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삼도봉' 품은 원효의 화엄도량
봄 진달래· 여름 계곡 · 가을 단풍·겨울 눈꽃
부산 울산 경남 경계… 보기보다 벅찬 코스
하산길 울창한 숲 도통골 폭포·소 더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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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봉(일명 불광산)을 지나 대운산 가는 도중의 전망대(왼쪽)와 대운산 정상.
 
 
 세 지자체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를 의미하는 삼도봉(三道峯). 백두대간에는 실제로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셋 있다.

우선 지리산 서부능선 상의 삼도봉(1550m). 경남(하동)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에 솟아있다. 3도 경계라는 사실 이외에는 별 특징이 없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을 가르는 삼도봉(1177m). 이웃한 지자체가 완전히 달라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에는 3개 도민들이 지역 간 화합을 다짐하기 위해 세운 대화합 기념탑이 서 있다. 오리지널 삼도봉의 남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의 경계에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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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왼쪽)과 꿀풀.

부산 인근에도 찬찬히 찾아보면 이와 유사한 삼도봉이 속한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대운산 660봉이다. 흔히 주봉은 울산과 경남 양산의 경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주봉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금도 기장 장안사 쪽에선 불광산이라 불리는 660봉이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그리고 양산 웅상의 경계를 이루며 삼도봉 역할을 하고 있다.

원효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진 대운산은 전형적인 육산. 양산 웅상의 명곡이나 기장 장안사 인근 척판암, 그리고 울주 상대주차장 등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해 영남알프스 못잖게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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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왼쪽)와 속은노루오줌.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은 결코 아니다.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가을이면 만산홍엽 단풍이, 겨울이면 동해와 인접해 연신 내리는 눈으로 사시사철 꾸준히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특히 여름이면 주 계곡인 상대계곡을 비롯, 도통골 박치골 내원암 계곡 등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하지만 부드럽고 그윽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속살로 파고 들면, 암팡진 산세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은근히 체력을 고갈시킨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에선 기복이 심해 여름철에는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고 말했다.

   
산행은 울주군 온양읍 상대 제3주차장~능선 안부~장안사 갈림길~첫 이정표~잇단 척판암 갈림길~능선 삼거리~벤치에 이어 660봉~시명산·대운산 갈림길~대운산 정상~헬기장~제2봉·도통골 갈림길~도통골~무명 폭포와 너른 소~대피소(화장실)~임도~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으로 한여름 산행지로는 다소 벅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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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운산 등산안내판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15m쯤 떨어진 지점,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입구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다. 한적한 숲 발 아래는 까치수염 노루발 등이 눈에 띈다. 13분 뒤 너른 터이자 능선 안부. 왼쪽은 상대마을, 오른쪽으로 간다. 10m쯤 뒤 다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 대신 뚜렷한 왼쪽길로 간다. 이내 지계곡.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명례마을 하산길, 오른쪽으로 간다.

무덤과 사거리 안부를 잇따라 지나면 비로소 우측에 대운산이 숲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등로는 대운산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지형지물 하나없는 평범한 산길이 계속된다. 등로 왼쪽은 장안사(부산 기장), 푹 꺼진 오른쪽은 상대계곡(울산 울주) 방향이다. 등로 한 지점에선 장안사 주차장과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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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골 하단부에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3단 폭포와 너른 소가 기다린다. 예상치 못한 이 명소에 50대로 보이는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늘이 시원한 절개지 삼거리에 서면 비로소 확 트인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 대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7분 뒤 V자 소나무 앞 삼거리서 첫 이정표. 왼쪽 시명산 방향으로 간다.

4분 뒤 다시 척판암 갈림길. 골바람이 시원하다. 두 번째 척판암 갈림길을 지나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월성 김씨 묘를 지나 100m쯤 더 가면 능선 삼거리.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의 산줄기와 등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표 기둥만 달랑 서 있다. 그 옆으로 한전 기장지점에서 걸어놓은 대운산 플래카드가 보인다. 이 길은 통상 장안사쪽에서 척판암을 거쳐 대운산 또는 시명산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직진한다. 하늘을 가린 울창하고 넓은 숲길이 이어진다. 까치수염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30여 분. 보랏빛 꿀풀 군락지를 지나면 된비알이 기다린다. 도중 입구에 리본이 걸린 오른쪽 갈림길이 하나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힘든 오름길을 택한다. 밧줄도 매어져 있다.

