길로 올라선 후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면 영천 황보씨묘. 연일 정씨묘에서 22분. 주변 지형을 살피면 계곡합수부를 갓 지난 지점이다. 여기까지 오면 초입 길찾기는 사실상 끝.

이제 묘지 우측 뒤로 계곡을 뒤로한 채 올라선다. 꽤 된비알이다. 10여 분 힘겹게 올라서면 경사가 수그러들어 주능선인가 싶었더니 지능선이다. 다시 우측으로 향한다. 해주 오씨묘를 지나 된비알 돌길을 치고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제 우측(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좌 청송 부남면, 우 포항 죽장면'인 시군 경계 종주길이라 능선길만 따라 가면 된다. 간혹 종주 리본도 보여 별반 무리는 없지만 반복되는 오르내림은 각오해야 한다. 하산 때까지 줄곧 크고 작은 봉우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40분쯤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4~5m 아래 전망 바위에 서면 청송 쪽 주왕산과 포항 쪽 낙동정맥 및 동대 바데 향로산 등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계속되는 오르내림의 연속. 신갈 상수리 등 참나무 군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밑에는 곰취 취나물 등 산나물이 지천이다. 20분 뒤 한 굽이 올라서면 벌거숭이 산사면이 목격된다. 절골이다. 알고보니 허가받은 벌목 현장이다. 전량 종이공장으로 간단다. 3분쯤 내려서면 왼쪽에서부터 면봉산 베틀산 보현산 수석봉 작은보현산이 확인된다.

이 흉물스러운 벌목 현장은 산길 우측으로 25분 정도 이어진다. 도중 폐 헬기장도 지난다. 구암산 직전 산사면 아래엔 포크레인이 벤 나무를 옮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벌목 현장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 오르내리면 이내 구암산 정상. 폐 헬기장에서 21분. 삼각점이 있다.
  
여기서 비교적 반듯한 남서릉을 타고 776봉을 지나 28분 정도 따르면 갈림길.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길찾기에 유의해야 되는 지점이다. 구암산·보현지맥 분기봉으로, 왼쪽 다리방재(달의령)로 내려서는 시군 경계 종주길 대신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구암지맥 대신 보현지맥길로 가는 것이다.

10분 뒤 임도로 내려선다. 낙동정맥의 보현지맥 분기점인 가사령에서 다리방재를 지나 상사리 송이골로 연결된다. 바로 건너 능선으로 향한다. 5분 뒤 좌측으로 시야 트인 전망대에선 운주산과 침곡산이 보인다. 다시 임도. 앞선 임도에서 8분. 40m쯤 내려가 곡각지점 왼편 산자락으로 진입, 올라선다. 봉우리 하나를 살짝 넘으면 갈림길로 능선 분기봉이다. 임도에서 14분. 좌측 대신 우측으로 휘는 길로 내려선다. 다시 잔봉 두 개를 넘으면 폐 헬기장.

산행 도중 방금 먹이를 먹어서인지 몸통 부분이 두툼하게 부어오른 독사도 만난다.

헬기장에서 13분쯤 내려서면 놓치기 쉬운 갈림길. 직진 대신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올라선 후 다시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안부 사거리로 지형도엔 '백고개'라 표기돼 있다. 우측 송이골, 좌측 석계리로 내려서는 희미한 소로가 보인다. 주변이 말 그대로 송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여기서 100m쯤 직진하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백 번이나 굽어진다 하여 '백고개'라 불린단다. 체력이 부칠 경우 산길 대신 임도 우측을 따라 송이골을 거쳐 상사리 마을회관으로 원점회귀해도 된다.

바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운기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임도급 산길이지만 연이어 두 개의 봉우리가 기다린다. 상당히 힘이 든다. 둘째 봉우리에선 우측 구암산 능선과 앞서 본 벌목 지대가 보인다.


다시 내려선 후 거친 바위길을 오르면 보현지맥 갈림길(671m). 안 보이던 리본이 보인다. 좌측으로 내려서면 옷재와 꼭두방재로 이어지는 보현지맥길,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올라선다. 좌측 보현지맥 쪽은 사람이 제법 다녀 리본이 보이지만 이 길은 리본 하나 없는 미지의 산길. 다행인 점은 큰 무리없이 걸을 만하다는 것.

여전히 산길은 오르내림의 연속. 이장한 듯한 세 번째 묘지가 위치한 봉우리를 지나 네 번째 묘지에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보현지맥 갈림길에서 40분. 이 길만 찾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다행히 산길이 열려 있다. 7분 뒤 묘지를 지나고 10분 뒤 산을 벗어나 사과밭을 지나 도로와 만난다. 상사리 마을회관은 여기서 4분이면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15개 이상의 잔봉들이 산행 내내 앞을 가로막아

포항에서 최고의 오지는 죽장면. 이 죽장면에서도 3대 오지가 있다. 보현산 베틀봉 면봉산 작은보현산이 감싸고 있는 두마리, 낙동정맥상의 통점재 가사령 및 내연산 향로봉 샘재 괘재령 성법령 등 고개로 둘러싸여 있는 상옥리, 그리고 보현지맥 넘어 별도로 떨어져 있는 구암산 아래의 상사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두마리와 상옥리는 포항서 가장 눈이 먼저 오고 녹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산행 기점인 상사리 평지동. 주변 골짜기에 비해 마을 일대가 편평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민들은 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 분소(옛 죽장초등 상사분교)와 상사마을 작업장창고가 위치한 아랫마을을 시문, 상사리 마을회관이 위치한 윗마을을 평판이라 부른다. 국토지리정보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아랫마을 지점에 평지동이라고만 표기돼 있다. 참고하길.

산행팀이 경험한 구암산(九岩山)의 이름은 영덕 팔각산, 고흥 팔영산, 진안 구봉산과 같은 '과(科)'로 분류된다. 차이라면 변화무쌍한 기암괴봉이 산 이름의 앞의 숫자만큼 병풍처럼 비경을 선사하는 반면 육산인 구암산은 기암괴봉의 연속은 아니지만 적어도 15개 이상의 잔봉들이 산행 내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해서, 별 무리없이 완주했다면 일본 북알프스나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등 웬만한 외국의 명산 등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교통편 -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불가…승용차 이용해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위덕대 7번 국도~울산 포항 7번~포항 보문관광단지~포항 7번~포항 울진 위덕대~포항 안강~영천 안강 양동마을 28번~안강 28번 우회전~대구 영천~영천 기계 28번~기계 31번 안강 68번~기계 31번 우측으로 내려선 후 우회전~청송 기계 서포항IC 31번 좌회전~포항시 기계면 안내판~청송 기계 31번 직진~청송 죽장 31번~한티터널~죽장면 안내판~청송 죽장 31번~청송 현동 31번 좌회전~죽장고교~LG주유소~합덕교~합덕리 삼거리서 상사리 마을회관(10.7㎞) 우회전~상사보건진료소(비포장로)~옷재(비포장끝)~평지동~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 분소 앞 우회전~상사리 마을회관 순.

대중교통편은 워낙 오지라 연계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참고로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천에 내려 이곳에서 청송행 버스를 타고 현동면 소재지인 도평(리)에서 하차한다. 도평에서 상사리까지는 하루 2회(오전 7시, 오후 2시)뿐이라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1만2000원 안팎.


 


덩치 비해 골 깊고 능선 변화무쌍, 경주IC 진입 후 오른쪽 바로 보여
남산부석·상사바위 등 수석전시장, 상선암 마애불 등 볼거리 무궁무진

늠비봉 정상에 기단을 만들어 세운 늠비봉 오층석탑. 그 뒤로 경주시가지와 배리평야는 물론 구미산 선도산 옥녀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경주팔괴의 하나인 남산부석. 큰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바위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명명된 이름이다.

산행 이정표 역할을 하는 '신라인의 미소' 와당.

 
 얼핏 보기에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아담하고 평범한 산이지만 막상 품에 안겨 보면 그 살림살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금새 감지할 수 있는 경주 남산. 한 마리의 거북이 서라벌 남쪽 깊숙이 들어와 엎드린 형상이다. 이는 경주IC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덩치에 비해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며 발길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이 빚어져 있어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남산에 오를 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신경을 곧추 세워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시나브로 등로를 벗어나면 마애불이 기다리고, 바위를 타고 한 굽이 오르면 전망 좋은 암봉에서 석탑이나 석불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고려 이후 무관심 속에 오랜 성상을 보냈지만 남산에는 아직도 ‘산속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유물유적이 널려 있다. 동서 너비 4㎞, 남북 길이 10㎞, 둘레 24㎞에 불과한 아담한 산속에 이처럼 유물유적이 집중된 경우는 아마도 남산이 유일하리라.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듯 싶다.

순례길은 70여 개. 2년 전 공룡능선을 타고 고위봉을 거쳐 칠불암 신선암마애불 등을 둘러보고 원점회귀한 산행팀은 그보다 북쪽인 금오봉을 중심으로 또다시 성지순례에 나섰다.

구체적 경로는 경주시 남산동 통일전 주차장~서출지~화기물보관소~국사골~마애여래좌상~부석~순환도로~헬기장~금오봉(468m)~상사바위~바둑바위~황금대~부엉골(포석골)~부흥사~늠비봉(오층석탑)~금오정~순환도로~일천바위~보리사 마애여래좌상~석불좌상~갯마을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5분 정도지만 문화재 및 사연있는 바위들을 구경하다 보면 5, 6시간은 족히 걸린다.

통일전 주차장에서 서출지(書出池)와 무량사를 잇따라 지나면 사거리. 우로 100m쯤 가서 왼쪽 다리를 건너 화기물 보관소를 통과하면 남산 안내도와 함께 갈림길. 왼쪽은 남산순환도로, 산행팀은 ‘남산 부석 1.3㎞' 라 적힌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 국사골로 향한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지천인 우리네 산의 전형이다. 우측 계류엔 물이 거의 말라 있다. 대숲을 통과하면 옛 굴바위 절터. 집채만한 바위 아래 자연굴이 있다. 진행 방향은 돌탑 쪽. 정면 저 멀리 경주팔괴의 하나로 손꼽히는 남산부석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지그재그 오르막 길이다. 9분 뒤 편평한 터. 순환도로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회하면 정면에 남산부석이 손에 잡힌다. 큰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바위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석 주변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그야말로 천태만상으로 솟아 있다. 편평한 바위를 돌면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20m 내려서면 큰 바위 아래 양지바른 지점에 마애불. 보존상태가 의외로 양호하다. 이내 부석. 부석 아래 받침돌이 상당히 불안하지만 불국정토에 앉아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장엄, 그 자체다.

한 굽이 올라서면 팔각정 터. 금오정에서 금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건너편엔 금오정과 늠비봉 오층석탑이 각각 보인다. ‘남산관광일주도로 준공비'가 서 있는 지점을 지난다. 지도 상의 사자봉이다. 직진하면 남산순환도로. 왼쪽 금오봉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좌측 저 멀리 고위봉을 감상하다 보면 ‘금오봉 80m'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4분 뒤 금오봉 정상. 너른 터에 큰 정상석이 서 있고 전망이 없다.

             경주 남산 금오봉 정상.

하산은 포석정 방향. 왔던 길로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곧 ‘←석불좌상' 이정표가 보이지만 실제론 길이 없다. 참고하길.

등로는 앞서와는 달리 부드러운 오솔길. 이 길은 등로 좌측 삼릉에서 상선암과 마애불을 거쳐 금오봉으로 올라오는 최단 코스로 남산 순례길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보면 상선암과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 그리고 배리들판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배리들판 건너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흐르는 강은 형산강이다.

약수골 마애대불(8.6m)에 어어 규모 면에서 두 번째인 상선암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5.2m).

상사바위.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주름이 많은 큰 바위더미이다.

일순간 정면에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 상사바위다.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주름 많은 큰 바위더미이다. 예부터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이곳에서 빌면 완쾌된다고 전해온다. 상사바위 우측에는 조그만 감실과 그 아래 석불입상이 서 있다. 진행 방향은 상사바위 좌측. 곧 상선암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바위틈새를 통과하면 쉼터. 우측 너른 전망대가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다. 얼마 못가 진주 강씨묘 인근의 전망대. 발 아래가 아찔한 절벽인 황금대다. 발 아래 포석정에서 해질 무렵 이곳을 올려다 보면 누런 빛이 발해 신라 때부터 신성시 돼 왔다 한다.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이때부터 급경사 내리막. 20분이면 부엉골(포석골) 계류에 닿는다. 이 길로 하산하면 포석정, 산행팀은 계류를 건너자마자 곧바로 우측 늠비봉 방향으로 오른다. 부엉골 너른 반석은 가지산 쇠점골 오천평반석이 부럽지 않을 정도. 이 너른 반석을 오르다 우측 산길로 향하면 곧 갈림길. 좌측 계곡으로 떨어지는 험로로 내려서자마자 건너편 산길로 오른다.

