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1908~1967)은 부산과 적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우선 동래고보를 졸업했고, 22세 때 권재순 여사와의 결혼 후 1934년 부산으로 이주, 1년간 한 백화점에서 근무했다. 한국전쟁 땐 부산으로 피란, 경남문총구국대에 편입해 국군 제3사단 소속으로 종군했다.

 교편은 1937년 통영협성상업학교에서 잡기 시작해 1952년 함양 안의중학교 때 처음 교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경주 대구 등지를 거쳐 1963년 7월 부산 경남여고 교장으로 부임하며 부산에 정착했다. 이듬해 부산문인협회 회장을 맡았다. 1965년 영도 남여상(현 부산영상예술고)으로 옮긴 뒤 60세 때인 1967년 동구 좌천동 앞길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죽기 한 달 전 부산문인협회 회장에 재선됐고, 예총 부산지부장까지 맡았다.

 살아 생전 청마는 교가도 많이 지었다. 통영초등 통영고 통영여고 둔덕중 대구여고와 부산고 동래고 등등. 시비는 국내 시인 중 가장 많다. 만인의 연인이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부산에도 5개의 시비가 있다. 에덴공원과 동래고의 '깃발', 남여상과 부산진역 앞 수정가로공원의 '바위', 용두산공원의 '그리움' 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동래고 '깃발'

에덴공원 '깃발'



용두산공원 '그리움'

부산영상예술고(옛 남여상) '바위'



■"교장선생님이 아닌 시인으로 대했다"

청마를 교장으로 모신, 그래서 청마를 잊지 못하는 경남여고 35기 동기생들이 강갑회 교감과 함께 모자상 앞에서 청마를 떠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허정임, 백월아, 남용강 씨.

지난 20일 오후 동구 수정동 경남여고 역사관. 머리 희끗희끗한 초로의 여성들이 모처럼 자리를 함께했다. 남용강 백월아 허정임. 올해 65세인 이들은 경남여고 35기 동기생으로, 청마 유치환이 교장으로 부임할 때 3학년이었다. 남 씨는 당시 학생회장이었고, 백 씨는 교장과 평교사로 13년간 모교에 근무했다. '문학소녀'였던 국어교사 출신인 허 씨는 청마를 가장 잘 기억했다. 그들은 "청마로부터 졸업장을 받은 두 기수 중 처음이었다는 사실이 우리 생애에 큰 행운이었다"며 소녀처럼 자랑했다.

 "여름에는 노타이로, 평소에는 베레모 비슷한 모자를 자주 쓰셨던 청마 선생님은 저희에게 '공부하라' 대신 '책을 많이 읽어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후 열린 어느 조회시간에선 수상자의 시를 낭송한 후 해설까지 해주신 로맨티스트였기도 했어요."

 허 씨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청마를 교장선생님이라기 보다 흠모의 대상으로 여겼다"며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교장실을 찾았다"고 기억했다.

 부임한 그해 겨울 청마는 수필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를 발간했다. 책을 구입한 몇몇 학생이 교장실을 찾아 사인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후 교장실 앞은 한동안 쉬는 시간이면 길게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일기도 했다.

 청마와 함께 찍은 사진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나무와 꽃을 관찰하며 유난히 교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청마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전속 모델이었다. 이날 허 씨와 백 씨는 오랫동안 고이 간직한 빛바랜 흑백 사진을 갖고 왔다. 백 씨는 "경여고 학생이라면 대부분 모자상 등 교내에서 청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갖고 있다"며 "그때 왜 팔짱을 못 끼고 찍었는지 아쉽다"며 활짝 웃었다.

 청마 선생을 두고 당시 조순(시인) 국어선생은 수업시간에 농담으로 이런 말씀을 자주 했다 한다. "저렇게 멋있는 분을 두고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공부만 하는 이 둔한 녀석들아!" 47년이 지난 지금도 청마는 여전히 그들에겐 영원한 노스텔지어였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는 말년 객지 생활 10여 년을 빼놓고 대부분을 고향인 통영에서 보냈다. 물론 젊은 시절이었던 일제강점기 때 평양 만주 부산 등을 잠시 전전하기도 했지만 그의 삶의 뼈대는 누가 뭐라해도 통영이었다.

