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용장사지 삼층석탑. 바위봉우리를 다듬어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탑신과 옥개석을 얹었다. 그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경주 남산의 공룡능선. 작지만 아주 매섭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들어선 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높지는 않지만 위엄있는 산줄기가 길게 늘어서 있다. 신라인들이 천년을 두고 다듬었던 경주 남산(南山)이다. 한마리의 금거북이 서라벌 깊숙이 들어와 편안히 앉아 있는 형상이다.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로 이뤄진 남산에는 100여 곳의 절터와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보물 13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 모두 44점이다. 한 굽이 돌면 미소를 머금은 마애불이,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석탑이 뭇객을 맞는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오죽했으면 `남산을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흔히 사람들은 남산을 두고 `산행'이란 용어 대신 `답사'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순례길만 70여 개라는 표현이 너무 보편화 된데다 초등학생도 너무나 손쉽게 남산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이런 남산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코스를 택했다. 가파른 비탈과 험한 바위벼랑, 그리고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는 예사롭지 않은 코스다. 현지 산꾼들의 입을 빌리면 `남산의 공룡능선'이다. 열에 아홉은 “와! 남산에도 이런 매서운 길이 있었나"라며 힘겨워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다고 천성산이나 신불 및 간월산의 공룡능선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암릉 구간이 10여 곳, 크고 작은 봉우리가 8개 정도인 `아기공룡 둘리'의 등짝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용장동~공룡능선~헬기장~고위봉 정상~천룡사지(삼층석탑)~백운암~백운재~봉화대~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칠불암 마애석불~봉호재~임도~삼화령~(금오봉)~용장사지 삼층석탑~마애여래좌상~석불좌상~용장사지~설잠교~용장동 순. 걷는 시간만 5시간. 문화재 관람시간은 덤으로 보태면 된다.



용장골에서 출발했다. 산불초소 앞 `고위산'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개울을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10분 뒤 정면에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적힌 플래카드와 철조망이 보이면 계곡을 건너 우측 산길로 향한다. 5m 뒤 왼쪽, 다시 10m 뒤 오른쪽으로 능선을 향한다. 곧 천우사 옆길. 이곳까지 왔으면 등산로 입구는 일단 찾은 셈.

동굴바위를 지나면서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이 바위는 탁월한 전망대다. 고속도로와 용장리 마을이 발아래 보이고 벽도산과 단석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죽길을 지나면 갑자기 앞이 트이면서 남산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화강암반이 곳곳에 드러나 있고 그 위에 운치있는 노송이 독특한 자태로 뽐내고 있다. 너덜을 넘으면 경사진 암반. 그 뒤로 암벽.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면 또 암벽. 이르기를 수 차례 반복하면 정면에 고위봉이 기다린다. 잠시 내리막이 이어지다 다시 암벽. `정말 공룡능선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고위봉 정상. 들머리에서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이후 길은 두 갈래. 왼쪽길은 곧장 봉화대로 가는 능선길. 산행팀은 정상석 뒤 우측길로 간다. 천룡사지를 가기 위해서다. 지금부턴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가 쉽다. 초소를 지나 내려오면 방금 지나온 공룡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위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천룡사지 삼층석탑. 신라탑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행 중 내려다본 경주 시가지.

고위봉에서 25분이면 천룡사지에 닿는다. 고위봉의 절경을 배경으로 산중 평지 6만여 평에 조성된 천룡사지의 백미는 역시 삼층석탑. 신라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탑에 닿기 직전에 본 이정표 `고위봉' 방향으로 간다. 천룡사를 지나 오거리와 연결되는 임도를 만나면 백운암 방향으로 간다. 절 입구 왼쪽에 열린 길을 택한다.

산죽터널이 환상적이다. 10분 뒤 사거리. 칠불암 방향으로 간다. 도중에 용장계곡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길은 곧바로 칠불암으로 가고, 직진하면 봉화대를 들러 역시 칠불암으로 간다. 직진한다. 봉화골의 꼭대기에 위치한 봉화대는 지금은 흩어진 돌무더기만 남아있을 뿐 천년세월의 흔적은 오간 데 없다.

