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89> 전북 고창 선운산
오르니 미륵세계,내리니 내금강
산행 초입 도솔천~ 정상까지 곳곳 불교유적
천마봉 아래 울창한 숲·기암괴석 자태 뽐내
낙조대서 바라 본 서해 일몰은 황홀 그 자체

 
  천연기념물 354호 장사송
송이째 부러지며 처절하게 지는 동백, 그리고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상사화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운사. 동백이 피고 지는 4~5월과 선홍빛 상사화가 만개하는 9월이면 전국에서 마치 성지순례를 하는 듯 범부들의 발길이 이곳 선운사로 이어진다. 서정주의 시에 나오는 것처럼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을 흥얼거리면서.

이들은 선운사를 품고 있는 야트막한 선운산에 대해서는 별다른 애정과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선운산 속으로 조금만 걸음을 들여놓고 보면 보통 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울창한 숲,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암괴석의 장엄함,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의 해넘이 등은 선운산이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한다.

산이 높으면 그 깊이가 유다르게 마련이지만 예외도 있는 것이 세상사일 터. 낮아도 깊은 산이 없지 않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선운산이다.

최고봉인 경수산이 고작해야 해발 444m 정도이고 그 외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은 해발 300m를 겨우 넘을 뿐이다. 이 정도의 높이면 산꾼들에게 '비산비야(非山非野)' 이상으로 대접받기 어렵지만 선운산은 예부터 명산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렸고 오늘날에 와서도 도립공원이란 감투를 쓰고 있다.

선운산(禪雲山)은 불교와 연관이 깊은 산이다. 이름부터 선방에서 쓰는
참선와운(參禪臥雲·구름에 누어 참선을 한다는 뜻)에서 따왔으며 도솔암 참당암 석상암 마애불상 등이
품안에 있다. 한때는 89개의 암자와, 수도처로 쓰이던 24개의 동굴이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선운산
예부터 미륵불의 실제적 도래를 염원하는 대중들의 뜻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선원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산행은 주차장~매표소~선운사 일주문~석상암 갈림길~석상암~마이재
~수리봉(도솔산·천왕봉)~포갠바위~임도~소리재~용문굴 갈림길~용문굴~용문굴 갈림길~낙조대~천마봉
~마애불~도솔암 내원궁~도솔암~장사송~진흥굴~매표소~주차장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장에서 매표소가 있는 일주문까지는 대략 10분. 일주문을 통과하면 시원하게 트인 잔디밭과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의 울창한 숲길에 넋을 잃는다. 하지만 시선은 이내 길 왼쪽 도솔천으로 이끌린다. 이끼 낀
바위와 계류쪽으로 가지를 뻗어내린 모습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곧 석상암 갈림길. 직진하면 선운사지만 우측 석상암 방향으로 간다. 절 구경은 하산길에 하면 되니까.

석상암 가는 길 좌우에는 온통 차밭.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0분이면 석상암. 암자 옆 정성스레 만든 돌탑을 지나면 곧바로 숲길. 한낮인데도 어두울 정도로 울창하다.
하늘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바람이 안불어 약간 답답하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

15분 뒤 첫 기착점인 마이재. 두 갈래길이다. 경수산으로 가는 우측길 대신 왼쪽 도솔산(수리봉·336m)
방향으로 향한다. 10분이면 도솔산에 닿는다. 이정표가 없다면 정상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모양새다.
 일주문에도 '도솔산 선운사'라고 적혀 있듯이 최고봉인 경수산을 제치고 선운산의 사실상 주봉으로 불린다.

 

서해바다가 훤히 보이는 잇단 너럭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두 갈래. 오른쪽이 주능선길이지만
왼쪽길을 택한다. 두개의 바위를 일부러 포개놓은 것
 같은 포갠바위를 지나 20분 뒤면 삼거리. 우측 참당암
 방향으로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우측으로
20m 정도 임도를 따라가면 반대편인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여기서 소리재까지는 15분 정도.

능선길을 따라 산행은 계속된다. 중간중간 규모는
작지만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기암괴석들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용문굴 이정표를 만난다. 나중에
 천마봉 하산 후 용문굴로 가는 길을 만나지만 지금
이 길로 내려서면 덜 걷고 구경할 수 있다. 장방형의
긴 바위굴로 규모면에서 엄청나다. 그 옆에도
작은 바위굴이 있고 굴 앞에는 통나무로 만든 쉼터가
 보인다. 왕복 10분이면 구경하고 돌아올 수 있다.

