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산 이름은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산세나 산의 모양 그리고 지명 전설 등을 근거로 해 명명하거나 고서에 표기된 이름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고당봉을 김해 사람들은 명필봉이라 부른다. 실제 김해지역에선 금정산이 마치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정산 고당봉은 명필봉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지만 공식 이름은 고당봉이다. 해서, 정상석에는 '금정산 고당봉'이라 적혀 있다.

산의 정상에 세워진 정상석에 적힌 이름이 공식적인 산이름인 셈이다.
10여 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산행기를 싣고 있는 국제신문 산행팀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적지 않게 발굴했다.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노승,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발굴했다. 대표적인 곳이 양산 천마산, 경주 정족산, 울산 배내봉 등. 이런 산은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도 이름이 오르고, 정상석도 세워지고 있다.

'정상석!'. 산꾼들은 이 정상석을 참 좋아한다. 사실 산이 좋다고 하지만 막상 급경사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 힘이 드는 게 인지상정. 이 때문에 정상에 오르면 해냈다고 성취감과 함께 더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렇게 정상석이 고마울 수 없다.
 
 오랫동안 산행을 담당해온 기자는 지금까지 산행 도중 정상석과 관련, 보고 들은 적지 않은 사연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밀양 금오산(761m).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딸기를 재배한 시배지인 삼랑진읍에 우뚝 선 금오산은 고려말 충신 야은 길재의 충절이 서려 있는 구미 금오산과 남해 보리암과 기도 효험이 빼어난 향일암을 품고 있는 여수 금오산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헌걸찬 근육질의 암봉에 영산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져 알토란 같은 숨은 명산이다. 여기에 보석 같은 낙엽길이 이어져 적지 않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금오산 정상석 왼쪽 뒤 바위 위에는 과거 어떤 비석 내지 정상석을 세웠다 떼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이곳이 바로 경남고 모 기수 동기생들이 정상석을 세운 흔적이다. 

 이 금오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관련한 웃지 못할 사연이 하나 있다. 오래 전 경남고의 모 기수 동기생들이 이곳 금오산 정상에 정상석을 세우고 그들의 모산으로 정했다. 세월이 흘러흘러 밀양시가 정상석을 세우기 위해 금오산에 올라보니 시유지에 불법(?)으로 세운 정상석이 하나 서 있지 않은가. 이후 시는 수소문 끝에 해당 경남고 동기회에 정상석의 철거명령 최고장을 보냈다. 현재의 정상석 옆 철거 자국은 바로 당시의 웃지 못할 해프닝 때문에 남은 흔적이다.

 다음은 부산 철마산.
지난해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철마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 옆에 커다란 정상석이 서 있는 철마산 정상.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부산 기장의 철마산 옆 억새군락지이지 빼어난 전망대인 574봉 돌탑 옆에 지난해 8월 부산의 모 산행단체가 정상석을 하나 세웠다. 그 이름은 뜻밖에도 당나귀봉.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신과 한 만남'의 약어였다.
사진 가운데 달음산과 그 뒤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억새군락지이지 전망대인 574봉. 

 574봉 돌탑 옆에 '당나귀봉 574m'라고 적힌 정상석이 하나 서 있다.

'당나귀봉'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적혀 있다.

'당나귀봉'이라 적힌 정상석 뒤로 천성산이 보인다.


 

다른 각도에서 본 '당나귀봉' 정상석.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달음산.

'당나귀봉'이라 적힌 574봉 옆에는 철마산이 손에 잡힌다. 이 때문에 산행팀은 574봉을 '철마산 중봉'이 적당할 듯 싶다.