이어지는 능선길. 좌우에 시야가 트인다. 왼쪽은 고위봉, 오른쪽은 토함산. 10여 분 뒤 금오봉 갈림길. 바로 금오봉으로 가지말고 우측의 신선암 마애보살과 칠불암을 보고 가자. 내려가는 길이 일품이다. 바위 사이 소나무가 그렇고 건너편 암벽 위 노송의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다. 지나는 길에 우측 토함산, 좌측 동대봉산 운제산이 보인다.
천길 낭떠러지 신선대 절벽에 조각된 신선암 마애보살.

8분 뒤 신선암 마애보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천길 낭떠러지 신선대 절벽에 부처가 조각돼 있어 마치 구름을 타고 있는 듯하다. 옛 석공의 노고가 한층 더했으리라. 발밑에는 칠불암. 가파른 산길로 15분쯤 내려가야 한다. 절벽을 등지고 반달처럼 깎아지른 병풍바위에 새겨진 삼존불과 그 앞의 모난 돌 4면에 조각된 사방불이 합쳐져 불리는 칠불암은 남산 불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예술성이 뛰어나다.
남산 불상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칠불암.

다시 금오봉 갈림길로 돌아와 금오봉으로 향한다. 이른바 봉화대 능선으로 산행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편안한 길이다. 35분 뒤 임도와 만난다. 통일전 쪽에서 올라오는 길로, 금오봉 턱밑을 지나는 관광임도다. 자연상태로 보존된 고위봉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10분 뒤 삼화령. 고위봉 금오봉과 함께 남산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봉우리를 지칭한다. 머리 위 삼화령 꼭대기에는 미륵불은 오간 데 없고 지름 2m의 연화대좌만 남아 있다.
용당사지 석불좌상. 머리가 없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7분 뒤 좌측에 용장사지 가는 길. 직진하면 금오봉 정상 방향. 왕복 30여 분 걸리므로 시간이 날 경우 다녀오자. 매월당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쓰며 머물렀다는 용장사지에서는 삼층석탑, 마애여래좌상, 석불좌상을 잇따라 만난다. 이중 삼층석탑은 200m가 넘는 바위봉우리를 다듬어 하층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상층기단을 쌓고 탑신과 옥개석을 얹었다.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모습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밧줄을 타고 내려와 잠시 용장사지(금당터)를 둘러본 후 본격 하산한다. 산죽터널을 지나면 용장계곡(용장골). 고위봉과 금오봉 사이로 흐르는 용장계곡은 남산의 계곡 중 가장 깊고 맑은 물이 사계절 흐르는 곳. 지리산 계곡이 부럽지 않다. 김시습의 법호를 딴 아름다운 다리 설잠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25분 정도 걸으면 산행 들머리인 산불초소 앞에 닿는다.

김시습의 법호를 딴 아름다운 다리 설잠교.



# 떠나기 전에 - 유네스코가 지정한 '불교 노천박물관'

국토정보지리원의 지형도에는 남산을 금오산(金鰲山·468m)과 고위산(高位山·494m)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삼국유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고서에는 남산으로 많이 기록돼 있다. 경주남산연구소나 신라문화원 등 시민단체는 이러한 용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남산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남산 안에 금오봉과 고위봉이 있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남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노천박물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간 근교산 시리즈에서 남산은 몇 차례 소개됐다. 삼릉의 오붓한 산길, 천룡사지에서 틈수골로 가는 하산길, 봉화대에서 마석산으로 이어지는 때묻지 않은 능선길 등이 주요 등산로이다.

이번 코스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공룡능선과 산행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동서방향의 고위능선과 남북방향으로 뻗은 봉화대능선, 그리고 남산 계곡 중 가장 깊고 맑은 계곡물을 자랑하는 용장골. 무엇보다 칠불암, 용장사지, 천룡사지 등 남산의 알짜배기 볼거리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삼릉에는 '단감농원 할매칼국수집'(054-745-4761)이 있다. 우리밀로 만드는 칼국수다. 근처 10여곳 칼국수집이 있지만 원조다. 손두부 동동주도 일품이다. 골목 깊숙이 숨어 있어 물어물어 찾아가자.


