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흔들려 줘야 흔들바위 축에 끼지'
 전국의 숨은 흔들바위를 찾아서

 최근 연합뉴스에서 부산서 가까운 김해 무척산에서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흔들바위(아래 사진)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잠시 요약하면 이렇다. 김해 생림면사무소에 따르면 무척산 대형 주차장에서 석굴암 방향으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흔들바위는 높이 3.4m, 둘레 9.2m, 바위를 지탱하는 밑둘레 2.4m 크기로 멀리서 보면 작은 다이아몬드가 산에 박혀 있는 형상을 띠고 있다. 이 바위는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도 1~2㎝ 정도의 진폭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바위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앞면과 달리 뒷면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조각한 것처럼 보여 주민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이 흔들바위는 전국에서 설악산과 안성시 팔봉산 흔들바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됐고 남부지방에서는 첫 흔들바위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제신문 주말레저팀이 오랜 기간 발품을 팔면서 발견한 전국에 산재하는 흔들바위를 소개한다.    


 ①양산쪽 금정산 흔들바위- 산행팀이 발견…양산 가산리 중리마을 8부 능선

흔히 부산의 진산으로 불리는 금정산(801m)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하지만 금정산 흔들바위는 부산 쪽에서 오르면 찾을 수 없고 부산과 인접한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대략 8부 능선쯤에 만날 수 있다. 이 코스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등산로에서 어깨가 부딪힐 만큼 북적대는 부산 쪽과 달리 한적하면서도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혹자들은 경남도 유형문화재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위치한 그 능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웃한 능선이라 산행 중 마애여래입상이 새겨진 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등산로 우측 바위 끄트머리에 있어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으며 높이는 어른 키보다 약간 작다. 과연 흔들릴까.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582회에 소개됐다. 이 코스는 유명세는 타고 있지만 산꾼들이 잘 가지 않는 금샘 원효암 의상대까지 훑고 있어 한번 가볼 만하다.


②경북 의성 금성산 건들바위- 어른키 두 배…오랜 풍상 견딘 금성산 지킴이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너른 벌판 위에 비봉산과 마주보고 서 있는 금성산(530m)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이 바위의 정식 이름은 건들바위이다. 금성산은 이웃한 비봉산과 묶어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성산으로 혹은 비봉산으로 오르든 100% 원점회귀 가능하다. 정확한 위치는 금성산 정상을 지나 비봉산으로 가는 길에 있다. 송림길을 따라 솔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메인 산길에서 90m쯤 비탈길로 내려가면 만난다. 입구에 '건들바위'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높이는 어른 키의 두 배쯤 된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흔들바위로도 불린다. 원래 하나의 바위가 세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만들어진 자연석으로 흔들면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하면서도 오랜 풍상을 다 겪으며 금성산의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 실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건들바위 너머로 펼쳐지는 배나무골을 포함한 금성면 일대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③여수 봉황~금오산 흔들바위- 봉황산 자락에 위치…있는 힘껏 밀어야 흔들

'해를 향한 암자'라 불리는 여수 향일암에서 남해바다 쪽을 내려다보면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에 위치한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와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기도도량. 이 향일암을 품은 산이 금오산(360m)이다.

흔들바위는 금오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봉황산(461m) 자락에 있다. 금오산과 봉황산 사이에는 고갯마루이자 중간기착지인 율림치가 있다. 흔들바위는 봉황산을 지나 율림치 직전의 능선 상에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발아래 대율마을에서 세운 '흔들바위'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바위 둘을 포갠 듯한 이 흔들바위는 아주 세게 밀 경우 미세하게 움직일 뿐 웬만해선 꼼짝을 하지 않는다.    
   
④고성 구절산 흔들바위- 인부 20명 붙어도 꿈쩍 않던 게 한사람 힘으론 흔들

 공룡나라' 고성군의 동쪽 끝단에 위치,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인 동해면의 한가운데 위치한 구절산(559m)에도 흔들바위가 숨어 있다. 구절산은 아주 조망이 빼어나다. 북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닭의 목처럼 길고 좁은 당항만의 지형을 이용해 왜선 26척을 격침한 당항포 앞바다와 마산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으론 거제도와 통영 및 그에 딸린 올망졸망한 부속섬들이 품에 안긴다. 흔들바위는 들머리 외곡리 폭포암 천불전 뒤편 등산로 입구에 있다. 어른 키의 1.5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둥근 모양의 바위지만 한 사람이 밀어도 흔들, 다섯 사람이 밀어도 흔들린다. 주지 스님은 "절벽 끄트머리에 위치해 몇 해전 인부 20명이 지렛대를 이용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때 이후론 구절산 폭포암의 명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⑤영동 천태산 고래바위- 삼층석탑 바로 옆에 위치…고래·물개 형상


