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도심 위로 솟아 회동수원지 감싸 안네
회동 아홉산과 마주보며 둥글게 자리 잡아
부산 근교산 한눈에 볼 수있는 기막힌 조망
운치있는 오솔길, 추석연휴 가족산행 '적격'
윤산 정상에 서면 부산이 온통 산의 물결을 이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회동수원지를 감싸고 있는 정면 한가운데 아홉산과 그 우측으로 개좌산 운봉산이, 아홉산 왼쪽 뒤 암봉이 달음산, 그 왼쪽으로 뾰족봉인 천마산 치마산(함박산) 곰내재, 그 뒤로 시명산이 확인된다.
항구도시 부산도 알고보니 산의 도시(?).
부산 금정구 부곡동 서동 금사동에 걸쳐있는 나즈막한 봉우리인 윤산(輪山·318m)에 오르면 광안대교가 보이는 광안리 해안가를 제외한 전 지역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크게 보면 부산도 일종의 대형 분지(盆地)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비록 고개를 비스듬히 치켜들고 주변을 우러러봐야 하지만, 발아래를 굽어보는 환상적인 조망에 비해 전혀 주눅들지 않는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도대체 윤산이 어디 있는거야. 부곡동 쪽이라고 하는데".
이때까지도 이런 불만을 갖고 윤산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해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는 산꾼들이 많이 있으리라.
한가지 힌트를 곁들이자면 회동수원지와 이웃한다. 그렇다면 아홉개의 봉우리로 상징되는 아홉산 근처?
그렇다. 회동수원지를 중심으로 아홉산과 마주보고 있는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바로 윤산이다. 옛 구월산이라고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떡일 사람들이 제법 될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산이 바로 구월산이다. 3년전에 구월산의 명칭이 윤산으로 '복원'됐다.
산행 도중엔 도심의 아파트촌 뒤로 저 멀리 광안대교도 보인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과 1740년판 '동래부지'에는 윤산을 '동래부의 북쪽 8리에 있으며, 동래부의 진산(鎭山)'이라 적고 있다. 알다시피 진산은 도읍이나 성지의 뒤쪽에 있는 큰 산을 말하는데 결국 윤산이 동래의 뒤쪽 큰 산이니 진산이 되는 셈이다.
이제 궁금증은 왜 윤산으로 명명됐느냐 하는 것. 답은 간단하다. 동래 쪽에서 보면 산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보여 바퀴 윤(輪)자를 차용했다. 주민들로부터 '대머리산' '둥글산'으로 불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윤산이 왜 구월산으로 불렸을까. 뚜렷한 답은 없지만 바퀴에서 연상되는 '구불다'에서 '구블다' '구을다'로 변해오다 결국 구월산으로 와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도심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윤산의 오솔길은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원래 산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시는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국토지리정보원에 산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결국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윤산으로 산 이름을 복원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2002년 7월 시에 알려와 시는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윤산으로 부르고 있다.
산행은 금정구 부곡1동 도개공 부곡시영아파트 121동~육교~구구배드민턴장~만남의 광장(쉼터)~바위전망대~남평 문씨묘~윤산 정상~임도~산길(체육공원)~임도~산길(200봉)~임도(철탑)~오륜정보산업학교(부산소년원)~오륜동 새동네 큰소나무슈퍼~마을버스정류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공휴일 늦잠잔 후 또는 추석 연휴 가족산행지로 여유있게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이다.
금정구 서동 영일사진관 앞 서동고개에서 버스를 내린 후 버스 진행 방향과 반대로 거슬러 걸으면 삼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청수탕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간다. 정면 155번 버스종점이 보이면 왼쪽으로 간다. 부곡 뉴그린아파트를 지나 길따라 계속 가면 'LGS'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갈림길. 오른쪽 오르막길로 50m쯤 가면 도
도심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윤산의 오솔길.
개공 부곡시영아파트 121동 조금 못가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산길 맞은 편은 테니스 코트. 버스 하차 후 10분 정도 걸린다.
주민들이 듬성듬성 심은 야채밭을 지나면 부곡동과 동상동을 연결하는 도로 위 육교. 이 육교를 지나야 비로소 산길이다.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며 반긴다. 30m쯤 더 가면 오른쪽에 시야가 트인다. 우측에서부터 금정봉 백양산 엄광산 황령산 금련산 배산 광안대교 이기대 장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뒷산이라 길은 넓고 편안하다. 소나무는 크고 힘차지만 이곳 역시 재선충 피해지역이라 나무를 베고 훈증처리를 한 곳이 드문드문 보인다.
곧 길 오른쪽 '구구배드민턴장'이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다. 따라간다. 도심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5분 뒤 배드민턴장. 다시 5분 뒤 만남의 광장(쉼터). 칠거리다. 크게 보면 왼쪽 부곡동(보덕사), 오른쪽 동상동 금사동 방향. 시계가 걸려있는 정면의 침목계단길로 오른다.
2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덩쿨이 온통 나무를 감싸고 있다. 술패랭이 파리풀 짚신나물 닭의장풀 개요등 여뀌 등 야생화가 눈에 띈다.
