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고봉준령 한눈에 조망, 표충사 원점회귀 5시간30분 코스
가파른 험로 헤쳐 오르면 일사천리, 정상석은 없지만 풍광 만큼은 최고
 

             빙벽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학암폭포. 아쉽게도 녹고 있었다.
폭포가 얼면 마니아들은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훈련을 한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제대로 얼면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으로 덮인다.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는 장쾌한 능선과 짜릿한 암릉, 확 트인 조망을 기본으로 각종 야생화와 신록 폭포 단풍 백설 등 계절별로 다양한 선물을 안겨줘 이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산군(山群)은 마루금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지만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어 권역별로 이른바 베이스캠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권은 석남사나 운문령, 운문산권은 얼음골 인근 남명리, 재약산권은 표충사, 영축산권은 통도사, 간월·신불산권은 등억온천 등등.

그럼 산꾼들이 가장 몰리는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각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재약산권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표충사가 우선 볼거리인데다 영남알프스의 맹주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불과 50분 거리에 이웃해 있다. 이는 영남알프스 봉우리 중 비교적 지척에 있다는 간월~신불, 신불~영축산의 그것보다 가깝다.

무엇보다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등로가 타 베이스캠프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흑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 터~사자평~재약산~천황산을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를 기본으로 한계암~금강폭포 코스, 내원암~진불암 코스, 표충사 뒤 재약산 중간길~고사리분교 터 코스 등 체력에 맞게 3~5시간 정도로 맞춤산행을 할 수 있다.

천황산 재약산 등으로 대표되는 재약산권은 이웃한 몇몇 봉우리를 추가할 경우 이른바 `재약5봉' `재약8봉'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명칭은 표충사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으로 ‘재약5봉’의 경우 경내에서 볼 때 맨 왼쪽 필봉에서 천황산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해당되고, ‘재약8봉’은 재약5봉에 문수봉 관음봉 고암봉이 포함된다.

산행팀은 ‘재약5봉’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재약봉(954m)을 표충사에서 원점회귀했다. 산행은 표충사~옥류동천~간이 매점~계곡 갈림길~작전도로~학암폭포~전봇대 갈림길~험로~지능선~잇단 바위전망대~옛 헬기장~재약봉 정상~사거리~표충사·향로산 갈림길(917봉)~너덜길~작전도로~간이 매점~표충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길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부 구간에서 만나는 험로는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는 조망은 감동적이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표충사에서 바라본 '재약8봉'. 왼쪽부터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이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우측 옥류동천을 따라 간다. 150m쯤 뒤 `재약산 5.2㎞'라 적힌 지점에서 계곡을 건넌다. 간이 매점을 지나 15분 뒤 계곡 갈림길. 왼쪽은 계곡건너 층층폭포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재약산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바로 옆 지계곡을 살짝 건너 S자 된비알로 오른다. 만만찮다. 갈림길을 한 번 만나지만 곧 만나니 개의치 말자. 13분 뒤 작전도로. 이 길은 사자평을 거쳐 배내고개까지 이어진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학암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3분 뒤 다리를 지나 왼쪽 지계곡으로 오른다. 마땅한 길이 없어 그저 암반 따라 물을 피해 오른다. 15분쯤 힘겹게 오르면 높이 30m, 폭 4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학암바위와 학암폭포다. 빙벽 마니아들이 한겨울이면 비박을 하며 훈련하는 곳이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그리고 널브러진 비닐이 이를 입증한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겨울이면 폭포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이 얼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다시 자동우량경보시설이 위치한 작전도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한 굽이 돌 무렵 갈림길. 오른쪽 기울어진 전봇대 아래 열린 길로 간다. 칡밭, 재약봉, 향로산 가는 낙엽길이다. 2, 3분 뒤 다시 전봇대. 또렷한 메인 길 대신 전봇대를 끼고 왼쪽으로 오른다. 길이 애매모호한데다 험하다. 집채만한 바위벽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10여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여전히 급경사길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50m 정도 힘겹게 오르면 그제서야 숨을 돌린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의 뒤가 재약봉이고 그 우측이 하산 직전의 917봉이다.
산행 초입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약산과 우측 누린 빛의 사자평. 자세히 보년 우측 중앙에 폭폭가 보인다. 그 유명한 층층폭포이다. 
사자평 뒤로 천황봉도 보인다.
당겨 본 층층폭포.
산행 중 보이는 표충사.