 통영에서 청마의 발자취는 통영중앙우체국에서 가장 많이 묻어난다. 마흔을 바라보던 청마는 아홉 살 연하의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1916~1976)에게 20여 년간 5000여 통의 연서를 보냈는데 5년여 이 우체국을 이용했다. 청마는 잘 나가는 시인 겸 통영여중 교사였으며, 경북 청도가 고향인 문재와 미모를 갖춘 정운은 남편과 사별 후 딸 하나를 둔 과부였다. 통영으로 시집 온 그의 언니집에 머물렀던 것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였다.

청마거리에 위치한 통영중앙우체국.

우체국 앞 우체통 옆엔 '행복' 시가 눈길을 끈다.


우체통 앞에서 보면 '시선집중'이라 적힌 옷집이 보인다.

길 끝나는 곳을 자세히 보면 초록색으로 적힌 '충무교회' 간판이 보인다.


 정운은 처음 수예점을 운영하다 이후 청마가 근무하던 통영여중 가사교사로 부임했다. 퇴근 후에도 수예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정운을 보기 위해 청마는 수예점이 훤히 보이는 우체국 창가에서 연서를 쓰고 또 썼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정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복)
 
'파도여 어쩌란 말이냐/파도여 어쩌란 말이냐/님은 뭍 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여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그리움)

 청마 사후 정운은 '탑'이란 시를 통해 그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너는 저마치 가고/나는 여기 섰는데/손한번 흔들지 못하고/돌아선 하늘과 땅/애모는 사리로 맺어/푸른 돌로 굳어라'

 지금 청마거리엔 정운도 청마도 없지만 당시 그들이 머물렀던 흔적은 남아 있다. 정운이 운영한 수예점과 그의 언니가 운영하던 약방 '박애당'은 우체국에서 바로 보이는 옷가게 '시선집중'터다.

 또 청마의 집필장인 영산장과 청마의 부인 권재순 여사가 운영하던 문화유치원(2000년 폐원)이 있던 충무교회는 우체국에서 세병관 방향으로 불과 50m 거리에 위 치해 있다. 도중 만나는 공영주차장은 두 사람이 가끔씩 찾던 옛 봉래극장 터다. 청마와 정운이 함께 근무한 통영여중은 충무교회에서 서문고개 방향으로 200m쯤 떨어진 붉은색 벽돌건물이다.

청마와 정운이 함께 근무했던 옛 통영여중 건물. 지금은 통영문화원이다.

청마거리 입구.


충무교회 내 옛 문화유치원.

충무교회 내 청마집필장인 영산장.

지금의 충무교회.


 통영시 문화예술과 김순철 문화예술담당은 "통영을 찾은 관광객 중 어디가 가장 인상적이었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청마거리라고 답한다"고 말해 통영에서의 청마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청마문학관은 청마거리에서 차로 10분 거리. 이곳에서는 청마의 유품과 각종 문헌자료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정운이 펴낸 서간시집 '사랑하였으므로…'와 '이영도 평전' 등 정운에 관한 자료와 사진도 보인다.

청마문학관 내부.

청마문학관 외형.

청마문학관 내 청마 흉상.


'멀지 않아 저 또한 당신 곁에 당신 모셔…'

'거제도 둔덕골은/팔대(八代)로 내려 나의 부조(父祖) 살으신 곳/적은 골안 다가 솟은 산방산 비탈 알로/몇 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거제시비공원 '바위'

거제시비공원 '낮달'

거제시비공원 내 청마흉상.


거제시비공원 '춘신(春信)'

거제시비공원 '동백꽃'


청마시비공원 시비와 흉상.

청마시비공원


 청마의 묘는 그의 시 '거제도 둔덕골'에서 밝힌 것처럼 선산인 거제 둔덕면 방하리 산방산 지전당골 산록에 위치해 있다. 묘지 입구 너른 터에는 청마 탄생 100주년 때인 지난 2008년 청마의 흉상과 함께 그의 역작 '행복' '깃발' '춘신(春信)' '행복' '바위' '낮달' '울릉도' '동백꽃' 시비가 너른 터를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다.

 청마의 묘에 서면 남으로 둔덕만과 한산섬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묘를 감싸고 있는 송림 뒤로는 산방산이 솟아 있다. 지관이 아닐지라도 명당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까이로는 둔덕면 어귀 방조제 둑과 마을을 연결하는 청마교와 청마 고향시비동산이 보인다.

청마 부부묘. 승학산과 백운공원묘지 때의 묘비도 함께 모셔 놓았다.
청마 부모 합장묘.

청마 부친 유준수는 천주교 신자였다.