아름다운 사찰 영국사와 1300년 된 은행나무 그리고 산꾼들에겐 75m쯤 되는 암벽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는 '충북의 설악' 천태산에도 독특한 형상의 흔들바위가 있다. 영국사에서 은행나무를 지나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를 지나면 망탑봉. 그 옆에는 보물 제535호인 삼층석탑이 바위 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다. 흔들바위는 바로 옆에 있다. 이 바위는 기존의 흔들바위 모양과 달리 고래 형상을 하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개를 닮았다고도 한다. 이 흔들바위도 힘껏 밀면 약간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⑥강진 주작산 흔들바위- 절벽 끝에서 위태위태…장정 여럿 붙어야 미동

휴양림이 있는 강진 주작산(428m) 중턱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지름이 4m는 족히 될 듯한 아주 동그란 원형바위로,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생긴 모양이 둥글둥글해 산 아래 주민들 사이에선 '동구리바위'로 불리는 이 바위는 한가운데 부분이 칼로 잘라 놓은 듯 금이 가 있다. 바위가 세워져 있는 바닥에 약간 경사는 졌는데 구르지 않도록 70~80㎝ 크기의 조그만 바위가 떡 받치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힘센 장정들이 바위를 흔들면 조금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한 사람이 밀면 거의 꼼짝도 하지 않는다.

⑦속초 설악산 흔들바위- 흔들바위의 지존…설악산 팔기 가운데 하나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 신흥사 산내 암자인 계조암 경내에 위치한 흔들바위는 지명도로 봐선 단연 전국 최고. 일명 쇠뿔바위(또는 우각암)라고 한다. 한 사람이 흔드나 여러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리기 때문에 설악산 팔기(八奇)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크기는 어른 키보다 조금 더 크고 네댓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다.

⑧안성 팔봉산 흔들바위-엄지손가락으로도 흔들…둘레 10m 넘어


경기도 안성시 죽산성지 뒷산인 팔봉산에도 엄지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는 흔들바위가 있다. 높이 2.1m, 둘레 10.4m나 되는 거대한 이 바위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 바위를 떼어 내려고 절반 정도 뒤집었으나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팀스피리트 훈련 때 미군 9명이 역시 이 바위를 넘기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해온다.

⑨고흥 팔영산 흔들바위-아무리 밀어도 꿈쩍 않는 마당바위

도립공원인 팔영산(609m)에도 있다. 고흥반도 최고봉인 팔영산은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 여덟 개의 암봉과 주봉인 깃대봉이 작은 병풍처럼 나란히 이어져 있는 봉우리. 암릉 종주산행의 고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팔영산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본격 암봉으로 진입하기 직전 '흔들바위'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봐도 움직이지 않는다. 해서, 사람들은 마당바위로 부른다.

⑩김해 용지봉 용바위 - 첫 인상은 고릴라 얼굴 빼닮아…미동도 있어


김해와 창원의 경계에 위치한 낙남정맥 상의 한 봉우리인 용지봉은 부산서 아주 가까워 부산 산꾼들도 부담없이 즐겨찾는 봉우리이다.
 장유폭포가 있어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있기 있는 용지봉은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한쪽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가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베어 있기 때문이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이 용지봉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하지만 이름은 용바위. 등산로 상에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텐데. 아쉽다.



근교산&그너머 <582> 양산 금정산

왜 이리 사람이 없어, 여기 금정산 맞아


양산 동면 가산리서 출발, 범어사로 하산
산행중 양산 쪽에선 산꾼 거의 없어 한산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근교산행지로 제격
금샘 원효암 의상대 거치는 '엑기스'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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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우리 땅 도심에 금정산만큼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산이 또 있을까. 지역 산꾼들은 이 점에 있어선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고 그래서 오르고 또 오른다. 해서, 주말 금정산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등산로를 따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일 하늘에서 봤다면 여왕 개미를 향한 일개미 군단의 행렬에 비유될 듯싶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친 사랑도 좋지만 그와 비례해 폐해도 적지 않다. 호젓해야 할 산길이 시골장터마냥 떠들썩하다. 무념무상의 경지로 임해야 될 산행이 되레 스트레스만 듬뿍 안겨준다.

그렇다면 이제 금정산은 산행지로서의 기능을 잃었단 말인가. 시경계를 넘어 인접한 양산에서 오르면 다행히도 아직 호젓한 산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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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팀이 발굴한 양산 쪽의 흔들바위(왼쪽)와 산행 도중 올려다 본 양산 쪽 산사면. 최고점이 주능선인 729봉.

