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18> 안동 학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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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늘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인 학가산 정상은 거대 암봉으로 조망이 빼어나다. 흠이라면 능선상에 이동통신 중계탑과 방송사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릇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이 돼 왔다. 배고플 땐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수단으로 허기를 면케 해주었고 긴긴 겨울밤에는 아랫목을 덥히는 땔감으로 이용됐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농기구와 식생활 용구도 그랬고 초가삼간이든 솟을대문 세도가의 대저택이든, 심지어 구중심처 궁궐도 모두 소나무의 차지였다. 거북선 등 왜적을 방어하던 크고 작은 선박재도 모두 소나무여서 어쩌면 국가 존립의 한 틀을 형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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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 천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더불어 함께 해 온 소나무가 시나브로 '우리의' 나무로 인식된 것은 당연지사.

이런 소나무가 근래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50년 전 우리 산의 60%를 덮고 있던 소나무 숲이 25년 전에는 40%, 현재는 25% 정도로 급속히 줄었다. 이 추세라면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유는 뜻밖에도 이농(離農)현상 때문이란다.                                                                      기암괴석과 소나무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소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맨땅에 떨어져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겨울에 떨어진 활엽수의 낙엽이 땅 위에 쌓여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낙엽을 농민들이 긁어내 땔감이나 퇴비로 사용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농 현상으로 인간이 포함되는 대자연의 섭리가 끊겨 낙엽은 쌓여만 가고, 이로 인해 소나무가 점차 우리 산하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안동과 예천의 경계에 위치한 학가산(鶴14山·882m)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하지만 품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산 또한 오래지 않아 아름드리 소나무가 활엽수로 대체될 듯하다. 아무도 밟지 않아 수북이 쌓인 낙엽이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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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안동 서후면 천주마을 입구 산행 들머리.>
 
멀리서 바라보는 학가산은 너른 벌판 위에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다. 그래서 조망 또한 기가 막히다. 한 일(一)자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능선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동양화를 연이어 펼쳐놓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산행은 천주마을~마당바위~석축~무덤~철조망 통과~KT중계소~KBS 송신소~MBC 송신소~(안동)학가산 정상~산불보호용 무선중계 시설물~(예천)학가산 정상~암벽바위~너덜~마을 정자~느르치~타조농장~천주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가 제법 까다로워 산행팀의 노란색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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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천주마을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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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날머리 예천 보문면 느르치마을.>
 
한 눈에 봐도 하늘을 향해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10여 그루가 객을 맞는다. 150m 정도 시멘트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조금 올라와 마을을 바라보니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여러 채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서 낙엽길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럽기까지 하다. 좌우의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우측에 30명이 앉아도 남음직한 반석이 기다린다. 마당바위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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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중 만나는 일명 마당바위.>
 
 
길을 못찾을 정도로 낙엽이 점점 많아진다. 고로쇠 채취 흔적이 남은 지점을 지나면 석축. 들머리에서 30분. 석축 위로 올라서면 너른 터에 나무가 심겨져 있다. 왼쪽 건너편 지능선 위 기암괴석 주변의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니 놓치지 말자. 너른 터에서 오른쪽 송림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왼쪽길로 가면 취수펌프가 있는 시멘트 건물. 여기서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간다. 소나무가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빼어나다. 산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V자 모양의 소나무가 눈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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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느르치 인근 타조농장.>
 
직진한다. 약간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길은 점차 급해진다. 무덤을 지나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어 통과가 가능하다. 시멘트길로 이동통신 및 방송사 송신소를 잇따라 5분 정도 지나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두 차례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산이 기다린다. 이번엔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늘 그렇듯 소나무가 걸려있는 기암괴석은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상봉은 이중 가장 높고 험한 암봉. 물론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석 앞에는 이곳이 오는 5월 안동서 열리는 경북도민체육대회 성화 채화지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상석 뒤 예천 너머에는 장엄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달리고 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상의 송신탑은 옥에 티로 간주될 만큼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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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옆에서 본 학가산 정상 암봉.>
 

이제부터 수월한 능선길. 산불보호용 무선중계시설을 지나면 뜻밖에 학가산 정상석. 예천군에서 세운 것이다. 상봉이 안동쪽에 있다보니 예천군에서 행정구역상 예천군 관내에 정상석을 세운 것 같다.

곧 이정표. 암벽바위 방향으로 간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또 이정표. 왼쪽 느리티(느르치)로 간다. 거대 암벽과 낙엽이 쌓여 이때부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기단 위로 돌을 쌓은 작은 돌탑이 보이면 그 왼쪽 옆 열린 길로 내려선다. 산 밑에서 안보이던 엄청난 바위가 곳곳에서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기다린다. 워낙 암봉이 많아 길이 이따금 헷갈린다. 길을 찾다보면 학가산성으로 추정되는 산성의 일부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뾰족바위를 지나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와 밤송이 껍질이 널부러진 곳을 지나 너덜을 통과하면 예천 보문면 느르치 마을. 여기서 들머리 안동 천주마을은 왼쪽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도중에 타조농장도 구경할 수 있다.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또는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대구 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청송 영덕 방향~34번 안동 우회전(도산서원 봉정사)~영덕 안동 직진~서후(명리) 안동과학대학 오른쪽으로 빠져 좌회전~자품 이개 서후 우회전~광흥사 직진 8㎞, 석천사~광흥사 좌회전~광흥사 자품리 방향~천주 창풍 광흥사 2.2㎞(학가산 천주 창풍 애련사 광흥사)~창풍 버스종점~천주마을 순.

대중교통편은 이어지는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부산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떠나기전에

학이 유유자적 자태를 뽐내며 노는 모습과 닮았다는 안동의 학가산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안동의 진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일품인 학가산 하산길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蒙塵)하였을 때에 쌓은 것이라고 전해 오는 학가산성을 볼 수 있다.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유의하자.

이번 산행기에는 산행 시간을 4시간 정도로 기입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걸렸다.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서 무작정 능선 방향으로 올랐다가 철조망에 막혀 되돌아 오기도 하는 등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 것만 수 차례에 달했다. 보기보다 길 찾기가 어려웠다.

학가산 산행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천주마을에서 5분쯤 뒤 만나는 애련암 갈림길로 올라가거나, 예천군 북후면에서 차를 타고 방송국 송신소까지 간 다음 학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이럴 경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산행팀은 최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사실상 개척산행을 택했다. 그 만큼 산길은 깨끗하며 수북이 쌓인 낙엽이 운치있는 소나무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장비와 보온의류는 반드시 챙겨 떠나자.

 
  입력: 2005.01.20 16:23 / 수정: 2007.02.28 오후 7: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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