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500회 특집
-국제신문 홈페이지 '산행기' 게시판 스타 산꾼 좌담

"山에 대한 신문의 애정 계속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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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대에서 만난 산꾼들. 좌로부터 박수연 이재수 공남신 박경희 씨.


국제신문 홈페이지 초기 화면 하단에 위치한 '근교산&그 너머' 창을 클릭하면 왼쪽 아래에 '산행기' 게시판이 있다. 이곳은 일반 산꾼들이 산행기를 올리는 코너이다.

근교산 취재팀이 연재한 산행지를 다녀와서 냉철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모처럼 떠난 해외 산행지를 폼나게 소개하기도 한다. 달빛 따라 산행하는 올빼미족이 있는가 하면 대간이나 정맥꾼들의 연재도 신바람나게 읽힌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보석 같은 숨은 길을 동료 산꾼들에게 알려주는 넉넉함도 묻어난다.

최근에는 글 위주의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 산행기에 상세한 지도와 시원한 사진이 첨부돼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산행기를 올리는 산꾼들과 접속지역은 이제 부산·경남을 넘어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

2003년 1월 문을 연 산행기 게시판은 월 평균 50건 정도가 올라오며 접속 건수는 편당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얼굴은 모르지만 서로의 산행기를 읽으며 정보 교환을 하는 이른바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을 정도다.

이재수(51·KT 동래지사) 공남신(52·부산시청) 박경희(45·필명 오월에) 박수연(45·교사·필명 박시). 이들은 국제신문에만 산행기를 올리는 열렬 산꾼으로 사실상 산행기 게시판을 주도하고 있다.

근교산 취재팀은 이들을 국제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만나 매주 연재되고 있는 '근교산 시리즈'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재수 씨는 국제신문 산행기 게시판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최고의 스타 산꾼이며, 공남신 씨는 야생화 사진과 한층 세련된 편집으로 최근 들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오월에'라는 필명의 홍일점 박경희 씨는 화려한 글솜씨로 산행기의 새 지평을 열고 있으며, '박시'라는 필명을 쓰는 박수연 씨는 간결한 산행기에다 거의 모든 산행기를 읽고 댓글을 다는 부지런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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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국제신문 산행기 게시판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이재수=그 전부터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를 계속 애독한 독자였어요. 하지만 산행기 중에 간혹 잘못된 점이 발견됐죠. 때마침 2003년부터 게시판이 오픈돼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면을 많이 올려 타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않고 뚝심을 가지고 임한 결과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알아봐 상당히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낙남정맥과 현재 하고 있는 백두대간 종주 등 지금까지 260편 정도 산행기를 올렸어요.

▲공남신=산행 경력은 20년 정도 됐지만 그 전까진 산행기는 쓰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6월 지리산 종주를 해보고 싶은 직장 동료들이 많아 그들을 위해 종주 후 시청 홈피 게시판에 올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죠. 이후 산행 부문은 당연히 국제신문이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 게시판에 우연히 한 번 들어가봤는데 예상 외로 수준이 높았어요. 이재수 씨가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글 위주여서 제가 야생화 등의 사진을 추가해 산행기를 작성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군요.

▲오월에=조금만 가게를 15년쯤 하다보니 살림, 가게, 교회에 매여 정말 뒷산 약수터에도 못가 봤었죠.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접고 산을 타보라는 지인의 권유를 받았죠. 첫 산행이 2003년 5월 계룡산이었어요. 5월에 산을 처음 갔기에 필명이 '오월에'입니다. 가고 싶은 산을 온라인 상에서 검색하다 보니 국제신문이 안 나오는 데가 없었어요. 해서 홈피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산행기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더군요. 80여 차례 산행기를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지금은 포항의 모교에도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시=오랫동안 개인 홈피에 산행기를 올렸지만 대외적으로는 글을 남기지 않았어요. 물론 오래 전부터 국제신문 산행기 게시판은 열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꾸준히 올라오는 이재수 씨의 열정적인 산행기를 보고 감동을 받았죠. 나도 이재수 씨처럼 다른 산꾼들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산행기를 올리게 됐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국제신문에 올린 첫 산행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재수 씨의 산행기에 감명을 받아 올린다고.

▲기자=500회를 맞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해주시죠.

