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부산CC

그린 평균 스피드 3.5m, 좌 그린은 3.6m 육박
특히 좌 그린 18, 7, 10, 9번홀 퍼팅 까다로워
페어웨이 폭 좁고, 전장 짧아도 어렵게 다가와
금정산 계명봉에 안겨 수목원에 온 느낌
 

'유리알 그린과의 전쟁', '유리알 그린서 누가 살아남을까'.
골프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문구를 간혹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그린 스피드가 빠르기에 이런 표현을 쓸까.

다행히 그린 스피드를 수치로 나타내는 기구가 있다. '스팀프미터(Stimpmeter)'가 바로 그것이다.

그럼 스팀프미터로 '유리알 그린'이란 수식어가 붙는 그린의 스피드를 재면 얼마나 나올까.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PGA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이 3.4m 안팎이다. 이 정도의 스피드면 타이거 우즈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보통 빠르기의 수치는. 2.1~2.7m 정도다. 통상 스팀프미터 수치가 2.8m만 넘어도 빠르다고 한다. 국내 골프장의 경우 평소 2.5m 정도를 유지하다 대회를 유치할 경우 그린 스피드를 3.4m 정도로 맞추는 것이 관례이다.

영남권 골프장 중에서 현재 어느 골프장의 그린이 가장 빠를까. 기자는 부산CC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구력이 꽤 된 주말골퍼들은 '설마'라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금 부산CC에 가면 프로 선수들도 쩔쩔맨다는 유리알 그린을 경험할 수 있다.

흔히 부산CC라고 하면 오래되고 전장이 짧아 노인이나 여성에게 딱 맞는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로 기존 골프장의 회원들 평균 나이보다 10~15세 많다.

하지만 부산CC는 지난해 봄부터 그린 등 일부 시설의 개보수를 단행, 그린 스피드를 엄청 끌어올렸다.

정은주 코스관리부장은 "그린의 평균 스피드가 3.5m, 좌 그린의 몇 개 홀은 3.6~3.7m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3퍼팅은 기본이고, 자칫 방심하면 4퍼팅도 다반사다. 골프장 관리가 얼마나 잘돼 있는지의 척도가 그린 스피드인 점을 감안할 때 부산CC는 그린에 관한한 전국 최고라 자부해도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부산선 최초, 전국에선 두 번째-전통의 골프장
   
18홀의 부산CC는 지난 1956년 서울CC에 이어 지금의 해운대 AID아파트 자리에 조성된 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전망 좋은 이곳에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1971년 지금의 노포동 자리로 옮겼다. 부산 골프장의 산증인이자 역사인 셈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계명봉과 좌우로 펼쳐진 금정산 주능선에 쏘옥 안겨 있는 부산CC는 옛날 골프장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초창기 골프장이다 보니 요즘처럼 산을 깎아 인공미를 가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의 고저 차가 제법 있다.

덕분에 숲이 아주 울창해 수목원이나 삼림욕장에 온 듯해 우선 마음이 푸근하다. 전장은 5998m(6560야드)로 타 골프장에 비해 비교적 짧지만 챔피언티를 일부 열어 놓아 주말골퍼 입장에선 큰 차이는 없다. 좌우 2개의 그린은 주로 포대 그린이며, 티잉그라운드에선 일부 그린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는 하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의 코스레이팅 결과는 18홀 기준 72.2타. 만만치 않은 골프장임을 보여준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장타자보다는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구력이 되는 노장들이나 여성들에게 유리한 골프장임을 알 수 있다. 접근성이 아주 편리한 점도 장점이다.

3퍼팅은 기본, 방심하면 4퍼팅도 다반사

부산CC는 페어웨이 폭도 좁다. 송영근(58) 클럽 챔피언은 "드라이버를 맘껏 휘둘렀다간 프로도 싱글핸디캐퍼도 절대 OB를 피해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장타자도 이곳에선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

그린 면적 또한 좁다. 좌우 그린 두 개를 합해도 요즘 신설 골프장의 그린 하나의 면적보다 작다. 그만큼 온그린 시키기도 어렵다.

