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裸身의 산'과 사랑에 빠진다


반듯이 누운 여인 형상
가조IC 부근 '실루엣' 또렷
능선산행 '묘한 기분' 자아내
하산길 계곡 '오아시스' 만난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88고속도로 대구 방향 가조IC 진입 직후 갓길에서 본 미녀봉. 오른쪽 머리카락을 길게 널어뜰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젓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녀의 누운 자태 그대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왼쪽)과 여인의 나체를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①얼굴 ②가슴 ③배 ④다리).  


 
우선 그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거창 미녀봉(935m).

흔히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사연이 있게 마련. 하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뚝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관찰할 수 있다. 그중 백미는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라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흔히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 눈에 들어온다.   
 
미녀봉과 주변 봉우리가 앉은 터도 재미있다. 미녀봉의 미모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미녀봉이 뻗은 발을 무뚝뚝하게 내려다보는 두무산(1038m), 미녀의 무릎 옆에 앉아 명상에 잠긴 오도산(1134m), 미녀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비계산(1126m), 전설 속에서 미녀봉과 사랑을 나눈 장군봉(935m), 그리고 의상봉 보해산 금귀산 숙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연심을 보내고 있다. 조물주의 짓궂은 장난인지 아니면 호사가들이 꾸며낸 스토리인지 하여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산임엔 틀림없다.

미녀봉 산행길은 크게 두 가지. 가조면 석강리 음기마을에서 출발, 유방샘 등을 거치는 거창 코스와 반대편인 합천쪽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이번 산행은 일반적인 거창 코스 대신 합천 코스를 택했다. 무더운 여름인지라 하산때 계곡산행을 맛보기 위함이다.

산행은 오도산 자연휴양림~미녀봉 주능선(이마→코→입→턱)~유방봉~헬기장~미녀봉 정상(배 부분)~오도재(오도치)~계곡(지실골)~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오도산보다 미녀봉이 더 가깝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리사무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포장로를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들머리다. 주변엔 연보라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7~8분쯤 뒤 풍화된 암석길이 나올 무렵 우측 저 멀리 미녀봉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길은 약간 오르막이지만 비교적 잘 나 있다. 20여분 뒤 정면에 큰 소나무가 서있는 주능선에 닿는다. 미녀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의 숙성산과 동쪽의 오도산이 연결된다. 숲 사이로 거창 가조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정면 금귀봉을 중심으로 왼쪽 박유산과 오른쪽 보해산이 포진해 있다. 5분 뒤 산모롱이를 돌면 첫 전망대. 날씨가 좋을 땐 뾰족한 박유산 뒤로 금원 기백 황석 거망산도 보인다.

이제는 오르막길. 쉽게 등정을 허용치 않으려는 미녀와 미녀 정복을 위해선 이쯤 고생은 감내해야지 하는 산꾼들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미녀봉 능선까지는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 지도상으론 미녀봉의 이마 부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녀봉은 멀리서 보면 누운 여인의 형태지만 막상 산속에 들어서면 어디가 어딘가 잘 모른다. 한 전망대에서 선 이창우 산행대장(왼쪽). 우측은 미녀봉 정상.


지금부터는 여체를 밟고 지나가는 능선산행. 말이 능선산행이지 실제론 눈썹 코 입 턱 부분이 모두 굴곡이 심한 암릉코스로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집채만한 바위가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깎아지른 암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뭇남성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미녀봉의 심술인가 보다.

다행히 밧줄이 매어져 있기도 하고 바위를 넘지 않고 에돌아 가는 길도 있으니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

이렇게 바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하면 오아시스같은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미녀봉 0.7㎞, 왼쪽방향 유방샘 0.8㎞'. 유방봉이 이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오르막길. 패랭이와 도라지가 활짝 핀 무덤을 지나면 유방봉. 이어지는 숲길. 갈림길과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미녀봉 정상. 사방 모두 숲으로 가려 전망은 없다. 헬기장에서 20분 거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 중 내려다본 거창 가조벌판(왼쪽). 우측은 산행 중 뒤돌아본 모습. 우측 뒤 안테나가 서 있는 봉우리가 오도산이다.
   
