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에 찌들린 속리산(俗離山) 산이름부터 바꿔라

 "5시간 남짓한 산행 코스에 휴게소, 그것도 컵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물을 파는 곳이 8군데라니…."
 "정말 국립공원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휴게소 관리가 방만하다. 모두 없애고 산꾼들을 위한 산장 1, 2곳을 만들면 좋을텐데."

 속리산 산행을 마칠 무렵 산행팀과 동행한 몇몇 산꾼들의 속리산 산행에 대한 소감이다. 기자가 봐도 휴게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태평 세심정 용바위골 보현재 냉천골 문장대(정상) 신선대 금강. 모두 휴게소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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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주사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2시간도 채 안걸리는 구간에서 한 굽이 오르면 휴게소를 하나씩
         만날 정도로 휴게소가 난립해 있다.



 무엇보다 모순되는 점은 등산로 입구에 '상수원 보호구역 저수지'와 그에 따른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계곡에 철조망을 둘러놨지만 정작 바로 옆에는 국물 있는 음식물을 버젓이 팔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그것도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간이 정화조만 설치해 놓고.
 세심정 휴게소 앞에는 보은군수 명의로 오물을 버리는 행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는 커다란 알림판까지 세워 놓고 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참을만했다. 한 발 물러서서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휴게소 앞을 지나면서 강제로 들어야만 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더욱이 한 휴게소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속리산 명물인 솔잎술을 한 번 마셔보고 사라는 강요까지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장대 앞 정상 휴게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 수준의 유행가 음악 소리. 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 활짝 웃어야 할 곳에서 귀를 막아야 되는 장면은 차라리 비극에 다름 아니다..

 속리산(俗離山). 이름 자체가 속세를 떠난다는 뜻 아닌가. 귀를 막아야 하는 그 순간만은 속리산을 어서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그들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문제는 속리산 주변 대부분의 토지가 온통 사유지라는 점이다. 보은 쪽 속리산은 대부분 법주사 소유이고, 상주 쪽 속리산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부지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관계자는 "6, 7년전쯤 휴게소와 연관이 있는 법주사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보은군, 상주시 관계자가 휴게소 철거와 관련된 모임을 가졌지만 이권 문제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타결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다행히 경북 상주시에 속하는 문장대 휴게소가 올해 연말까지 철거, 이 자리에 생태복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소유주인 대구의 모 교육재단이 건물철거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은에 속하는 속리산 쪽 휴게소는 조계종 소유라 휴게소 철거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속리산사무소는 "장기적으로 휴게소를 줄여 나가겠다"는 의례적이고도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법주사~문장대 구간은 왕복 등산에 5시간 정도에 불과해 산꾼들에게 편의 제공보다는 생태복원이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편의 제공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산꾼들의 생각이다.

 속리산을 찾은 한 산꾼은 "같은 국립공원인 가야산의 경우 기존 대피소 마저 없애는 판"이라며 "속리산에서 휴게소 철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선은 산이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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