늠비봉 오층석탑.

양지 바른 터에 위치한 부흥사를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면 갈림길. 우측 급경사길로 오르면 곧바로 늠비봉 오층석탑을 만난다. 암봉인 늠비봉 정상의 바위 윗면을 잘라내고 깨뜨린 석재를 이용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탑을 쌓아 올렸다. 경주시가지와 배리평야는 물론 구미산 선도산 옥녀봉도 보인다. 늠비봉 우측엔 세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의자바위, 정면에 보이는 산줄기는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이다.

탑 좌측 송림으로 향한다. 대숲을 지나 10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금오정. 정자 현판을 보고 왼쪽엔 남산부석, 금오봉 정상, 상사바위가 손에 잡히고 우측으론 정면 토함산을 기준으로 10, 11, 2시 방향으로 각각 낭산 동대봉산 삼태봉이 확인된다.

금오정에서 돌길로 내려서면 다시 순환도로. 우측은 금오봉 가는길, 산행팀은 좌측으로 간다. 통일전 갈림길을 지나 150m쯤 뒤 우측으로 급경사길이 열려 있다. 탑골 가는 길로 이후 송림길이 무척 인상적이다.

13분 뒤 길 우측에 여러 개의 바위가 뒤엉킨 집채만한 바위가 서 있다. 일천바위다. 옛날 마왕이 난동을 부려 1000명의 백성들이 이곳으로 피했는데 때마침 홍수가 나 마왕은 떠내려가고 백성들은 무사했다는 전설이 서린 바위다. 마왕바위로도 불린다. 이곳에 서면 화랑교육원 뒷산임을 알 수 있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9분 뒤 갈림길. 우측은 새남산마을, 좌측으로 직진한다. 다시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옥룡암,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긴 대숲터널을 지나면 산을 벗어나 보리사로 향하는 길 중간쯤으로 나온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보리사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없고 우회로를 조성해 놓은 듯했다. 보리사에선 대웅전 좌측에 위치한 보리사 석불좌상(보물 제136호)과 주차장에서 절 진입로 입구 좌측 대숲으로 250m쯤 오르면 만나는 마애여래좌상을 놓치지 말자. 절에서 통일전 가는 갯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9분 걸린다.

              보물 제136호인 보리사 석불좌상.

# 떠나기 전에 - 늠비봉 오층석탑, 달빛기행 최고 감상 포인트

황금대에서 내려서면 만나는 부엉골은 남산8경 중 하나로 낮에도 부엉이가 울 정도로 험하고 깊은 골짜기다. 포석정에서 오르면 만난다 해서 포석골로도 불리는 이 골짜기는 최근 부흥골(富興谷)로 잘못 해석돼 늠비봉 아래 계곡에 위치한 절을 부흥사로 부르고 있다. 참고하길.

산행 중 인상적인 곳은 늠비봉 오층석탑. 매달 보름을 전후한 주말마다 열리는 '남산 달빛기행' 때 보름달을 감상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지막 신라인' 고 윤경렬 옹이 펴낸 '경주 남산'(대원사펴냄)에는 이렇게 묘사돼 있다. '이 탑은 다른 탑과 달리 거칠게 정 자국을 남겨 인공미를 생략해 반자연 반인공으로 처리했다. (중략) 만약 이 탑을 박물관으로 옮겨 놓는다면 미완성품이지만 이 바위산에서는 완성품이다. 불과 7m 정도의 작은 탑이지만 100m 되는 산과 연결돼 하늘과 통하는 높은 탑으로 승화된다'.

들머리 서출지 주변에는 현재 배롱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서 있지만 7월부터 100일 동안 펴 있다는 백일홍과 연꽃이 찾는 이들의 넋을 잃게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배롱나무와 연꽃이 만개한 들머리 입구 서출지.

# 교통편 - 노포동 터미널서 경주, 10분 간격으로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4000원. 들머리 통일전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금아버스 10, 11번을 이용하면 된다. 10번은 18분, 11번은 16분마다 온다. 두 버스 모두 막차가 밤 9시대.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서 나와 포항 울산 보문관광단지 방향으로 계속 직진~울산 불국사 방면 7번 국도 우회전~통일전 화랑교육원 우회전~통일전 주차장 순.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용장사지 삼층석탑. 바위봉우리를 다듬어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탑신과 옥개석을 얹었다. 그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경주 남산의 공룡능선. 작지만 아주 매섭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들어선 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높지는 않지만 위엄있는 산줄기가 길게 늘어서 있다. 신라인들이 천년을 두고 다듬었던 경주 남산(南山)이다. 한마리의 금거북이 서라벌 깊숙이 들어와 편안히 앉아 있는 형상이다.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로 이뤄진 남산에는 100여 곳의 절터와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보물 13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 모두 44점이다. 한 굽이 돌면 미소를 머금은 마애불이,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석탑이 뭇객을 맞는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오죽했으면 `남산을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흔히 사람들은 남산을 두고 `산행'이란 용어 대신 `답사'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순례길만 70여 개라는 표현이 너무 보편화 된데다 초등학생도 너무나 손쉽게 남산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이런 남산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코스를 택했다. 가파른 비탈과 험한 바위벼랑, 그리고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는 예사롭지 않은 코스다. 현지 산꾼들의 입을 빌리면 `남산의 공룡능선'이다. 열에 아홉은 “와! 남산에도 이런 매서운 길이 있었나"라며 힘겨워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다고 천성산이나 신불 및 간월산의 공룡능선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암릉 구간이 10여 곳, 크고 작은 봉우리가 8개 정도인 `아기공룡 둘리'의 등짝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용장동~공룡능선~헬기장~고위봉 정상~천룡사지(삼층석탑)~백운암~백운재~봉화대~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칠불암 마애석불~봉호재~임도~삼화령~(금오봉)~용장사지 삼층석탑~마애여래좌상~석불좌상~용장사지~설잠교~용장동 순. 걷는 시간만 5시간. 문화재 관람시간은 덤으로 보태면 된다.



용장골에서 출발했다. 산불초소 앞 `고위산'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개울을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10분 뒤 정면에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적힌 플래카드와 철조망이 보이면 계곡을 건너 우측 산길로 향한다. 5m 뒤 왼쪽, 다시 10m 뒤 오른쪽으로 능선을 향한다. 곧 천우사 옆길. 이곳까지 왔으면 등산로 입구는 일단 찾은 셈.

동굴바위를 지나면서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이 바위는 탁월한 전망대다. 고속도로와 용장리 마을이 발아래 보이고 벽도산과 단석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죽길을 지나면 갑자기 앞이 트이면서 남산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화강암반이 곳곳에 드러나 있고 그 위에 운치있는 노송이 독특한 자태로 뽐내고 있다. 너덜을 넘으면 경사진 암반. 그 뒤로 암벽.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면 또 암벽. 이르기를 수 차례 반복하면 정면에 고위봉이 기다린다. 잠시 내리막이 이어지다 다시 암벽. `정말 공룡능선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고위봉 정상. 들머리에서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이후 길은 두 갈래. 왼쪽길은 곧장 봉화대로 가는 능선길. 산행팀은 정상석 뒤 우측길로 간다. 천룡사지를 가기 위해서다. 지금부턴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가 쉽다. 초소를 지나 내려오면 방금 지나온 공룡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위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천룡사지 삼층석탑. 신라탑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행 중 내려다본 경주 시가지.

고위봉에서 25분이면 천룡사지에 닿는다. 고위봉의 절경을 배경으로 산중 평지 6만여 평에 조성된 천룡사지의 백미는 역시 삼층석탑. 신라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탑에 닿기 직전에 본 이정표 `고위봉' 방향으로 간다. 천룡사를 지나 오거리와 연결되는 임도를 만나면 백운암 방향으로 간다. 절 입구 왼쪽에 열린 길을 택한다.

산죽터널이 환상적이다. 10분 뒤 사거리. 칠불암 방향으로 간다. 도중에 용장계곡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길은 곧바로 칠불암으로 가고, 직진하면 봉화대를 들러 역시 칠불암으로 간다. 직진한다. 봉화골의 꼭대기에 위치한 봉화대는 지금은 흩어진 돌무더기만 남아있을 뿐 천년세월의 흔적은 오간 데 없다.

이어지는 능선길. 좌우에 시야가 트인다. 왼쪽은 고위봉, 오른쪽은 토함산. 10여 분 뒤 금오봉 갈림길. 바로 금오봉으로 가지말고 우측의 신선암 마애보살과 칠불암을 보고 가자. 내려가는 길이 일품이다. 바위 사이 소나무가 그렇고 건너편 암벽 위 노송의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다. 지나는 길에 우측 토함산, 좌측 동대봉산 운제산이 보인다.
천길 낭떠러지 신선대 절벽에 조각된 신선암 마애보살.

8분 뒤 신선암 마애보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천길 낭떠러지 신선대 절벽에 부처가 조각돼 있어 마치 구름을 타고 있는 듯하다. 옛 석공의 노고가 한층 더했으리라. 발밑에는 칠불암. 가파른 산길로 15분쯤 내려가야 한다. 절벽을 등지고 반달처럼 깎아지른 병풍바위에 새겨진 삼존불과 그 앞의 모난 돌 4면에 조각된 사방불이 합쳐져 불리는 칠불암은 남산 불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예술성이 뛰어나다.
남산 불상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칠불암.

다시 금오봉 갈림길로 돌아와 금오봉으로 향한다. 이른바 봉화대 능선으로 산행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편안한 길이다. 35분 뒤 임도와 만난다. 통일전 쪽에서 올라오는 길로, 금오봉 턱밑을 지나는 관광임도다. 자연상태로 보존된 고위봉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10분 뒤 삼화령. 고위봉 금오봉과 함께 남산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봉우리를 지칭한다. 머리 위 삼화령 꼭대기에는 미륵불은 오간 데 없고 지름 2m의 연화대좌만 남아 있다.
용당사지 석불좌상. 머리가 없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7분 뒤 좌측에 용장사지 가는 길. 직진하면 금오봉 정상 방향. 왕복 30여 분 걸리므로 시간이 날 경우 다녀오자. 매월당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쓰며 머물렀다는 용장사지에서는 삼층석탑, 마애여래좌상, 석불좌상을 잇따라 만난다. 이중 삼층석탑은 200m가 넘는 바위봉우리를 다듬어 하층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상층기단을 쌓고 탑신과 옥개석을 얹었다.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밧줄을 타고 내려와 잠시 용장사지(금당터)를 둘러본 후 본격 하산한다. 산죽터널을 지나면 용장계곡(용장골). 고위봉과 금오봉 사이로 흐르는 용장계곡은 남산의 계곡 중 가장 깊고 맑은 물이 사계절 흐르는 곳. 지리산 계곡이 부럽지 않다. 김시습의 법호를 딴 아름다운 다리 설잠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25분 정도 걸으면 산행 들머리인 산불초소 앞에 닿는다.

김시습의 법호를 딴 아름다운 다리 설잠교.



# 떠나기 전에 - 유네스코가 지정한 '불교 노천박물관'

국토정보지리원의 지형도에는 남산을 금오산(金鰲山·468m)과 고위산(高位山·494m)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삼국유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고서에는 남산으로 많이 기록돼 있다. 경주남산연구소나 신라문화원 등 시민단체는 이러한 용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남산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남산 안에 금오봉과 고위봉이 있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남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노천박물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간 근교산 시리즈에서 남산은 몇 차례 소개됐다. 삼릉의 오붓한 산길, 천룡사지에서 틈수골로 가는 하산길, 봉화대에서 마석산으로 이어지는 때묻지 않은 능선길 등이 주요 등산로이다.

이번 코스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공룡능선과 산행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동서방향의 고위능선과 남북방향으로 뻗은 봉화대능선, 그리고 남산 계곡 중 가장 깊고 맑은 계곡물을 자랑하는 용장골. 무엇보다 칠불암, 용장사지, 천룡사지 등 남산의 알짜배기 볼거리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삼릉에는 '단감농원 할매칼국수집'(054-745-4761)이 있다. 우리밀로 만드는 칼국수다. 근처 10여곳 칼국수집이 있지만 원조다. 손두부 동동주도 일품이다. 골목 깊숙이 숨어 있어 물어물어 찾아가자.


