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43> 문경 주흘산

길따라 계곡따라 원시림 속으로
백두대간 베개 삼아 누워있는 산세
주봉 오르면 월악산·소백산 '한눈에'
굽이 굽이 반기는 폭포·소 장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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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길 입구를 들어서는 산행팀. 제1관문인 주흘관을 중심으로 우측이 주흘산, 좌측이 백두대간의 조령산.



지극히 개인적인 기자만의 생각이다.
경북 문경의 진산 주흘산(1075m) 정도면 산세로 봐서 국립공원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을 법하다. 설악이나 지리산의 산세에 비해 웅장함이나 화려함 측면에서 속된 말로 꿀릴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자의 어설픈 복받침에 동행한 전문 산꾼들이 한결같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지긋이 짓누른다.
그들은 한결같이 산세의 비범함에는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덩치가 웬만한 국립공원에 비해 턱없이 왜소한데다 지척에 제천 월악산이나 보은 속리산, 영주 소백산이 보란듯이 이미 `국립공원'이란 명패를 달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데가 없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다.
그러면서도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하고 많은 봉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에는 공감했다.
도읍을 자기 산자락에 두기 위해 서울의 북한산(삼각산)과 다툼을 할 정도로 산세가 빼어난 주흘산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짝이 바로 문경새재와 조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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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 높이의 3단폭인 조곡폭포(좌)와 여자 엉덩이를 닮았다 해서 명명된 높이 20m의 여궁폭포.


주흘산은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조령·鳥嶺)를 가운데 두고 백두대간 산줄기인 조령산(1025m)과 마주보고 있다. 흔히 주흘산을 두고 백두대간을 베개 삼아 누워있는 산세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문경새재는 바로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의 깊고 깊은 계곡길이다. 얼마나 험하고 깊었으면 1, 2, 3관문으로 나뉘어져 있을 정도. 예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던 문경새재는 옛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던 길이었다.
당시 영남에서 한양에 이르는 길은 문경새재 이외에 죽령과 추풍령이 있었다. 죽령길은 너무 멀었고, 추풍령길은 가깝기는 했지만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설이 있어 대부분의 선비들은 이 문경새재길을 선호했다.
문경의 옛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희(聞喜). 결국 과거 급제의 꿈을 안고 걸었던 문경새재는 바로 고향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희망의 길이었던 셈이다.
산행은 문경새재 주차장~매표소~제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대궐샘)~주능선~주흘산 주봉~주흘산 영봉~꽃밭서덜~제2관문(조곡관)~문경새재길~제1관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안팎.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고 길 또한 또렷해 길찾기 문제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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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제1관문인 주흘관을 통과하자마자 우측 소로로 간다. 곡충골이다. `주흘산 3.8㎞'라고 적힌 이정표도 서 있다. 왼쪽 저멀리 조령산, 오른쪽엔 주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계곡수와 그늘진 숲길은 찜통더위에도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이 맛에 산꾼들이 계곡산행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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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이 행궁을 설치, 머물렀다는 대궐터 인근의 대궐샘(좌)와 해발 1075m의 주흘산 정상.


곧 여궁폭포 갈림길. 폭포는 우측 가파른 길로 250m 오르면 만난다. 바위절벽 사이로 굵은 물줄기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높이가 20m인 이 여궁(女宮)폭포는 여자 엉덩이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폭포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숲으로 향한다. 주변의 기암절벽과 바위에 낀 이끼, 치렁치렁 얽히고 설킨 덩굴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계곡 또한 한 굽이 오르면 연이어 소와 폭포가 나타나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35분 뒤 혜국사(惠國寺) 앞 갈림길.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파천했던 계기로 나라의 은혜를 입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잠시 들렀다 되돌아와 우측 주흘산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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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의 명물 꽃발서덜(좌)과 삼지구엽초.


가풀막의 연속. 땀이 비오듯 흐른다. 지계곡을 건너면 산죽군락. 이 길을 지나면 너른 터에 닿는다. 공민왕이 행궁을 설치, 머물렀다는 대궐터다. 해발 850m인 대궐터 한쪽에선 샘터가 있다. 뒤돌아보면 조령산이 손에 잡힌다.
이제 정상을 향한다. 급경사길이 기다린다. 밧줄을 붙잡고 오르면 25분 뒤 주능선. 이제 500m 남았다. 평탄한 삼지구엽초 군락지를 지나 15분 뒤 벼랑끝 삼거리. 건너편 벼랑에 노란 원추리 군락이 시선을 붙잡는다. 여기서 10분이면 주흘산 주봉(1075m). 절벽 끄트머리에서 바라보는 발 아래 지능선들의 행렬, `과연!'이란 외마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순간 운무가 자욱해져 우측 뾰족봉인 꼬깔봉과 조령산 끄트머리만 보일 뿐이다. 맑은 날이면 월악산 운달산 백화산 소백산도 시야에 들어온다고 한다.
가장 높은 주흘산 영봉(1106m)까지는 여기서 북으로 35분. 좁다랗고 아기자기한 숲길이다. 첨언 하나. 조망이 없는 영봉은 주흘산의 최고봉이지만 주흘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는 주봉이다. 주흘산 산세를 논할 때 이 주봉이 으뜸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하산은 영봉 직전 갈림길에서 왼쪽 제2관문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죽길이다. 30분 뒤 계곡수와 만난다. 얼마나 더웠으면 계곡 바로 위에서 아예 벗고 몸을 담그는 산꾼들도 보인다.
주흘산의 명물 꽃밭서덜(서덜은 너덜의 사투리)은 여기서 7분 거리. 너덜지대의 돌로 세운 공덕탑이 수 백개쯤 서 있다. 봄이면 진홍색 진달래가 공덕탑 주변에 만개해 이같이 명명됐다고 하지만 어쩌면 공덕탑이 마치 꽃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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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관문인 조령관과 제2관문인 조곡관.


이제부턴 편안한 계곡산행. 계곡과 나란히 내달리기도 하고 수 차례 건너기도 한다. 40분 뒤 제2관문인 조곡관 안내소. 조곡문과 조곡폭포를 감상하고 웰빙산책로인 새재길을 따라 걷는다. 매표소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2005. 7)


#떠나기전에
 문경새재길 주변에는 볼거리가 무척 많다. 주흘관 왼쪽 용소골에는 하늘나리꽃이 만발한 가운데 드라마 '태조 왕건' 세트장이 있고, 이어 조곡관까지 길손들의 객사였던 조령원터, 신구 관찰사가 관인을 주고 받았던 교귀정, 조선시대때 한글로 씌어진 산림보호비인 '산불됴심비', 높이 45m의 3단폭인 조곡폭포 등이 있다. 최근에는 퇴계 다산 율곡 매월당 등이 이곳을 넘나들며 남긴 주옥같은 한시를 자연석에 새겨 놓아 운치를 더해준다. 매표소 옆 새재박물관과 주차장 인근의 도자기전시관과 유교문화관도 놓쳐선 안될 볼거리다.
 피로는 새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문경온천에서 풀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종류의 온천수를 경험할 수 있다. 황토빛의 칼슘 중탄산천과 맑고 투명한 알칼리 온천수가 그것이다. 첫 경험자들은 아주 신기해 한다.

#교통편
 대중교통편은 부산에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문경새재 문경읍 방향 3번 국도 좌회전~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 순.

#맛집
 경상도 음식이 맛이 없다는 정설을 무색케 하는 곳이 바로 문경이다.
 문경 전통 건강식인 묵조밥을 전문으로 하는 '소문난식당'(054-572-2255). 묵을 채 썰어 발효시킨 야채와 조로 지은 밥을 곁들여 먹는다. 도토리묵조밥(6000원) 청포(녹두)묵조밥(8000원)이 대표 메뉴. 식사전에 나오는 녹두죽과 더덕구이, 멸치향이 은은한 된장국, 취나물 깻잎부각 등 밑반찬이 깔끔하다.

 문경농업기술센터가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있는 거정석을 사료첨가제로 먹여 키워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육질이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문경약돌돼지. 구이로 맛보려면 새재 관리사무소 앞 '새재 초곡관 문경약돌돼지'(054-571-2020)를 찾으면 되고 요리로 맛보려면 문경시내 문경여중 뒷편에 위치한 '문경약돌샤브샤브'(054-556-7192)를 찾아가자. 새재에서 차로 25분. 약돌 건강 한방찜과 약돌 생샤브샤브가 주 메뉴. 2만~4만원. 샤브샤브를 먹은 후엔 솔잎 뽕잎 밤 메밀 쑥 콩 등으로 만든 국수와 야채를 듬뿍 넣은 영양죽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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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식당의 청포묵조밥(맨왼쪽) 문경약돌샤브샤브 식당의 약돌 건강한방찜(가운데), 새재 초곡관 문경약돌돼지.



근교산&그너머 <437> 포항 만리성산~묘봉산


낙동정맥 동쪽에 위치한 형남기맥 기점
오솔길따라 지능선 오르면 임도급 산길
울창하고 푹신한 숲 삼림욕장인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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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남기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저멀리 포항 앞바다가 장쾌하게 조망되는 묘봉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추억이다. 최근 군대 회피 목적으로 국적 포기를 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다수 멀쩡한 남자들은 그래도 가슴 한 켠에 군시절을 소중한 추억으로 아련히 남겨두고 있다. 만일 한 번 더 가라고 하면 결단코 거부하겠지만 남자들에게서 군대 이야기는 동질감의 확인과 같은 의미를 담는다.

포항의 만리성산(427m). 잘 정비된 능선길이 산행 내내 이어지는 보석같은 코스이다.

취재팀은 이번 산행에서 군생활을 떠올리는 '행군로'라고 적힌 팻말을 우연히 발견했다. 귀신잡는 해병대 모 사단의 체력단련 코스였다.

육군 보병 100(소총수)으로 제대한 기자와 산행대장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군생활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든 훈련을 어떻게 감내하고, 그토록 불합리한 명령 아닌 명령에 어떻게 복종했을까."

"한밤중에 야간사격 한답시고 '자동'에 걸어놓고 연발사격을 할 땐 그래도 통쾌했지."

하여튼 지금도 피끓는 젊은 청춘들이 시도때도 없이 이를 악물고 이 길로 극기훈련을 하고 있을 장면을 떠올리면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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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 계곡. 하얀 찔레꽃이 만발해 있다. 만리성산 정상석. 만리성재 또는 만리성이라고도 불린다.


포항의 만리성산은 이른바 형남기맥의 한 기점이다. 형남기맥은 낙동정맥의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 중 가장 큰 형산강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 영남알프스 고헌산 북쪽의 백운산에서 출발, 치술령~토함산~추령~함월산~성황재~만리성산~금오산~고금산을 거쳐 호미곶에서 그 맥을 다한다. 치술령 토함산을 통과하기 때문에 토함기맥이라 칭하는 산꾼들도 있지만 강을 중심으로 맥의 이름을 만들어 부른 산경표의 개념으로 볼 때 형남기맥이 타당하다는 것이 일반적이 견해이다.

