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산치곤 덜 알려졌지만 산세·조망은 그야말로 '환상'
이장한 듯한 묘지터인 539봉을 지나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이 '한 일(一)' 자 능선을 그으며 내달리고 있다. 소천봉 아래 하산길인 음지마을이 우측 하단 소나무 뒤로 보인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도심에서 받았던 온갖 스트레스를 풀러 산을 찾았건만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한적해야 될 산이 시골 5일장처럼 북적인다. 진정한 산꾼들이라면 이심전심으로 서로 배려를 해 별 문제는 없을 터이지만 문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장쾌한 조망에 반해 잔잔한 미소 같은 내적 희열로 만족해야 될 상황이 과잉 액션으로 발산돼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 그렇다고 산을 끊을 수야 없지 않은가. 하여, 애오라지 산꾼들은 또다시 오염이 덜 된 한적한 오지의 산을 갈구하며 찾아 나선다.

대간이나 정맥 종주를 끝낸 산꾼들이 여기서 한 번 더 갈래를 치고 나온,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기맥이나 지맥을 찾아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남알프스의 서쪽 언저리에 똬리를 틀고 앉은 밀양 용암봉~소천봉.
낙동정맥 가지산에서 갈라져 나와 운문 억산 구만 중산 낙화 보두 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운문지맥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밀양의 산임에도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굴곡과 수려한 산세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환상적 조망은 겨우내 움추렸던 근교산꾼들을 다시 산으로 불러모으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산행은 상동면 신곡리 양지마을~인동장씨묘~김해김씨묘~539봉(종지봉·이장한 묘지 터)~암릉길~오치령 육화산 갈림길~신(新)오치고개~밀성박씨·경주최씨묘~통천문(침니바위)~용암봉(686m)~소천봉(632m)~잇단 무덤~신곡리 교회(음지마을)~양지마을. 걷는 시간만 4시40분 정도이며 난이도는 보통이다.

신곡리 마을회관과 ‘신곡리 양지마을' 이정석을 잇따라 지나 다리(신곡천)를 건너면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또 갈림길. 역시 왼쪽으로 100m쯤 가면 다시 갈림길.

 이번엔 ‘산림조합현장'이라 적힌 이정표가 가르키는 우측으로 간다. 마을 당산나무를 지나자마자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대숲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차량 차단기가 보이는 정면 대신 석축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들머리로 향하는 능선 갈림길. 이제 본격 우측 산으로 향한다. 등로는 약간 희미하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확인하고 오를 만큼 방치돼 있지는 않다. 나아가 거의 외길이라 걱정할 염려는 전혀 없다.

산행 초입대추밭 사이를 걸어가는 산행팀. 그 뒤로 산행팀이 걸어야 할 산행지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이 한눈에 보인다.

처음부터 된비알. 인동 장씨묘쯤 한 번 주춤하더니 15분 정도 거의 사람의 혼을 뺄 정도로 오르막이 심하다. 이후부턴 경사가 덜할 뿐 여전히 오름길이다. 그 정점은 양지바른 곳의 김해 김씨묘.

이제 송림길이 이어진다. 우측으로 향후 오를 용암~소천봉이 보인다. 크게 봐서 시계 방향으로 걷고 있는 셈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산행팀이 걷고 있는 산길과 용암~소천봉으로 이어지며 신곡리를 감싸고 있는 산세가 여성의 성기를 빼닮아 일종의 '여근곡(女根谷)'으로 불러도 될 성싶다.

솔가리와 낙엽이 반복되는 오름길은 한동안 이어지다 첫 봉우리인 539봉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들머리에서 65분. 이장한 묘지터인 이곳은 하산 후 마을주민들로부터 ‘종지봉'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올라온 방향으로 보면 동창천 뒤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그 뒤로 옥교산 종남산 우령산 등 밀양의 산이, 소나무 우측으로 화악산 남산 오례산성 원정산 대남바위산 용당산 비룡산 통례산 등 청도 쪽 산이 손에 잡힌다. 20m쯤 더 가면 우측 시야가 트인 곳에서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좌측엔 코 앞의 육화산을 비롯 그 뒤로 구만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백운산 정승봉 천황산 재약산 향로산이 펼쳐진다. 발 아래 산기슭의 계단식 논은 마치 깊게 파인 촌로의 주름을 연상시킨다.

영남알프스 주봉과 언저리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부턴 능선길. 낙엽길과 송림터널이 반복된다. 20분 뒤 암릉길에선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10여 분 뒤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막는다.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잠시 올라보니 사방팔방 훤히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가 아닌가. 그간 숨어 있던 북암산 억산 범봉 사자봉 수리봉 구천산 정각산 가지산 그리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치령 고갯길 등 영남알프스 주봉과 언저리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창우 대장도 “이처럼 완벽한 전망대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고 한마디 거든다.

전망대를 향해 근육질의 암릉을 오르는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 전망대를 두고 영남알프스를 이처럼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고 평했다. 

 정면 눈앞의 봉우리는 이름없는 무명봉이지만 산세로 봐서 구만산 육화산을 거쳐 운문지맥과 만나는 의미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봉우리를 내려서면 ‘오치령 육화산'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를 알려주듯 주변엔 리본이 많이 걸려 있고 산길 또한 뚜렷하다. 또 하나의 낮은 봉우리(536봉)를 넘으면 등로 좌우에 임도가 눈에 띄고 이내 고개에 닿는다. 오치령과 상동면 신곡리를 잇는 임도가 생기면서 생긴 고개로 흔히 오치고개라 부르고 있지만 기존의 오치령과 구분하기 위해선 ‘신(新)오치고개'라 부르는 것이 합당할 듯 싶다.

산행 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오른쪽). 

임도를 건너 바로 산으로 오른다. 작은 봉우리를 살짝 넘고 밀성 박씨 및 경주 최씨묘를 잇따라 지난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오치령으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
산행 중엔 밀양과 이웃한 청도의 봉우리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맨 뒤 능선 좌측으로부터 대남바위산 용당산 시루봉 비룡산 효양산 통례산 학일산이 보인다.

구만산 운문산 백운산 천황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과 언저리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용암봉 정상 직전 만나는 통천문. 일명 침니바위라고 불린다.
용암봉 정상. 이 팻말은 이창우 산행대장 바로 앞,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 최남준 씨가 사비를 들여 달아 놓은 것이다.  

 10분쯤 뒤 뜸하던 바위군. 처음엔 농짝 크기에서 점차 집채만한 바위로 변모한다. 한 전망대에선 산내면소재지 송백과 앞서 봤던 밀양 쪽 봉우리 외에 승학산 금오산 구천산과 원동 토곡산도 확인된다. 잇단 암릉과 암봉을 지나 일명 통천문이라 불리는 바위틈새길을 통과하면 이내 용암봉 정상. 오래 전엔 헬기장이었지만 지금은 송림에 막혀 조망이 없다. 발 아래 보도블록만이 이를 확인해줄 뿐이다.
직진하면 백암봉 중산 낙화 보두 비학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길,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정면 바로 보이는 봉우리가 소천봉이다. 40분 걸린다. 조그만 돌탑 이외에는 정상이라고 인식할 어떠한 지형지물이 없다. 조망 역시 없다.
하산길은 좁다란 비탈길. 오랫동안 간벌을 하지 않은 죽음의 송림길이다. 이를 대변하듯 소나무마다 무수히 많은 솔방울이 매달려 있다.
뚜렷한 길은 없지만 크게 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자.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히 묶어놨다. 40분 뒤 길다운 길이 비로소 눈에 띄고, 여기서 5분이면 산을 벗어나 신곡리교회가 위치한 음지마을에 닿는다. 저 멀리 건너편이 들머리 양지마을이다. 두 마을은 10분 거리이다. 산행대장=이창우.

# 떠나기 전에 - 정상 안내판, 노장 산꾼의 열정

용암봉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운문지맥/용암봉 686m/준·희'라고 적힌 조그만 스테인리스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명산이건 근교산이건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이처럼 고마운 일을 한 주인공은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68) 씨. 그는 '그대와 가고 싶은 산, 준·희'라는 오렌지색 리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 대장은 한창 땐 건건산악회를 이끌고 1대간 9정맥을 주파하며 지역 산악계에 종주 산행의 붐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 타개한 후배 산악인과 함께 사비를 들여 금정산과 백두대간길의 조령산 깃대봉 등 10여 곳에 약수터를 조성한 산사나이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 그도 오랜 산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무릎이 안좋아져 장시간 산행을 할 수 없다. 대신 3, 4시간 걸리는 정상석이 없는 근교산을 찾아 이정석 대신 이처럼 조그만 팻말형 안내판을 걸어두고 있다.