# 교통편 - 경주서 봉계행 버스타고 용장서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봉계 방면 버스를 타고 용장에서 내린다. 500 503 505 506 507 508번 등. 들머리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나와 직진~35번 국도 언양 방면 우회전~나정 포석정 삼릉 지나 용장동 순. 길 우측에 '용장암소숯불' 큰 간판이 보이면 맞은 편인 왼쪽에 '용장사지 천우사 기와집밥상 고위산' 이정표 및 간판이 보인다. 좌회전해 하천을 따라 간다. 들머리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남산 정상을 지나 삼면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주변 풍광. 정면 길게 뻗은 능선이 삼면봉에서 청도역 쪽으로 내려서는 일명 진달래등이며, 그 뒤로 청도읍의 오례산성 원정산,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확인된다. 진달래등이 연분홍 진달래로 뒤덮였다고 가정해보라.

방향을 달리해 저 멀리 좌측 비슬산가 우측으로 용각산을 기점으로 왼쪽 선의산, 우측으로 대왕산 학일산 통내산이 보인다. 사진상으로 확인이 되지 않지만 흰색 지붕의 청도 소싸움장도 확인된다.

 휴대용 GPS 산행이 점차 늘고 있다. 인공위성의 정보를 이용, 전 세계 어디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GPS가 바야흐로 산꾼들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처음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나홀로 산꾼들이 활용했지만 이후 가이드 산악회를 이끄는 산행대장들과 호기심 강한 일반 산꾼들까지 가세하면서 갈수록 사용인구가 늘고 있다.

 이젠 인터넷의 등산 관련 사이트나 카페에는 GPS 데이타를 분석한 산행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행한 궤적을 3차원 위성영상과 지형도에 덧씌워놓은 그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다반사가 됐다.

 그간 발로만 뛴 산행팀도 보다 충실한 산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GPS 산행을 감행했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무언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산행지는 경북 청도 남산. 청도8경 중 하나인 낙대폭포와 신둔사 죽림사 적천사 등 신라 천년 고찰을 품고 있는 남산은 빼어난 전망대와 운치있는 소나무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청도의 명산 중의 명산.

혹 독자들은 청도 남산처럼 사통팔달 산길이 열려 있는 곳에 GPS 산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그건 남산을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이다.

청도 남산 등산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기존 산길의 대부분은 남산의 북쪽 화양읍과 동쪽 청도읍 방면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밤티재를 경계로 이웃한 화악산은 남산의 남쪽에 위치해 있어 결국 청도 남산의 산행코스는 북, 동, 남쪽에 존재할 뿐 남산 서릉은 여전히 미답의 산행지로 남아 있다.

청도 남산 서릉의 들머리는 각남면 사2리. 수년 전 마을 뒤 저수지인 사리지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개척한 적이 있는 산행팀은 이번엔 이 계곡과 동서로 나란히 내달리는 아래, 위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를 시도했다.

 산행은 각남면 사2리 경로회관~동래 정씨묘~382봉~559봉~화리 일곡리 갈림길~전망대~죽림사 사거리~삼각점~헬기장~남산(870m)~삼면봉(852m)~밤티재 갈림길~폐무덤~무덤 앞 갈림길~삼각점~송씨 가족묘~도로~사2리 경로회관 순. 휴식 및 식사시간을 제외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10분.

금붓꽃.

큰구슬봉이.


          각시붓꽃.

산행 초입과 막판 밤티재 갈림길 이후부터 날머리까지의 까다로운 구간은 청도의 모든 산에 정상석을 세우고 산길을 정비한 청도산악회도 여태 밟아보지 않은 구간이라 국제신문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히 묶어 놓았다.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간다. 상사교를 건너 20m쯤 가면 길 우측 감나무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입구의 무덤을 지나 바로 능선길이 시작된다.

동래 정씨묘를 지나면 거친 송림 오름길. 산 기슭이지만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거칠다. 완연한 봄이라 애기풀 각시붓꽃이 솔가리 틈을 비집고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굽이 오르자 시야가 트인다. 발아래 저수지와 저멀리 진달래 명산인 비슬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제 반듯한 산길이 기다린다. 창녕 성씨묘를 지나면서 양지꽃도 보이고 주변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묘지를 지나며 경사가 다소 가팔라지고 382봉을 지날 땐 좌측으로 아기 손바닥만한 뽀얀 연둣빛의 새잎이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인다.
   
 
산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잇단 무덤을 지나 운치있는 소나무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들머리에서 1시간쯤, 경사가 거의 사라질 무렵 소나무를 벌목해 산길을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벌목한 나무들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아 시선은 좀 불편하지만 걷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여기서부터 길찾기 염려는 붙들어매고 주변 풍광을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559봉을 넘어 낙엽길로 내려서면 위풍당당한 남산 정상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첫 이정표를 만난다. 화리 일곡리 갈림길이다. 정상까진 1.9㎞. 직진한다. 200m쯤 뒤 좌측으로 크게 꺾어 올라선다. 차츰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지만 무시하고 20분쯤 뒤 올라서게 되는 전망대에서 전체 조망을 파악한다. 좌측으로 비슬산이, 우측으로 용각산을 기점으로 왼쪽 선의산, 우측으로 대왕산 학일산 통내산이 보인다. 그 왼쪽 흰색 지붕의 건물이 최근 완공된 청도 소싸움장이다. 발 아랜 화양읍을 청도천이 감싸고 있다.

이어지는 오름길. 비구니 사찰인 죽림사 갈림길을 지나면 방금 본 조망보다 더 넓게 시야가 트인다. 곧 삼각점이 박힌 829봉. 이 지점부터 소위 남산의 주등산로다. 이 길은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밤티재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산길은 우측으로 휘며 헬기장을 지나 곧바로 정상에 올라선다. 삼각점에서 10분.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대형 정상석과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상봉에선 앞선 전망대에서 본 대왕산 우측으로 학일산 통내산 비룡산 시루봉 대남바위산과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 억산 범봉, 그 뒤로 영축산 향로산도 어렴풋이 확인된다.

청도 남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이 마주보는 좌측으로 내려선다. 잠시 송림길을 통과하면 남산 최고의 암릉 전망대. 확 트인 조망과 바위 사이 뿌리 내린 멋진 낙락장송,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광이 일품이다. 앞서 본 산군과 함께 발아래 한때 신라를 위협할 정도의 강국이었던 이서국 왕이 은신했다는 은왕봉과 그 아래 신둔사가, 정면에는 삼면봉이 손에 잡힌다.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삼면봉. 큰 돌무더기가 있다. 각남면 화양읍 청도읍을 가르는 이곳에선 우측 밤티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정면 왼쪽 철마산에서 우측으로 아래화악산 윗(소)화악산 화악산이 보이고, 그 아래 분지를 이뤄 수백 개의 비닐하우스가 모자이크처럼 자리한 마을이 그 유명한 한재미나리 재배장이다. 도로를 따라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있다. 장관이다. 이 길 우측으론 방금 올라온 능선과 남산 정상과 삼면봉이 한눈에 보인다. 

남산 정상을 지나면 등로 좌측으로 그 유명한 한재미나리 재배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골짜기 하나도 온통 미나리재배지이다. 하얀색의 비닐하우스가 장관이다.

남산과 화악산을 가르는 밤티재 갈림길까진 소나무와 진달래와의 조화가 돋보인다.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선 창녕 화왕산과 관룡산도 보인다. 밤티재 갈림길은 삼면봉에서 23분. 너럭바위 위의 아름드리 낙락장송 풍광은 상주 갑장산의 상사바위를 떠오르게 한다.

 다시 오르막길. 농짝만한 바위를 우회, 721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억새밭. 알고 보니 방치된 무덤으로 길찾기에 유의해야 될 지점이다. 이어지는 산길로 봐선 열에 아홉은 직진한다. 이럴 경우 임도를 만난다.

하지만 원점회귀를 위한 능선상의 산길은 GPS 단말기에서 좌측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GPS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믿고 좌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사실상 개척산행. 반듯한 길은 없고 그저 능선을 따라 간다.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을 하산할 목표 능선으로 잡고 나아간다.

완만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일순간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좌측 지금까지 봐 온 소나무보다 훨씬 운치있는 적송들이 쭉쭉 뻗어 있고 우측으론 황홀한 진달래 군락이 도열해 있는 보석 같은 길이다. 앞서 삼면봉에서 밤티재 갈림길로 가는 구간과 20여 분간의 이 구간을 감안한다면 서릉 중 이 능선을 진달래등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싶다.

하산 도중 뜻밖에도 황홀한 진달래 군락이 이어져 잠시 뒤돌아 포즈를 취한 필자. 앞서 삼면봉에서 밤티재 갈림길로 가는 구간과 20여 분간의 이 구간을 감안한다면 서릉 중 이 능선을 진달래등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싶다.

능선은 자연스럽게 좌측으로 이어져 사유지인 듯한 철사로 둘러쳐진 울타리를 만난다. 이후 길은 없지만 울타리와 나란히 간다. 10분쯤 뒤 무덤. 좌측으로 꺾으면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2, 3분 뒤 갈림길. 진행되는 산길로 봐선 직진해야 되지만 이번에도 GPS 단말기는 좌측을 가리킨다. 직진하면 마을 뒤 못인 사리지 방향. 무덤을 지나 정면 지도상의 300m쯤 되는 봉우리를 살짝 넘으면 벌목한 소나무를 쌓아 놓은 지점을 만난다. 삼각점이 있다. 소나무 더미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길은 없다. 5분 정도 송림을 뚫고 나아가면 무덤을 만나고 다시 5분 뒤 송씨 가족묘를 만난다. 산행은 사실상 끝.

임란 순절지사 순절비와 감나무밭을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도로. 우측으로 4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면 사2리 경로회관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휴대용 GPS의 승리 확인…이구동성으로 감탄

 산에 오를 땐 통상 들머리 찾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산을 벗어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오래 전 나무하러 다니던 길과 무덤으로 가는 길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산꾼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길을 택하든 산이야 벗어나겠지만 마음먹었던 지점으로 깔끔하게 내려서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산행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독도법의 대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창우 산행대장도 지형도를 갖고서도 지형지물 하나 없는 꽉 막힌 숲속에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도 간혹 있다.

이번 산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폐무덤이 있는 억새밭 지점이나 무덤 앞 갈림길에선 GPS 단말기가 없었다면 열에 열 모두 그냥 직진했을 것이다. 그 길이 너무나도 반듯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이 대장을 비롯한 일행들은 일단 GPS의 능력을 믿기로 하고 반듯한 길 대신 거친 길을 뚫고 나아가야 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계획했던 바로 그 지점으로 100% 맞게 떨어지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GPS의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청도에 왔다면 추어탕을 빼놓을 수 없다. 청도역 앞에 위치한 40년 전통의 '역전추어탕'(054-371-2367). 걸쭉하고 진한맛의 남원 추어탕과 달리 말간 국물에 시래기를 잔뜩 넣어 시원하고 담백하다. 5000원. 미꾸라지 튀김도 별미다. 사2리 경로회관에서 왔던 길로 가지 말고 왼쪽 밤티재 쪽으로 틀어 한재미나리 마을을 지나 청도읍 방향으로 가야 된다. 

추어탕이 유명한 청도, 청도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전통의 '역전추어탕'의 추어탕. 얼큰하고 걸쭉한 남원 추어탕과 달리 청도 추어탕은 아주 맑다.  
미꾸라지 튀김. 고소하면서도 맛이 일품이다.

 
# 교통편 -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서 내려 밀양 청도 방면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풍각행 버스를 타고 풍각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9시5분, 10시, 10시30분, 11시20분. 1300원. 풍각터미널에서 사동행 노란색 버스를 타고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10시50분. 1000원. 날머리 사2리 버스정류장에서 풍각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시, 7시10분에 있다. 풍각터미널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5시52분, 6시, 6시30분, 6시50분, 7시, 7시20분, 7시40분, 8시, 8시40분, 9시20분(막차).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에 있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창녕 풍각 20번 우회전~각남면 소재지~대산사 안내판~신당리 방향 우측으로 내려선 후 좌회전해 굴다리 통과~한재 옥산~밀양 상사리 한재미나리 좌회전~사2리 이정석~상사교~사2리 경로회관 순. 
 