청마가 모친에게 바친 사모곡.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청마는 원래 부산 승학산 기슭에 묻힌 후 동아대 하단캠퍼스 확장공사 때인 1981년 경남 양산 백운공원묘지로 이장됐다. 이후 그가 쓴 '멀지 않아 저 또한 당신 곁에 당신 모셔…"라는 '사모곡'의 바람대로 지난 1997년 이곳으로 옮겨 모셔져 있다. "그토록 목숨같은 사랑인데 어찌하겠어요"라고 살아 생전 대범하게 청마와 정운의 관계를 인정한 조강지처 권재순 여사의 묘와 함께. 청마의 부모 묘는 바로 옆에 합장돼 있다. 그 앞에는 청마가 쓴 '사모곡'이 오석에 음각돼 있다.
경남 양산 백운공원묘지를 찾은 청마의 조강지처 권재순 여사와 청마의 벗 박노석 시인.
정운 이영도의 오빠인 시조시인 이호우의 경북 청도 시비를 찾은 문인들. 우측이 청마, 앞줄 가운데가 정운.

 청마 탄생 100주년에 맞춰 개관한 2층 규모의 청마기념관에는 청마의 사진,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서신, 교원 발령증 등 250여 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거제청마기념관

거제청마기념관 외형

거제청마기념관 앞 청마시비와 청마.


출생지와 친일 논란…그를 위한 변명
언제부턴가 친일문제와 출생지를 논하지 않고선 청마를 제대로 다룰 수 없게 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취재 도중에도 이를 여실히 느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청마와 관련,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어 팩트만을 간략하게 전한다.

 우선 친일 문제. 지난해 11월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홍난파 안익태 박정희 등 4389명을 친일 인물로 발표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청마와 관련해선 공청회까지 열어 갑론을박 했지만 결국 청마는 친일 논란에서 빠졌다.

 다음은 출생지 문제. 지난 2004년 대법원 민사소송 상고심 재판부는 "청마의 출생지는 거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통영의 손을 들어주었다. 청마의 세 딸이 거제 측 원고였으며, 피고는 통영시장이었다. 이와 관련, 남송우 부경대 국문과 교수는 "이 재판에서 원고는 '청마의 출생지가 통영시 태평동'이라고 적힌 통영 청마문학관의 청마 연보를 삭제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출생지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었으며, 이는 법원에서 판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다.

탄생 102주년 청마의 발자취 상편(교장선생님 청마는 당시 여고생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http://hung.kookje.co.kr/497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롯데스카이힐 제주CC

언더 스코어는 극히 일부, 대부분 오버파 
5년 전 조성 때부터 국내외 대회용 목적
지난해 국내 10대 명문 골프장으로 선정
벙커·해저드 심리적 압박…바람도 복병
한라산 산방산 서귀포 바다 주변 풍광 황홀


 
롯데 스카이힐제주CC의 설계자는 미국의 100대 골프장 중 13개를 만든 세계적 거장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그는 설계에 이어 감리까지 마친 후 사석에서 "그룹 총수가 전권을 주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멋진 골프장을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해 원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쁜 마음으로 골프장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도만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미PGA 챔피언십 대회가 열리는 페블비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장에 버금가는 국제 대회용으로 골프장을 조성한 것.

트렌트 존스 주니어는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비교적 평탄한 해발 250~300m의 목장 부지에 벙커와 해저드를 적재적소에 배치, 골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좌우로 휜 도그레그홀과 한라산의 영향을 받아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제주 특유의 그린을 완성했다. 그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포대그린 및 2, 3단 그린으로 파도치듯 화룡점정을 찍어 프로 선수라도 잠시 긴장의 끈을 놓으면 보따리를 싸야 할 정도로 까다롭게 만들었다.

페어웨이도 좌측 또는 우측으로 흐르면서 동시에 언듈레이션이 살아 숨 쉬도록 설계해 티 샷 및 세컨 샷의 정확성과 방향성을 동시에 요구했다.
   
 
최원영 고객서비스 팀장은 "지난 2005년 4월 개장한 이래 KLPGA 대회가 열렸던 초창기 3년 동안은 그린의 라이와 라인 그리고 바람 등 골프장의 환경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하우스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하지 않으면 그린재킷은 언감생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린 공략이 우승의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열렸던 KLPGA 투어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도 올 시즌 상금 랭킹 순으로 참가한 64명의 선수 중 3R 합계 언더 스코어를 적어낸 선수는 서희경 이정은 편애리 프로 등 3명에 불과했으며, 27위부터는 싱글 수준에 못 미치는 10오버를, 48~61위는 90대를, 그리고 밑에서 3명은 100타를 넘길 정도였다. 참고로 지난해 열린 이 대회에선 우승자 서희경 프로가 유일하게 언더(-2) 스코어를 제출했다. 한마디로 프로도 울고 가는 골프장인 셈이다.