 
고백 한가지. 사실 산행팀도 멀리서 본 여인의 실루엣과 달리 막상 산속에 들어서니 어디가 눈썹바위인지 턱바위인지 유방봉인지 구별이 힘들었다. 배 부분인 정상에 도착한 후 복기를 하면서 단지 유추할 뿐이었다. 해당 지자체가 이 좋은 관광상품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되는 능선길. 30분쯤 뒤 미녀봉의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봉우리에 닿는다. 거창과 합천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한 눈에 펼쳐진다. 우측 통신탑이 보이는 오도산, 정면에 두무산, 그 앞 비계산, 비계산 왼쪽으로 바위산인 장군봉과 보해산 금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미녀봉에서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20분 뒤 오도재. 직진하면 오도산. 산행팀은 오른쪽 (휴양림)수련장 방향으로 간다. 앞서 왔던 길과 달리 숲길이 그늘지고 평온하다. 8분 뒤 '오도재 오도산'을 알리는 첫 팻말이 보일 무렵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후 계곡류를 만난다. 이 지점이 오도산 자연휴양림 계곡의 시점이다. 계곡류가 맑고 얼음처럼 차다. 계곡에는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이 옛 선비마냥 수박을 물에 담근 채 탁족을 즐기고 있다. 계곡에서 시멘트길로 올라선 후 15분 후면 들머리인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도산 자연휴양림의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 한 중년 여성(왼쪽)과 아이들.


# 교통편-거창행 버스타고 합천 묘산터미널 하차

부산서 미녀봉 산행들머리인 오도산 자연휴양림에 가기 위해선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완행버스를 타고 합천군 묘산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만900원. 묘산에서는 거창행 군내버스를 타고 오도산 자연휴양림 입구인 권빈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20분, 9시40분, 10시20분, 11시20분. 750원.

권빈정류장에서 오도산 자연휴양림까지 3.7㎞. 걸어서 40~50분 걸리는 제법 먼 거리다. 권빈정류장 옆 천일상회에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부산가는 방법은 두 가지. 휴양림 입구 권빈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오후 1시, 2시50분, 6시15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현풍IC~5번 국도 이용(이정표는 광주 방향 또는 성산IC 방향)~88고속도로 성산IC서 진입~해인사IC~좌회전 합천 방향~고령 18㎞, 묘산 8㎞~분기삼거리서 거창 26번 국도~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떠나기 전에-이름만큼 아름다운 전설 가득

미녀봉과 관련된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녀봉 다음으로 소개할 산은 거창 장군봉입니다. 기대하시라. 산세는 장군봉이 한 수 위 입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055-930-3733)을 추천한다. 거창군과 인접하고 합천댐과 해인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 가족과 함께 등산, 야외 물놀이, 삼림욕을 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참고 하나. 오도산 자연휴양림쪽에서는 미녀봉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미녀봉의 전체 윤곽을 보기 위해선 휴양림에서 나와 우회전, 거창 가조 방향~가조온천 방향 우회전~석강리~가조IC 순으로 가면 된다. 석강리에서 미녀봉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며, 가조IC 진입 직후 고속도로 갓길에서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혹 부처님을 닮은 산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등산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이따금씩 부처님의 형상을 한 산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곤 합니다.
 부처님을 닮은 산은 사실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좀처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유홍준이 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적고 있듯 그저 아무 생각없이 혹은 출발 전 예습없이 무작정 떠난다면 그냥 산만 타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운이 좋아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관심은 있되 여태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혹 더 있으면 알려 주세요.

