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퐁듀' 전문점 '전망좋은 방'

5년 준비끝에 5년전 부산서 첫 선봬,
외국인도 호평 서울 대구서도 찾아와
"한국엔 김치, 스위스엔 퐁듀", 치즈퐁듀, 냄새 때문에 못 먹을 수도
 

녹인 치즈에 바게트나 새우, 고기를 담가 먹는 알프스 산골요리 퐁듀. 

 퐁듀'.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 사람들의 전통음식 이름이다.

 불어로 '녹이다'라는 의미인 퐁듀(fondue)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딱딱하게 굳어진 빵을 녹인 치즈에 담갔다가 먹는 스위스의 대표적 음식. 가난한 시절 마른 빵을 재활용하며 끼니를 때워야 했던 음식이 18세기 치즈와 와인이 스위스의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날개를 달아 세계화된 음식으로 보면 된다.

 스위스인들은 퐁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퐁듀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이다.

 이 퐁듀를 부산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해운대구 중2동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전망좋은 방'이다. 18년 전통의 이곳이 미식가들에게 퐁듀를 선보인 것은 5년전. 신재이(47) 사장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부터이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은 "3년 전쯤 부산의 모 특급호텔에서 선을 보인 적이 있지만 신통치 못해 곧 메뉴에서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였다. "출가한 딸이 부산을 찾으면 꼭 이곳 '전망좋은 방'을 찾아요. 해서, 서울에는 퐁듀 전문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이곳만큼 푸짐하고 맛있게 잘하는 집이 없다고 하더군요."
 
 고풍스러운 베이지풍 인테리어에 추억의 비틀스 곡들이 은은히 들려오는 가운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 두 가지를 주문했다. 흔히 말하는 퐁듀가 치즈퐁듀이며, 올리브퐁듀는 올리브유에 튀겨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테이블 옆에서 직접 요리를 해준다.

깔끔한 세팅.

야채스프.


샐러드.

드레싱은 망고(왼쪽)와 사우즌 아일랜드.



 먼저 스프가 나온다. 크림, 야채 중 택일하면 샐러드가 이어진다. 드레싱은 망고와 사우즌아일랜드. 다음엔 둥그스름한 모양의 다소 독특한 점박이 무늬의 용기가 나온다. 자세히 보니 빵으로 덮여 있다. 칼로 갈라보니 홍합이 맛깔나게 들어 있다. 홍합스프이다. 빵은 고소하고 국물은 약간 매콤하다. 청양고추 때문이며 그 외 레몬 올리브유 화이트와인이 들어갔단다.

홍합스프. 빵을 가르기 전. 
홍합스프. 스프국물이 빵에 스며들기 전에 먹어야 한다. 

 이제 주 메뉴 차례. 갑자기 테이블이 부산해진다. 안심과 새우 및 패주(조개관자)를 담은 메인 접시와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와 감자, 4가지 소스, 생크림을 곁들여 오븐에 구운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담은 사이드디시, 개인접시 그리고 버너 두 개가 연이어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버너에는 각각 퐁듀 전용 항아리(캐쿠론)와 튀김을 위한 올리브유가 담긴 용기가 놓인다. 퐁듀에 사용되는 치즈는 녹여서 나온다. 
메인 디시. 안심 새우 패주(조개관자).

타르타르, 케이준 등 네 가지 소스.

접시에 담긴 네 가지 소스.

 그루엘, 에멘탈이라는 치즈로, '톰과 제리' 등 외국만화영화에서 보던 구멍이 숭숭 뚫린 사각치즈를 연상하면 된다. 이 치즈를 깎아 마늘 올리브유 와인을 첨가해서 만든다. 우리 정서와 약간 맞지 않는 냄새가 난다. 김선희 매니저가 올리브유에 안심과 새우 및 패주를 튀겨주며 먹는 방법과 퐁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테이블 전경. 사진 위 가운데가 녹인 치즈이고 검은색이 올리브유가 담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통. 맨가운데 접시엔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와 감자이다.
냉면은 농부처럼, 퐁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서 있는 분은 요리를 만들어주고 설명을 해주신 김선희 매니저.

오븐에 구운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담은 사이드디시.

깍두기 모양의 감자와 바게트.

과일도 나오고. 녹인 치즈에 담가도 맛있다.

튀긴 새우.

 

왼쪽부터 튀긴 새우 패주 안심. 그냥 먹어도 되고 치즈에 담가도 별미이다.