그럼 여자 프로선수들과 같은 화이트티를 사용하는 아마추어 주말골퍼들의 스코어는 어떨까.

골프장 측이 전하는 뒷얘기 둘. "개장 첫 달에는 회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았어요. 이유는 단 하나.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죠. 이곳은 적어도 네댓 번은 라운드를 해야 조금 감이 잡히죠. 70~80대를 치는 골퍼들에겐 아주 재밌게 다가오지만 초보자나 90대 후반의 하수들은 사실 좀 버거운 편입니다." "한번은 70대 후반의 스코어를 가진 싱글핸디캐퍼 4명이 처음 라운드를 했는데 결과는 모두 평소 자신의 스코어보다 10~15개 더 많이 쳐 고개를 숙였죠."

이날 동반 라운드를 한 최 팀장은 "힐 2번 정도가 소위 말하는 서비스홀이며 나머지는 다른 골프장 같으면 모두 핸디캡 1, 2 정도 될 만큼 까다롭다"며 "과연 소문만큼 어려운지 직접 찾아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해보기 안성맞춤인 골프장"이라고 말했다.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롯데 스카이힐제주CC는 제주만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골프장이다. 남쪽으로 에메랄드빛 서귀포 앞바다와 산방산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어깨 너머 북으론 한라산이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다. 여기에 페어웨이를 따라 삼나무 숲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곳곳에는 금빛 억새군무와 이국적인 야자수 그리고 제주도의 화산암을 활용한 돌담과 넉넉한 개울이 마치 소공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여기에 페어웨이는 모두 한지형인 벤트그래스를 심어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한다. 워낙 경관이 빼어나 볼이 잘 맞지 않더라도 골프장 주변의 풍광 구경만으로 위안이 되는 그런 골프장이다.  

여자프로들도 울고 간 힐 및 오션 코스

총 36홀(퍼블릭 9홀)로 제주 최대 규모인 롯데 스카이힐제주CC는 크게 오션, 스카이, 힐, 포레스트 코스로 구성돼 있다. 오션 및 스카이 코스는 바다 경관이 빼어나고, 힐 및 포레스트 코스는 숲이 울창하다.

이번 취재는 골프장의 메인 코스인 힐 및 오션코스에서 이뤄졌다. 이 코스는 지난달 열린 ADT 캡스 챔피언십 대회의 코스이기도 하다.

오션 코스는 3338m(3651야드), 힐 코스는 3272m(3573야드)로 두 코스의 전장은 6610m(7224야드)로 영남권에서 가장 전장이 길다는 통도 남코스(6735m)에 비해 거의 손색이 없다. 상대적으로 짧은 힐 코스는 티 샷의 방향성이 아주 중요하고, 오션 코스는 파도치는 듯한 2, 3단 그린으로 인해 퍼팅이 곤혹스럽다. 여기에 제주도 특유의 겨울 바람까지 불면 주말골퍼들은 사실 막막하다.

우선 모든 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벙커와 해저드에 의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지만 막상 볼이 떨어진 지점에 가보면 여유 공간이 제법 있다. 이 점이 주말골퍼들을 어렵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까다로운 홀은 힐 1번, 힐 3번, 오션 5번, 오션 7번홀.

여자 프로들에게도 마의 홀로 통하는 힐 1번홀.

 우선 파5, 핸디캡5, 화이트티 441m인 우 도그레그형인 힐 1번홀은 여자 프로들에게도 마의 홀로 통한다. 지난달 열린 대회에서도 참가 선수의 평균 타수가 5.92타를 기록할 정도로 가장 어려웠다.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종잡을 수 없는 3단 그린. 오르막 3단이면서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르는 이곳에선 핀이 흐르는 라인상에 있을 때 바로 넣지 못할 경우 볼이 굴러 에지까지 이른다. 만일 어프로치 샷을 길게 쳤을 경우엔 정답이 없을 정도로 어렵다. 트리플 보기도 속출해 보기를 해도 기뻐해야 되는 홀이다.

힐 3번홀.