▲이재수=10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산꾼들을 위해 지면을 할애한 신문은 없었습니다. 간혹 산 소개 기사가 등장했지만 그건 개략적이거나 단편적인 내용일 뿐 실제로 산행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제신문의 산에 대한 애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이라면 100%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취재팀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1995년에서 2001년까지 소개한 산을 다시 한 번 리바이벌해 소개했으면 합니다. 당시 소개한 산들은 밀양 청도 경주 등의 보석 같은 곳이었죠. 이제는 들머리 날머리만 맞을 뿐 길이 거의 없습니다. 해서 저는 겨울에만 그 산들을 찾는 실정입니다. 그때 국제신문이 소개한 산들을 최근 타 언론에서 기사화해 히트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공남신=사실 부산에서 산 좀 탄다는 사람들이 국제신문을 구독하지 않으면 간첩이죠. 누가 뭐래도 근교산 시리즈가 국제신문의 간판입니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산행기의 눈높이는 중간쯤 되는 지금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산행지도를 좀 더 상세히 하고 계절적 부분을 좀 더 강조했으면 합니다.

▲오월에=최근 등산 인구가 부쩍 는 사실을 몸으로 느낍니다. 저는 사무실 동생이나 교회 동지, 그리고 군에 간 아들의 여자친구 등 산에 문외한인 주변사람들을 주로 꼬드겨 산엘 갑니다. 그러다 보니 초보자들을 배려해,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원점회귀 코스를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시=왕초보 때 국제신문에서 소개한 일광산을 보고 가족과 함께 산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당시엔 5분 가다 스크랩한 신문 한 번 보고, 다시 또 한 번 보고, 그러다 여의치 않으면 되돌아가보기도 하고 하여튼 불안감 속에서 산행을 했습니다. 산행기가 얼마나 정확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강조되는 대목이죠. 지금도 초보자들이 교과서 같이 여기는 국제신문의 산행기가 한 자의 오·탈자도 없는 완벽함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기자=서로의 산행기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재수=오월에 씨가 처음 산행기를 올렸을 때부터 글이 워낙 빼어나 쭉 눈여겨 봤습니다. 저와 함께 산행을 하는 현인두 씨는 오월에 씨의 완전한 팬입니다. 그는 산행 내내 오월에 씨의 감동적인 문장을 외고 또 외웁니다. 그는 국제신문 산행기 게시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칭찬을 합니다.

▲오월에=말씀드리기 뭣 하지만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글을 써 상깨나 받았습니다. 중학교 땐 글이 너무 좋아 모르는 선배 오빠가 교실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결혼도 제가 남편에게 무려 16장의 장문의 편지를 쓴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웃음) 사실 전 산꾼이 아니라 어설픈 글쟁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재수 씨의 산행기는 한 마디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그런 글 속에는 자기 과신이 은연 중에 내포돼 있지만 이재수 씨의 산행기에는 희생과 겸손, 그리고 성실함이 묻어납니다. 덕분에 국제신문의 산행기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박시=전 이재수 씨의 열정을 한번 더 강조할까 합니다. 그와는 가이드 산악회에서 한 번 만났습니다. 아니, 제가 이재수 씨의 이름을 참가자 명단에서 우연히 발견해 인사를 했죠. 그날 저는 이재수 씨를 근거리에서 지켜봤습니다. 메모를 거의 하지 않던데 산행기에서는 그야말로 완벽한 글이 올라옵니다. 비결이 있나요.

▲이재수=간단한 메모는 합니다. 전 하루에 제가 찾아놓은 '즐겨찾기'의 사이트에서 산행기를 평균 대여섯 편 정도 봅니다. 일주일이면 30편쯤 됩니다. 산행 전에 준비를 많이 하면 메모가 적어도 많이 보고 꼼꼼하게 적을 수 있습니다.

▲공남신=이재수 씨가 화제로 떠오르니 이재수 씨의 산행기에 대해 한 마디 할까 합니다. 지금도 완벽합니다만 사진을 좀 더 추가하면 더욱 더 관심을 끌지 않을까 합니다. 사진도 용량을 크게 하면 속도가 느려져 네티즌들이 짜증을 냅니다. 이럴 경우 용량을 줄여 편집하면 그야말로 100점짜리 산행기가 될 것 같습니다.

오후 5시30분 시작한 좌담회는 어느덧 8시가 돼서야 끝을 맺었다. 못다한 말이 남았는지 그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몇 순배 술잔이 돌면서도 계속 산행 이야기를 계속했다. 밤 10시40분. 그냥 두면 밤을 샐 것 같아 기자가 냉정하게 '쫑'을 냈다.


정리=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사진=강덕철 기자
dcka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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