당시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며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했다면 모든 산꾼들이 수긍하며 박수를 쳤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를 품은 장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기장군의 수령산도 산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장산에서 수령산으로 이어지는 대형 안내판과 도중에 만나는 조그만 이정표에는 산성산과 수령산이 줄곧 혼영돼 초행자들에게는 다른 산이라는 암시를 주더니 막상 산 정상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기장 수령산'이라 적힌 이정표.
'산성산'이라 적힌 이정표.
대형 안내판 약간의 우측 상단에는 산성산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기장산성의 흔적.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 산불초소 우측으로는 광활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팀은 산행 도중 한번만이라도 '산성산(수령산)'이라고 표기했으면 큰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수령산 정상 직전에 '기장산성'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오래 전에 (기장)산성이 있어 산성산이라는 이름이 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이쯤 되면 기장의 관련 공무원들은 모두 징계 내지 집에 가야 되지 않느냐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기장군에서는 산행팀에 이정표와 관련한 문의전화를 걸어왔다. 산행팀이 지적한 기장군의 엉터리 이정표는 사실 수령산뿐 아니라 여렷 있다.
산행팀은 본대로 느낀대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곤 이후 생업(?) 때문에 확인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확인 후 결과를 포스팅할 계획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의 '파류봉'에 세워진 '파리봉'이란 정상석은 산행팀에게 큰 곤욕을 안겨줬다. 파류봉은 금정산성 제1망루 북쪽에 위치한 하나의 준봉. 참고로 제1망루 남쪽에는 상계봉이 위치해 있다.

 파류봉에는 부산의 모 산악회가 '파리봉'이라는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국제신문 산행팀은 산행기에서 파류봉이라 언급하고 지도에는 파류(파리)봉이라 표기했다.
 이에 한 독자는 정상석에 엄연히 '파리봉'이라 적혀 있는데 산행팀이 '파류봉'이라 적었다는 이유로 전화를 걸어 틀렸다고 항의를 하지 않는가.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세운 정상석도 아닌데 말이다.

 적지 않은 자료를 뒤져봐도 딱히 어느 것 하나 '이것이 맞다' 라고 입증할 문구는 없다. 산행팀도 당시 고민이 많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문의를 해본 결과 파류봉이 일반적으로 많이 회자된다는 사실에 입각해 파류봉으로 사용했음을 밝혀둔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산악회는 산 정상에 정상석을 세울 수 없다"고 말한 후 "그 정상석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 된다면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원론적인 답만 했을 뿐이었다.


 '파리봉'이라 적힌 정상석.

국내 최장 17㎞ 금정산성 일주하다(상)
산성고개~남문~서문~고당봉~북문~동문 17㎞ 대장정
국내 최장 산성 … 그 자체가 예술작품
"뻔한 산길" 막상 일주한 등산객 드물어
파류봉 내려와 얼음골 입구~서문 개척

평평바위에 본 향후 오를 봉우리들. 왼쪽부터 망미봉 상계봉 파류봉.

금정산 제2망루

금정산 남문.

등산로는 금정산성과 나란히 내달린다.

금정산은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만큼 산사면에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이를 두고 흔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부른다.

 

파류봉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파류봉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류봉과 금정산 주능선. 이곳에 서면 금정산성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진 왼쪽 부산학생교육수련원 뒤 고당봉에서 우측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제4망루와 중성, 나비암 등이 금정산성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다.

파류봉에서 얼음골로 내려서는 하산길도 만만찮다.

금정산성 서문.

서문은 금정산성 4대문 중 유일하게 계곡에 위치해 있다.



금정산성 일주를 한번 해보신적이 있나요'.

일전에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금정산이 화두로 떠오르자 한 지인은 우스갯소리로 "한 30년 동안 금정산을 훑고 다니다 보니 금정산에 관한 한 내가 이창우 대장보다는 한 수 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금정산성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전망 좋은 곳에만 말끔하게 단장을 해놓고 인적이 드문 곳에는 아예 방치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는 주장과 그래도 지금처럼 그대로 두는 것이 한편으로 오랫동안 보존하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그날 뜻밖에도 새로운 사실이 하나 나왔다. 놀랍게도 참석자 모두 금정산성을 일주한 적이 없다는 것.

그랬다. 금정산에 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금정산성 일주와 관련해선 누구하나 정색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왜 그런 생각을 못했었지"라는 반응이었다. 재밌는 점은 이창우 대장도 여태까지 산성 일주는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금정산 주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금정산성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밟아 보지 않았다는 문제의 구간은 파류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얼음골 입구~서문.

