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풍경. 정면으로 이기대, 그 왼쪽 조그만 섬이 오륙도, 이기대 뒤로 영도 봉래산이 보인다. 높은 빌딩 옆 맨 왼쪽이 낮은 곳이 동백섬이다. 아무리 봐도 수영만 매립지 내 주상복합빌딩이 조망권을 가리고 있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광안대교가 이를 약간 상쇄해준다.


해운대의 배산(背山)인 장산(634m)은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난 산이다.
금정산 고당봉(801m) 백양산(642m)에 이어 부산서 세번째로 높은 장산은 과거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있던지라 철책을 따라 산행길이 나있는가 하면 곳곳에 훈련시설물과 유격장, 지뢰매설지 표시 등이 있다.

 불만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소박한 기쁨이 원천 차단돼 서운함 마저 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교를 바라보노라면 언제 그런 불순한 생각을 했는지 조차 잊게 된다. 그 어떤 수식어도 충족시키지 못할 장쾌한 조망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산에 비해 한 치도 뒤짐이 없다.

 장산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도심에 위치해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접근가능하며, 정상 주변에서 조우하는 억새 군락지도 가을철 한창 땐 '억새산행'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광활하기 그지없다.

장산에서 이어지는 구곡산(430m)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행은 해운대구 우1동 부산기계공고 근처인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우2동 체육공원~53사단 철책~옥녀봉~중봉~장산 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방향으로 전진~왼쪽 선바위~철조망~갈림길 전망대~군 작전도로 사거리~오른쪽 늪지대~헬기장~구곡산 정상~대천공원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4분쯤 걸으면 '7번가 피자'와 'GS조은하루주유소' 사이 왼쪽 골목으로 향한다. 들머리다. 계단을 올라 철길을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운촌경로정. 방금까지 차 소음을 듣다 2~3분도 채 안돼 산 속으로 들어오다니 도심의 산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입구에 '간비오산 0.6㎞, 장산 4.5㎞'라 적힌 이정표와 이곳이 장산~아홉산~철마산~금정산~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의 기점이어서 조그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체육공원. 이곳을 지나면 정면 저 멀리 봉수대가 보인다. 곧 갈림길. 두 길 모두 봉수대에서 만난다. 직진한다. 5~6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에 올라선다.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약 700년간 해운포(海雲浦)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이곳 봉수대에서 보면 해운대 앞바다를 비롯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 금정산 용두산 대청공원 등 부산의 내로라하는 명소와 향후 산행팀이 오를 옥녀봉 중봉 장산이 한눈에 확인된다.

간비오산 봉수대.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내려다본 광안대교. 일명 다이아몬드 브리지라고 부르지요.

이어지는 오름길. 곧 오거리 안부. 정면의 직진형 두 갈래길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이왕이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오른쪽 지름길을 택하자. 체육공원에서 다시 한굽이 올라 삼각점이 위치한 170봉과 크고작은 돌탑 5기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를 올라서면 53사단 철책과 만난다. 산길은 철책과 나란히 달린다. 철책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일까. 철책 안의 새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다.
산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곧 갈림길. 군부대는 좌측으로 산꾼들을 유도하지만 열에 아홉은 우측으로 오른다. 유격장 장애물이 잇따라 나와 볼거리가 되는 데다 두 길이 이내 만나기 때문이다. 

 너덜을 지나 힘들게 바윗길을 오르면 바위전망대. '옥녀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본다.

옥녀봉.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풍광.
중봉.
중봉에서 본 장산 정상.

8분 정도 뒤 안부에 닿고 다시 10분이면 분 뒤면 중봉(381m)에 도착한다.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 암봉에 서면 좌측으로 장산이, 정면으로 구곡산이 보인다. 3~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폭포사 방향이다. 장산 밑 갈림길은 이곳에서 10여 분 뒤 도착한다. 우측 방향은 8부 능선길로 억새군락지로 향하는 길. 산행팀은 정상으로 가기 위해 직진한다. 15분 정도면 장산 정상에 닿는다. 군시설물 때문에 정상부분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약간 허탈하지만 장쾌한 조망에 이내 맘이 확 달라진다.