유가사 원점회귀…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정상 일원 100만 ㎡ 광활한 진달래밭 일품
헌걸찬 산세에 기암괴석 암봉도 시선 끌어
낙동강과 가야산 영남알프스 산꾼도 보여 

대구 비슬산은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산 정상 일원이 진달래로 산상화원을 이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등산객들이 찾는다.


 신성한 산에 사바세계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지금이야 공직사회에서 거의 모든 행정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눈에 안 보이는 약간씩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 같다.

가지산에 이어 지난 1983년 경남 유이(唯二)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고성 연화산. 하지만 도립공원인지 확실하게 아는 산꾼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한 바퀴 기껏 돌아봐야 3시간 남짓한 데다 산행 도중 도로를 한 번 건너야 한다. 울창한 숲과 경내의 유물전시관 그리고 물 좋은 옥천수가 있지만 이 요인이 부족한 산세를 벌충하기에는 무리인 듯 싶다.  
 
경남도와 고성군도 지정 이유에 대해 그저 상투적인 대답만 하기 일쑤이지만 산 아래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구동성으로 군사정권 당시 고성 출신 실세의 물밑 영향력이 컸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연화산에는 오랜 기간 덜 알려진 탓에 동식물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해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단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이런 현상을 두고 주민들은 도립공원의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는 뒤늦게 도립공원 지정 요건을 갖췄다는 무언의 대답으로 들려 한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구 비슬산의 경우 지난 1999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당시 지역구 모 의원이 비슬산과 이웃한 청도 창녕 지역의 산군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무산됐다.

이창우 대장은 "비슬산과 창녕 화왕산 관룡산, 청도 남산 화악산 등을 묶으면 하나의 산군이 이뤄지지만 이들 봉우리를 잇는 소위 잡산들이 자격 미달"이라며 "차라리 영남알프스 산군이나 갓바위~가산산성의 팔공산이 국립공원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잊혀진 뒷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낸 것은 차후엔 신성한 산에 구린내 나는 입김이 절대로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비슬산은 국립공원급에는 못 미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산림청이 수년 전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지 않은가.    
 
특히 매년 4월말에서 5월초엔 산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상 일원 100만 ㎡(30만 평)의 광활한 산사면에 진달래가 만개해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대구 달성군 유가면 유가사(비슬산) 주차장~도성암 갈림길~전망대바위~삼거리봉(앞산 갈림길)~비슬산 대견봉(1084m)~마령재~(월광봉)~조화봉(톱바위)·대견사지 갈림길~조화봉(1058m)~대견사지~팔각정~계곡(수성골)~유가사~주차장 순. 휴식 및 식사시간 빼고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걸린다.

주차장 사무실을 지나면 바로 갈림길.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유가사 갈림길. 우측 유가사 방향은 하산길, 좌측 대견봉(정상·3.5㎞) 방향으로 향한다. 수도암 입구를 지나 커브길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유가사.

유가사 석조여래좌상.

솔향 그윽한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힘들지는 않다. 이따금 너덜을 만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지그재그길로 이어진다. 50분 뒤 침목계단 입구 삼거리. 우측 길은 도성암으로 이어지는 포장로가 생기기 전 도성암을 거쳐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침목계단을 오른다. 4, 5분 뒤 길 우측으로 철조망이 보인다. 이 길은 아마도 신라 도성국사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바위로 올라설 수 있으나 도성사 뒤 암벽이라 위험해 절에서 막아놓은 듯하다.

10분 뒤 갈림길. 구급함이 서 있다. 두 길은 곧 만나지만 이왕이면 전망대바위가 있는 우측으로 간다. 전망대 끝단에 서면 발 아래 도통바위와 도성암 유가사, 그 뒤로 유가면과 번화한 현풍면 그리고 낙동강이, 우측 정상 부근은 누런빛을 띠는 성말댕이와 그 뒤로 가야산이, 좌측으로 대견사지 뒷봉우리인 1035봉(옛 대견봉)과 그 우측으로 뾰족한 관기봉과 비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침목계단으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근육질의 암봉이 시선을 빼앗는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써 비슬산이라 명명됐다지만 과문한 탓인지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18분 뒤 삼거리봉. 비로소 정상과 높이가 엇비슷한 능선 어깨에 올라선다. 왼쪽 대구 앞산 또는 용연사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정상(0.4㎞)으로 향한다. 마른 억새 무성한 완경사 능선길 좌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이다. 장관이다. 마침내 상봉. 좀체 보기 힘든 대삼각점이 있고, 커다란 바위 위에 '비슬산 대견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우뚝 서 있다. 앞서 본 조망은 더 넓게 품에 안기고 저 멀리 북쪽으로 대구시가지의 일부와 그간 가뭇가뭇하던 낙동강 물줄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대견사지(4㎞) 조화봉(4.5㎞)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정면으로 조화봉과 관기봉, 그 좌측으로 청도 화악산과 남산, 화악산 좌측 뒤로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 능선길 좌측은 청도 각북면, 우측은 대구 달성군이다.

곧 갈림길. 왼쪽 헐티재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송림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근육질의 대견봉과 그 아래 병풍듬의 위용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비슬산은 청도 쪽 능선은 완만한 육산인 반면 대구 쪽은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계속되는 내리막. 15분 뒤 사거리에 닿는다. 마령재다. 왼쪽 용천사, 오른쪽 유가사, 산행팀은 대견사지(참꽃군락지)로 직진한다. 이제부터 절정인 대견사지 주변까지 능선 좌우가 온통 진달래길. 능선 좌측 월광봉은 통상 우회한다. 벤치가 놓여 있는 쉼터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좌측 톱바위(0.2㎞) 조화봉 휴양림 방향, 직진하면 대견사지(0.2㎞). 산행팀은 톱바위를 거쳐 조화봉에 오른 후 다시 현재 이 지점으로 돌아와 대견사지를 향한다.

하지만 조화봉 정상 아래에는 정확한 홍수 예측을 위해 낙동강유역 강우레이더가 설치돼 능선길을 막고 산길을 돌려놓았다.

해서 산행팀은 휴양림으로 가는 임도로 내려가 좌측으로 50m쯤 가면 만나는 너른 터인 바람골에서 좌측 산길로 올라 조화봉에 올랐다. 도중 만나는 톱바위, 일명 칼바위는 멀리서 보면 흡사 칼춤을 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이제 대견사지로 향한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끝단 벼랑에는 3층석탑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경주 남산 늠비봉 5층석탑과 창녕 관룡산 용선대 석조여래좌상과 마찬가지로 장엄한 그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산상화원을 지나 만나는 대견사지 3층 석탑.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벼랑 끝에 서 있는 3층 석탑은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대견사지 3층 석탑과 조화를 이루는 산의 물결.

이제 능선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을 오르면 함지박처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진달래 군락지로 봄이면 달성군이 주최하는 참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비슬산 남쪽 산 사면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다. 장관이다. 연분홍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펼쳐지는 진달래군락을 가로지르는 나무덱을 따라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하산은 능선 좌측 저 멀리 보이는 팔각정자 쪽으로 향한다. 역시 나무덱이 조성돼 있다. 1035봉 갈림길에서 유가사(2.6㎞)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40여 분 뒤 유가사계곡에 닿고, 여기서 5분 뒤 계곡을 건너면 반듯한 길을 만다. 유가사는 10분이면 닿고, 다시 10분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슬산 유가사 일주문.

유가사 석조여래좌상.


 
비슬산 유가사 경내.

# 떠나기 전에 - 올해 비슬산 참꽃 축제 4월 25~28일

대견사지는 중국 당나라 문종과 얽힌 얘기가 전해온다. 좋은 절터를 찾던 문종은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에 흠뻑 빠져 신하들에게 수소문하게 한 결과 찾은 곳이 대견사였다는 것이다. 즉 대국(大國)에서 본(見) 절(寺)이라는 의미이다. 대견사지에서의 낙조는 특히 아름답다고 전해온다.

비슬산에는 예부터 고찰이 많았다. 들머리 유가사는 팔공산 동화사 말사로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했다. 도성암은 비슬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암자 뒤에 도통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조화봉(1058m)에 서면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비슬산 조화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청도에선 이 1058봉을, 달성 쪽에선 팔각정자가 있는 1035봉을 조화봉이라 한다. 오래 전에는 1035봉을 대견사지 위에 있다고 해서 대견봉이라 부르기도 했다.

달성군이 매년 개최하는 비슬산 참꽃축제는 대견사지와 참꽃군락지 그리고 자연휴양림에서 오는 4월 25~28일 열린다.


# 교통편 - 중부내륙고속도 현풍IC서 내려 현풍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타고 현풍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30분, 10시20분, 11시10분. 1시간30분 걸리고 7000원. 현풍터미널에서 창성여객 달성5번을 타고 유가사 주차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분, 10시10분, 11시20분. 1100원.

유가사 주차장에서 현풍터미널행 달성5번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50분, 6시40분에 출발한다. 이상은 평일 기준이며 주말에는 600번 버스가 투입돼 배차간격은 훨씬 줄어든다. 현풍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10분, 6시, 6시50분, 7시4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현풍IC~대구 현풍 5번 국도~유가 1093번 지방도~유가사 소재사 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 좌회전~유가면사무소 우회전~유가사 소재사 자연휴양림 4번 좌회전~비슬산군립공원 유가사 좌회전~비슬초등~유가사~주차장 순.

 

         
지룡산은 암벽 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는 산. 고봉준령의 명산에서 시골 구릉에 이르기까지 온통 산자락이 겹겹이 이어져 나라땅 어디에도 반듯한 지평선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광활한 지평선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김제평야의 이름이 그토록 드높을까.

그렇다 보니 우리 삶은 늘 산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만 뜨면 온통 산인데도 어느날 문득 삶이 지쳤다고 느껴질 땐 너나없이 심산유곡 깊은 산골로 들어가 위안을 찾았다.

이런 우리의 산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산사(山寺)이다.
4세기 불교 유입 당시만 해도 절집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그러다 7세기 신라의 삼국통일 후 교화와 회유를 위해 화엄10찰을 변방에 세웠다. 이후 9세기엔 선종의 유행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개창돼 산사의 전통이 점차 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산사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석사 은행나무길이나 선암사 매화 등은 줄곧 필부들을 유혹했다. 이름없는 절집의 예쁜 문창살도 잠시 쉬어가는 길손에겐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산행 중 산사와의 조우는 산꾼들에게 크나 큰 즐거움이다. 산세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 못잖은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승이 건네는 차 한 잔은 피로를 말끔히 가셔준다.

청도 지룡산(659m)이 그렇다.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위치한 지룡의 품안에는 운문사와 그 부속암자인 북대암 청신암 내원암 사리암이 거의 지척에 담장을 맞대고 있다.
필부들은 대개 `운문산 운문사'를 한 세트로 떠올리지만 지룡산을 거쳐 사리암으로 내려서다 보면 상황은 예상을 벗어난다. 운문산은 남쪽 아주 저 멀리 보이는데 발아래는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리암을 거쳐 도달한 운문사 현판에는 `호거산 운문사'라 적혀 있다. 호거산이 지룡산인가, 아니면 지룡산 서쪽의 호거대가 호거산인가. 그럼 운문산은…. 혼란의 연속이다.

운문사와 청도군 심지어 청도문화원에서도 속시원한 답이 안들리고, 지식의 보고라는 인터넷에는 아예 이런 의문조차 없다.

취재결과를 굳이 종합해 보자면 지룡이란 이름은 견훤과 관련된 전설은 있지만 옛 문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근래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근접한 곳에 위치한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를 호거산으로 간주해 달았을 수도 있다. 또 원래 대작갑사이던 절을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로 사액한 뒤 운문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17세기 이중경의 `유운문산록'에서 보듯 이 일대 전체가 운문산으로 불렸음을 방증한다.