파4, 핸디캡2, 화이트티 333m인 약간 좌 도그레그형인 힐 3번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앞바람이 심한 이 홀의 좌측에는 너른 호수가 페이웨이 쪽으로 튀어나와 있고, 우측 눈앞 150m 지점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우선 티 샷에서 주눅이 든다. 세컨 샷 또한 좌측 호수가 시야에 들어와 이를 의식하다 보면 그린 우측 벙커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이럴 경우 안전하게 3온 공략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린 또한 좌우가 높아 중앙으로 수렴되는 형국이어서 핀의 위치에 따라 어프로치 공략 지점도 달라야 한다. 이 홀 또한 지난달 열린 대회에서 평균 타수가 4.49타로 프로들을 농락했다.

아일랜드홀인 오션 5번홀.
오션 5번홀의 그린.

파3, 핸디캡4, 화이트티 135m인 아일랜드홀인 오션 5번은 그린 전후 및 우측이 모두 해저드인 데다 슬라이스 앞바람까지 불어 온그린 시키더라도 길면 뒤로, 짧으면 턱을 넘지 못해 해저드에 빠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바람을 잘 읽어야 되는 홀이다.

오션 7번홀.

핸디캡 2, 화이트티 333m인 오션 7번홀은 좌에서 우로 흐르는 슬라이스 오르막 파4홀. 그린이 가장 어려운 홀이다. 포대그린이어서 세컨 공략 때 짧으면 20m 정도 흘러내리며, 길면 튀어 우측으로 굴러 신중히 공략해야 한다. 대회 때면 프로들이 "이 홀만은 잘 넘기자"며 재차 다짐하며 긴장하는 홀로 유명하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페어웨이가 두 개인 오션 6번홀. 단타자는 우측 페어웨이로, 장타자는 해저도 뒤 좌측 페어웨이로 샷을 날린다. 하지만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 좌측 페어웨이로 날리는 주말골퍼는 드물다.
오션 6번홀.

페어웨이가 두 개인 홀도 있다. 화산암반에 둘러싸인 해저드에 의해 페어웨이가 둘로 나뉘어진 화이트티 472m인 파5, 핸디캡 5의 오션 6번홀이 대표적. 장타자일 경우엔 200m 지점의 좌측 해저드를 넘기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우측 페어웨이로 티 샷을 날려야 한다. 서드 샷 땐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페어웨이 폭이 좁아지고 좌측에 해저드가 있어 정확성을 요한다. 그린 또한 우측이 높고 종잡을 수 없다.

골프장에서 가장 높은 해발 350미터에 위치한 힐 7번홀. 좌측 벙커 쪽 페어웨이 대신 우측 페어웨이로 공략한다.
힐 7번홀의 세컨샷.
산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산방산과 바다가 보이는 힐 7번홀 페어웨이.
사진 상으로 봐도 끔찍한 힐 7번홀의 굴곡이 심한 그린.

화이트티 355m, 파4 핸디캡 1의 오르막인 힐 7번홀도 페어웨이가 둘이다. 클럽에서 가장 높은 해발인 350m에 있어 페어웨이에 올라서면 산방산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조망이 일품이다. 장타자는 좌측 방향의 여러 개의 벙커가 모인 지점을 넘겨야 한다. 190m 정도지만 오르막에 바람이 심해 보기보단 어렵다.

23개 제주도 골프장에서 가장 길어 일명 '몬스터홀'로 불리는 챔피언티 600미터인 힐 8번홀.

내리막 파5, 핸디캡 4, 힐 8번홀은 챔피언티 600m, 화이트티 564m,로 23개의 제주도 골프장에서 가장 길어 일명 몬스터홀로 불린다.


이 홀은 삼나무 숲이 페어웨이를 따라 숲의 바다를 이룬다. 하지만 슬라이스홀이라 티 샷에 유의해야 한다. 세컨 샷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계류 때문에 거리에 자신이 없으면 끊어 쳐야 한다.

