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가볼 만한 여름 계곡산행지

산길따라 물길따라 시름잊고 쉬어가세
  

절기상으로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가 지났건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왜 이리 더울까.
여전히 시원하고 한적한 곳이 그립다. 튜브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타고도 싶고 그늘진 원두막에 누워 시원한 과일도 먹고 싶지만 산꾼이라면 계곡이 있는 산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 했던가. 계곡 산행이야말로 이 고사성어의 현대판 버전이 아니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신 문물이 옛 것을 몰아내는 요즘 여름휴가만은 옛 선비의 그것이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듯하다. 여기에 보석같은 산길이 열려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국제신문 산행팀은 휴가철을 맞아 그동안 소개했던 산행지 중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가볼 만한 알짜배기 계곡산행지만을 엄선, 간략하게 소개한다.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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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폭포 바로 아래 위치한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제2폭포와 구유소. 구유소는 선녀를 태우고 온
      용마가 물을 마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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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폭포와 선녀탕.


국내 도립공원의 효시인 금오산 하면 흔히 구미에서 올라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과 물소리가 산을 울릴 정도로 우렁차다는 명금폭포를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산행팀은 칠곡의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으로 올랐다. 칠곡까지 가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그리 힘들지는 않다.

금오동천은 들머리에서 7분이면 계곡에 다다른다. 이때부터 제4, 3, 2, 1폭포와 벅시소 용시소 구유소 선녀탕이 연이어 나타난다.

특히 제1폭포는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했다 해서 눈물폭포라 불린다. 또 선녀탕은 선녀가 목욕하던 곳, 구유소는 용마가 물을 마신 곳, 용시소는 용마가 몸을 씻은 곳이다. 
 
8부 능선쯤 오르면 산속에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가 있다. 습지로 조선시대 땐 외적의 침입에 대비, 3500명의 군사가 주둔했다 전해온다. 금오정이란 샘도 있다.

정상 바로 아래 절벽 사이에는 약사암이 있다. 낙동강과 구미시가 한눈에 펼쳐지며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하산길에도 부처바위 석굴법당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계곡에서 더위를 씻고 시간을 보내려면 산행팀이 오른 코스의 역순으로 올라도 상관없다. 〈근교산 & 그너머 585회〉


#함양 영취산 부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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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용소와 너른 암반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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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이면 아이들이 암반 미끄럼틀을 타는 이곳이 가장 인기를 끈다.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및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도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돼 있지 않다.
   
 
올 여름 산행팀이 발굴한 최대의 성과이다. 부전계곡을 품은 산은 영취산. 백두대간이 정맥 하나를 풀어 놓는 지점으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이기도 하다.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된 부전마을을 지나면 만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부계 전병순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 그의 흔적은 계곡 입구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민가 두 채를 지나면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를 만난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이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슬라이드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백두대간에 올라서면 조망도 빼어나다. 이웃한 백운산을 비롯 장안 괘관 황석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행 중엔 또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고사리재도 지난다. 지금까지 육십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산행에서 산행팀이 발굴했다. 〈근교산 & 그너머 578회〉   
 
#포항 천령산 청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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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골 최고의 폭포로 알려진 연산폭포. 30m 높이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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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만나는 은폭.


보경사계곡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여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유명 계곡산행지 중 하나. '경북의 금강'이라 불리는 청하골은 내연산(삼지봉) 향로봉 매봉 삿갓봉 천령산(우척봉) 문수봉 등 6개의 봉우리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여 있다. 4㎞여에 걸쳐 무려 12개의 폭포가 있어 일명 '12폭포골'로 불리기도 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넓은 소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 그리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소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보경사를 거쳐 산길은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두 가닥의 물줄기가 떨어져 일명 쌍폭이라 불리는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을 거쳐 청하골 최고의 폭포로 불리는 연산폭포까지는 대략 2.7㎞. 높이 30m인 연산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후부턴 능선길을 올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정상에 서면 내연산 동대산 향로봉 무수봉 및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길에선 시명폭 실폭 복호2폭 복호1폭 은폭을 본 후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 바로 그 지점으로 내려와 앞서 본 상생폭에서 연산폭포에 이르는 7개의 폭포를 다시 보며 원점회귀한다.

참고 사항 하나. 폭포 이름을 알리는 안내판이 일부 없어 상생폭 보현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등 6개 폭포만 정확하게 확인 가능하다. 〈근교산 & 그너머 540회〉


#밀양 구만산 통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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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만폭포.