무엇보다 능선길이 잘 정비돼 있어 평소 원없이 내달려보고 싶은 산꾼들이 있으면 적극 권하고 싶다.

산행은 포항 오천읍 갈평마을 갈평2교 입구~계곡~재실(齋室)~천주교 진주강씨묘~임도급 산길~묘봉산 갈림길~석남사 갈림길~묘봉산 정상~묘봉산 갈림길~사격장 삼거리~만리성산~산사태 절개지~철탑~음지마을 갈림길(하산길)~낙엽 및 계곡길~음지마을 순.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지만 길찾기가 만만찮으니 리본을 꼭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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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평정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방향과 반대로 걸으면 갈평2교와 만난다. 다리를 지나 우측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들머리 주변에는 '정자숯불가든' '갈평사슴농장'이라 적힌 큰 간판이 서 있으니 참고하자.

유량은 많지 않지만 계곡물이 아주 깨끗하며 주변에는 하얀 찔레꽃이 만발해 있다. 한여름에는 이곳에 텐트족들이 많아서인지 '야영금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계곡길을 버리고 이따금 좌측 산길로 향하지만 결국 만난다. 15분쯤 지났을까. 대숲을 배경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재실을 만난다. 재실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산길로 향한다. 6분쯤 뒤 다시 갈림길. 빨간 사각 플라스틱판이 걸린 왼쪽방향은 철탑가는 길. 오른쪽길로 간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 산으로 향한다.

숲이 울창해 삼림욕장에 온 기분이다. 실개울을 건너 꼬불꼬불 산길을 오른다. 천주교인 진주강씨묘를 지나면서 송림. 솔가리가 널부러져 푹신푹신하다.

계속되는 오르막. 오솔길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지능선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45분 정도.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135도쯤 크게 튼다. 완경사 내리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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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를 지나 좁다란 소로를 따라가면 뜻밖에 임도급 산길을 만난다. 황당한 순간! 몇 차례 주변을 살핀 끝에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해병대 모 사단'이라 코팅된 조그만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어 군부대 안이라고 짐작했지만 알고보니 체력단련코스였다. 왼쪽길은 북쪽 호미곶 방향, 참조하길.

내리막 커브길에는 나무를 덧대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무엇보다 산길이 귀빈을 맞는 듯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군인들의 피땀어린 '작업'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임도급 산길에서 15분, 묘봉산 갈림길을 만난다. 지형도에도 없는 묘봉산은 형남기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조망돼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왼쪽으로 20m쯤 가면 이정표가 있다. '왼쪽 묘봉산, 직진 석남사'. 묘봉산은 이정표에서 150m 거리에 있다. 1.5m 높이의 바위 옆에 361.5m라고 적힌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면엔 동해바다, 반대쪽엔 운제산, 보이지 않지만 우측이 호미곶 방향.

다시 묘봉산 갈림길로 돌아가 침목을 댄 우측 내리막길로 향한다. 14분쯤 뒤 해병대에서 세운 빨간색 이정표. 왼쪽 산서사격장, 오른쪽 대본리 방향으로 간다. 산길 왼쪽 저멀리 사격장이 보인다.

벼랑 추락방지를 위해 말뚝을 세워 밧줄로 묶은 길을 지난다. 낙엽길도 만나고 새들도 끊임없이 지저귄다. 때론 길 우측에 포항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숲도 울창하고 산길도 편안해 콧노래를 불러도 될 만큼 부담없다.

사격장 갈림길에서 1시간 뒤, 능선길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누군가가 나무 두 그루를 노끈으로 묶어놓았다. 얼핏 무덤 2기만 보이지만 무덤 뒤에 '만리성 427m'라고 적힌 정상석이 숨어있다. 사실 산행팀도 그냥 지나쳤다가 기분이 찜찜해서 되돌아가 결국 확인했다.

이어지는 갈림길. 그 사이에 '행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산행팀의 날머리는 음지마을. 우측길로 가도 가능하지만 능선길이 좋아 조금 더 내달리기로 한다. 도중 우측 묵은 길을 한번 만나지만 결국 주 능선길과 만난다. 참고하길.

또 한번의 갈림길. 만리성산에서 23분 거리다. 좌측 행군로는 버리고 우측 성황재 방향으로 내려간다. 리본이 많아 찾기 쉽다. 묵은 길이다. 잡풀도 헤치고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도 기다린다.

과거 산사태로 추정되는 함몰지역 가장자리를 돌아 철탑을 지난다. 길이 더 험해진다.

철탑에서 20여분. 음지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기다린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성황재로 가는 형남기맥 종주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갈림길 사이에 나무지팡이가 쌓여 있으니 참고하자.

물없는 마른 계곡이지만 예상치 못한 낙엽길이다. 무릎까지 빠질 정도다. 25분이면 계곡을 벗어나고 거기서 10분이면 음지마을 진전휴게소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호미곶서 백두대간 연결
산행후 볼거리 무궁무진

포항에서 예기치 못한 대어같은 산길을 낚았다.

오랫동안 산행팀은 5만분의 1 지형도를 보면서 항상 만리성산을 눈여겨 보며 오를 기회만 잡고 있었다. 호미곶에서 시작되는 형남기맥의 존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능선이 해병대의 행군로와 겹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해병대 덕택에 능선길은 주위의 낮은 산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깨끗하고 멋진 산길로 탈바꿈돼 있었다.

근교산꾼들이여! 낮다고 얕보지 마시길. 묘봉산~만리성산 산길은 동호인 여러분을 사로잡을 것이다.

만리성산을 지나면 능선의 맥은 크게 두 개로 갈라진다. 왼쪽 행군로는 감포의 문무대왕릉으로 이어지는 문무대왕로이며, 오른쪽 거친 산길은 형남기맥으로 토함산으로 연결된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은 아주 먼 오지의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특히 이 길은 호랑이 꼬리모양의 호미곶에서 낙동정맥을 거쳐 백두대간 종점인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등산로이다.

산행후 주변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다. 오천읍의 오어지와 오어사, 경주의 기림사 골굴사 감포 문무대왕릉 등이 산재해 있어 시간이 나면 꼭 들르자.

호국보훈의 달 6월 군시절을 회상하며 떠나보자.


#교통편-포항서 오천읍 내려 다시 갈평행 버스타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천읍으로 와 다시 들머리인 갈평으로 가야 한다.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7200원. 1시간40분 걸린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054-274-2313)에서 오천행 300번 좌석버스를 타고 오천읍 닛시마트 앞에서 내린다. 15분마다 있으며 1300원. 오천읍 세계리복개천 정류장에서 갈평행 버스를 타고 갈평정수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 오전 11시10분. 900원.

날머리 음지마을 진전휴게소에서 오천읍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7시20분에 출발한다. 오천읍에서 포항행 버스는 역시 15분 간격으로 300번 좌석버스가 있다. 포항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7~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문화엑스포공원 지나~감포가는 4번 국도~덕동호~추령터널~포항 기림사 14번 국도 좌회전~골굴사 입구 지나~기림사 입구 지나 포항 오천 방향 우회전~포항시 오천읍~갈평마을(정자숯불가든, 갈평사슴농장 간판) 순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6.09 15:48 / 수정: 2007.02.27 오후 7:57:47
 

흔히 토함산 하면 불국사 석굴암을 품은 산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산행팀은 관점을 달리했다. 알고 보니, 솔직히 말해 지형도만 보고 간 이번 토함산의 등로에는 온갖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지천인 자연 그대로의 보고였다.
 그렇다. 사람들이 유명산이라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산길로 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동반할 때가 왕왕있다. 일종의 횡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토함산이 그랬다..




근교산&그너머 <436> 경주 토함산

신라인 숨결 오간데 없고 발밑엔 산나물 야생화가 지천이네


황룡휴게소서 출발 상범마을 하산
발아래 그림같은 동해바다·보문호
3시간여 소요 가족산행지로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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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나이드신 어르신 세 분이 들머리 입구 조그만 가게에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나왔다.
"젊은이도 토함산 왔나. 길은 알고 있째. 요기 다리 밑으로 내려가 개울건너 논두렁을 따라 가면 곧바로 산길이 나오지. 찾기 쉽지. 그럼 우린 먼저 간다네."

묻지도 않았는데 애써 친절하게 설명한 그들은 급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 종종걸음으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30분쯤 뒤 어르신들과 다시 조우했다. 딴사람이었다. 흰 목장갑을 낀 손에는, 그들 표현대로 '등산용 곡괭이'가, 또 다른 손에는 방금 채취한 산나물이 한 움큼씩 쥐어져 있었다.


관심을 갖고 따라 붙는 기자에게 그들은 "요건 미역취, 이건 비비추, 요건 참나물…"하며 활짝 웃는 것이   
더덕과 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  
 
아닌가. 더덕 잎도 처음 봤다. 사실 산행팀은 웬만한 야생화는 대충 알지만 더덕이나 산삼 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작은 성과였다. 한 어르신이 파낸 더덕을 기자에게 건네며 잎의 향을 맡아보라고 했다. 그 어떤 값비싼 향수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상큼했다. 알고보니 더덕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덜 자란 더덕은 원상복구해두는 마음 씀씀이도 보기 좋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전진 한 걸음에, 좌우 두 세 보. 산행은 아예 뒷전이었다.
"여긴 산나물이 생각보다 많아. 특히 이 길은 더욱 그래. 참,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작년 요맘땐 여기서 멧돼지 새끼도 봤어.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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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과 더덕.

 
그랬다. 그 유명한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고 신라땐 하늘에 제를 지낸 5대 영산 중 하나였던 토함산(745m). 해맞이의 명소이자 단석산 남산과 함께 경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바로 그 산이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오랜 친구와도 같은 산이었다.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했다. 노루귀 칼퀴나물 쥐오줌풀 천남성 왕제비꽃 쪽도리풀 미나리아제비 은방울꽃 선씀바귀 작약 민백미꽃 솜방망이 흰민들레 쥐오줌풀 등의 해맑은 미소는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한다. 양지 바른 무덤에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지금까지 부산·경남의 대표적 산나물 산행지로는 거창 양각산과 생식마을로 유명한 경주와 영천의 경계에 위치한 사룡산 정도. 토함산도 오늘부로 그 반열에 감히 올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큼한 산나물을 캐는 기분, 한 잎 한 잎 정성껏 딴 산나물을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아오는 기분,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하다.

   
산행은 황룡휴게소(황용으로 표기돼 있음)~경주이씨묘~묘지 앞 등산안내도~우물식수 등산안내도~토함산 정상~추령재 갈림길~상범마을 갈림길~상범마을 순. 걷는 시간만 3시간 정도 걸려 가족산행지로 적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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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황룡휴게소로 가는 길은 우선 눈이 즐겁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극찬한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를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고갯길을 오르내린다. 이 길은 감포를 거쳐 구룡포로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길로 유명하니 참조하자.