   
  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양산에서 출발하는 금정산은 부산의 금정산과는 딴 산이다. 시골 풍취도 남아 있고 호젓하며 제법 운치도 있다. 무엇보다 지도상에는 등산로가 뚜렷하다고 표기돼 있지만 막상 가보면 의외로 오랜 기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개척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둥그스름한 기암괴석까지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어 눈까지 호사시켜 준다. 거기에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너무 먼 산의 소개를 자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어 금상첨화의 코스라 아니할 수 없다.

금정산 등산은 출발지가 부산이든 양산이든 정상인 고당봉에 올라선다. 여기서 산행팀은 금정산 내 의미있는 볼거리를 가급적 많이 소개하기 위해 금샘 원효암 의상대 범어사를 차례로 들렀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금정암~잇단 철탑~잇단 임도~(410봉)~전망대~흔들바위~산죽길~석문~729봉(주능선)~가산리 마애여래입상~철탑~금샘~금정산 고당봉~금정산장~북문~원효암~의상대~범어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20분. 도중 볼거리가 많아 식사시간 등을 포함하면 넉넉잡아 6시간 정도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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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중리)정류장에서 내려 바로 우측 포장로를 따라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100m 뒤 첫 갈림길에서 우로 간 후 '금정암' 팻말을 보고 좌측으로 향한다. 이후 또 갈림길. '중리교'라 적힌 이정석이 보이는 좌측으로 100m쯤 가면 또 다른 갈림길. 역시 '금정암' 팻말을 따라 가면 막다른 골목에 금정암이 보이고, 산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면 담쟁이덩쿨이 보이면    
   
좌측으로 가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본격 산으로 진입한다. 잠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반듯한 길과 함께 정면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여기까지 오면 초입 부분 어려운 길찾기는 끝.

경주 김씨묘를 지나 소나무숲을 따라 두 번째 묘지를 지나면 갈림길. 능선으로 향하는 왼쪽으로 올라선다. 첫 번째 철탑을 통과하면 이내 오름길. 너무 한적해 강원도 오지라 해도 속을 듯하다. 8분 뒤 또 갈림길. 왼쪽 가산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 대신 우측으로 간다. 소나무 재선충 훈증처리 지점을 지나면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또 갈림길을 만난다. 얼핏 선명한 좌측 길로 가기 쉬우나 직진형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위 우회로인 셈이다. 9분 뒤 오르막 정점은 두 번째 철탑. 여기서 그냥 반듯한 직진길 대신 좌측 철탑을 통과해 산길로 오른다. 한눈에 봐도 길은 묵어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다. 잠시 후 임도와 만난다. 우로 20m쯤 가서 좌측 침목을 덧댄 산길로 들어서면 3분 뒤 한 굽이 돌아오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좌측 금정산 종주의 시점인 양산 다방동 방향 대신 우측 호포 방향으로 250m쯤 간 뒤 두 번째 곡각지점을 돌자마자 임도 좌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오르기 전 그간 안 보이던 금정산줄기가 저멀리 보인다. 찾기가 어렵지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반듯한 산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다시 임도.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지도상의 410봉은 임도 좌측에 위치해 있다. 150m쯤 진행한 뒤 뒤 묘지를 지나 숲으로 진입한다. 임도는 여기서 끝.

지금부턴 금정산 특유의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로 불리는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주능선을 향한다. 밧줄을 잡고 올라 농짝만한 바위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양산신도시가 보이고, 정면 무척산에서 우측으로 오봉 토곡 선암산이, 낙동강 건너 좌측으론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이 확인된다.

이제 간혹 만나는 바위를 우회해 올라 주변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숲길로 올라서는 운행이 반복된다. 20분 뒤 길 우측으로 일명 흔들바위를 만난다. 실제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 움직인다.

7분 뒤 다시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보면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고 정면으론 저멀리 낙동강을 배경으로 호포지하철기지창에서 발아래 계곡을 거쳐 마애불과 토굴로 올라오는 산길도 훤히 보인다. 또 한 가지. 정면 초록색의 지붕이 보이는 기암이 보인다.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지점이다.

   
  이번엔 산죽 오름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18분쯤 뒤 어느새 마애불 눈높이까지 올라선 듯하다. 우측에 보이는 기암 반대편 직벽에 마애불이 있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대신 직진하면 곧 갈림길. 이번엔 마애불 가는 직진 방향 대신 좌측으로 올라선다. 고무판이 깔린 조그만 석문을 통과하면 금정산 주능선이며 낙동정맥이자 지도상의 729봉에 닿는다. 좌측 장군봉 계명봉 방향 대신 우측 고당봉으로 향한다. 5분 뒤 마애불 갈림길. 주능선에서 80m 지점에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애불 아래 두릅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점이 과거 움막이 있던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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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일명 마애불. 경남도 유형문화재이다.

