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보석같은 능선 5시간 산행
하산길의 의양골 계곡 '숨은 진주' 발견


20일은 춘분. 완연한 봄이다.

얼어붙은 대지 곳곳에 봄이 움트고 있다. 삭풍이 몰아치던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는 나물 캐는 아낙네가 삼삼오오 모여 있고 겨우내 숨죽은 듯 잠잠하던 숲은 새소리에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514봉에서 본 달음산(우측 제일 높은 암봉).

양지바른 너른 터에는 야생화가 이미 고개를 내밀었고 파란 새싹은 애기 손톱 크기로 자라났다.

봄을 좀 더 몸으로 빨리 느끼려면 산만한 데가 없다. 혹자들은 산이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고 느끼겠지만 아침 저녁 다르고 365일 시시각각 변신하는 곳이 산이다.

올들어 부산의 야생화 마니아들은 지난달부터 야생화를 찾으러 부산의 온 산을 구석구석 누볐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곳이 바로 기장 철마산. 그 만큼 빨리 봄이 찾아온다.

흔히 부산의 산 하면 십중팔구는 금정산을 떠올린다. 분명 산세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것 없는 명산이지만 도심의 산이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이제는 ‘유원지화'된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최근 그 대안으로 기장의 산을 많이 찾는 추세다.

동해바다와 인접한 기장에는 의외로 산이 많다. 금정 백양 황령 등 기장을 제외한 전 지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버금간다.

동부의 천마산 아홉산(철마) 일광산 달음산을 비롯 서부 철마산 거문산 공덕산, 남부 개좌산 운봉산 아홉산(회동), 북부 백운산 망월산 용천산 석은덤 등등. 한눈에 압도될 만큼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이들 산은 대부분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달음산~철마산으로 이어지는 8~9시간의 동서코스는 금정산~백양산의 그것에 버금가고, 백운~철마산의 남북코스 또한 보석같은 능선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을 찾았다. 기장의 모든 산뿐 아니라 동해바다 금정산 대운산 영남알프스 등 부산과 동부경남 일대의 이름깨나 있는 산의 물결을 죄다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산길에 만나는 의양골 계곡은 부산에도 이런 계곡이 있었나 할 정도로 유량이나 규모 면에서 놀랄 만큼 아름답다.

산행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사무소~와여마을~하우스 민가~514m봉~거문산 정상~500m봉~임도~소산벌(마을)~소두방재(삼거리)~억새군락지(574봉)~임도(차단기)~철마산 정상~계곡(의양골)~임기마을 식수사용 표지판~임도~지장암 갈림길~임기마을~임기버스정류장(7번 국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철마면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사거리. 면사무소를 지나면 갈림길. 정면의 산이 거문산. 왼쪽 와여마을로 향한다. 마을주차장을 지나 ‘철마가든정육점'을 끼고 우측으로 향한다. 미륵사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 휘어진 길로 오른다. 임도 차단기를 넘어 직진한다. 하우스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길로 향하면 사거리 고갯길. 직진하면 백기마을, 산행팀은 양지바른 무덤 뒤로 난 길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이 정도면 들머리를 제대로 찾은 셈.

소나무가 한결같이 곧게 뻗은 모습이 시원하다. 신길은 점차 좁아진다. 왼쪽 아래에 다시 저수지. 결국 저수지를 축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에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분 뒤 길 찾기 유의할 곳. 능선길로 치고 오르는 심한 오르막길이 우측에 열려 있다. 무심코 가다간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꼭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살피자.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다. 25분 정도 지속된다. 마침내 514봉. 참호 모양의 큰 홈이 파여 있다. 주변이 온통 산의 파노라마다. 왼쪽 거문산, 정면 매바위 용천산 문래봉 석은덤. 몇 걸음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면 함박산 달음산, 그 우측으로 아홉산 일광산 장산이 덤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본격 거문산으로 간다. 억새와 송림이 반복된다. 15분이면 닿는다. 정상석이 없어 산행팀은 ‘거문산 545m'라고 적은 리본을 걸어 놓았다.