이제부터 험한 길은 거의 없다. 30분쯤 뒤 산죽 사이를 뚫고 집채만한 바위에 오른다. 멋진 전망대다. 그간 나뭇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던 층층폭포와 사자평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코 앞의 재약산에는 두 개의 등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윗길은 표충사 수충루 왼쪽 부도탑을 지나 고사리분교 터로 가는 길이고 아랫길은 산행팀이 앞서 계곡 갈림길에서 버린 왼쪽길이다. 이 길은 층층폭포 상하단 사이로 이어진다.

사자평 오른쪽 끄트머리는 능선 자체가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진 코끼리봉, 발 아래 표충사 오른쪽 위로는 매바위와 필봉. 표충사 뒤론 저 멀리 둥그스름한 봉인 정각산과 그 왼쪽 뒤로 승학산 중산 석이바위봉 낙화산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은 일사천리. 15분 뒤 다시 전망대. 재약산 뒤 가려져 있던 천황산도 보이고, 사자평 뒤 능동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삼각점이 위치한 재약봉 정상. 영남알스프 산군의 물결이 출렁일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본격 재약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옛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봉을 지나면 마침내 상봉. 두 번째 전망대에서 30분 소요. 정상석은 없다.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정북으로 재약산 천황산, 그 우측 뒤 가지산 가지산중봉 상운산, 그 앞 능동산과 배내고개 배내봉 오두산, 그 뒤 고헌산, 그 우측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죽밭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 발 아래는 배내골로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남쪽으론 향로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코끼리봉을 거쳐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해서, 산행팀은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향로산 방향이지만 향로산 못가 917봉에서 표충사로 내려선다.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등로 좌우에 몇 차례 길이 열려있지만 왼쪽은 원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종점인 장선 방향이고 오른쪽은 칡밭 가는 길이어서 계속 직진만 한다.
 
45분쯤 뒤 선리 갈림길이다. 선리는 울산 쪽 향로산의 들머리다. 계속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지도상의 917봉이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바위 내리막길. 다소 험하지만 의지해 내려설 나무가 적절한 위치에 있어 가능하다. 하지만 초보자가 내려오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이때부터 너덜. 10분 정도 내려오면 학암폭포 입구였던 작전도로.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25분 뒤 우측에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15분이면 표충사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재약8봉 중 고암봉 위치 확인안돼

'재약5봉' '재약8봉'과 관련, 이에 대한 이견과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표충사 한주 무이 스님은 익히 알려진 문필봉 천황산 재약산까지는 같지만 재약봉 향로산 대신 관음봉 노적봉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관음봉의 경우 수년 전 등산객으로부터 들었고, 노적봉은 오래 전부터 절에서 내려오는 이름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또 흔히 알려진 필봉을 문필봉이라고 했다. 필봉은 특히 표충사 경내에서 보면 붓을 연상시키듯 뾰족한 모양이지만 해발고도가 꽤 되는 곳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암봉 중 하나여서 약간은 실망스럽다.

재약8봉 중 하나인 고암봉은 어느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재약5봉 재약8봉의 유무를 떠나 표충사 경내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제일 왼쪽 뾰족봉인 (문)필봉에서 오른쪽으로 천황산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 재약봉 917봉 향로산 순이라고. 이럴 경우 8개다.

그는 무이 스님이 지적한 노적봉과 관련, 생긴 모양이 노적가리를 닮은 학암폭포가 위치한 학암바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암바위도 역시 경내에서 보인다.

참고 하나. 표충사 입구 '표충사 관광안내도'에 보면 수미봉 옆에 문수봉이라고 적혀 있다.

 #교통편 - 어디서나 대중교통·승용차 이용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표충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호는 45분 걸린다.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걸린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는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에 출발한다. 35분 걸리고 2400원.

표충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단장 표충사 1077번 지방도 우회전~금곡교 지나~아불교 지나~집단시설지구 공용주차장(또는 표충사 경내 주차장) 순.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추석 연휴 가볼 만한 억새 산행지

 
 여름 한철 잠시 지팡이를 접은 평범한 산꾼들은 통상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산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최근에는 명절 때 차례를 간편하게 모시는 추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멀지 않은 근교산으로 떠나는 경우가 보편화됐다. 때마침 가을의 전령 억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아름답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 억새.