황룡휴게소 앞에서 하차한 후 휴게소 우측 포장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간다. 두 개의 다리 아래를 통과한 뒤 개울을 건너면 막 모내기를 끝낸 논.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왼쪽 논두렁을 따라 산길로 접근한다. 월성손씨묘를 지나 안동권씨묘 직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이 길만 찾으면 사실상 길찾기는 끝. 초록빛이 물씬 묻어나는 활엽교목 일색이다.

제법 만만찮은 오르막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대신 발밑에는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힘든 줄 모른다.

독자들은 온라인 상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앞서 기술한 산나물과 야생화를 한 번 찾아보고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뒤 묘지 앞 첫 등산안내도. 정상까지 1.2㎞ 정도 남았다. 6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왼쪽으로 동해바다가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주변은 억새밭. 여기서 50m 채 못가면 갈림길. 오른쪽 그림같은 잣나무 숲길은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오는 길. 늦가을 이 길로 오르면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직진한다. 10분 뒤 또 갈림길. 등산안내도에는 우물식수라고 표기돼 있지만 찾을 길이 없다. 우로 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역시 직진한다. 정상은 여기서 10분이면 닿는다. 주의할 점 하나. 정상 입구 '추령재'와 '코오롱호텔 뒷길'이라 적힌 두 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방향이 잘못됐음을 일러둔다.

  
  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잠시 조망을 살펴보자. 왼쪽 제일 뒤 능선이 영축 신불 간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정면 제일 뒤 오봉산 단석산, 그 오른쪽 앞으로 벽도산 선도산 형제봉 구미산, 제일 앞 능선이 남산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히 산의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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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에 서면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는 오랫동안 터줏대감이던 큰 돌탑 대신 높이 3m쯤 되는 정상석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북쪽 정면으로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과 그 왼쪽 동대봉산,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봉우리가 몇 개가 보이는 산이 포항 운제산이다. 저 멀리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석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추령재 대신 오른쪽 석굴암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이정표. 왼쪽 '포수우물, 추령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참고로 직진하면 석굴암 입구. 20분 걸린다.

5분 뒤 포수우물 갈림길. 180m 거리에 있어 잠시 들렀다 가자.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직진하면 추령재. 산행팀은 우측 상범마을로 내려선다. 참고로 이때부터 묵은 길이 시작되니 유의하자.

10분 뒤 가파른 절개지로 내려서면 계곡. 유량은 적지만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이후 계곡따라 내려가다 우측 길로 올라서 주황색 굵은 호스를 따라 간다. 260년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를 지나 3분 뒤 범곡리 상범마을회관에 닿는다. 이어지는 포장로를 따라 30분(1.6㎞) 정도 가면 추령재에서 넘어오는 감포가는 옛길을 만난다. 길을 가로질러 오르막길로 가면 추령터널에서 오는 4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장항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야생화 자생지 무분별한 채취 삼가

토함산은 이미 두 차례 소개됐다. 코오롱호텔 뒤 탑골~토함산~추령재를 거쳐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 코스가 하나요, 또 하나는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하는 코스다. 동해바다의 장쾌함과 그림같은 덕동호, 보문호를 감상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이 가능해 만추나 초겨울에 제격이다.

이번 산행은 산나물과 야생화가 가득한 황룡휴게소 입구에서 출발했다. 세 코스 공히 정상 입구에서 만나며 하산길은 모두 달리했다. 이번에는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바로 왼쪽 상범마을로 하산했다. 초행이라면 석굴암 입구로 하산해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상범마을에는 '석굴암 가는 길'이라고 표기돼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석굴암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참고하길.

당부 한가지.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덕동호 주변의 토함산 동대봉산은 중부 이북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의 자생지가 여럿 발견돼 청정지역으로 여겨진다. 이번 산길도 여기에 포함돼 사실 산행팀은 소개를 망설였다. 무분별한 채취 때문이다.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 교통편-경주서 감포행 버스 황룡휴게소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버스를 타고 황룡휴게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첫 차, 이후 20분 간격 출발. 1400원. 날머리 장항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100번. 1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에서 부산행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있다.

만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했을 경우 석굴암 주차장에서 불국사 가는 12번 버스는 매 시간마다 있으며 막차만 오후 6시20분에 출발한다. 1300원. 불국사 주차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10, 11번)의 막차시간은 밤 10시5분. 1300원. 참고로 석굴암 입구에서 불국사까지 걸으면 약 50분 걸린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28> 경주 정족산

푹신한 낙엽 능선따라 진달래 터널 미답의 산행
장육·사룡산과 마주보며 우뚝 선 봉우리 요충지
무명봉으로 남을 산, 산행대장이 이름찾고 개척
송림속 운문호 한눈에…국제신문 리본 '꼭' 참조
 


 독자들로부터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45) 대장의 고향을 묻는 전화를 왕왕 받는다. 그러면서 혹 밀양이 아니냐고 덧붙인다.
다소 생뚱맞은 듯한 질문 같지만 한편으로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짐작은 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근교산 시리즈는 밀양의 거의 모든 산을 손금보듯 샅샅이 훑어왔기 때문이다.
가지 운문 신불 영축 등 내로라하는 영남알프스의 명산은 물론이고 밀양과 이웃한 청도 양산 창녕 울주 김해 등 행정구역 경계선을 넘나들며 듣도 보도 못한 산까지 우직스럽게 소개했다.
오죽했으면 일면식도 없는 경기도의 한 산꾼이 밀양의 한 골짜기에서 길을 잃었다가 국제신문 리본을 우연히 발견하곤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며 고마움의 전화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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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뒤로 보이는 산내면 내칠1리 교동마을(왼쪽)과 정족산 정상. 정상석 대신 작은 돌탑이 서 있다.


이 대장의 고향은 경주다. 그간 근교산 기사를 꼼꼼히 탐독한 독자라면 경주의 산도 밀양의 그것에 못잖게 많이 소개된 사실을 알 것이다. 문화재가 우선인 경주의 산들이 속속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순전히 고향이 경주인 이 대장의 노고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산과 토함산을 비롯 사룡 소금강 옹강 구미 용림 마석 단석 오봉 인내 금곡 입암 장육 조래 봉서 동대봉 만봉 석두 도덕 자옥 어래산 등이 품고 있는 보석같은 산길은 산꾼들에게 적잖은 즐거움을 안겨줬다.
경주 정족산을 이참에 추가한다. 역시 이 대장이 발굴하고 개척했다. 그가 없었다면 정족산이란 이름은 영원히 무명봉으로 남아 있을 뻔했다. 그야말로 `수렁에서 건진 정족산'이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평소 석두 장육 사룡 만봉산 산행을 위해 오가다 우뚝 선 하나의 봉우리를 보고 2만5000분의 1지형도를 찾아보니 높이만 표시돼 있었다는 것.
언젠가 이곳을 지나다 우연히 이 산이름이 `절뒷산'이란 말을 들었다. 화엄정사 뒷산이라는 뜻이었다. 산행 당일 도착 즉시 한번 더 이름 확인을 위해 조그만 암자인 `원적암'의 이경순(69) 할머니를 만나 물었다. 뜻밖에 정족산(鼎足山)이란 `대어'를 낚았다. 양산 정족산처럼 마주보는 장육산에서 보면 가마솥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마을사람들은 예부터 ‘솥발산’ 또는 ‘정족산’이라 불렀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양산과 경주의 정족산 모두 한자이름에 해발고도(700m)까지 같다.
정족산은 장육산과 사룡 구룡산, 낙동정맥길인 석두봉, 만봉 단석산 등 경주의 내로라하는 봉우리와 능선으로 연결돼 산행운용의 폭이 아주 넓다.
산행은 경주 산내면 내칠1리 교동(다리꼴)~볼록거울~청도 백씨묘~사거리 안부~정상 밑 삼거리~정족산 정상~정상 밑 삼거리~갈림길 안부~장육·사룡산 능선~평지말 갈림길~조래봉 정상~잇단 사거리~530봉~임도~장육산 정상 밑 오거리~계곡따라 하산~하산저(내칠2리)~내칠1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번잡한 산길을 싫어하는 산꾼들에겐 보석같은 곳이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과 이정표가 전혀 없으니 국제신문 리본을 꼭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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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는 그야말로 미답의 산길. 지난 가을 낙엽이 고스란히 쌓여 있어 길마저 푹신푹신해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진달래 군락은 터널을 만들어 놓았고 산사면에는 숫제 지천으로 널렸다.
내칠1리 산저교를 건너 왼쪽 표고버섯 재배지로 난 포장로로 오른다. 곡각지점의 볼록거울을 지나 이내 만나는 오른쪽 돌계단으로 오른다. 심한 오르막길이다.
청도 백씨묘를 지나 또 다른 묘 앞에서 능선으로 곧바로 치고 오르기 위해 오른쪽으로 향한다. 미답의 길이라 가시나무 등 장애물을 만나면 크게 보아 왼쪽으로 길을 찾으며 오른다. 뚜렷한 길이 없어 개척해 올라간다.
이렇게 15분. 숨은 길이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에 여유도 생긴다. 노란 생강나무꽃과 발밑의 제비꽃도 눈에 띈다. 나무 밑둥지엔 흰구름버섯과 두릅나무도 이따금씩 보인다. 다시 15분 뒤 큰 바위가 보일 무렵 왼쪽 장육산, 오른쪽 암봉인 만봉산과 단석산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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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세계는 4월, 이미 봄이 왔건만 산속에는 아직 겨울이다.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예상치 못한 진달래 천지다. 산비탈에도 길섶에도 온통 진달래다. 10분쯤 뒤 길찾기 유의할 곳 하나. 낙엽길 사이 조그만 바위가 여럿 산재한 지점으로, 주변보다 약간 높아 봉우리인 듯하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발목까지 낙엽이 빠지고 진달래가 아예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이쯤되면 진달래산으로 새로이 등록해도 괜찮을 듯하다.
대형풍선이 터져 나무에 걸린 지점을 지나 25분쯤 가면 고개마루 안부. 나무가 여럿 쓰러져 있다. 여기서 25분 뒤 정상 아래 삼거리로 주능선이다. 상봉은 오른쪽. 10분 거리다. 정상석은 없고 작은 바위 위에 돌탑이 서 있다. 돌탑을 마주 보고 정면엔 숙재고개, 그 왼쪽에 사룡산 구룡산이, 오른쪽엔 만봉산 석두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주능선으로 되돌아가 계속 직진한다. 신라 장수들의 훈련장소였다는 장육산과 사룡산 가는 길이다. 정면 발백산과 왼쪽의 반룡산이 보인다. 급경사 내리막 낙엽길이 이어진다. 20분 뒤 안부.
여기서 잠시 산세를 살펴보자. 저 멀리 정면 한 일 자로 내달리는 능선이 둘 있다. 크게 보면 앞의 낮은 능선을 타고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 그 뒤 능선을 탄다. 장육산과 사룡산이 이어지는 능선이다.
송림을 지나 낙엽길을 가볍게 내달리면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을 만난다. 청도 운문면 평지말 가는 길이다. 계속 직진한다. 7분 뒤 조래봉(570m) 정상. 직진한다. 이 길 왼쪽은 경주 산내면, 오른쪽은 청도 운문면이다.
이제 장육산 방향으로 간다. 잇단 사거리와 530봉을 지나면 오른쪽 저 멀리 운문댐의 금빛물결이 반짝인다. 왼쪽에는 산행팀이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이 뚜렷하다. 결국 산행팀은 산저골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돈 셈이다.
25분쯤 가면 임도. 직진하면 또 다시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5분쯤 가면 장육산 정상 밑 오거리.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정상에 올라 내려가도 되고, 바로 하산해도 된다. 정상까지는 멀지 않아 건각들은 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정상에서 바로 하산하려면 오른쪽 20번 지방도(장육산 상회)로 내려선다(근교산 장육산~조래봉 기사 참조). 바로 하산하려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를 지나 웅덩이 둘을 우로 끼고 계곡을 따라 내려선다. 수목들이 계곡쪽으로 쓰러져 있다. 이내 빨간 노끈이 매어져 있는 오른쪽 계곡길로 내려가 하산한다. 이제서야 산길이 뚜렷하다. 10분 뒤 계곡을 건너 포장로로 5분 정도 걸으면 내칠2리 하산저마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15분 걸린다. (2005. 4)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내면 산내터미널 가는 버스는 금아교통 350번이 있다. 오전 6시, 6시27분, 7시18분, 7시42분에 있으며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한다. 2050원. 산내터미널에서 내칠1리로 가는 351번 버스는 오전 8시20분에 한 번 있다. 1300원. 날머리 내칠1리에서 산내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7시5분(막차)에 있다. 산내면 개인택시(054-751-4140)를 이용하면 9500원. 산내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15분, 6시45분, 7시35분, 8시30분에 있다.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청도 운문 20번 국도 우회전~땅고개(휴게소)~산내면 이정석~청도 운문 20번 국도 우회전(산내면소재지)~제2의곡교 건너~서면 우라 방면 우회전(구지사 장육산 해송암 방향)~제2내칠교 건너~오옥사 이정표에서 왼쪽~산저교 건너~내칠1리 동회관에 주차한다.

