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억새군락지인 화엄벌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한동안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화엄벌은 펜스 덕분에 그나마 보호돼다 지난 2002년 당시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화엄벌 억새는 신불산 억새와 함께 키가 작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라 원효 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양산 천성산(千聖山).

 원효는 이곳 천성산에 불국토를 꿈구고 89개나 되는 암자를 세웠다고 전해오지만 지금은 내원사 원효암 홍룡사 노전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 산문을 열어놓고 있다.
 정상에 군부대에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천성산은 산세가 빼어나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명산으로 손꼽힌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산홍엽을 이루고 여름에는 내원사계곡 홍룡폭포 무지개폭도 등 계곡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가을이면 단풍과 더불어 화엄벌의 억새 장관이 산꾼들을 불러 모으고 겨울이면 내륙에선 아주 드물게 동해의 일출을 빨리 볼 수 있어 역시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 중에서도 화엄벌 억새가 가장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유독 많은 산꾼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10여 년전부터 전국의 산을 소개하고 있는 국제신문 산행팀은 천성산을 지난 2001년 처음 소개했다. 지금이야 이따금씩 단발로 산을 소개하는 신문이 있긴 하지만 당시로선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신문 한 면을 할애하는 것은 국제신문이 유일했다.
 여기서 잠시 이창우 산행대장의 입을 빌린다.
 당시 이 코스를 소개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천성산 화엄벌이 신문에 보도된 후 지인들과 함께 다시 화엄벌을 찾았다. 하지만 화엄벌은 억새 탐승객들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억새군락지로 안으로 들어가 많은 등산객들이 동그랗게 자리를 잡고 술과 가져온 음식을 곁들이며 화엄벌을 훼손하고 있었던 것. 더욱이 당시엔 지금처럼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대부분 갖고온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한 채 하산을 해 화엄벌은 순식간에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천성산 화엄벌을 소개한 산행팀은 이같은 사실을 양산시청 홈페이지에 알리고 화엄벌 보호를 위해 펜스와 같은 안전시설물의 설치가 시급하는 글을 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뒤 얼마 안돼 고맙게도 지금과 같은 반반한 시설물은 아니지만 출입을 제한하는 시설물이 설치됐다.
 지난 1999년 처음으로 화엄벌이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그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화엄벌은 펜스 덕분에 그나마 보호돼다 지난 2002년 당시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이를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지금과 같은 멋진 울타리가 다시 설치된 것이다. 지금은 화엄늪 감시 초소까지 생겨났다.
 산을 사랑하는 산꾼의 입장에서 본 작은 관심이 억새군락지인 화엄늪을 살리는 단초가 된 하나의 작은 사례인 것이다. 아래는 화엄벌의 또 다른 사진이다. 마음으로 담아가시길.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추석 연휴 가볼 만한 억새 산행지

 
 여름 한철 잠시 지팡이를 접은 평범한 산꾼들은 통상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산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최근에는 명절 때 차례를 간편하게 모시는 추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멀지 않은 근교산으로 떠나는 경우가 보편화됐다. 때마침 가을의 전령 억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아름답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 억새.

국제신문 산행팀은 추석 연휴를 맞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억새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산행지를 추천한다.
   
 
#부산 최고의 억새군락지 승학산(乘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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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억새평원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 전령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억새 산이다. 사하구와 사상구에 걸쳐 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높지 않아 가족 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능선을 이어 산행하면 평범하지 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명명한 승학산에 서면 부산의 도심과 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은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 사파이어 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고 서구에선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중구 대청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엄광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을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 성지에서 올라 각각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종주산행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장군봉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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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부산 쪽이 아니라 고당봉 넘어 양산 쪽 금정산 최북단에 위치한 장군봉에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엔 뜸하지만 억새들의 군무가 한창인 가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부산 근교의 억새 명소로 가을 한철 억새 탐승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금산사에서 출발, 움막~습지~주능선~범어사기 석표~철탑~샘터~718봉~장군봉~철사다리~은동굴 갈림길~금산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또는 동면 중리마을에서 출발~금정암~임도~석문~729봉~장군봉 순으로 산행을 이어도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장군봉을 보고 와서 고당봉을 거쳐 범어사로 하산할 수 있다.
   
