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향토요리 '이시야끼'. 우리말로는 돌구이요리인 이시야끼는 어부들이 고기잡이에서 돌아와 돌판을 달궈 갓잡아온 생선과 야채를 구워먹던 음식이다. 

 지난 겨울 포항 구룡포를 다녀왔습니다.
'과메기 1번지'로만 알려진 구룡포는 알고 보니 대게와 오징어의 생산량도 국내 최고더라고요. 지명도 면에서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 밀리고 있지만 구룡포항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온종일 시끌벅적해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다웠습니다.

 당시 동행한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포만감을 꿈꾸며 들떠 있던 기자를 구룡포항 뒷골목으로 먼저 안내했습니다. 구룡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리국수'를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테이블이 많아야 네댓 개쯤 되는 허름한 식당에는 60대 노부부가 40년간 애오라지 이 '모리국수'만을 삶고 있었습니다. 대게와 아귀를 곁들인 국물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포항 구룡포의 향토요리인 모리국수. 아귀와 대게가 들어있어 국물이 아주 쉬원하다.

 모리국수는 독한 술과 지독한 바닷바람에 지친 어부들이 배에서 내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갖은 해산물을 넣고 끓인 후 국수를 말아먹던 구룡포만의 음식입니다. 다소 독특한 이 이름은 경상도 말로 생선을 '모디(모아)' 넣고 '모디가(모여서)' 먹는다는 의미로 애초엔 '모디국수'로 불리다 자연스럽게 '모리국수'로 정착됐다고 합니다. 모리국수를 먹으면서 서 부소장은 "모리국수를 알아야 진정 구룡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자, 이제 무대를 바다 건너 대마도로 옮겨 보겠습니다.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한국 휴대전화도 터지는 '국경의 섬' 대마도 말입니다.

 대마도에도 이 '모리국수'와 유래가 비슷한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시야끼'라는 대마도 향토요리입니다. '이시'는 돌, '야끼'는 구이의 일본어로 우리말로는 돌구이요리가 적당하겠지요. 이시야끼 또한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섬에 닻을 내린 대마도 어부들이 섬에서만 산출되는 돌판을 달궈 갓 잡아온 생선과 야채를 구워 먹던 음식이지요. 

 '모리국수와 이시야끼'.
이 두 음식에는 양국 국민의 민족성이 살짝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성격 자체가 약간 급한 데다 모든 재료를 섞어 얼큰한 국물의 잡탕식을 즐기는 우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느긋한 일본인들에게는 돌판을 달구는 여유와 깔끔함이 묻어나는 듯싶습니다. 이 이시야끼란 향토요리가 최근 대마도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부들이 수백년 전 먹던 방식과 달리 어패류와 각종 야채 그리고 약간의 육류와 소스까지 곁들여져 푸짐하게 나옵니다.

 고구마를 갈아 만든 우동인 '로쿠베'라는 전통요리도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마도 원주민도 먹기 힘들 정도로 잊혀져 가던 로쿠베도 최근 한국인들이 찾으면서 향토요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토양의 대마도에서나 나올 법한 음식입니다.

고구마로 만든 우동인 로쿠베.
대마도의 스시. 

 천혜의 황금어장 아소만을 활용한 해물 바비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문 낚시꾼들이야 갯바위에서 대물을 노리겠지만 낚시와 무관한 필부들은 조그만 낚시배에서 보리멸 우럭 노래미 등 잡어를 잡습니다. 건진다고 해야 될 정도로 줄줄이 올라옵니다. 남태평양 선상낚시가 부럽지 않습니다. 낚시가 끝나면 아소만의 안쪽 깊숙이 파도가 잔잔한 간이 수상가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해물 바비큐가 기다립니다. 숯불에 익혀 먹는 자연산 가리비와 굴 오징어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갓 잡아온 자연산 가리비가 숯불에 익어가고 있다. 