# 교통편 - 경주서 봉계행 버스타고 용장서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봉계 방면 버스를 타고 용장에서 내린다. 500 503 505 506 507 508번 등. 들머리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나와 직진~35번 국도 언양 방면 우회전~나정 포석정 삼릉 지나 용장동 순. 길 우측에 '용장암소숯불' 큰 간판이 보이면 맞은 편인 왼쪽에 '용장사지 천우사 기와집밥상 고위산' 이정표 및 간판이 보인다. 좌회전해 하천을 따라 간다. 들머리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바라본 설악의 단풍과 주변 기암괴석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뭐니뭐니해도 단풍은 10월 산행의 영원한 제1 화두.

이 달은 전국 산꾼들의 산행 패턴이 일년 중 유일하게 통일되는 시점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되는 등산가이드의 산행지 대부분이 단풍의 남하 속도와 일치되는 점도 재미있는 풍경이라면 풍경. 이번 주 국제신문 산행팀도 이에 뒤질세라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강원도 설악산을 찾았다.

한반도의 남쪽 산하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된다는 상징성과 예부터 단풍이 곱기로 소문나, 단풍과 절경이 가장 잘 어우러진 명산으로 칭송되기 때문이다.

산행 관련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지리산이 연중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하지만 단풍이 화려한 치장을 하는 10월만은 그 자리를 설악산에 내어줄 정도로 설악은 가을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 설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설악 단풍은 12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번 주말 설악을 찾으면 해발 500m대인 천불동 수렴동 십이선녀탕계곡 등까지 단풍이 남하해 불타는 거대한 화염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

막상 산행지를 설악으로 정했지만 그 많은 코스 중 과연 어디로 오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고민끝에 산행팀은 한계령을 시작으로 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소청~희운각대피소~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 코스를 택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두루 맛보고 △능선길을 걸으며 곱게 물든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계곡 따라 길게 이어지는 단풍터널을 걸을 수 있고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많아 체력 소모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코스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10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을 잡아야 한다.


 
부산서는 통상 무박2일 산행으로 이뤄지지만, 여유가 있다면 하루 전에 도착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새벽 산행을 권하고 싶다.

들머리는 한계령. 한계령은 설악산 남쪽에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가 되는 지점으로 예부터 교통의 요로였다. 송강 정철의 대표적 가사문학 ‘관동별곡’의 배경이기도 하다. 가파른 철계단으로 시작되는 산행은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 새벽이라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이내 땀으로 젖는다. 머리 위로 별과 달만 또렷하게 보일 뿐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의지할 것은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1시간50분 정도 무작정 걸으면 첫 갈림길. 귀때기청봉과 끝청 가는 길로 갈린다. 오른쪽 끝청 방향으로 간다.

지금부터는 장쾌한 서북능선길. 붉게 탄 단풍의 제모습은 아직도 어둠에 가려 희미하지만 주변 봉우리와 기암괴석은 본색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어 내·외설악의 진면모를 눈과 마음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왼쪽 저 멀리 용의 치아 모양 같이 험준한 연봉(連峰)인 용아장성릉과 험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룡능선이 잇따라 보이고 그뒤로 황철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듬어진 수려함이 금강산이라면 설악은 자연 그대로의 장엄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산행 시작 후 4시간 정도면 일차 목적지인 끝청에 닿는다. 왼쪽에는 백운동 구곡담계곡 등이 자리해 있고 오른쪽엔 백두대간의 한 점 점봉산이 솟아 있다. 뒤로는 귀때기청봉과 가리봉 삼형제봉 주걱봉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끝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1시간 정도. 중청 정상은 군사시설로,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대피소 앞에는 이 곳에서 펼쳐지는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그림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소청봉 황철봉 마등령 울산바위 권금성 화채봉 공룡능선…. 봉우리명과 실제 위치를 맞춰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중청대피소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까지는 20분 정도. 사방에 펼쳐진 봉우리를 구름이 에워싸고 있고, 그 구름 위에 또 다른 구름이 겹쳐 있다. 산인지 구름바다인지 도통 구분이 가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백두대간 구간.    

대청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하고 중청을 지나 소청에 도착해 곧 희운각대피소로 발길을 옮긴다. 대피소까지 거리가 1.3㎞에 불과하지만 해발고도 차가 500m나 날 정도로 급경사의 연속이라 철계단과 철난간이 기다랗게 이어져 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불기둥처럼 타오르고 있는데다 공룡능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눈이 여간 즐겁지 않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면 내설악의 수렴동계곡과 함께 단풍과 주변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외설악의 천불동계곡. 기암괴석이 마치 1천개의 불상을 연상케 한다는 천불동계곡은 대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계곡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비취색 맑은 물빛, 가을 햇살에 붉고 노랗게 채색된 단풍의 절묘한 조화는 일순간 호흡이 멈춰질 만큼 환상적이다.