산행은 운문면 신원리 승호장가든~전망대 바위~밀성손씨묘~(밧줄의지) 잇단 암벽오름~옛 무덤터~전망대 바위~삼각점(돌탑)~지룡산 정상~삼각점봉~전망대 바위~지룡산성 흔적~전망대 바위~829봉(헬기장)~헬기장~사리암·배넘이재 갈림길~전망대~사리암 갈림길~사리암~운문사~운문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때묻지 않는 산길과 약간은 버거운 암릉이 인상적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운문령을 지나 청도가는 69번 지방도와 운문사 진입로 입구, 그리고 청도에서 운문댐을 돌아 운문사로 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가 들머리다. 눈에 띄는 간판 `승호장가든'을 등지고 운문령(석남사) 방향으로 5m쯤 가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밀성손씨 제단 앞에서 왼쪽으로 15분쯤 가면 첫 전망대. 정면 제일 뒤 도롱굴산과 방음산이, 맨 우측에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계속되는 된비알. 밀성손씨묘와 TV 안테나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2시 방향의 깨진 바위가 상징인 억산, 그 왼쪽 뒤 범봉, 그 우측 암봉인 호거대(등심바위), 그 뒤로 각각 개물방산과 구만산이 확인된다.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를 오르면 정면에 거대 암봉. 갈림길이다.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오른쪽으로 에돌아 암봉을 우회하든지, 암봉 벽 우측 틈새로 치고 오른다. 이창우 대장은 암봉을 치고 올랐고 나머지는 우회했기에 모두 리본이 붙어있다. 이 대장에 따르면 암봉의 난이도는 험하기로 소문난 가지산 북릉의 배 정도. 때문에 반드시 경험있는 산꾼이 동행할 경우에만 시도하자. 보조로프는 필수.

산허리를 8분 정도 우회하면 다시 암벽. 밧줄이 있는데다 암벽에 층이 있어 오를 만하다. 발 아래 운문사 주차장과 아름다운 절 진입 숲길이, 고개들면 호거대가 손에 잡히는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10여 분 뒤 암벽 앞 갈림길. 우회하든지, 밧줄에 의지해 오르든지 고민하다 밧줄을 붙집고 힘겹게 오른다. 정면 억산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산행 도중 바라본 주변 조망. 맨 우측 억산 깨진바위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초입 암릉을 잇따라 오르면 산행 들머리 신원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삼거리인 이곳은 왼쪽 운문사, 오른쪽은 운문령, 직직하면 청도읍으로 가는 길이다.

 양지바른 옛 무덤터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전망대와 돌탑이 있는 삼각점 봉우리에선 정면 쌍두봉과 가지산 쌀바위가 조망된다. 정상은 이제 머리 위. 틀에 찍은 듯한 비스듬히 누운 주상절리를 지나 7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마침내 정상. 옛 신선봉 자리다. 하산길은 정상석 뒤로 열려있다. 직진하면 북대암 또는 운문사 주차장이 있는 황점리로 이어진다.
지난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정상석. 옛 신선봉 자리다.

살짝 한 번 내려섰다 올라서면 삼각점. 옛 정상자리다. 이내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문복산과 계살피계곡이 보이고 이어 돌탑이 있는 봉우리 인근에선 지룡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대략 이쯤부터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능선길. 우측 저 멀리 운문사가 보이고, 곧이어 내원암 가는 갈림길도 만난다. 20분쯤 뒤 전망대에 서면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앉아있다. 10분 뒤 오름길로 잠시 땀을 내면 헬기장인 829봉에 닿고,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또 다른 헬기장에 닿는다. 왼쪽 나선폭포 대신 오른쪽 사리암 방향으로 간다. 곰 형상을 한 벼락맞은 나무를 지나면 갈림길. 돌탑이 서있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삼계리 또는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배넘이재 방향.

산행 도중 발아랜 운문산가 보인다.
운문사와 북대암.
사리암 갈림길 직전 조우한 벼락맞은 나무. 얼핏 보면 마치 곰을 닮았다.

사실상 하산길이다. 운문산 정상이 정면에 보인다. 사리암은 하산길의 우측 방향에 있음을 인지하고 3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 산허리를 타고 간다. 너덜을 지나 아슬아슬한 암벽 허리를 탄다. 암굴과 수 십개의 크고 작은 공덕탑을 지나면 비로소 사리암. 갈림길에서 23분. 사리암에서 계단길로 10분이면 주차장에 닿고 여기서 다시 운문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25분쯤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나반존자 모신 사리암 기도도량 명성

 오랜만에 지룡산을 찾은 이창우 산행대장은 "지금 정상석이 서 있는 지점이 옛날의 신선봉이며, 15분쯤 뒤에 만나는 삼각점 봉우리가 옛 지룡산 정상"이라고 말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도 삼각점이 있는 지점에 지룡산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상석의 해발고도는 삼각점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정상석은 알고보니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정상석이 지룡산 산행을 약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희용 새한솔산악회 회장은 "당시 회원들이 그 무거운 정상석을 번갈아 지고 올라간 기억이 뚜렷하다"고 말한 후 "막상 삼각점이 있는 산길 옆 한 귀퉁이에 세우려 했지만 너무 좁아 그곳보다 높고 터가 넓은 지금의 신선봉에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발고도를 삼각점의 그것으로 새긴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산행팀이 지금와서 볼 때 정상석의 위치는 합당하지만 해발고도는 신선봉의 그것으로 하면 안성맞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반존자를 모신 날머리 사리암은 향일암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도도량. 사시사철 밤낮없이 기도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운문사보다 앞서 산문을 연 북대암은 조망이 빼어나며 내원암은 개울 건너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어 특이하다. 청신암은 돌탑 앞에서 기도하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있다. 사리암을 제외한 세개의 암자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간다.

500년된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로 유명한 운문사에선 불전사물(佛典四物)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불전사물은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尼僧)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보다 5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 교통편 - 청도터미널서 운문사행 버스 타야

대중교통편의 경우 기차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13분, 6시47분, 7시30분, 8시3분, 9시5분에 있다. 58분 걸리며 45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시간 걸리며 3200원.

날머리 운문사공용주차장에서 청도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3분, 5시15분(새마을호 6700원), 5시41분, 6시44분, 7시42분, 8시4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밀양 창녕 24번 좌회전~궁근정삼거리서 경주 운문령 운문사 방향으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 국도~경주 운문 20번 좌회전~금천지 동곡리~20번 운문~언양 운문사~신원1교~방지초등 문명분교~송호가든 순. 운문댐 드라이브도 가능한 이 길은 청도IC에서 들머리까지 다소 먼 25㎞이니 참고하자.


 

 

말등바위 타고 운문호를 보다
영남알프스 언저리봉 중 가장 북쪽에 위치
산행팀이 명명한 말등바위 서면 운문호 한눈에
여전히 사람 적어 한적한 겨울 산행지 제격

깍아지른 절벽과 헌걸찬 암릉 등 풍광 으뜸 
가지 운문 문복 서지 상운 팔공산까지 보여

옹강산 정상을 지나 얼마 안 가면 일순간 말잔등처럼 평평한 일명 말등바위와 깎아만든 돌기둥이 솟아 있는 암봉을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문호의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옹강산은 국제신문 산행팀과 인연이 아주 깊다. 국제신문을 통해 세간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영남알프스 최북단의 언저리봉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10여년 전쯤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철저히 숨겨진 무명봉이었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의 설명은 이랬다.

"당시만 해도 등산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은 데다 산행 패턴도 가지산 운문산 등 유명산 위주로 행해졌기 때문에 옹강산은 쳐다볼 겨를이 없었지요. 그러다가 개척 산행을 본업으로 삼던 국제신문 산행팀의 레이더에 포착된 거지요."
   
  옹강산 정상을 지나 얼마 안 가면 일순간 말잔등처럼 평평한 일명 말등바위와 깎아만든 돌기둥이 솟아 있는 암봉을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문호의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경북 청도 운문면과 경주 산내면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옹강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문복산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해 소위 영남알프스 언저리봉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독립봉우리인 셈이다.

해발고도는 832m.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지만 옹강산은 헌걸찬 영남알프스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최고의 전망대다. 여기에 발목까지 덮는 낙엽 융단길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암릉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운문호의 풍광은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래! 이 맛에 산행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세는 옹강산을 기점으로 말등바위가 포진해 있는 가운데능선과 이 능선 아래 위로 각각 두 개의 능선이 내달린다. 가운데능선과 윗능선(북릉)을 10년 전 처음 소개한 산행팀은 4년 전 산 너머 경주 산내면 일부리의 심원사에서 옹강산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이번에 산행팀이 오른 코스는 가운데능선의 아랫능선(남릉)으로 여전히 미답의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옹강산 등로의 대미를 장식하는 셈이다.

산행은 경북 청도 운문면 오진리 '운문댐 매운탕'~인동 장 씨묘~마산(240봉)~산불초소(신원앞산)~삼각점(379봉)~삼계리 갈림길(삼각점·641봉)~637봉~소진마을 갈림길~옹강산(832m)~가운데능선·북릉 갈림길~말등바위~소진마을 갈림길~소진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남짓 걸리며 길찾기는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들머리 '운문댐 매운탕'은 신원리 운문사 입구에서 운문댐 쪽으로 500m 거리의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다리(신원1교)를 건너기 직전으로, 이 다리가 신원리와 오진리의 경계이다.   
 
'운문댐 매운탕'으로 들어가 가게 건물과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지나면 곧바로 산으로 연결된다. 처음부터 낙엽 수북한 지그재그 된비알. 워낙 경사가 심하다 보니 의외로 밧줄이 매어져 있다. 5분 뒤 집채만한 바위 앞에선 우측으로 우회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산길이 묵어 있는 데다 낙엽이 쌓여 있어 오를수록 길찾기가 애매모호해진다. 일단 능선에 닿기 위해 치고 오른다. 18분 뒤 인동 장 씨묘. 정면 코앞에 지룡산 직전의 암봉과 그 우측으로 호거대라 불리는 등심바위와 저 멀리 억산이 확인된다.

'마산(240m)'이라 적힌 이정표.

보석같은 낙엽길.


산행 도중 보이는 옹강산 북릉과 가운데능선의 말등바위.

 묘지를 지나 직진하면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사각기둥이 서 있다. '산사랑연구회'가 '마산(240m)'이라고 적어놨다. 여전히 길은 희미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대로 이어진다. 이후 솔가리길과 보석같은 낙엽길을 반복하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인동 장 씨묘에서 18분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옹강산 북릉과 가운데능선의 말등바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등로 우측은 지룡산 신선봉이다. 15분 뒤 산불초소. 바로 옆엔 '신원앞산(379m)'이라 적힌 스테인리스강 이정표가 서 있다. 아마도 신원리 앞을 가로막는 산이라 하여 명명된 모양이다. 이제 정면으로 옹강산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옹강산 아래 마을이 날머리 소진리이며, 주변 자갈밭은 운문호 최상류이다. 유량이 많을 경우 이곳까지 물이 들어온다는 얘기다. 신원천 건너편으론 지룡산 삼각점봉과 그 왼쪽으로 쌍두봉 문복산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신원앞산. 저 멀리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옹강산 정상.
산행 도중 차츰 운문호가 보인다.
  
돌길에 이어 푹신푹신한 송림길이 기다린다. 15분 뒤 구덩이가 파헤쳐진 지점에 닿는다. 주변 나무를 잘라낸 것을 봐서 조만간 삼각점을 설치하려는 것 같다. 10여 분 뒤 진짜 삼각점봉(379봉)에 선다. 소진리로 하산하는 길이 열려 있다. 1시 방향으로 얼핏 봐서 크고 작은 봉우리 셋을 넘어야 상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으로 갈아탈 수 있을 것 같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길 우측으로 상운산 쌍두봉 쌀바위 가지산 청도귀바위 등이 보인다. 반듯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송림터널이 길을 내준다. 또 다시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며 등로는 넓어진다. 의외로 마냥 걷고 싶은 보석같은 길도 만난다. 숲 사이 우측으로 문복산과 쌍두봉의 들머리인 삼계리마을도 보인다.

삼각점봉에서 45분이면 길찾기에 유의해야 될 갈림길(641봉). 삼각점이 있지만 아직 고정돼 있지 않다. 옹강산 남릉은 유달리 삼각점이 많지만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우측은 삼계리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역시 내려섰다 올라선다. 10여 분 뒤 약간 너른 터인 637봉. 우측 삼계리 방향으로 길이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이제 정상이 코앞.

말등바위. 이 말등바위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명명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5분 뒤 정상 직전 안부갈림길. 왼쪽은 소진리로 가는 계곡길, 산행팀은 오름길로 정상을 향한다. 무명봉을 넘어 10여 분이면 돌탑이 서 있는 옹강산에 선다. 전망은 없다. 하산길은 둘. 우측은 삼거리재 방향으로 문복산 삼계리마을 경주 산내면 심원사로 연결된다. 산행팀은 정상석 왼쪽 말등바위가 있는 가운데능선 쪽으로 향한다. 5분 뒤 갈림길. 우측은 옹강산 북릉 방향, 산행팀은 좌측 바윗길로 간다. 일순간 능선이 좌측으로 휘면서 쏟아진다. 6분 뒤 전망대바위에 선다. 정면으로 운문호와 저 멀리 경산 시가지가, 운문호 상류 좌우로 각각 도롱굴산과 서지산(철탑)이, 서지산 우측으로 매곡, 그 뒤로 반룡산 발백산 구룡산, 저 멀리 팔공산도 확인된다.