 혹자들은 대마도 하면 지금까지 우리 문화유산의 발자취가 오롯이 남아 있어 역사탐방지로,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라다케 등반을 위한 산행지로 그리고 대물 포인트가 즐비한 낚시터를 우선 떠올릴겁니다. 

 기자는 이참에 또 하나 추가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품은 아소만과 울창한 원시림 등 대자연에서 나오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향토요리를 찾아 떠나는 맛기행 명소로. - (2)편이 이어집니다. http://hung.kookje.co.kr/373


 잠시 대마도를 개관해보자. 한반도의 동남쪽 해상에 떠 있는 좁고 길쭉한 대마도는 남북으로 82㎞, 동서는 18㎞에 불과한 작은 섬. 면적은 거제도의 1.5배, 제주도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일본 본토와는 132㎞나 떨어져 있지만 부산에선 불과 49.5㎞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읍에 비유되는 6개의 마치(町)로 구성된 시(市)로, 섬 전체 인구는 3만8000명 정도. 부산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선사의 스케줄에 따라 두 개의 항구에 닿는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 전자는 부산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한국전망대와 함께 최북단인 가미쓰시마마치에 있고, 섬의 최대항인 후자는 최익현 선생 순국비와 비운의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등과 함께 최남단인 이즈하라마치에 위치해 있다. 섬을 관통하는, 다시 말해 두 항을 잇는 국도는 단 하나. 만일 부산서 출발해 히타카쓰에 내리면 남으로 내달리며 볼거리를 둘러보고 이즈하라에서 부산으로 돌아온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의 거리는 88㎞ 정도 되며,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아 2시간 정도 걸린다.

■ 대마도 향토요리 돌구이 이시야끼

대마도 이즈하라 시내에위치한 레스토랑 '론'의 안주인 구마모토 게이코 씨가 돌판에 각종 구이 재료를 올려 직접 굽고 있다.
일본의 참치회는 껍질이 그대로 나온다. 다만 까칠한 껍질은 살짝 데친 후 냉동 숙성시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까지 느껴진다.
음식이 워낙 푸짐하다보니 새우튀김에 손이 가질 않는다.
             대마도가 속한 나가사키현 관광협회가 3대 향토요리를 널리 아끼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인 이즈하라 시내에 위치한 '론(Ron)'이라는 식당이 이시야끼를 잘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즈하라의 인구는 1만5000명으로 섬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사실 말이 도심 번화가이지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1차선 도로가 나란히 내달린다. 우리로 치자면 시골 읍내보다 덜 번화하다. 하천 난간이나 다리에는 600년 전 한류의 물꼬를 튼 조선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이 눈에 띄고 하천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거리엔 쓰레기 하나 보이질 않는다.

 이시야끼 전문점인 '론'은 이즈하라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쓰시마호텔 맞은편이며 일본관광공사 면세점과는 50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로 옆에 '만송각'이라는 여관을 동시에 경영하고 있어 단체손님이 찾을 경우 만송각 다다미방에서 식사가 마련된다.

 문을 들어서자 우선 그간 다녀간 한국인들의 명함이 눈에 띄고 바로 옆에 커다란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대마도가 속한 나가사키현 관광협회가 선정한 3대 향토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포스터엔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과 함께 대략 이렇게 적혀 있다. '감동을 주는 섬의 순수한 음식, 3도(島) 대결 선언-이끼섬 전복구이, 대마도 이시야끼, 오도열도 다금발이 전골(지리)'. 이시야끼가 대마도를 넘어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3대 향토요리에 손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차림이 마련된 다다미방에 들어서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 임금님 수라상이 이랬을까. 푸짐함에다 일본 요리 특유의 아기자기한 색감까지 곁들여져 우선 한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원래 배에서 내린 어부들이 생선을 돌판에 구워 먹던 음식이던 이시야끼는 이제 상품화돼 삼치 방어 등 생선을 비롯해 새우 소라 가리비 오징어 등 각종 해물과 쇠고기 표고버섯 당근 피망 호박 양배추 파 등이 재료로 포함돼 있다. 타레라는 이시야끼 소스, 튀김 소스, 간장(와사비)만 있을 뿐 어떤 양념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연식인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선 최고급 횟감으로 치는 참돔과 방어회까지 나온다. 껍질 대신 살코기만 먹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참돔회는 껍질이 그대로 나온다. 다만 까칠한 껍질은 살짝 데친 후 냉동 숙성시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까지 느껴진다.