천당폭포

              


이곳에 오면 마치 천당에 온 것 같다하여 명명된 천당폭포를 비롯, 양폭 오련폭포 귀면암 문수담 등을 차례로 거쳐 선인 마고선이 하늘로 올라간 곳이자 설악8경 중의 하나인 비선대에 닿는다.

설악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천불동계곡은 요즘같이 단풍 절정기가 되면 좁은 철계단과 등산로에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산행시간이 많게는 1.5배나 걸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비선대부터는 산행로가 아니라 2.5㎞의 임도가 이어져 걷기에는 힘들지 않다. 권금성행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소공원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이 허락되면 천년고찰 신흥사도 둘러보자.

# 떠나기 전에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는 설악산은 지난 1965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5년 뒤인 1970년에는 5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다. 지난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大靑峰)은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남한 제3의 고봉(1,707.9m)이다. 대청봉을 정점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은 능선은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으로 가른다.

대청봉은 흔히 청봉(靑峰)으로도 불린다.

창산 성해응 선생의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함께 노산 이은상 선생이 옛 신앙에 근거하여 밝고 푸른 봉우리라는 뜻으로 청봉으로 불렀다는 설이 있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여럿이다.

그 중 오색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짧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급한 오르막으로 많은 힘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계령에서 오르는 코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완만한 산길과 서북능선을 따라 걷는다는 기쁨으로 산꾼들이 많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하산길의 천불동 계곡은 국내 3대 계곡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문닫이골’로 불렸다. 그만큼 험난해 철사다리가 없으면 길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금은 철계단 등 길 안내 표시가 잘 정비돼 일반산행객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길로 자리 잡았다. 이 가을, 단풍 구경을 위해 천불동을 찾아보자.

# 교통편-부산서 설악산까지는 너무 먼데다 교통이 불편하다.

한계령을 들머리로 삼을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강릉 양양을 거쳐 한계령에 가야 한다. 강릉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58분, 8시40분 등 하루 8회 운행된다. 2만5천5백원.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전 5시50분 차를 첫 차로 20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밤 10시. 3천9백원.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계령 정상까지는 오전 7시5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오후 7시20분까지 차가 있다. 2천3백원.

날머리인 설악동에서 시내버스 7번을 타고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부산행 고속버스를 탄다. 오전 6시40분, 8시25분 등 하루 6회 운행된다. 막차는 오후 1시40분. 3만8백원. 심야버스는 밤 9시, 9시50분, 10시40분, 11시10분에 있다. 3만3천9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홍천IC~인제~한계령 순으로 가면 되고 내려올 땐 설악동~주문진~강릉~영동고속도로~원주~중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순으로 타면 된다. 아니면 양양~동해~삼척 울진~영덕~포항을 거치는 7번 국도를 타고 경주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도 된다.

무박2일 산행을 하려면 지역 산악회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참고할 점 한 가지. 이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도착하더라도 반드시 산행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울산바위나 비선대까지만 올라 단풍구경 등 별도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출발시간에만 닿으면 별 문제는 없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산행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무지개폭포엔 무지개가 없었다

인파 · 땡볕 피하고 名山정취는 그대로
어영골 · 법수원 계곡 비경, 내원사 부럽지않아
상봉 서면 부산·울산·경남의 산군, 파노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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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폭포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고 전해 오지만 기자는 각도를 달리해 여기저기서 봐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들머리인 등산안내도에서 33분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에 이르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된 양산 천성산(千聖山). 이 산은 공룡능선과 같은 골산의 험난함과 화엄벌로 상징되는 육산의 부드러움을 갖춘 부산의 대표적인 근교산이다.

천성산이 자랑하는 이 두 코스는 아쉽게도 요즘과 같은 염천에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을 도무지 피할 수 없어 되레 기피 코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해서 천성산 계곡을 찾았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르는 4㎞ 구간의 그 유명한 내원사계곡은 부산·울산·경남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 일명 '소금강'이라 불린다.


