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김해쪽 관문역할 핵심 분기점
장유폭포 대청계곡 말발굽 모양 휘감아
3시간 남짓 걸으면 돼 가족산행지 적격
산행중 고릴라얼굴 빼닮은 용바위 눈길 

솔향 그윽한 바윗길.
시야가 트이는 바위 위에 올라선다.
근육질의 기암절벽인 용지암에 서면 진해와 창원의 경계인 장복산과 발아래 상점령, 그리고 창원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름은 용바위지만 고릴라 얼굴을 닮았다.

 김해 용지봉(742m) 하면 산꾼들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머리속에 떠올릴 게다.

우선 대간과 정맥을 타는 산꾼들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독수리바위를 품은 정병산과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비음산을 거쳐 김해지역으로 넘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용지봉이다.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으러 다니는 산꾼들에게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다. 확 트인 산사면과 꽤 넓은 정상 주변에는 2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낸다. 계요등 까마중 자주꿩의다리 고추나물 오이풀 닭의장풀 쥐손이풀 며느리밥풀꽃 백리향 패랭이 마타리 금불초 등이 주로 눈에 띄는 대표적 야생화들이다.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로 올라가든지 장유폭포로 내려오는 하산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학도에게도 용지봉은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는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올해 첫 산행지로 용지봉을 택했다. 김해 장유면과 창원 진례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부산서 가까운 데다 산행 시간도 3시간대로 길지 않아 연초 몸풀기 산행으로 제격이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일부 구간에는 근육질의 암릉도 있다. 일명 용지암이라 불리는 암릉구간에 접어들면 확 트인 조망과 함께 제법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은 장유면 대청리 대청계곡 산불감시초소(주차장·용지봉 등산안내도)~윗상점 갈림길~장유사 갈림길~용지암~장유사 갈림길~용바위 갈림길~돌무지언덕~장유사 삼거리~용지봉 정상~육각정자~사거리 안부(용신재)~능동소류지 갈림길~임도~능동소류지 갈림길~용지봉 등산안내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에도 큰 무리가 없기에 가족산행지로도 가능하다.

 

대청계곡 주차장 정면에는 대형 용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옛 매표소인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 등산로는 둘. 산불감시초소 우측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이 하나요, 등산안내도 좌측 폭포휴게소 뒤로 열려 있는 산길이 또하나다. 두 등산로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30m 정도.

산행팀은 들머리로 후자를 택했다. 처음부터 30분 정도 끊임없는 계단길인 전자와 달리 쉬엄쉬엄 올라가는 후자가 산행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등산안내판 좌측 폭포교를 건너면 정면에 폭포휴게소. 다리 옆에 '장유사 4㎞, 용지봉 4.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이정표는 정면 포장로를 따라갈 경우에 해당되는 것.

폭포휴게소 좌측 공터에서 우측으로 크게 돌아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계단이 끝나면 부드러운 송림길이 이어진다. 솔향 그윽한 산길은 오르막과 평길이 반복돼 산행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20여 분 뒤 벤치가 둘 있는 첫 쉼터. 좌측으로 군부대가 위치한 불모산이 보인다. 7분 뒤 벤치가 둘 있는 두 번째 쉼터이자 첫 갈림길. 왼쪽은 윗상점 방향,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길 우측 나목 사이로 장유계곡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을 한 용지봉의 전체 산세가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15분 뒤 그간 안 보이던 크고 작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바위 위로 앙증맞은 공덕탑도 눈에 띈다. 몇 걸음 더 오르면 아예 바윗길로 변해버린다. 잠시 제일 높은 경사진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불모산 군부대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와 불모산과 용지봉을 이어주는 상점령이, 우측 저 멀리로는 향후 오를 능선과 그 낙남정맥 산줄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더 넓어져 창원 쪽 신정산 대암산이, 그 뒤 진해 쪽으로 장복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119 구조대 표지목이 서 있다.

곧 장유사(0.6㎞)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다녀오도록 하자. 
  
이어지는 바윗길의 연속. 좌측으로 근육질의 깎아지른 암릉이 벼랑을 이루고 있다. 암릉 길이는 대략 100m, 최고 높이는 50m 정도. 등산안내도에 용지암이라 적힌 곳이 바로 이곳인 듯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좌측으론 불모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우측으론 장유사와 팔각정이 보이는 용지봉 정상 그리고 그 뒤로 낙남정맥 능선이 헌걸차게 뻗어 있다. 발아랜 차량들이 창원터널로 쏙쏙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당분간 암릉길이 잠잠해진다. 8분 뒤 용바위 갈림길.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 텐데. 아쉽다.

