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기리 전문점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카모메'



 일본인들이 가장 간편하게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오니기리이다. 이 음식은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에 소금과 참기름 등으로 간단하게 간을 한 후 우메보시나 단무지를 넣어 먹는 주먹밥.

 원래 오니기리는 사무라이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고안된 일종의 전투 식량이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오니기리를 먹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오니기리를 소재로 만든 음식 영화도 있다. 지난 2006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카모메 식당'이 바로 그것. 카모메는 일본어로 기러기. 이 영화는 오니기리를 만드는 일본 여인이 핀란드에서 가게를 열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그려 제법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오니기리는 일본인들에게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존재로 뿌리 깊이 각인된 듯싶다.

 그 오니기리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속재료를 다양화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에 지난 1월 문을 연 '카모메'(051-933-9523)가 대표적 진원지. 가게 이름은 당연히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따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조그만 카페에 온 듯하다. 테이블은 2인용 7개와 바 3자리. 정원이 17명인 셈이다.



 메뉴는 크게 오니기리와 누들. 오니기리는 18가지로 다양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치즈 날치알, 여성들이 좋아하는 참치 마요네즈(오른쪽 사진), 매우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불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구운 스팸,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명란젓과 부추청어알 오니기리 등등. 메뉴에 표시된 빨간 별표는 매운맛을 의미한단다. 가격은 대부분 1500~2000원. 하나만 먹어도 간단히 요기는 되지만 보통 오니기리 하나에 누들류 하나를 곁들인다. 물과 장국 그리고 락교와 단무지는 셀프.
(아래 사진)

 치즈 날치알과 참치 마요네즈, 불닭 오니기리를 시식했다. 오니기리 위에는 속내용물이 약간 토핑돼 나온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치즈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일품인 치즈 날치알 오니기리는 왜 최고 인기품목인지를 맛으로 웅변한다. 검은 깨와 단무지가 속속 박혀 있는 밥은 약간 차지면서도 쫀득하며 내용물 또한 푸짐하다. 사실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별 차이가 있겠나 싶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참치 마요네즈 오니기리는 새콤달콤, 불닭 오니기리는 알싸하게 맵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젊은 층의 입맛을 잘 아는 이대정(29) 주방장의 솜씨 덕분이다.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 아주 맵다.

일본 현지 맛보다 맛있는 나가사키 우동.


 누들류는 볶음우동(5000원)과 나가사키 짬뽕(5500원)을 맛봤다. 토핑한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은 별미지만 예상보다 매웠고, 사골 육수를 쓴 하얀 국물의 나가사키 짬뽕은 일본 현지 것보다 맛있다. 세트 메뉴는 연인들이 주로 찾는다. 누들 하나에 오니기리 두 개가 나와 실속 있다.

       이대정 주방장과 허진아 대표(오른쪽).

 허진아 대표는 "호기심으로 들어왔다 일단 맛만 보면 바로 단골이 된다"며 "인근 아파트촌의 학원 다니는 아이 엄마들이나 여학생들이 테이크아웃하는 비율이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경계에 있는 듯한 오니기리, 바쁘고 호주머니 가벼운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딱 맞는 음식인 듯하다.

'카모메' 입구.

진열된 오니기리.



 

 -수영구 남천동 일본우동 전문점
                    다케다야(武田家)

 우동은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지만 실은 일본 말이자 일본 국수의 이름이다. 그럼 일본 우동의 본산은 어딜까. 시코쿠섬 가가와현이다. 43개 현 중에서 인구가 100만 명으로, 돗토리현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시골'이다.

 우동의 유래는 이렇단다. 804년 헤이안시대 당으로 유학간 홍법 대사가 우동 만드는 법을 배워 고향인 사누키에 전했다는 것이다. 당의 수도 장안(현 시안(西安))은 광대한 밀 경작지대로, 면요리가 특히 발달해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주문조차하지 못할 정도로 면 종류가 다양하다.