#맛집-원조 일광식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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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산내면은 예부터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곳. '원조 일광식육식당(054-751-5757)'이 가장 유명한 원조집이다. 산내면소재지인 의곡리에 위치한 산내터미널에서 두어 집 떨어져 있다. 35년 전통을 자랑한다. 집은 허름하지만 맛으로 승부한다. 10여 곳의 이곳 식당 중 유일하게 소를 직접 키워 판매한다.
 안주인 황숙자(62)씨는 "맛의 비결은 거름 등을 섞은 먹이"라고 밝힌 뒤 "한 번 온 사람은 반드시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양도 많다. 1인분에 200g 정도를 내놔 장정 2사람이 와서 3인분을 시키면 배가 부를 정도. 파절임도 돌복숭을 삭힌 액과 포도주 액, 감식초를 양념장에 섞어 맛은 물론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직접 키운 곰달피와 상추 파 마늘이 곁들여지고 된장 또한 직접 담궈 일품이다. 200g 1인분 1만7000원. 워낙 맛이 있어 부산 대구 등지의 단골들도 아주 많다. 지금은 아들인 박병환 씨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손주도 보고 밭일도 하며 뒤에서 돕고 있다고 한다.


근교산&그너머 <435> 영덕 팔각산

한발짝 한발짝 仙界를 향해…변화무쌍한 기암괴봉들

동해 바다·금빛 호수의 장관

파노라마 펼쳐진 산의 미학
산행 만족도 100% 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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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여덟 봉우리에는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위험하지 않다.


경북 영덕 팔각산(八角山·628m)과 전남 고흥 팔영산(八角山·628m), 전북 진안 구봉산(九峯山·1002m)의 공통점은.
산 이름 앞의 숫자만큼 기암괴봉이 한 줄기 능선 위에 병풍처럼 우뚝 솟아 비경을 선사한다. 하나같이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연출하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해서 산깨나 탄다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산행 목록에 반드시 들어있다.
조망의 시원함도 갖췄다. 험난한 날등 위를 걷노라면 파도치는 바다를 원없이 볼 수 있다. 팔영산이 다도해 국립공원, 구봉산이 바다에 버금가는 용담호의 금빛 물결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팔각산은 망망대해 동해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산행 만족도 면에선 거의 100%. 거친 암봉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척 고되지만 힘든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영덕 팔각산은 여기에 숨은 보석이 두 어개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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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들머리인 108계단(왼쪽)과 안전시설물.

바위산이 대개 다리품을 팔며 암릉을 오르내리다 그냥 하산하는 반면 팔각산은 산행 도중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침수정을 비롯, 옥계37경을 보듬고 있는 옥계계곡은 들머리로 가는 도중이나 산행 중에 볼 수 있고, 하산길의 산성골은 엷은 그린색의 특이한 반석 사이로 수정같이 맑은 계류가 흘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있다. 숲이 일품이고 길섶엔 야생화 천국이다. 여덟 개의 암봉을 넘으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는 길이 2.9㎞ 구간의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소중한 수목으로 대접받는 운치있는 홍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때론 발목까지 덮는 카키색 낙엽길도 덤으로 남아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발에 차이는 게 야생화라 할 만큼 가지 수와 수량이 풍부한 데다 오동나무꽃과 쪽동백꽃 등 평소 보기 힘든 꽃들도 감상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결국 팔각산은 암봉과 조망 계곡 숲 그리고 야생화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산행지로 이맘 때 꼭 한번 등반하길 강력 추천한다.
산행은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108계단~1봉-8봉(팔각산 정상·628m)~팔각산장 갈림길~독가촌~산성골 시작~개선문(독립문)~제2목교~제1목교~팔각산 출렁다리~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6시간 걸리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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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리는 팔각산은 원래 옥계계곡의 유명세를 타고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오지였던 산성골이 최근 하산로로 반듯하게 정비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행은 첫 걸음부터 숨가쁘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물길을 따라 50m쯤 가다 개울을 살짝 건너면 암벽에 설치된 108개의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헉'하고 숨이 턱 막히지만 동시에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철계단을 올라서자 설상가상. 가파른 된비알이 15분 정도 이어진다. 무덤을 지나면서 왼쪽 산허리를 도는 오솔길을 만난다. 5분 뒤 사거리이자 ‘팔각산 1.9㎞'라 적힌 첫 이정표. 우측길은 도전리에서 올라오는 길.
이제 팔각산의 험난한 8봉으로 향한다. 거친 암봉이지만 애기 손목 굵기의 밧줄과 안전시설물이 적절하게 설치돼 못오를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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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독가촌(왼쪽). 최근에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하산길인 산성골의 비경.


1봉에는 뜻밖에 이를 알려주는 이정석이 서 있다. 2, 3, 4, 5봉은 왼쪽 반시계 방향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우측 저 멀리 바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행은 줄곧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사실상 암벽등반이다. 심한 경우엔 70도 정도의 암벽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들만의 그런 코스는 결코 아니다.
안테나가 옆에 있는 2봉까지는 그런대로 올랐지만 3봉은 월악산 정상인 영봉이 생각날 정도로 한참 내려섰다 다시 밧줄에 의지해 올라선다. 이건 2년전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위험구간으로 출입을 통제해 우회해야 한다.
귀띔 한 가지. 산행팀은 8봉인 정상까지 오르면서 4봉과 6봉을 알려주는 이정석을 보지 못했다. 가로 20, 세로 15, 높이 5㎝ 정도의 잇단 이정석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박힌 위치마저 어정쩡해 사실 100% 믿을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7봉에선 동해바다가 출렁이는 가운데 내연산 삼지봉 향로봉 괘령산 동대산과 그 우측 낙동정맥의 능선이 확인된다. 정상인 8봉은 암봉이 아니라 밋밋한 둔덕을 이룬 육산의 형태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새로운 진면모 산성골로 가려면 직진한다. 이때부턴 울창한 숲과 야생화 천국.
산성골이 시작되는 독가촌까지 1시간10분 소요되는 이 구간에는 홍송과 신갈 굴참 등 낙엽교목 그리고 둥굴레꽃 은방울꽃 천남성 족도리풀 갯완두 미나리냉이 쥐오줌풀 각시붓꽃 등 각종 야생화가 시종일관 눈길을 끈다.
민가인 독가촌은 짚으로 엮은 전형적인 초가집. 과거 한창 땐 10여 호가 살았다지만 지금은 50대 부부 한 가구만 홀로 산다. 농사도 지었을 만큼 평탄한 분지 주변에는 광대수염 벌깨덩굴 풀솜대 등 야생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어 산죽군락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 오동나무꽃 쪽동백꽃 당조팝나무 연잎 꿩의다리 등이 만개해 있다. 평화롭지만 한편으론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
독가촌을 지나면서 산성골의 비경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던 계류가 갑자기 좁다란 협곡으로 변하는가 하면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沼)가 탄성을 자아낸다.
계곡 좌우엔 부처손이 가득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도열한 가운데 엷은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한결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주 구천동계곡의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긴 팔각산 출렁다리(길이 70m, 너비 1m, 높이 20m)를 건너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가촌에서 1시간40분. 도로변의 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에서 팔각산장 주차장까지는 3.4㎞로 35분 정도 걸린다.(05. 5)

#떠나기전

팔각산의 들머리격인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조선시대 선비 손성을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계곡미에 반해 침수정(枕漱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경관이 뛰어난 37곳을 찾아 각각 진주암 병풍암 촛대암 강선대 등으로 명명해 후세에 '옥계37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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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손성을이 세웠다는 침수정(왼쪽)과 하산길에 만나는 국내에서 가장 긴 70미터의 출렁다리.

침수정은 가히 절경이다. 손성을이란 선비가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인 침수정은 아쉽게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거의 흉가와 진배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산행팀은 이날 침수정에서 너구리 한마리를 발견했다. 침수정을 맴돌다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바로 계곡을 건너 도망갔지만 야생동물에서 볼 수 있는 기민성은 무뎌져 있었다.

사실 산행팀이 침수정에 갔을 때 마을사람 몇몇이 너구리 사냥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들은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 뒷걸음질 치고 사라졌다.

기자는 산행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위장에 좋다는 너구리이지만 침수정을 놀이터 삼아 계속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버스는 오전 7시5분, 7시52분에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리고 요금은 1만1600원. 이 버스는 포항 영덕 진보를 거쳐 안동이 종점이다.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은 영덕에서 옥계행 버스를 타고 간다. 오전 8시10, 9시50분. 3110원. 30분 걸린다. 영덕으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4시30, 6시30, 7시40분(막차)에 있다. 영덕터미널(054-732-7374)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 5시30, 6시, 7시5, 7시2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 좌회전~옥계 주왕산 얼음골 부남 방향 좌회전~팔각산장 주차장 순. 침수정은 팔각산장 못가 커브길인 옥계 덕성식당 맞은 편에 있다.

