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하 '박찾사') 장순복(56) 답사대장은 "'박찾사'의 300회 답사는 연간 20회 이상 참가하는 소위 골수 회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그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했다. 그들은 단지 문화유적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 일요일 온종일을 함께하며 '박찾사'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들이다. 골수 회원 중 한 명은 일요일이라도 사업상 꼭 만나야할 파트너가 있으면 '박찾사' 답사에 오게끔 유도해 만날 정도로 문화유적 답사는 그들 삶의 소중한 일부분이 돼 버렸다.

"일요일이면 배낭 메고 문화유적 답사
  문화유적 겉만 봐도 해설 '술술'
  전문가 뺨치는 지식 사랑

  탑 전문가...문양 전문가...지형 전문가...약초 전문가
  회원마다 전문 분야 다 달라

  잘못된 안내문 등 바로 잡고
  과소 평가된 유적 찾아내기도"

       경북 영양의 국보 모전석탑.
         경북 경주의 국보 장항리사지석탑.       
         경북 경주의 보물 원원사지 동서 삼층석탑.
     

전남 담양의 연동사 삼층석탑.

태백 구와우 마을의 아트전시회장.


거문도 등대 앞의 가족답사팀.

덕유산 향적봉 정상석.


 

거문도 등대 앞의 다정한 부부.

동기회를 '박찾사'와 함께. 거문도 등대 앞.


       경북 안동 병산서원.
       경남 함양 일두 정여창 고택.
      

아침고요수목원.

영월 선암마을, 우리나라 지형마을.


전문가 뺨치는 아마추어 대가들

'박찾사'를 좀 아는 문화유적 전문가들은 '박찾사'와 동행하기를 꺼린다. 대충 설명했다간 큰코다치기 때문이다. 코스가 예고되면 전문가급 수준의 회원들이 공부까지 해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원이 민학기(50) 씨. 그는 평소 '박찾사'에서 가이드 역할을 담당하는 골드 회원이다. '박찾사'의 다음 카페(http://cafe.daum.net/museummystery)에서 그의 닉네임은 '달넘새'. 현재 화학제조업을 운영하는 그는 1년 50회의 답사 중 45번은 참가한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때 과내 고적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지금까지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조국 산하에 흩어진 문화유적을 찾아 배회하고 있다. 특히 경주만 1000번을 넘게 다녀 '서라벌의 진인'이란 또 다른 닉네임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운전이 너무 힘들어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박찾사'를 알게 됐어요. 저와 궁합이 딱 맞는 사람들이 우글우글거려 정착하게 됐지요. 취미만 맞는다면 이처럼 좋은 답사단체는 없어요."

 문화유적 다방면에 고수이지만 민 씨의 전문 분야는 탑. 탑에 새겨진 석조문양이나 생김새를 보면 시대 구분이나 국보급인지 보물급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 장 대장은 "학위라는 타이틀만 없을 뿐 웬만한 전문가 뺨 칠 수준"이라 귀띔했다.

 염문선(56) 안의경(60) 부부도 빠뜨릴 수 없는 골수 회원. 염 씨는 이름을 가차해 '달해'라는 닉네임으로 전직 국어교사답게 '박찾사' 카페 정기답사 후기 코너에서 글솜씨를 뽐내는 글쟁이. 차분히 읽어보면 웬만한 여행작가보다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1년 전부터는 카메라를 구입, 깔끔한 편집과 함께 맛깔스러운 후기를 올려 다른 회원들이 글 쓰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소매물도를 다녀오다 친정엄마의 부음을 접한 후 자책감과 그리움으로 쓴 후기 '소매물도에는 하얀 그리움이 있다'는 모교인 부산여고 동백문예대상을 탈 정도로 읽은 이로 하여금 심금을 올리게 한다.

 부인이 글쟁이라면 남편 안의경 씨는 '박찾사'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부산약사디지털포토클럽 초대회장을 역임한 안 씨는 답사 후 카페 회원작품 앨범 코너에 빼어난 작품을 올리는 동시에 회원들의 사진 선생님으로 통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부부는 답사 때 추구하는 지향점이 달라 따로따로 다녀 '따로 또 같이' 부부라는 말을 듣는다고.