현재 600여 개 달았으며 이 작업은 다리에 힘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22년 전통의 아랑장어구이(055-355-3895). 밀양IC에서 들머리로 가는 도중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밀양IC에서 정확히 3.7㎞ 떨어져 있다. 주메뉴는 장어정식. 수수전 게장 등 무려 28가지의 반찬에 놀라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장어맛에 감탄한다. 초벌구이로 기름을 뺀 후 양념을 무려 4번이나 발라 특유의 맛을 낸다. 김해 마산 양산 대구 청도 등의 단골들만 주로 찾으며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을 정도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에서 신곡리행 버스 이용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24번~긴늪사거리에서 대구 청도 25번 우회전~상동면 안내판~상동면사무소 지나~신곡 고정 1077번 직진~매화 신곡 1077번 직진~신곡리 마을회관 지나자마자~신곡리 양지마을 이정석 순. 마을회관이나 다리 근처에 주차가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5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신곡리행 버스는 오전 8시50분, 10시50분에 있다. 부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상동역(옛 유천역)에서 내린다. 오전 7시50분 단 한 차례 있다. 상동역 도착 시각은 8시47분. 4200원. 상동역 건너편 상동파출소 앞에서 신곡리행 버스는 오전 9시5분, 10시55분에 출발한다.

신곡리에서 밀양행 시내버스는 오후 4시, 5시40분, 7시20분에 있다. 이 버스는 도중 상동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상동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오후 4시53분, 7시57분에 있다.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조계산 동쪽에 위치한 선암사의 승선교와 강선루. 승선교 밑 계곡에서 승선교의 반월형 천장 아래 강선루가 들어올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산은 크게 바위산과 육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암괴석이나 천태만상의 암봉이 도도하게 고개를 쳐든 바위산이 패기넘치는 남성적이라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산꾼을 감싸주는 육산에서는 모성애를 느낀다.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천관산 등이 바위산의 전형이라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소백산 대운산 등은 언제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게 가슴을 활짝 열고 있다.

사실 육산 산행은 바위산에 비해 약간 무료하다. 기복이나 산세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 조계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천년고찰을 두 개나 품고 있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성 싶다. 서쪽 자락엔 승보사찰 송광사, 동쪽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가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적 총림이라면, 선암사는 두 번째 종파인 태고종의 본산으로 유일한 총림이다.

이렇듯 조계산은 품고 있는 절집의 유명세가 산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독특한 경우이다. 도립공원에 불과한 조계산의 연간 탐방객이 웬만한 국립공원의 배 이상인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조계산이 그저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아름다운 계곡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해 가족단위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산행은 선암사 매표소~삼인당~선각당(기념품 가게)~대각암 입구~대각암 갈림길~작은 쉼터(절터)~큰 쉼터(절터)~조계산 정상 장군봉~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연산봉(헬기장)~송광 굴목재~대피소~보리밥집~선암사 굴목재(큰굴목재)~비석삼거리~삼인당 순의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도중 산길이 곳곳에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하산할 수도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이내 천년고찰의 위용이 드러난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아름드리 수목과 늘푸른 산죽. 이 길은 전국 최고의 명상로로 알려져 있다.

                       조계산으로 이어지는 선암사 진입로. 이 길은 전국 최고의 명상로로 알려져
                       있다
부도탑.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

등산로 입구의 마애여래입상.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삼나무 숲에 이어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에 닿는다. 맞은편 기념품 가게인 선각당 우측 옆길로 오른다. 곧 갈림길. 오른쪽이 정상, 왼쪽이 송광사로 가는 선암사 굴목재 방향이다.

150m쯤 가면 대각암 입구. 아름드리 삼나무가 숲을 이루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른다. 길 왼쪽 마애여래입상을 보고 오르면 앞이 탁 트인 대각암 삼거리. 정면에 대각암, 산행팀은 왼쪽 산죽길로 향한다. 100m쯤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비로암, 정상은 오른쪽 방향. 여기까지만 제대로 찾으면 이후부턴 ‘누워서 떡먹기’.
등산로는 대나무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부드러운 흙길이며 경사가 심한 곳에는 침목계단을 조성해놨다.

20분 뒤 쉼터. 정면의 석축은 옛 절터로 추정된다. 이후 두 번의 너덜을 지나면 더 넓은 쉼터에 닿는다. 작은 돌담과 깨진 기와조각이 주변에 널려 있다. 정면 광양 백운산을 축으로 왼쪽에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오른쪽에 억불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길은 두 갈래. 왼쪽은 밧줄이 걸린 급경사길, 오른쪽은 계단길. 두 길 사이 나무 밑둥치에 작은 샘터가 눈길을 끈다. 200m쯤 뒤 두 길은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정상은 쉼터에서 25분 뒤. 매끄러운 차돌에 `장군봉 884m'라고 음각된 정상석이 서 있다. 작지만 위엄있다. 상사호가 보이고 그 뒤로 연봉들이 펼쳐진 가운데 순천만이 구름 속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하다. 북으로는 호남고속도로가 한 일 자로 내달린다.

하산은 오른쪽 장박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크게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라가는 셈이다. 왼쪽은 조계산의 유일한 바위인 배바위를 거쳐 작은 굴목재로 가는 길이다.

속세는 이제 봄이 왔지만 산중에는 아직도 잿빛. 주변 곳곳에 군락을 이룬 늘푸른 산죽이 없다면 영락없는 봄 속의 삭막한 산이다. 산죽이 만들어 놓은 미로같은 길을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산아래 사바세계엔 봄이 왔지만 산중은 아직 겨울이다.

조계산은 바위 하나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육산이다.


부드러운 능선의 조계산.

부드러운 산길은 산행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50분쯤 걸으면 장박골 삼거리. 이제 등로는 반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 왼쪽으로 장군봉과 상사호, 그리고 방금 지나온 능선길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직진한다. 35분 뒤 연산봉 사거리를 지나면 이내 연산봉(851m). 정상이 헬기장이다. 조망은 주봉인 장군봉보다 더 장쾌하다. 헬기장 반대편인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이번엔 완전한 낙엽길. 봄 속의 가을이다. 산꾼들이 많이 다녀 등로만 매끄러울 뿐 주변엔 온통 낙엽 천지다.

25분 뒤 송광 굴목재. 오른쪽 송광사 2.5㎞, 직진하면 천연기념물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 1.7㎞, 왼쪽 4㎞ 지점에 선암사가 있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선암사 방향으로 간다. 주변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계곡물을 건너 대피소를 지나면 10분 뒤 그 유명한 보리밥집.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나무 그늘 아래 10여 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보리밥집을 지나면 만나는 굴목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조계산 등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선암산 굴목재를 만난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굴목다리를 건너면 선암사 굴목재. 20분 정도의 계단 오르막길이라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선암사 굴목재는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이자 장군봉으로 단 번에 오르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후 쭉쭉 뻗은 편백 숲과 야생화 단지, 그리고 비석삼거리를 잇따라 지나면 산행 출발지인 삼인당 앞에 다다른다. 선암사 굴목재에서 25분 걸린다.

그 유명한 선암사 누운 소나무. 너무나 유명해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도 등장한다.
산아래 선암사 경내에는 매화가 만개해 있지만 조계산 산속은 아직 겨울이다.

◇ 떠나기전에 - 사계절 꽃있는 예쁜 절 선암사 빼먹지 말아야

 선암사는 국내 1000여개의 산사 중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으레 있을 법한 국보급 문화재는 하나도 없지만 단청없는 전각과 색바랜 기왓장, 닳고 닳은 돌계단이 산사다운 고즈늑함을 대변한다. 또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아 동백 토종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영산홍 자산홍 등이 연중 꽃대궐을 이룬다. 선암사에 따르면 크고 작은 꽃밭에 80여 종의 조경식물이 자라고 있단다.

 이러니 선암사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촬영지로 애용됐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동승' 등 불교영화와 드라마 '상도' 등의 주옥같은 배경이 바로 선암사였던 것이다. 촬영지 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업계 관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켰으니 보증수표임엔 틀림없을 듯하다.