향후 오를 철마산은 왼쪽 방향. 능선이 곧 바로 연결돼 있지 않아 산중 마을인 소산벌을 거쳐야 한다. 낙엽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소산벌로 내려가기 위한 끄트머리 500m 암봉이다. 소산벌이 한눈에 보이고 산 아래 골프장인듯 파헤쳐진 곳이 시명산 자락이다.

6분 뒤 소산벌 입구 솔밭.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 마을로 향한다. 길은 신기하게도 조개껍데기로 덮여있다. 우측은 표고버섯 재배 하우스. 300m쯤 가면 왼쪽으로 철마산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억새 오름길이다. 20분 뒤 삼거리. 소두방재다. 좌측으로 간다. 우측은 매바위 망월산 백운공원묘지 가는 길이다.

10분 뒤 멋진 전망대(574m)를 만난다. 진행방향으로 정면 철마산과 장군봉이 우선 눈에 띈다. 가장 멀리 보이는 신어산, 그 앞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어곡산) 천마산 염수봉이, 그 앞 능선이 낙동정맥인 운봉, 천성 1, 2산, 그 뒤 정족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그 앞 대운산 시명산이 보이고, 뒤돌아보면(동쪽) 문래 치마 함박 달음산이, 남쪽에는 방금 지나온 거문 개좌 운봉 아홉 황령 금련 엄광 구덕 백양 금정산 상계봉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소두방재를 지나면 만나는 철마산의 자랑 억새군락지(574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저 멀리 법기수원지 뒷산인 운봉산에서 천성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맨 우측 푹 꺼진 잘록이가 은수고개이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인 억새군락지(574봉)에서 오르다 잠시 뒤돌아보면 달음산(가운데)과 그 우측으로 천마산 문래봉(치마산)이 보인다. 달음산 왼쪽 아래가 신도시인 정관이며 그 뒤로 동해바다의 물결이 일렁인다.


여기서 억새군락지를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임도. 소산벌 입구에서 임도 차단기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가면 매바위 망월산 백운산 가는 길이어서 차단기 옆 내리막 산길로 향한다.

20여분 뒤 갈림길. 철마산 정상은 좌측, 우측길은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내려와 하산하는 길이다. 철마산 표찰이 나무에 걸려있다. 참고하길. 3분이면 정상에 선다.
605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발 밑으로 금정경륜장 금정체육관 노동포지하철역이, 정면(동쪽)으로 거문산이, 남쪽으로 회동수원지가 확인된다.

부산도 산의 도시이다. 철마산 정상에서 본 부산의 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왼쪽 거문산, 그 뒤 장산, 그 우측으로 황령산이 보인다.

하산길은 왔던 길로 3분 정도 내려가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시종 내리막길이다. 일부 구간에선 길 찾기가 애매모호하므로 노란 안내 리본을 따라가자. 30여 분 뒤 계곡과 만난다. 의양골이다. 이때부터 계곡따라 내려가면 된다. 유량도 풍부하고 너른 반석이 이어져 경관이 수려하다. 몇 차례 계류를 건너면 ‘임기마을 식수사용'이라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계류를 따라 14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 끝. 지장암 입구를 지나 15분이면 임기마을에 닿고 여기서 임기교를 건너 임기버스정류장까지는 다시 15분 걸린다.

# 철마산 정상석과 관련된 일화 하나

 얼마 전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정상석이 생기기전 철마산 정상.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달음산이며 그 앞으로 문래봉, 소산벌이 각각 확인된다. 
새롭게 세워진 커다란 정상석과 기존의 조그만 정상석. 이 커다란 정상석 때문에 산행팀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 교통편 - 마을버스 타고 면사무소 하차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다. 금정경찰서 범어지구대와 금정중학교를 지나면 마을버스정류장. 여기서 2번 버스를 타고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내린다. 20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부산산업보건센터 맞은 편과 노포동 지하철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참조하길. 출발시간은 오전 7시25, 8시5, 8시45. 9시40, 10시25분.

날머리 임기버스정류장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노포동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된다. 247, 37, 50, 301, 147, 58, 301-1번 등이 있다.