#맛집-영덕대게협동조합

영덕에선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금어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산이 유통된다. 하지만 드넓은 동해바다에서 일본배나 러시아배 또는 북한배가 잡으면 수입산이고, 우리 배가 잡으면 국산이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미식가가 아니고는 크게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에는 영덕 강구항의 경우 영덕 배가 잡은 대게에는 국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만 인근 구룡포 등 외지배들이 잡은 대게에는 라벨이 없어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계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이다.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 정도 못미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여서 찾기도 쉽다.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로부터 곧바로 들여오기 때문에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최고 30%쯤 싸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단골이 돼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번잡하지 않아 주인 노부부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가위로 대게을 먹기 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게장살 비빔밥도 직접 만들어주며 다른 식당과 달리 젓갈 등 대여섯 가지의 밑반찬과 함께 나온다.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이며 봄이면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문할 때 호주머니 사정에 맞게 국내산과 수입산을 적절히 배분하라고 알려주며 서비스 음식도 부담스럽게 많이 나온다. 적극 추천한다.









근교산&그너머 <429> 경주 삼성산~도덕산

가파른 상봉 오르면 동해바다 '넘실'

융단같은 낙엽길따라 진달래·생강나무꽃 만발
경주·영천 경계…"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
하산은 완만한 능선, 영남알프스 등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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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산 정상으로 오르기 직전 만나는 급경사 된비알을 오른 후 무덤 앞 낮은 바위에 서서 주위를 관망하는 부산지역 산꾼들.


 
이따금 사석에서 산꾼들을 만나면 서로 약속이나 한듯 첫 인사로 "매주 전국의 산을 찾아 오르니 산타는 수준이 거의 전문 산악인급에 도달했겠네요"라고 묻는다.

정말 부담스런 질문임에 틀림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기자는 매주 산에 다니지만 그것은 업무의 일부인 '취재산행'이다.

다시말해 산에 오르면서 기사작성을 위해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산세도 꼼꼼히 챙기고 불쑥 내민 야생화를 만나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산길에서 조우하는 산꾼들과의 대화도 잊지 않는다. 혹 길을 찾지 못할 경우 산행대장은 기자를 대기시켜 놓고 길을 찾으러 다녀 본의아니게 휴식시간(?)도 갖는다.

장쾌한 조망을 자랑하는 전망대를 만나면 잠시 짐보따리를 풀고 쉬어간다. 모처럼 동행한 아줌마 산꾼이 간식을 많이 내놓을 땐 지체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단체행동을 해야만 하는 가이드 산악회의 시각을 다투는 산행도 아니고, 정상까지 단시간 내 주파를 목적으로 하는 건각들의 빠른 발걸음은 더욱 더 아니다.

그래서 간혹 이렇게 자문해 본다. "산행 담당기자인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산을 잘 타는 축에 속할까."

기실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 예로 간혹 가이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설 경우 후미에 겨우 따라붙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산행 후 다음날 활동하는데 있어 다리에 아무 이상이 없을 만큼 적응해 있다는 것. 물론 눈 속을 헤쳐나가는 러셀산행이나 폭우 속 산행은 예외이긴 하지만.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경주의 삼성산~도덕산은 체력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다고 해서 산행 내내 '악!'소리가 나는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가 꽃대궐을 이루고, 양지바른 중턱에는 소리소문없이 적잖은 야생화가 고개를 쏙 내밀고 있다. 낙엽깔린 융단길에선 감동하고, 동해바다가 넘실대는 모습을 확인할 땐 기쁨이 배로 다가오다.

문제는 두 산 모두 상봉으로 가는 30분 정도의 된비알이 가히 살인적이라 불릴 만큼 경사가 심하다는 것. 둘러가는 길도 없는 이 구간은 겨우내 움추렸던 산꾼들의 체력을 테스트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이다. 참고로 기자는 이번 산행 후 러셀산행을 다녀왔을 때 나타나는 징후를 느꼈다.

산행은 안강읍 하곡버스정류장~고개삼거리~서산 유씨묘~'악! 30분 된비알'~바위군(群)~무덤1기~삼성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길과 만남~삼각점 봉우리~미룡고개 도로(미룡마을)~산불초소~월성 최씨묘~'악! 30분 된비알'~배티재~삼각점 봉우리~도덕산 정상~안부사거리(자옥산 갈림길)~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앞 주차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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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시리즈 애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1시간30분 정도 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걷는 안성맞춤 산행이다.

하곡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진행방향과 반대로 200m쯤 간다. 하곡낚시터 간판이 보이면 왼쪽길로 40m쯤 간다. 곡각지점의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농업용수 수로인 시멘트 교각을 지난다. 의외로 산길이 반듯해 길찾기는 문제없다. 잊을라치면 진달래가 한 그루씩 객을 맞는다. 길 왼쪽 능선은 낙동정맥.

30분쯤 뒤 무덤 2기를 조금 못가 오른쪽길로 향한다. 곧 고개삼거리. 직진하지 않고 길이 희미한 우측으로 가면 능선. 정면 2개의 봉우리가 삼성산. 우측으로 3m쯤 가다 좌측 내리막길 유씨묘를 지나간다. 10분 뒤 사거리. 직진한다. 이때부터 완만한 산길. 10분 뒤 다시 사거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곧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길을 택한다. 처음엔 길이 보이다 이내 사라지고 '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난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지만 곳곳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발해 그나마 위안을 준다.

30분쯤 뒤 바위군이 보이면 오르막길은 사실상 끝. 바위군 바로 위가 무덤이니 여기서 쉬어가자. 이후로 호젓한 능선길. 우측에 도덕산과 자옥산, 발밑에 미룡마을이 보인다. 10여분 뒤 삼성산(591m) 상봉. 바위 위에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석 반대편 쪽에 영천 고경면청년회에서 '삼성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꽂혀있다. 그러고보니 이곳이 경주와 영천의 경계인 듯.

하산길은 호젓한 산길. 8분뒤 삼각점 봉우리. 주변의 나무를 베 조망이 뛰어나다. 정면 천장산, 그 왼쪽 뒤 운주산,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면 도덕산 자옥산, 그 사이 어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도덕산과 자옥산이 만나는 푹 꺼진 V자 모양의 안부에서 뒤로 넘어간다.

10여분 뒤 안강휴게소가 위치한 시티재에서 올라오는 낙동정맥길과 만나면 우측 미룡마을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턴 정맥종주 리본이 많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미룡마을이 위치한 도로까지는 40분. 도로를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산길로 간다. 산불초소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묘지와 밭, 그리고 마른 억새길을 지나 10분 뒤 산길로 접어든다.

삼성산 능선으로 향하는 급경사 된비알과 마찬가지로 코가 땅에 닿일 만큼 살인적이다. 차이라면 도덕산 된비알은 길이 선명하다는 점. 30분 뒤 능선에 오른다. 도덕산은 오른쪽 방향. 왼쪽은 낙동정맥길. 이 길은 봉좌 운주산으로 이어지며, 여기서 한 갈래가 나와 천장산으로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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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산을 배경으로 우뚝 선 정혜사지 13층석탑.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면 완만한 능선길을 내달린다. 이렇게 10분, 이내 도덕산(702m) 상봉이다. 정상석 맞은편인 동쪽엔 너른 전망대가 경주와 포항을 굽어본다. 우측 발밑 안강읍, 왼쪽 포항쪽엔 비학산 천령산 향로봉이, 그 우측으로 어래 운주 동대봉 무릉 금곡 어림 인내 구미 단석 오봉 사룡 구룡산과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20여분 후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자옥산(0.7㎞), 산행팀은 왼쪽 정혜사지 13층석탑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딸기밭과 야생화가 만발한 산길을 내려서면 갈림길. 왼쪽 임도길로 10분쯤 가면 우측 자옥사 방향 산길인 지름길. 여기서 탑까지는 6분 거리. 회재 이언적 선생이 머무른 사랑채인 독락당 주차장까지는 8분 걸린다.


#교통편-경주서 안강 하곡행 205번 버스 타야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 앞에서 들머리인 안강읍 하곡 종점 가는 버스는 제일교통 205번으로 오전 8시20분, 10시45분에 있다. 2400원.

독락당 앞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35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1300원. 경주터미널에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막차는 오후 9시5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위덕대(울진) 7번 국도~포항 안강~7번 포항~영천 안강 28번 국도~28번 안강 방면 우회전~대구 영천 28번 국도~안강읍~(안강 방면 왼쪽길 버리고)대구 영천 28번 우회전~하곡버스 종점(솔밭 오리진흙구이 빨간색 큰 간판 또는 통나무 종합학교 한울 직전) 순. 날머리 독락당에서 들머리 하곡종점까지 택시(054-761-6200, 3405) 요금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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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쪽에서 바라본 독락당 사랑채.


 
#떠나기전에-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유적답사도

이번 산행은 오가는 길에 문화유적답사도 가능하다.

우선 정혜사지 13층석탑(국보 제40호).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5.9m 높이로 13층의 몸돌을 올린 모습은 불국사 다보탑과 화엄사 사(四)사자삼층석탑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큼 조형미가 빼어나다. 도덕산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독락당(獨樂堂·보물 제413호)은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사랑채. 이곳의 진가는 작은 돌담길을 지나 계곡에서 감상해야 알 수 있다. 사랑대청에서 집 옆을 흐르는 계곡물을 볼 수 있도록 담에 살창을 뚫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세상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건너 오라는 뜻에서 외나무다리를 통해 들어가는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 세운 서원. 대원군의 서원철폐때도 무사히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서원 옆을 흐르는 계곡은 이름난 계곡 못지 않게 경관이 빼어나다.

독락당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동마을은 신라권역인데도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내 최대규모의 양반마을. 관가정 향단 무첨당 서백당 등 보물과 민속자료가 즐비해 지난 1984년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든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5.04.14 14:43 / 수정: 2007.02.28 오후 7: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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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18> 안동 학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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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늘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인 학가산 정상은 거대 암봉으로 조망이 빼어나다. 흠이라면 능선상에 이동통신 중계탑과 방송사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릇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이 돼 왔다. 배고플 땐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수단으로 허기를 면케 해주었고 긴긴 겨울밤에는 아랫목을 덥히는 땔감으로 이용됐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농기구와 식생활 용구도 그랬고 초가삼간이든 솟을대문 세도가의 대저택이든, 심지어 구중심처 궁궐도 모두 소나무의 차지였다. 거북선 등 왜적을 방어하던 크고 작은 선박재도 모두 소나무여서 어쩌면 국가 존립의 한 틀을 형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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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 천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더불어 함께 해 온 소나무가 시나브로 '우리의' 나무로 인식된 것은 당연지사.