옛날 골프장이 다 그렇듯 모든 홀의 그린은 예외 없이 뒤쪽은 높고, 앞쪽은 낮다. 해서, 어프로치 샷이나 세컨 샷의 정확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송영근 챔피언은 "그린 뒤쪽을 공략하는 것보다 온그린이 되지 않더라도 약간 짧게 쳐서 어프로치 샷을 한 후 오르막 퍼팅으로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린 좌우나 뒤쪽의 공간이 아주 좁아 클럽 선택을 잘못했거나 방향이 틀어지는 순간 OB는 각오해야 된다.

그린이 좁고 잘 구르다 보니 볼이 그린에 바로 떨어질 경우 90% 이상은 굴러굴러 그린을 벗어난다. 이럴 경우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퍼팅에서조차 어려운 내리막 그린으로의 어프로치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만일 그린을 벗어나지 않고 볼이 핀보다 위쪽에 떨어졌을 경우 내리막 퍼팅을 해야 된다. 조금이라도 라인을 잘못 보거나 힘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그린 에지나 페어웨이 쪽으로 굴러내려가 결국 냉온탕을 반복해야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명퍼터' 최상호 프로는 3퍼팅을 안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첫 퍼트를 핀에 붙이면 된다는 명답을 했다지만 부산CC 의 내리막 퍼팅에선 이마저 먹힐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그린이 어렵지만 좌 그린일 경우 18번, 7번 10번, 9번홀과 우 그린 15번홀이 전형적인 3퍼팅, 4퍼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홀이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금정산 계명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1번홀.
1번홀 페어웨이.

 티오프 하기 전에 미리 알고 들어가면 도움이 되는 어려운 홀이 몇 개 있다. 거리는 좌 그린 기준이다.

계명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3, 1번홀. 챔피언티 388m, 레귤러티 375m, 레이디스티 347m. 내리막홀이라 슬라이스가 빈번해 좌측으로 공략하면 볼이 떨어지는 지점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해서, 좌우 측 모두 OB가 있어 티샷하기가 망설여진다. 세컨 샷은 티샷보다 더 어렵다. 좌우 그린 사이, 좌 그린 왼쪽, 좌우 그린 뒤쪽에 벙커가 각각 있는 데다 조금이라도 거리가 맞지 않으면 그린 주변 공간이 아주 좁아 OB는 불 보듯 뻔하다. 좌 그린일 경우가 특히 어렵지만 이럴 경우 우 그린 쪽을 보고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앞바람이 심해 거리 또한 잘 나지 않는다.

파3홀로 아주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는 17번홀.
렌즈로 당겨서 본 17번홀.

파3 핸디캡2, 17번홀은 거리 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되는 홀. 챔피언티 185m, 레귤러티 171m, 레이디스티 136m. 장타자가 아닌 송영근 챔피언은 일명 '고구마'라 부르는 하이브리드를 잡는다. 좌우 그린 사이 앞쪽, 좌 그린 왼쪽에는 항아리 수준의 깊고 큰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여유 공간이 거의 없다. 좌우 OB까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려운 좌 그린일 경우 한 팀에서 1명 정도밖에 온그린을 시키지 못한다. 우 그린일 경우 겨울철 딱딱해진 법면을 맞고 온그린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파4 4번홀.
가까이 당겨본 4번홀.

우 그린이 약간 보이는 파4, 핸디캡1 4번홀은 내리막 좌 도그레그홀. 챔피언티 388m, 레귤러티 374m, 레이디스티 361m. 페어웨이가 좁고, 좌우 OB에 앞바람까지 자주 부는 데다 IP지점이 다운힐 지점이어서 투온시키기가 어렵다. 좌 그린일 경우를 대비해 페어웨이 우측 210m 지점에 벙커까지 만들어 놓아 티샷이 아주 어렵다. 주말골퍼들이 3온, 3퍼팅을 가장 많이 하는 홀이다.

16번홀.