 또 부산시 문화유산해설사 김인남(55) 씨는 석조유물의 귀부나 이수의 거북 및 용 문양에 정통하고, '국토와 환경연구소' 우주호 소장은 전국의 산과 강 등 지형에 특히 밝으며, 암 환자여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변복만 씨는 약초 전문가여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 삼라만상의 궁금한 점 모두가 해결된다고 한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독특한 선의의 안티 회원도 있다. 거제도에 사는 의사 김영화(55) 씨다. 그는 집안 일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전날 홀로 코스를 답사한 후 참고할 사항이 있으면 장 대장에게 귀띔을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또 먼 길에도 불구하고 참석할 경우 짜인 일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즉석에서 잔소리를 하는 등 군기반장으로서의 악역을 맡는다. 이와 함께 정곡을 찌르는 질문도 자주해 가이드들을 난처하게 할 때도 있다.

경북 예천 일연선사 모탑과 불상.

증도 본토박이 가이드 아저씨.


무주 나제통문.

김천 직지사 성보박물관.


문화유적 오류 우리가 바로잡는다 

 '박찾사는 단순히 문화유적 답사에만 그치지 않고 답사지역의 안내문이 잘못됐거나 불편사항이 있으면 답사 후 각 지자체에 건의서를 보내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바로잡기도 한다. 경북 구미 황상동에 위치한 마애여래입상의 안내판에 보물 490호라 적힌 것을 보물 1122호로 바로 잡았고, 충남 당진군 안국사지의 석불입상 또한 보물 71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묵호자가 단양 향산사에서 입적했다는 안내문 또한 근거없는 내용이어서 이를 정정하게끔 했다.

 또 관광지나 문화유적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과소평가돼 있을 경우 탄원서를 아끼지 않았다. 진흥왕의 어머니 지소부인과 왕비 사도부인, 지증왕의 왕비 연재부인 등 삼국유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경북 경주 건천읍의 모량마을과 이 마을에 헛간으로 방치된 박목월 생가가 경주의 주요 관광권에서 벗어나 있음을 확인하고 경주시에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여기에 모량마을과 차로 5분 거리의 여근곡과 금척리 고분군을 묶으면 새로운 관광지가 될 것으로 제안했다.

 전남 화순의 임대정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원림의 기본이 되는 수종을 심으면 영양 서석지, 담양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한국의 4대 정원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군에 건의하기도 했다.

 장 대장은 "춘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북 남원군이 가묘까지 만든 것처럼 전국 지자체가 명소를 만들어내지 못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마당에 지역의 잠재력 있는 숨은 명소를 내버려둔다는 것은 지자체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 전통찻집 명가혜.

춘천 닭갈비집.


'박찾사'가 추천하는 코스 베스트 3 

 300회를 이어져오는 동안 다시 한 번 소개하고픈 문화유적 답사 코스를 장 대표에게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경북 군위 석굴암 삼존불상(국보 109호)~대율리 석불입상~인각사~병산서원~삼수정~삼강주막~의성 대곡사 코스는 산수유가 피는 이른 봄에 좋고, 문경 봉암사~선유동계곡~낙영산 공림사~상주 성불사~상오리 7층석탑과 장각폭포는 부처님 오신 날의 필수 코스.
 호남 지역의 나주 죽림사~다보사~나주향교~동문석당간~서문석등~북문 3층석탑~반남고분군~나주 칠천리 7불석상 석불입상~화순 운주사는 요즘처럼 겨울에 아름다움의 진면목을 드러낸다고 했다. 문의 (051)463-9009

'박찾사' 장순복 답사대장 인터뷰

"숨어 있는 한국석탑 1인치의 미학
 전 세계 어느 유적보다 아름다워"

 '박찾사' 장순복(56·대륙항공여행사 대표, 아래 사진) 답사대장은 30여 년 동안 여행업에 종사한 지역 여행업계의 마당발이다.


지역 방송국에서 여행 길라잡이로 활동하고 있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여행기와 칼럼을 쓰고 있다. 부산 관광의 미래 등과 같은 토론회가 열리면 업계 대표로 현장의 목소리로 훈수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세계 7대 불가사의와 세
계문화유산 등을 비롯하여 국내에서 관광객이 공식적으로 갈 수 있는 국가는 전부 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세계를 섭렵했다. 그런 그가 우리 땅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적에 천착하는 이유가 뭘까.
  "1970년대 후반 우연히 부산시립박물관의 후원회 격인 부산박물관회에 가입한 후 박물관에서 각종 강좌를 들으면서 우리 고국산천 문화유적의 진면목을 뒤늦게 깨닫게 됐지요."

