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봉은 그동안 할 말이 많았겠다. 어느 산하 못지 않게 수려한 조망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품안의 곧게 뻗은 전나무 숲과 야생화 밭은 가히 삼림욕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울창하기 그지없다. 백두대간의 초점산에서 이어진 가야산 수도산 등과 함께 한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건만 어찌 속세의 산꾼들은 알아주지 않았던가. 기껏 언급돼봤자 수도암으로 유명한 김천의 수도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향하는 종주중 거쳐가는 하나의 산 정도. 봉우리가 낮아 안보였다면 이해라도 할텐데 1,430m의 가야산보다는 못하지만 1,317m의 수도산보다 9.7m나 높다. 영남알프스 봉우리중 누가 단지봉보다 높단 말인가. 뾰족한 돌산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산길은 인적이 드문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 인근에는 연분홍 철쭉이 아직도 만개해 볼거리 또한 즐비하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사이의 단지봉(일명 민봉)은 정상 인근 일부를 제외하곤 암석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단지봉이란 이름은 산세가 아래는 배가 볼록하고 정상은 뚜껑을 덮어놓은 것처럼 편평한 단지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산행은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동촌마을 중촌교회에서 출발, 임도 시설비~거창 장씨 묘~탈의산~전망대~고비골 앞산~헬기장~단지봉~샘터~고비마을을 거쳐 중촌교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6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긴 여정. 중촌교회앞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오른쪽엔 면우정이란 정자가 있다. 20m 앞에 중촌보건진료소가 나타나면 오른쪽 길을, 다시 10m 앞에는 임도 개설비가 서있다. 왼쪽 시멘트포장길로 오른다. 네갈래 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주변은 온통 고추 감자 매화나무밭.때마침 만난 마을 촌로에게 단지봉 산길을 묻자 “그곳은 마을사람들도 안간지 4, 5년은 족히 돼 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뚫어야 하는 것이 근교산팀의 일. 들머리 찾기가 예사롭지 않다. 네갈래 길을 지나 150m 올라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다시 50m 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흙길.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또다시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왼쪽에 사과나무밭이 나온다. 열매를 봉지로 씌워 놓았다. 이때까지 대략 30분 소요. 흔적만 남은 넓은 길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100m 뒤 갈림길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10여분 뒤 좌우측에 무덤이 보인다. 마을촌로의 말대로 수년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무가지와 잡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고 곳곳에서 머리와 허리를 숙이기 일쑤다. 아예 길을 막고 서있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은 산행 도중 절반 정도 계속된다. 7, 8분 뒤 왼쪽에 또 무덤이 나오고 길 주변에 취나물이 늘려있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산길을 30여분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좁지만 제법 편평하다. 오른쪽이 틔어 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전나무가 유달리 이곳에선 굵다. 나무가지를 헤치고 15분 정도 걸으면 정면에 임도가 보이고,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도 삼거리 길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온다. 회색빛 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간다. 거창 장씨 무덤 4기가 나온다. 덕유산 향적봉이 보이고 금원산 기백산이 저멀리 눈에 아른거린다. 무덤 사이 숲길로 향한다. 이제부터 산길이 없어 길찾기가 어렵다. 작은 무덤 1기를 지나 능선 방향을 따라 25분간 오르면 탈의산 정상. 정상석은 없고 지도상의 봉우리일 뿐이다.
이번엔 내리막길. 15분 정도 편하게 걸으면 이름모를 야생화밭이 나오는데 쭉 뻗은 전나무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30여분 땀을 바짝 내고 오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모처럼 열린다. 여기서 25분 정도 걸으면 이번 산행 첫 전망대가 나온다. 두루봉과 가야산 능선이 선명하게 눈에 잡히고 왼쪽으로 양각산 흰대미산 신성봉 수도단 단지봉이 펼쳐져 있다. 또 한군데의 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고비골 앞산 정상. 낮은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왼쪽에 흰대미산 양각산 신성봉 수도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정면에 곧 오를 단지봉이, 그 오른쪽에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별유산 두문산이 보인다. 직진해 15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도착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이제 단지봉을 향해 오른다. 이때부터 길이 비교적 잘 나 있다. 5분 정도 걸으면 손바닥보다 큰 취나물이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10분 뒤 전망대 발밑에선 날머리인 고비마을이 보이고 저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지봉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30m 걸으면 단지봉 정상. 이 30m 구간은 온통 철쭉 천지. 만개한 연분홍꽃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가야산으로 가는 길.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 돌탑쪽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이때 수도암이 보인다.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뒤 네갈래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수도산, 오른쪽 길은 수도리 방향. 왼쪽길을 택한다. 5분 후엔 샘터를 지나며 40분 뒤엔 고비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들머리 중촌교회까지 30분 걸린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를 시작으로 매 50분마다 있다. 2시간40분 걸린다. 거창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방 중촌행 군내버스는 강양정류소(김정형 외과) 앞에서 오전 11시10분에 출발한다. 2천원(문의 서흥여객·055-944-3720). 강양정류소는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중촌에서 거창군내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 7시에 있다. 거창군내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8시30분, 9시, 10시30분에 있다. 4천5백원.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는 오후 8시35분, 9시39분, 10시6분, 10시25분에 있다. 6천2백원(주말 기준). 거창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오후 6시4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가다 구마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가조IC에서 빠져 나온다. 가조읍내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가북 방향으로 간다. 가북읍에서 좌회전해 중촌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산꾼에게는 거창의 산을 산속의 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골이 깊고 명산이 즐비하다는 뜻일게다. 그에 걸맞은 수도산~가야산 종주는 2박3일의 산타는 재미로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중간에 솟은 단지봉에서 야영을 하며 하늘을 보라. 떠오르는 달을 보며 자연의 신비감에 도취될 것이다. 들머리 중촌리 동촌마을은 다원으로 다비지라 부르며 1896년 면우 곽종석 선생이 다전이라 이름 지었다. 이에 김해 김씨 고연공 삼형제가 다전에서 호를 따 다봉 다포 다태라 하였다는 ‘면우 선생 다전 사적비’가 초입의 면우정에 있다. 찻물에 쓰였던 차샘도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샘터는 종주를 즐기는 산꾼에게는 생명과 같은 샘. 감로수의 차디찬 물맛을 보라.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고 산행시 산길에 유의하자. 전체적으로 산길을 기대하지 말자. 그만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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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1> 거창 단지봉
2008. 4. 26.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