부산시 기장군 아홉산~함박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
산악마라톤 코스인 임도 대신 능선길 이어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 5분 대장정
산행 내내 광활한 동해바다, 감동의 물결
574봉 인근 부산의 알려지지 않은 억새군락지
시종일관 낮은봉 오르락내리락 잔재미

아홉산으로 가는 도중 만난 산불초소가 서 있는 너른터에서 본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왼쪽 암봉)과 광활한 동해바다로 튀어 나온 고리원전(흰 건물).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측으로 일광산이 포진해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 저 멀리 부산 5산 종주의 시점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까마중(왼쪽)과 고들빼기.
아홉산 정상. 저 멀리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곰내재공원, 인근에는 지난해 동물이동 통로인 함박생태터널이 생겼다.

곰내재공원의 안과 밖. 옛날 배우사진과 LP판이 눈길을 끈다.

소산벌(마을)과 거문산(왼쪽). 옛날 동래와 정관을 잇는 고갯마루인 소두방재.
억새가 흩날리는 574봉에 서면 최고봉인 달음산에서 오른쪽으로 천마산 함박산 문래봉이 잇따라 보이고, 그 뒤로 희미하나마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574봉에서 철마산 가는 길은 부산의 숨은 억새군락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철마산 정상.
철마산 하산 중 내려다 본 부산의 야경. 정면으로 백양산(왼쪽)과 금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운대 장산에서 출발한 부산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은 모두 기장군에 속해 있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기장군의 내륙에는 의외로 산이 지천이다. 실제로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 전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기장군이 한 수 위다. 기장의 동쪽 동해바다엔 광활한 파도가 일렁이지만, 기장 내륙엔 산의 물결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산꾼은 사실 드물다.

기장의 산은 최고봉인 철마산(605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봉우리가 300~500m대로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 정도다. 이 점이 되레 장점으로 다가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찾는 산꾼도 생각보다 적어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이다.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의 산행은 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용천지맥길)~320봉~일광산 테마임도(정자)~아홉산·일광산 갈림길~263봉~테마임도(다리 공사중)~산불초소~테마임도~아홉산(360m)~테마임도~체육시설(정자)~함박산·곰내재 갈림길~함박산(457m)~곰내재(함박생태터널)~문래봉(511m)~소산벌~소두방재~574봉~억새군락지~임도(차단기)~철마산(605m)~기장군 철마면 입석마을~송정리 송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5분 되는 긴 산행이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헷갈리지만 리본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무난히 산행을 마칠 수 있을 듯하다.


이 구간의 5산 종주 산악마라톤 코스는 거의 대부분 임도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넌다. 기장과 반송을 잇는 14번 국도로 이 지점을 흔히 쌍다리재라고 부른다.

산악마라톤 코스는 여기서 우측으로 향하지만 이 길은 일광산 테마임도까지 연결되는 임도의 연속이여서 산행팀은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 '무인카메라 단속중'이라 적힌 안내판 옆 포장로로 발길을 옮긴다. 용천지맥길이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직진하면 부산진교회 부활동산, 산행팀은 왼쪽 산길로 향한다.

10분 뒤 숲을 벗어나자마자 이내 갈림길. 왼쪽으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시야가 트인다. 좌측으로 금정산 고당봉과 장군봉 계명봉 토곡산이, 그 앞으로 윤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가을 전령 억새가 흩날리는 가운데 길섶에는 쑥부쟁이 등이 보이고 시선을 우측 저 멀리 돌리면 광활한 동해바다가 가슴에 와 닿는다. 뒤돌아보면 장산이 손에 잡힌다. 산악마라톤 코스는 산행팀이 걷는 등산로 우측 10~15m 떨어진 지점에서 나란히 달리며 어떤 지점에선 5m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너른터에선 임도와 만난다. 이 너른터 끝나는 지점의 갈림길에선 능선인 산길로 직진한다. 야산 수준의 조그만 봉우리를 살짝 넘는다. 고들빼기 짚신나물 이질풀도 보인다.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용천지맥 320m, 준·희'라고 적힌 팻말도 지난다. 이 팻말은 이후에도 길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320봉을 내려서는 도중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칼치재 운봉산 개좌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4분 뒤 일광산 테마임도와 만난다. 쉬어가라고 입구에 정자가 서 있다. 산악 마라톤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후 마라토너들은 좌측 임도로 달려가지만 산행팀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임도를 가로지르며 산길로 올라선다. 입구에 '기장 MTB 경기코스'라는 팻말이 서 있다. 6분 뒤 갈림길. 바로 위에서 만나므로 무시한다. 한동안 호젓한 오솔길이 계속되다 '용천지맥 357m' 팻말을 지난다. 3분 뒤 시야가 트이는 갈림길. 조망이 기가 막히다. 기장군의 대장산인 정면 달음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함박산(치마산) 곰내재 문래봉 철마산이, 함박산 앞쪽의 낮은 산이 아홉산, 함박산 우측 뒤로 용천산과 대운산 그리고 함박산 뒤 제일 높은 산이 천성산이다. 직진하면 바다 쪽인 일광산, 산행팀은 좌측 아홉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내리막길이다. '용천지맥 263m' 팻말을 지나 또 다시 내려서면 테마임도와 다시 만나지만 현재 공사 중이다. 철마와 일광을 잇는 도로가 건설 중이어서 그 도로를 가로지르는 테마임도 부분은 다리로 연결하기 위해 현재 공사 중이다. 해서, 우측으로 에돌아 테마임도로 가지 않고 산길로 들어선다.

