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산행팀이 현재 매주 한 번 소개하는 기획물인 '근교산&그 너머'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어느새 훌쩍 넘어 현재 600회를 앞두고 있다. 전국의 모든의 시리즈 기사 중 최장수를 달리고 있다. 매주 한 번 게재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이 기록은 언론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이야 신문을 대표하는 시리즈 기사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돌이켜보면 정말 곡절도 많았다. 내부적으론 너무 오래 됐으니 이제 막을 내리자는 고비를 두 어 번이나 넘겼고, 외부적으론 질시의 대상이 돼 한동안 산행 안내 리본이 난도질 당하는 아픔도 수 차례 겪었다.
 거쳐간 기자만도 무려 7명. 현재 담당까지 포함하면 8명이다.

 그동안 소개됐던 기사를 새롭게 엮은 책만 해도 무려 10권이다. 손꼽아보면 '다시 찾는 근교산' 상긿하, 상긿하를 한 권으로 묶은 하이라이트 격인 증보판, '新근교산' 상긿하와 역시 증보판, '신나는 근교산', '야호! 근교산', 그리고 기자가 쓴 '원점회귀 근교산' 상,중이 그것이다.
 신문에 보도된 상세한 산행기사를 보고, 산행팀이 묶어놓은 안내리본를 확인하며 걷는 산행문화는 국제신문 산행팀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산행팀은 이따금 독자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사석에서 이런 불만 아닌 불만을 듣는다.

 내용이 무미건조하다는 것이다.
 좀 더 살을 붙이자면 산행기사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객관성의 담보라는 대의명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딱딱한 숫자와 방향 안내만 시종일관 반복되고 있을 뿐 무엇 하나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조금도 없다라는 것이었다. 또 적어도 신문이나 서적의 활자로 인쇄될 정도라면 좀 더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해야 더 잘 팔릴 것이라는 고언도 적지 않게 들었다.
 일리있고 고마운 지적이다. 하지만 기자는 산행기를 '떡'에 비유해 그같은 지적에 답하고 싶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사진으로 포장된 타 매체의 산 관련 기사는 '보기 좋은 떡'인 반면 건조해 심지어 목이 메이기까지 한 국제신문 산행기사는 '먹기 좋은 떡'이라고.

 이렇게 묻고 싶다. 그 '보기 좋은 떡' 다시 말해 화려한 사진과 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그리고 개괄적인 코스, 가볼 만한 맛집 등으로 채워진 기사를 갖고 과연 초보자가 산행을 할 수 있는 지. 한 발 더 나아가 '월간 산'을 비롯한 산 잡지에 실린 기사를 보면서 과연 초보자가 산행을 완주할 수 있는 지. 100% 불가능하다.

 월간지는 일반 산악회의 산행대장급이나 노련한 산꾼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초보자에겐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간에 갈림길만 하나 나와도 당황하게 되는 건 산을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수긍이 할 듯싶다.
 하지만 국제신문 산행기사는 가능하다. 기사 속에 '~갈림길. 여기서 좌측으로 10분쯤 힘겹게 오르면 어디어디에 닿고~'하는 식으로 아주 건조하게 전개되는 국제신문 산행기는 초보자도 산행을 완주하게끔 도움을 준다.

 산행기의 객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먹기 좋은 떡'인 국제신문 산행기는 초보 아줌마 산꾼들도 자녀와 함께 산행을 무사히 마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국제신문의 근교산 시리즈가 전국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결은 현지 취재에 따른 철저한 현장답사와 산행 후 미비점을 자료분석과 함께 전화로 재차 확인하는 취재의 기본을 한결같이 유지한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숨은 계곡과 능선이 지면을 통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면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떠나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도 누구나 쉽게 국제신문 리본을 보고 산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초보 산꾼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도 '이곳에 이런 코스도 있었나'라며 감탄을 잊지 않는다.
 간월산 공룡능선,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신불산 홍류계곡, 밀양 구천산 정승봉, 배내골의 배내봉 등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서도 등장하는 이런 명칭은 바로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해 명명한 것이 보편화된 것이다. 얼핏 30개는 될 법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산행기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산행이 가능한 산행기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하고 명명한 간월산 공룡능선.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400회 발자취

山河누빈 8년 … 국내 개척산행 새지평 열어
호남·충청권까지 독자, 신문 시리즈론 최장수
등산인 저변확대 공헌, 無名산·계곡 명칭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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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대금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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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비슬산 진달래.



지난 7월 청도 용당산에서의 한 에피소드.

매주 목요일마다 취재산행을 떠나는 산행팀은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겹게 된비알을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일단의 여성팀을 만났다.

60대 중반 한명과 40대 후반 세명이 한팀인 그들은 사제지간이다. "지금은 같이 늙어간다"며 웃음꽃을 피운 이들은 갖고온 과일을 나눠줬다.

대구서 왔다는 그들은 대화 도중 다짜고짜 산행팀을 보고 "혹시 국제신문 산행팀 아니냐"고 묻는게 아닌가.