산행 도중 바라본 장유사.
장유사에서 본 용지봉.
장유화상 사리탑.
장유화상.

용바위 좌측 소로를 따라 10m쯤 가면 벼랑 끝에 신기하게도 '제단'이라 적힌 대리석 판이 있다. 발아랜 장유사. 모처럼 스피커 소리가 아닌 진짜 목탁소리가 들린다.

마른 억새가 사각사각 노래하는 너른터에 올라선다. 일명 '돌무지언덕'이란 이름을 지닌 곳이다. 정면으로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우측부터)이 낙타등처럼 솟아 있다.

용지봉 정상.

정상 바로 아래 육각정자.

 이제 능선길이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휘면서 내려선다. 곧 장유사 삼거리. 불과 0.4㎞ 떨어져 있다. 앞선 장유사 갈림길에서보다 더 가깝다. 이어지는 오름길. 봄이었으면 진달래가 만개했을 터널길을 상상하며 몇 걸음 더 오르면 정자가 보이고, 어느새 평상을 지나 용지봉 정상에 닿는다. 뜻밖에도 '용지봉'이 아니라 '룡제봉'이라 적힌 정상석과 용제봉의 유래를 설명한 비석 그리고 상세하게 적힌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넉넉한 터인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북으로 드넓은 진례 벌판과 이를 가르는 남해고속도로가, 서북쪽으론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 뒤로 독수리바위로 유명한 정병산(봉림산), 남으론 올라오면서 계속 봐 온 불모산과 화산 장복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전경부대 방향인 정자 좌측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이다. 10분 뒤 우측 발아래로 장유계곡이 보이며 이번 코스가 말발굽 형태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절반쯤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아주 편안하다. 정상에서 30분이면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예부터 장유면 장유계곡과 산너머 진례 벌판을 오가는 고갯길로 일명 용신재로 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 상의 직진 방향인 전경부대 능동약수터 쪽 대신 우측 장유폭포 갑오마을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150m 뒤 갈림길. 대청계곡 방향 대신 좌측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따라 간다. 1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의 산허리를 따라 돌면 10분 뒤 임도. 좌측은 낙남정맥길, 우측은 장유폭포 장유암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낙엽 수북한 산허리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능동소류지 갈림길로 평상과 벤치 운동기구가 있는 너른터다.

직진한다. 오름길이지만 봉우리를 우회해 그리 힘들지 않다. 갈림길도 한 번 만난다. 이땐 우측 대청계곡 방향으로 내려선다. 사실상 산행 막바지.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급내리막 침목계단과 조림한 듯한 잣나무 및 향나무숲 터널 그리고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정확히 용지봉 등산안내도 앞 주차장에 닿는다. 능동소류지 갈림길에서 33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명은 용 발자국 전설 담긴 '용제봉'의 변이   
 
혹자는 용지봉 정상에 서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정상석에 '룡제봉(龍蹄峯·사진)'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 '용제봉 유래'라 적힌 비석에 그 답이 적혀 있다.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시대부터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봉우리라 하여 용제봉(龍祭峯), 산아래 진례면 신안리 무송마을의 용소에서 용이 승천하면서 잠깐 쉬었다 간 발자국이 바위에 남아 있다 하여 용제봉(龍蹄峯)이라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다. 용지봉이란 이름은 용제봉의 발음이 자연스럽게 변이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장유면 대청리 용지봉 중턱에 위치한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린 곳. 특히 이곳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서려 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소실돼 방치돼 오다 1990년대 완공, 가락불교의 가람으로 거듭났다.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경남 문화재자료 제31호인 장유화상 사리탑이 위치해 있다. 가락국 제8대 질지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나 제작기법은 고려말이나 조선초의 수법으로 보인다. 탑이 세워진 지 1400여년 동안 수차례의 방화로 전각은 소실됐으나 이 사리탑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 나가 대청계곡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부터 15~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7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대청계곡 입구 '대청계곡' 정류장행 버스는 26번이 있다. 배차시간은 12~15분. 1000원.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30분 걸린다. 대청계곡 정류장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15분마다 출발한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055-329-3311)를 이용하면 된다. 6000원 안팎. 승용차로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부산TG~(냉정분기점서)서부산 창원터널 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가 율하 우회전~수가 율하~(삼거리에서) 우회전~장유사 장유폭포 창원 좌회전~장유 대청계곡 좌회전~장유암 4.5㎞ 우회전~주차장 순.