 아름다움의 절정은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와 강선루(降仙樓).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와 '신선들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승선교 아래 계곡에서 승선교의 반월형 천장 아래 강선루가 들어올 때의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해도 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뒤깐'이라고 적힌 경내의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400년 된 화장실로 지방문화재다.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400년 된 화장실인 '뒤깐'.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유홍준 교수는 한 신문의 기고에서 "선암사에 유독 조선건축의 진면목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20세기 후반 전국의 모든 사찰들이 화려하게 중창될 때 선암사만은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과 적당한 가난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한편으론 참으로 불행중 다행"이라고 적고 있다.

◇ 교통편 - 순천 시외·고속터미널서 시내버스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린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순천교통 1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에 닿는다.

선암사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20분, 5시35분, 6시30분, 7시, 7시30분, 8시에 출발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25분, 45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만일 선암사에서 출발, 송광사로 하산했다면 택시(061-754-2000)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 3만~3만5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우회전 승주 낙안민속마을 선암사 방향~낙안온천 낙안민속마을~삼거리~857번 지방도~선암사.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어 길 찾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2~3시간 짧은 산행구간탓, 그간 산꾼들에게조차 진가 외면
정상서면 부산전경 한눈에, 저 멀리 거제도까지 조망권

영도 봉래산 정상 조봉에서 바라본 부산 북항. 왼쪽 저 멀리 해운대 장산이, 오른쪽에 오륙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으론 신선대터미널이 보인다. 삼각점과 정상석 옆 오른쪽 큰 바위가 그 유명한 할미바위다. 
오른쪽 섬이 국립해양대학교가 위치한 조도.
이 사진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서 약간 우측으로 치우친 지점에 다리가 둘 있습니다. 왼쪽의 것이 그 유명한 영도대교, 그 우측 붉은빛 다리가 부산대교입니다. 영도(섬)와 부산시내(육지)를 잇는 다리입니다. 다리 건너 좌측이 서구, 우측이 중구이다. 부산대교가 육지와 만나는 지점이 옛 부산시청 자리로 현재 롯데가 국내 최고의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위 두 사진의 바다는 이 다리 우측 외해라고 보면 됩니다. 흔히 이 다리를 기준으로 좌측을 남항, 우측을 북항이라 합니다. 남항은 국내 최대 연근해 수산물의 위판장인 공동어시장이 위치해 있어 어항의 역할을 하고 있고, 우측이 수출입 컨테이선이 정박하는 무역항의 역할을 하고 있죠. 그 유명한 자갈치시장은 부산대교 약간 우측 지점이다. 가운데 높은 산은 천마산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최근 산행팀은 대구의 모 산악회 간부로부터 영도 봉래산에 관한 문의전화를 받았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우연히 온라인 상에서 영도 봉래산의 사진과 산행기를 봤는데 너무나 맘에 들어 회원들과 함께 등정해보고 싶다는 것. 이어 그는 "봉래산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은 거제도나 남해도의 이름깨나 있는 산에 버금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약간은 과장돼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없는 과대포장은 아니라는 것이 산행팀의 생각이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봉래산은 지금도 산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부산시민들에겐 낯선 산이다. 무엇보다 가슴아픈 점은 산행시간이 2, 3시간 정도로 짧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꾼들에게조차 그 진가가 폄훼돼 왔다는 사실이다. 섬 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호사를 만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영도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봉래산에 서면 부산이 진정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영도다리를 중심으로 왼쪽은 자갈치 및 공동어시장을 보듬은 남항이 있고, 오른쪽은 수출역군으로 상징되는 갠트리크레인이 일렬로 정렬된 북항의 컨테이너부두가 한 눈에 조망된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와 이기대는 물론, 저멀리 가덕도와 거제도도 확인된다.

봉래산의 봉우리는 크게 셋. 정상은 할아버지를 뜻하는 조봉(祖峯)이고 그 옆으로 자봉(子峯) 손봉(孫峯)이 이어진다.

 산행은 신선동 새마을금고 신선본점~대흥사~신선아파트~다보사~신선2동 체육시설~관음사~산제당~산불감시초소~산신제터~능선(헬기장)~잇단 방송국 송신소~봉래산 정상(조봉)~산불감시초소(안부사거리)~자봉~손봉~임도~산불감시초소~도개공아파트~중리해변~중리산 산책로~전망대 정자~감지해변 순. 쉬엄쉬엄 걸어도 2시30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영선교차로 버스정류장에 내려 직진한다. SK텔레콤 매장을 지나 150m쯤 가면 강남의원이 있는 사거리. 우측으로 간다. '사랑채' 식당과 남도여중을 잇따라 지나면 정면에 영도구 공영주차장. 이 길이 소위 산복도로다. 오른쪽으로 30m 거리에 새마을금고 신선본점. 그 왼쪽으로 오르면 정면에 봉래산 대흥사. 여기까지 오면 들머리는 찾은 셈. 버스정류장에서 15분 거리.
  
산제당에서 기도하는 등산객 부자.    

 
 절 오른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만나는 길을 가로질러 신선아파트 옆으로 오른다. 촘촘한 계단을 절반 이상 오르다 우측으로 20m쯤 발걸음을 옮기면 다보사. 이를 지나면 이내 신선2동 체육시설. 하지만 산으로 가는 길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해서 바로 아래 오른쪽 쪽문을 통해 산으로 진입한다. 두 번의 갈림길. 한 번은 오른쪽, 또 한 번은 왼쪽으로 간다. 화장실을 지나면 관음사와 산제당(山祭堂). 영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집인 산제당은 산신할배당 산신할미당 장군당으로 구성돼 있다. 영도의 안녕을 비는 당제는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날과 음력 9월15일 두 차례 열린단다.

 산제당을 나오면 산불감시초소. 바로 앞에는 '봉래산 정상 0.79㎞, 체육공원 0.33㎞'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5분쯤 오르면 제법 너른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그 위에는 조그만 공덕탑이 오롯이 서 있다. 5분 뒤 산신제터. 담벼락도 제법 튼튼하게 만든 내부에는 과거 샘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시 5분 뒤 주능선. 헬기장 그리고 체육공원이다. 무등산의 토끼등이나 금정산 북문광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행방향은 우측 시멘트길. 시들시들한 산죽을 따라 KT중계소와 KBS 및 MBC 송신소를 잇따라 지난다. 다소 무료할 즈음 왼쪽 오륙도 이기대가 모습을 드러내 위안을 삼는다. 이내 갈림길. 왼쪽은 조봉과 자봉 사이 안부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 조봉을 향해 오른다. 불규칙하게 박혀 있는 돌들을 계단삼아 5분이면 정상인 조봉(395m)에 닿는다.

 조그만 정상석 옆에 할미바위가 눈에 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예의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60대 한 할머니는 "할미바위는 용심이 많아 돈깨나 벌어 영도를 뜨면 반드시 망하도록 한을 품는다"며 "젊은이도 어서 예를 표하라"고 권한다.

 

봉래산 정상 조봉에서 자봉으로 가는 능선길.
   
 조망은 환상적이다. 남항과 북항으로 대표되는 부산항 전체가 한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고, 부산시가지 또한 한 눈에 펼쳐진다.

 부산을 한 눈에 보고 싶다면 봉래산에 오르길 적극 권한다.

 부산의 산을 살펴보면 우선 도심의 황령산 금련산 그 뒤로 장산이 보인다. 장산 왼쪽에는 달음산 거문산이, 오른쪽에는 구곡산이, 황령산 뒤로 철마산 대운산이 보인다. 거문산 왼쪽으로 천성산 금정산 고당봉, 계명봉, 금정봉,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 시약산 승학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공동어시장 뒤로 천마산, 송도 암남공원, 몰운대, 가덕도 연대봉, 거제도도 확인된다. 가덕도 우측으론 김해 창원쪽의 팔판산 화산 불모산 천자봉 상점령 장유봉도 보인다.

이 사진은 영도대교 좌측 바다로 송도해수욕장을 지나 가덕도, 거제도로 이어진다. 사진 우측의 바다가 송도해수욕장이고, 가운데 바다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한 산줄기가 낙동정맥의 종착역인 몰운대이다. 그 뒤 솟은 봉우리가 가덕도 최고봉 연대봉이다.
하산길에서 본 가운데 섬이 해양대학교가 위차한 조도이고, 45도 각도의 왼쪽으로 점점이 떠 있는 섬이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이다. 오륙도 왼쪽이 몰운대와 함께 절경으로 손꼽히는 이기대이다.
당겨본 오륙도.


하산은 이정표 기준으로 손봉, 목장원 방향으로 직진한다. 워낙 전망이 빼어나 하나하나 음미하며 천천히 걷자. 10여분이면 초소가 위치한 안부사거리. 계속 직진, 6분 정도 오르면 자봉. 이정표는 없고 대신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우측 암남공원 가덕도쪽이 시원하게 열려있다.