 검은 색의 돌판은 이미 달궈져 있다. 40분 정도 데운 것이란다. 해서, 이시야끼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 

 안주인 구마모토 게이코(55) 씨는 "섬에서만 나는 이 돌은 현재 15년 정도 됐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재료의 맛을 빛내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이코 씨는 대마도 출신이지만 농가에서 자라 어릴 땐 이시야끼를 본 적이 없단다. 대신 해안가로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서 배워 30년 동안 이시야끼 요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상당히 고급요리로 발전해 대마도 사람들은 엄두를 못내고 일본 본토나 한국인들이 주 고객입니다."

워낙 푸짐하다 보니 국내 일식집에서 코스의 하나로 나오는 새우튀김에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돌판에 굽는 맛이 이토록 신선하고 담백할 줄이야 한결같이 만족하는 표정이다. 반주로 준비한 소주가 술술 넘어간다. 한마디로 잘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밥과 미소시루, 원할 경우 우동도 나온다. 1인당 3500~4000엔.

■ 고구마 우동 로쿠베와 스시 우동

고구마로 만든 대마도 향토요리인 로쿠베.
고구마를 잘게 빻은 후 조그만 덩어리를 만들어놓고 손님이 찾을 경우 덩어리를 뜨거운 물을 적셔 강판에 갈면 간단하게 짧은 로쿠베 면이 나온다.

대마도는 우리나라의 섬들처럼 해안가에 모래사장이 있고 그 너머로 농경지를 끼고 완만하게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그런 섬이 아니다. 원시림으로 뒤덮인 500~600m대의 산들이 대마도 전체의 88%나 차지하고 있다. 산이 워낙 많다 보니 산에서 뻗어나온 절벽이 곧바로 해안과 만나 빼어난 풍광을 보여주는 곳도 적지 않다.

 섬 전체가 크고작은 산들로 주름잡혀 있어 농사 지을 땅이 드문 데다 토양마저 척박해 예부터 고구마나 감자 등 구황작물에 많이 의존했다. 해서, 고구마를 이용한 우동인 로쿠베가 예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즈하라에 위치해 있는 '톤톤'이라는 식당이 전문적으로 한다. 면은 국수처럼 길지 않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색은 모밀국수의 그것과 비슷하며 우동 면보다는 약간 가늘다. 버섯 어묵 튀김 파 등이 곁들여진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말린 고구마를 잘게 빻은 후 조그만 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손님이 찾을 경우 그 덩어리에 뜨거운 물을 적셔 강판에 갈면 간단하게 짧은 면이 만들어진다. 원래 토종닭으로 육수를 냈는데 요즘은 생선이나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독특한 국물 맛은 아주 시원해 주당들에게는 해장식으로, 여성들에겐 다이어트용으로 인기가 높다. 흰쌀밥과 김치 및 깍두기도 반찬으로 나온다. 안주인 시노자키 테루어 씨가 한국을 찾아 직접 배워 젓갈을 듬뿍 넣고 담았다. 맛도 손색이 없다. 1인당 1000엔.

 스시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음식. 대마도 역시 스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든 스시일수록 맛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히타카스항에서 걸어서 5분쯤 걸리는 '모모타로우' 식당이 특히 맛있다. 상대마에선 드물게 손맛 좋은 집이다. 

대마도 스시.