파4 핸디캡4, 16번홀은 약간 내리막 좌 도그레그홀이다. 챔피언티 369m, 레귤러티 352m, 레이디스티 330m. 이 홀은 정면 200m(레귤러티 기준) 지점부터 '막창'으로 인한 OB가 발생할 수 있다. 약간 우측에는 벙커까지 있어 티샷이 아주 중요하다. 정석은 좌측 숲 쪽으로 드로볼을 구사하면 되지만 주말골퍼들은 자신의 비거리를 고려, 우드나 드라이버를 잡아야 된다. 좌 그린일 경우 파를 잡으면 버디나 다름없을 정도로 잘 치는 골퍼이다.

팁-포대그린 공략법

국내 골프장에는 그린이 페어웨이보다 높은 포대(elevated)그린이 유난히 많다. 부산CC도 예외는 아니다. 포대그린이 어려운 것은 표고 차에 따른 거리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클럽 선택이 어렵다는 것. 흔히 표고 차가 5m 정도면 한 클럽, 10m면 두 클럽 길게 잡으면 효과적이라 하지만 어프로치 샷을 하기 전 세컨 샷 때부터 미리 거리를 생각하고 치면 훨씬 더 용이해진다. 즉 10m 앞에선 어프로치 샷을 띄워야 하지만 20m 정도면 적당히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을 가운데 놓고 백스윙 크기도 적당하여 편하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CC에선 이 같은 이론적 공략법이 100% 적용되지 않는다. 뒤가 높고 앞이 낮은 스피디한 유리알 그린이기 때문에 무조건 핀 앞에 떨어뜨려야 한다. 부산CC 중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좌 그린 앞핀'일 땐 어프로치 샷을 한 번 더 하더라도 무조건 핀 앞을 겨냥해야 한다. 이론이 100% 적용되지 않는 골프,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 (051)509-0707

나머지 사진들

2번홀.
3번홀.
3번홀 페어웨이.
5번홀.
6번홀.
7번홀.
8번홀.
9번홀.
10번홀.
10번홀.
11번홀.
12번홀.
13번홀.
14번홀.
15번홀.
15번홀.
18번홀.
18번홀.
18번홀 그린.

금정산 계명봉~장군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낙동정맥 284봉을 지나 만나는 벼랑끝 너른 전망대에서 서면 계명봉(왼쪽)과 장군봉(오른쪽) 그리고 그 사이로 저 멀리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랜 경부고속도로.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장군봉 정상.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장군봉 정상.
장군봉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저 멀리 부산 5산종주의 첫 기착지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고당봉 정상.
고당봉 뒤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물줄기가 보인다.
금정산 북문. 문을 통과해 내려서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서 바라본 최내 최장 금정산정. 정면으로 의상봉 무명바위가 보인다.
금정산 동문.


 이번 주는 부산 5산 종주의 마지막 구간. 이하봉~계명봉~장군봉~금정산 고당봉~백양산으로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출발해 기장군을 가로지른 후 이번엔 양산을 찍고 부산에서 끝을 내는 일정이다.

기장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 구간도 산행팀은 산악 마라토너들과 달리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임도 구간을 제외하고는 능선과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기장군 소두방재에서 용천지맥과 헤어진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계명봉 못 가서 낙동정맥과 만난 후 줄곧 낙동정맥길로 이어진다.

  
구체적 여정은 양산시 동면 동면우체국~감만조경~이하봉(222m)~임도~사거리(낙동정맥 갈림길)~284봉~지경고개(녹동육교)~농장 가로질러~밀양 박씨묘~계명봉(599m)~잇단 고당봉·장군봉 갈림길~장군평전(억새군락지)~장군봉~장군샘~금정산 고당봉~고당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 갈림길~나비안부~동문~산성고개~대륙봉~케이블카 정상~남문~만덕고개~철학로~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산불초소(돌탑봉)~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순. 동문까지 걷는 시간만 5시간50분, 동문에서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양산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려 영천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으로 간다. 동면우체국과 길모퉁이 '10번지 식당' 그리고 하천을 잇따라 지나 우측으로 가면 간이화장실. 좌측 너른터를 가로지른다. 알고 보니 '감만조경' 마당이다.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갈림길. 우측 능선 끝으로 가면 입구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7, 8m쯤 올라가면 '부산 5산 종주 들머리, 이하봉 0.4㎞'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8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전망대. 정면 철마산을 기점으로 좌측 백운산, 우측으로 거문산이 손에 잡힌다. KTX 철로공사가 한창인 7번 국도 건너편이 기장 철마면, 산행팀이 오르는 이곳이 양산시 동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들머리에서 18분이면 이하봉(222m)에 올라선다.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조망은 없지만 숲 사이로 뾰족봉인 계명봉이 얼핏 보인다. 내려서면 밤나무밭을 지나 임도. 잡풀이 우거져 삭막하지는 않다. 5분 뒤 너른터. '전망대'란 팻말이 걸려 있을 만큼 시야가 트인다. 우측 저 멀리 운봉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낙동정맥과 그 뒤 천성산이 확인된다. 여기서 친절하게 걸린 '등산로' 안내 팻말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선다. 키 큰 억새길을 거쳐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갈림길. 흔히 반듯한 좌측길로 가기 쉽지만 산행팀은 우측으로 올라선다. 이후부터 산길 좌측은 부산CC와 연결된다.
    