롯데 스카이힐제주CC 이승훈 대표는 "개장한 지 불과 4년 만에 우리나라 10대 명문 골프장으로 선정된 저력의 우리 클럽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향후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찾아 이를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64)731-2000 


나머지 사진들

오션 1번홀.
오션 2번홀. 저 멀리 흰 눈을 인 한라산이 보인다.
오션 3번홀.
산방산이 보이는 오션 4번홀.
산방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3 오션 8번홀.
오션 9번홀.
힐 2번홀.
힐 4번홀.
힐 5번홀.
힐 6번홀.
힐 9번홀.
지난해 11월 이곳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렸던 KLPGA 투어 ADT 캡스 챔피언십의 참가 선수들이 퍼팅과 샷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 봄의 정취는 유채꽃에서 절정에 이른다. 수중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조성된 샛노란 유채밭에서 두 명의 아가씨가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제주 봄 마중 다녀와서

 꽃을 찾으러 제주에 갔습니다. 아니, 제주로 봄을 마중나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건만 아무리 목 빠지게 기다려도 우리네 고국산천의 봄 소식은 아직 요원했기 때문입니다. 올겨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눈도 많이 왔지요. 지구온난화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은 예년에 비해 열흘 내지 보름 정도 늦다고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생화를 찍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도 지금쯤이면 부산 기장의 양지바른 산기슭에 복수초나 노루귀 바람꽃 등이 고개를 내밀 법도 한데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그래서 배낭을 챙겨 떠났습니다.
제주에는 겨울과 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동장군의 기세는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봄을 완강히 거부하며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고산 지역에는 수시로 눈발이 날려 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일부 도로는 스노체인이 없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산 아래 마을 구멍 숭숭 뚫린 돌담 밑과 고샅길, 그리고 바닷가의 양지바른 언덕과 밭둑 구석구석에는 봄기운이 겨울을 밀어내며 움트고 있었습니다.

육지에선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며 봄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즈음 남녘의 땅 제주에선 그렇게 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봄의 전령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지요. 수선화 매화 유채꽃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동백은 서서히 지고 있더군요.
   
제주로 유배온 추사 김정희가 어여삐 여겼다는 수선화는 도시의 화원이나 여염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상용이 아니라 애초부터 우리 땅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야생 수선화랍니다. 소박하면서도 꽃향기가 아주 진해 매년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옛 선비들이 봄이면 말을 타고 탐매(探梅)에 나섰다는 매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특히 흰 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활짝 핀 매화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선 매화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주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유채꽃은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산방산 주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봄 햇살 아래 가느다란 몸을 흔들어대며 뿜어내는 고혹한 향기와 자태는 매혹적이었습니다. 아니, 아찔했습니다. 목책 사이로 유채 꽃잎을 물고 낮잠을 청하는 조랑말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봄의 정취를 느낍니다.

이참에 제주로 한번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개학을 앞둔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지요. 자고로 비수기 때 찾아야 대접받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산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유채밭.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유채밭.
섭지코지에서 성상일출봉과 그 우측 뒤 우도를 배경으로 한 유채밭.
구멍 숭숭 뚫린 검은빛의 현무암 돌담 아래 이쁘게 핀 야생 수선화.
산방산 인근 하멜기념비에서 본 야생 수선화와 송악산. 배는 하멜이 타고 온 상선을 재현한 것이다.
 송악산 가는 길에서 본 야생 수선화경.

산방굴사 가는 도중 만난 흰 동백.

동백 뒤 산은 송악산.


산방산 일대에서 봄볕을 쬐고 있는 조랑말.
산방산 일대의 유채밭.
산방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하멜기념비. 주변엔 야생 수선화가 만개해 있다.


순백의 한라산과 매화의 조화, 휴애리농원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매화가 만발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능수매화.
한라산이 잘 보이는 지점에 제주 전통초가를 짖고, 안엔 통유리를 만들었다. 아뿔사, 구름이 한라산을 가렸다.

백매.

홍매.


 제주 남쪽 땅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해발 250m 지점에 위치한 자연생활공원 '휴애리'는 제주의 '청매실농원'으로 불린다. 경상도 할매 홍쌍리 씨가 운영하는 광양의 청매실농원과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육지의 상춘객이 쇄도하는 청매실농원은 발아래 아름다운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반면 '휴애리'에는 만개한 매화 뒤로 흰 눈을 인 한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풍경만으론 설중매(雪中梅)다. 눈 덮인 히말라야 고봉을 배경으로 발아래 야생화가 만발한 모습과 감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한라산과 매화의 조화가 일품인 '휴애리'는 한라산이 잘 보이는 또 다른 지점에 제주 전통초가를 짖고, 안에는 통유리를 만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한라산을 감상하라는 배려다.