이런 소나무가 근래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50년 전 우리 산의 60%를 덮고 있던 소나무 숲이 25년 전에는 40%, 현재는 25% 정도로 급속히 줄었다. 이 추세라면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유는 뜻밖에도 이농(離農)현상 때문이란다.                                                                      기암괴석과 소나무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소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맨땅에 떨어져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겨울에 떨어진 활엽수의 낙엽이 땅 위에 쌓여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낙엽을 농민들이 긁어내 땔감이나 퇴비로 사용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농 현상으로 인간이 포함되는 대자연의 섭리가 끊겨 낙엽은 쌓여만 가고, 이로 인해 소나무가 점차 우리 산하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안동과 예천의 경계에 위치한 학가산(鶴14山·882m)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하지만 품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산 또한 오래지 않아 아름드리 소나무가 활엽수로 대체될 듯하다. 아무도 밟지 않아 수북이 쌓인 낙엽이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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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안동 서후면 천주마을 입구 산행 들머리.>
 
멀리서 바라보는 학가산은 너른 벌판 위에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다. 그래서 조망 또한 기가 막히다. 한 일(一)자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능선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동양화를 연이어 펼쳐놓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산행은 천주마을~마당바위~석축~무덤~철조망 통과~KT중계소~KBS 송신소~MBC 송신소~(안동)학가산 정상~산불보호용 무선중계 시설물~(예천)학가산 정상~암벽바위~너덜~마을 정자~느르치~타조농장~천주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가 제법 까다로워 산행팀의 노란색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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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천주마을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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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날머리 예천 보문면 느르치마을.>
 
한 눈에 봐도 하늘을 향해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10여 그루가 객을 맞는다. 150m 정도 시멘트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조금 올라와 마을을 바라보니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여러 채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서 낙엽길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럽기까지 하다. 좌우의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우측에 30명이 앉아도 남음직한 반석이 기다린다. 마당바위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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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중 만나는 일명 마당바위.>
 
 
길을 못찾을 정도로 낙엽이 점점 많아진다. 고로쇠 채취 흔적이 남은 지점을 지나면 석축. 들머리에서 30분. 석축 위로 올라서면 너른 터에 나무가 심겨져 있다. 왼쪽 건너편 지능선 위 기암괴석 주변의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니 놓치지 말자. 너른 터에서 오른쪽 송림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왼쪽길로 가면 취수펌프가 있는 시멘트 건물. 여기서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간다. 소나무가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빼어나다. 산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V자 모양의 소나무가 눈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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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느르치 인근 타조농장.>
 
직진한다. 약간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길은 점차 급해진다. 무덤을 지나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어 통과가 가능하다. 시멘트길로 이동통신 및 방송사 송신소를 잇따라 5분 정도 지나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두 차례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산이 기다린다. 이번엔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늘 그렇듯 소나무가 걸려있는 기암괴석은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상봉은 이중 가장 높고 험한 암봉. 물론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석 앞에는 이곳이 오는 5월 안동서 열리는 경북도민체육대회 성화 채화지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상석 뒤 예천 너머에는 장엄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달리고 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상의 송신탑은 옥에 티로 간주될 만큼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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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옆에서 본 학가산 정상 암봉.>
 

이제부터 수월한 능선길. 산불보호용 무선중계시설을 지나면 뜻밖에 학가산 정상석. 예천군에서 세운 것이다. 상봉이 안동쪽에 있다보니 예천군에서 행정구역상 예천군 관내에 정상석을 세운 것 같다.

곧 이정표. 암벽바위 방향으로 간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또 이정표. 왼쪽 느리티(느르치)로 간다. 거대 암벽과 낙엽이 쌓여 이때부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기단 위로 돌을 쌓은 작은 돌탑이 보이면 그 왼쪽 옆 열린 길로 내려선다. 산 밑에서 안보이던 엄청난 바위가 곳곳에서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기다린다. 워낙 암봉이 많아 길이 이따금 헷갈린다. 길을 찾다보면 학가산성으로 추정되는 산성의 일부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뾰족바위를 지나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와 밤송이 껍질이 널부러진 곳을 지나 너덜을 통과하면 예천 보문면 느르치 마을. 여기서 들머리 안동 천주마을은 왼쪽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도중에 타조농장도 구경할 수 있다.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또는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대구 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청송 영덕 방향~34번 안동 우회전(도산서원 봉정사)~영덕 안동 직진~서후(명리) 안동과학대학 오른쪽으로 빠져 좌회전~자품 이개 서후 우회전~광흥사 직진 8㎞, 석천사~광흥사 좌회전~광흥사 자품리 방향~천주 창풍 광흥사 2.2㎞(학가산 천주 창풍 애련사 광흥사)~창풍 버스종점~천주마을 순.

대중교통편은 이어지는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부산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떠나기전에

학이 유유자적 자태를 뽐내며 노는 모습과 닮았다는 안동의 학가산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안동의 진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일품인 학가산 하산길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蒙塵)하였을 때에 쌓은 것이라고 전해 오는 학가산성을 볼 수 있다.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유의하자.

이번 산행기에는 산행 시간을 4시간 정도로 기입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걸렸다.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서 무작정 능선 방향으로 올랐다가 철조망에 막혀 되돌아 오기도 하는 등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 것만 수 차례에 달했다. 보기보다 길 찾기가 어려웠다.

학가산 산행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천주마을에서 5분쯤 뒤 만나는 애련암 갈림길로 올라가거나, 예천군 북후면에서 차를 타고 방송국 송신소까지 간 다음 학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이럴 경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산행팀은 최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사실상 개척산행을 택했다. 그 만큼 산길은 깨끗하며 수북이 쌓인 낙엽이 운치있는 소나무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장비와 보온의류는 반드시 챙겨 떠나자.

 
  입력: 2005.01.20 16:23 / 수정: 2007.02.28 오후 7: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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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416〉 경주 사룡산~구룡산

새해 첫 산행길 '설레는 눈꽃자태'
낙동정맥 살짝 벗어난 육산…6시간30분 코스
푹신하게 펼쳐진 긴 낙엽능선 겨울 산꾼 유혹
촘촘한 솔잎 새 눈 머금은 소나무 상고대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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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산행팀은 올 첫 산행에서 예기치 않게 눈을 만났다. 비록 펑펑 내리는 함박눈은 아니어서 산길은 낙엽길 그대로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활짝 펴 은빛 세상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어둠을 가르고 집을 나설 땐 추위와의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들머리에 도착하자 부슬비도 내렸다. 잿빛 하늘을 보니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올 첫 산행인데 여기서 발길을 돌릴 수는 없잖아."

모처럼 동행한 용감무쌍한 전문 여성 산꾼의 단오한 한마디에 주저없이 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래도 내심 우려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어깻죽지에 땀이 흥건히 배일 무렵 보슬비는 시나브로 싸락눈으로 변했다. 우려가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록 함박눈은 아니었지만 올 첫 산행에서 첫눈을 만나다니. 예기치 못한 행운이었다.

점심 무렵 잠시 그친 눈발은 해발이 높아질수록 점차 굵어졌다. 분분히 날리는 황홀한 낙화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이끼가 수북한 바위 위에 눈꽃이 어느새 돋기 시작했고 삭풍에 몸을 움츠리던 나목(裸木)은 뜻밖에 하얀 정장을 선물받고 춤을 추는 듯했다. 촘촘한 솔잎에 눈을 가득 머금은 소나무의 고개 숙인 모습은 선비의 절개에 겸손함까지 갖췄다.

능선길은 예상보다 길어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걸었다. 쌓여가는 흰눈은 호롱불을 밝혀놓은 듯 어둠을 밝혔고, 흩날리는 눈발은 한여름밤 반딧불이 마냥 산길을 운치있게 해주었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 없었다면 설야(雪夜)에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렇게 올 첫 산행은 시작됐다.

산행팀이 찾은 산은 경주 영천 청도를 넘나드는 사룡산~구룡산. 정확히 말하자면 경주와 영천의 경계가 사룡산 능선길이고, 상봉은 영천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웃한 구룡산은 영천과 청도를 가로지르다 정상은 영천으로 약간 올라 서 있다.

낙동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사룡산(四龍山·685m)과 구룡산(九龍山·675m) 산행은 이 겨울 원없이 낙엽깔린 능선길을 내달릴 수 있는 코스다. 전형적인 육산인 이 산들은 적당한 오르내림과 고요함으로 겨울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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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구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미륵바위. 돌부처바위라고도 한다.>
 
산행은 경주시 서면 아화리~형제농장~잇단 철탑~첫 전망대~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 갈림길(삼면봉)~작은 철탑 및 전봇대~산불초소~생식촌 갈림길~헬기장~사룡산 정상~도로(오재)~구룡산 등산로 입구~수암재~미륵바위~무지터 갈림길~구룡산 정상~무지터~무지터 갈림길~구룡산 등산로 입구~민가~상리버스정류장 순.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아화버스정류소에서 하차해 직진, 아화농협을 끼고 왼쪽으로 접어든다. 정면의 높은 산인 사룡산을 중심으로 오른쪽 뒤가 구룡산, 왼쪽이 오봉산이다. 오른쪽의 낮은 능선이 낙동정맥.

이후 경부고속도로 밑 굴다리~갈림길서 '산내' '천촌' '우라리' 방향~금정사 이정표~서면 서오·천촌리 경노당~상부교 순으로 40분 정도 걷는다. 상부교를 건너 포도밭을 따라 100m쯤 가다 오른쪽 시멘트길로 가면 형제농장 뒤로 산길이 이어진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오른다. 오른쪽 길은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길. 지금부터 사룡산 정상 턱밑까지 100분 정도는 낙동정맥 구간.

잇단 철탑을 지나면 소나무 터널.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인데다 이따금 고개를 숙이고 가야할 정도로 나뭇가지가 삐죽 나왔다. 오르막길은 갈 지(之)자가 아니라 거의 직선형이어서 체력소모는 배 가량 더 든다. 30분 정도 이렇게 오르면 어느새 낙엽길. 삭풍은 얼굴을 할퀴고 산짐승은 오간데없어 적막하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통과하면 첫 전망대. 짙은 안개 탓으로 왼쪽 저 멀리 구룡산만 희미하게 보일 뿐 뚜렷한 형체는 볼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비록 싸락눈이지만 오랫동안 내리다보니 눈꽃세계가 조금씩 펼쳐진다. 비로소 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온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거대한 바위절벽을 에돌면 갈림길. 왼쪽은 낙동정맥길로, 여기서 숙재~부산성~당고개를 거쳐 영남알프스 고헌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삼각점 봉우리서 10분 거리.

곧 낮은 무명봉. 작은 철탑과 전봇대 그리고 우측 길 옆 산불초소가 모여있다. 이곳은 경주의 서면 산내면, 영천 북안면 등 3개 면(面)이 만나는 지점으로 산행팀은 삼면봉(三面峯)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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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구룡산 전설을 간직한 무지터.>
 

 
삼면봉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넓어진다. 길 왼쪽, 다시말해 사룡산 정상 인근 평원지대에 위치한 생식촌과 연결되는 길이다. 곧 만나는 첫 이정표도 왼쪽이 생식촌임을 알려준다. 오재 소공원과 구룡산(무지터)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억새군락지 우측으로 가면 정상. 신기하게도 정상 너른 터에 무덤이 있다. 과거 낙동정맥 종주자들은 갈림길에서 400m 정도 떨어진 사룡산을 그냥 지나쳤지만 최근에는 20분 거리의 이곳을 들르는 것이 추세.