참외의 고장 성주 선석산~영암산 
성주 선석산, 세종대왕 17왕자 태실 품어
이웃한 영암산, 선석산과 달리 바위산 아찔
선석산에서 본 세종대왕 자태실 한눈에 
영암산 하산길 뜻밖의 단풍터널 황홀

성주 선석산에는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17왕자와 원손인 단종의 태실, 다시말해 세종대왕 자태실(子胎室)이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왕자태실이 군집을 이룬 유일한 곳으로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유적은 유례가 없습니다. 
세종 20년(1438년)에서 24년(1442년) 사이에 조성된 태실은 세종의 장자 문종을 제외한 모든 왕자와 원손인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모여 있습니다. 19기 중 14기는 조성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양대군(세조)의 즉위에 반대한 동생들인 금성대군 한남군 등 다섯 왕자의 태실은 사각형의 기단석을 제외한 석물이 파괴돼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입구에 위치한 문종의 동생인 수양대군(세조)의 경우 왕이 됐는데도 태를 옮겨가지 않은 이유는 유달리 형제애를 강조한 아버지 세종의 유언에 따른 것입니다. 태실을 옮기지 않은 대신 임금의 태실인 태봉(胎封)으로 봉하고 가봉비를 세워두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종의 태봉은 수양대군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세종대왕 자태실이 위치한 조그만 둔덕은 선석산에서 보면 마치 여성의 음부를 빼닮았습니다. 이 둔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산줄기를 여성의 두 다리라고 하면, 세종대왕 자태실은 여성의 음부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선석산 태봉바위에 서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들머리에서 세종대왕 자태실을 구경한 후, 선석산 산행을 하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세종대왕 자태실을 바라보세요. 인근에는 세종대왕 자태실의 수호사찰 선석사도 있답니다. 영암산까지 가면 제대로 된 산행이 되지만 선석산을 한 바퀴 돌아 원점회귀할 수 있도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적 된다면 덤으로 성주의 명주인 참외씨를 갈아 먹인 '참외포크'도 한번 드셔 보세요. 기가 막힙니다.  

세종대왕 자태실(子胎室).

선석산 태봉바위에서 내려다본 세종대왕 자태실(子胎室) 근경. 평지 속의 아담한 구릉 내지 둔덕이다.

선석산 태봉바위에서 내려다본 세종대왕 자태실(子胎室) 원경. 저수지 앞 볼록한 둔덕이 세종대왕 자태실(子胎室)이다. 이 둔덕 좌우로 길게 뻗어내린 능선을 여성의 두 다리로 볼 때 세종대왕 자태실은 여성의 음부에 해당한다는 게 지관들의 설명이다. 

주차장에서 세종대왕 자태실로 올라가는 산행팀.

주차장에서 바라본 세종대왕 자태실.


단종의 태봉. 왕자들의 태는 태실, 왕의 태는 태봉이라 한다.

세조(수양대군)의 태봉.태실과 태봉이 함께 있어 전체적으로 태실이라 부른다.


세종대왕 자태실에서 올려다본 선석산.

 

선석산 산행 도중 만나는 태봉바위.

태봉바위라는 안내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주 소개하는 산은 참외의 고장 경북 성주 선석산~영암산. 성주땅 북동쪽에 치우쳐 있는 두 산은 성주와 칠곡의 경계에 오똑 솟아 있다.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자면 국내 최초의 도립공원인 칠곡 금오산이 바로 코앞에 위치해 손에 잡힐 듯하다.

스케일이 큰 지도를 펴놓고 좀 더 넓게 살펴보면 두 산을 기점으로 동일 위도상으로 동쪽에는 팔공산이, 서쪽에는 민주지산이 포진해 있고 남서쪽에는 성주와 합천의 경계에 위치한 '석화성' 가야산이 우뚝 솟아 있다.

선석산~영암산은 어떤 산일까. 이 물음에 답을 하려면 마늘의 고장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과 비교하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듯싶다.

  우선 덩치가 작아 '나홀로 산행지'로 존재하기에는 2% 부족하다. 두 산을 한데 묶어 산행을 해야 제 맛이다.