7분쯤 숲길로 오르면 산불초소가 서 있는 그늘진 너른터에 평상이 하나 놓여 있다. 오래 전 정자가 있었지만 태풍으로 인해 날아가고 기둥만 남아 있다. 조망이 아주 좋아 왼쪽 달음산, 우측 일광산, 그 가운데 고리원전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200m대의 무명봉을 3개나 오르내리면 테마임도와 만난다. 연합목장으로 이어지는, 마라토너와 재회하는 지점이다. 임도를 따라 150m쯤 걸으면 좌측으로 안내리본과 함께 산길이 열려 있다. 12분이면 아홉산 정상에 올라선다. 오르는 길 주변 숲은 소나무 재선충에 의해 망가지고 있지만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방치돼 죽음의 숲으로 변하고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산에서 산성산을 거쳐 방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달음산과 동해바다도 역시 시야에 담을 수 있다.

이제 우측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곧 오를 곰내재와 함박산이 보인다. 20분이면 다시 테마임도와 만난다. 우측으로 가면 임도 갈림길. 우측은 새로 조성한 임도,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 뒤 정자가 있는 체육시설에선 차단기 쪽으로 향한다. 10분 뒤 역시 정자가 위치한 체육시설. 왼쪽 임도는 마라토너들이 내달릴 곰내재 가는 길, 산행팀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곧 갈림길. 직진형 좌측으로 치고 오른다. 체육시설에서 19분.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함박산을 오르지 않고 곰내재 가는 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른다. 치마산으로도 불리는 함박산은 사실 용천지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산행팀은 종주 개념으로 오르기로 했다. 7분 후 또 갈림길. 알고 보니 갈림길 뒤 숲이 삼각점이 숨은 함박산 정상이다. 여기서 오른쪽은 달음산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 곰내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기장 철마와 정관을 잇는 고개인 곰내재는 30분이면 내려선다. 지난해 조성된 함박생태터널을 지나면 곰내재공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곧바로 산행이 이어진다. 입구에 '천마산'이라 적힌 표기는 '철마산'의 오기인 듯하다.

형제복지재단 건물 철망과 나란히 오른다. 30분 뒤 숨고르기를 하라며 경사가 한번 주춤한다. 알고 보니 문래봉 정상이다. '용천지맥 문래봉'이라 적힌 이정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다. 숲 사이로 저 멀리 철마산이 보인다.

이제 내려선다. 습기 머금은 축축한 길과 지계곡 그리고 산죽을 잇따라 지나면 정면으로 마을이 하나 보인다. 산중 마을인 소산벌이다. 곰내재와 거문산 철마산을 잇는 간이역인 셈이다.

산기슭에 닿아도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산길로만 따라간다. 울산 박씨묘를 지나 묘지 4기가 있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열린,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산길로 향하면 이정표를 만난다. '거문산 정상' 방향으로 직진하면 또 갈림길. 우측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이라 적힌 리본이 보이는 쪽으로 간다. 4분 뒤 또 갈림길. 좌측 거문산으로 가는 너른 길 대신 우측 소두방재 방향으로 향한다. 20m쯤 뒤 갈림길에선 우측 억새 오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라토너들은 거문산 방향으로 가다 임도를 만나면 우측으로 간다.