겉은 부드러우면서도 촉촉, 속속 쫄깃
반죽 기포 없애기 위해 발로 밟아 '족타면'
냉우동인 붓가께우동, 사누키우동의 진수

냉우동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붓가께우동 정식. 우선 일종의 간장소스인 쯔유를 붓고...
후루룩 드셔보세요. 한국에서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우동맛의 블루오션이죠.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으로, 일본에선 우동의 본산으로 통한다. 시안처럼 기후가 따뜻해 좋은 밀이 생산되는 데다 국물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멸치 다랑어 다시마 등이 풍부한 세토내해를 품고 있어 우동 탄생의 모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가가와현 사람들은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간식 모두 우동을 먹는다. 재밌는 점은 지금도 가가와의 우동을 먹기 위해 열도 전역에서 순례를 올 정도다.

 이런 사누키우동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최근 부산에도 생겼다. 광안리해변과 수영구청 사이, 파파이스 맞은편에 위치한 '다케다야'(武田家·051-611-5711). 민현택(42) 대표가 가가와현 간장우동의 원조집인 '오가타'에서 3년간 허드렛일부터 반죽, 우동 제조에 이르기까지 도제식으로 배워 문을 열었다.

'오가타'의 사장부부와 함꺼한 민현택 대표.

'오가타'는 일본 간장우동의 원조집이다.


 민 대표는 "사누키우동의 매력은 쫄깃하고 차진 면발에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밀가루 소금 그리고 물만으로 반죽한 후 발로 밟아(아래 사진) 숙성시켜야 기포가 없어지고 반죽의 탄력이 최고조에 달해 면이 쫄깃해지며, 이때 밀가루 속의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많이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수타면이 아니라 족타면인 셈이다. 면은 지금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본 면 중 가장 굵다. 촉감은 입술을 미끄러져 내려갈 정도로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속은 씹히는 맛이 아주 많이 느껴질 정도로 탱탱하다. 한마디로 입술과 혀를 '희롱한다'.








     발로 밟아줘야 반죽에 기포가 없어져 면발이 더욱 쫄깃해진단다. 수타면이 아니라 족타면이다.
     민현택 대표.

메뉴판에는 크게 온우동류와 냉우동류로 분류돼 있다. 민 대표는 "한국사람들은 흔히 가께우동 등 온우동류를 선호하지만 가가와현 현지에선 8대 2 정도로 냉우동류가 인기"라고 말했다.

 냉우동류에선 일본인들이 가장 즐기는 것으로, 사누키우동의 진수인 붓가께우동(6000원)을 권하고 싶다. 냉우동을 먹어야 면발의 진면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 다시마 가쓰오부시 표고버섯으로 만든 원국물에 맛의 비결인 간장을 섞어 만든 쯔유(일종의 간장소스)를 부어 먹는다.

민 대표는 "가게를 열기 전 지인들에게 가가와 현지의 붓가께우동을 그대로 시식시켜본 결과 쯔유의 맛과 향이 너무 강하다는 평을 받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절했으며, 손님이 원할 경우 현지의 맛을 그대로 내놓는다"고 말했다. 쯔유는 우리네 모밀국수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깊은 맛과 향취가 묻어난다.

 모밀국수처럼 대나무발에 올려져 나오는 자루우동(6000원)은 붓가께우동에 나오는 쯔유에 쫄깃한 면을 모밀국수처럼 적셔 먹으며, 새우 등 각종 튀김이 곁들여지는 냉덴뿌라우동(8000원)은 쯔유에 비벼먹는 것이 차이점이다.
모밀국수와 모양이 비슷하게 나오는 자루우동.

 온우동류의 가께우동(6000원)은 흔히 우리가 아는 우동과 비슷하며, 가마아게우동(6000원)은 갓 삶은 뜨거운 면을 바로 꺼내 간장소스에 찍어먹는 일본가정식 우동이다. 일본 현지에서 공수해 온 전통 유부 맛을 느낄 수 있는 유부우동(6000원)도 맛있다.

가께우동 정식.

정식의 밥은 장어덮밥이다.

가께우동.


유부우동

냉덴뿌라우동


 우동에는 일본식 주먹밥인 조그만 오니기리가 함께 나오며, 우동 정식(1만1000~1만3000원)을 주문하면 샐러드 유부초밥 튀김 등이 나와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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