산세가 각각 딴판인 점도 공통점이다. 의성의 간판인 금성산이 부드러운 육산인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은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도 있다.

선석산과 영암산도 마찬가지. 선석산이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영암산은 날카로운 바위와 벼랑으로 이뤄진 골산이다. 한 번의 산행에 두 종류의 산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선석산이 숲이 좋고 산길이 산책로처럼 비교적 순해 여유있게 걸을 수 있는 반면 영암산은 한 발만 헛디디면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긴장감을 유지해야 된다.
이번 산행에서 놓쳐선 안 될 볼거리는 선석산 아래 위치한 세종대왕 자태실과 선석사.   
세종대왕 자태실에는 세종대왕의 17왕자와 원손인 단종의 태가 안장돼 있다. 왕실의 태는 국운과 직접 관련돼 소중하게 다뤄진 만큼 전통적으로 명당 중 명당에만 안장한다. 이런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는 선석산 태봉바위에서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인근의 천년 고찰 선석사는 세종대왕 자태실의 수호사찰로 현재 태실법당을 짓고 있다.

산행은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세종대왕 자태실 관광안내소~불광교~선석사 갈림길~삼거리봉(선석산·비룡산 갈림길)~태봉바위~용바위~정상 직전 삼거리~선석산(742m)~잇단 선석사 갈림길~돌문이고개~(칠곡)보손지 갈림길~정상 직전 갈림길~영암산(782m) 정상석~북봉(784m)~김천시 남면 '월명성모의 집'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산행 초입 길찾기에 유의하면 이후 능선길에선 이정표가 있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세종대왕 자태실을 둘러본 후 관광안내소 옆 이정표 상의 '중암, 선나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 고샅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임도급의 숲길로 이어진다. 숲길의 종착역은 사실상 들머리인 나무다리인 불광교. 가만히 보니 계곡합수점이다. 다리 옆 나무엔 '등산로'라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불광교를 건너 물 마른 건천과 나란히 걷는 너른 직진형 돌길 대신 우측 급경사길로 오른다. 직진형 돌길로 올라가도 선석산으로 이어진다. 참고하길.
   
급경사길은 처음엔 사람 다닌 흔적이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 흔적마저 사라져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25분쯤 뒤 소나무 아래 시야가 트이면서 선석산 산줄기 뒤로 암봉인 영암산이 보여 주변 지형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후 산길 주변으로 바위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길 흔적이 뚜렷해지면서 경사가 수그러진다. 15분 뒤 갈림길. 우측은 선석사에서 올라오는 길,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걷기 좋은 완만한 오름길. 7분여 뒤 또 갈림길. 나무에 '선석산' '비룡산' 방향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산행팀은 삼거리봉으로 명명하고 직진한다. 잠시 후 길 우측으로 아파트촌이 보인다. 금오산 금오동천의 산행기점으로 유명한 칠곡군 북삼읍이다. 읍이라도 인구가 많은지 상당히 번화하다.

여유로운 이 길은 성주(좌)와 칠곡(우)을 가르는 군경계이다. 5분쯤 뒤 '태봉바위'라 적힌 안내판이 서 있다. 세종대왕 자태실 자리를 살펴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란다. 조그만 저수지 앞 볼록 솟은 동산이 세종대왕 자태실이다. 혹자는 이 지점이 연꽃의 한가운데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골짜기 양편의 산줄기가 여자의 양다리이며 태실이 위치한 자리가 여성의 음부에 해당된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당시의 내로라하는 지관들이 낙점한 만큼 명당 중의 명당이 아니겠는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로 문외한이 봐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다.   

5분 뒤 '용바위'를 만난다. 안내판에 따르면 선석산에서 가장 웅비해 예부터 용바위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얼핏 봐선 평범한 바위로 보이나 끄트머리에 서서 발밑을 내려다보면 수긍이 간다. 저 멀리 국내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참외 비닐하우스가 호수처럼 장관을 이룬다.

용바위에서 2분이면 정상 직전 삼거리. 좌측은 앞서 사실상 들머리였던 불광교 하산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선석산 정상은 여기서 300m 남았다고 적혀 있지만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빨리 올라선다. 잡목에 둘러싸여 동쪽인 칠곡 약목면 이외에는 조망이 하나도 없다. 선석산이란 이름은 보이지 않고 선석산의 또 다른 이름인 서진산(棲鎭山) 대신 한자를 착각해 누진산(樓鎭山)이라 적혀 있다. '서(棲)' 자와 '누(樓)' 자의 착각인 듯 싶다. 난센스다.

