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발길 닿는 곳마다
'박물관'이 된다"


2002년 결성 후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

음지의 전통문화 명장들도 널리 알리고
싸고 맛있는 향토식당 발굴은 보너스

 
 4, 5년 전쯤으로 기억됩니다. 삽상한 가을바람이 그리워 일요일 이른 아침 나 홀로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이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 교차했지만 대자연으로의 일탈이 안겨다줄 기대감은 이를 충분히 벌충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랬습니다.

 행선지는 물 좋은 고장 경북 예천(禮泉).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은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와 세금 내는 부자나무 석송령 그리고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천년고찰 용문사의 보물 윤장대를 보는 데까지는 차분하게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황금들녘 한가운데 우뚝 선 개심사지 오층석탑에서 예상치 못한 낯선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탑의 비례감이나 상승감을 두고 미추(美醜)를 잠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 기단부와 몸돌에 새겨져 있는 문양 등을 놓고 거의 전문가급 수준의 난상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주최 측의 만류로 끝이 났지만 좀체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이후 버스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한 꼬불꼬불 비포장 길을 20여분 올라 다시 10분쯤 걸어 다다른 곳은 거의 허물어져 가는 조그만 절집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볼거리가 숨어있기에 이 고생을 하는지 호기심과 한편으로 오기를 품고 조촐한 법당으로 따라가보니 조그만 녹슨 철불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참가자들은 경상도에선 보기 드문 철불이라며 신주단지 모시듯 요리조리 살펴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더군요.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이상한 화성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2월 202차 서도답사 때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장순복 답사대장이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앞에서 본존불과 협시불에 비치는 햇살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산마애삼존불은 1년 중 동짓날 단 하루만 본존불과 협시불의 얼굴에 햇살이
                정면으로 비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한다.
사진제공=안의경·박찾사 회원

 부산 지역 대표적 답사단체인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하 '박찾사')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문화유적답사는 오랫동안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지 않습니까. 부산에서 문화유적답사가 대중화된 것은 부산시립박물관의 후원회 격인 부산박물관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지난 1978년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부산에는 몇몇 문화유적 답사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만 2002년 결성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만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은 1800명.

 '박찾사'의 답사대장은 대륙항공여행사의 대표인 장순복(56) 씨. 그는 '박찾사'의 모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주더군요.
 "전 국토가 노천박물관이라는 사실과 아직도 음지에서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무명의 명장들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곰팡내 나는 문헌이나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자료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싸고 맛있는 향토식당 발굴도 저희들의 몫이지요."

 '박찾사'의 답사에 동행하면 이동 장소마다 지역 문화원의 향토사학자, 고택의 종손, 문화유산해설사 등 비록 감투는 없지만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 사학자들을 곧잘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사실 주말이면 모객을 통해 유명 관광지로 떠나는 단체는 아주 많습니다.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봄 진달래,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눈꽃, 이 정도가 주요 레퍼토리 아니겠습니까.

 '박찾사'와 같은 전문 답사단체가 매주 떠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동선으로 연결해야 되는 문화유적의 코스 짜기도 힘겨운 데다 A4 용지 10장 안팎의 자료집까지 만들어야 하는 노력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향토 맛집까지 발굴해야 하니까요. 문화유적을 찾아, 그것도 매주 발품을 파는 답사단체는 전국에서 '박찾사'가 유일하답니다. 통상 문화유적답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요.

 장 대장에게 매주 답사를 떠나는 이유를 물어보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기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임합니다."

 이런 '박찾사'가 오는 23일로 답사 300회를 맞습니다. 때론 적자를 감수해가며 이뤄낸 성과이기에 주변에선 의미있는 기록이라고들 합니다. 300회 특집 땐 충남 보령의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과 국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를 보유한 성주사지, 부여 무량사, 국립공주박물관 등을 둘러봅니다. 당분간 깨지기 힘든 300회 기록을 이뤄낸 '박찾사'의 저력을 속속들이 해부해 보았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관련 글

 "숨어 있는 1인치의 미학 발견하는 기쁨 느껴 보셨나요"-박찾사(2) http://hung.kookje.co.kr/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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