야산이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간혹 눈에 띄는 등 숲이 생각보다 울창하다. 5분 뒤 사거리.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낙동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직진한다. 이제부턴 낙동정맥 종주길이다. 지그재그 된비알로 8분 정도 힘겹게 올라서면 암봉인 284봉. 비로소 계명봉과 그 우측으로 고당봉 장군봉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3분 뒤 길 우측에 벼랑끝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경부고속도로와 방금 본 계명 고당 장군봉이,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낮은 능선, 그리고 저 멀리 선암산 토곡산 등 양산의 산과 염수봉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도 희미하나마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12분이면 도로(지경고개)에 내려선다. 바닥에 '5산 종주'라고 적혀 있다. 좌측은 부산CC, 산행팀은 우측 녹동육교를 건너 부산~양산 지방도를 건너 우측으로 간다. 부산-양산 시경계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올라선다. 입구에 '자두농원'이라 적힌 간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7분쯤 오르면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직진형 왼쪽으로 가면 독립가옥을 가로질러 곧바로 산으로 오르는 너른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으로 가도 역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에 보인다. 두 길 모두 잡풀이 무성한 개활지 좌우 끄트머리로 올라 숲으로 진입한 후 밀양 박씨묘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 앞에서 만난다. 두 곳 모두 리본을 걸어 놓았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일 만큼 급경사다. 6분 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전망대. 정면으로 천성산과 그 우측으로 대운산 석은덤 철마산 거문산 등이 보이고 발 아래론 방금 지나온 능선길과 부산CC가 한눈에 펼쳐진다.

  
계명봉은 전망대에서 5분이면 올라선다. 계명봉은 오래전엔 독립봉으로 보고 계명산으로 불렀지만 지맥이 금정산과 이어져 있어 계명봉으로 불린다. 돌무더기로 쌓은 제단 위에 검은색 키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금정산 주능선 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있다. 고당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부채바위 나비암이 확인된다. 좌측은 계명암 범어사 봉화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안부 갈림길. 왼쪽은 범어사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산행팀은 장군봉을 향해 직진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 임도로 고당봉 아래로 달린다.

이어지는 산길. 도중 작은 계곡을 두고 길이 갈린다. 둘은 만나지만 계곡 건너편 길이 주 산길이자 능선길이다. 9분 뒤 임도 같은 갈림길. 오래전 철탑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길로 왼쪽은 고당봉,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한 굽이 올라서면 우측으로 샛길이 열려 있다. 지름길이자 원래 산길이다. 그늘진 오르막 숲길이다. 15분쯤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5산 종주의 출발점인 바다를 낀 장산을 시작으로 기장과 양산을 거쳐 지금까지 내달려온 능선길과 봉우리가 한눈에 가늠된다. 우측으론 고당봉이, 발아랜 내원암과 범어사도 확인된다.

6분 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 왼쪽은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산행팀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장군봉을 찍고 고당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소위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이 시작된다. 낙동강을 배경삼아 펼쳐지는 키작은 억새의 몸부림이 살갑게 다가온다.