하산은 이정표 뒤 '영암산 2.8㎞' 방향으로 내려선다. 호젓한 낙엽길이다. 안 보이던 붉은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고, 발밑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떨어져 천연 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차츰 숲 사이로 암봉인 영암산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우측으론 명산으로 손꼽히는 근육질의 금오산 역시 숨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부담없이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는 꼬불꼬불한 옛길인 데다 소나무와 울긋불긋 단풍의 색조화도 일품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환상의 숲길 구간이다. 좌측으로 선석사 방향으로 내려서는 옛길도 열려 있다.

일순간 지금과 달리 길이 약간 넓어지고 '보손지 2.2㎞, 영암산 1.1㎞'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선석산과 영암산의 경계이자 칠곡 북삼읍과 성주 월항면을 잇는 일명 돌문이고개이다. 산 아래나 멀리서 보면 푹 꺼진 잘록이다. 성주 쪽은 아예 길이 없고, 오른쪽 북삼읍 보손지 쪽은 많은 산꾼들이 다니는지 길이 반듯하다.

5분쯤 뒤 놀랍게도 눈앞에 거의 직벽이 다가와 있어 순간 섬뜩해지지만 밧줄과 철계단 등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어 그리 힘들지 않다. 보손지 갈림길을 지나 12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로프 구간(270m), 우측은 우회길(350m)이다.

몇 걸음 내려서니 우측으로 집채만한 병풍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우회길인 셈이다. 얼핏 봐도 높이 20m, 폭 30m쯤 된다. 돌계단을 따라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근육질 암릉의 위용을 드러낸다. 동시에 주변의 산세와 지형이 한눈에 펼쳐진다. 뒤돌아보면 선석산에서 방금 지나온 마루금이 손금처럼 보이고 좌측 칠곡 쪽에는 금오산을 배경으로 북삼읍 보손지와 약목면이, 진행 방향으론 밧줄이 요리조리 매여 있는 암봉이 우뚝 서 있다.

영암산 쪽 전망대에서 본 선석산. 방금 지나온 능선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좌측으로 금오산과 북삼읍 보손지도 보인다.
                    선석산이 육산인 반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영암산은 옹골찬 바위산이다.

정상석이 있는 영암산 정상까진 13분이면 닿는다. 밧줄을 잡고 두 개의 철계단을 오르면 된다. 안전시설물이 없다면 만만찮은 구간이지만 이 정도면 힘겹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신 방심은 금물이다.

멀리서도 식별이 되는 멋진 소나무와 돌탑 그리고 정상석이 서 있는 정상에 서면 정면으로 금오산을 배경으로 하산할 마루금과 김천과 성주를 잇는 905번 지방도가 동시에 보인다.

하산은 직진. 암릉을 에돌아간다. 그 길도 아주 거칠다. 9분이면 암봉 앞에 선다. 좌우로 우회길을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직접 타고 오르는 수밖에. 바위가 발을 내딛기 쉽게 깨어져 있어 크게 문제는 없다.

여기서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북봉인 784봉.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보다 2m 높다.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이곳에 영암산이라고 표기돼 있다.

영암산 하산길에선 뜻밖에도 울긋불긋 단풍 터널을 만난다.

본격 하산길. 꽤 험로지만 뜻밖에도 단풍나무가 즐비하다. 이 길은 옛길이라기보다 905번 지방도로 하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간벌하며 조성한 등산로인 듯하다. 특이하게도 형형색색의 단풍은 등산로를 벗어나 우측 칠곡 쪽 사면에 치우쳐 있다. 단풍 명산이 부럽지 않다. 이따금 좌측 뒤로 북봉과 가운데 암봉 그리고 소나무가 식별되는 정상석이 있는 782봉이 한눈에 보이기도 한다. 좀 더 내려오면 중부내륙고속도로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35분 뒤 갈림길.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왔지만 어느 쪽으로 와도 10분 뒤에 '월명 성모의 집'에서 만난다. 784봉에서 47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성주 명물 참외씨 먹인 돼지 '참외포크' 일품

성주 명물 참외씨를 갈아 먹인 돼지의 삼겹살과 항정살.

