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
3형제 한동네 나란히 식육식당
구수하고 담백한 맛 3대째 가업
요즘이야 전국 어디서나 돼지국밥집을 흔히 볼 수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돼지국밥집은 찾아보기가 힘들었죠.
불현듯 한 그릇 먹고 싶어도 식당이 없어 먹지 못하는 그 마음, 누가 알까요. 그래서 유사 국밥쯤 되는 순대국밥집에 많이 갔지요.
귓잔등을 후려치는 찬바람이 불 때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지만 요즘처럼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이열치열로 한 그릇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고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곤 하지요.
한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내로라하는 돼지국밥집 앞에 '밀양'이란 수식어가 붙은 곳이 많습니다. 밀양과 연관이 있든 없든 밀양돼지국밥이 아예 상호로 자리잡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전국을 평정한 그 돼지국밥의 원조가 바로 밀양시 무안면에 있기 때문이지요.
국가 중대사가 있으면 땀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한 밀양 표충비가 있는, 창녕과 인접한 밀양 서쪽에 위치한 무안면 소재지에는 삼형제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이 이웃해 있습니다. 무안식육식당,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이 바로 그것으로, 7남1녀 중 셋째인 최수도 씨, 넷째 수용 씨, 막내 수곤 씨가 각각 운영하는 곳입니다.
밀양 돼지국밥의 뿌리는 이들 형제의 할아버지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 최달성 씨가 일제강점기 후반 무안면 시장터에서 '양산식당'이란 돼지국밥집을 연 것이 시초랍니다. 이후 이들 형제의 아버지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나간 뒤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이 바뀌어 셋째인 최수도 씨가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산식당'은 막내인 최수곤 씨가 이어받아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러니까 혈통으로 따지자면 셋째인 수도 씨가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겠지만 식당터로 보자면 막내인 수곤 씨가 운영하는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가 되는 셈이죠.
하지만 한 뿌리에서 나와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고 있으니 셋 다 원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형제의 설명입니다.
"할아버지 때만 해도 다 쓰러져가는 옛집에서 가마솥에 나무를 때 장사를 했습니다. 장날이면 비좁은 가게에서 허기를 채우는 사람들로 늘 시끌벅적했죠." 동부식당 최수곤 씨의 추억담입니다.
무안식육식당 최수도 씨는 "1980년대 초 창원에서 열린 전국음식축제에 밀양 대표로 온 가족이 참가해 큰 인기를 끌었다"며 "이 때문에 이후 밀양돼지국밥이 더 유명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회상하더군요.
밀양돼지국밥의 원조답게 이들 식당에는 외지인들이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이 찾고 있습니다.
구수하고 담백한 그 맛의 비결은 뭘까요.
우선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이 개운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돼지고기도 직접 김해 등지에서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고른답니다. 또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어 씻어 최대한 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 또 하나의 비법이라고 합니다.
"돼지국밥집을 열려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도 많이 옵니다. 밀양돼지국밥을 널리 알린다는 셈치고 일반적인 조리법 정도는 가르쳐 주죠."
부산 경남 등 인근뿐 아니라 서울지역에서도 자주 전화문의가 와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다고 최수곤 씨는 사람좋은 표정을 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밀양을 찾으면 얼음골 영남루 만어사 예림서원 등 이름난 곳만 찾지말고 사명대사 유적지와 표충비각이 있는 밀양의 무안면을 찾아 원조 돼지국밥 한 그릇을 맛보는 것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