하지만 산행팀은 이 계곡을 택하지 않았다. 명성만큼이나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내원사계곡과 그리 멀지 않은 상북면의 홍룡사 쪽도 피했다. 내세울 건 절 바로 뒤쪽의 홍룡폭포뿐이라서. 결국 산행팀은 천성산을 기점으로 내원사계곡과 홍룡폭포의 반대편에 위치한 웅상읍 소재의 무지개폭포 쪽으로 올랐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흔히 천성산 계곡이라고 하면 내원사계곡과 무지개폭포가 있는 어영골을 의미한다"며 "이중 어영골은 지명도 면에서 내원사계곡에 비해 한 수 아래지만 경관 면에선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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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제2봉은 금정산 장산 등 부산의 산과 울산 온산공단 앞바다, 그리고 내륙의 영남알프스 및 언저리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동남권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 군 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산행은 천성산 등산안내도~무지개산장~무지개폭포 갈림길~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천성산 제2봉 갈림길~무지개폭포~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은수고개 갈림길~은수고개~주능선~천성산 제2봉(812m)~임도~법수원계곡~전망대~산신각~원적암 갈림길~원적암~백동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계곡이나 폭포에서 머문 시간은 빼고서다. 몇 차례 까다로운 길찾기 지점이 있으므로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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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에서 천성산 주봉(922m)은 빠졌다. 어영골과 법수원계곡을 코스에 넣고 '땡볕 산행'의 한계라 여겨지는 5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마을버스 종점인 무지개폭포 입구 건너편에는 지율스님이 단식투쟁 등을 통해 그토록 반대하던 KTX 천성산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왠지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자는 스님의 단식, 환경단체의 반대, 정부의 공사강행 등 일련의 사태보다 공사시작의 단초가 된 첫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만든 부산의 모 대학 교수가 학자적 양심을 걸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후 사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가정을 해봤다. 물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지만.

대형 천성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비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무지개산장 입구에서 물을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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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법수원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100m쯤 뒤 갈림길. 왼쪽 무지개폭포 방향으로 간다. 100m쯤 더 가면 어영골 계곡과 만난다. 경관이 빼어나 전국의 유명 계곡에 비해 손색이 없다. 계류를 건너 계곡 왼쪽길로 오른다. 곧 또 한번 계류를 건너면 첫 이정표. 오른쪽은 천성산 제2봉으로 바로 가는 길, 산행팀은 '폭포 원효암'이라 적힌 왼쪽을 택한다. 6분 뒤 또 갈림길. 오른쪽은 독뫼산을 거쳐 제2봉으로 가는 우회길이라 왼쪽으로 향한다. 원효암이나 작전도로 방향이다. 3분 뒤 폭포로 내려서는 갈림길. 무지개폭포는 수십 m쯤 되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 장관이다. 등산안내도에서 33분, 첫 이정표에서 11분 걸린다.

첫 이정표 지점으로 복귀한 후 이번엔 오른쪽 제2봉 방향으로 간다. 처음엔 계곡과 멀어지는 듯하지만 이내 주계곡과 지계곡을 연이어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30분쯤 뒤 계곡 앞. 갈림길 아닌 갈림길이다. 직진해 좁다란 산죽길로 올라서면 곧 오리무중. 해서 계곡을 건너 산길로 향한다. 30m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왼쪽으로 향한다. 물론 오른쪽길도 임도를 거쳐 제2봉 또는 미타암으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이 원하는 길은 아니다.

잇단 무덤(터)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기도 하고 지계곡을 따라 걷기도 한다. 머리 위로 주능선이 희끗희끗 보이며 햇빛의 노출이 점차 심해지면 이내 은수고개에 닿는다. 인근에 오래전 은수암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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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서 만난 너른 소에서 수영하는 어린이들.

 
이정표 상의 내원사 방향 능선을 향해 오른다. 12분이면 임도와 맞닿은 능선에 이른다. 임도로 내려와 왼쪽으로 암봉인 제2봉이 보인다. 임도 아래쪽엔 양산시가 밀반늪이라는 안내문을 세워놨다.