 봉래산 천마산 황령산 금련산 구덕산 엄광산 등과 기장 앞바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심지어 북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엄광산 옆으론 영남의 젖줄 낙동강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쯤되면 최고의 조망이 아닐까.

장산 정상. 군부대가 안타깝게도 주둔해 있다.

이제 발걸음을 좌측, 즉 시계방향으로 옮긴다. 왼쪽엔 선바위 3개가 나란히 
키재기를 하고 있다. 한 굽이를 틀면 그간 보이지 않던 백양산 금정산과 수영강 온천천이 보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철마산 문래봉 곰내재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 일광산 산성산 등 기장의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숲으로 들어선다. 7분 뒤 갈림길. 희미한 오른쪽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10m 뒤 군작전도로를 만난다. 산행팀은 왼쪽 내리막길로 향한다. 10여 분 뒤 또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반여동 하산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향한다. 지금부터 철조망과 함께 '과거 지뢰지대'란 팻말이 붙어 있으니 산길을 벗어나지 말자.

 산길 왼쪽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주 산길에서 3분 정도 걸리는 이곳 입구 맞은 편엔 군부대 문이 있으니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에 서면 운봉산과 개좌산 철마산 곰티재 함박산 문래산 달음산 석은덤 대운산 일광산 영축산 신불산이 펼쳐진다.

 5분 뒤 군작전도로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한다. 오른쪽은 옛 장산목장터. 하지만 지금은 온통 억새 군락지로 변해있다. 10분 뒤 헬기장. 입구엔 인공위성 사진으로 만든 장산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맞은편에는 오래 전 이곳 주변에 산불이 발생,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는 기장군의 안내문도 보인다. 아마도 이곳이 해운대구와 기장군의 경계쯤 되는 듯하다.

 왼쪽 방향으로 향하면 안적사 방향, 산행팀은 우측 임도를 따라 구곡산 방향으로 향한다. 저 멀리 기장 앞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포장로를 따라 내려가는 커브길에선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우측 저 멀리 방금 지나온 장산이 손에 잡힌다.

 구곡산 정상은 20여 분 뒤 올라선다. 정면으로 송정해수욕장, 좌측으로 기장 앞바다, 우측으로 해운대 신시가지와 해운대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고의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하산은 우측 산길로 내려선다. 곧 포장로를 만난다. 장산마을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민간인 출입금지, 산행팀은 우측 폭포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3, 4분 뒤 또 갈림길. 우측은 임도, 좌측은 산길. 임도는 편안하지만 단조로워 산길을 택한다. 15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내려선다. 날머리인 대천공원 김녕 김씨묘 앞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장산 추천 등산로