지난달 10일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1만2000여 그루의 매화는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관광객들은 달콤한 향기가 유혹하는 매화 사이로 열린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걸으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 바퀴 도는 데 50분 정도. 행여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흩날리는 오편화 꽃잎에 '꽃멀미'가 일 정도다. 휴애리 양지선 대표는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게 핀 매화는 이달 말이면 절정을 맞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7년 문을 열어 아직 제주사람들도 다 알지 못하는 '휴애리'에는 예전 민초들의 삶을 소재로 한 사진과 그림도 전시돼 있다. 특별히 '휴애리'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토끼 흑돼지 조랑말 염소 송아지 다람쥐 꿩 타조 토종닭 거위 오리 등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만져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미끄럼틀을 타는 흑돼지쇼다. TV에도 소개된 이 흑돼지쇼는 생후 150일 안팎의 20여 마리의 똑똑한(?) 흑돼지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오전 10시~오후 5시 매 정시에 시작한다. (064)732-2114

흑돼지 미끄럼틀쇼.

쇼를 마친 흑돼지들이 팬들로부터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휴애리 공원의 소라구이. 별미다.

여긴 우리에 들어가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추사 선생이 어여삐 여긴 야생 수선화   

제주에서 자생하는 수선화는 한때 천덕꾸러기였다. 제주도 방언으로 수선화는 '말마농'. 말 그대로 '말이 먹는 마늘'이지만 속뜻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마늘'이라는 의미.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 수선화는 번식력이 강해 한 번 밭에 뿌리를 내리면 다른 농작물의 생장을 가로막을 정도로 무성하게 퍼졌다. 당연히 농민들 입장에서 수선화는 뽑아 버려야 할 잡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도로 등 관광기반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야생 수선화는 송두리째 잘려 나갔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정남복 이장은 "대문만 나서면 발에 차이던 그 많던 수선화는 일시에 사라져 이제는 귀한 존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야생 수선화는 1월 중순부터 싹을 틔워 2월 고혹한 자태를 맘껏 뽐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 중순 꽃잎을 떨군다. 하얀 꽃잎 속의 노란 꽃술이 탐스러운 데다 향기마저 진해 제주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화초도 없는 듯하다. 혹한에 싹을 틔운 것이어서 우리네 민초들의 삶과 대비돼 더욱 정이 간다.

야생 수선화는 제주의 서남쪽인 서귀포시 산방산 일대와 제주에서 해안드라이브길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안덕면 사계리~송악산 해안도로,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비행기 격납고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알뜨르비행장이 들어섰던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제주 주민들에게 외면받던 수선화를 유달리 사랑했던 인물은 당대의 명필이자 화가였던 추사 김정희였다. 그가 9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 수선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던 대정읍 안성리였다.

추사가 유배생활을 한 대정읍 쪽에서 본 바위산인 단산(왼쪽)과 산방산. 
 
추사는 대정 들녘에 핀 수선화가 잡초처럼 뽑히는 광경을 볼 때마다 자신의 참담한 신세를 떠올리며 어여삐 여겼다 전해온다.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 '호미 끝에 버려진 예사론 너를 오롯이 창가에 놓고 키우네'라고 적은 글귀는 수선화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바위산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방산 일대에는 수선화 외에도 볼거리가 적지않다. 산방산 중턱에 위치한 산방굴사는 예부터 스님들이 불상을 모셔두고 수도를 한 곳으로, 발아래 용머리해안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한 폭의 풍경화다. 용머리해안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해안의 서너 배쯤 되는 규모. 수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화산쇄설성 퇴적암층이 파도와 바람의 침식으로 변화무쌍한 동굴과 돌문 등의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산방굴사.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제주 남서쪽의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에서 내려다본 서귀포시 안덕면·대정읍 일대의 봄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방굴사 내부. 동굴 위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를 모은 약수도 보인다.
산방굴사로 올라가는 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머리해안과 형제섬.
가운데 조그만 형제섬 우측의 산이 송악산이며 그 좌측 뒤 희미한 섬이 마라도다.
용머리해안.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해안의 서너 배쯤 되는 규모.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사계리 해안도로를 내달리면 만나는 송악산은 이 일대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제주의 남쪽 끄트머리에 불끈 솟아오른 오름인 이곳에 서면 산방산 한라산 용머리해안 형제섬 모슬봉 마라도 가파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올레 10코스의 중간쯤 되는 사계리 해안에는 빠뜨려선 후회할 식당이 한 곳 있다. '남경미락'(064-794-0077)이다. 생선을 소금간만 한 채 무 고추 파만 넣어 푹 끓인 제주 향토음식 '지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해 김영삼 노무현 반기문 한승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다녀간 사진도 걸려 있다. 이 집은 특히 전망이 좋아 2층 방에 앉으면 송악산에서 본 환상적인 풍광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남경미락' 2층 방에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그리고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남경미락' 앞바당에서 본 풍광.