 여기서 10여분쯤 더 가면 봉래산의 끝자락인 손봉. 산신제터인 돌무더기가 평평하게 쌓여있다. 동삼동쪽 발아래는 트랙이 보이는 부산체고를 비롯한 네댓개의 학교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산길은 가파른 내리막. 길이 쏟아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분이면 임도. 오른쪽 목장원, 왼쪽은 고신대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하산한다. 7, 8분 뒤 숲 사이로 불사중인 사찰(한마음선원)이 보이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속 직진해도 길이 있지만 구청에서 산불예방 차원에서 하산길을 하나로 통일했다.

 4분 뒤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한다. 이때부턴 사바세계. 도개공아파트와 봉삼초등~태종대중~영도여고~부산체고~동삼중리청년회~부산남고를 잇따라 지나 중리해변으로 간다. 해녀들이 물질해 잡은 해산물을 파는 해녀촌을 가로지르면 다시 산길이 열려있다. 중리산이다. 입구엔 장승이 서 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대략 20여분.

 중리산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정상 부근은 출입금지. 송림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임도, 오른쪽으로 간다.

 이 임도는 산허리를 돌아 태종대 인근 감지해변으로 이어진다. 지도상으로 감지해변산책로다. 전망대 정자에선 잠시 생도(주전자섬)와 점점이 떠있는 선박들의 모습을 감상해보자. 그림같이 아름답다. 이어 감지해변 야생화단지를 지나면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감지해변에 닿는다. 중리산 입구에서 35분 걸린다. (산행대장=이창우)

◇ 떠나기전에 - 영험한 봉래산, 일제 격하시켜 부르기도

봉래산은 원래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의 영약이 있다는 중국의 상상 속의 영산. 영도의 봉래산도 그 만큼 신령스러움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론 태풍때 남항과 북항의 1차 저지선이기도 해 부산으로선 고마운 산이기도 하다.

한데 일제강점기때 일본은 봉래산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해 '목이 마른 산'이란 의미의 고갈산(沽渴山)으로 격하해 불렀다. 심지어 '공갈산'이란 웃지못할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우리산이름 되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인해 봉래산으로 정착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 손봉에서 내려와 중리에선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산행팀이 소개한 길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중리해변 우측으로 열린 3.3㎞ 거리의 절영해안산책로를 걸어도 된다. 중리해변의 해녀들 중 대부분이 제주 출신이다.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경상도 아지매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 봉래산 산행은 낮 12시 이전에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해야 한다. 산불예방차원에서 경방원들이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 교통편 - 시내버스 영선로터리나 새마을금고 하차

영도 영선로터리에 정차하는 시내버스는 501, 7, 11, 6-1, 70, 9-1, 71, 9, 6번이다. 들머리 입구 새마을금고 신선본점이 위치한 산복도로로 다니는 버스는 82, 9-1번이 있다.

 

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1박2일'팀은 지난해말 전남 해남 유선관을 찾아 촬영한 후 유선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서산대사 사명대사 초의선사 등 고승들이 주석한 두륜산 대흥사를 빠뜨리고 이 보다 훨씬 먼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계봉에 올라 다도해와 두륜산줄기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매우 한마디로 아쉬웠다.
 두륜산에는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다선일여 사상을 생활화하며 꾸민 일종의 다원인 일지암과 나라에 변고가 생겼을 때 땀을 흘렸다고 전해오는 북(미륵)암의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경내에 서산대사를 모신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 입구의 부도전 등 볼거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일화가 무궁무진해 하루 반나절을 돌아도 못 볼 정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을 오르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는 하지 않겠지만 두륜산을 찾은 관광객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아마도 케이블카 대신 두륜산 대흥사를 우선 관람한다. 
 '1박2일'팀이 놓친 두륜산을 산행하며 둘러본 볼거리를 늦었지만 챙겨본다. 참 지금 이곳을 찾으면 경내 주변에 아마도 동백이 만개했을 것이다. 
 지난해말 '1박2일'팀의 유선관 관련해 올린 글을 아래에 트랙백해놓았다. 참고하시길.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땅의 두륜산.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에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솟구쳤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 해남땅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 대흥사에서 출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적합하다.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승용차가 경내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 저 멀리 암봉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우측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전체 실루엣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 연못인 무염지 앞의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 왼쪽은 북암, 산행팀은 오른쪽 일지암 방향으로 간다. 300m 거리인 일지암 가는 길은 의외로 급경사길. 일지암은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이다.
`일지암'이라 적힌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다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쯤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모두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 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으로 해남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만일재의 우측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쪽으로 향한다.
두륜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에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벼랑이라 쇠난간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 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뭇섬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완도 숙승봉을 너머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거친 암봉들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의 전체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이웃 바위를 이어주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진이 좀체 안되는 꽤 험난한 코스이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쇠손잡이와 쇠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아뿔사! 정상인줄 알고 힘겹게 오른 첫 암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옆 암봉이란다.
마침내 가련봉 정상(703m). 만일재에서 30분 소요.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를 품은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마냥 조그맣게 보인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가는 바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쯤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이고 그 우측 숲 사이로 보이는 도로 부분이 오소재이다.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 오른쪽은 완도땅이다. 이 오소재도 흔히 산행기점으로 애용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선다. 바위가 만들어 놓은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난코스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서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역시 헬기장인 오심재. 산행은 거의 막바지. 왼쪽으로 10분쯤 오솔길을 여유있게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전해온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과 너덜길을 잇따라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두륜산에는 2003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두륜산 집단시설지구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고계봉 인근에서 내린다. 정확인 1.6㎞. 내린 지점에서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 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였던 두 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이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팀에서 소개됐던 곳이 바로 여기다.

 왕복 80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구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서 두륜산 입구까지는 간단한 아침 요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독특한 숙소를 하나 소개한다. 

 대흥사 입구 유선관(061-534-3692). 이곳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관. 대흥사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또 한가지.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억새군무 감상하며 성벽따라 걸어볼까 
 


  물 건너고, 바위도 오르고


 도착한 화왕산성

 화왕산성 십리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용지.

 창녕 조씨 득성비.
                    화왕산성 남문에서 배바위로 오른다.



 마침내 배바위.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화왕산 정상(우측).

 배바위 위에 홈이 파인 이곳은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 전해온다.

 이제 화왕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왼쪽). 도중 보이는 창녕읍내.

 남쪽은 험준한 자연성벽(왼쪽), 배바위 정상.

 화왕산 정상과 하산길.

화왕산 정상에서 동문을 향해 억새밭은 가로지른다.
화왕산 정상에서 성벽과 나란히 걸으며 동문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배바위. 사실상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다.
성벽을 따라 금빛 억새가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동문 쪽에서 내려서는 도중 바라본 용지와 배바위.

 드라마 허준 세트장과 멀리서 본 화왕산 정상.

 동문을 나와(왼쪽), 하산 도중 관룡사가 보인다.

 관룡사와 이어지는 능선은 병풍바위가 서 있고(왼쪽) 멋진 전망대도 만난다.

 산들 부는 가을 바람에 억새가 길게 드러누웠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언제 느림의 미학을 익혔는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일견 우아하기까지 하다. 가을 한철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봄 여름 동안 많은 설움을 받아온 가을의 전령 억새.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의 아름다움에 가려 눈길 한 번 받지 못했고, 한여름에는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목말라 했지만 결국 대자연의 섭리대로 화려한 백조의 날갯짓마냥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게 태어났다.    
  
만추의 단풍에 앞서 초가을 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억새. 이름에서 풍기는 거친 뉘앙스와 달리 솜털처럼 부드럽다.

재약산 사자평, 천성산 화엄벌, 신불산 신불평원, 간월산 간월재, 부산의 승학산도 억새 산행지로 유명하지만 창녕 화왕산처럼 억새와 더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은 드물 듯하다.

산정을 둥그스럼하게 감싸고 있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화왕산성과 그 산성에 에워싸인 18만4800㎡(5만6000평) 산상분지인 억새평원 그리고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못 용지와 '창녕 조(曹) 씨 득성비' 등이 바로 그것.

일반인들이 산행하기에 편안해 하는 700m대의 해발고도에 역사와 전설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산 아래 송이요리 맛집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기암괴석과 암봉으로 뒤덮인 산세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산행은 화왕산 주차장~임도(제1등산로)~차량 차단시설~이동통신 기지국~화왕산성 남문~헬기장~배바위~화왕산 정상~동문~허준세트장~옥천삼거리~관룡산 정상~용선대~관룡사~화왕산 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지만 이곳저곳 살펴보다 보면 2, 3시간은 더 걸린다.