말등바위를 지나면 암릉길이 기다린다.

암릉길의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이때부터 본격 암릉길이 시작된다. 바위 사이로 뿌리를 내린 분재를 빼닮은 소나무의 자태도 눈길을 끈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바위능선을 타면서 운문호와 어우러진 주변 산세를 조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순간 말잔등처럼 평평한 바위를 만난다. 일명 말등바위이다. 옹강산에서 주변 조망과 산세가 가장 빼어난 지점이다. 말등바위를 지나면 깎아만든 듯한 돌기둥이 뭉쳐져 있는 암봉. 무등산 서석대나 입석대의 축소판이지만 약간 비스듬히 서 있다. 잠시 올라서면 앞서 봤던 운문호와 가지 운문 지룡 구만 억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 그리고 구룡 사룡 오봉 단석산 등 청도 경주 쪽 봉우리와 낙동정맥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운문호.

 이어지는 암릉길. 밧줄은 없지만 틈새 발 딛는 곳이 있어 내려올 수 있다. 좌측으로 방금 올라온 능선도 보인다. 정면으로 3개의 봉우리가 포진해 있다. 이를 넘어야만 하산길이 기다린다. 12분 뒤 집채만한 암봉 앞. 우회해도 되고 밧줄을 잡고 올라 역시 밧줄에 의지해 내려선다. 이후 등로 또한 대체로 암봉 암릉길로 좌로 또는 우로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오르내린다.

말등바위에서 대략 1시간쯤 뒤, 세 번째 봉우리 정점이 하산길이다. 분재를 닮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두 그루 있고, 주변에 리본이 다수 걸려 있다. 직진하면 운문댐 초소, 오진리, 십리골가든 방향, 산행팀은 왼쪽 소진리마을로 내려선다. 처음엔 쏟아지지만 이후 송림길로 비교적 부드러워진다. 길 좌측으로 방금 지나온 암릉의 절리형 절벽이 눈길을 끈다. 미답의 솔가리길을 천천히 내려서면 마을 앞 갈림길. 좌측으로 우회해야 마을로 내려선다. 하산 갈림길에서 50분 걸린다. 마을에서 상수원감시초소를 지나 소진(오진) 버스정류장까지는 12분 소요된다.

◆떠나기 전에 - 그 유명한 말등바위, 국제신문이 명명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행 도중 10년 전 옹강산을 찾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과 그 당시의 상황을 줄곧 비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엔 지금과 같이 반듯한 산길은 상상할 수도 없을 뿐더러 오래 전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희미한 길과 짐승들이 다닌 소로가 전부였다. 희미한 산길도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기도 다반사였다.

지금이야 정상에는 반듯한 정상석과 돌탑이 나란히 서 있지만 초행길에는 정상 지점 주변이 온통 넝쿨로 쌓여 있어 정상이 어딘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결국 지도를 보면서 넝쿨을 헤치고 나아가 주변 지점에 비해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상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이 대장은 특히 말등바위에서 정상까지 구간과 오진리 복지회관에서 매곡을 거쳐 옹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아예 길이 없어 잡풀과 잡목을 헤치고 얼굴을 때리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가면서 길을 뚫었다고 했다.

말등바위와 말등바위가 있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은 국제신문 산행팀이 명명한 것이다. 이제는 국내 모든 산행지도에 표기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대장은 "아직도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에 비해 깨끗한 옹강산은 근육질의 암릉과 운문호와 어우러진 산세가 빼어나다"며 이 겨울 산행지로 적극 추천했다.


◆교통편 - 서울산IC로 나와 69번 지방도 갈아 타야

대중교통은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22분, 7시5분, 7시45분, 9시3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45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55분 걸리며 3500원. 여기서 들머리 '운문댐 매운탕'은 버스 진행 반대 방향으로 500m 정도 가면 신원1교를 지나 우측에 바로 보인다. 간판이 눈에 띄게 워낙 커 놓치지가 어려울 정도이다.

날머리 소진마을 정류장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55분, 5시45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언양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이용해야 되지만 오전 11시 단 한 차례 있다. 나올 때도 언양행 버스가 오후 5시5분께 단 한 차례 있어 상당히 불편하다. 참고하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언양 35번~경주 봉계 35번~밀양 상북 24번~밀양 석남사 24번~창녕 밀양 24번~궁근정 삼거리서 창녕 밀양 24번~청도 69번 지방도 우회전~가지산온천~운문령 및 운문산 자연휴양림~청도 운문 69번 우회전~신원1교~'운문댐 매운탕' 순. 날머리 소진리 마을에서 '운문댐 매운탕'은 1.5㎞ 떨어져 있다.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 원점회귀 코스
들판에 우뚝선 두 봉우리 말발굽형 능선
천년고찰 고이 품은 신라 삼국통일 보루
짜릿한 암벽타기·확 트인 정상 조망 일품
 
 만일 조물주가 기자에게 우리나라 산꾼들을 위해 산을 하나 만들라고 제안한다면 경북 의성군의 너른 벌판 위에 마주보고 우뚝 선 금성산(金城山·530m)과 비봉산(飛鳳山·671m)을 벤치마킹하겠다.

 우선 산 높이와 산행시간은 초보자가 선뜻 나서도 될 만큼 부담이 없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는 산꾼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으면서 늠름함을 잃지 않는 500~600m대에, 산행시간은 길어봐야 대여섯 시간 정도. 들머리에서 보면 두 봉우리는 얼핏 독립 봉우리로 보이지만 막상 능선길은 연이어 내달릴 수 있는데다 두 봉우리의 경계인 안부에선 천년고찰 수정사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있다. 따라서 어느 봉우리에서 올라도 체력이 부칠 경우 두 세 시간 정도만 산을 탄 뒤 수정사로 하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두 봉우리의 전체 형태는 말발굽 모양으로 원점회귀 코스가 가능하다.
            비룡산 하산길의 남근석과 소나무. 천길 낭떠러지 우측 끝단에 절묘하게 걸쳐져있다.

 산세도 고려의 대상. 수정사를 중심으로 서로 쌍립한 두 봉우리의 산세는 완연히 다르다. 의성을 대표하는 금성산은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의 능선은 아스라한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도 있다.

무작정 산만 오르내리면 지루할 것 같아 역사와 전설이라는 콘텐츠도 필요하다. 사화산(死火山)인 금성산에는 옛 삼한시대때 세운 산성 등의 흔적이 뚜렷한데다 영남에서 가장 그럴싸한 풍수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산 정상에 무덤을 쓰면 석 달 동안 이 지역에 가뭄이 드는 반면 묘를 쓴 후손은 운수대통해 부자가 된다는 것. 실제로 너른 상봉에는 움푹파인 곳이 여럿 보이는데 묘를 쓴 자리로 알려져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빠져선 안될 약방의 감초. 금성산엔 금성산성 흔들바위 봉수대가, 비봉산엔 남근석과 빼어난 조망이 그것이다. 특히 금성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 빙혈 풍혈로 유명한 빙계계곡에는 빙계온천도 있어 산행 후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금성산~비봉산은 근교산으로 갖출 건 모두 갖춰 까다로운 산꾼들의 취향을 대부분 만족시켜줄 듯하다.

산행은 금성면 수정리 정자골 금성산 등산로 입구~금성산성~관망대~병마훈련장~금성산 정상~건들바위~용문정 갈림길~봉수대~노적봉 갈림길~수정사 갈림길(능선안부)~비봉산 정상~암벽(15m)~남근석~암릉~산불초소~비봉산 입구~금성산 등산로 입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샛길이 거의 없는 외길인데다 의성산악회가 이정표 정비를 잘 해놓아 초행자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들머리의 아름드리 소나무 대여섯 그루가 우선 눈길을 끈다. 한 눈에 봐도 위엄이 있다. 100m쯤 걸으면 왼편으로 급경사 오르막길. 이 길은 상봉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15분쯤 뒤 금성산성. 삼한시대 부족국가 조문국이 세워 조문산성으로도 불리는 이 성은 신라 문무왕때 보수, 당군을 물리치고 삼국통일을 하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성 높이가 1m도 채 안돼 초라하기 그지 없다. 다만 인근에 널부러진 돌들로 과거 성의 형태와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을 뿐이다.

등산로는 산성을 따라 이어진다. 경사도가 극에 달할 즈음 석축이 정면을 막고 있다. 조문국 망루가 있던 곳으로, 적의 침입을 감시하던 관망대다. 이름 그대로 건너편 비봉산 일대와 골짜기 안쪽 수정사, 그리고 의성벌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때부터 바위길. 10여 분 바짝 땀을 내고 오르면 산 중턱은 뜻밖의 평지. 과거 조문국이 성안에 갇혀 있을 동안 병마를 훈련시키던 곳이다. 송림이 좋아 잠시 쉬어가기 적합하다.

이후 경사가 심해 밧줄을 타고 오르면 곧 정상. 헬기장이 조성된 이곳에는 과거 묘를 쓴 흔적이 보이는 웅덩이가 몇 군데 보인다. 이웃 비봉산은 물론 동쪽 저 멀리 보현산 천문대도 확인 가능하다.

                세 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는 걸들바위. 실제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산길은 정상석 뒤 송림길로 이어진다. 솔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건들바위 갈림길. 비탈길로 90m쯤 내려가야 만난다. 왕복 10분 거리. 3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다. 실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그 보다는 흔들바위 너머로 펼쳐지는 배나무골을 포함한 금성면 일대가 한 폭의 그림같다.

부드러운 능선을 40분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면 봉수대 유지(遺址)에 닿는다. 해발 445m에 위치한 봉수대 유지에는 `영니산 봉수대'라 적혀 있다. 영니산은 금성산의 또 다른 이름. 양지 발라 대개 여기서 점심을 한다.

봉수대 유지에서 1시간쯤 뒤엔 능선안부 삼거리. 우측으로 25분 내려서면 수정사, 산행팀은 직진한다. 20분이면 비봉산 정상에 닿는다. 헬기장인 이곳은 조망이 탁월하다. 남서쪽에 군위 인각사를 품은 옥녀봉이 보인다.

하산길에선 비봉산이 금성산과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안보이던 부드러운 낙엽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내리꽂히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들은 장관을 이룬다.
비봉산 산해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길. 좌우 절벽을 이룬 이 암릉길은 한동안 계속된다.
비봉산 암릉길 도중에는 오금이 저리는 전망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올망졸망한 묏부리를 힘겹게 오르면 돌연 뚝 떨어지는 15m의 수직절벽. 밧줄에 의지에 암벽타기로 내려온다. 여기서 놓쳐선 안될 것이 바로 남근석이다. 암벽에서 내려온 후 산길로 가지말고 왼쪽 정면의 전망대로 향하자. 여기서 고개를 돌려 방금 내려온 암벽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에 남근석이 걸려있다. 절묘한 위치다.
                   밧줄에 의지해 비봉산 암릉을 내려오는 이창우 산행대장.

이후 수정사 갈림길을 지나면 이번 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암릉길을 만난다. 우측의 금성산 능선과 좌측의 천길 단애와 벼랑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하지만 굴곡이 심한 눈 앞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그냥 두질 않는다. 산불초소가 위치한 마지막 봉우리까지 오면 사실상 산행은 끝. 수직절벽에서 50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줄곧 내리막길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날머리에서 들머리까지는 250m 떨어져 있다.

◇ 떠나기전에 - 비봉산 형상은 머리 풀어헤친 여인 모습

금성~비봉산 코스를 종주하면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산행 중 천년고찰 수정사를 볼 수 없다는 점. 이 절은 1300여년전 신라 신문왕 때 의상대사가 지금의 금성면 탑리 인근을 지나다가 숲 속에서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춤추는 곳을 발견, 성지라 점하고 창건했다. 수정사(水淨寺)란 이름은 주변 계곡물이 워낙 깨끗해 붙여진 이름.

수정사는 이후 화재로 인해 모두 불타버렸고 구담선사가 지금의 산골쪽으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 만일 승용차를 타고 왔다면 들머리에서 2㎞ 거리에 불과하니 잠시 들러보자.