된비알이 끝날 무렵 벤치 둘. 여기서 2, 3분 뒤 만나는 정점이 부산 울산 양산의 경계지점이자 일명 삼도봉인 660봉이다. 사위가 꽉 막혀 있다. 왼쪽이 부산 기장, 정면에서 2시 방향까지 경남 양산, 오른쪽이 울산 울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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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갈림길. 직진하면 시명산, 대운산을 향해 우측으로 내려선다. 2분쯤 지나 왼쪽 뒤로 시명산 가는 길이 하나 더 나온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부산을 벗어나 등로 왼쪽은 양산, 오른쪽은 울산이다.

시명사와 상대계곡으로 각각 빠지는 사거리를 지나면 바람이 시원한 벤치에 닿는다. 다시 내리막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운산 정상이 아득하다.

등로는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로 이어진다. 고행길이 한 번 남은 셈이다. 숲 속 한 켠의 털중나리꽃이 반갑다. 17분쯤 땀을 바짝 흘리면 돌탑이 나타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5분 더 가면 마침내 대운산(742m) 정상. 정상석을 등지고 10시 방향의 봉우리가 시명산, 정상석 뒤 저 멀리 동해 바다는 흐린 날씨 탓에 아쉽게 희미하다.

왼쪽 대운산 제2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정상에 서 있는 등산안내도 상의 ③번 길이다. 정상석 뒤 상대마을로 직진하는 길은 ④번이다. 두 길은 계곡물이 불어나는 지점에서 만난다. 흔히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큰바위 인근의 용심지(암자터)는 ④번 길에 있다.


곧 헬기장. 우측 저 멀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선명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제2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제2봉이니 오른쪽 상대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급경사길이어서 밧줄이 매어져 있다. 15분쯤 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사실상 급경사길은 끝. 이때부터 두 갈래로 지계곡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숲이 울창한 데다 너른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여느 이름난 계곡 못지 않다.

이렇게 10여 분. 용심지쪽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정상에서 1.8㎞ 지점. 산행 막바지다.

다시 10분 뒤 산길을 벗어나면 첫 번째 대피소. 이때부터 임도. 3분 뒤 도통골의 백미 폭포와 너른 소에 닿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7, 8명의 산꾼들이 팬티만 입은 채 물놀이할 정도로 깊고 넓다. 여기서 두 번째 대피소를 지나 들머리인 주차장까지는 대략 3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660봉,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 
 
기장 장안사나 척판암에 가보면 아직도 관광안내판에 불광산(佛光山)이란 이름이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이나 이곳 오래된 읍지에 불광산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 삼각산도 이 불광산에 포함된 듯하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후 이 불광산이 대운산 삼각산 시명산으로 각각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기장 장안사쪽에선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를 지금도 불광산이라 부른다. 오래 전과 달리 협의의 불광산인 셈이다.

이창우 대장은 "지금처럼 대운산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주변 산세를 고려해볼 때 660봉을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도통골은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골짜기. 이 도통골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과 가장 가까운 파르티잔의 소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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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엔 관광도.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왼쪽)과 내원암 주차장 내 5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를 형상을 하고 있다.

상대마을의 한 팔순 노인에 따르면 1951년 말 대운산에는 50여 명의 북한 패잔병들과 50여 명의 토착 파르티잔이 있었는데 그 본부가 도통골 끝자락이었다. 이들의 대장은 홍길동으로 불리는 인물로 워낙 신출귀몰한 기습을 해와 수 차례에 걸친 경찰의 토벌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듬해 봄 산불을 질러 파르티잔을 괴멸시켰다. 그 영향으로 도통골을 비롯한 대운산은 지금도 아름드리 나무가 드물다.

# 교통편-남창서 상대마을까지 마을버스 이용

해운대역 맞은 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지하철 2호선을 탈 경우 해운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남창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맞은 편에서 대운산(상대마을)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900원. 대운산 제3주차장에서 남창행 마을버스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남창에서 해운대 터미널행 버스는 자정까지 있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전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5분 두 차례 있다. 1시간 걸리고 2800원. 남창에서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6시2분 단 한 차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부산과 울산을 잇는 14번 국도를 타면 된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온양~기장군청 지나~울산 울주군 온양읍 입간판 지나~장안사 입구 지나~상대 하대 대운산(입구에 '산여울' 간판)~대운산 내원암 계곡~굴다리 통과~대운산 제3주차장 순. 주차비 무료.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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