튀긴 안심과 새우 및 패주는 퐁듀용 긴 포크를 이용,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치즈에 담가 맛을 봐도 된다. 바게트와 감자도 마찬가지. 맛은 어떨까. 입속에서 혀가 춤을 출 정도로 별미이다. 레드 와인이 퐁듀에 어울린다며 레스토랑 측은 한 잔을 권한다. 와인 열풍에 최근 퐁듀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는 부연 설명에 다시 한번 음식이 문화요 산업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옆에 있던 김 매니저는 "치즈퐁듀의 경우 냄새 때문에 입에도 못 대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론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서, 4명이 올 경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를 주문하는 것이 무난하다. 재료가 거의 동이 날 무렵 사과 파인애플 키위 등 과일도 한 접시 나온다. 김 매니저는 과일 또한 치즈에 담가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유가 좀 생기자 퐁듀와 관련된 한 가지 전통을 얘기해준다. "스위스에서는 퐁듀를 먹다가 치즈가 담긴 항아리에 음식을 빠뜨리면 오른쪽 남자에게 뽀뽀를 해야 한답니다."

디저트.

약한 불에 눌린 치즈.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별미이다.



 디저트 주문 후 다시 김 매니저는 항아리에 남은 치즈를 가리키며 약한 불에 눌 만큼 끓이면 마치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이게 짠듯 하지만 별미라고 한다. 정말이었다. 치즈퐁듀는 4만8000원, 올리브퐁듀는 4만5000원. 비싼 만큼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왠지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해운대 오거리에서 달맞이언덕길로 가지 말고 그 왼쪽길로 오르면 레스토랑 '오페라'를 지나 곧바로 만난다. 건물 앞에 주차할 수 있다. (051)746-4323


■ 주인장 한마디- 국내 최고라는 평가에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

'전망좋은 방' 신재이(47) 사장은 "퐁듀는 5년 전 메뉴에 처음 올렸지만 준비기간이 5년이었다"고 말했다. 수십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 미식가들은 아마도 퐁듀에 관한 한 전국에서 최고라고 손을 꼽지만 신 사장은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유럽배낭여행 중 퐁듀를 처음 접한 신 사장은 단지 이 맛에 매료돼 시작하게 됐지만 진짜 공은 '전망좋은 방'이 18년 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가족 같은 장성만 주방장 덕분이라고 했다.

 지금이야 퐁듀 조리기구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지만 당시엔 모두 수입했다. 예외도 있어 여전히 올리브유 튀김통은 수입한단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인 셈.

 퐁듀 가격대가 사람들에겐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고는 있지만 사실 스테이크 파는 것보다 이윤이 적다"며 "한 번 요리하는 올리브유 한 통이 1만 원 할 정도로 재료비가 상당히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크림소스 스파게티(1만8000원), 돌솥해물밥 격인 해물리조또(〃)가 특히 맛있다"고 권했다.

 '전망좋은 방'은 단골이 특히 많다. "소문이 제법 퍼져 서울 대구 등지에서 연휴나 휴가철에 찾는 이들도 많고 해운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단골이 상당히 많답니다.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맛을 계속 연구할 겁니다."

 이름을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한마디 던지자 신 사장은 "18년 전과 달리 나무들이 웃자라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부산 중구 부평동시장 내 '속리산버섯'

24년간 부평동시장 내 고집, 부산서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집
가을엔 일본인 단골 많이 찾아, 밑반찬 하나같이 깔끔하고 푸짐

울릉도 취나물.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는 물김치.


 

경북 영양산 고추장아찌.

돼지고기를 겉들인 더덕구이.


공기보다 큰 밥그릇.

자연산 송이주. 별도로 주문해야 된다.


하동 청정 김치.

매일 아침 전국 최고의 수산물 집산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고등어구이.


지난해 가을 문경 대야산에 올랐다. 문경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문경의 진산 주흘산이 지명도 면에서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백두대간 대야산을 으뜸으로 칠 정도로 풍광이 아주 빼어나다. 대야산에는 '버섯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자란다. 당시 동행한 산꾼 심만섭 씨는 버섯이 발견되면 기자를 불러 일일히 설명해 주었다.