발길은 능선 왼쪽으로 향한다. 산야초인 비비추와 산꿩의다리 원추리가 눈에 띈다. 제2봉(아직까지 정상석엔 천성산이라 돼 있다)까지는 불과 15분. 사방팔방으로 환상적인 조망이 열려 있다.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그 뒤쪽엔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에서 왔던 길로 4, 5m쯤 떨어진 왼쪽 산길로 내려선다. 땡볕이 내리쬐는 돌길이다. 정면 저 멀리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 계곡길이 법수원계곡 하산길이다. 10분 뒤 임도, 바로 길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7분 뒤 비로소 법수원계곡 상류에 닿는다.

계류를 건너 계곡 옆 산길로 내려선다. 한 50m쯤 갔을까. 석문을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 사이로 작은 폭포를 이루고 그 아래 시퍼런 소가 기다린다.

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이렇게 10여 분, 잠시 계곡과 이별한 후 산길로 접어든다. 도중 발아래 소주공단과 웅상읍내도 보인다. 40m쯤 되는 경사진 바윗길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오면 사거리. 정면 전망대에 올라 천성산의 기암괴석과 발아래 법수원을 바라보고 내려와 왼쪽으로 간다. 대규모 너덜 우측으로 길이 나 있다. 내려서면 산신각. 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잠시 둘러본 후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섭진교. 다리 건너 대숲으로 오르면 법수원. 역시 잠시 둘러본 후 다리 위에 선다. 발아래는 천야만야한 벼랑계곡. 해서 계곡 왼쪽 우회로를 따라 내려선다. 5분 뒤 '하산안내' 이정표 못가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열려 있다. 원적암 가는 길이다.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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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암에서 만난 인근 마을 초등학생들과 절집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상사화. 원적암에서 기자는 시원한 수박 화채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꿀맛이었다.

너른 소와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 계곡을 우측에 두고 걷는다. 10여 분 뒤 또 다른 산신각을 지나면 이내 원적암. 원적암에서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는 꽤 멀어 30분쯤 걸린다.


#떠나기전에
활짝 핀 상사화 길손 맞아
혈수폭포 출입금지 아쉬워   
 
원적암은 야생화가 만발한 암자였다. 아랫마을 백동의 초등학교 소녀들에겐 책을 읽고 방학숙제를 하는 공부방이기도 했다.

산행 중 늘 보던 참나리와 산수국 등 아름다운 각종 야생화가 경내 곳곳에서 활짝 웃으며 길손들을 맞고 있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연분홍빛 상사화였다.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인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전해온다. 해서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매년 9월 선운사 도갑사 등지에서 만개하는 꽃무릇과는 다르다. 상사화가 객을 맞는 이런 평화스러운 원적암 뒤쪽엔 아이러니하게도 앰뷸런스에서 숨가쁘게 들려오는 '미워미워'하는 짜증나는 소음이 들려온다. 알고 보니 진원지는 원적암 뒤쪽의 혈수폭포.

사연은 이랬다. 홍룡폭포 무지개폭포와 함께 천성산의 3대 폭포인 이곳은 지금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미명 아래 현재 출입금지 구역. 원적암 측은 겉으론 매년 인명 피해가 있고 무당들이 많이 찾아 산불의 우려가 있어서라 하지만 속내는 워낙 많은 얌체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 공해 때문이었다.

묵묵히 치우고 또 치우던 원적암이 꺼낸 카드로는 산꾼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조치였던 것이다.

사필귀정이요, 복불복이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모처럼 암자와 폭포를 찾은 장삼이사들에겐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떠나기 전 기자도 혈수폭포에서 편안히 산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 교통편-노포동서 수시로 일반·좌석버스

지하철 1호선 종점 노포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노포동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50, 147, 247, 301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양산 웅상읍 덕계리 무지개폭포 정류장에서 내린다. 수시로 있으며 요금은 각각 1300, 1500원. 길을 건너 간판이 큼지막한 무지개약국 앞 정류장에서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40분, 9시10분, 9시40분 등 30분마다 출발한다. 700원.

날머리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선 247, 2000, 2200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타고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내린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감춰진 비경…암릉·억새·폭포 '진수성찬'
보전지역 통제 … 뒤늦게 소개
신불산폭포 휴양림에서 출발
광활한 평원 초록색 억새천국
능선따라 거침없는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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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면 푸른대로 매력있고, 늦가을 찬란한 황금물결로 변하면 정신을 못차릴 만큼 황홀해지는 신불평원.


