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토함산 하면 불국사 석굴암을 품은 산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산행팀은 관점을 달리했다. 알고 보니, 솔직히 말해 지형도만 보고 간 이번 토함산의 등로에는 온갖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지천인 자연 그대로의 보고였다.
 그렇다. 사람들이 유명산이라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산길로 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동반할 때가 왕왕있다. 일종의 횡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토함산이 그랬다..




근교산&그너머 <436> 경주 토함산

신라인 숨결 오간데 없고 발밑엔 산나물 야생화가 지천이네


황룡휴게소서 출발 상범마을 하산
발아래 그림같은 동해바다·보문호
3시간여 소요 가족산행지로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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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나이드신 어르신 세 분이 들머리 입구 조그만 가게에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나왔다.
"젊은이도 토함산 왔나. 길은 알고 있째. 요기 다리 밑으로 내려가 개울건너 논두렁을 따라 가면 곧바로 산길이 나오지. 찾기 쉽지. 그럼 우린 먼저 간다네."

묻지도 않았는데 애써 친절하게 설명한 그들은 급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 종종걸음으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30분쯤 뒤 어르신들과 다시 조우했다. 딴사람이었다. 흰 목장갑을 낀 손에는, 그들 표현대로 '등산용 곡괭이'가, 또 다른 손에는 방금 채취한 산나물이 한 움큼씩 쥐어져 있었다.


관심을 갖고 따라 붙는 기자에게 그들은 "요건 미역취, 이건 비비추, 요건 참나물…"하며 활짝 웃는 것이   
더덕과 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  
 
아닌가. 더덕 잎도 처음 봤다. 사실 산행팀은 웬만한 야생화는 대충 알지만 더덕이나 산삼 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작은 성과였다. 한 어르신이 파낸 더덕을 기자에게 건네며 잎의 향을 맡아보라고 했다. 그 어떤 값비싼 향수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상큼했다. 알고보니 더덕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덜 자란 더덕은 원상복구해두는 마음 씀씀이도 보기 좋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전진 한 걸음에, 좌우 두 세 보. 산행은 아예 뒷전이었다.
"여긴 산나물이 생각보다 많아. 특히 이 길은 더욱 그래. 참,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작년 요맘땐 여기서 멧돼지 새끼도 봤어.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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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과 더덕.

 
그랬다. 그 유명한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고 신라땐 하늘에 제를 지낸 5대 영산 중 하나였던 토함산(745m). 해맞이의 명소이자 단석산 남산과 함께 경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바로 그 산이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오랜 친구와도 같은 산이었다.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했다. 노루귀 칼퀴나물 쥐오줌풀 천남성 왕제비꽃 쪽도리풀 미나리아제비 은방울꽃 선씀바귀 작약 민백미꽃 솜방망이 흰민들레 쥐오줌풀 등의 해맑은 미소는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한다. 양지 바른 무덤에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지금까지 부산·경남의 대표적 산나물 산행지로는 거창 양각산과 생식마을로 유명한 경주와 영천의 경계에 위치한 사룡산 정도. 토함산도 오늘부로 그 반열에 감히 올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큼한 산나물을 캐는 기분, 한 잎 한 잎 정성껏 딴 산나물을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아오는 기분,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하다.

   
산행은 황룡휴게소(황용으로 표기돼 있음)~경주이씨묘~묘지 앞 등산안내도~우물식수 등산안내도~토함산 정상~추령재 갈림길~상범마을 갈림길~상범마을 순. 걷는 시간만 3시간 정도 걸려 가족산행지로 적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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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황룡휴게소로 가는 길은 우선 눈이 즐겁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극찬한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를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고갯길을 오르내린다. 이 길은 감포를 거쳐 구룡포로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길로 유명하니 참조하자.

황룡휴게소 앞에서 하차한 후 휴게소 우측 포장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간다. 두 개의 다리 아래를 통과한 뒤 개울을 건너면 막 모내기를 끝낸 논.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왼쪽 논두렁을 따라 산길로 접근한다. 월성손씨묘를 지나 안동권씨묘 직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이 길만 찾으면 사실상 길찾기는 끝. 초록빛이 물씬 묻어나는 활엽교목 일색이다.