 
#해운대 장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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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백양산에 이어 부산서 세 번째로 높은 해운대 장산은 바닷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해운대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억새군락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여타 억새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반나절 억새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장산 정상을 지나 구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억새군락지는 가을 한창 땐 억새산행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구곡산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근접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크게 한 바퀴 산행을 하려면 해운대기계공고 인근 운촌경로정에서 철길을 건너 출발, 옥녀봉~중봉~정상 밑 갈림길~억새군락지~구곡산~대천공원 순으로 걸으면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또 거문산에서 철마산 가는 도중에도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마을 아래 사람이나 전문 산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이다.
   
 
#화왕산성 한가운데 십리억새밭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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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다. 사진은 화왕산성 내에 펼쳐진 십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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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차로 불과 1시간10분이면 들머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산행시간이 1시간이면 충분해 억새 산행지로 남녀노소에게 각광받고 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고 억새가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5분 거리인 화왕산 군립공원 내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 도중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 위치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이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 직접 억새밭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하며 억새를 감상한다.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성곽의 흔적이 잘 보존된 동문을 지나 남쪽의 배바위를 넘은 뒤 다시 원점인 서문으로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면서 화왕산 억새를 감상하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를 나와 관룡사 쪽에서 출발, 화왕산~동문~허준 세트장~관룡산~용선대를 거쳐 원점회귀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걸린다. 관룡산 주변은 송이버섯 산지. 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 주변에는 송이밥 등 송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원효 대사 숨결 남아 있는 양산 천성산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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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 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인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화엄벌은 원래 습지였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아쉽게도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화엄벌 억새는 유난히 키가 작아 친근감이 간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펜스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한가하게 걷노라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도 빼어나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엔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김해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표적 코스는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단기~화엄벌~원효암~홍룡폭포~홍룡사. 덕계 쪽으로 하산하려면 화엄벌에서 무지개폭포~장흥저수지~덕계 또는 화엄벌에서 월평리 장흥부락으로 내려서면 된다. 초보자라면 오경농장 쪽에서 용주사를 거쳐 올라오면 힘들이지 않고 화엄벌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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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330만 ㎡)로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원.


부울경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인 재약산 사자평과 신불산 신불평원이 바로 그것.

사자평은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옛 문헌에선 광평추파(廣平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재약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서 사자평 코스는 가을 억새 탐승길의 고전으로 꼽혀 영남알프스 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에 위치한 호국대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고사리분교터 순이 일반적이다. 좀 더 길게 잡으면 표충사~한계암~천황산~천황재~재약산, 필봉~천황산~천황재~재약산 순으로 걸을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의 천황재 억새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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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억새.

신불산 신불평원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광활함을 자랑한다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처럼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는 보기 어렵지만 억새 사이의 잡목이나 잡풀이 거의 없어 억새군락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불산에서 북쪽의 간월산까지 2.3㎞ 구간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억새 감상을 위한 덱이 조성돼 있는 간월재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군무도 볼 만하다.

등산로는 등억온천~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신불평원~영축산~통도사 순이지만 원점회귀를 원할 경우 신불산에서 공룡능선을 탄 후 홍류폭포를 거쳐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신불산 서릉을 타고 원점회귀할 경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하단)에서 출발, 신불평원~신불산~공비지휘소 전망대~파래소폭포~휴양림 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무지개폭포엔 무지개가 없었다

인파 · 땡볕 피하고 名山정취는 그대로
어영골 · 법수원 계곡 비경, 내원사 부럽지않아
상봉 서면 부산·울산·경남의 산군, 파노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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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폭포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고 전해 오지만 기자는 각도를 달리해 여기저기서 봐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들머리인 등산안내도에서 33분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에 이르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된 양산 천성산(千聖山). 이 산은 공룡능선과 같은 골산의 험난함과 화엄벌로 상징되는 육산의 부드러움을 갖춘 부산의 대표적인 근교산이다.

천성산이 자랑하는 이 두 코스는 아쉽게도 요즘과 같은 염천에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을 도무지 피할 수 없어 되레 기피 코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해서 천성산 계곡을 찾았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르는 4㎞ 구간의 그 유명한 내원사계곡은 부산·울산·경남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 일명 '소금강'이라 불린다.