 화왕산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서면 등산안내도를 중심으로 갈림길. 오른쪽 관룡사(1.2㎞) 가는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왼쪽 임도를 따라간다. 곧 이정표. 이 길은 화왕산 제1등산로이며 정상까지는 3.8㎞라고 안내한다. 정면 저 멀리 관룡산과 그 우측으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산성교를 지나면 임도 좌측으로 대형 돌탑이 잇따라 서 있고 우측 숲속에는 투박한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린, 화순 운주사의 일명 거지탑을 연상시키는 작은 돌탑도 시선을 붙잡는다. 조금 더 오르면 임도 우측은 계곡. 최근 정비를 했는지 깔끔하다. 10분 뒤 차량통행 제한을 위한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등산객들은 그 틈새로 통과하면 된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지나면 임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입구엔 '정상 2.6㎞'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주차장에서 35분.

산길은 줄곧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상류로 갈수록 계곡 주변은 태풍 탓인지 망가져 있다. 나무가 이곳저곳 쓰러져 있고 바닥은 덩어리째 끊겨 있다. 심한 곳은 마치 전쟁의 참상을 보는 듯하다. 주 토양인 마사토는 귀족버섯인 송이를 인간에게 안겨주는 반면 지력이 약해 주변 경관을 보호하는 역할은 미미할 뿐이다.

20m쯤 되는 완경사 슬랩을 오르면서 계곡은 사실상 사라진다. 잠시 뒤돌아 보면 왼쪽 관룡산과 그 우측 영취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슬랩에서 7, 8분이면 화왕산성 남문 입구에 닿고 여기서 3분이면 화왕산성에 선다. 주변엔 보랏빛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십리억새밭을 에워싸고 있는 화왕산성(사적 제64호)은 총 길이 1.8㎞. 이때부터 억새탐승이 시작된다.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상관없지만 산행팀은 왼쪽 배바위를 거쳐 서문 격인 환장고개, 화왕산 정상을 거쳐 동문에서 관룡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성을 돌기 전에 남문 입구 이정표 뒤쪽에 위치한 세 개의 연못인 용지(龍池)와 이정표 우측의 '창녕 조 씨 득성비'를 둘러보자. 산성을 따라 돌다 보면 억새밭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두 곳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바위는 10여 분이면 올라선다.주변에는 억새군락이 온통 바람에 몸을 맡겨 흐느적거리고 있고 발아래는 쑥부쟁이와 여뀌 며느리밑씻개 마타리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본 억새의 솜털은 보는 위치에 따라 쉼없이 그 모양과 빛깔을 바꾸며 장관을 이룬다. 과거 배를 묶어두었다는 전설이 얽힌 배바위는 지형도상으로 화왕산(756.6m)보다 20㎝ 더 높다. 제일 높은 곳에는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는 홈이 패여 있다. 주변 조망도 탁월해 서쪽으론 창녕읍내와 우포늪 그리고 낙동강과 광활한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동쪽, 다시말해 정상을 보고 우측 뒤로 관룡산과 그 유명한 병풍바위, 영취산이 보인다. 한마디로 창녕의 지형이 동고서저(東高西低)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배바위에서 산불초소가 보이는 좌측은 옥천저수지 뒷산인 구현산 삼성산 방향, 산행팀은 정상을 향해 정면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두 개의 높은 봉우리 중 정상은 왼쪽.

난전이 펼쳐진 환장고개(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서문이라 한다)를 지나 정상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 서면 남쪽 배바위와 북쪽의 정상 인근은 험준한 자연암벽이 성을 대신하고 있고, 동문과 남문 일대가 능선을 따라 성벽이 높이 쌓여 있어 이곳이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이곳을 근거로 의병활동을 하며 왜군과 싸워 공을 세운 전승지로 전해오며 억새밭 내 위치한 3개의 못은 당시 식수원으로 추정된다. 정북으로 비슬산, 동쪽으로 천왕산, 발 아래 서쪽 자하곡 매표소 쪽엔 도성사가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목마산성을 거쳐 창녕읍으로 하산하기에 산행팀은 왔던 길로 약간 내려가 왼쪽 능선길을 타고 동문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서 있어 길찾기는 별 문제없다.

동문은 정상에서 20여 분. 동문을 나서면 임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드라마 '허준'세트장. 너와집 굴피집 등 다 쓰러져 가는 옛 가옥이 애처롭다. 보수를 해야 될 시점이 온 것 같다. 세트장 맞은편에는 샘터가 있다.

13분 뒤 고갯마루에 닿는다. 세 갈래 임도가 만나 흔히 옥천삼거리라 불린다. 물론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고암면 감리, 오른쪽은 제1등산로 시점, 산행팀은 쉼터인 '번지없는 주막' 왼쪽길로 향한다. 관룡산 가는 길이다. 오름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20여 분 뒤 삼거리. 왼쪽은 병풍바위를 거쳐 구룡산~종암산~~부곡온천으로 이어지는 종줏길, 오른쪽으로 50m 떨어진 헬기장이 정상(754m)이다. 전망이 없고 별 특징이 없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쏟아지는 급경사길이지만 중간에 만나는 잇단 전망대에선 병풍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가까이서 본 거대 암벽들의 위용은 기대 이상이다. 병풍바위 아래 조그만 절집은 청룡암이다.

하산길 좌우에는 송이 채취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는 경계줄이 처져 있고, 송이채취관리소도 있으니 유의하길. 하산길의 하이라이트인 용선대는 정상에서 30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장엄한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여기서 천년고찰 관룡사는 불과 400m로 10분 걸리며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15분 소요된다.

#떠나기전에- 창녕 배바우산악회 매년 갈대제 개최… 올해는 오는 27일

날머리 관룡사는 원효대사와 관련이 깊다. 원효는 제자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했으며 화왕산 정상의 3개의 못인 용지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관룡사(觀龍寺)라 명명했다 전해온다. 관룡산 병풍바위를 지나 만나는 구룡산(九龍山)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룡사는 절 규모는 작지만 보물이 4점이나 된다. 이 중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져 많은 참배객들이 찾는다. 관룡사의 명물 석장승도 꼭 찾아보자. 절과 대형 주차장의 중간쯤 계곡 옆에 위치해 있다. 왕방울 눈, 주먹 코, 튀어나온 송곳니 등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절의 수호신으로 비보(裨補) 역할을 한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유실됐다가 복구를 위해 위장 보관하던 중 도난당한 후 2005년 2월 대전에서 회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축제도 열린다. 창녕군과 배바우산악회는 오는 27일 제37회 화왕산 갈대제를 연다. 갈대는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용지 인근에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억새지만 전통 고수 차원에서 당초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오후 1시 산신제를 시작으로 오후 2시 산상음악회에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참가자들이 500개의 횃불을 들고 화왕산성을 돈다.

들머리 부분의 잇단 대형 돌탑은 인근 정평부락의 김수부 씨가 올 봄부터 농사를 짓다 짬이 날 때 순수 만든 것이다. 돌은 모두 옥천저수지에서 갖고 왔단다. "하나라도 볼거리가 있어야 관광객들이 찾을 것 아닙니까"라는 것이 돌탑을 만든 김 씨의 설명이다. 고마운 일이다.

송이밥.
자연산 송이.

 
지금 전국은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경북 울진 봉화를 비롯 청송 주왕산, 대구 팔공산 등지가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창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송이 산지 중 하나. 관룡사 가는 길 옥천저수지 바로 위 도로변에는 송이밥을 잘 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고향보리밥(055-521-2516)이다. 화왕산과 관룡산에서 방금 캔 송이를 무쇠솥에 넣어 내는 송이밥(사진)은 우선 향이 진해 군침을 돌게 한다. 찹쌀 참기름을 곁들인 송이밥에 이 집만의 양념장과 각종 나물을 곁들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1만5000원. 보리밥도 별미이다. 투박한 양은그릇에 뚝배기된장 열무겉저리 부추겉저리 열무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다. 5000원.   
 