 우동과 유부초밥 둘, 김초밥 둘, 방어 새우 연어초밥이 각각 하나씩 해서 세트로 나온다. 하나같이 맛깔난다. 얼핏 양이 적은 듯 보이지만 회가 두껍고 밥도 많이 들어가 먹고 나면 의외로 배가 불러 온다. 톡 쏘는 일본 특유의 와사비맛도 일품이다. 최근 엔화 강세여서 한국사람들이 부담이 될까 봐 음식값은 융통성있게 조정, 1인당 1000엔을 받는다.

■ 선상낚시와 해물 바비큐

아소만의 선상낚시.
배위에서 즉석 회를 맛볼 수 있다.
낚시에서 잡은 물고기들. 오징어도 한 마리 잡혔다.



해물 바비큐.
진주양식을 실패한 후 선상낚시와 해물 바비큐를 시작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는 구마모토 게이코(맨 왼쪽) 씨 가족.
자연산 굴. 가위 보다 크다.
껍질 속의 굴. 엄청난 크기이다.
진주양식장에 부력재를 띄우고 만든 간이 수상가옥.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대마도는 어자원이 풍부하다. 그 가운데 으뜸이 대마도의 허리쯤 되는 아소만이다. 오밀조밀한 리아스식 해안이라 해안선 길이만 915㎞에 달한다. 참고로 대마도보다 배나 큰 제주도의 해안 길이는 253㎞이다.

 얼마나 해안선이 복잡하면 처음 배를 몰고 아소만에 들어가면 나오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아소만의 복잡한 해안선은 러일전쟁 승리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풍광도 아주 멋져 대마도 최고의 전망대인 에보시다케에 서면 '대마도의 하롱베이'이 불러도 될 정도로 비경을 자랑한다.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라다케에서도 한눈에 조망돼 아소만을 보기 위해 적지 않은 국내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조그만 낚싯배에 몸을 싣고 20~30분 정도 물길을 헤쳐나간다. 전문 낚시꾼들이야 갯바위에서 5~15m 해역의 벵에돔 감성돔 참돔 돌돔 등 대물을 노리지만 초보자들은 채비가 간단해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수심 30~40m의 바닥에 서식하는 보리멸 우럭 노래미 도다리 등을 잡기 위해서이다. 운좋게도 이날따라 해수면이 호수로 착각할 정도로 잔잔하다.

 대여받은 낚싯대에 새우미끼를 끼워 살포시 내리면 얼마 안가 입질이 이어진다. 간혹 미끼만 물고 빠지는 녀석도 있지만 대개 손바닥 크기의 우럭 보리멸이 작아도 손맛을 느끼게 해주며 낚여 올라온다. 오징어도 한 마리 걸려들었다. 한쪽에선 선장이 갓 잡아올린 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쳐준다. 남태평양 선상낚시에서 맛보는 물렁한 회보다 훨씬 맛이 있다.

 낚시가 끝나면 아소만에서 어머니의 자궁같이 쏘옥 들어간 잠잠한 뭍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배에서 내려 간이 수상가옥으로 옮기면 해물 바비큐가 기다린다.

 숯불 위에는 자연산 가리비와 굴 오징어, 은박지에 싼 고구마와 호박이 익어가고 있고, 한쪽 편에선 손님이 잡은 고기가 싱싱한 회로 만들어지고 있다. 만일 관광객들이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하면 돈은 따로 받지 않고 미리 잡은 고기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자연산 가리비의 경우 껍데기 크기는 우리나라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알이 크고 두껍다. 한결같이 짭짤하면서도 꼭꼭 씹으면 단맛이 난다. 굴은 알맹이만 어른 손바닥과 비슷하다.  이 모든 해산물은 35년간 진주양식을 하다 최근 바비큐 시설을 완비한 쿠리야 켄이찌(58) 씨 가족이 직접 물질을 해서 잡은 것이다. 동남아나 태평양 연안의 휴양지에서 만나는 시푸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도 있고 푸짐하고 분위기도 그저그만이다.