하지만 산행팀은 이 계곡을 택하지 않았다. 명성만큼이나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내원사계곡과 그리 멀지 않은 상북면의 홍룡사 쪽도 피했다. 내세울 건 절 바로 뒤쪽의 홍룡폭포뿐이라서. 결국 산행팀은 천성산을 기점으로 내원사계곡과 홍룡폭포의 반대편에 위치한 웅상읍 소재의 무지개폭포 쪽으로 올랐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흔히 천성산 계곡이라고 하면 내원사계곡과 무지개폭포가 있는 어영골을 의미한다"며 "이중 어영골은 지명도 면에서 내원사계곡에 비해 한 수 아래지만 경관 면에선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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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제2봉은 금정산 장산 등 부산의 산과 울산 온산공단 앞바다, 그리고 내륙의 영남알프스 및 언저리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동남권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 군 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산행은 천성산 등산안내도~무지개산장~무지개폭포 갈림길~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천성산 제2봉 갈림길~무지개폭포~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은수고개 갈림길~은수고개~주능선~천성산 제2봉(812m)~임도~법수원계곡~전망대~산신각~원적암 갈림길~원적암~백동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계곡이나 폭포에서 머문 시간은 빼고서다. 몇 차례 까다로운 길찾기 지점이 있으므로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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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에서 천성산 주봉(922m)은 빠졌다. 어영골과 법수원계곡을 코스에 넣고 '땡볕 산행'의 한계라 여겨지는 5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마을버스 종점인 무지개폭포 입구 건너편에는 지율스님이 단식투쟁 등을 통해 그토록 반대하던 KTX 천성산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왠지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자는 스님의 단식, 환경단체의 반대, 정부의 공사강행 등 일련의 사태보다 공사시작의 단초가 된 첫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만든 부산의 모 대학 교수가 학자적 양심을 걸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후 사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가정을 해봤다. 물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지만.

대형 천성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비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무지개산장 입구에서 물을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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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법수원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100m쯤 뒤 갈림길. 왼쪽 무지개폭포 방향으로 간다. 100m쯤 더 가면 어영골 계곡과 만난다. 경관이 빼어나 전국의 유명 계곡에 비해 손색이 없다. 계류를 건너 계곡 왼쪽길로 오른다. 곧 또 한번 계류를 건너면 첫 이정표. 오른쪽은 천성산 제2봉으로 바로 가는 길, 산행팀은 '폭포 원효암'이라 적힌 왼쪽을 택한다. 6분 뒤 또 갈림길. 오른쪽은 독뫼산을 거쳐 제2봉으로 가는 우회길이라 왼쪽으로 향한다. 원효암이나 작전도로 방향이다. 3분 뒤 폭포로 내려서는 갈림길. 무지개폭포는 수십 m쯤 되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 장관이다. 등산안내도에서 33분, 첫 이정표에서 11분 걸린다.

첫 이정표 지점으로 복귀한 후 이번엔 오른쪽 제2봉 방향으로 간다. 처음엔 계곡과 멀어지는 듯하지만 이내 주계곡과 지계곡을 연이어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30분쯤 뒤 계곡 앞. 갈림길 아닌 갈림길이다. 직진해 좁다란 산죽길로 올라서면 곧 오리무중. 해서 계곡을 건너 산길로 향한다. 30m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왼쪽으로 향한다. 물론 오른쪽길도 임도를 거쳐 제2봉 또는 미타암으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이 원하는 길은 아니다.

잇단 무덤(터)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기도 하고 지계곡을 따라 걷기도 한다. 머리 위로 주능선이 희끗희끗 보이며 햇빛의 노출이 점차 심해지면 이내 은수고개에 닿는다. 인근에 오래전 은수암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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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서 만난 너른 소에서 수영하는 어린이들.

 
이정표 상의 내원사 방향 능선을 향해 오른다. 12분이면 임도와 맞닿은 능선에 이른다. 임도로 내려와 왼쪽으로 암봉인 제2봉이 보인다. 임도 아래쪽엔 양산시가 밀반늪이라는 안내문을 세워놨다.