결론은 역시 영남알프스.

주말이면 언제나 산과 더불어 산다는 부산 설송산악회 김병권 회장은 "오랫동안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녀봤지만 영남알프스처럼 지척에 있으면서 입맛대로 각양각색의 길을 택할 수 있는 산은 아주 드물다"며 영남알프스 예찬론을 펼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얼음같은 계곡물로 반겨주고 늦가을엔 나라 안 최고의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변신하며 한겨울엔 일본 북알프스 못잖은 설경을 선사하며 겨울산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무작정 내달리고 싶을 땐 장쾌한 능선길을 내주고 암릉의 짜릿한 스릴도 안겨준다.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은 감탄사마저 잊게 한다. 그야말로 산꾼들에게 축복의 땅이자 해방구다.

김 회장은 "50대의 많은 장년층이 골프나 테니스를 즐겨하다 결국 등산으로 되돌아 오듯 대다수의 산꾼들이 전국의 여러 산을 섭렵하다 결국 영남알프스로 회귀하는 것은 그만큼 영남알프스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매력을 숨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 영남알프스의 미래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영남지역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영남알프스는 각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 경쟁으로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산허리를 무자비하게 잘라먹은 뱀모양의 임도와 국도 확포장, 골프장 건설, 펜션 건립 등이 대표적인 사례.

여기에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은 도립공원, 신불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돼 각 지자체의 개별관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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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왼쪽)과 신불산 정상.

이번주 소개하는 산은 영남알프스의 숨은 보석 울산 신불산 서릉. 그간 아껴놓은 코스이다.

사실 산행팀은 지난 10년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를 비롯 영남알프스와 주변 언저리의 이름깨나 알려진 능선과 계곡은 모두 훑었다.

이 길이 이처럼 뒤늦게 소개되는 사연은 이랬다.

10여년 전에는 파래소폭포 방향 입구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연생태 보전지역'이라는 자율통제형 대형 팻말이 서 있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 코스를 멀리 내다보고 지정 지역이 해제될 때까지 산행수첩에서 아예 제외해오다 최근 대형 팻말 대신 '파래소폭포'라는 이정표가 있는 것을 우연히 확인하곤 최근 취재산행지로 결정했다.

헌걸찬 산세에 수려한 능선, 울창한 숲, 광활한 억새초원, 그 유명한 파래소폭포를 감상하느라 시종일관 발걸음이 가볍다. 신불산은 또 한국전쟁때 파르티잔이 버글거리던 최대 근거지. 하산길 995봉에는 공비지휘소 전망대도 뜻밖에 만난다.

산행은 신불산 폭포자연휴양림(하단)~임도~신불재~신불산 정상~간월재·파래소폭포 갈림길~전망대(암릉)~995봉(공비지휘소 전망대)~소나무 고사목~임도~파래소폭포~인공동굴(아연광산)~휴양림 주차장 원점회귀.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에 불과한데다 길찾기도 어렵지 않아 가족산행지로 떠나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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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주차장에서 차단기가 설치된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간다. 이정표가 서 있어 바로 눈에 띈다.

5분 뒤 엄청난 크기의 바위 계곡을 보며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들머리. '신불산 정상 4.7㎞, 파래소폭포 0.8㎞' 이정표가 서 있다.

초반부터 지그재그 급경사길. 신불재에 닿을 때까지 지루하게 계속되니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하자. 계류와 나란히 달리지만 거리는 제법 된다. 맨발산악회 리본과 노란 망태버섯도 보이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린다. 점차 길이 좁아지고 산죽길도 만난다. 바닥에 설익은 돌배가 많이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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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정상을 지나 공비지휘소 전망대로 가는 도중 만나는 암릉.

1시간쯤 뒤 갈림길. 우측은 계곡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왼쪽 신불재 방향으로 간다. 곧 임도. 우측 산길로 곧바로 오른다.

주능선인 신불재까지는 임도에서 30분,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걸린다. 왼쪽 신불산, 오른쪽 영축산, 직진 삼남 가천리 방향. 직진한다. 100m만 내려가면 움막과 바로 아래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샘터가 있어 점심먹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다시 광활한 초원능선으로 올라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키 작은 관목들과 부드러운 억새들이 뒤섞인 초록의 평원이 눈부시다. 이곳이 늦가을이면 억새의 찬란한 황금물결로 변하는 바로 그 신불평원.

