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산은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요.
 산은 우선 인간에게 미적 감각을 키워 줍니다. 사시사철 변하는 산의 오묘한 표정과 빛깔은 인간의 상상력을 능력 이상으로 발휘하게 해줍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진달래 철쭉 계곡 억새 단풍 눈꽃 등은 삼라만상의 그 어떤 것보다 인간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될듯 합니다.
 산은 또 건강을 안겨다 줍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산에 다니기 전에 만성 소화기 궤양 환자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5년을 다니고 나서 최근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말끔하게 다 나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건강에 산이 최고입니다.
 산은 평정심을 가르쳐 줍니다. 아무리 낮은 동네 뒷산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아니면 자만심을 잠시라도 갖게 되면 어김없이 혹독한 처벌을 내립니다. 산에서의 안전사고는 대개 잠시 마음의 끈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미덕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줍니다.

 이렇게 고마운 산을 해코지하는 이가 바로 몹쓸 인간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나 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산까지 불태우니까요.

 산행을 하면서 바로 인간을 원망하며 안타까워 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창녕 영취산이었고, 또 하나는 지리산 제석봉이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돈에 눈 먼 인간들이 불을 질렀답니다.
 곧 송이버섯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울진 봉화 그리고 대구 팔공산 지역이 유명한 산지입니다. 부산서 가까운 창녕 또한 송이버섯으로 유명합니다. 화왕산 관룡산 그리고 영취산이 주산지입니다.
 하지만 지금 영취산은 화마(火魔)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고사목처럼 보였지만 산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에 타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8년 전 송이 재배지 입찰에 탈락한 농민이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송이로 유명한 영취산이 결국 송이 때문에 불에 탄 것입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아름다운 영취산을 망가뜨려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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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취산 667봉 주변에는 8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얼핏 고사목
         처럼 보이지만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리산 제석봉의 고사목입니다. 장삼이사들은 제석봉 구상나무 고사목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벌꾼들의 분별없는 욕심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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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들.

 원래 제석봉은 산림이 우거져 대낮에도 칠흑같이 어두워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구상나무들이 해발 1800여m의 제석봉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름다운 제석봉은 40여년 전 도벌꾼들이 이곳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벌목한 뒤 그 흔적을 없애려고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고사목 지대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의 욕심이 자연을 망치는 결과가 어디 여기 뿐이겠는가마는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베어가고 말지, 불을 왜 질렀는지.
 여기에다 정부나 지자체 혹은 산림청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이 이 고사목 지대를 오랫동안 방치해오는 동안 고사목까지 대부분 잘려나가 황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탈색된 고사목은 멀리서 보면 운치가 있습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전부 죽었죠. 생명이 사라진 빈껍데기입니다.
 필부들은 제석봉 고사목을 배경으로 일출이나 일몰 그리고 설경의 모습을 찍어 아름다움을 감상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사연이 숨은 줄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는 칠선계곡에 남아 있는 목기 제작소의 흔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옛날 지리산 아래 추성리 사람들의 일부는 목기 제작을 하며 생업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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