산행중 만난 의성의 한 산꾼은 비봉산의 형상이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비봉산 정상인 헬기장이 여인의 이마, 15m 암벽이 여인의 턱, 비봉산 암릉과 단애가 여인의 가슴부위라는 것이다. 이 모습은 들머리와 탑리의 버들슈퍼 앞에서 가장 확실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산불감시 초소 인근에는 박쥐떼가 서식하는 굴이 하나 있다. 탑리사람들은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위치 공개를 하지 말라고 부탁해 산행팀은 이에 따르기로 했다.

의성 벌판에는 소류지가 아주 많다. 산불초소에서 만난 68세의 의성 토박이 노인은 대부분의 소류지는 박정희 정권 당시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비봉산 남동쪽의 16만평 규모의 가음(양지)저수지는 이승만 대통령 때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일군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로는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라고 했다.

                의성 탑리 5층석탑(국보 제77호). 금성산 들머리로 가는 도중 만날 수 있다.

◇ 교통편 - 영천서 안동행 버스…의성 탑리 하차

영천으로 가서 안동행 버스를 타고 의성 탑리에서 하차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40분 첫 차를 시작으로 8시30분, 10시35분에 있다. 100분 소요. 6800원. 영천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35분, 10시5분에 출발하며, 의성군 탑리정류소에서 내린다. 70분 소요. 4900원. 탑리에서 금성산 입구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탑리콜택시(054-833-1577) 합동택시(054-833-0880).
탑리정류소에서 부산행 직행버스는 오후 2시45분, 4시45분에 출발한다. 1만1700원. 이 시간에 댈 수 없을 경우 대구 또는 경주행 버스를 타고 영천에서 내린다. 경주행 버스는 오후 3시13분, 6시30분에, 대구행 버스는 오후 6시28분, 6시58분에 있다. 영천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6시20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군위IC~대구 안동 방면 우회전 후 곧바로 안동 군위 방면 좌회전~927번 지방도 금성 군위군청 방향 직진~군위 방향~927번 지방도 금성 방면 우회전~금성 지보사 927번 지방도 우회전~탑리 8㎞ 이정표~의성군 금성면 표지판~안동 의성 좌회전~빙계계곡 8㎞ 이정표~춘산 가음·수정사 68번 국도 우회전~빙계계곡 산운마을 우회전~수정사 4.5㎞ 좌회전 이정표~대형 비닐하우스 끼고 좌회전~산운공원(옛 산운초등학교), 산운교회~금성산 등산로 입구 순.




경주땅 서쪽 건천읍 오봉산 여근곡
유학사서 출발, 걷는 시간만 3시간 
건천IC서 나와 차로 대략 10분 걸려


#1. 1996년 이맘때 경주 서쪽의 건천(乾川)땅 한 마을 뒷산에 큰 불이 났다. 북쪽 산자락에서 연기가 치솟더니 반대편인 남쪽 기슭까지 온 산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주민은 "세찬 바람까지 몰아쳐 봉태기만한 불길이 휙휙 날아다녀 반나절 만에 산 하나가 홀랑 다 타버렸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산의 한가운데 여성 성기를 닮은 독특한 형상의 한 지점은 신기하리만치 화마를 피했다.

#2. 시간의 화살을 천 년 전으로 되돌려 서기 636년. 신라 27대 선덕여왕 5년, 한겨울인데도 개구리 떼가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라는 못에서 사나흘 계속 울어대는 괴이한 일이 발생했다. 신하들이 불길한 흉조라고 수근거리자 선덕여왕은 두 장수를 불러 "지금 당장 서쪽으로 가서 여근곡이라는 곳을 찾으면 그 안에 백제군이 숨어 있을 것이니 반드시 찾아 죽이시오"라고 명령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500여 명의 백제군이 매복해 있어 출동한 신라군은 적군을 포위해 섬멸했다.

승리하고 돌아온 장수와 신하들이 여왕에게 어떻게 적군의 매복을 알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묻자 여왕은 이렇게 답했다. "성난 개구리는 병사의 상(像)이요, 옥문은 곧 여근(女根)이다. 여자는 음(陰)이고 그 빛은 흰데, 흰색은 곧 서쪽을 의미한다. 해서, 서쪽의 여근곡에 적이 있음을 알았다. 또 남근(男根)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기 때문에 적을 쉽게 잡을 줄 알았다."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주 오봉산 여근곡(女根谷). 위 두 사례는 모두 이곳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만추의 여근곡. 일년 중 이때가 가장 선명한 모습을 보인다.

여름철 여근곡.

위 사진의 능선 우측 부분을 확대한 사진. 영락없는 임신부가 누워 있는 모습이다. 
 하산길, 다시말해 산너머에서 본 오봉산. 위 사진의 반대편에서 본 모습이다. 나머지 하나(오봉산 정상)은 우측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겨울철 여근곡.
여근곡 샘. 여근곡이 여성의 성기라면 이 샘은 음핵부분에 해당될 듯하다.
산행 들머리 유학사 경내 여근곡 청정수. 위 사진의 여근곡 샘에 호스를 묻어 이곳으로 끌어온 물이다.

아마도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 쪽으로 갈 때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의 왼쪽 방향에 위치한 이 성스러운 모습을 한번쯤 봤을 수도 있을 게다. 이 구간은 고속도로가 중앙선 열차 및 4번 국도와 나란히 내달려 역시 목격 가능하다.

드넓은 벌판에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솟은 산줄기 한가운데 길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마치 음문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지세까지 고려한다면 마치 '여성'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이다.

이 여근곡 깊숙이 등산로가 열려 있다. 신기하게도 여근곡 아랫 부분, 다시 말해 음핵쯤 해당되는 부위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산행은 건천읍 신평리 유학사~여근곡 샘~삼거리 안부(주능선)~멋진 전망대~임도(주사암 가는 길)~오봉산(633m·산불감시초소)~임도~주사암~마당바위~잇단 암봉~주사암~주사골~서면 천촌동회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안팎. 하지만 기암괴석 아래 절묘한 터에 위치한 천년고찰 주사암과 부산성 마당바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멋진 전망대에서의 조망 등으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들머리는 유학사. 하지만 절 입구에 위치한 '여근곡 전망대'에 잠시 들러 여근곡을 먼저 보자. 숲을 나와야 숲이 보이듯 여근곡을 품은 오봉산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시선을 맨 우측 능선으로 돌리면 임신한 여인의 누운 모습도 확인된다. 실제론 여인의 머리 부분이 오봉산 정상이며 나머지 4개의 암봉이 정상과 합쳐져 오봉산(五峰山)으로 불린다.

유학사 대웅전 좌측에는 '여근곡 청정수'라 적힌 샘터가 있다. 바로 산속 여근곡 샘에서 호스로 끌어온 물이다. 한 모금 들이켜고 바로 옆 돌계단으로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입구엔 '오봉산, 여근곡 300m'라고 적혀 있다.

송림길이다. 곧 작은 골짝-아마 이 부분이 멀리서 보면 음핵 우측 작은 골이 될듯 싶다-을 지나면 주변 바닥이 눅눅하게 젖어 있다. 여근곡 샘이자 천년 전 백제군이 매복한 장소이다. 샘터 흔적도 있는 데다 등산로 상에 있어 놓치진 않는다. 오래 전 호스를 묻어 샘물을 유학사 경내로 빼내 겨우 한 방울씩 흐를 뿐이다. 대자연이 뿜어내는 음기를 바로 앞에서 직접 체감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묘한 느낌이 스쳐감을 지울 수 없다.
  
여근곡 샘 좌측 골짝을 건너면서 산행은 이어진다. 오름길이지만 지그재그길이어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산행 전 마을주민들에게 들은 대로 좌우측 골 안쪽에는 화마의 흔적이 거의 없지만 벗어나기 무섭게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자주 눈에 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20분쯤 힘겹게 오르면 일순간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만난다. 산길 좌측은 여근곡의 큰 골짝이다. 대여섯 기의 묘지를 지난다. 세 번째 묘지 사이로 잠시 가보자. 반듯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갈 수 있다. 여근곡의 정점인 일명 '소산'을 확인해보기 위함이다. 과연 소문대로 너른 평지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2만5000도폭 지형도상의 소산 위치와 산 아래 주민들이 말하는 위치는 다르다. 참고하길.

이어지는 낙엽길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오름길이 시작된다. 스케일이 아주 큰 지그재그길이다.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 좌우에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들이 눈에 띈다. 대여섯 기의 묘지에서 27분이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동시에 삼거리 안부이다. 왼쪽은 건천IC 방향,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사적 제25호인 부산성(富山城). 신라 문무왕 3년 완공된 석성으로 주사산성으로도 불린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줄기 또한 모두 부산성이다.

우측으로 향한다. 능선 자체가 돌무더기로 산성의 흔적이 역력하다. 5분 뒤 멋진 전망대. 우측 건천읍, 좌측 서면, 발아래로 경부고속도로와 여근곡 전망대가 확인된다. 정면 구미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인내산 만불산이, 오른쪽으로 선도산 동대봉산 토함산 벽도산 남산 마석산 등도 보인다. 전망대 좌측으로 가면 오봉산 정상도 보인다.

 이후 50m 정도 산성을 밟고 내려가다 올라선다. 역시 지그재그길이다. 9분 뒤 좌측 전망대에 서면 단석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왼쪽으로 입암산과 매봉이 확인된다.

이제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5분 뒤 뜻밖의 임도. 주사암 가는 길이다. 200m쯤 걸으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입구에 파평 윤씨묘가 있다.

묘지 좌측으로 오른다. 5분 뒤 세 개의 바위가 키재기를 하고 있다. 제일 가까운 바위는 코가 축 늘어진 코끼리를 빼닮았다. 곧 정면으로 정상이 보일 무렵 우측으로 누운 임신부의 모습을 한 다섯 봉우리가 모두 보인다.

오봉산 정상은 코끼리바위에서 9분. 초소와 무덤이 있다. 하산은 직진한다. 등산로에서 주사암으로 가는 길은 막아 놓아 임도로 내려간다. 주사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기도도량. 기암절벽 사이로 앉은 터가 절묘하다. 절에서 바로 올라가는 산길이 없어 앞서 왔던 임도로 되돌아가 등산로로 올라선다.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과 휴식을 취했던 곳으로 알려진 마당바위. 일명 지맥석이라 불린다.
건너편에서 본 마당바위. 수직형 절벽이라 끄트머리에서 보면 아찔하다.

오봉산 정상. 정상에 위치한 산불초소에 근무하는 경방원 아저씨다.
 오봉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주사암.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기도 도량이다. 

이제부턴 4개의 봉우리를 지난다. 기도터가 있는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지나면 두 개의 갈림길이 잇따라 있다. 두 번째 갈림길서 좌로 가면 얼추 100명 정도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 또는 지맥석이다. 건너편에서 보면 사면을 깎아 세운 듯 기가 막히며 직접 끄트머리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곳은 부산성 일대가 한눈에 보여 이 성이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곳은 또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과 쉰 곳으로 전해온다. 참고로 주사암에서 산길로 오르기 전 잠시 임도를 따라 150m쯤 내려가면 부산성 안내판이 나온다. 이 안내판 뒤 배추밭은 김유신 장군이 수련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산길은 내리막길. 낙엽길을 지나 암봉을 우회한 뒤 또다시 낙엽 내리막길을 지나 오르면 마지막 암봉. 결국 정상, 주사암 뒤 암봉, 기도처 있는 암봉, 그냥 우회하는 암봉에 이어 5번째인 셈이다. 능선 끝에는 거의 절벽. 좌측 발아래 마을이 하산할 서면 천촌동. 예전엔 길이 없었지만 최근 누군가 굵은 밧줄을 설치해 놓았는데 일반인이 내려가기에는 아주 위험하다.

산행팀은 주사암으로 되돌아가 계곡길로 천촌동으로 내려설 계획. 주사암 공양간에서 부도를 지나 내려선다. 150m쯤 내려오면 갈림길. 우로 간다. 수북한 낙엽길이다. 이때부터 30~40m 간격으로 좌우 방향으로 산길이 계속 꺾이니 유의하길. 일부 구간은 낙엽 깔린 돌길이 제법 위험하다. '주사암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과 물 마른 작은 계곡도 지난다. 20여 분 뒤엔 우측 머리 위로 마당바위가 잘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정면으로 저수지가 보일 무렵 우측으로 오봉산을 이루는 다섯 봉우리가 뚜렷하게 손에 잡힌다. 5분 뒤 저수지에 닿고, 여기서 16분이면 천촌동회관에 도착한다. 주사암에선 56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여근곡,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준 영묘사 옥문지 개구리 떼는 당시 왕궁이었던 반월성과는 직선거리로 500m였다. 경주땅 서쪽 끝에 위치한 여근곡과는 10㎞, 차로 10분 거리이다.