#교통편- 창녕터미널서 옥천행 버스 오전 9시40분 단 한 차례 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녕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며 요금은 5800원. 창녕터미널 인근에서 옥천(관룡사)행 영신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걸린다. 오전 6시50분, 9시40분, 낮 12시. 1400원. 정류장은 터미널에서 200m쯤 떨어져 있다. 옥천정류장에서 창녕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20분, 6시30분(막차)에 있다. 창녕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4시50분, 5시30분, 6시10분,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옥천정류장에서 산성교 직전 화왕산 주자장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영산IC~영산 방향 좌회전~대구 창녕 5번 국도~화왕산 우회전 1070번 군도~옥천~화왕산 군립공원, 관룡사 좌회전~화왕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영남알프스 고봉준령 한눈에 조망, 표충사 원점회귀 5시간30분 코스
가파른 험로 헤쳐 오르면 일사천리, 정상석은 없지만 풍광 만큼은 최고
 

             빙벽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학암폭포. 아쉽게도 녹고 있었다.
폭포가 얼면 마니아들은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훈련을 한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제대로 얼면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으로 덮인다.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는 장쾌한 능선과 짜릿한 암릉, 확 트인 조망을 기본으로 각종 야생화와 신록 폭포 단풍 백설 등 계절별로 다양한 선물을 안겨줘 이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산군(山群)은 마루금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지만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어 권역별로 이른바 베이스캠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권은 석남사나 운문령, 운문산권은 얼음골 인근 남명리, 재약산권은 표충사, 영축산권은 통도사, 간월·신불산권은 등억온천 등등.

그럼 산꾼들이 가장 몰리는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각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재약산권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표충사가 우선 볼거리인데다 영남알프스의 맹주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불과 50분 거리에 이웃해 있다. 이는 영남알프스 봉우리 중 비교적 지척에 있다는 간월~신불, 신불~영축산의 그것보다 가깝다.

무엇보다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등로가 타 베이스캠프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흑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 터~사자평~재약산~천황산을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를 기본으로 한계암~금강폭포 코스, 내원암~진불암 코스, 표충사 뒤 재약산 중간길~고사리분교 터 코스 등 체력에 맞게 3~5시간 정도로 맞춤산행을 할 수 있다.

천황산 재약산 등으로 대표되는 재약산권은 이웃한 몇몇 봉우리를 추가할 경우 이른바 `재약5봉' `재약8봉'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명칭은 표충사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으로 ‘재약5봉’의 경우 경내에서 볼 때 맨 왼쪽 필봉에서 천황산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해당되고, ‘재약8봉’은 재약5봉에 문수봉 관음봉 고암봉이 포함된다.

산행팀은 ‘재약5봉’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재약봉(954m)을 표충사에서 원점회귀했다. 산행은 표충사~옥류동천~간이 매점~계곡 갈림길~작전도로~학암폭포~전봇대 갈림길~험로~지능선~잇단 바위전망대~옛 헬기장~재약봉 정상~사거리~표충사·향로산 갈림길(917봉)~너덜길~작전도로~간이 매점~표충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길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부 구간에서 만나는 험로는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는 조망은 감동적이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표충사에서 바라본 '재약8봉'. 왼쪽부터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이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우측 옥류동천을 따라 간다. 150m쯤 뒤 `재약산 5.2㎞'라 적힌 지점에서 계곡을 건넌다. 간이 매점을 지나 15분 뒤 계곡 갈림길. 왼쪽은 계곡건너 층층폭포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재약산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바로 옆 지계곡을 살짝 건너 S자 된비알로 오른다. 만만찮다. 갈림길을 한 번 만나지만 곧 만나니 개의치 말자. 13분 뒤 작전도로. 이 길은 사자평을 거쳐 배내고개까지 이어진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학암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3분 뒤 다리를 지나 왼쪽 지계곡으로 오른다. 마땅한 길이 없어 그저 암반 따라 물을 피해 오른다. 15분쯤 힘겹게 오르면 높이 30m, 폭 4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학암바위와 학암폭포다. 빙벽 마니아들이 한겨울이면 비박을 하며 훈련하는 곳이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그리고 널브러진 비닐이 이를 입증한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겨울이면 폭포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이 얼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다시 자동우량경보시설이 위치한 작전도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한 굽이 돌 무렵 갈림길. 오른쪽 기울어진 전봇대 아래 열린 길로 간다. 칡밭, 재약봉, 향로산 가는 낙엽길이다. 2, 3분 뒤 다시 전봇대. 또렷한 메인 길 대신 전봇대를 끼고 왼쪽으로 오른다. 길이 애매모호한데다 험하다. 집채만한 바위벽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10여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여전히 급경사길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50m 정도 힘겹게 오르면 그제서야 숨을 돌린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의 뒤가 재약봉이고 그 우측이 하산 직전의 917봉이다.
산행 초입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약산과 우측 누린 빛의 사자평. 자세히 보년 우측 중앙에 폭폭가 보인다. 그 유명한 층층폭포이다. 
사자평 뒤로 천황봉도 보인다.
당겨 본 층층폭포.
산행 중 보이는 표충사.

이제부터 험한 길은 거의 없다. 30분쯤 뒤 산죽 사이를 뚫고 집채만한 바위에 오른다. 멋진 전망대다. 그간 나뭇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던 층층폭포와 사자평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코 앞의 재약산에는 두 개의 등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윗길은 표충사 수충루 왼쪽 부도탑을 지나 고사리분교 터로 가는 길이고 아랫길은 산행팀이 앞서 계곡 갈림길에서 버린 왼쪽길이다. 이 길은 층층폭포 상하단 사이로 이어진다.

사자평 오른쪽 끄트머리는 능선 자체가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진 코끼리봉, 발 아래 표충사 오른쪽 위로는 매바위와 필봉. 표충사 뒤론 저 멀리 둥그스름한 봉인 정각산과 그 왼쪽 뒤로 승학산 중산 석이바위봉 낙화산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은 일사천리. 15분 뒤 다시 전망대. 재약산 뒤 가려져 있던 천황산도 보이고, 사자평 뒤 능동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삼각점이 위치한 재약봉 정상. 영남알스프 산군의 물결이 출렁일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본격 재약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옛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봉을 지나면 마침내 상봉. 두 번째 전망대에서 30분 소요. 정상석은 없다.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정북으로 재약산 천황산, 그 우측 뒤 가지산 가지산중봉 상운산, 그 앞 능동산과 배내고개 배내봉 오두산, 그 뒤 고헌산, 그 우측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죽밭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 발 아래는 배내골로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남쪽으론 향로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코끼리봉을 거쳐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해서, 산행팀은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향로산 방향이지만 향로산 못가 917봉에서 표충사로 내려선다.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등로 좌우에 몇 차례 길이 열려있지만 왼쪽은 원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종점인 장선 방향이고 오른쪽은 칡밭 가는 길이어서 계속 직진만 한다.
 
45분쯤 뒤 선리 갈림길이다. 선리는 울산 쪽 향로산의 들머리다. 계속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지도상의 917봉이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바위 내리막길. 다소 험하지만 의지해 내려설 나무가 적절한 위치에 있어 가능하다. 하지만 초보자가 내려오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이때부터 너덜. 10분 정도 내려오면 학암폭포 입구였던 작전도로.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25분 뒤 우측에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15분이면 표충사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재약8봉 중 고암봉 위치 확인안돼

'재약5봉' '재약8봉'과 관련, 이에 대한 이견과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표충사 한주 무이 스님은 익히 알려진 문필봉 천황산 재약산까지는 같지만 재약봉 향로산 대신 관음봉 노적봉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관음봉의 경우 수년 전 등산객으로부터 들었고, 노적봉은 오래 전부터 절에서 내려오는 이름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또 흔히 알려진 필봉을 문필봉이라고 했다. 필봉은 특히 표충사 경내에서 보면 붓을 연상시키듯 뾰족한 모양이지만 해발고도가 꽤 되는 곳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암봉 중 하나여서 약간은 실망스럽다.

재약8봉 중 하나인 고암봉은 어느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재약5봉 재약8봉의 유무를 떠나 표충사 경내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제일 왼쪽 뾰족봉인 (문)필봉에서 오른쪽으로 천황산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 재약봉 917봉 향로산 순이라고. 이럴 경우 8개다.

그는 무이 스님이 지적한 노적봉과 관련, 생긴 모양이 노적가리를 닮은 학암폭포가 위치한 학암바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암바위도 역시 경내에서 보인다.

참고 하나. 표충사 입구 '표충사 관광안내도'에 보면 수미봉 옆에 문수봉이라고 적혀 있다.

 #교통편 - 어디서나 대중교통·승용차 이용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표충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호는 45분 걸린다.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걸린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는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에 출발한다. 35분 걸리고 2400원.