 #중국 사천성(쓰촨성) 능운산 와불(臥佛)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측이 머리, 가운데 낙산대불이 위치한 가슴, 좌측이 하체 부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이 71m의 낙산대불.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낙산시 능운산 서쪽 절벽의 황토빛 석벽 전체는 거대한 석불 좌상이 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석불인 낙산대불이다. 불상의 높이와 산의 높이가 같은 71m이다. 귀의 길이가 7m, 머리는 14.7m, 발이 5.5m 정도. 발 위에는 100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고, 발톱 하나에도 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라고 이동 중 가이드가 설명하기에 중국인 특유의 다소 과장된 표현이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산 절벽 하나를 그대로 깎아 불상을 조각했다.
 산 절벽을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지만 엉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머리가 다소 크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기에 장삼이사들의 눈에는 그렇게 커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낙산대불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낙산대불이 내려다 보고 있는 이곳은 민강(岷江) 청의강(靑衣江) 대도하(大渡河) 등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 때문에 소용돌이로 인해 배가 침몰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나라 현종 원년인 서기 713년 해통 법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부처님의 법력으로 해난사고를 막아보고자 대불 조성에 들어가 90년만인 803년에 준공됐다. 물론 해통법사 사후이다.
 대불은 조성 목적에 맞게 사람을 압도하는 위용은 보이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강을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대불 구경은 대개 대불 왼쪽으로 조성된 구불구불한 계단으로 올라가 최대한도로 근접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기도를 한 후,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대불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밌는 점은 강에서 낙산대불 쪽을 바라보면 능운산이 좌우의 봉우리와 함께 마치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처럼 보여 와불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 즉 왼쪽 오룡산이 하체, 가운데 능운산이 가슴, 맨 우측 구성산이 머리 부분인 것이다. 낙산대불은 이 와불의 심장부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점은 하체 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 우스갯 소리로 부처님의 '거시기'라고 하지만 일명 능운탑이라 불리는 13층의 영보탑(靈寶塔)이다. 낙산대불 조성자인 해통 법사의 골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와불의 형태가 발견된 때가 불과 2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에 가면 능운산 자락이 와불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와이드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낙산대불은 지난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남 두륜산 와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은 부처님이 누운 듯한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다.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남도 해남땅의 명산인 두륜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만만잖은 암봉이다. 같은 암봉이라도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으로 힘이 넘친다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을 벗삼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 이 절집은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인 일지암도,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북암 마애여래좌상 등도 이 두륜산 품안에 안겨 있다.
 두륜산도 산 아래 대흥사 경내에서 가만히 보면 부처님이 누운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 부처님의 누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목 부분인 만일재가 다소 길어 어색하지만 하여튼 부처님의 와상은 확실하다.

 #구미/칠곡 금오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부고속도로 남구미IC 진입 전 도로변에서 찍은 금오산.



 무학대사가 금오산 밑을 지나면서 산세를 본 후 산자락에서 언젠가 왕이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금오산.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로 이 예언은 맞았다. 금오산 자락인 구미 상모동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금오산은 지난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8년 자연보호헌장을 고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포한 곳이기도 하다.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금오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 등을 품은 금오산.
 이 금오산도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보면 그렇다고 하지만 차량이 많을 경우 산 구경을 하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기도 힘들다. 금오산 금오동천으로 산행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왜관IC로 나가지 말고 대신 칠곡군 북삼읍 남구미IC 쪽으로 가면서 바라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혹자는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았을 뿐 부처님이 아니라고도 한다. 문득 모든 생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작용이라는 원효 대사의 일체유심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부처님 형상은 아니지만 산 전체가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특이한 산도 있다. 부처님 모습은 아니지만 잠시 삼천포로 빠져보자.
 

 #거창 미녀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인의 나신을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 1.얼굴 2.가슴 3. 배 4.다리.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숨은 사연이 있게 마련이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사진상의 오른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 뜨린 채 톡 틔어나온 이마와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길게 늘어 뜨린 머리카락만 아니라면 부처님이라고 우겨도 될 법하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녀봉으로 불린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으뜸은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 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랏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대개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눈에 들어온다.
 미녀봉은 이웃한 장군봉과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거창 가조벌판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장군봉은 암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0m로 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또 한가지. 미녀봉 아래에는 '양기' '음기'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이웃해 있다. 산쪽으론 양물샘, 유방샘이라는 샘터가 있다. 아마도 미녀봉이란 이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진짜 삼천포로 빠져보자. 정말로 와룡산은 삼천포에 있습니다.


 #사천 와룡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헬리곱터에서 찍은 와룡산 모습. 해발고도가 높아 이를 한눈에 보기 위해선 굉장히 높이 올라가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높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용이 웅크려 누워있는 형상이다. 사진제공=사천시청.


 해발 799m의 와룡산은 하늘에서 보면 누워있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명명된 이름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등성이마다 기암괴석의 암봉과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어 예삿 산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삼천포항을 비롯 남해 통영 거제도와 이름모를 섬들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바다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부울경 산꾼들의 알짜배기 근교산으로 알려져 있다.
 기묘하고도 수려한 산세 때문인지 와룡산의 품안에는 절집이 아주 많다.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와룡산에는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알려진 절집만 해도 청룡사 덕룡사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갑룡사 등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천사 와불(왼쪽)과 와불 내 몸속법당. 사진제공=사천시청.


 재밌는 점은 백천사 내에 와불이 있다는 점. 그것도 세계 최대의 와불. 비스듬히 팔을 괘고 있는 이 와불은 11년 전에 조성됐다. 길이 13m, 높이 3m인 이 와불은 수령 2400년 된 거대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놨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몸속법당이라 불린다.
 중국의 낙산대불이 그랬듯이 백천사의 목와불과 와불몸속법당 내 부처님도 아마 불력으로 와룡산 및 한려해상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