이참에 산행팀은 총 길이가 17.337㎞로 국내 최장인 금정산성을 두 번에 걸쳐 나눠 돌아봤다.

부산시 사적 제215호인 금정산성은 성 자체가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북문 쪽에서 원효봉 의상봉 방향으로 바라보는 비교적 평탄한 마루금에의 쭉빠진 각선미는 일품이다.

산행은 남문입구 산성고개(목장승)~전망대~평평바위~제2망루~남문~망미봉~헬기장~사거리~상학산 상계봉(640m)~제1망루터(638m)~파류봉(파리봉·615m)~임도~산성로~서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5분. 전체적으로 평이한 길이며 문제의 구간인 얼음골 입구에서 서문까지는 산행팀이 개척했다.



남문 입구 정류장인 산성고개에서 하차, 길을 건너 너른 임도 대신 그 왼쪽에 열린 산길로 오른다. 목장승을 지나 산성과 나란히 내달리는 산길을 따라 간다. 이번 산행에선 길찾기가 애매모호할 경우 산성만 따라가면 된다.

   
 4, 5분 뒤 이창우 대장은 등로 좌측에 암벽타기를 많이 하는 대륙암이 있지만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첫 전망대는 들머리서 10분 뒤. 고당봉을 위시해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등과 회동수원지 아홉산 윤산 배산 금련산 황령산 광안대교 장산 달음산 일광산 철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잠시 후 능선이 휘어지며 어느 한 정점에 도달한다. 대륙봉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워 신경을 써야 확인 가능하다.

이제 정면으로 맨 왼쪽부터 망미봉 상계봉 파류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 아주 너른 바위에 닿는다. 평평바위이다. 향후 지나갈 능선이 한눈에 확인되고 바위 우측에 '남문 1.4㎞'라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서 있다.

평평바위를 가로질러 간다. '금정산 역사탐방로' 안내판을 지나면서 10여 분간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지다 완경사 오름길로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제2망루. 쓰러지기 직전인지 쇠기둥을 덧대 보기가 흉칙하다.

곧 만나는 임도를 가로질러 산성을 따라 내려서면 잘룩이 고개에 위치한 남문. 신라의 축조 기법이 깃들어 있다는 소박한 모습이다.

남문에선 양갈래길. 우측은 수박샘을 거쳐 상계봉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이정표 상의 '파류봉 상계봉 제1망루'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름길이다. 소나무 뿌리가 다 드러난 황폐한 산길이다. 5분쯤 뒤 산길 왼쪽 바위에 밧줄이 걸려 있어 이를 잡고 오르면 전망이 아주 좋다. 곧 만나므로 직진해도 상관없다.

다시 산성을 따라 걷는다. 정면의 암봉이 망미봉이다. 이곳에 서면 고당 원효 의상봉 등 금정산의 진면모와 기장 울주 및 양산의 산들이 확인된다.   
 
왼쪽 상계봉 쪽으로 내려섰다 올라서면 헬기장. 백양산과 구덕산 엄광산이 손에 잡힌다.

다시 산성을 따라 내려선다. 이때부터 낙동강과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만큼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금정산의 재발견' 저자이자 전 국제신문 최화수 논설고문은 이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표현했다. 산성로를 기준으로 북쪽의 금정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반면 상계봉을 기점으로 한 남쪽은 남성적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거리에서 직진, 등산로와 산성길의 두 갈래 중 산성을 따라 간다. 8분 뒤 갈림길. 왼쪽 상계봉 가는 길, 직진하면 상계봉을 가지 않고 제1망루와 파류봉 가는 길이다. 상계봉은 산성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고당봉과 함께 금정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라 빼놓을 수 없었다.