돼지 목살.

 

식사는 완도에서 공수해온 매생이국밥을 맛볼 수 있다. 매생이칼국수도 있다.

된장찌개를 시키면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게 나온다.

시골에서 농사 짓고 직접 담근 된장찌개.


영암산은 생긴 모양에서 그 이름이 생겨났다 한다. 산 아래 성주땅에서 올려다보면 3개(782봉과 784봉 그리고 그 사이)의 암봉으로 이뤄져 정상부가 마치 방울을 닮았다는 것. 해서 '방울 영(鈴)', '바위 암(岩)' 자를 조합해 영암산으로 불린다.

선석산은 세종대왕 자태실의 수호사찰인 선석사와 연관이 있다. 신라 효소왕 때(692년) 의상 대사가 현 사찰의 서편에 창건, 신광사로 명명했지만 고려 공민왕 때 나옹 선사가 주지로 오면서 절터를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이를 위해 터를 닦던 중 큰 바위가 나와 절이름을 터를 닦는다는 의미의 선(禪) 자와 돌 석(石) 자를 써서 선석사로 명명했다 전해 온다. 그 때 발견된 바위는 지금도 대웅전 뜰 앞에 묻힌 채 그 일부가 땅 위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빙산의 일각'만 나와 있는 셈이다.

산행 들머리의 세종대왕 자태실(子胎室)은 우리나라에서 왕자태실이 군집을 이룬 유일한 곳으로 전세계적으로 이런 형태의 유적은 유례가 없다. 세종 20년(1438년)에서 24년(1442년) 사이에 조성된 태실은 세종의 장자 문종을 제외한 모든 왕자와 원손인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모여 있다. 19기 중 14기는 조성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양대군(세조)의 즉위에 반대한 동생들인 금성대군 한남군 등 다섯 왕자의 태실은 사각형의 기단석을 제외한 석물이 파괴돼 남아 있지 않다.

입구에 위치한 문종의 동생인 수양대군(세조)의 경우 왕이 됐는데도 태를 옮겨가지 않은 이유는 유달리 형제애를 강조한 아버지 세종의 유언에 따른 것. 태실을 옮기지 않은 대신 임금의 태실인 태봉(胎封)으로 봉하고 가봉비를 세워두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종의 태봉은 수양대군과 멀리 떨어져 있다.

태봉바위와 용바위에선 가야산이 거의 보이질 않지만 산속 안내판에는 보인다고 적혀 있다. 심지어 이웃한 용바위에선 낙동강도 손에 잡힌다고 표기돼 있지만 그렇지 않다. 참고하길.

맛집 한 곳 추천한다. 참외씨 먹인 돼지고기 전문점 '성주 포동이 숯불가든'(054-931-0770). 성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참외 산지. 일반적으로 참외씨는 칼슘 인 칼륨 등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 특히 비타민E 함유량은 참기름의 26배, 옥수수 기름의 5배다. 실제로 성주 참외포크는 노화방지 물질인 비타민E 성분이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무려 68배나 높은 반면 콜레스테롤은 22%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맛은 어떨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육질이 두드럽고 쫄깃쫄깃하면서도 뒷맛은 아주 담백하다.

'성주 포동이 숯불가든'은 남편이 직접 참외포크를 생산하고, 부인인 강현순 씨가 식당을 경영한다. 국내 몇 안 되는 국산 돼지고기 판매점이기도 한 이곳은 최고의 고기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 이미 성주에선 가장 유명한 참외포크집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를 먹은 후엔 매생이 칼국수와 굴국밥이 준비돼 있다. 된장찌개를 원할 경우 비빔밥으로 나온다. 150g 1인분 8000원.


# 교통편 - 대중교통 당일치기 불가, 승용차 이용해야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서울 김천 방향~성주IC~왜관 성주 33번~무주 성주 30번~경산교 건너자마자 무주 김천 왜관 30분 좌회전~김천 구미 왜관~김천 초전 905번 지방도 좌회전~선석사 13.1㎞~세종대왕 자태실 선석사 직진~김천 남김천IC(선석사)~김천 구미 남김천IC 905번~어산 세종대왕 자태실 선석사~선석사 갈림길~세종대왕 자태실 관광안내소(주차장) 순. 날머리 '월명 성모의 집'에서 들머리 세종대왕 자태실 주차장에 위치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택시(054-931-7673)를 불러야 한다. 1만5000원.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북대구터미널로 가서 갈아타야 하지만 오후부터 시외버스가 출발한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계곡서 더위 씻고, 숲속서 마음 씻고

천성산과 쌍벽 이루는 평범하고 한적한 명산
물소리 따라 지절대는 새소리는 '숲속음악회'
정상 앞두고 나무샘물이 목마른 산꾼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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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계곡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족산 계곡은 보는 것 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고도 남을 정도로 시원하기 그지없다.