하산은 정상 갈림길서 우측으로 간다. 이른바 비슬기맥길이다. 기맥은 정맥에서 갈려져나온 지맥으로, 비슬기맥은 대구·창녕 방향으로 향하는 산길. 즉 사룡산에서 출발, 구룡산~발백산~비슬산~열왕산을 거쳐 창녕 종암산으로 이어져 낙동강에서 끝을 맺는다.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 곳곳에는 최근 나무를 베어 산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길 좌측에는 청도 운문댐 가는 길이 보인다. 집채만한 바위인 시루봉을 에돌아 급경사길로 내려서면 도로. 오재다. 영천 북안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 도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재 소공원, 왼쪽으로 30m 정도 가면 구룡산 등산로.

역시 소나무터널로 시작되며 낙엽길이 반복된다. 두세 개의 무명봉을 50분 정도 오르내리면 다시 도로. 수암재다. 여기서 길건너 '구룡산' '무지터'라고 적힌 방향으로 150m 시멘트길로 오르면 산길 입구를 만난다.

15분쯤 뒤 돌부처를 닮은 미륵바위를 지나면 곧 무지터 갈림길. 왼쪽 정상으로 갔다가 오른쪽 무지터를 거쳐 내려온다.

정상은 갈림길에서 5분 뒤. 사룡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역시 억새밭이다. 하산은 삼각점을 보고 북동쪽인 우측으로 내려온다. 5분 후 사거리. 왼쪽은 구룡마을, 우측으로 가면 무지터. 연중 마르지 않는 조그만 샘이 있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한 곳. 옛날에는 무지터 바로 옆 너럭바위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너럭바위에서 무지터 갈림길까지는 12분, 여기서 구룡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17분이 소요된다. 다시 여기서 안산휴게소 앞 상리 버스정류장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교통편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멀리 떨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들머리는 경주 서면 아화리, 날머리는 영천 북안면 상리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 이후 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아화행 시내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과 이웃한 고속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탄다. 한일교통 300번, 20분마다 출발한다. 1400원. 25분 걸린다.

하산 후 부산행 버스는 영천시외버스터미널보다 영천 북안면 임포공용버스터미널(054-333-6816)에서 경주를 거쳐 부산으로 오는 것이 버스편도 훨씬 많고 시간도 절약된다.

안산휴게소 앞 상리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50분, 7시20분(막차)에 있다. 1150원. 임포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10분. 2000원. 경주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


#떠나기전에

영천과 경주를 가로지르는 사룡산은 이웃한 경주 오봉산의 부산성과 연결되는 군사적 요충지. 신라시대 병사들이 이 산을 거점으로 삼아 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때문에 영천 사람들은 사룡산을 전방산(쫜防山)이라고도 부른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사룡산을 가리켜 '전배이'라고 부르는 것도 전방산에서 연유한 것이다.

군사적 요충지가 사룡산이라면 구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또한 그럴싸하다.

열마리의 용이 구룡산 무지터에서 승천, 그 중 아홉마리만 승천하고 막내인 한마리는 떨어져 구룡산 일대에서 방황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경산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한 반룡산이다. 그후 용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병들어 죽었는데 그 장소가 이웃한 경산의 용산이라는 것이다.

영천 사람들은 연중 마르지 않는 무지터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무덤을 쓰지 않는 등 산 자체를 신성시했다. 무지터는 또한 영천 북안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무지터 근처에서는 신기하게도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포획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룡산 아랫마을인 윗수암마을 인근에는 과거 엄청난 규모의 옛 절터도 발견돼 과거 구룡산의 위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룡산 정상 인근 생식촌 갈림길에서 구룡산까지는 등산로가 말끔히 정비돼 있다. 지난해 영천 북안면 상리 청·장년회(054-337-9158) 소속 10여명의 자발적인 노력 덕택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1.06 15:15 / 수정: 2007.02.28 오후 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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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09> 김천 삼도봉~대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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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산 정상에서 본 삼도봉. 아직도 능선길에 끝물 억새
                                      가 바람에 휘날린다.  
   
 
삼도봉(三道峯). 이름 그대로 3개 도에 걸쳐 있는 봉우리다.
그렇다면 남한에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몇 개나 될까. 정답은 3개다. 모두 백두대간 줄기다.

부산경남의 산꾼들에게 우선 떠오르는 봉우리는 지리산 삼도봉일 터. 지리산의 서부능선에 위치한 삼도봉(1550m)은 경남(하동)과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지점에 우뚝 솟아 있다.

반야봉(1732m) 바로 아래 위치한 삼도봉의 원래 이름은 낫의 날을 닮아 낫날봉. 발음이 쉽지 않아 '날라리봉' '늴리리봉'으로 불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의해 삼도봉으로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의 경계점에 위치한 삼도봉(1177m)도 있다. 경계를 가르는 도(道)가 완전히 달라 봉우리 앞에 '오리지널' 혹은 '혼또'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엔 3개 도 주민들이 세운 대화합기념탑이 있다. 국립공원 소백산과 속리산을 거쳐 추풍령에서 잠시 숨을 고른 백두대간이 덕유산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이다가 3개 도의 경계지점에 이르러 우뚝 솟구쳐 오른 봉우리다.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을 구분짓는 봉우리. 대화합기념탑이 위치한 삼도봉의 남쪽에 바로 이웃한 대덕산을 지나면 곧바로 만난다.

삼도봉 아랫마을인 김천시 대덕면 덕산마을 촌로에게 대덕산과 이웃한 삼도봉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대덕산에 속하는 하나의 봉우리라고 말할 뿐 금시초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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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백두대간길인 삼도봉~대덕산 코스는 억새와 산죽이 일품이지만 삼도봉 초입에 만나는 노란 낙엽송도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정리해보면 백두대간의 산줄기는 남으로 흘러 흘러 대화합기념탑이 있는 '오리지널' 삼도봉에서 대덕산~삼도봉을 거쳐 덕유산 백운산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이번 주 산행팀은 초점산이라고도 불리는 삼도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헌걸찬 능선길을 내달렸다. 1000m가 넘는 고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고 사각사각 즈려 밟히는 낙엽은 초겨울 산행의 진면모를 체험케 해준다.

산행은 덕산마을~낙엽송길~숯가마터~긴 너덜길~능선~작은 암봉(전망대)~포갠바위~삼도봉~안부~헬기장~대덕산~얼음골 약수터~덕산재 갈림길~덕산마을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들머리 덕산마을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과 경북 김천시 대덕면의 경계인 덕산재에서 김천쪽으로 가장 가까운 마을. 덕산재에서 차로 2분 정도 걸리고 1㎞ 거리.



마을 앞 길가에 '미끄럼주의 빙판길 전방 300m'라고 적힌 조그만 팻말이 세워져 있다. 길 건너 밭 사이 시멘트길로 간다. 정면에 두 개의 큰 봉우리가 보인다. 왼쪽이 삼도봉, 오른쪽이 대덕산.

곧 사거리. 직진한다. 우측길은 대덕산을 거쳐 하산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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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색이 바랜 낙엽송 군락지를 따라 걷는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낙엽송은 힘이 넘친다. 푹신푹신한 길과 계곡의 물소리, 여기에 산죽과 억새가 곁들여져 적어도 이 순간만은 안성맞춤 길이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묵은 길이 이어진다. 나무 넝쿨이 길을 막고 있는데다 돌마다 이끼가 덮고 있다. 이렇게 35분 정도 오르면 계곡(큰골)과 만난다. 과거 폭우로 쓰러진 듯한 나무 밑을 통과, 계곡을 건너 올라선다. 뱀 사냥용으로 추정되는 파란그물을 지나면 길은 더더욱 희미해진다. 일단 능선쪽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길이 보일 듯한 10시 방향으로 무작정 오른다. 옛 길 흔적이 보였다가 이내 사라지기가 수 차례. 과거 숯가마터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면 이번엔 너덜길. 주변엔 길이 없어 선택의 여지없이 무작정 오른다. 여기서 능선까지 40여분 동안은 정답이 없다. 때문에 리본도 달지 않았다. 참고하길. 마침내 능선. 능선에 올라도 아직 뾰족한 길이 없다. 우측 나무숲을 헤치고 전진한다. 그야말로 악전고투.

10분 뒤 작은 암봉을 지나 2분 정도 다시 고생하면 상당히 묵은 좁은 오솔길을 만난다. 15분 뒤 포갠바위를 지나면서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이제 고생 끝. 다시 한 굽이를 넘으면 눈앞에 억새군락지가 펼쳐진다. 끝물이지만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삼도봉까지는 10분 거리.

조그만 정상석엔 삼도봉, 그 옆 작은 글씨로 초점산이라 적혀있다. 정상석을 기준으로 서쪽 무주땅, 남쪽 거창땅, 동쪽은 김천땅이다. 서쪽으로 덕유산 삼봉산 향적봉 중봉 백암봉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이, 남쪽 거창쪽으론 뾰족봉인 금귀봉 보해산 흰대미산 양각산 수도산 월매산 단지봉 가야산 독용산 등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산행팀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봉우리인 대덕산은 코 앞에 있다. 김천시 대덕면에 위치한 대덕산(大德山)은    
   
예부터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모두 많은 재산을 모아 은혜를 입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삼도봉에선 백두대간 능선길이라 35분 정도 그냥 내달리면 된다. 산길도 선명한데다 능선길 주변이 온통 끝물 억새군락지다. 신불평원이나 화엄벌이 전혀 부럽지 않다.

정상은 헬기장. 북으로 민주지산 석기봉과 백두대간 산줄기인 삼도봉 막기항산이 잇따라 펼쳐진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내려선다. 제법 급경사 길이지만 낙엽과 산죽길이 아주 인상적이다. 25분 정도 뒤 얼음골 약수터. 잠시 목을 축이자. 이후부터 완연한 낙엽길. 지그재그 산길인데다 발목까지 덮여 여간 즐겁지 않다. 약수터에서 25분쯤 뒤 덕산재 갈림길. 좌측은 덕산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이어서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간다. 대간길을 버리니 갑자기      
길이 사라진다. 할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서니 우측에 산길이 보인다. 10분 뒤 산행 초입 만나는 첫 사거리에 닿고, 다시 10분 뒤 덕산마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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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전에
- 파커 등 겨울장비 챙겨야
- 오를때 너덜길 만만찮아  
 
백두대간 산줄기인 대덕산~삼도봉(초점산) 코스는 경북 김천시 대덕면과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경계인 덕산재에서 출발, 두 봉우리를 넘은 다음 거창의 소사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덕산재 정상에는 폐업을 한 주유소가 지금은 '대덕산 산삼 감정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고 길 건너편에는 대형 대덕산 등산로 안내판과 그 뒤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산행팀은 이 길을 이용하지 않았다. 우선 대중교통인 버스가 덕산재까지 오지 않는데다, 덕산재에서            대덕산 하산길에 만나는 얼음골 약수터.
출발하면 원점회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행팀은 덕산마을에서 출발, 원점회귀 산행을 위해 5만분의 1 지형도에 답사할 코스의 선을 그어 산행코스를 정했다. 큰골에 닿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산행이 순조롭다. 하지만 이후 산행은 능선을 차고 오르는 그야말로 개척산행이다. 특히 너들겅에선 바위들이 제멋대로 얹혀 있어 넘어지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다. 지금부턴 파카 등 겨울장비가 필요할 때다.