서해바다의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은 바위지대인
 낙조대는 여기서 10분 거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포효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지만 막상 옆에서
보면 타오르는 불꽃형상이다. 낙조대 옆에서
바라보는 배맨바위와 그 바위로 올라서는
기다란 철계단도 인상적이다.

낙조대에서 200m 정도만 더 가면 선운산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나다는 천마봉.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다. 발밑에는 도솔암과 내원궁, 그리고 마애불상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저멀리
기암괴석의 자태에 혀가 내둘린다.

하산은 왔던 길로 30m 정도 되돌아와 오른쪽 심한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철계단과 침목계단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려서면 사거리. 산행은 여기서 사실상 끝나고 지금부터 문화유적 탐승길.


대숲이 보이는 정면으로 길을 따라가면 곧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상. 마애불 양 옆에는 멋들어진
소나무가 협시불처럼 자리해 운치가 있다. 마애불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도솔암 내원궁. 지장보살을 모신
내원궁은 기도효험이 뛰어나다고 널리 알려져 언제나 기도객이 줄을 잇는다.

내원궁에서 빠뜨려선 안될 하나. 방금 내려왔던 천마봉을 바라볼 것.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다. 천마봉이란 이름이 이 모습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원궁에서 산길로 조금만 내려오면 도솔암. 깎아지른 기암절벽 사이에 터를 잡고 있다.

이후 여덟개의 긴 가지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는 천연기념물 제354호인 장사송(長沙松), 왕위에서
물러난 신라 진흥왕이 말년에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 그리고 아름다운 선운사를 차례로 구경한 후 주차장까지는
대략 1시간 걸린다.


#교통편

 
부산서 선운산 도립공원은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하다. 이왕이면 전북 고창까지 간 김에
하루를 묵으면서 여유롭게 산행과 주변 볼거리를
챙기는 편을 권하고 싶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백양사IC~고창 15번국도 좌회전
~전라북도 경계 고창군 고창읍~선운사 22.6㎞
~선운사, 고창 고인돌군~고인돌군 통과~선운사
도립공원 좌회전~선운사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선운산의 1년 탐방객은 40만명 내외. 국립공원인
소백산이 30만명, 월출산 25만명, 가야산 56만명에 비하면 야트막한 도립공원 치고는 엄청난 편. 때문에
고창에 들어서면 이정표가 아주 잘 정비돼 있어 찾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떠나기전에

고창에는 선운산과 선운사 외에도 빠뜨려선 안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다. 거리도 가까워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고창읍내에서 선운산으로 가는 길 좌우측 산기슭에 덩치 큰 바윗돌이
널려 있다. 지난 2000년 12월 강화 화순의 고인돌군(사진 위)과 함께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고창 고인돌군 유적지이다.

도로 좌우측에 각각 주차장과 고인돌유적 안내소(063-563-2793)가 있어 편리하다. 안내소에는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 10명 이상의 방문객이 요청할 경우 직접 설명을 해준다.

전북대 원광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총 고인돌 숫자는 2000여기. 국내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조밀한
분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북방식 남방식 개석식 등 무덤 형식 또한 다양해 우리나라
청동기문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창읍내의 고창읍성(사진 아래)도 들러보자.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전국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자연석 성곽. 조선 단종 원년(1453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됐으며 나주 진관의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성의 높이 4~6m, 둘레 1.68㎞, 넓이 5만여평으로 동 서 북문과 옹성 3개, 치성 6개, 성밖의 해자 등 방어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 1976년 복원작업을 벌여 지금은 동헌 객사 내아 등 14동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밟으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한다는 구전에 따라 국내 유일의 성밟기 민속이
전승 보존되고 있다.

선운산 오는 길엔 미당 서정주 시문학관 이정표도 보인다. 고향이 이곳인 시인이 지난 2001년 타계한 후
폐교된 선운사 분교에 세워졌다. 두 개의 전시실에는 미당의 육필 원고와 시집, 유품 1만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피로를 풀려면 장성쪽으로 넘어가는 고개 입구에 위치한 석정온천에, 해수온천을 원하면
구시포해수욕장 인근의 해수찜월드에 가면 된다.

선운산 도립공원 입구에는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이 유명하니 반드시 맛을 보자. 대부분 원조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맛은 대동소이하다. 풍천가든과 청원가든이 잘 한다. 장어구이 1인분 1만4000원.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는 도솔암 내원궁에서 바라본 천마봉.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  












 
선운사 입구에서 만나는 도솔천.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입력: 2004.06.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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