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광복동 레스토랑 '쉬폰'
-"신선한 재료로 여운이 오래가는 음식 만들고 싶어"
-차·케이크 전문점에서 레스토랑으로 변신
-젊은 여성에서 세련된 할머니까지 단골
마음 맞는 사람이랑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아니면 남편이든 마누라든. 깔끔하게 세팅된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형형색색의 그림 같은 요리를 맛보는 그 순간만은 적어도 근심 걱정이 잊혀진다.
근데 믿고 찾아간 레스토랑의 음식 맛이 기대 이하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돈과 시간은 둘째 치고 썩 괜찮은 식당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자신의 신뢰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 지인은 오래전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맛없는 식당은 '사회악'이라고. 당시엔 독설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게 한 번쯤 경험해보면 그 말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 직하다.
모처럼 자신 있게 레스토랑을 한 곳 소개한다. 원도심인 중구 광복동 레스토랑 '쉬폰'이다. 옛 유나백화점 맞은편 건물 2, 3층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 및 차 전문의 카페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런 '쉬폰'이 지난해 10월부터 또 한 번의 비상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기존의 케이크와 차에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샌드위치,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등 메뉴를 다양화했다. 타고난 '절대 미각'을 보유한 박선기(51) 대표는 "종합무역상사에서 패션 쪽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 유럽이나 미국으로 출장이 잦다 보니 서양요리와 와인에 눈을 떠 레스토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박한 음식이론과 일류 요리사 빰치는 실력으로 이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이미 인정받고 있었다.
잘 나가는, 혹은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 몇 가지를 부탁했다.
뜻밖에도 샌드위치(사진 아래)였다.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 등 각종 야채를 크루아상에 곁들인 샌드위치(8000원)는 신선하면서 여운이 오래 가 샌드위치가 얼마나 맛있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샐러드 피자
(1만6000원)는 샐러드와 피자가 따로 나와 월남쌈처럼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치즈 고유의 맛과 샐러드의 상큼한 맛의 절묘한 조화는 한마디로 맛의 블루오션에 다름 아니다. 파스타도 하나같이 일품이다. 가지 토마토 호박 등 신선한 야채를 듬뿍 넣어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토스카나식 파스타(1만4000원)와 치즈와 호두로 맛을 낸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펜네(1만2000원) 등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햄의 짭조름한 맛과 멜론의 달고 시원한 맛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는 '햄을 얹은 멜론'(1만5000원)과 그린홍합 치즈구이(1만6000원)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로 인기가 높다. 디저트로 그 유명한 케이크(4000원)를 살짝 맛봤다. 소문대로 격이 다르다.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 케이크 전문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품격이 있다. 차 또한 기본 커피에 종류별로 다 갖췄다. 티는 12가지, 허브티는 5가지다. 하나같이 은은하면서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음식의 향과 맛이 식도와 위장 허파를 거쳐 다시 내뿜어져 올라오는 숨결에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음식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박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만일 부산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가 찾는다면 기자는 이 집부터 살짝 소개하겠다.
또 한 가지. 이 집 박 대표의 부인은 전 MBC 아나운서 정보영 씨였다. 사실 깜짝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9시 뉴스테스크와 장학퀴즈 등을 손석희 아나운서와 진행한 것 같다. 부산 출신의 신랑을 만나 주말부부를 오랫 동안 하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지금은 부산에서 '정보영 스피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부산대 경성대 동서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051)254-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