해운대 장산의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반여동 반송동 우동 좌동 신시가지 등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코스를 제외하고는 산길이 완만해 가족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산행 도중 힘이 부치면 쉽게 하산할 수 있는 길도 많다.
△대천공원 폭포사 코스
가장 보편적인 코스인 동시에 가장 애용되는 등산로다. 해운대 신시가지 내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삼림욕장을 거쳐 폭포사입구~중봉~장산 정상으로 오르기도 하고 폭포사에서 장산폭포~체육공원을 지나 안부를 거쳐 중봉과 장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하산은 우동이나 재송동 반여동 등 어느 쪽으로 내려가도 관계없다.
△반송동 코스
아랫반송 쪽 청운아파트를 시작으로 반송초등학교~장산약수터~철탑~군진지~옛 목장터~너덜겅을 지나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 이 코스의 백미는 너덜겅 지대. 장산 정상에서 정상 뒷길을 거쳐 반여3동 체육공원 쪽으로 하산하면 4시간 정도 걸려 하루 산행으로 적합하다. 또 장천암에서 군진지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윗반송 쪽에선 운봉사에서 돌탑을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애용된다.
△재송동 코스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하지만 급경사 직진코스라 초보 산행자에겐 약간 힘들다. 옛 5-1번 버스종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동국아파트. 이곳에서 바로 산길이 열린다. 아스팔트길이 싫고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면 마을버스를 타고 동국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또는 옥천사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반여동 코스
반여3동 체육공원에서 관음사를 거쳐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전망대~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시내버스 52-1, 144, 44번 종점에서 10분 거리인 반여초등학교에서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도 있다. 이 코스 또한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코스 중의 하나다.
△우동 코스
삼호아파트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과, 우2동사무소에서 성불사를 거치든지 아니면 중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운촌경로당에서 간비오산봉수대와 체육공원~중봉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운촌경로당은 운촌 버스정류장에서 1분 거리이고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기장 코스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오신마을에서 안적사를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고 오신 앞 대장군집에서 감딤산을 지나 억새밭에서 만나는 길이 있다. 특히 구곡산에서는 송정과 기장 앞바다 등 동해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2~3시간 짧은 산행구간탓, 그간 산꾼들에게조차 진가 외면
정상서면 부산전경 한눈에, 저 멀리 거제도까지 조망권

영도 봉래산 정상 조봉에서 바라본 부산 북항. 왼쪽 저 멀리 해운대 장산이, 오른쪽에 오륙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으론 신선대터미널이 보인다. 삼각점과 정상석 옆 오른쪽 큰 바위가 그 유명한 할미바위다. 
오른쪽 섬이 국립해양대학교가 위치한 조도.
이 사진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서 약간 우측으로 치우친 지점에 다리가 둘 있습니다. 왼쪽의 것이 그 유명한 영도대교, 그 우측 붉은빛 다리가 부산대교입니다. 영도(섬)와 부산시내(육지)를 잇는 다리입니다. 다리 건너 좌측이 서구, 우측이 중구이다. 부산대교가 육지와 만나는 지점이 옛 부산시청 자리로 현재 롯데가 국내 최고의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위 두 사진의 바다는 이 다리 우측 외해라고 보면 됩니다. 흔히 이 다리를 기준으로 좌측을 남항, 우측을 북항이라 합니다. 남항은 국내 최대 연근해 수산물의 위판장인 공동어시장이 위치해 있어 어항의 역할을 하고 있고, 우측이 수출입 컨테이선이 정박하는 무역항의 역할을 하고 있죠. 그 유명한 자갈치시장은 부산대교 약간 우측 지점이다. 가운데 높은 산은 천마산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최근 산행팀은 대구의 모 산악회 간부로부터 영도 봉래산에 관한 문의전화를 받았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우연히 온라인 상에서 영도 봉래산의 사진과 산행기를 봤는데 너무나 맘에 들어 회원들과 함께 등정해보고 싶다는 것. 이어 그는 "봉래산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은 거제도나 남해도의 이름깨나 있는 산에 버금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약간은 과장돼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없는 과대포장은 아니라는 것이 산행팀의 생각이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봉래산은 지금도 산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부산시민들에겐 낯선 산이다. 무엇보다 가슴아픈 점은 산행시간이 2, 3시간 정도로 짧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꾼들에게조차 그 진가가 폄훼돼 왔다는 사실이다. 섬 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호사를 만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영도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봉래산에 서면 부산이 진정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영도다리를 중심으로 왼쪽은 자갈치 및 공동어시장을 보듬은 남항이 있고, 오른쪽은 수출역군으로 상징되는 갠트리크레인이 일렬로 정렬된 북항의 컨테이너부두가 한 눈에 조망된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와 이기대는 물론, 저멀리 가덕도와 거제도도 확인된다.

봉래산의 봉우리는 크게 셋. 정상은 할아버지를 뜻하는 조봉(祖峯)이고 그 옆으로 자봉(子峯) 손봉(孫峯)이 이어진다.