정상까지는 30분. 제법 경사가 심하지만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와 산오이풀 쥐오줌풀 마타리 원추리 등을 보노라면 그리 힘들지 않다. 비록 무인산불감시탑이 남쪽 조망을 흐려놓고 있지만 사방팔방 산의 물결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으로 공룡능선, 북으론 고헌산을 비롯 좌측(반시계 방향)으로 문복산 상운산 쌀바위 가지산 능동산 운문산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향로산 투구봉 영축산 천성산 문수산 남암산이 가히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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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는 995봉. 이곳에 서면 주변 능선과 계곡의 지형이 한눈에 파악된다.

하산은 이정표 기준 간월산 방향. 15분 뒤 갈림길. 하얀 벤치가 있다. 오른쪽은 간월재, 왼쪽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간다. 3분 뒤 갈림길. 우로 간다. 길은 좁아지며 암릉과 산죽길을 잇따라 지난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환상적인 주변 조망은 일품인 반면 길 좌우 바로 보이는 신불산 및 간월재의 흉물스런 임도는 영남알프스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일순간 우울해진다.

억새길도 지난다. 이곳의 억새는 신불평원의 그것보다 빨리 펴 조만간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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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 높이 15m의 파래소 폭포. 휴양림(하단)에서 불과 800m 거리에 있다.

한 번의 오르막을 힘겹게 넘으면 995봉. '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국전쟁 중 남부군 제5지대장이 이곳에 머물면서 신불산 일대의 부하들을 총지휘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비석 내용 그대로 주변 능선 계곡의 지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때부터 사실상 본격 하산. 995봉 아래 열린 길로 내려선다. 벼락 맞은 소나무 고사목을 지나면 임도. 오른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왼쪽에 급경사길이 열려있다. 여기서 파래소폭포까지 15분, 폭포에서 다시 외나무 다리를 건너 주차장까지는 17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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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수정같이 맑은 계곡(왼쪽)과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하단)의 통나무집.

#떠나기전에- '휴양림서 하룻밤' 추억거리
 
신불산 정상석에는 오래전부터 1209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무인산불감시탑 앞 국토지리정보원이 세운 조그만 안내문에는 2002년 10월 정밀측정 결과 높이가 1159m라고 밝히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라 바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영남알프스 9개의 산군 중 가지산에 이어 두번째를 자랑하던 신불산이 운문산 천황산(사자봉)에 이어 네번째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신불평원은 분명 장관이다. 얼핏 역광에 반사돼 찬란한 금빛 억새만을 연상하겠지만 초록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 파래소폭포로 내려서는 억새군락지는 신불평원보다 가을로 빨리 접어들고 있다. 약간 과장을 한다면 벌써 꽃이 펴 하얀 솜털을 날릴 태세다.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듯한 높은 가을하늘과 억새평원, 여기에다 장쾌한 조망.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일등 산행지다.

높이 15m 파래소폭포의 원래 이름은 '바래소폭포'.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면 단비가 내려 바라던 대로 이뤄진다고 해 '바래소'라 불리다가 이후 파래소로 이름이 변했다 한다. 지금도 소망을 비는 사연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양산국유림관리소가 운영하는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하단)은 조그만 통나무집을 연상시킬 만큼 주변 환경이 일품이다.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억새나 단풍이 한창일 때 하룻밤 묵어가면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듯하다. 7평 4만4000, 10평 5만5000원. 산행만 할 경우 입장료 1000, 주차비 3000원(경차 1500원). (052)254-2123

#교통편-언양서 배내행버스 종점까지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9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052-262-1007) 뒷문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배내행 대우여객 328번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 종점상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10시. 900원. 이곳에서 휴양림까지 1.7㎞ 구간은 걸어야 한다.

종점상회 앞에서 언양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5시3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통도사·양산어곡지방공단 방향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직진~양산교 건너 우회전~대리 어곡 좌회전~배내골 용선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통과~신흥사 표지판~석남사 배내골 69번 지방도 우회전~비포장로(공사중)~'폭포가든' 대형 간판 지나 바로 우회전~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파래소폭포) 하단지구 이정표~파래소 유스호스텔 지나~휴양림(하단) 순.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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