지금 영묘사터에는 비구니 사찰인 흥륜사라는 절이 있다. 참고로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가 출토된 곳이 바로 영묘사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과 관련, 전해내려오는 설이 일부는 설득력이 없지만 재미가 있어 일부 소개한다.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안강 쪽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보게 되면 재수가 없다' 하여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인민군이 경주 점령 직전에 한번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백제군이 유독 오봉산 여근곡 인근인 건천땅에만 오면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 못한 것도 모두 여근곡 음기 덕분으로 전해온다. 또 한국전쟁 당시 행군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지르며 야단법석을 떤 것도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또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 하여 한때 외지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여근곡에서 보이는 들판도 원래 이름이 '썹들'이었지만 우스갯소리로 '씹들'이라고 짓궂게 부르기도 한다.

오봉산은 주사산 닭벼슬산 오로봉산 부산(富山)으로도 불린다. 산행 중 만나는 부산성(富山城) 안내판과 주사암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봉산 건너편 산줄기에도 산성이 있기에 부산(富山)을 오봉산보다 큰 개념으로 봐도 무관할 듯싶다. 부산성의 길이는 7.5㎞에 달한다.

유학사 입구 '여근곡 전망대'는 꼭 둘러보길 권한다. 수석수집가인 주인장 박용 씨가 발품을 팔아 모은 여근과 남근을 닮은 희귀 수석을 비롯한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집이 20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이 또한 여근곡의 음기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1인분 1만2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대구 가는 방향 길가에 위치해 있다. 차로 1분 거리.

흑염소 불고기.

굽기전 흑염소 불고기.

흑염소 육회.

◆ 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건천IC로 나와 경주 영천 방향으로 좌회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경주 영천 4번 좌회전~건천~(좌측 여근곡 팻말 보고 좌회전해도 상관없음)~굴다리~대구 영천 방향 좌회전~건천읍사무소 지나~윗장시마을 정류장 보고 좌회전(여근곡 주사암 유학사 팻말)~철길 건너~원신~여근곡 전망대~유학사 주차장 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고속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300번, 305번 좌석버스를 타고 건천읍 윗장시마을 정류장에서 내린다.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걸리며 1500원. 날머리 서면 천촌동회관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50분, 6시50분, 7시50분, 8시50분(막차)에 있다.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개인택시(054-751-6478)를 이용해야 한다. 천촌동회관에서 유학사까지 1만2000원.산행대장=이창우

경북 청도 갓등산~학일산 다녀와서
  
산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개척산행'에 관련된 것이다.
하긴 기사 속에 늘상 개척했다고 적혀 있으니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당연할 듯 싶다. 엄격히 말해 산행팀의 개척산행은 사전적 의미의 '개척'과는 다르다.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는 그대로의 옛길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일종의 발굴의 개념인 셈이다.

갓등산 산행 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S라인 동창천과 들머리 삼족대. 그 뒤로 밀양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행팀의 개척산행은 예부터 쭈욱 길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오래 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산너머 장에 다녀오던 고갯길이나 마을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런 길이다. 그 길이 수십년 동안 방치되면서 겉으로는 산길이 사라진 것으로 보일 뿐이다.

  
'산행지를 어떻게 정하느냐'.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이다. 평상시 지나다니다 봉우리를 눈여겨보고는 지형도를 관찰하며 대략적인 산세를 판단하고 코스를 결정한다. 그게 전부다. 지난해 월간 '사람과 산' 인터뷰 때 산행팀이 이같이 대답하자 당시 그 기자는 깜짝 놀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산행팀이 개척산행 때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답사를 하지 않는 산행팀은 이 때문에 산행 중 소위 '알바'를 많이 한다.

단적인 예 하나. 지형도조차도 무용지물인, 숲으로 꽉 막힌 급경사면으로 잡목과 잡풀을 헤치고 개척하며 나아가다 보니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산길이 뒤늦게 보이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발견한 희미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며 표시기를 단 후 애초 개척하며 힘겹게 올라온 길로 재차 올라오며 전에 달았던 표시기를 회수한다.

심할 경우 10분이면 올라설 구간을 산행팀은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위해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다 보니 때론 일몰에 걸려 예정된 산행을 마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기도 한다. 그럼 어쩌냐고요? 다가오는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다시 가야죠.

이런 과정을 거쳐 근교산 코스가 하나 완성되면 독자들은 신문을 들고 답습한다. 부·울·경 지역의 웬만한 반듯한 산길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주 소개하는 청도 갓등산~학일산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개척산행 코스이다.
    
학일산은 경산시와 청도군의 경계에 위치한 북쪽의 대왕산이나 학일산보다 남쪽에 위치한 통내산과 이어 산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산행팀은 통내산의 동남쪽에 위치한 갓등산을 묶어 새 코스를 만들었다. 갓등산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검색해봐도 결과가 전혀 없는 봉우리다. 매전면 소재지에서 보면 이름 그대로 갓등을 닮았다.

산행은 청도군 매전면 금곡리 삼족대~고성 이씨묘~주능선~월성 최씨묘~367봉~평산 신씨묘(안부)~순천 김씨묘~전망대~갓등산~동곡재~차단기~삼각점봉(553m)~학일산(693m)~삼거리~옛 청도(학일)온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학일산 정상까지는 이정표 하나 없는 청정 산길. 전체적으로 위엄을 줄 만큼 높지 않은 육산이며 능선에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키재기를 하고 있어 이 겨울 워킹 산행지로 그저그만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날머리의 학일온천이 지난 4월 시설 노후로 인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삼족대(三足臺). 밀양강 원류인 동창천이 내려다보이는, 동시에 갓등산의 맥이 동창천으로 수그러드는 기슭의 절벽에 위치한 이 정자는 조선 중종 때 삼족당 김대유가 관직을 사임하고 후진을 양성한 곳.   

삼족대에서 내려다 본 동창천.

동창전 건너편에서 본 삼족대. 산줄기의 끝자락 절벽에 절묘하게 앉아 있다.

삼족대 현판.

삼족대 입구에 위치한 신도비.

  
 

관광객들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 옆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김대유 신도비와 팔작지붕을 한 삼족대에서 내려다본 동창천의 주변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특히 아침 햇살을 받은 동창천 금빛 물결이 마치 어느 CF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등산로는 키낮은 담벼락을 따라 가면 삼족대 뒤로 열려 있다.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이 쌓인 부드러운 산책로다. 500년전 삼족당 김대유가 책을 읽다 잠시 뒷짐을 지고 산책을 했던 옛길이 아니던가.

등산로는 키낮은 담벼락을 따라 가면 건물 뒤로 열려 있다.
등산로는 바위 사이의 낙엽융단길로 시작된다.


곧 지그재그 오름길로 변하더니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 산허리길 대신 좌측 능선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된비알로 변한다.

고성 이씨묘를 지난다. 자연 그대로의 우리 민초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런 산길이다. 사실상 올 처음 만나는 매서운 겨울바람. 혹 꽁꽁 언 피부에 잔 가지라도 스치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무명봉을 살짝 오르면 비로소 앙상한 가지들 사이 10시 방향으로 갓등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암절벽이 중간쯤에 속속 박혀 있다. 고성 이씨묘에서 15분. 산세로 봐서 봉우리를 하나쯤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듯하다. 하지만 한 굽이 올라서면 향후 여정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능선이 우측으로 휘어지기 때문이다. 빽빽한 송림터널도 지나고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된비알도 오르면 무덤 1기를 만난다. 사실상 능선에 올라섰다. 갓등산이 보이기 시작한 지 18분 뒤. 여전히 갓등산은 10시 방향, 그 자리에 위치해 있다.

 직진한다. 곧 월성 최씨묘를 만난다. 반듯한 길은 없지만 수목 사이로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다시 무명봉을 넘으면 묘기 2기를 지난다. 급내리막길과 오르막을 반복하다 마른 억새숲을 지나면 지형도상으로 삼각점이 있는 367봉에 올라선다. 우측 발아래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이 보이고 그 뒤론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사자봉 억산 범봉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 쌍두봉 문복산 옹강산이 확인되고 그 앞 정면의 봉우리가 개물방산, 그 뒤 저수지가 억산의 전설이 서려 있는 대비지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거의 쏟아지는 수준이다. 이제 정면으로 갓등산이 보인다. 3분쯤 내려서면 주의지점으로, 산길은 능선을 따라 직진하는 길만 보인다. 갓등산은 좌측에 위치해 있는데, 해서 방향을 맞춰 산길을 만들어 내려서니 6분쯤 뒤 좌우가 지계곡인 능선길이 보인다. 결국 5분 뒤 평산 신씨묘가 있는 안부이자, 우측 금천면 동곡리와 좌측 매전면 금곡리를 오가는 일종의 고갯마루에 닿는다.

직진한다. 처음엔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반듯한 길이지만 차츰 애매모호해진다. 우측 발아래 철조망과 나란히 걷는다. 6분 뒤 순천 김씨묘와 농짝만한 바위를 지나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향한다.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면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급경사 낙엽길이 기다린다. 가뭄의 단비랄까. 좌측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순천 김씨묘에서 20여 분 뒤 전망대에 올라선다. 발아래 방금 온 능선길과 S자 굽어흐르는 동창천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시에 앞서 본 영남알프스 연봉 모두와 사자봉 우측으로 구만산 육화산 중산 낙화산 보두산 종암산 덕암산 오례산성 대남바위산 효양산 통내산 등 경주 청도 밀양의 산들이 죄다 확인된다.

여기서 4분이면 너른터인 지점에 올라선다. 갓등산이다. 정확한 정점은 좌측 바로 위 바위다. 정면 우측 뒤 봉우리 부분만 조금 보이는 것이 학일산이며 발아래 소나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도로가 매전면과 금천면을 잇는 도로, 그 정점이 동곡재다.

직진한다. 3분쯤 뒤 우측으로 꺾어 내려선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지붕 좌측이 목표지점이지만 아쉽게도 길이 없다. 그야말로 개척산행으로 '알바'는 기본이다. 30분이면 (주)나다 건물 주차장 옆에 닿는다. 가장 난코스이다. 주차장을 거쳐 도로로 내려와 길을 건너면 동곡휴게소. 하지만 산행팀은 우측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직진, 곧바로 동곡재 정점에 내려선다. 길을 건너 50m쯤 좌측으로 가면 임도급 길이 열려 있다. 길 건너편에는 '매전면'이라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그러니까 금천면과 매전면의 경계인 셈이다.

동곡재를 지나 학일산으로 향하다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갓등산이 보인다. 산 아래 작은 건물은 (주)나다.

차단기를 지나 10m 지점에서 우측 산길로 올라선다. 묘지 5기를 지난다. 경사는 심하고 산길은 반듯하지 않지만 오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18분쯤 뒤 좌측으로 들머리와 동창천이 다시 보이며, 여기서 20분 뒤 무명봉에 올라선다. 3분 뒤엔 우측으로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과 날머리인 학일온천이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은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으로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무명봉에서 15분이면 삼각점봉에 올라선다. 정면으로 학일산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몇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삼각점봉에서 14분 뒤 전망대를 만난다. 우측 채석장 뒤로 운문댐과 반룡산 발백산 장육산 사룡산 단석산 등이 확인된다.

헬기장인 학일산 정상.

헬기장인 학일산 정상은 삼각점봉에서 43분. 마른 억새숲을 지나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만난다. 정면으로 앞서 만난 전망대서 본 반룡산 등 청도 경주의 산이, 우측으론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펼쳐진다.

하산길은 두 갈래. 두 길 모두 옛 학일온천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9분 뒤 삼거리. 좌로 가면 통내산 대왕산 삼성산 백자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간벌 후 정리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학일온천까지는 42분 걸린다.


◆ 교통편- 무궁화호에 이어 운문사행 버스 타고 삼족대서 하차

부산역에서 청도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소요. 4800원(금~일요일 5000원). 청도역 맞은편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삼족대 앞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 3500원.

날머리 학일온천 앞에선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금천면 김전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20분쯤 걸린다. 김전리에서 동곡행 버스 역시 20~30분 간격으로 있다.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에 출발한다. 29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밤 9시40분에 있다. 학일온천에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동곡의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해야 한다. 삼족대까지 1만 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경주 운문 좌회전 20번~매전면~매전면사무소 지나~매전면 처진소나무 지나~경주 운문 20번~삼족대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국제신문 주말레저팀) hung@kookje.co.kr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산행대장 =이창우 www.yahoe.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