 하산 후 맛본 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솔버섯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을 넣은 전골은 지금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별미였다. 산지에서 자생하는 버섯 고유의 향이 이렇게 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으로부터 이번 주 소개할 집이 버섯전문점이라는 얘길 듣고 잠시 떠올린 기억속의 한 대목이다.
 '속리산 버섯집'. 조 회장은 "아마도 부산서는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 전문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는 중구 부평동 부평동시장, 흔히 말하는 사거리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부산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어묵가게 골목에서 불과 30~40m쯤 떨어져 있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재래시장 내에 있지만 뜻밖에도 간판이랑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사장 겸 주방장인 김갑임(54) 씨는 "지난해 세밑 이 시장에 화재가 발생, 새로 공사를 할 때 우리 가게도 덩달아 리모델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이 또 눈에 띄었다. 출입문에 송이를 의미하는 '마사다께'라는 히라가나가 보인다. 김 사장은 "한곳에서 24년쯤 버섯요리 전문점을 하다 보니 제법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우리집 송이요리를 맛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일본인들이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일행은 조 회장과 부평동에서 의료기상사를 운영하며 이 집을 자주 찾는 '부산맛집기행' 회원 최명호 씨 등 3명. 최 씨의 안내로 더덕구이 중간 크기(1만 원)와 버섯전골 작은 것(1만 원)을 주문했다. 전골은 밥과 함께 나온다. 메뉴판에는 자연산송이 전골, 구이 등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송이의 경우 고향인 산청과 그 주변인 함양 거창 등 지리산 권역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며 "요즘엔 냉동보관기술이 발달해 향이 잘 살아 있다"고 말했다.
 돌판에 나온 더덕구이는 약간 매웠고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 "원래 버섯과 닭고기가 궁합이 좋은데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바꿔봤더니 반응이 좋아요."
 취나물 무침, 고추장아찌, 물김치, 김치전, 김치, 마늘장아찌,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같이 깔끔하다. 시원한 맛에 먹는 물김치는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고 울릉도산 취나물은 단골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 무 배추는 하동의 밭에서 직접 키워 아예 거기서 김치를 담가오고, 마늘은 지인이 농사를 지어 직접 장아찌를 담아 보낸다. 고추는 영양 것만 사용하며 고등어구이는 매일 아침 공동어시장에서 직접 사와 아주 싱싱하다. 쌀은 하동, 흑미는 남해산이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우리 업소는 국내산 쌀 배추 김치 돼지고기 쇠고기만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빈말이 아니다.
 버섯전골과 밥이 함께 나왔다. 표고 양송이 새송이 백일송이 목이 느타리버섯이 주재료이다. 밥은 공기밥이 아니라 약간 더 큰 그릇이다. 육고기가 아니라 버섯이다 보니 밥을 많이 담는데도 밥을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버섯전골은 모순 같지만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재차 맛을 봐도 그렇다. 맛깔스런 반찬과 기름진 밥 그리고 기가 막힌 버섯전골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금세 한 그룻 뚝딱 비운다. 지난해 문경 대야산에서 맛본 자연산 버섯전골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버섯으로 만든 술도 있다. 더덕 영지 송이로 만든 버섯주(3000원), 자연산송이주(5000원)가 그것이다. 식사 후 영지버섯을 달인 영지차도 원할 경우 제공된다. 커피 또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김 사장은 "단지 몇천 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초행이라면 찾기가 어렵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옛 삼보예식장을 지나 부평동 사거리로 가는 도중 우리은행 맞은편 BYC 가게로 들어오든지, 옛 미문화원 쪽 큰 도로에선 부산은행 부평동 지점에서 부평동시장 쪽으로 내려오면 만난다.
 우리은행 인근에 주차장도 있다. 시간 제한없이 무료. (051)245-0464

#주인장 한마디

배드민턴 동호인인 김갑임(사진) 사장은 배포가 큰 여장부였다. 이 불경기에 식재료와 심지어 커피까지 최고급으로 사용하는 데다 가격까지 현실적으로 받고 있어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울수록 나눠 먹어야죠"라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불황이라 지금까지 써 오던 것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낮추면 단골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김 사장의 단골들에 대한 배려는 아주 깊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절반이 단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단골들의 입맛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했다. 오늘 기자와 합석한 최 사장의 경우 평소 약간 싱겁게 드신다고 말했다. 물어보니 정말이었다.
 거의 매일 찾는 단골들을 위해선 버섯의 종류를 약간 달리하고 곁들이는 양념 또한 변화를 준다. 똑같은 맛을 내는 요리는 산해진미라도 물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에는 기억력이 점차 줄어 단골들의 취향과 입맛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한다. 단골들을 위한 맞춤식 식단도 기억력 감퇴로 이제 오락가락한다는 것. 메모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만큼 손님들을 배려하는 식당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버섯만큼 가격에 비해 맛이 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가 없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 아닙니까."
 단골들 중 알 만한 유명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거 있잖아요, 대학교수 유도 선수(하형주였다), 개그맨 이경규 김영철, 지금은 말해도 되나요 전경환 씨요." 약간 머쓱했던지 한마디 더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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