옛날 정관사람들이 동래 쪽으로 넘나들던 고갯마루였던 소두방재는 16분이면 오른다. 우측은 망월산 백운산 가는 용천지맥, 산행팀은 여기서 용천지맥길을 버리고 좌측 철마산으로 향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백운산 용천산 망월산, 그 뒤로 천성산이 보인다.

12분 뒤 574봉. 주변 산들을 죄다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으로 철마산과 금정산 고당봉이, 그 왼쪽으로 거문산 문래봉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이 확인된다. 이곳 주변은 또 부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억새군락지. 멋진 조망까지 포함한다면 개인적으로 장산 억새밭보다 한 수 위라 평가하고 싶다.

억새길을 따라가다 보면 갈림길을 만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임도 차단기로 내려선다. 마라토너들이 소산벌에서 소두방재를 거치지 않고 달려간 임도와 만나는 지점이다.

임도를 건너 이제 철마산을 향한다. 도중 정관 임기마을로 가는 하산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애오라지 직진만 하면 26분 뒤 정상에 올라선다. 크고 작은 정상석이 하나씩 서 있는 이곳에 서면 이웃한 거문산과 회동수원지, 발밑에는 금정경륜장 등이 보인다.

하산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우정밀' 방향으로 내려선다. 밧줄에 의지하는 등 시종일관 급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이후에는 '입석마을'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야 한다. 55분 뒤 철마면 입석마을에 닿고, 여기서 송정리 버스정류장까지는 14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기장군, 등산 안내판 하루빨리 정비해야

산행팀은 '부산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을 그동안 지면을 통해 띄엄띄엄 소개했다. 철마산~거문산, 함박산~석은덤, 달음산~아홉산, 철마산~백운산 하는 식으로. 해서, 모든 산길은 아니지만 정상은 한번씩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아홉산이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소나무 숲은 온통 재선충에 의해 망가지고 있지만 어디 하나 손 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기장군은 테마임도를 지금도 홍보를 하면서도 테마임도에서 5분만 오르면 빤히 보이는 아홉산 죽은 송림은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기장군의 등산 이정표도 문제다. 산성산과 수령산이 같은 산이면 이정표를 통일해야지 대형 안내판에는 산성산이라 표기하고, 조그만 팻말에는 수령산이라 적고 있다. 한 번만이라도 '산성산(수령산)'이라고 표기했으면 큰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았을텐데.

산행팀은 산성산 정상 직전 '기장산성'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오래 전에 산성이 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정상석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음각돼 허탈감을 안겨줬다.

이정표에 적힌 내용도 엉터리였다. 소산벌~소두방재 구간은 산행팀의 경우 16분 걸렸지만 이정표에는 6분으로 적혀 있질 않나, 임도 차단기에서 우측 방향으로 망월산 백운산이 위치해 있지만 백운산은 좌측으로 표기돼 있는 등 속된 말로 '개판 5분 전'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정상석도 하나 만났다. 소두방재에서 임도차단기를 건너 오르면 만나는, 조망이 아주 빼어난 574봉에 난데없이 세워져 있는 '당나귀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을 두고 한 말이다.

무릇 산 이름은 산아래 마을사람들이 산세나 산의 모양 그리고 지명 전설 등을 근거로 하여 명명하거나 고서에 표기된 이름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나귀봉'은 한마디로 난센스라는 것이 동행한 산꾼들의 견해였다. 부산의 모 단체가 지난 8월말 세운 이 정상석 뒷면에는 이 당나귀봉이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의 약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며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했다면 모든 산꾼들이 수긍하며 박수를 쳤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교통편 - 183, 188번 타고 만화리 쌍다리재에서 하차

들머리 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만화리 영락동산)로 바로 가는 버스는 183, 188번. 이 두 버스를 못 탈 경우 73, 115-1, 129, 129-1, 189, 189-1번을 타고 (옛)반송검문소 버스회차 지점에서 내려 길을 건너 183, 188번으로 환승하면 된다.

날머리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송정버스정류장에선 노포동종합버스터미널행 2-3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밤 11시 넘도록 운행한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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