국제신문 산행팀은 추석 연휴를 맞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억새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산행지를 추천한다.
   
 
#부산 최고의 억새군락지 승학산(乘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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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억새평원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 전령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억새 산이다. 사하구와 사상구에 걸쳐 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높지 않아 가족 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능선을 이어 산행하면 평범하지 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명명한 승학산에 서면 부산의 도심과 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은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 사파이어 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고 서구에선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중구 대청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엄광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을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 성지에서 올라 각각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종주산행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장군봉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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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부산 쪽이 아니라 고당봉 넘어 양산 쪽 금정산 최북단에 위치한 장군봉에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엔 뜸하지만 억새들의 군무가 한창인 가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부산 근교의 억새 명소로 가을 한철 억새 탐승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금산사에서 출발, 움막~습지~주능선~범어사기 석표~철탑~샘터~718봉~장군봉~철사다리~은동굴 갈림길~금산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또는 동면 중리마을에서 출발~금정암~임도~석문~729봉~장군봉 순으로 산행을 이어도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장군봉을 보고 와서 고당봉을 거쳐 범어사로 하산할 수 있다.
   
 
#해운대 장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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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백양산에 이어 부산서 세 번째로 높은 해운대 장산은 바닷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해운대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억새군락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여타 억새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반나절 억새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장산 정상을 지나 구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억새군락지는 가을 한창 땐 억새산행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구곡산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근접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크게 한 바퀴 산행을 하려면 해운대기계공고 인근 운촌경로정에서 철길을 건너 출발, 옥녀봉~중봉~정상 밑 갈림길~억새군락지~구곡산~대천공원 순으로 걸으면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또 거문산에서 철마산 가는 도중에도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마을 아래 사람이나 전문 산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이다.
   
 
#화왕산성 한가운데 십리억새밭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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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다. 사진은 화왕산성 내에 펼쳐진 십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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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차로 불과 1시간10분이면 들머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산행시간이 1시간이면 충분해 억새 산행지로 남녀노소에게 각광받고 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고 억새가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5분 거리인 화왕산 군립공원 내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 도중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 위치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이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 직접 억새밭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하며 억새를 감상한다.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성곽의 흔적이 잘 보존된 동문을 지나 남쪽의 배바위를 넘은 뒤 다시 원점인 서문으로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면서 화왕산 억새를 감상하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를 나와 관룡사 쪽에서 출발, 화왕산~동문~허준 세트장~관룡산~용선대를 거쳐 원점회귀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걸린다. 관룡산 주변은 송이버섯 산지. 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 주변에는 송이밥 등 송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원효 대사 숨결 남아 있는 양산 천성산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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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 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인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화엄벌은 원래 습지였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아쉽게도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화엄벌 억새는 유난히 키가 작아 친근감이 간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펜스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한가하게 걷노라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도 빼어나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엔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김해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표적 코스는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단기~화엄벌~원효암~홍룡폭포~홍룡사. 덕계 쪽으로 하산하려면 화엄벌에서 무지개폭포~장흥저수지~덕계 또는 화엄벌에서 월평리 장흥부락으로 내려서면 된다. 초보자라면 오경농장 쪽에서 용주사를 거쳐 올라오면 힘들이지 않고 화엄벌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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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330만 ㎡)로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원.


부울경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인 재약산 사자평과 신불산 신불평원이 바로 그것.

사자평은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옛 문헌에선 광평추파(廣平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재약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서 사자평 코스는 가을 억새 탐승길의 고전으로 꼽혀 영남알프스 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에 위치한 호국대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고사리분교터 순이 일반적이다. 좀 더 길게 잡으면 표충사~한계암~천황산~천황재~재약산, 필봉~천황산~천황재~재약산 순으로 걸을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의 천황재 억새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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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억새.

신불산 신불평원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광활함을 자랑한다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처럼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는 보기 어렵지만 억새 사이의 잡목이나 잡풀이 거의 없어 억새군락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불산에서 북쪽의 간월산까지 2.3㎞ 구간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억새 감상을 위한 덱이 조성돼 있는 간월재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군무도 볼 만하다.

