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보름달을 볼 수 있지만 새삼스레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 기대되는 것은 보름달을 보며 정성스럽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속설이 전해내려오기 때문이다.
 유난히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올해, 차례 후 집에서 TV만 보지 말고 모처럼 달구경을 나서보자.
 부산의 자랑인 해운대 송정 광안리 바닷가로 나서도 좋고, 모처럼 온 가족이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달맞이 산행을 떠나보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가위 달맞이 행사를 개최하는 가까운 경주로 드라이브 겸해서 떠나 편안하고 여유있게 달맞이 행사에 참여해보자.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해변에서 달맞이 감상을
 해맞이 장소가 동시에 달맞이 명소.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해변을 따라 천혜의 달구경 명소가 해안선을 따라 그림같이 이어진다. 그 만큼 축복받은 땅이다.
 광안대교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안리 해수욕장은 부산의 명물을 넘어 이젠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달맞이 명소. 화려한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광안대교 위로 보기만 해도 넉넉한 보름달이 떠오르면 그야마로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다.
 해운대 달맞이공원은 달맞이의 고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청사포로 넘어가는 와우산 중턱 달맞이고개에 위치한다. 짙은 숲으로 드리워진 이 달맞이고개에서 바라보는 월출(月出)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았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 새로 세워진 '달이 뜨는 정자'인 해월정(海月亭)이 소나무숲 사이로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해월정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달빛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해월정은 옛날 사냥꾼 총각과 나물캐는 처녀가 애절한 사랑끝에 보름달에게 빌어 부부가 되었다는 애튼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 특히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아 소원을 빈다.
 해운대 동백섬도 빼놓을 없는 명소. 늦은 점심을 한 후 해운대 바닷가를 둘러보고 보름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순환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순환도로 중간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달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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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해수욕장 옆 죽도에 위치한 송일정을 찾으면 멋진 송정 밤바다의 경관을 감상할수 있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왼쪽에 위치한 작은 섬인 죽도 가장자리에 서있는 송일정도 새로운 달맞이 명소. 송일정은 해운대 달맞이 고갯길에서 넘어오는 길과 동백섬~송정 해변과의 종착점인 동시에 일출과 월출을 감상할 수 있는 빼어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달맞이길은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도중 15번이나 길이 굽어진다고 해서 15곡도(曲道)라는 별칭을 부여받을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길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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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정의 경우 정상부 처마엔 빛의 세기가 강한 메탈램프투광기를 바닥에 설치한 대리석 속에 넣어 빛을 발광시켜 상부 처마의 고유한 색상을 그대로 표현한다. 또 땅속에 등을 설치해 낮은 조도로 은은하게 기둥과 중간 처마을 비춰 정자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동시에 기둥을 강조해 안정감을 준다.
 해서 송일정에서의 달맞이도 아름답지만 휘황찬 조명의 송일정 그 자체도 멀리서 바라보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송정서 기장가는 길에 위치한 용궁사의 백팔계단도 알려지지 않은 달맞이 명소. 추야명월(秋夜明月)이라 하여 용궁사팔경 중 하나. 용문석굴과 반월교 사이의 108개 계단인 백팔계단을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일품이다. 시내에서 불과 4㎞ 정도 거리인 송도 암남공원 또한 달맞이에 적합한 명소. 암남공원으로 가는 도로에선 송도 해안과 부산남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달빛 속에서 오붓한 가족산행을
 보름달을 랜튼 삼아 가족산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 부산에는 금정산을 비롯 금련산 달음산 일광산 등을 추천할 만하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금정산과 금련산은 달빛만으로 충분히 산행 가능하다. 금정산의 경우 망루에서 바라보면 더욱 운치있고, 금련산은 광안대교에 걸린 보름달이 환상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금련산은 봉수대 부근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나들이 고스로도 알맞다.
 동해바다를 끼고 솟은 기장 달음산도 가볼만한 명소. 산행은 옥정사를 기점으로 시작되며 하산은 기도원 또는 광산 방향으로 내려올 수 있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기장읍에서 울산가는 국도를 이용, 좌천으로 빠져 굴다리를 지나면 나온다.
 기장 일광산도 달구경하기 안성맞춤. 기장군청 인근 한신아파트를 지나 로망스호텔쪽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바람재를 지나 70분 정도면 정상. 전망도 일품이라 일광해수욕장을 비롯 달음산 금정산 장산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강서구 송정동 봉화산 정상 봉수대도 달구경하기에 좋은 산. 성고개에서 출발하며 정상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서구 남부민동의 천마산도 올라보자. 정상가는 길엔 조각공원, 조망이 탁월한 천마바위, 트랙이 있는 체육시설이 이어지며 정상에는 날이 좋을 때 대마도까지 보이는 석성봉수대가 있다. 송도 윗길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하차, 35번 종점을 지나면 들머리가 나온다. 이밖에 가덕도 연대봉도 달맞이 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또 회동저수지에 비치는 달 그림자가 아름다운 오륜대, 남구 용호동 동쪽의 장자산 자락과 접한 해안가인 이기대 등도 달구경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영남지역 달맞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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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천도 고도 경주 불국사에서의 달맞이도 가볼 만하다. 보름달이 뜰 즈음 대웅전 앞 석가탑과 다보탑을 백등과 함께 탑돌이를 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토함산은 일출 못지 않게 월출도 아름다운 곳. 문화엑스포공원 근처 등 들머리가 여러 곳 있지만 가족산행이라면 석굴암 매표소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르면 불과 40~5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등대가 있는 공원인 울산 간절곶도 달맞이 명당. 지난 1920년 건립, 운영돼 오던 중 동북아대륙에서 새천년의 해가 가장 먼저 뜬 등대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5월 바다의 날에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개방됐다. 탁 트인 동해바다 위로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면 소원을 간절히 비는 아낙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북모양의 새천년비, 신라충신 박제상의 망부석 설화를 형상화한 모자상, 그리고 크고 작은 목장승도 볼거리다.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제주도지사가 지난 25일 해양수산국장을 전격 직위 해제했다. 해수욕장의 바가지 요금을 잡지 못한 책임을 물어서다. 이 같은 결정은 올해초부터 제주도가 강력 추진하고 있는 '고비용 제주관광 거품빼기'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다.