 계곡산행지의 고전으로 불리는 구만산은 평소에는 잘 찾지 않다가도 여름철만 되면 성지순례 떠나듯 전국에서 모여드는 전형적인 여름산이다. 해발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고 전망 또한 수목에 가려 온전치 못하지만 빼어난 계곡 덕택에 여름이면 이런 기현상이 발생한다.

밀양 산내면과 청도 매전면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구만산 산행은 대개 구만폭포가 위치한 통수골로 올라 가인리 가인계곡으로 하산한다. 이럴 경우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되는 구간에서 아마도 70%쯤이 계곡인 그야말로 맞춤형 계곡산행이 완성된다.

구만산 최고의 절경은 뭐니뭐니해도 구만폭포. 4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여름이면 남녀 구분없이 어른들의 물놀이 장으로 변모한다.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에는 10여 명이 물장구를 치며 나이를 잊은 채 동심으로 돌아간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의 최고 수심은 어른 키보다 더 깊다.

하산길의 가인계곡은 통수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픈된 통수골과 달리 가인계곡은 숲에 가려 물소리만 들릴 뿐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아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 소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이 때문에 여타 계곡에 비해 아직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봉의저수지를 거쳐 내려오면 입구엔 인골산장(055-353-6531)이 있다.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오리구이 닭백숙 흑염소 등이 주메뉴이다. 〈근교산 & 그너머 493회〉
   
 
#거창 덕유산 삿갓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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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삿갓봉도 구만산처럼 들머리와 날머리가 모두 계곡과 함께 하는 전형적인 여름산행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작은 폭포와 어른들도 수영이 가능한 너른 소, 선녀들이 목욕을 했을 법한 타원형 욕조모양의 웅덩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변의 병풍바위와 울창한 숲이 산행 내내 이어져 산행을 왔는지 유람을 왔는지 착각할 정도.

산세도 빼어나다. 밧줄을 타고 올라야만 하는 암벽과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곳곳에서 만나는 야생화는 한순간도 무료함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들머리는 덕유산의 거창 쪽 베이스캠프 격인 황점. 황점에서 삿갓봉~월성재~월성계곡~황점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산길 월성계곡은 거창의 계곡 중 으뜸으로 칠 정도로 경관이나 유량면에서 빼어나다. 월성재에서 장수군 토옥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현재 비법정 탐방로로 지정돼 있다. 참고하길. 〈다시 찾는 근교산 350〉
   
 
#밀양 가지산 쇠점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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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점골 상류의 조그만 폭포와 너른 소. 이 소는 어른 키보다 깊다.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은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다섯 개나 품고 있다. 심심이골 용수골 석남사계곡 학심이계곡 그리고 쇠점골.

오천평반석이 위치한 쇠점골은 접근이 빼어난 데다 주변에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호박소와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이 위치해 있어 부지런히 발품만 판다면 일거삼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쇠점골과 하산길인 용수골은 오래 전 밀양 산내 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 쇠점골이란 이름은 석남고개를 오르내리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 전해온다. 초창기 산꾼들이 많이 애용했지만 석남터널이 생기면서 도로를 한번 건너야 하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뜸한 편이다. 이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쇠점골에는 알려지지 않은 넓고 깊은 소가 여럿 있어 어른들이 수영을 할 수도 있다. 〈근교산 & 그너머 495회〉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12폭포 걸려 있는 포항 천령산 청하골(일명 보경사계곡)

4㎞ 걸쳐 연산폭 등 12폭포 절경
산행내내 시원한 바람 부는 그늘
향로·삿갓봉 등 주변산 조망 가능
'산·계곡·바다' 삼박자 갖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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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골 최고의 폭포인 연산폭포. 30m 높이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번 주 산행지는 경북 포항시 천령산 청하골. 천년고찰 보경사에서 출발해 흔히 보경사계곡으로도 불리는 청하골은 내연산(삼지봉) 향로봉 매봉 삿갓봉 천령산(우척봉) 문수봉 등 6개의 봉우리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져 있다.

흔히 이 봉우리들은 모두 내연산군으로 분류되지만 유독 천령산만 개별 봉우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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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산폭포 바로 아래 위치한 관음폭포. 연산구름다리를 지나면 연산폭포가 바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창우 대장은 "천령산은 조선 후기까지 신구산(神龜山) 또는 하늘같이 높다 하여 하늘재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천령산으로 바뀌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그런 것 같다"며 "하지만 주능선이 연결돼 있는 데다 산세 또한 유사해 내연산군으로 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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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쌍폭이라 불리는 상생폭포(왼쪽)와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기암절벽.