표충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단장 표충사 1077번 지방도 우회전~금곡교 지나~아불교 지나~집단시설지구 공용주차장(또는 표충사 경내 주차장) 순.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거제도 10대 명산 파노라마
부산 가덕도 연대봉, 다대포 영도 조망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 황홀경'

국사봉에서 본 바로 앞의 작은국사봉과 고현동(옛 신현읍 고현리) 일대. 고현은 버스터미널과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거제도의 중심지이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 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 능선마냥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해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우측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진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 뒤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산길은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15분이면 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 밑 낮은 암봉이 작은국사봉, 그 왼쪽 옆 두 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집합체와 운치있는 송림을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이다.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25분 걸린다.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 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뒤 옛 수월농장. 폐 축사 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지맥길은 내달려도 좋은 만큼 여유롭게 편안하다.

거제지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등산로 팻말. 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이 만들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므로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 상의 문동폭포 갈림길이다. 직진한다. 된비알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 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서너 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해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 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린다.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린다.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 축
고성의 최고봉, 푹신한 낙엽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소위 말하는 고성의 3대 명산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각각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 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지는 무량산. 고성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선 무량산은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 가능하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임도~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정도.


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진행 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이내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 역시 봉산마을이다.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 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곳의 함안 이씨묘와 실개천 그리고 대숲을 잇따라 지난다. 흑염소 방목장 입구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하는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깔린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 씨묘 2기를 지나면서 일순간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이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도달하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오른다. 중간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행 초입에는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 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 된다.

주능선 상의 한 전망대에 서면 갈천저수지와 들머리 봉산마을이 확인된다.
            
 20분 뒤 등로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지나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이 보인다. 학남산 상봉(549m)이다. 우회해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위치해 있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 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새겨져 있다.

학남산 정상.

학남산 정상.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에 닿는다. 곧바로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또다시 산길이 희미해진다. 역시 안내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타 산행 단체의 안내 리본이 대거 발견된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어 진행 방향을 잡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아주 심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 분 뒤 큰재에 닿는다.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무지 심한 된비알이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선다. 578봉으로 학남산 암봉을 쏙 빼닮았다. 왼쪽으로 구절산 거류산 철마산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 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무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양화리 일대. 양화저수지와 대가저
                수지가 보인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산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안내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무량산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무량산이 고성의 진산임을 밝혀두기 위해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음각돼 있다.
                  무량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상당히 묵은 산길이라 산행팀은 손수 길을 내면서 내려선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돼 생각보다 체력소모는 덜 하다.

주변이 생기처인듯 이름 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가 있다. 늦가을 이곳에 온다면 분위기가 무주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잇따라 지나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와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더 걸으면 들머리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한겨울 봄소식을 먼저 전해줄 것 같은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대중교통편은 예상보다 아주 불편하다.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설악산 공룡 제외하곤 공룡능선 중 꽤 힘들어
내원사 원점회귀,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험난한 공룡능선을 지난 후 뒤돌아보며 잠시 쉼호흡을 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우측 상단이 이웃한 정족산, 왼쪽이 천성산 중앙능선이다.

지율스님이 목숨을 걸고 KTX 통과 반대 저지를 시도한 천성산(千聖山).

경남 양산시 하북면 상북면 웅상읍에 걸쳐 있는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천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으로 이끌었다는 설화가 서린 산이다. 정상 인근의 그 유명한 화엄벌은 여기서 유래한 지명.

이렇듯 천성산은 원효대사에서 지율스님에 이르기까지 불국토를 꿈꾸는 스님들의 의지로 불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원효스님은 천명의 당나라 승려를 위해 천성산에 89개의 암자를 세웠지만 지금은 내원사를 비롯 홍룡사 노전암 조계암 원적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이 산문이 열려 있다. 통상 절집이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그 터를 정하는 관례에 따라 하나의 산에 89개의 암자가 섰다는 것은 그 만큼 풍광과 더불어 산세와 지세가 빼어남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천성산은 통상 하북면 내원사계곡, 상북면 홍룡사(홍룡폭포), 화엄벌로 바로 오르는 용주암, 웅상읍 덕계의 무지개폭포 내지 법수원계곡으로 들머리나 날머리를 잡지만 이번 주 산행팀은 천성산 산길 중 가장 험난하다는 공룡능선을 택했다.

천성산의 경우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 불렀지만 수년 전 양산시가 향토학자 등 전문가들에 고증을 의뢰, 922봉을 천성산, 812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교통정리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교체한 이정표에만 `천성산', `천성산 제2봉'으로 고쳐져 있을 뿐 정상석은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멋모르고 오른 아마추어 산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양산시의 발빠른 결단을 바라는 바이다.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공룡능선~짚북재~738봉~천성산 제2봉~807봉~은수고개~산죽길~내원사~매점 주차장~내원사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공룡능선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한 대여섯 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도중 너댓 번의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야 하는 등 만만찮은 고행길의 연속이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옛 매표소인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천성교 사이로 열린 좁다란 포장로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성불암 가는 길'이라고 적힌 노란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노전암 쪽에서 내려오는 물길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성불암계곡 방향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공룡능선이다.

30m쯤 뒤 성불암 계곡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열린 오름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직진하면 성불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된비알의 연속이다. 30분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오르고 또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거대한 기암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른다. 앞서 오르는 한 산꾼은 “수 십년만에 유격훈련하는 기분이 든다"며 한마디를 던진다.

천성산 공룡능선 코스는 공룡능선뿐 아니라 공룡능선 앞 뒤도 대체적으로 우락부락하다.

이렇게 오르면 첫 전망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저 멀리 노전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을 내려와 편평한 등로를 걸으며 호흡을 고를 즈음 또 다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설상가상으로 정면에는 또 다른 암봉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러한 암봉을 하나 오르는데 평균 15분 내지 20분. 이같은 유사한 상황이 너댓 번 반복되면 십중팔구는 거의 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산행 도중 나타나는 전망대인 기암절벽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다 보면 이내 지쳐 땀을 식히는 산꾼들의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기복이 무척 심한 능선을 가진 이 공룡은 아마도 몸이 거대해 천천히 걸어다니는 마음씨 순한 초식공룡이 아니라 날렵하고 포악한 육식공룡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공룡능선은 험해 대부분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고 입에 단내를 내면서도 기어이 오르고 마는 산꾼들.

뒤돌아본 공룡능선. 사진 상으론 험하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론 대단하다.

 이렇게 2시간30분 정도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그늘진 드넓은 안부에 닿는다. 짚북재다. 이 짚북재는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전해온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노전암, 오른쪽으로 성불암, 직진하면 목적지인 천성산 제2봉(1.2㎞). 산행 일정상 십중팔구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짚북재.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변은 얼레지 군락지로 유명하다.

짚북재는 봄이면 얼레지로 가득하다. 이제 상봉을 향해 직진한다.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밧줄이 매여져 있다. 앞선 된비알보다 기복은 덜하지만 역시 오르막내리락하는 산길은 만만치 않다.

천성산 제2봉 정상. 정면의 군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50분 정도 정신없이 걸으면 정상을 코 앞에 둔 암봉에 닿는다. 저 멀리 정족산과 고산습지인 무제치늪이 확인된다. 천성산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정상에 앞서 왼쪽으로 열린 갈림길은 낙동정맥길이며 오른쪽은 내원사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

정상은 주변 봉우리가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직진해서 내려선다. 임도가 보이지만 계속 산길로 간다. 5분 뒤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해 산허리를 돌아간다. 10분 뒤 은수고개. 왼쪽은 웅상읍 덕계 무지개폭포 방향이다. 천성산 제1봉(옛 원효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억새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직진하면 천성산 제1봉 가는 길이다. 하산길 초입에는 갈림길을 잇따라 만나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이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길 오른쪽에는 푹 꺼진 습지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내원사로 내려간다. 등로 곳곳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연분홍 진달래가 다시 보이고 상상도 못할 엄청난 산죽 군락이 길을 막고 있다.
약 40분 정도 정신없이 산죽길을 헤쳐 나오면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진입로가 없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이후 내원사와 매점 주차장을 잇따라 지나 30여 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공룡능선 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천성산 공룡능선

부산근교에는 공룡능선이 여러 개 있다.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 등 울퉁불퉁한 공룡의 등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좋다. 그중에서도 유독 천성산 공룡능선을 좋아하는 꾼들이 특히 많다. 로프를 타고 바위를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한 전망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근교산 동호인중 공룡능선의 취재를 원하는 분이 많아 천성산을 찾았다. 이곳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지천이다. 원효와 내원사가 아니라도 천성산은 매력있는 산이다. 화엄벌과 정족산의 철쭉군락, 사방으로 뻗은 능선에 암반이 박혀 있고 용연천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금강산과 닮았다 하여 제2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하산은 천성산(옛 원효산) 정상에서 내원사로 뻗은 능선을 답사하였다. 아무도 찾지 않은 산길, 발밑에 두껍게 깔린 낙엽,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엄벌의 계곡이 원시의 골짜기를 연출한다 산길은 능선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려선다. 내원사 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취재팀은 우측 산죽사이로 내려서서 산길을 잡았다. 내원사 뒤 골짜기로의 출입을 삼가기 위해서이다.