'남경미락'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그는 제주에 오면 이 집을 찾았다고 한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한승수 전 총리도 이 집을 찾았다.


제주 향토음식인 '남경미락'의 '지리'. 제주에선 제사 때 탕국 대신 이 지리를 올린단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 본 풍경. 좌측부터 산방산과 그 우측 조그맣게 보이는 돌산이 용머리해안, 그 우측이 화순항이고, 맨 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 본 형제섬.
제주 올레꾼들이 사계리 해안도로를 걷고 있다.
송악산 가는 도중 바라본 풍경. 한라산과 형제섬 그리고 노란색 배는 관광상품인 잠수함.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도중 바라본 풍광. 우측 긴 섬이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이고, 그 왼쪽 뒤가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송악산에서 바라본 풍경. 산방산 한라산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환상의 샛노란 유채밭
   
제주 봄의 정취는 누가 뭐래도 유채꽃에서 완성된다. 시기적으로 약간 이른 이달부터 피기 시작해 4,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특용 작물로 재배됐지만 요즘에는 관상용으로 심어 관광객들에게 봄의 기운을 전해준다.

검은빛 현무암 돌담에 둘러쌓인 채 봄바람에 가냘픈 몸을 맡겨 흔들리는 샛노란 유채꽃의 자태는 멀리서 보면 대형 캔버스에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 듯 매혹적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유채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정도 찍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유채밭이 많이 조성돼 있지만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주변과 산방산 일대가 사진 촬영하기에 가장 아름답다.

10만 년 전 엄청난 규모의 수중 화산폭발로 생겨난 성산일출봉 주변 성산리와 오조리 인근 도로변에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너른 유채밭이 조성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내려 셔터를 누르는 데 여념이 없다. 해발고도 182m에 불과한 성산일출봉은 고도에 비해 오르기는 만만찮다. 수백 개의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은 물론 우도와 섭지코지 등 주변 일대가 한눈에 보여 육신의 고달픔이 일순간 사라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걸어서 왕복 50분.

바닷가 절벽 위의 아름다운 수녀원과 주상절리 등 해안선이 아름다워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한 섭지코지에도 역시 유채꽃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흩날리는 유채밭의 풍광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산방산 일대의 유채밭은 인근의 하얀 수선화와 조화를 이뤄 사뭇 목가적이다. 노란 유채꽃잎을 한입 베물고 봄볕을 쬐며 서성이는 조랑말의 여유로운 모습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제주 봄꽃이 한자리에,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제주의 봄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제주 봄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이곳에는 6년 전 조성한 매화정원이 있어 이른 봄이면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백매 홍매를 비롯 능수버들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진 능수매화라 불리는 수양매화가 눈길을 끈다. 잘 단장된 수선화가 곱고 흰 꽃망울을 터뜨려 매화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산수유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강정환 학예팀장은 "산들바람이 불거나 바람 한 점 없이 햇빛이 내리쬘 때 매화와 수선화의 향기가 동시에 발 아래에서 올라와 관람객들의 애간장을 녹인다"고 말했다. 아열대식물원과 제암민속마을, 천연기념물인 협재굴과 쌍용굴 황금굴 등 천연동굴도 빠뜨리지 말자.

한림공원 인근에는 육지와의 거리에 따라 물빛이 옥빛 비취빛 에메랄드빛 등으로 보이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젊은 섬인 비양도가 신기루처럼 떠 있으니 이 또한 둘러보자.

협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젊은 섬인 비양도. 
한림공원의 야생 수선화.
                 한림공원의 매화.
한림공원의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거제도 10대 명산 파노라마
부산 가덕도 연대봉, 다대포 영도 조망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 황홀경'

국사봉에서 본 바로 앞의 작은국사봉과 고현동(옛 신현읍 고현리) 일대. 고현은 버스터미널과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거제도의 중심지이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 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 능선마냥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해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우측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진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 뒤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산길은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15분이면 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 밑 낮은 암봉이 작은국사봉, 그 왼쪽 옆 두 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집합체와 운치있는 송림을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이다.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25분 걸린다.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 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뒤 옛 수월농장. 폐 축사 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지맥길은 내달려도 좋은 만큼 여유롭게 편안하다.

거제지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등산로 팻말. 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이 만들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므로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 상의 문동폭포 갈림길이다. 직진한다. 된비알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 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서너 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해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 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린다.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린다.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