제법 만만찮은 오르막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대신 발밑에는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힘든 줄 모른다.

독자들은 온라인 상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앞서 기술한 산나물과 야생화를 한 번 찾아보고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뒤 묘지 앞 첫 등산안내도. 정상까지 1.2㎞ 정도 남았다. 6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왼쪽으로 동해바다가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주변은 억새밭. 여기서 50m 채 못가면 갈림길. 오른쪽 그림같은 잣나무 숲길은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오는 길. 늦가을 이 길로 오르면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직진한다. 10분 뒤 또 갈림길. 등산안내도에는 우물식수라고 표기돼 있지만 찾을 길이 없다. 우로 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역시 직진한다. 정상은 여기서 10분이면 닿는다. 주의할 점 하나. 정상 입구 '추령재'와 '코오롱호텔 뒷길'이라 적힌 두 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방향이 잘못됐음을 일러둔다.

  
  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잠시 조망을 살펴보자. 왼쪽 제일 뒤 능선이 영축 신불 간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정면 제일 뒤 오봉산 단석산, 그 오른쪽 앞으로 벽도산 선도산 형제봉 구미산, 제일 앞 능선이 남산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히 산의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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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에 서면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는 오랫동안 터줏대감이던 큰 돌탑 대신 높이 3m쯤 되는 정상석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북쪽 정면으로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과 그 왼쪽 동대봉산,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봉우리가 몇 개가 보이는 산이 포항 운제산이다. 저 멀리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석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추령재 대신 오른쪽 석굴암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이정표. 왼쪽 '포수우물, 추령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참고로 직진하면 석굴암 입구. 20분 걸린다.

5분 뒤 포수우물 갈림길. 180m 거리에 있어 잠시 들렀다 가자.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직진하면 추령재. 산행팀은 우측 상범마을로 내려선다. 참고로 이때부터 묵은 길이 시작되니 유의하자.

10분 뒤 가파른 절개지로 내려서면 계곡. 유량은 적지만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이후 계곡따라 내려가다 우측 길로 올라서 주황색 굵은 호스를 따라 간다. 260년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를 지나 3분 뒤 범곡리 상범마을회관에 닿는다. 이어지는 포장로를 따라 30분(1.6㎞) 정도 가면 추령재에서 넘어오는 감포가는 옛길을 만난다. 길을 가로질러 오르막길로 가면 추령터널에서 오는 4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장항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야생화 자생지 무분별한 채취 삼가

토함산은 이미 두 차례 소개됐다. 코오롱호텔 뒤 탑골~토함산~추령재를 거쳐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 코스가 하나요, 또 하나는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하는 코스다. 동해바다의 장쾌함과 그림같은 덕동호, 보문호를 감상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이 가능해 만추나 초겨울에 제격이다.

이번 산행은 산나물과 야생화가 가득한 황룡휴게소 입구에서 출발했다. 세 코스 공히 정상 입구에서 만나며 하산길은 모두 달리했다. 이번에는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바로 왼쪽 상범마을로 하산했다. 초행이라면 석굴암 입구로 하산해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상범마을에는 '석굴암 가는 길'이라고 표기돼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석굴암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참고하길.

당부 한가지.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덕동호 주변의 토함산 동대봉산은 중부 이북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의 자생지가 여럿 발견돼 청정지역으로 여겨진다. 이번 산길도 여기에 포함돼 사실 산행팀은 소개를 망설였다. 무분별한 채취 때문이다.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 교통편-경주서 감포행 버스 황룡휴게소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버스를 타고 황룡휴게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첫 차, 이후 20분 간격 출발. 1400원. 날머리 장항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100번. 1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에서 부산행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있다.

만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했을 경우 석굴암 주차장에서 불국사 가는 12번 버스는 매 시간마다 있으며 막차만 오후 6시20분에 출발한다. 1300원. 불국사 주차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10, 11번)의 막차시간은 밤 10시5분. 1300원. 참고로 석굴암 입구에서 불국사까지 걸으면 약 50분 걸린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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