등산로는 등억온천~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신불평원~영축산~통도사 순이지만 원점회귀를 원할 경우 신불산에서 공룡능선을 탄 후 홍류폭포를 거쳐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신불산 서릉을 타고 원점회귀할 경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하단)에서 출발, 신불평원~신불산~공비지휘소 전망대~파래소폭포~휴양림 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용맹정진 고승대덕 금강폭포 보며 머리 식혔을까
-밀양 필봉~천황산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 선승들 수행정진하던 곳
고 혜각, 석정, 수안스님 등도 이 암자에서 그림공부
폭포 아래 또다른 멋진 폭포 알고보니 일광폭포
매바위마을서 본 필봉, 표충사서 본 필봉과 모습 달라
필봉에선 재약 천황 향로산과 표충사 산내암자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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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낀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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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암 아래 금강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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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암(왼쪽). 평일에는 문이 잠겨 있다. 우측은 한계암 바로 옆 흔들다리.



석남사 운문령 남명리 통도사 등억온천 표충사 삼계리의 공통점은.

절 온천 고갯마루 그리고 낯익은 마을 이름도 보여 알 것 같기도 한 데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도 한번씩은 들어봤지만 막상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니 사실 막막하다고 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휴식처 영남알프스 산군의 권역별 베이스캠프이다. 석남사 운문령은 가지산권, 남명리는 운문산권, 통도사는 영축산권, 등억온천은 간월 신불산권, 표충사는 천황 재약산권, 삼계리는 문복산권 베이스캠프에 해당된다.

그럼 또 하나의 질문. 이 중 연중 가장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딜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산꾼들 사이에선 천황 재약산권의 표충사가 지배적이다.

천년고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천황산~재약산 코스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사자평의 광평추파(廣平秋波)가 황홀하고, 금강폭포 층층폭포 흑룡폭포를 품은 금강동천과 옥류동천도 비경이다. 내달릴 수 있는 1000m급 주능선도 힘차게 뻗어 있고 여기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도 일품이다. 억새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봄철의 철쭉과 한겨울의 설경 또한 꽃산행과 눈꽃산행을 앞세우는 웬만한 산과 견줘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표충사 산행로는 표충사~한계암~천황산,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옛 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옛 고사리분교터 등 크게 네 가닥.

  
 이번 주 산행지는 필봉~천황산. 기존 등산로 대신 표충사 매표소 바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토박이 산꾼들이 즐겨찾는 한갓진 산길이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즉 '재약 5봉'중 막내격인 필봉은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 재밌는 점은 표충사에선 일필휘지로 휘두를 것 같은 위엄있는 암봉이지만 이웃한 향로산이나 절 입구 매바위마을에서 보면 그저 스쳐가는 암봉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구천리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매바위마을~너덜~전망대~필봉(665m)~필봉 삼거리~헬기장~도래재 삼거리~남명리 삼거리~천황산(1189m)~금강폭포(한계암)~금강동천~표충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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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의 맨끝에서 우측으로 가서 서왕교 건너기 직전 '약수슈퍼'를 끼고 좌측으로 간다. 다리 위에는 '매바위 마을 600m'라고 적힌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도로 우측에는 금강동천과 옥류동천 물이 만나 내를 이뤄 피서객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으며 정면으론 병풍을 연상시키는 매바위와 여자 젖꼭지 모양을 한 필봉 그리고 그 우측으로 재약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4분 뒤 매바위마을 앞 첫 갈림길. 여기서부터 요리조리 미로를 통과해 산으로 접어 든다. 첫 갈림길에서 우측, 두 번째 갈림길에서 역시 우측으로 가면 '그림같은 집'이라 적힌 펜션이 보인다. 그 펜션 좌측 샛길로 오르면 좌측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입산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지만 이는 그야말로 안내판이 보이는 좌측 계곡 쪽으로 가지말라는 경고판. 산행팀은 우측 아름드리 벚나무가 서 있는 샛길로 올라선다. 입구에는 산꾼들을 위해 누군가가 '뫼두막산장' 담벼락에 '필봉 가는 길'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만 찾으면 들머리 찾기는 사실상 끝.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80m쯤 돌길을 따라가면 본격 들머리에 닿는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돌길 대신 우측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숲길로 접어들지만 대신 된비알이다. 7분쯤 오르면 갈림길. 좌측은 산아래서 본 대규모 너덜겅 지대. 길은 없지만 과연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라는 의미일 게다.