 
시원한 곳이 마냥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은빛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도 좋지만 어깻죽지가 흥건히 젖을 만큼 땀을 쏟은 후 발을 담그면 더위가 한순간에 씻겨 나가는 계곡의 맛도 그만이다.

부산서 그리 멀지않고 인적이 비교적 드문 계곡산행을 한번 떠나보자.

이번 산행지는 울산 울주군 삼동면과 양산시 하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일명 솥발산이라 불리는 정족산(鼎足山·700m). 솥발산은 산 정상에 길게 뻗은 바위 모습이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솥발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정족산 근처 모든 곳이 물천지가 되었어도 이 산 봉우리만은 솥발만 남아 찰랑거렸다고 전해온다.

정족산은 천성산 제2봉(옛 천성산), 천성산(옛 원효산)과 함께 북에서 남으로 하나의 긴 산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양산 최고의 명산인 천성산에 가려 산꾼들에겐 그저 평범한 산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발짝 한발짝 차분하게 들어가 보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산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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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족산계곡은 부산경남권에서 꽤 유명한 내원사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선 그 유명한 내원사 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답고 청량한 계곡에다 울창한 숲, 그리고 산행 도중 만나는 암자 등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산행은 내원사 주차장~한덤(한동)마을~정족산 등산안내도~계곡산행~계곡 합수점~석축(옛 움막터)~대성암~원통전~정족산 정상~용바위~임도~천막 가건물~학성 이씨묘~임도~가사암 입구 목장승~119조난위치 표시판~계곡 합수점~정족산 등산안내도~한덤(한동)마을~내원사 주차장 순.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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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신선교 사이에 난 시멘트길을 들머리로 잡자. 계곡따라 난 좁은 길이다. 두번째 간이화장실을 지나면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계곡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길이 나 있는 셈. 오른쪽이 성불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노전암 방향. 왼쪽 길을 택해 다리를 건넌다.

7분 정도 뒤 계곡 합수점에서 왼쪽 철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걷는다. 얼핏 봐도 물이 수정같이 맑다. 다가가서 보니 새끼손가락 크기의 송사리들이 꼬물꼬물 헤엄치고 있다.

철문을 지나 7~8m 쯤 갔을까. 우측에 리본이 많이 달린 산길이 하나 열려 있다. 설악산과 간월산의 공룡능선과 함께 험하기로 악명높은 천성산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이니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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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암 원통전(왼쪽)과 대성암 경내의 운치있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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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전 근처에는 밑동에서 샘물이 나오는 보기드문 나무가 산꾼들의 눈길을 붙잡는다(왼쪽). 우측은 정족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용의 모양을 한 용바위. 과거 가뭄이 닥치면 이곳에 대를 마련해 산신에게 비를 기원했던 곳이다.

민가가 몇 채 모여 있는 한덤(한동)마을은 합수점에서 8분 후에 닿고 곧 정족산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50m 전방에 노전암이 보이고 산행은 '천성산 제2봉'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이어진다. 이른바 계곡산행의 시작이다.

계곡이 막히면 왼쪽 산길로 오르고, 다시 산길이 계곡으로 이어지면 시원한 물소리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걷는다. 울창한 숲을 병풍삼아 수십명이 쉴 수 있는 반석과 그 아래 위로 쏟아지는 낮은 폭포, 잇따라 만나는 조그만 소(沼), 물소리와 화음을 맞추는 듯 산새와 매미들의 울음소리, 마치 숲속의 음악회에 온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30여분. 다시 계곡 합수점에 다다른다. 지도상으로 상리천과 대성골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은 돌과 나무가 널부러져 약간 지저분한 느낌이다. 왼쪽은 대성골, 오른쪽은 영산대학교 방향. 왼쪽 대성골 숲길을 택한다. 오른쪽 계곡은 하산할 때 내려오는 길이니 주변을 눈여겨 봐두길.