 그는 "한국인들이 이를테면 절도 아닌 폐사지의 허물어질 듯 한 조그만 석탑에서 숨어있는 1인치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를 널리 알리게 됐다"고 했다.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300회쯤 발품을 팔았는데 더 갈 곳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300회 아니 500회쯤 더 갈 곳이 남았다.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너무 문화유적지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항간의 지적에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그게 고민입니다. 문화유적 중심으로 치우치면 대중성이 떨어져 일반인들이 잘 찾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동진도 아침고요수목원도 가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늘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돈 문제도 간과할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후원자나 후원기업도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관광지와 문화유적지를 섞어 코스를 짜고 있습니다. 현실과의 접점 찾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관련 글

300회 답사 위업 앞둔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박찾사)(1) http://hung.kookje.co.kr/527


"매주
발길 닿는 곳마다
'박물관'이 된다"


2002년 결성 후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

음지의 전통문화 명장들도 널리 알리고
싸고 맛있는 향토식당 발굴은 보너스

 
 4, 5년 전쯤으로 기억됩니다. 삽상한 가을바람이 그리워 일요일 이른 아침 나 홀로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이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 교차했지만 대자연으로의 일탈이 안겨다줄 기대감은 이를 충분히 벌충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랬습니다.

 행선지는 물 좋은 고장 경북 예천(禮泉).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은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와 세금 내는 부자나무 석송령 그리고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천년고찰 용문사의 보물 윤장대를 보는 데까지는 차분하게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황금들녘 한가운데 우뚝 선 개심사지 오층석탑에서 예상치 못한 낯선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탑의 비례감이나 상승감을 두고 미추(美醜)를 잠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 기단부와 몸돌에 새겨져 있는 문양 등을 놓고 거의 전문가급 수준의 난상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주최 측의 만류로 끝이 났지만 좀체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이후 버스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한 꼬불꼬불 비포장 길을 20여분 올라 다시 10분쯤 걸어 다다른 곳은 거의 허물어져 가는 조그만 절집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볼거리가 숨어있기에 이 고생을 하는지 호기심과 한편으로 오기를 품고 조촐한 법당으로 따라가보니 조그만 녹슨 철불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참가자들은 경상도에선 보기 드문 철불이라며 신주단지 모시듯 요리조리 살펴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더군요.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이상한 화성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2월 202차 서도답사 때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장순복 답사대장이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앞에서 본존불과 협시불에 비치는 햇살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산마애삼존불은 1년 중 동짓날 단 하루만 본존불과 협시불의 얼굴에 햇살이
                정면으로 비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한다.
사진제공=안의경·박찾사 회원

 부산 지역 대표적 답사단체인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하 '박찾사')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문화유적답사는 오랫동안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지 않습니까. 부산에서 문화유적답사가 대중화된 것은 부산시립박물관의 후원회 격인 부산박물관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지난 1978년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부산에는 몇몇 문화유적 답사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만 2002년 결성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만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은 1800명.

 '박찾사'의 답사대장은 대륙항공여행사의 대표인 장순복(56) 씨. 그는 '박찾사'의 모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주더군요.
 "전 국토가 노천박물관이라는 사실과 아직도 음지에서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무명의 명장들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곰팡내 나는 문헌이나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자료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싸고 맛있는 향토식당 발굴도 저희들의 몫이지요."

 '박찾사'의 답사에 동행하면 이동 장소마다 지역 문화원의 향토사학자, 고택의 종손, 문화유산해설사 등 비록 감투는 없지만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 사학자들을 곧잘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사실 주말이면 모객을 통해 유명 관광지로 떠나는 단체는 아주 많습니다.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봄 진달래,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눈꽃, 이 정도가 주요 레퍼토리 아니겠습니까.

 '박찾사'와 같은 전문 답사단체가 매주 떠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동선으로 연결해야 되는 문화유적의 코스 짜기도 힘겨운 데다 A4 용지 10장 안팎의 자료집까지 만들어야 하는 노력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향토 맛집까지 발굴해야 하니까요. 문화유적을 찾아, 그것도 매주 발품을 파는 답사단체는 전국에서 '박찾사'가 유일하답니다. 통상 문화유적답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요.

 장 대장에게 매주 답사를 떠나는 이유를 물어보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기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임합니다."

 이런 '박찾사'가 오는 23일로 답사 300회를 맞습니다. 때론 적자를 감수해가며 이뤄낸 성과이기에 주변에선 의미있는 기록이라고들 합니다. 300회 특집 땐 충남 보령의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과 국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를 보유한 성주사지, 부여 무량사, 국립공주박물관 등을 둘러봅니다. 당분간 깨지기 힘든 300회 기록을 이뤄낸 '박찾사'의 저력을 속속들이 해부해 보았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관련 글

 "숨어 있는 1인치의 미학 발견하는 기쁨 느껴 보셨나요"-박찾사(2) http://hung.kookje.co.kr/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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