# 교통편
- 성주댐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일품

부산서 열차를 이용, 김천역에서 내린 다음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덕면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외버스터미널은 김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부산역에서 경부선 김천행 새마을호(1만5700원) 열차는 오전 6시5분, 8시35분에, 무궁화호(1만500원)는 오전 5시30분, 6시30분, 6시50분, 7시35분, 8시5분, 9시5분에 출발한다. 각각 2시간, 2시간20분 걸린다.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주행 직행버스를 이용, 대덕면 덕산마을에서 하차한다. 오전 10시에 있다. 3700원.

무주에서 출발, 덕산마을을 거쳐 김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새마을호는 오후 6시1분, 7시54분, 밤 10시1분에, 무궁화호는 오후 5시16분, 6시25분, 7시23분, 8시21분, 밤 10시29분에 있다.

승용차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화원IC~성서IC~성주 방면 30번 국도 좌회전~계명대 지나~성주 선남~무주 성주~무주 고령~무주 성주 방면 33번 국도 우회전~무주 김천 왜관 좌회전~무주 대덕 30번 좌회전~무주 거창 방면 좌회전~관기삼거리서 무주 방면 우회전~덕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들머리인 덕산마을로 갈 땐 성주댐을 끼고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리지만, 귀가땐 밤이라 김천시내로 이동해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1.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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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93〉 청도 용당산
흐드러진 야생화 계곡선 쉬엄쉬엄
시원한 계곡과 편안한 오솔길
무리없는 코스 가족산행 제격
전망대 서면 동창천이 한눈에

 
  부산경남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청도 용당산은 야생화와 시원한 계곡, 빼어난 조망, 하염없이 걷고 싶은 편안한 오솔길을 갖춘 매력적인 산이다.
산을 즐겨 찾는 산꾼들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기 위해 계곡을 주로 찾고, 어떤 이는 골바람이 귓잔등을 때리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하염없이 걷기 위해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은 사시사철, 심지어 아침 저녁으로 그 모습이 변한다며 변함없이 애정을 쏟는 순정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롯이 고개만 내민 우리 야생화를 렌즈에 담으려는 마니아들도 예상외로 많다.

주변 조망을 꼼꼼히 따지는 조망 예찬론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596m로 몸집이 그다지 크지 않은 청도 용당산(龍塘山)은 낮은 지명도에 비해 까다로운 산꾼들의 입맛을 비교적 충실히 맞출 수 있는 그런 산이다. 여러 얼굴을 동시에 가진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데다 산행길 초입부분은 햇볕이 바로 내려쬐는 산사면 길이어서 패랭이 등 야생화 천지이다. 땀을 흘린 뒤 갈증이 날 즈음엔 시원한 계곡이 기다리고 있고 편안한 오솔길도 뒤이어 이어진다.

 
솔나물  
또 주변 산을 배경으로 발아래 굽이치는 동창천을 낀 넓은 평야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고 정상 아래 삿고개에는 드물게 자리잡은 농가가
산골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용당산은 산행 내내 힘든 코스가 없고 길찾기도 쉬워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은 온막버스정류장~온막교회~철성 이씨묘~삼각점~야생화 군락지역
~소 방목지역~계곡~삿고개 마을~용당산 정상~전망대~고성 이씨 재실
~온막교회~온막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길을 건너면 온막복지회관. 정면 온막리 농산물집하장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온막교회. 교회 옆 마른 개천을 건너면서 산행 시작.

 
  큰뱀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은 대나무숲과 소나무숲, 그리고 이곳 청도 특산물인 감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길 왼쪽 감나무밭 한쪽 귀퉁이에는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200m 쯤 오르면 시멘트길이 끝나고 산길. 잡풀과 잡목이 등산로에 가득하다. 반드시 긴옷을 입도록 하자.

길 왼쪽 철성 이씨묘를 지나면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은 무덤가는 길이므로 계속 직진한다. 거무죽죽한 바위길이 끝날 무렵 왼쪽에 작은 전망대. 뜻밖에 국토지리정보원의 삼각점이 놓여 있다. 정면 뾰족 봉우리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높은 봉우리가 용당산 정상이다.

계속되는 산행길. 이번에는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춘, 확 트인 산사면길이다.
조선시대 천인계급이 쓰던 갓의 일종인 패랭이와 모양이 닮은 보랏빛 패랭이꽃, 꽃잎이 겨우 1.5㎝ 정도여서
허리를 굽혀야 볼 수 있는 노란 양지꽃, 그리고 큰뱀무 찔레꽃 며느리밑싯개 노랑붕이 닭의장풀 등이 눈에 띈다.

 
패랭이  
한바탕 꽃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그늘 진 숲길. 산들바람이 부는데다
길도 부드러워 오랫동안 걷고 싶은 길이다. 잇단 너덜을 지나면
왼쪽 계곡 건너편에 수려한 기암절벽이 눈에 띄고 동시에 물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연이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돌길 오르막. 길 좌우 큰 암벽이
버티고 있다. 또 다른 산의 모습이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10여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주변에 황소
대여섯마리가 방목되고 있다. 우측 오르막길이 진행방향이지만
여기서 10m만 더 직진하면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이
나오므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이제 길 왼쪽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5분 뒤 규모는 작지만 보기에도 시원한 3층 폭포는 빠뜨리지 말자.

이후 계류를 건너면 오솔길이고 여기서 10분 정도 더 가면 갈림길. 정면에 폐가옥이 보인다.
지도상으론 민가가 있는 삿고개다. 왼쪽길은 대남바위산으로 향하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직진한다. 주변 소나무가 유난히 크고 운치 있다. 삿고개마을에는 과거 17가구까지 살았지만
 현재 1가구뿐이다. 이 집 마당을 지나 뒤쪽으로 나와 무덤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왼쪽 황토방
건물쪽으로 가면 삿고개 방향. 산행팀은 우측 비포장 임도로 간다. 거대한 고목이 홀로 서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당산 정상. 곧 갈림길이 나오면 우측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처음엔 길이 깔끔하게 나 있지만 올라갈수록 희미해져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30분 뒤 정상.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져 있고 무덤 1기가 있다. 하산은 마주보는 길로 내려선다. 잡풀을
헤치고 가야하는 고행길이다. 때론 솔잎이 눈을 찌르고 손바닥만한 신갈나뭇잎이 얼굴을 때린다.

15분 뒤 앞이 트이면서 들머리인 온막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멀리 영남알프스가 장엄한 산세를
자랑하고 구만산과 육화산이 우뚝하다.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 또 다른 전망대. 왼쪽 효양산 통내산, 오른쪽 소천봉 용지봉, 정면 구만산과
육화산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15분 뒤 또 전망대. 오른쪽에 빨간색 막대가 꽂혀 있다. 산행중
부분적으로 보였던 동창천과 주변 평야, 그리고 온막마을이 한눈에 펼쳐진다. 노란 바위채송화가
지천인 암벽길에 이어 급경사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길은 비교적 또렷하다.

철성 이씨묘를 지나면서 다시 길이 희미해진다. 이때부터 주능선을 벗어나 산허리를 돌아간다.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면 20분 뒤 올라온 길과 만난다. 여기서 30분 정도 가면 갈림길. 우측길은
올라온 길이고 직진하면 고성 이씨 재실에 닿는다. 수백년 된 은행나무를 지나 다리를 건너
온막버스정류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부산역 상동행 무궁화호, 직행버스 타면 온막리로

부산서 청도 용당산으로 가려면 부산역에서 상동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오전 8시5분,
낮 12시3분에 출발한다. 3500원. 원래 오전 5시30분, 6시5분 열차가 있었지만 15일부터 열차시간이
개편됐다. 상동역 앞 유천버스정류장(054-352-8039)에서 동곡행 직행버스를 타고 온막리에서 내린다.
오전 9시25분 출발. 1500원.

온막합동정류소에서는 열차시간에 따라 상동역과 청도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탈 수 있다. 청도행 버스는
모두 상동역을 경유한다. 상동행 버스는 오후 1시50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청도행 버스는
오후 1시30분, 4시, 6시10분, 8시에 출발한다. 상동행 직행 1500원, 완행 1300원. 청도행 완행 2450원.
상동역에서 부산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53분, 4시55분, 7시57분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 출발은 오후 4시45분, 5시42분, 6시38분, 7시48분, 8시43분. 4000원. 새마을호 열차는
오후 5시10분 1편이다. 6000원. 열차시간 문의 1544-7788.

용당산 산행은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체로 세가지 길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천IC~20번 국도 창녕 방향~운문사·청도읍 방향~매전면소재지에서 밀양 방면 좌회전
~매전면 온막리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석남사 또는 밀양 방면 24번 국도
~궁근전삼거리서 경주 방향~운문령~삼계리 계곡~운문면 소재지~금천면 소재지~매전면 소재지서
왼쪽 밀양 방면~온막리 ▲남해고속도로 진영IC~밀양 방면 25번 국도~청도 방면 25번 국도~상동역 통과
~다리 건넌 후 오른쪽 매전면 방향 58번 국도~유천서 매전면 소재지 못가서 온막리가 나온다.


◇ 떠나기전에 - 무심암 · 천불탑 등 주변 볼거리

용당산은 청도읍 남쪽 사면을 감싸는 산으로 용각산에서 곰티재를 거쳐 오른쪽으론 오례산성,
왼쪽으로는 효양산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 삿고개의 오지마을과 용당산이 맥을 이어 동창천으로 잦아든다.

산간마을인 삿고개는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하늘만 열린 벽촌마을로 누에치기 반시 등을
주수입원으로 생활한다. 산행 중 짬을 낸다면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람의 삶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용당산 주변엔 볼거리가 특히 많다. 북지리 국도변의 무심암은 부부의 슬픈 전설이 내려오며,
성주가 가뭄에 기우제를 지냈다는 동창천의 성주바위, 벽돌 한장마다 불상이 새겨진 비룡곡의
불영사 천불탑 등이다. 모든 가지가 지면으로 처진 매전읍내의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295호)는
수령이 2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용당산은 시원한 동창천과 영남알프스의 산군 등 가족과 한번쯤은
꼭 찾아 볼 만한 곳이다.

하산후 온막버스정류장에서 동곡행 버스를 이용해 매전이나 동곡에 하차한 후 운문사에서 출발하는
청도행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7.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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