곧 갈림길이지만 계곡길은 버리고 왼쪽 산길로 간다. 길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다. 10여분쯤 뒤 어느새 계류와 함께 걷는다. 왼쪽으로 가면 정면에 낙엽 쌓인 산사면을 만난다.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계류를 중심으로 좌우에 두 갈래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양쪽이 낭떠러지인 좁다란 길을 지나면 석축이 잇따라 서너개 기다린다. 석축 위 평지는 과거 화전민의 터전으로 짐작된다.

석축을 지나 왼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곧 사거리. 언뜻 사거리가 아닌 것 같지만 주변을 자세히 보면 분명 사거리다. 길이 가장 또렷이 보이는 정면으로 가면 길이 막혀 있어 우측 산길로 에돌아 올라간다. 급한 오르막만 넘기면 그 다음부터 쉬운 길. 곧 대성암. 정면의 옛 법당을 지나면 큰 돌로 외벽을 치장한 새 법당인 원통전. 정족산 정상은 원통전 오른쪽, 쓰레기 태우는 곳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볼거리 하나. 산길 우측 간이건물 옆에는 나무밑동에서 물이 나오는 보기드문 곳이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산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상봉까지는 20여분 거리. 정상에는 정사각형 삼각점이 놓여 있으며 장정 네댓 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상봉에서 10m 거리의 또다른 암봉에는 태극마크와 함께 정족산이라고 적힌 사각형 표식이 있지만 정상이 아님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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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안내판과 이정표.

하산은 상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3~4분 후 용의 모양을 한 높이 2.5m 정도의 용바위. 과거 가뭄이 닥치면 이곳에 대를 마련하고 산신에게 비를 기원했던 곳이다.
  
10분 뒤 임도에 닿는다. 세번째 임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다시 산길. 인적이 드물어 잡풀을 헤치고 가야한다. 다시 10분 뒤 천막 가건물에 닿는다. 헬기장터다. 가건물 앞 이정표에서 리본이 많이 붙은 왼쪽 숲길로 간다. 30분 뒤 학성 이씨묘를 지나면 다시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20여분 임도를 따라 걸으면 영산대학교로 내려서는 임도 갈림길. 천성산 방향으로 간다. 이어 가사암 입구 안내판을 보고 오른쪽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가사암 입구에 목장승 옆으로 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10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119조난위치 표시판이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계곡과 만난다. 여기서 우측으로 100m 정도 가면 대성골 입구의 계곡 합수점에 닿는다. 여기서부턴 왔던 길. 내원사 주차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편

대중교통편도 넉넉하지만 원점회귀 산행이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롯데백화점 동래점(종점)이나 지하철 온천장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달성슈퍼(055-375-1752) 앞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 부산행 버스도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00원. 등산객이 붐비는 주말에는 용연버스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원사 주차장까지 승합차가 다닌다. 1000원. 걸어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굳이 승합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사거리서 북정동 방향 우회전~LG정유 부성주유소 끼고 우회전~내원사 13㎞~언양 통도사 35번 국도~내원사 1028번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1일 주차비 및 입장료 각 2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떠나기전에

 산깨나 타는 사람들에게 부산지역의 산을 제외한 괜찮은 근교산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천성산~정족산을 언급할 정도로 이 산들은 부산의 산꾼에게 친숙하다.

경남 양산과 울산의 경계에 걸쳐 위치한 천성산~정족산은 사시사철 산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에는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그만이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으로 단장하고 겨울에는 새색시의 온화한 마음으로 온몸을 감싸줘 산꾼들의 입에서 떠날 날이 없이 명산이다.

사실 정족산은 지명도 면에서 천성산에 비해 좀 떨어져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상리천(한동골)과 신라 천년고찰 운흥사지가 있었던 운흥동천 등 크고 작은 계곡은 그저 말없이 흘러내려 올 여름 꼭 한 번 등정하기를 추천한다.

 대성골의 수림은 햇살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울창한 숲이어서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고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조망 또한 일품이다.

정족산의 어깨부분에는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이 유명하다. 약 6000년 전에 생성된 무제치늪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과학적 검증을 거친 늪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져 한반도 남부지역의 자연생태계 변천과정과 습지 동식물의 서식변화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늪 주변의 무분별한 임도가 천성산과 정족산을 가로 지르며 조성돼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yahoe.c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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