20분 뒤 바위전망대. 시야가 더 넓어져 방금 지나온 육교와 도개공 시영아파트 사직운동장 어린이대공원 엄광산 백양산 금정산 산줄기가 선명하게 확인된다.
상봉은 전망대에서 5분 거리. 펑퍼짐한 평지에 정상석은 없고 산불초소가 홀로 서 있다.
산행 도중 만나는 체육공원이자 쉼터.
조망이 기가 막히다. 바다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온통 산이다. 초소 뒤 회동수원지 뒷산인 아홉산을 기준으로 오른쪽 운봉산 개좌산, 아홉산 뒤 바위산인 달음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뾰족봉인 천마산 치마산 곰내재 시명산 문래봉 거문산 소두방재 철마산 천성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회동수원지는 마치 한반도를 빼닮았다.
정상에서 하산길은 두 갈래. 오른쪽 금사동, 왼쪽 부곡동 방향. 산행팀은 부곡동 쪽으로 가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륜대 방향으로 간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도중 부곡동으로 내려가는 소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20분 뒤 임도와 만난다. 잠시 왼쪽 산길로 올라 체육공원을 지나면 다시 임도. 체육공원 화장실을 지나면 다시 왼쪽 산길. 이 길 또한 결국 임도와 만난다. 산길로 가도 되고, 그냥 임도로 가도 된다. 곧 만나니까. 산길로 갈 경우 소나무숲이 운치가 있다. 다시 임도와 만날땐 철탑이 정면에 보인다. 임도시설비를 지나 내리막길로 간다. 저멀리 금정산 의상봉 무명암 원효봉이 보인다. 곧 철탑 앞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일순간 금정산 주능선이 확 트인다. 다시 잠시 살펴보면 맨 오른쪽 계명봉에서 왼쪽으로 둥근 장군봉, 무명암, 부채암, V자 암봉인 나비암, 짤룩이 산성고개, 대륙봉, 그 뒤가 파리봉이다. 계명봉 우측 노란 아파트 옆 팔송공원묘지에서 오른쪽으로 동래CC, 그 뒤 낙동정맥 능선과 함께 뒤쪽으로 운봉산(同名異山) 천성산1봉이 보인다.
사실상 산행은 끝. 5분 정도 내려서면 붉은색 벽돌건물인 오륜정보산업학교 담벼락을 지나고 이내 오륜동 새동네에 닿는다. 50m쯤 내려오면 슈펴. 슈퍼 바로 밑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기다린다.
# 교통편-들머리 서동고개까지 시내버스 이용
들머리에서 가까운 시내버스 정류장은 금정구 서동 서동고개. 정차하는 버스는 29, 29-1, 29-2, 48, 48-1, 79, 79-1, 148, 179, 189-1. 155번은 종점에서 내려 우측 뉴그린아파트 쪽으로 가면 된다.
179번은 시청, 연산동 옛 시립의료원, 교대(지하철 1호선 교대역 3. 4번 출구, 이사벨고 옆 기아자동차 맞은 편) 앞에서 타면 된다.
날머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는 5번 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장전동역에서 내린다. 마을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8분 걸린다. 750원. 참고로 정류장 앞에서 '월인농원' 간판이 붙은 전봇대 뒤 낮은 봉우리가 오륜대가 있는 곳이다.
# 떠나기전에-구월산·구륜산 등서 제이름 찾은 윤산
윤산(輪山)의 다른 이름으로 구월산 구륜산(九輪山) 구불산 대머리산 둥글산.
'동국여지승람'과 '동래부지' 이외에도 윤산에 대해 언급한 여러 기록들이 눈에 띈다.
부산시사편찬위원회가 1998년 발행한 부산지명총람 제4권에는 '산모습이 둥글다 하여 주민들이 대머리산 또는 둥글산이라 불렀다'고 적고 있고, 20세기 부산을 빛낸 26인 중 한 명인 '황산 고두동 문선(文選)'(1983)에는 '동래부의 진산이자 부산대학교 앞산'이라고 표기했다.
지난 1993년 봄 발행된 '윤산문화(輪山文化)'의 '우리고장의 지명 유래'편에는 더 자세히 기록돼 있다.
'지역민들이 구불산으로 부르던 윤산은 양산의 원적산(현 천성산)을 이어 금정산 장군봉을 타고 계명봉을 거쳐, 시립공원묘지쪽으로 흘러 구불산을 이루고, 다시 남쪽으로 산맥이 일자로 뻗어 동래 마안령(복천동 뒷산으로 속칭 대포산으로 불림)으로 이어진다. 풍수지리서에 의하면 동래의 진산(鎭山)은 윤산이고, 주산(主山)은 마안령이다.'
아직도 많은 산꾼들은 윤산을 구월산으로 알고 있다. 옛 문헌을 참고하든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든 구월산은 발음상 또는 표기상의 오기로 잘못된 것임에 다름아니다. 이미 2002년 7월부터 윤산으로 공식화됐고 국립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지형도에도 윤산으로 표기돼 나온다.
옛 이름 되찾기 차원에서 이제 부산의 산꾼들은 앞으로 구월산이 아니라 윤산으로 널리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자료협조=안대영 부산시문화유산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