경북의 '금강'이라 불리는 청하골은 4㎞여에 걸쳐 무려 12개의 폭포가 있어 일명 '12폭포골'로 불린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넓은 소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 그리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소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산행은 포항 청하면 보경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버스 종점)~보경사~청하골계곡(상생폭~보현폭~보현암~무풍폭~관음폭~연산폭포)~비하대~우척봉 삼거리(음지밭뚝)~천령산 우척봉(770m)~삼거리 이정표(시명리 방향)~계곡(청하골 상류)~잇단 너덜~흔들다리~은폭~우척봉 삼거리(음지밭뚝)~보경사~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10분 안팎. 여름산행치고는 꽤 길지만 오를 때와 하산할 때 계곡과 나란히 걷는 데다 산길 또한 시종일관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여기에 일부 능선길에선 동해바다의 넘실대는 파도가 바로 보여 '산·계곡·바다'의 3박자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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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보경사까지는 걸어서 대략 12분. 노송의 운치가 시선을 끌지만 진입로가 짧은 것이 흠이다. 입구의 감로수를 한 잔 들이키고 잠시 경내를 둘러보자. 불국사 말사인 보경사는 현재 설법전 해체 복원불사가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하다.

등산로는 절 좌측. '연산폭 2.7㎞, 향로봉 7.9㎞'라 적힌 이정표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200m쯤 뒤 서운암 입구를 지나면서 청하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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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암 갓바위(왼쪽)와 산행 도중 바라본 보경사와 광활한 동해바다.

 
12폭 중 첫 폭포는 상생폭포.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 아래 두 가닥의 물줄기가 떨어져 일명 쌍폭이라 불린다. 절에서 30분 걸린다. 보현폭은 10분 뒤 안내판을 먼저 만나지만 정작 폭포는 보이지 않는다. 5m쯤 더 가야 비로소 좌측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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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을 지나면 만나는 천령산 안내판(왼쪽)과 천령산 정상인 우척봉.

10분 뒤 산내 암자 보현암. 절집이라 입구에 예의 상사화가 피어 있고 경내에는 수국이 객을 맞는다. 샘터가 있으며 암자 뒤 1분 거리엔 갓부처가 조성돼 있다.

되돌아가지 않고 진행 방향으로 간다. 8분 뒤 쇠줄이 둘러쳐져 있는 지점 한 편에 연산폭포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혼돈하기 쉽지만 쇠줄 인근 폭포는 무풍폭이다. 연산폭은 머리 위 현수교를 건너면 만나며 두 줄기의 관음폭은 눈앞의 조잡한 다리 쪽으로 가야 잘 보인다. 주변 소나무가 걸린 학소대의 경관도 무척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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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때 만나는 은폭포. 연산폭포 상류에 위치해 있다.


우선 계단을 올라 연산구름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연산폭은 청하골 최고의 폭포답게 30m 높이에서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며 연산구름다리 아래의 관음폭 주변엔 억겁의 세월 동안 차별 침식을 받은 듯 여러 개의 굴이 형성돼 신비감을 자아낸다.

연산폭에선 더 이상 전진이 안돼 다시 내려와 계류를 건너면 좌측에 등로가 열려 있다. 에돌아 올라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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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경내와 홑왕원추리.

 
꽤 험해 밧줄이 걸려 있다. 오르막 끝 '빙방사'라 적힌 팻말이 위치한 곳은 비하대이며 동시에 갈림길.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또 갈림길. '등산로'라 적힌 팻말을 따라 가면 이내 우척봉 삼거리, 일명 음지밭뚝이다. 직진하면 연산폭 상류의 은폭포와 향로봉 방향, 산행팀은 은폭포의 경우 하산길에 보기로 하고 왼쪽 우척봉으로 오른다. 고된 된비알의 연속이지만 애오라지 그늘진 외길이라 힘을 덜어준다. 40여 분 뒤 급경사 오름길이 끝나며 작은 봉우리에 선다. 그간 안 보이던 안내 리본도 제법 눈에 띈다. 동시에 갈림길. 좌측으로 가면 내연산군을 조망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둘 있다. 왼쪽 전망대에 서면 정면 내연산 삼지봉, 그 우측 뒤로 동대산, 삼지봉 좌우측으로 각각 향로봉과 문수봉 및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하골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 끄트머리 전망대에선 발아래 보경사와 정면으로 보경사 주차장으로 떨어지는 용치등 능선과 역시 동해바다가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 비교적 평탄한 능선이 한동안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2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방금 전 본 용치등을 타고 내려서는 보경사 주차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 우척봉(1.2㎞) 방향으로 간다.