 산행은 신선동 새마을금고 신선본점~대흥사~신선아파트~다보사~신선2동 체육시설~관음사~산제당~산불감시초소~산신제터~능선(헬기장)~잇단 방송국 송신소~봉래산 정상(조봉)~산불감시초소(안부사거리)~자봉~손봉~임도~산불감시초소~도개공아파트~중리해변~중리산 산책로~전망대 정자~감지해변 순. 쉬엄쉬엄 걸어도 2시30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영선교차로 버스정류장에 내려 직진한다. SK텔레콤 매장을 지나 150m쯤 가면 강남의원이 있는 사거리. 우측으로 간다. '사랑채' 식당과 남도여중을 잇따라 지나면 정면에 영도구 공영주차장. 이 길이 소위 산복도로다. 오른쪽으로 30m 거리에 새마을금고 신선본점. 그 왼쪽으로 오르면 정면에 봉래산 대흥사. 여기까지 오면 들머리는 찾은 셈. 버스정류장에서 15분 거리.
  
산제당에서 기도하는 등산객 부자.    

 
 절 오른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만나는 길을 가로질러 신선아파트 옆으로 오른다. 촘촘한 계단을 절반 이상 오르다 우측으로 20m쯤 발걸음을 옮기면 다보사. 이를 지나면 이내 신선2동 체육시설. 하지만 산으로 가는 길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해서 바로 아래 오른쪽 쪽문을 통해 산으로 진입한다. 두 번의 갈림길. 한 번은 오른쪽, 또 한 번은 왼쪽으로 간다. 화장실을 지나면 관음사와 산제당(山祭堂). 영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집인 산제당은 산신할배당 산신할미당 장군당으로 구성돼 있다. 영도의 안녕을 비는 당제는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날과 음력 9월15일 두 차례 열린단다.

 산제당을 나오면 산불감시초소. 바로 앞에는 '봉래산 정상 0.79㎞, 체육공원 0.33㎞'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5분쯤 오르면 제법 너른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그 위에는 조그만 공덕탑이 오롯이 서 있다. 5분 뒤 산신제터. 담벼락도 제법 튼튼하게 만든 내부에는 과거 샘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시 5분 뒤 주능선. 헬기장 그리고 체육공원이다. 무등산의 토끼등이나 금정산 북문광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행방향은 우측 시멘트길. 시들시들한 산죽을 따라 KT중계소와 KBS 및 MBC 송신소를 잇따라 지난다. 다소 무료할 즈음 왼쪽 오륙도 이기대가 모습을 드러내 위안을 삼는다. 이내 갈림길. 왼쪽은 조봉과 자봉 사이 안부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 조봉을 향해 오른다. 불규칙하게 박혀 있는 돌들을 계단삼아 5분이면 정상인 조봉(395m)에 닿는다.

 조그만 정상석 옆에 할미바위가 눈에 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예의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60대 한 할머니는 "할미바위는 용심이 많아 돈깨나 벌어 영도를 뜨면 반드시 망하도록 한을 품는다"며 "젊은이도 어서 예를 표하라"고 권한다.

 

봉래산 정상 조봉에서 자봉으로 가는 능선길.
   
 조망은 환상적이다. 남항과 북항으로 대표되는 부산항 전체가 한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고, 부산시가지 또한 한 눈에 펼쳐진다.

 부산을 한 눈에 보고 싶다면 봉래산에 오르길 적극 권한다.

 부산의 산을 살펴보면 우선 도심의 황령산 금련산 그 뒤로 장산이 보인다. 장산 왼쪽에는 달음산 거문산이, 오른쪽에는 구곡산이, 황령산 뒤로 철마산 대운산이 보인다. 거문산 왼쪽으로 천성산 금정산 고당봉, 계명봉, 금정봉,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 시약산 승학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공동어시장 뒤로 천마산, 송도 암남공원, 몰운대, 가덕도 연대봉, 거제도도 확인된다. 가덕도 우측으론 김해 창원쪽의 팔판산 화산 불모산 천자봉 상점령 장유봉도 보인다.