이 상품은 정말 우연히 만들어졌다. 잠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소만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진주 양식장. 하지만 최근 일본 경기가 침체되면서 판로가 예전 같지 않아 휴업 내지 폐업하는 진주양식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주)대마도투어 공진식 대표는 3년 전 대마도의 한 지인에게 "진주양식장 수면에 부력재를 띄우고 바다 위 휴게소 또는 간이 수상가옥을 만들어 해산물 바비큐 시설을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상품이 만들어졌다. 선상낚시를 포함해 1인당 3000엔으로 다소 비싸지만 섬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대마도 여행팁
대마도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데다 아주 비싸 사실상 자유여행은 불가능하다. 해서, 대마도 전문 여행사 위주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1박2일 상품은 24만9000원부터, 2박3일 상품은 36만9000원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숙소와 음식 체험 등은 선택사항으로 포함된다. 대마도의 향토요리인 이시야끼와 선상낚시 및 해물 바비큐도 선택사항이다. 지금은 엔화 강세로 약간 부담스럽지만 전체 여행경비를 감안하면 큰 무리는 아닐 듯싶다.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에 속하는 미우다 해수욕장, 한국전망대, 와타즈미신사, 에보시다케 전망대, 만제키바시, 미네역사자료 박물관, 최익현 선생 순국비, 덕혜옹주 결혼기념비, 조선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 등이 전시돼 있는 나가사키 현립 대마역사민속자료관 관람 등은 기본이다. 단, 대마역사민속자료관은 월요일 휴무이다.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대아고속해운에서 운항한다. 화요일은 운항을 하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 수요일과 매월 1, 3주 목요일은 히타카쓰항에, 월요일 금요일 토요일과 매월 2, 4주 목요일은 이즈하라항으로 출발한다. 출발은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40분 전후(요일 별로 약간씩 차이 있음)에 하며, 대마도에선 오후 3시 출발한다. 히타카쓰는 1시간20분, 이즈하라는 2시간20분 걸린다.
 문의 대마도투어(051-465-3114) 여행마을(051-464-5553) 아리투어(051-811-2588) 다운여행(051-462-6745) - (1)편은 http://hung.kookje.co.kr/374 클릭!!

"아! 저 멀리 부산이 보인다"

대마도 중앙 위치, 능선따라 8시간 코스
울창한 산림·환상적 조망 금정산과 비슷
정상 오르면 아름다운 아소만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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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의 명산 시라다케 정상 세이간보에서 바로 옆 암봉인 토간보와 아소만을 내려다보면 마치 선경의 세계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최근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바로 대마도로 산행을 떠나는 마니아 산꾼들이다. 경부고속철이 개통되면서 생겨난 새 풍속도다.

낚시꾼들의 대마도행은 수년전부터 보편화됐지만 바야흐로 산꾼들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차이라면 낚시의 경우 부산경남 중심의 꾼들이 다수인 반면 산행은 전국의 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산행팀이 찾은 대마도의 산은 대마도가 자랑하는 시라다케(白嶽山·519m)와 아리아케(有名山·558m). 남북으로 놓인 대마도의 아랫섬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두 산은 별개의 산이지만 능선으로 연결돼 7~8시간이면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시라다케 아리아케 두 산의 자랑은 울창한 숲과 환상적인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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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다케 정상에서 선 필자(왼쪽)와 이창우 산행대장.


대마도 전체 면적의 88%가 산림지대인 만큼 우선 두 산은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숲이 빼어나다. 이를 입증하듯 등산로 안내판에는 '시라다케 원생림(原生林)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갖고 갈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섬인데도 불구하고 대륙 계통의 수종이 많아 빙하기 전 우리나라와 육지로 연결돼 있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조망 또한 일본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소만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동행한 부산산정산악회 김홍수 산행대장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풍광"이라고 평했다.   
 