갈림길에서 상계봉까지는 대략 7분. 도중 뾰족하게 솟은 기암이 만들어 놓은 형상은 절묘하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오다 '산불 조심'이라 적힌 바위를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파류봉 가는 왼쪽 오름길로 향한다. 상계봉에서 10분 뒤 제1망루터에 닿으면서 산성과 다시 만난다. 제1망루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붕괴된 후 아직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직진하면 세 갈래길. 가운데 길로 내려서면 모처럼 한적한 소로. 이 소로 좌측 산성 뒤로 불모 신어 동신어 백두 돛대 무척산 등 김해 쪽 연봉과 낙동강 본류 및 서낙동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장관이다.

이어지는 보석같은 산길. 장방형의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금정산성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잇단 전망대가 기다린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성 역할을 하는 이곳 전망대는 금정산의 웬만한 곳은 거의 다 조망할 수 있다. 우측 발 아래는 공해마을.

파류봉은 전망대에서 10분 거리. 최근 조성한 전망 덱이 있고, 이 길로 내려서면 화명정수장을 거쳐 화명전철역으로 갈 수 있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꽤 험한 암릉을 통과한다. 밧줄이 있어 걱정은 없지만 분명한 건 발 아래 수십m의 낭떠러지라는 점이다. 몇 차례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통과하면 산성을 따라 난 능선길을 만난다.

처음엔 산성 높이가 제법 되고 뚜렷하지만 내려올수록 일부 지점에선 무너져 있고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30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북구와 금정구의 경계지점으로 왼쪽은 얼음골을 거쳐 화명정수장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공해마을 가는 길이다.

서문으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여기서부터 산성로까지의 구간이 산깨나 탄다는 금정산 산꾼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구간이다. 길 좌측 밭 옆으로 산성은 계속된다.

100m쯤 뒤 왼쪽 숲으로 들어가 산성을 넘으면 산길이 보이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하기엔 막막하다. 다시 산성을 넘어서니 산성 우측으로 길이 있다. 산성 우측 바로 옆에는 허름한 독립가옥이 한 채가 보인다. 밭을 일군 흔적이 있어 거주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 더 전진하면 이번엔 산성 좌측으로 흑염소 농장이 있고 여기를 지나면 산성 좌우에 마땅한 산길이 없어 산성을 밟고 간다. 결국 산성을 중심으로 좌우 산길로 가거나 이마저 없으면 할 수 없이 산성 위로 걷는 셈이다. 어폐가 있는듯 하지만 완전히 '금정산 개척산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흔한 안내 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예외로 '부산시장기 등반대회' 코스 안내 리본이 몇 개 보였지만 이마저도 산성길을 뚫지 못해 결국 우측으로 우회시켜 놓았을 정도로 난코스이다.

산성로로 다가갈수록 산성과 점차 멀어진다. 결국 30분 뒤 산성로에 닿는다. 여기서 화명동 방향인 왼쪽으로 150m쯤 가면 볼록거울(반사경)이 둘 있는 금정구와 북구의 경계에 선다. 산성 대신 바위군이 주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지점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볼록거울 사이로 성을 따라 내려서면 곧바로 서문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파류봉·파리봉 둘 다 사용

현존하는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 29년인 1703년 동래부사 박태항이 쌓았다. 학계에서는 축성 기법으로 미뤄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문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금정산성에는 4개의 성문과 4개의 망루 그리고 석문이 있다. 이번 코스에서도 남문과 서문, 제2망루와 제1망루를 만난다. 하지만 성문과 망루 앞에는 모두 금정산성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담은 똑같은 안내판만 있을 뿐 남문인지 제1망루인지를 알려주는 설명이 하나도 없다.

이번 코스의 날머리 서문은 금정산성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지난해 9월 폭우로 인해 아치형 수문 아래 위 석축이 무너져 현재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산성로에서 서문으로 내려서는 진입로엔 현재 '공사 중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서문 위로 지나가기 때문에 내려가도 공사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 교통편 - 203번 타고 남문 입구 하차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넌다. 온천장역 맞은편에서 온천장역과 산성마을 죽전부락 사이를 오가는 203번 시내버스를 타고 남문 입구(산성고개) 정류장에서 내린다.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날머리에서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화명동으로 가는 금정1번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2호선 화명역으로 갈 수 있고, 또 하나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죽전부락까지 가서 203번 버스를 타고 온천장역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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