 약발이 통했던지 문제가 됐던 해수욕장 파라솔 임대 가격은 그 다음날부터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어 한 병 당 최고 3300원까지 받던 특급호텔의 생수도 객실당 1~2병씩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그간 '바가지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지만 관광업계는 '썩어도 준치' 운운하며 그래도 '국내 관광 1번지'라고 버텼다. 그 베짱이 결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일본이나 중국으로 돌리게 했고, 그 후유증이 지역 경제의 침체에 이은 위기로 되돌아왔다.

 제주 관광업계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야 제주를 국제적 관광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한 필자는순간 경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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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왼쪽)과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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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왼쪽)과 불국사.


 경주 또한 제주도와 비슷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달리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 관리인들의 고압적인 자세 그리고 맛없는 비싼 음식 등은 점차 관광객들의 뇌리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몸소 느꼈다.
 대표적인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주를 대표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우선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 둘 다 공히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소인 2000원이며 주차료는 승용차의 경우 불국사는 3000원, 석굴암은 2000원이었다.
 중고생 자녀를 둔 4인 가족이 만일 불국사와 석굴암을 모두 구경하려면 주차비를 포함해 불국사 1만7000원, 석굴암 1만6000원 합계 3만3000원이 나온다.
 그렇다고 신용카드를 받아주나 현금영수증을 끊어주나, ;유리 지갑' 월급쟁이 관점에선 사실 총만 안 들었지 날강도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불국사는 그나마 경주시 및 사찰 소속 해설사가 있어 조금만 신경쓰몀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석굴암은 이러한 서비스조차 없다.
 불국사 입구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단체일 경우 입장료가 적지 않아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고압적인 자세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 이런 불만은 오래 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불국사 입구의 한 상인조차도 석굴암과 불국사의 입장료는 둘 중 한 곳에 입장하면 다른 한 곳은 1000원만 내게 한다든지 하는 묘수가 있을텐데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자만심 하나로 '비싸면 안 보면 되고' 하는 식으로 관광객들을 내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지 경주시청에 문의를 해봤다. 담당 공무원은 비싼 입장료, 신용카드 사용 여부 등의 불만이 자주 민원으로 발생하지만 결국 두 곳은 조계종 관할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묻자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달라',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받아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시다시피 조계종은 경주시로서는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물론 이 점의 일부는 인정한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이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면 관광도시 경주로서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게 경주의 한계다. 변화의 바람을 기대할 수 없는 무풍지대인 곳이 바로 경주의 참 모습인 것이다.
 한때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던 신라 천년고도 경주. 첨성대 천마총 석가탑 다보탑 남산 등 발길 닿는 그 어느 곳도 문화재가 산재해 도시 자체가 노천박물관으로 국내 어느 도시와 견줘도 관광 컨텐츠만큼은 최고인 경주가 이렇게 고인 물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옛 영화를 찾을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경주의 관광 1번지는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여기서 좋지 못한 인상을 받으면 그날 경주 관광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사실은 불보듯 뻔한 사실 아니겠는가. 삼척동자다 다 아는 사실인데 왜 불국사와 석굴암의 조계종과 경주시는 이를 모르고 있단 말인가.

하루빨리 민관학 및 종교계가 머리를 맞대 제주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국의 관광객을 다시 불러 모으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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