들머리는 풍요로운 축복의 땅이란 의미의 스모마을.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두 암봉이 시라다케 정상.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박힌 모습은 부산의 금정산과 흡사하다. 산줄기의 색상도 연두 초록 등 녹색 계열의 물감을 조금씩 흩뿌려놓은 것처럼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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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들머리에서 본 시라다케와 산행 안내판.

산행로는 차가 다니는 포장로지만 길옆으로 시냇물이 흐르는데다 수목이 하늘을 거의 가려줄 정도여서 포근하다. 본격 들머리는 30여분 뒤 닿는다.

굵은 통나무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등산안내도 뒤로 작지만 옹골찬 폭포수가 더위를 식혀준다.

침목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울창한 삼나무 숲과 시원한 계류, 동굴 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마치 삼림욕장 같다. 얼핏 전남 순천 조계산 기슭의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에 만나는 편백 숲이 떠오른다. 거기에다 새소리, 개울 주변의 이끼 낀 암석, 마삭줄과 산딸나무 등 희귀 야생화, 지그재그로 오르는 산길은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이렇게 삼나무 숲을 쉬엄쉬엄 1시간가량 걸으면 백악신사(白嶽神뾧). 붉은 깃발과 신사 입구의 표시문인 3개의 토리이가 나란히 서있다.

이 곳은 산행 길찾기의 주요 포인트.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이 신사를 통과해야 된다. 계속 직진하면 아리아케 또는 카미자카(上見坂) 공원 방향. 산행은 신사를 통과, 정상에 오른 후 왔던 길로 되돌아와 아리아케 방향으로 이어진다.

신사문을 지나면서 길은 급해지면서 좁아진다. 수종 또한 삼나무는 줄고 활엽수림이 우점종으로 변한다.

숨이 턱에 찰 즈음인 7~8분 뒤 밧줄이 구세주 처럼 다가온다. 이후 작은 신사와 좁은 통로의 암벽을 힘들게 오르면 좁은 안부. 우측 암벽을 타면 양대 암봉 중 하나인 토간보. 얼핏 힘들 것 같지만 등정이 가능하다.

정상인 세이간보(519m)에 도달하기 위해선 왼쪽으로 에돌아 간다. 안부에서 10분 거리이며, 들머리 스모마을에선 1시간50분~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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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다케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작지만 옹골찬 폭포. 바로 앞에 벤치가 있어 쉼터역할을 한다(왼쪽). 백악신사(白嶽神뾧). 붉은 깃발과 신사 입구의 표시문인 3개의 토리이가 나란히 서있다. 이 곳은 산행 길찾기의 주요 포인트로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이 신사를 통과해야 된다.  


  시라다케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작지만 옹골찬 폭포. 바로 앞에 벤치가 있어 쉼터역할을 한다.
 
약속이나 한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본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아소만 전경이 펼쳐진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나 다도해국립공원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이 다가온다. 무인도 하나하나가 모두 울창한 숲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정상에선 휴대전화가 터진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몇몇이 시도해 보지만 신호만 갈뿐 통화가 되지 않는다. 대신 문자메시지는 들어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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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다케의 날머리이자 또 다른 들머리(왼쪽). 우측은 시라다케에서 아리아케로 가는 도중의 오솔길.


하산은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백악신사에서 우측 카미자카 쪽으로 간다. 너무나도 편안한 오솔길. 비록 샘터는 없지만 이따금 계류가 흘러 목을 축일 수 있다.

삼나무가 울창한 산책로지만 1시간 이상 변화없이 계속돼 약간 따분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시라다케 날머리는 정상에서 1시간40분 후 닿는다.