 9분이면 장군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면 장군의 늠름함이 느껴져 구덕산악회 고 장두석 회장이 이렇게 명명한 후 일반화됐다고 전해온다. 가덕도 연대봉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봉화산 보배산 굴암산 불모산 신어산 무척산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 천마산 오룡산 영축산 천성산 대운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왔던 길로 내려간다. 갈림길서 좌측 낙동정맥 갈림길 방향 대신 우로 내려선다. 15분 뒤 장군샘.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내달리면 조그만 바위 앞에 눈길이 꽂힌다. '梵魚寺基(범어사기)'라고 음각된 화강암이다. 범어사의 토지 경계를 알리는 이른바 석표(石標)다.

이어 잣나무길을 지나 산죽길을 벗어나면 마애불 갈림길. 마애불은 80m쯤 내려가면 만난다.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맞아 준다. 다시 잣나무 숲길. 정면에 고당봉의 암벽이 웅장하다. 곧 임도와 만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계명봉에서 내려와 이 임도로 올라온다.

이제 산행은 반듯한 길의 연속. 고당봉은 불과 600m. 금정산 특유의 보석 같은 바위들이 산사면에 속속 박혀 있다. 기암괴석들은 괜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과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렀겠는가.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풀과 한 화면에 넣으면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이내 정상 직전 갈림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하지만 산악마라토너들은 좌측길로 돌아 고당샘으로 내려온다. 고당봉을 우회하는 셈이다. 바위길을 올라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이내 고당봉. 8분쯤 걸린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이 보이고 1300리를 흘러온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다.

북문을 향해 내려선다. 수백년간 비바람을 맞고 자리해오고 있는 당집인 고모당과 고당샘을 지나면 금정산정과 북문. 샘터인 세심정도 있다. 20분 걸린다. 왼쪽 북문을 통과해 내려가면 범어사, 오른쪽 임도 방향은 옛 천주교 목장을 지나 산성마을,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하며 오른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인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트레킹 코스라 해야 더 어울린다. 잘 정비된 너른 돌계단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단단해진 흙길은 실망스럽지만 국내 최장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15분이면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 올라서고 이어 의상봉도 지난다. 의상봉은 멀리서 볼 경우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빼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 있다.

중성과 연결되는 제4망루를 지나면 북문과 동문의 중간지점인 무명안부. 오래전 암벽등반을 하던 산꾼들은 여기서 텐트를 치고 무명암과 부채바위를 오갔다. 나비 안부는 여기서 13분 뒤. 20, 30년 전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구서동 2.9㎞'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은 막바지. 나비안부에서 동문은 20분 걸리고, 여기서 산성로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산행팀은 여기서 산행을 접었다. 동문에서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까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데다 거의 외길이어서 길찾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여정은 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케이블카 정상~만덕고개~자연학습장~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돌탑봉(산불초소)~불태령(주지봉 갈림길, 돌탑봉)~백양산 직전 낮은 돌탑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이다. 동문에서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장군샘, 지역 산악인 최남준씨팀 조성, 공로상감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는 길에 위치한 일명 장군샘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씨가 후배 산악인인 조병주 김무길 그리고 최근 타계한 김희조 씨와 함께 사비를 들여 만든 샘터이다. 최 대장은 금정산의 장군샘 이외에도 남문 인근 수박샘, 동문 인근 북바위샘도 역시 사비로 후배들과 함께 조성했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지인은 "약수터 조성을 위해선 돈은 물론이고 장마철 평상시 갈수기 가뭄 때 등 적어도 네다섯 번 정도를 가야 하는 성의가 있어야 된다"며 "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악계에서 단연 공로상감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아는 산꾼들은 드물다.

장군봉의 정상석에는 해발고도가 734.5m라고 표기돼 있지만 국토정보지리원의 최신판 지형도에는 737m로 정정돼 있다. 산행팀은 최신판의 해발고도를 따랐다. 계명봉에도 601.7m로 적혀 있지만 새 지형도에는 599m로 표기돼 있어 역시 최신 버전을 따랐음을 밝혀둔다.


◆ 교통편 - 울산행 버스 타고 양산시 '동면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지하철 1호선 노포동종합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산 가는 아무 버스나 타고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린다. 환승을 하기 위해선 부산 버스를 타야 하지 않을까. 날머리 동문에서 오가는 산성 버스의 배차 간격은 20분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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