처음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그들이 떠나는 산행지는 모두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를 보고 정한다는 한마디에 그만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주 산행을 떠나는 그들은 이따금씩 "우리도 한번쯤은 산에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얘기했는데 이렇게 만나 정말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들은 "현재 국내 여러 신문사에서 산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기사들은 이미 등산로가 잘 나 있는 명산 위주의 '보기 좋은 떡'일 뿐 실제 산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는 산행 초보자라도 그 기사만 보면 완주가 가능한 '먹기 좋은 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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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용지봉 장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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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기백산 용추계곡.

그동안 인사치레로 근교산 시리즈의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취재현장인 산에서 몸으로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책임감으로 다시 한번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인기리에 연재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0일자(2004년 9월)로 400회를 맞았다.


지난 1996년 1월4일 '기장 달음~철마산 종주산행(상)'편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햇수로 8년이라는 오래 기간을 달린 끝에 지금은 부산경남을 넘어 경북과 호남 충청권까지 고정 독자를 확보할 만큼 산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지난 1993년 1월7일 처음 시작됐다. '가볼만한 근교산'이라는 제목으로 '금정산'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근교산 시리즈는 5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곡절 때문에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했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시리즈 횟수만으로 볼 때 이 시리즈는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이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게재될 때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갱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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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승학산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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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단풍.

근교산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답사와 현지취재를 통해 숨겨진 능선과 계곡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산을 찾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에게도 '이런 코스도 있었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해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간 전담기자만 배병주 박명도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등 무려 6명이 거쳐갔다. 산행대장 역시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 씨, 건건산악회 회장이자 베테랑 산악인인 최남준 씨가 기반을 다진 후 지금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에선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젊은 산악인 이창우 씨가 7년째 맡고 있다.

전담기자들은 한결같이 "만일 이창우 산행대장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미있는 점은 전담기자들이 근교산 시리즈를 맡기 전에는 하나같이 산에 대해 문외한이었다는 점. 기자들이 독자들의 입장에 서서 편견없이 쉽게 산행기를 전달하다보니 호응을 받았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며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근교산 산행팀은 부산 경남북의 이름없는 산과 능선 계곡들에게 옛이름을 찾아주고 새이름을 붙여준 작은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스님,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발굴한 것.

양산 다방동에서 출발하는 금정산 종주의 처음과 마지막 봉우리인 다방봉과 금정봉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축전산 천마산 용굴산 비석봉 중리동산 매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효양산 복점산 시루봉, 언양 배내봉,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능선으론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옹강산 가운데능선 등이 있으며, 신불산 홍류계곡 등도 국제신문 산행팀의 빼놓을 수 없는 역작으로 지금은 그 명칭이 지역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주요 산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들 이름이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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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가지산 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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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소백산 눈꽃.

근교산 시리즈는 특히 청도와 밀양의 모든 면 단위에 위치한 산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1000m가 넘는 20여개의 고봉들이 즐비한 거창 지역 산 소개도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지난해 '아름다운 한국의 산1'을 펴낸 모아산악회 명예회장인 한영동(금성중 교사)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아마도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었을 것"이라며 "답사땐 반드시 근교산 시리즈 스크랩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했지만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을 만큼 정확해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했다.

아마추어 산꾼인 진준근씨는 근교산 시리즈 덕택에 많은 산꾼을 알게 됐다고 전화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50대 중반인 그는 "기사가 나온 주말이면 신문을 오려 영남알프스 등지로 산행을 하다보니 70대 어르신과 동년배의 50대 산꾼들을 자주 만나 알게돼 지금은 팀을 이뤄 같이 근교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3년째 산행을 하고 있는 서면의 권헌영 비뇨기과 원장은 "산행을 하다 보니 등산만큼 좋은 운동이 없으며 특히 남성의 성기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객관화된 자료가 없었다"며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함께 하는 산꾼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백 한가지.

사실 근교산 산행팀은 본의 아니게 항의성 전화도 많이 받았다. 지리산 시루봉과 기장 용천산, 그리고 최근 소개한 밀양의 백마산 산행을 한 후였다. 산행로가 모두 송이버섯이나 두릅 대추 사과나무 주변을 질러갔기 때문이다. 분별없는 몇몇 산꾼들이 지나가다 농민들의 피땀이 맺힌, 자식같은 작물들을 하나 둘씩 슬쩍하다 보니 이에 화가 난 농민들이 신문사로 연락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농민들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며, 동시에 산꾼들에게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제를 부탁하는 바이다.

이번엔 당부 한가지.

'산꾼들이여, 리본을 만지지 말아달라'. 이같은 행위는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어쩌면 반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당황한 초행자들은 리본에 의존해 하산로를 찾는다. 재미삼아 반대 방향으로 달아놓은 리본은 결국 조난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 산행팀이 뽑은 숨겨진 근교산 베스트7

목차

산이름

특 징

355

곡성 동악산

빼어난 산세·도림사계곡

338

합천 누룩덤~부암산

조망·암릉산행 만끽

314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환상적 조망

302

함양 삼정산

7개 절 암자 품은 불국토

283

경산 백자산~삼성산

가족 및 부부산행 '강추'

178

양산 천마산~매봉산

양산의 숨은 보석

148

창녕 석대산~화왕산

억새평원·진달래·조망 탁월


글 ·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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