발길은 능선 왼쪽으로 향한다. 산야초인 비비추와 산꿩의다리 원추리가 눈에 띈다. 제2봉(아직까지 정상석엔 천성산이라 돼 있다)까지는 불과 15분. 사방팔방으로 환상적인 조망이 열려 있다.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그 뒤쪽엔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에서 왔던 길로 4, 5m쯤 떨어진 왼쪽 산길로 내려선다. 땡볕이 내리쬐는 돌길이다. 정면 저 멀리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 계곡길이 법수원계곡 하산길이다. 10분 뒤 임도, 바로 길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7분 뒤 비로소 법수원계곡 상류에 닿는다.

계류를 건너 계곡 옆 산길로 내려선다. 한 50m쯤 갔을까. 석문을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 사이로 작은 폭포를 이루고 그 아래 시퍼런 소가 기다린다.

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이렇게 10여 분, 잠시 계곡과 이별한 후 산길로 접어든다. 도중 발아래 소주공단과 웅상읍내도 보인다. 40m쯤 되는 경사진 바윗길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오면 사거리. 정면 전망대에 올라 천성산의 기암괴석과 발아래 법수원을 바라보고 내려와 왼쪽으로 간다. 대규모 너덜 우측으로 길이 나 있다. 내려서면 산신각. 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잠시 둘러본 후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섭진교. 다리 건너 대숲으로 오르면 법수원. 역시 잠시 둘러본 후 다리 위에 선다. 발아래는 천야만야한 벼랑계곡. 해서 계곡 왼쪽 우회로를 따라 내려선다. 5분 뒤 '하산안내' 이정표 못가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열려 있다. 원적암 가는 길이다.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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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암에서 만난 인근 마을 초등학생들과 절집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상사화. 원적암에서 기자는 시원한 수박 화채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꿀맛이었다.

너른 소와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 계곡을 우측에 두고 걷는다. 10여 분 뒤 또 다른 산신각을 지나면 이내 원적암. 원적암에서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는 꽤 멀어 30분쯤 걸린다.


#떠나기전에
활짝 핀 상사화 길손 맞아
혈수폭포 출입금지 아쉬워   
 
원적암은 야생화가 만발한 암자였다. 아랫마을 백동의 초등학교 소녀들에겐 책을 읽고 방학숙제를 하는 공부방이기도 했다.

산행 중 늘 보던 참나리와 산수국 등 아름다운 각종 야생화가 경내 곳곳에서 활짝 웃으며 길손들을 맞고 있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연분홍빛 상사화였다.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인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전해온다. 해서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매년 9월 선운사 도갑사 등지에서 만개하는 꽃무릇과는 다르다. 상사화가 객을 맞는 이런 평화스러운 원적암 뒤쪽엔 아이러니하게도 앰뷸런스에서 숨가쁘게 들려오는 '미워미워'하는 짜증나는 소음이 들려온다. 알고 보니 진원지는 원적암 뒤쪽의 혈수폭포.

사연은 이랬다. 홍룡폭포 무지개폭포와 함께 천성산의 3대 폭포인 이곳은 지금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미명 아래 현재 출입금지 구역. 원적암 측은 겉으론 매년 인명 피해가 있고 무당들이 많이 찾아 산불의 우려가 있어서라 하지만 속내는 워낙 많은 얌체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 공해 때문이었다.

묵묵히 치우고 또 치우던 원적암이 꺼낸 카드로는 산꾼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조치였던 것이다.

사필귀정이요, 복불복이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모처럼 암자와 폭포를 찾은 장삼이사들에겐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떠나기 전 기자도 혈수폭포에서 편안히 산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 교통편-노포동서 수시로 일반·좌석버스

지하철 1호선 종점 노포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노포동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50, 147, 247, 301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양산 웅상읍 덕계리 무지개폭포 정류장에서 내린다. 수시로 있으며 요금은 각각 1300, 1500원. 길을 건너 간판이 큼지막한 무지개약국 앞 정류장에서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40분, 9시10분, 9시40분 등 30분마다 출발한다. 700원.

날머리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선 247, 2000, 2200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타고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내린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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