종주할 경우 통상 날머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후 아리아케로 향한다. 국도를 따라 왼쪽으로 10분 정도 걸어야 산행로로 들어선다. 제법 넓은 임도다. 30분쯤 걸으면 저 멀리 정면에 방금 올랐던 시라다케가 시야에 들어오고 여기서 약 20분 더 가면 임도 왼쪽에 본격 산행로가 열려있다. 정상까지는 고작 1.5㎞ 거리인데다 길 마저 편안해 30분이면 닿는다. 울창한 숲길로 걷다가 단 한번 확 트인 공간으로 나와 풀밭과 억새밭을 지나면 곧바로 정상인지라 대부분의 산꾼들은 약간 허탈해하는 표정이다.

시라다케가 암봉으로 이뤄져 남성적이라면 정상을 비롯, 산 전체가 육산인 아리아케는 어머니의 품같은 포근함에 비유된다. 한 산꾼은 암봉이 아닌 펑퍼짐한 정상에서 대마도의 가장 번화가인 이즈하라항을 바라보는 느낌이 아주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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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케 정상(왼쪽)과 정상에서 내려서는 편안한 하산길.


하산은 뜻밖에도 낙엽산행. 한낮 인데도 어두울 정도로 울창한 신록을 자랑하지만 길바닥은 온통 낙엽. 사각사각 낙엽밟는 소리가 느껴지며 이 소리가 하산 내내 이어진다. 고개를 들면 초록, 숙이면 카키색 낙엽, 이 무슨 부조화의 조화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조한 조선정벌 기원 성터를 지나 날머리격인 대마도 역사자료관까지 2시간40분이면 닿는다. 역사자료관 근처에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묵었던 객관인 서산사(西山寺), 고종의 외동딸인 비운의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 등이 있으니 시간이 날 경우 둘러보자.

#떠나기전에

단체·개인 전문여행사 이용하면 편리
일본 전통 '신화의 마을' 숙박 인상적
   
 
대마도는 현재 관광 인프라가 구축이 덜 돼 있어 아직까지 자율여행이나 배낭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택시비가 엄청 비싼데다 렌트카를 이용할 경우 길 찾기가 만만치 않기도 하다.

부산서 대마도의 시라다케·아리아케 종주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대마도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마도 전문 여행사인 대마도투어(051-465-3114) 여행마을(051-464-5553) 용문여행(051-811-2588) 다운여행(051-462-6745).

현재 산행 상품으로 당일, 1박2일, 2박3일의 두 가지가 있다.

당일 관광 및 등산은 매주 목요일만 출발하며 비용은 12만5000원.
1박2일의 경우 일요일 22만9000원, 주중(수 목 금) 24만9000원, 토요일 28만9000원. 이 경우 시간 제약 때문에 시라다케 산행만 가능하다.

2박3일의 월요일 32만9000원, 주중(수 목) 33만9000원, 주말(금 토) 37만9000원. 단 성수기 땐 요금이 조금씩 올라간다. 참고하길.

단체로 산행을 할 경우에는 여행사와 계약시 협의, 호텔 대신 일종의 콘도식 시립 자연공원인 '신화의 마을'에 묵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비용은 호텔에 비해 30% 저렴하다.   

신화의 마을은 대마도시가 한국 등 단체관광객들을 위해 건립한 전형적인 일본 가옥으로, 이곳을 한 번 찾은 관광객들은 시설 좋은 호텔을 마다하고 반드시 이곳에서만 숙박하는 것을 고집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야외에서 캠파이어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통나무로 만든 야외 놀이터, 전통 일본식 정원과 가옥, 방갈로, 가족 연인과 함께 거닐 수 있는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잔디밭인 정원 곳곳에는 한 번에 대여섯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목재 테이블이 놓여 있어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방갈로는 2층 침대와 샤워장, 취사시설을 모두 갖춰 한 가족이 보내기에 제격이다.

최대 80명까지 묵을 수 있는 이곳은 한국에서 노래방 기기를 갖고 와 밤새 음주가무를 해도 될 만큼 외딴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TV나 라디오가 없다는 점.

아소만을 조망할 수 있는 에보시타케 전망대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점은 덤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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