너덜겅에서 6분쯤 힘겹게 오르면 경사는 사그라지고 돌탑이 서 있다. 이 돌탑 좌측 숲 사이로 보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터가 보인다. 일각에선 워낙 명당이라 표충사에서 묏자리로 못 쓰도록 막아 놓았다고 한다. 잠시 후 너덜겅과 만난다. 앞서 본 너덜겅과 이어지는 것이다. 입구에 보이는 웅덩이는 옛날 표충사에 자주 출몰해 사람들을 괴롭히던 지네를 잡은 곳이라 한다.

이제 너덜을 가로질러 숲으로 향한다.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지그재그길이 열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첫 전망대. 정면으로 영남알프스의 최고 전망대로 불리는 향로산이 우뚝 서 있다. 여기서 9분쯤 힘겹게 오르면 필봉 갈림길. 좌측 필봉을 본 후 다시 이곳으로 와서 천황산으로 향한다.

  
3분이면 필봉에 올라선다. 조그만 팻말이 걸려 있다. '준·희' 오렌지색 리본으로 유명한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인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것이다. 듣던 대로 필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역시 웅장미가 빼어나고 조망이 기가 막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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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에서 내려다본 표충사 전경(왼쪽)과 필봉 정상을 알리는 팻말.


정면 발아래로 집단시설지구와 향로산, 그 우측으로 만어 뇌암 취경 명필 종남 덕대 등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산그리메를 펼쳐 보이고 있고, 다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병풍 모양의 장엄하고 엄숙한 매바위가 보인다. 산아래에서 보면 생긴 모양이 매와 흡사해 마을 이름까지 '매바위'로 명명된 이곳에는 실제로 매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온다. 이게 조망의 전부가 아니다. 팻말 좌측으로 4, 5m만 내려서면 표충사와 산내 암자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져 하산까지의 등로를 가늠해볼 수 있다.

표충사를 기점으로 좌우측에 각각 금강동천과 옥류동천이, 산중턱 좌측으로 서상암과 한계암 그 아래 내원암이, 이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가 좌측 천황산에서 우측으로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 등 이른바 '재약 5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제 천황산을 향해 나아간다. 사실 들머리에서 필봉까지의 구간이 된비알로 힘들 뿐 이후 산길은 완만한 경사로 그리 힘들지 않다. 산길 또한 외길이며 갈림길은 세 곳 정도 만난다.


필봉에서40분이면 삼거리(911m)에 닿는다. 왼쪽은 감밭산을 거쳐 삼거마을 방향. 삼거는 표충사 진입 전 삼거리로, 단장면과 산내면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다.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50m쯤 내려서면 전망대. 천황산과 재약산이 한눈에 보인다. 이후 천황산과 재약산이 등로 우측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면 각도를 달리해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안부에서 바닥을 친 뒤 12분쯤 오르면 헬기장. 3분 뒤 비교적 너른 터에 닿는다. 도래재 삼거리(940m)다. 진행 방향에서 보이지 않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조그만 안내판이 나무에 붙어 있다. 왼쪽 도래재 정승봉 실혜산, 산행팀은 오른쪽 상투봉 천황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때부터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소로로 변한다. 발밑에는 유난히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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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천황산 정상.


16분 뒤 마지막 갈림길. 왼쪽길은 얼음골 사과의 본산인 산내면 남명리로 이어지지만 현실은 벤 나무를 깔아 산길이 아닌 것처럼 해놓았다. 이 대장은 수 년 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때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산행팀은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간다. 이때부터 햇빛 비치는 돌길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이 반복된다. 갈림길에서 7분 뒤 이번엔 천황산의 반대쪽인 왼쪽 산내면 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왼쪽 9시 방향으로 정각산,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승봉이, 발아래 산내천 뒤로 남명초등학교가 보이고, 그 뒤로 억산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백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한 가지. 지도상의 상투봉은 아랫마을인 남명리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능선상에서 그냥 모른 채 스쳐가는 봉우리이다.

이제 숲길과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반복된다. 정글숲을 헤치듯 잡풀을 헤치고 올라서면 푸른 억새길.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새끼마냥 아직은 키도 작고 억새로서의 품새도 갖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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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산 가는 길(왼쪽)과 천황산 정상석.