이 사진은 영도대교 좌측 바다로 송도해수욕장을 지나 가덕도, 거제도로 이어진다. 사진 우측의 바다가 송도해수욕장이고, 가운데 바다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한 산줄기가 낙동정맥의 종착역인 몰운대이다. 그 뒤 솟은 봉우리가 가덕도 최고봉 연대봉이다.
하산길에서 본 가운데 섬이 해양대학교가 위차한 조도이고, 45도 각도의 왼쪽으로 점점이 떠 있는 섬이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이다. 오륙도 왼쪽이 몰운대와 함께 절경으로 손꼽히는 이기대이다.
당겨본 오륙도.


하산은 이정표 기준으로 손봉, 목장원 방향으로 직진한다. 워낙 전망이 빼어나 하나하나 음미하며 천천히 걷자. 10여분이면 초소가 위치한 안부사거리. 계속 직진, 6분 정도 오르면 자봉. 이정표는 없고 대신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우측 암남공원 가덕도쪽이 시원하게 열려있다.

 여기서 10여분쯤 더 가면 봉래산의 끝자락인 손봉. 산신제터인 돌무더기가 평평하게 쌓여있다. 동삼동쪽 발아래는 트랙이 보이는 부산체고를 비롯한 네댓개의 학교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산길은 가파른 내리막. 길이 쏟아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분이면 임도. 오른쪽 목장원, 왼쪽은 고신대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하산한다. 7, 8분 뒤 숲 사이로 불사중인 사찰(한마음선원)이 보이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속 직진해도 길이 있지만 구청에서 산불예방 차원에서 하산길을 하나로 통일했다.

 4분 뒤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한다. 이때부턴 사바세계. 도개공아파트와 봉삼초등~태종대중~영도여고~부산체고~동삼중리청년회~부산남고를 잇따라 지나 중리해변으로 간다. 해녀들이 물질해 잡은 해산물을 파는 해녀촌을 가로지르면 다시 산길이 열려있다. 중리산이다. 입구엔 장승이 서 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대략 20여분.

 중리산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정상 부근은 출입금지. 송림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임도, 오른쪽으로 간다.

 이 임도는 산허리를 돌아 태종대 인근 감지해변으로 이어진다. 지도상으로 감지해변산책로다. 전망대 정자에선 잠시 생도(주전자섬)와 점점이 떠있는 선박들의 모습을 감상해보자. 그림같이 아름답다. 이어 감지해변 야생화단지를 지나면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감지해변에 닿는다. 중리산 입구에서 35분 걸린다. (산행대장=이창우)

◇ 떠나기전에 - 영험한 봉래산, 일제 격하시켜 부르기도

봉래산은 원래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의 영약이 있다는 중국의 상상 속의 영산. 영도의 봉래산도 그 만큼 신령스러움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론 태풍때 남항과 북항의 1차 저지선이기도 해 부산으로선 고마운 산이기도 하다.

한데 일제강점기때 일본은 봉래산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해 '목이 마른 산'이란 의미의 고갈산(沽渴山)으로 격하해 불렀다. 심지어 '공갈산'이란 웃지못할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우리산이름 되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인해 봉래산으로 정착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 손봉에서 내려와 중리에선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산행팀이 소개한 길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중리해변 우측으로 열린 3.3㎞ 거리의 절영해안산책로를 걸어도 된다. 중리해변의 해녀들 중 대부분이 제주 출신이다.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경상도 아지매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 봉래산 산행은 낮 12시 이전에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해야 한다. 산불예방차원에서 경방원들이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 교통편 - 시내버스 영선로터리나 새마을금고 하차

영도 영선로터리에 정차하는 시내버스는 501, 7, 11, 6-1, 70, 9-1, 71, 9, 6번이다. 들머리 입구 새마을금고 신선본점이 위치한 산복도로로 다니는 버스는 82, 9-1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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