#교통편 -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 내려 언양행 12번 완행버스 타야

지하철 1호선 온천장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35번 국도 우회전~언양 통도사 방향~내원사~언양 통도사~내원사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주차비 및 입장료(1인당)는 각각 2000원.






 

교통 불편했지만 고속도로 덕택에 접근 쉬워져
명산에 가려 빛바랬지만
탁 트인 풍광은 일품
능선 전체가 전망대, 발아랜 '미리벌' 속살이 한눈에
보두산 전망대에서 본 전경. 발아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비학산이고 그 뒤로 종남산 우령산이 확인된다. 새로 개통된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보인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상에서 본, 보두산~낙화산~중산(왼쪽부터).

밀양 청도쪽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를 다녀본 산꾼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지도상으로 사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왜 이렇게 빙 둘러둘러 들머리를 찾아가야 하는지를.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지름길인 밀양 대신 천년고도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진입하다보니 오랫동안 밀양 청도쪽은 소외지역으로 남았다. 그렇다 보니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24번 국도~석남사~얼음골 입구 ▲경부고속도로 양산IC~신불산공원묘지~밀양댐~표충사 입구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25번 국도~수산대교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물금~원동~삼랑진~밀양 등, 하여튼 목적지에 따라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기름값은 물론 오가는 시간, 여기에 초행자의 경우 길을 못찾아 헤매야만 했던 고통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타 지역 우리 산하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포항대구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통돼 밀양 청도가 본의 아니게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해 버렸다.

다행히 수년 전 밀양 청도를 경유하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앞서 개통된 텅 빈 고속도로보다 통행량 물류비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과연 고속도로의 우선 순위가 제대로 됐는지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밀양의 보두산~낙화산~중산. 밀양시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의외로 숨은 산이다. 들머리인 산외면 금천리 엄광사 인근은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이번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다. 통상 이 코스의 산행은 긴늪유원지 인근 송림휴게소에서 출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을 거쳐 꾀꼬리봉으로 하산한다. 이럴 경우 원점회귀가 불가능한데다 산행시간이 최소 8시간 이상 걸려 이번 산행에선 전망이 좋은 몸통 부분만 발췌했다.

산행은 엄광사~산신각~너럭바위 전망대~보두산(562m)~낙화산(597m)~안당골 갈림길~중산(643m)~삼각점 봉우리(석이바위봉)~벌목지대~안당골마을 입구 지나~엄광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만 잘 찾으면 이후 산행은 어렵지 않다.


 엄광사에서 50m쯤 오르면 갈림길. 포장로 왼쪽, 산으로 연결되는 작은 계단을 오르면 곧장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가건물이 하나 있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호랑이 위에 앉아있는 산신령이 보인다. 마을제당 또는 산신각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 10분 뒤 너럭바위 전망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향후 오를 보두산 낙화산 중산이, 오른쪽으론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인 비학산과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비학산 뒤로는 종암산과 옥교산 화악산도 확인된다. 잇딴 오름길이지만 확 트인 조망에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정면에 큰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왼쪽으로 에돌아 가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비학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얼마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카키색 낙엽길이다. 한 굽이 올라서자 엄청 더 큰 바위가 기다린다. 이번엔 바위 사이 틈새길로 타고 오른다.

비스듬한 전망대바위를 지나 우측 절벽을 따라 등로가 이어진다. 건너편 봉우리가 중산이고 그 오른쪽이 꾀꼬리봉이다. 또 한 굽이 오르면 양지바른 무덤 둘. 여기서부터 능선길 전체가 전망대다. 가만히 보니 비학산으로 터널이 지나간다. 아! 정기 빠지는 소리.
                 보두산의 험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는 산행팀.
낙화산 정상.

 이어지는 암릉길. 잠시 좁다란 전망대바위. 남쪽으로 산외면 들판의 비닐하우스가 햇빛에 반짝이고 그 뒤로 울퉁불퉁한 금오산과 안테나가 서 있는 만어산이 또렷하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난 후 급경사 오름길을 치고 오르면 보두산 정상. 옛 헬기장이었던 이곳은 잡풀만 무성하고 정상석은 없다.

낙화산까지는 불과 20분. 크게 내려섰다 한 번 치고 오르면 된다. 낙화산에도 정상석은 없다. 대신 어른 무릎 높이의 돌탑이 서 있으며, 누군가가 검은색 매직으로 `597m'라고 친절하게 적어놨다. 정면엔 이후 도달할 능선이 보이며 그 왼쪽으로 백암봉, 그 뒤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그 오른쪽으로 영축산 함박등 죽바우등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 봉우리가 펼쳐져 있다.

임진왜란 때 한 여인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낙화산이란 이름은 이 낙화암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온다. 낙화암 아래 우측 일자능선은 중산 석이바위(봉)이 이어진다. 

하산길은 반듯하다. 15분 뒤 안당골로 빠지는 갈림길. 이 길로 하산해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나 직진한다. 낙엽길이다. 왼쪽으로 소천봉과 오례산성, 그 아래 동창천이 보인다.

10여 분 뒤 시야가 확 트인다. 아뿔사, 이후 가야할 항로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만만찮은 여정이다. 고개를 돌리면 방금 지나온 보두산과 낙화산이 선명하다.

밧줄에 의지하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솔가리와 낙엽길도 잠시 이어진다. 아직 붉은 빛이 선명하게 남은 낙엽길도 지난다. 이때부터 10여 분 숨이 턱에 찰 만큼 된비알을 오르면 한 순간 리본이 지천인 지점에 닿는다.

중산 정상이다. 역시 정상석은 없다. 여기서 20분쯤 내달리면 발 아래 삼각점. 이번 산행에서 가장 고지인 일명 석이바위봉(685m)이다. 과거 석이버섯이 지천이라 명명됐다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삼각점에선 곧바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로 본격 하산한다. 직진하면 꾀꼬리봉이다. 애초에는 산길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라 생각했지만 중간쯤 길이 사라진다. 길 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보며 크게 우측 안당골 방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해질녘 하산 때 바라본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50분쯤 뒤 옛 무덤을 지나면서 오른쪽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10분 뒤 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한다.

안당골마을 입구를 지나 20분쯤 포장로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엄광사에 닿는다. 삼각점 갈림길에서 1시간2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임란때 몸을 던진 여인의 전설 간직한 낙화산

산행 전 신대구부산 고속도에서먼저 이번 이번에 오를 봉우리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남밀양IC를 지나 가곡터널을 통과하면 이정표 뒤로 왼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 꾀꼬리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참고하길.

낙화산과 보두산의 이름이 명명된 사연이 재밌어 소개한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한 여인이 결국 발각되자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 바위가 낙화암이고 이후 산이름도 낙화산으로 불렸다. 보두산은 옛날 중국의 고관 보담이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한 곳이 이곳이란다. 보담산이라고도 한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오전 9시 엄광리행 버스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걸리고 5400원. 밀양터미널에서 산외면 엄광리 다촌(동)행(일명 중촌) 버스를 타고 엄광사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 단 한차례. 1100원. 엄광사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5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밀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6시, 6시40분, 7시3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도 된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 열차는 45분 걸리며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소요된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 우회전~금천리~굴다리 통과~T자 갈림길에서 금천리 방향~2급 지방하천 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참고로 새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중간지점인 대동분기점(JCT)에서 진입한 후 상동 삼랑진 남밀양 밀양 청도 수성 동대구IC 순으로 열린다. 대동분기점에서 밀양IC까지는 35.5㎞, 25분 안팎 걸린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밀양 진영 14번 국도~부산 밀양~밀양 수산 25번 국도~수산대교~대구 밀양 시청 공설운동장 25번 우회전~얼음골 표충사 우회전~밀산교 건너 산외방면 우회전~울산 언양 금천리~굴다리~금천리 남기리 좌회전~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