천황산 정상은 5분 뒤. 예의 커다란 돌탑이 우뚝 서 있다. 직진하면 재약산 방향. 아직도 내리쬐는 햇볕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이정표가 가리키는 '한계암(3㎞) 표충사(4.8㎞)' 방향으로 내려선다.

답답한 돌길의 연속이다. 17분쯤 뒤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며 재약산이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좌측으로 재약산, 우측으로 산행팀이 올라온 필봉 능선이, 정면으로 향로산이 동시에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5분 뒤 너덜길을 따라 내려가면 13분 뒤 한계암에 다다른다. 암자 문은 잠겨 있고, 한 굽이 위의 그 유명한 금강폭포는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비경이다.

암자 앞 흔들다리를 건너 산길로 내려서면 이내 금강동천의 본류를 만난다. 10여 분간 계곡미를 감상하며 계곡을 내려온다. 범람을 대비해 계곡 우측 바위에 밧줄을 고정했고, 위험한 지점에는 난간과 발판을 조성해 놓아 전혀 위험하지 않다. 폭이나 규모 면에서 국내 여느 계곡과 견줘도 경관 면에서 하등 뒤질 게 없다.

   
계곡을 뒤로한 채 산길로 3분이면 곧바로 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표충사 경내까지는 12분, 이어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2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마을서 본 필봉과 표충사서 본 필봉 모습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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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사 경내에서 본 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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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사에서 본 재약산.

표충사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30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조국을 구한 구국성지. 해서, 경내 유물전시관과 표충서원에는 사명대사와 관련된 많은 유품이 보관돼 있다. 임란 때 친히 입은 금란가사와 장삼, 임란 후 대사가 강화사절(講和使節)로 일본에 가 조선 포로의 송환문제를 다룬 문서 등 16건 79점이 소장돼 있다.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역임한 현대의 마지막 고승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한 곳도 이곳 표충사다. 스님의 커다란 사리탑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또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당시 충렬왕은 표충사를 찾아 동방제일의 선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금강폭포 옆의 표충사 산내암자인 한계암은 원래 비비정(飛飛亭)이란 정자 자리로 예부터 고승대덕들이 자연과 벗하며 수행정진했던 터다. 임란 이후 못 쓰게 된 것을 돌아가신 혜각 스님(단청 중요무형문화재 1호)이 40여 년 전에 건물을 지었고, 이후 석정 스님이 지금의 요사채를, 선화(禪畵)에 일가견이 있는 통도사 축서암 한주 수안 스님이 대웅전을 조성, 그림 공부를 하며 수행정진했다고 전해온다.

특히 대웅전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전각이라고 한다. 성인 세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란다. 현재 한계암은 통도사 소속 동하 스님과 보살 한 분이 맡고 있다. 하지만 평일에는 거의 없고 주말에 이따금씩 찾는다고 한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혜각 스님이 한국전쟁 때 금강산 유점사에서 갖고 내려온 철불이었으나 7년 전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개금불사했다고 한다.

한계암 위쪽 쌍폭은 금강폭포로 알려져 있지만 아래쪽 폭포는 이름이 일광(日光)폭포라고 한다. 금강폭포 금강동천과 함께 모두 혜각 스님이 명명했다고 한다.

화려한 배롱나무꽃이 한창인 표충사 경내에선 '재약 5봉'을 꼭 챙겨보자. 경내로 들어서면 좌측에서부터 뾰족한 암봉인 필봉 천황산(정상은 안 보임)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180도에 걸쳐 확인된다.


# 교통편-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 앞에서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단장 표충사 1077번~단장면~표충 국민관광휴양지(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순. 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IC~배내골 어곡터널~어곡양산산업단지 좌회전~어곡터널~배내골 용선~밀양댐 배내골~에덴벨리 리조트~밀양 단장 직진~밀양댐 지나~표충사 우회전.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0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 2600원. 날머리 표충사에선 정류장이 두 곳이다. 화장실과 대형 입간판이 서 있는 '절입구' 정류장에선 오후 2시10분, 4시10분, 6시20분, 7시10분, 8시에 출발하며 집단시설지구인 '표충상가' 정류장에선 오후 3시10분, 4시50분, 5시30분에 있다. 26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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