이어지는 반듯한 낙동정맥길. 잣나무 조림지와 철탑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좌측 '정상 0.3㎞' 방향으로 간다. 곧 갈림길. 직진해 바로 오르면 정상이지만 산행팀은 금샘을 보기 위해 좌측으로 향한다. 2분 뒤 '금샘 가는 길과 금샘과 범어사 설화'가 적힌 안내판 앞에 선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간다. 금샘까진 0.2㎞. 5분 걸린다. 금샘은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곳. 금샘 안내판으로 되돌아와 이번엔 '북문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 방향 대신 이 방향으로 2m쯤 간 뒤 우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고당봉으로 가기 위해서다. '북문 가는 길'은 고당봉을 가지 않고 바로 북문으로 내려선다.

6분이면 나무계단 앞. 앞서 정상 직전 갈림길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이곳으로 올라선다. 금샘을 보기 위해 한참을 돌아 이곳으로 온 것이다.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돌아 오르면 이내 고당봉 정상. 장군봉 천성산 계명봉 원효봉 의상봉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과 낙동강이 모두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짙은 운무에 의해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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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암 입구와 원효암 경내.
 
하산은 북문 방향으로 향한다. 20분이면 고모당과 고당샘을 거쳐 북문산장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북문을 통과해 범어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북문 0.6㎞', '더 푸르게 더 맑게'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서 메인 등산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원효암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9분이면 '원효암'이라 적힌 조그만 현판이 걸린 문을 통과, 12분을 더 가야 암자에 다다른다. 도중 부도와 삼층석탑 그리고 편백과 향나무숲길이 무척 아름답다. 참선수도 도량인 이곳에는 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이 주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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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바라본 조망. 남산봉 뒤로 회동수원지가 보인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원효암 안내판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앞서 올라온 길 바로 우측으로 향한다. 20~30m쯤 갔을까, 우측 바윗길로 오르면 드넓은 바위가 소나무를 끼고 있다. 범어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가 기거했다는 성스러운 자리로, 예부터 금정산에서 전해오는 '금정8경'의 하나로 의상망해(義湘望海)라 불린다. 바위 좌측에는 용이 승천하는 듯한 글씨체로 '의상대(義湘臺)'라 새겨져 있다. 조망도 기가 막혀 정면 남산봉과 회동수원지를 감싸는 아홉산 황령산 광안대교 그리고 발아래 상마 하마마을이 보인다.

드디어 본격 하산길. 4분 뒤 갈림길에서 좌로 100m쯤 내려서면 갈림길. 직진하면 상마마을, 좌측으로 크게 꺾으면 범어사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8분이면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가는 메인 등산로와 만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범어사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북한음식점' 산꾼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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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과 하산 중 내려다 본 범어사.


'동국여지승람'과 '범어사 창건 사적'에도 나오는 금샘. 금정산(金井山)의 금정(金井)은 금샘을 의미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견해이다. 즉 금샘이 있기에 금정산이란 이름이 생겨났고, 그 금샘으로 인하여 범어사가 이 산에서 탄생됐다.

하지만 초행자의 경우 이 금샘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단적인 사례 하나. 부산 남구 용당동에 산다는 한 50대 산꾼은 금샘 안내판 앞에서 산행팀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안내판 좌측 뒤로 가서 허탕을 쳤다는 그는 자신이 없어 고민 중에 있었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가야 된다고 설명하자 그는 발걸음을 금샘 방향으로 옮겼다. 뒤따라 나선 산행팀은 5분 뒤 금샘에 도착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산행팀이 그 아저씨를 부르자 아, 글쎄 금샘 좌측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는 "도중 '금샘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는 보였지만 정작 밧줄을 붙잡고 올라선 후 '금샘'이란 안내판만 보였어도 이처럼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초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렇겠다는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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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북한음식점(051-508-3035).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시어머니 밑에서 15년간 배운 솜씨를 안주인 김미정(52) 씨가 그맛 그대로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 후 3~4인일 경우 수육모듬(순대 수육 족발·2만 원·사진)을 권하고 싶다. 모두 북한식이다. 특히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삶은 후 프라이팬에 튀겨 담백하다. 북한에서 잔치할 때 주로 해먹는 요리란다. 가자미식해가 밑반찬으로 제공된다. 북한식 만두와 녹두빈대떡도 일품이다. 금정산을 다니는 산꾼들 사이에선 이 집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범어사 순환버스를 타고 '어린이놀이터 정류장'에서 내려 200m쯤 걸으면 도로 우측에 위치해 있다.


◆ 교통편-지하철 2호선 호포역 내려 빨간색 버스 타야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내려 1번 출구 앞 호포역 버스정류장에서 23, 24, 87, 88, 93, 107, 113번을 타고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표기는 가산(중리)마을로 돼 있음)에서 내린다. 기사 아저씨는 번호와 관계없이 빨간색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8.06.19 19:38 / 수정: 2008.06.19 오후 1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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