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우뚝 솟은 산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섬과 산. 별개로 보이지만 오묘한 조화로 궁합이 맞을 땐 기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거제도 망산(望山·397m)이 아주 좋은 본보기. 망산은 우선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아주 즐겁다. 신거제대교로 견내랑해협을 지나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탁 트인 해안가 절경과 쪽빛바다가 이어진다. 이쯤되면 섬에 왜 왔는지 착각이 일 정도다. 산 정상에 오르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봐왔던 단편적인 절경들이 다도해라는 한폭의 초대형 풍경화로 다가온다. 망산은 조선조 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범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됐다. 그래서 망산은 울창한 숲으로 인한 산 자체의 빼어난 아름다움보다는 조망이 뛰어나다는 점이 우선 부각된다. 조선조말 당시의 ‘망’이 생사의 귀로에 선 절대절명의 ‘망’이라면 오늘날의 ‘망’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관찰하는 즐거운 조망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날씨가 청명하면 다도해의 절경 뿐만 아니라 대마도와 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명사마을에서 홍포 방향으로 200m쯤 걸어가면 길 왼쪽에 ‘망산 정상 1.8㎞’라고 적힌 푯말이 보인다. 거제도는 망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행길 초입에 이같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서있다. 산행은 이 팻말을 들머리로 칼바위등~망산 정상~해미장골등~내봉산 정상~여차등~각지미~14번 국도의 시점인 저구마을 입구까지. 산행시간이 3시간3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4시간30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른편에 쪽빛바다와 굴 양식장의 부표가 보이는 가운데 산행 들머리로 진입한다. 2분후 갈림길. 오른쪽 길로 오른 후 곧 대형 무덤 1기가 나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푹신한 산길은 산책로를 걷는 듯하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육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에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윗길을 힘들게 지나면 곧 첫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발밑에는 명사마을과 명사해수욕장 명사초등학교 교사가 보이고 바다 위에는 소형어선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군 작전도로인지 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들어 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8분쯤 후에 만나는 두번째 전망대는 천길 낭떠러지. 그래서 칼바위등이라고 불렀나.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해진다. 눈 앞에는 죽도 장사도 용초도 비진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한산도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도중엔 숲이 울창해 다도해의 비경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전망대에선 각도를 달리해 쪽빛 바다와 섬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산행의 특징이다. 그 때문인지 전망대가 오랜 갈증후 마시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땀을 내며 10분 정도 걸으면 이번엔 편평한 반석 전망대가 나온다. 이제 명사마을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저 멀리 오른쪽에 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정면에 노자산 가라산이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거기엔 ‘망산’ ‘명사’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이 서있다. 이로부터 10분 정도면 망산 정상. 눈 앞에 펼쳐지는 섬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조망도가 친절하게 자리해 큰 도움이 된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왼쪽으로부터 가왕도 소매물도 어류도 욕지도 장사도 비진도 한산도 추봉도 등 20여개의 섬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으로 떠있다. 땀방울을 걷어내주는 해풍의 시원함까지 보태지니 부지불식간에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먹는 김밥은 꿀맛이다. 솔개인지 매인지 정확히 구분은 안되지만 하여튼 2마리의 공중곡예도 이채롭다. 하산은 이정표 방향대로 홍포(1.1㎞) 내봉산(1.9㎞) 여차(2.7㎞) 저구(4.9㎞) 방향으로 내려선다. 15분 뒤에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하면 홍포 무지개마을로 내려간다. 직진한다. 숲이 어찌나 짙은지 해풍이 스미지 않은데다 대낮인데도 밝지 못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바위 능선길은 예상외로 쉽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 산세만 보면 숲이 우거진 육산이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여간 험한 길이 아니다. 아예 절벽을 올라야만 하는 곳도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40여분 오르면 내봉산 정상에 앞선 암봉에 이르고 거기서 5분 정도 걸으면 내봉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면 망산 정상보다는 바로 옆 봉우리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멀리 북쪽으로는 장승포 옥녀봉이 얼핏 보인다. 정상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심한 내리막길이어서 로프가 놓여있고 밑에는 나무둥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30여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여차등. 나무푯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여차마을. 직진한다. 날머리인 저구까지는 아직도 2.7㎞. 이제부터는 본격 오르막. 한동안 사라졌던 새소리가 다시 들린다. 10여분쯤 후엔 세말번디라는 봉우리에 닿는다. 산행중에는 이곳이 세말번디라는 안내판이 전혀없다. 이후 오르막 내리막 평길 등을 번갈아 2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각지미라는 곳이다. 안보이던 명사마을이 왼편에 다시 보인다. 여차등부터 이곳까지 30여분 구간이 온통 숲길이었던지라 답답함을 여기서 모두 풀자. 지금부터는 호젓한 산길. 다시 전망대. 오른쪽에 저구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저구항 방파제에는 흰색과 빨간색의 등대가 양편에 서있다. 이곳에서 도로까지는 10여분 걸리고 저구 사거리에서 왼쪽방향으로 가면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까지 25분이면 충분하다. / 글·사진=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이번 산행의 대중교통편은 이용하기가 힘들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첫차인 오전 8시30분 시외버스를 타더라도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을 경유하는 군내버스가 오후 1시45분에 있기 때문이다. 명사마을에는 하루에 고작 3번 버스가 다닐 만큼 교통편이 열악하다. 명사마을에서 고현으로 나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3시30분, 7시45분에 있다. 따라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 창원 방향으로 진입한 후 마산 톨게이트를 지나 서마산IC에서 빠져나온다. 이후부터는 ‘통영’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고 14번 국도를 달리자. 거제도에선 신거제대교를 건너 좌회전, 고현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차를 돌려 거제자연휴양림~다대~저구를 거쳐 명사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한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산행을 마치고 여유가 있으면 홍포(무지개마을)에서 여차까지 드라이브를 해보자. 4㎞ 정도인 이 구간은 국내 여행서 선정 5대 드라이브 코스에 꼽힐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 떠나기 전에 > 망산은 거제도의 최남단에 있는 터에 노자산 가라산 산방산 옥녀봉 계룡산 등 거제도 10대 명산의 시발점이자 끝으로, 거제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엔 왜구가 출몰할 때에 망을 보던 중요한 군사경계시설이었다. 지금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전망대로 더욱 유명하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노라면 답답했던 우리네 가슴이 확 열릴 것이다. 망산은 네가닥의 등산로가 있으며 깎아지른 듯한 해안을 끼고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은 작은 다대마을 너머 남쪽에 있고 앞바다에 작은 섬들을 거느린 대·소병대도가 점점이 떠있어 이 섬들을 바라보고 지키는 곳이라 하여 여차(汝次)라 한다. 여차몽돌해변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홍포(虹浦) 무지개 마을은 조선시대 도선 스님의 예언에 따르면 ‘저멀리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곳이며, 나아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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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0> 거제도 망산~내봉산
2008. 4. 26.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