10여 분 뒤 헬기장과 천령산을 소개하는 대형 입간판을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천령산 우척봉 정상. 반듯한 자연석인 정상석엔 '牛脊峯'이라 적혀 있다. '소 우 자'에 '등뼈 척 자'로 소 잔등처럼 생겼다는 의미이다.

자연석에 서서 남쪽으로 뒤돌아보면 전망대 뒤쪽이 내연산수목원이며 전망대 왼쪽 앞이 삿갓봉, 그 뒤 높은 산이 비학산, 전망대 우측 둥그스럼한 것이 매봉, 그 뒤 괘령산, 다시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확인된다.

정상에서 하산로는 두 갈래. 정상석 왼쪽으론 삿갓봉을 거쳐 내원산수목원, 산행팀은 정상석 우측 삼거리(시명리) 방향으로 간다. 10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선 우측 시명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여 분 뒤 너덜과 쓰러진 나무를 가로질러 급경사 내리막을 힘겹게 20분 정도 걸으면 청하골 상류에 닿는다. 바로 계곡을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지도상의 삼거리를 지나 내연산수목원 가는 길,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로 간다. 곧 작은 능선으로 힘겹게 올라서면 갈림길. 왼쪽은 오래 전 화전민이 거주하던 시명리에서 올라오는 길, 우측길을 택한다.

이내 갈림길. 왼쪽 내연산 삼지봉으로 이어지는 밤나무등 코스 대신 우측길을 택한다. 2분 뒤의 갈림길에서도 역시 우측으로 간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가면 계류에 닿는다. 청하골 지류로 실폭이 있는 잘피골이다. 우측으로 시명폭포가 위치해 있다. 산행팀은 바로 계류를 건너 산허리를 타고 복호 1·2폭포 쪽으로 향한다.

잇단 너덜을 지나 10분이면 다시 계류와 만난다. 나무에 걸린 '계곡횡단'이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류를 건넌다. 7분 뒤 심하게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 계류와 나란히 12분쯤 걸으면 마침내 은폭.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하산길의 피로를 싹 가셔준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류를 따라 등로를 두어 번 오르내리면 계류에 내려서고, 다시 계류를 건너면 이내 사실상 산행이 시작됐던 우척봉 삼거리인 음지밭뚝. 여기서 왔던 길로 내려서면 보경사까지 대략 1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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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떠나기전에-12폭포 안내판 일부 없어 아쉬움 남아

4㎞에 달하는 청하골은 알려진 대로 계곡을 따라 12개의 폭포가 있다. 하류에서부터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복호1폭 복호2폭 시명폭과 청하골의 지계곡 중 하나인 잘피골의 실폭이 바로 그것이다. 순수하게 청하골만 따진다면 11개인 셈이다.

산행팀이 이번에 직접 확인한 것은 상생폭 보현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등 6개. 보경사에서 2.7㎞ 떨어진 연산폭까지는 관광객들이 쉬이 다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삼보폭과 잠룡폭의 경우 폭포의 규모가 작더라도 팻말 하나쯤은 세워뒀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호1·2폭은 등산로와 계곡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물리적으로 볼 수 없었으며 시명폭과 실폭 또한 정확한 위치 표시가 없어 확인할 길이 없었다.

문화재 관람료도 문제다. 올 초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이후 조계종 산하 각 국립공원 사찰들의 문화재 관람료가 최고 43%까지 인상돼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불국사의 말사인 보경사까지 2000원씩이나 되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이는 통행세가 아니기 때문에 문화재를 보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보 하나 없고 변변한 유물전시관도 없는 보경사가 이처럼 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날 청하골을 찾은 산꾼들의 불만이다. 실제로

산행팀은 사찰측과 산꾼들이 관람료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수 차례 목격했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에 따르면 현 문화재보호법 제39조에는 국민들이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한다.


#교통편-노포동서 포항행 버스 10분 간격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5분 걸리며 요금은 7000원. 포항터미널 인근에서 보경사행 500번 좌석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9시20분, 10시50분, 낮 12시30분에 출발한다. 1500원. 정류장은 터미널에서 나와 길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날머리 보경사 주차장에서 포항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 5시, 6시3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포항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7번 포항~울진 포항 위덕대 7번~울진 영덕 28번-포항시내 우회도로(이쯤에서 포항 7번 국도는 포항시내로 들어가는 것임)~위덕대 지나~울진 영덕~송라 보경사~보경사 주차장 순.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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